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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해넘이 전망대

일몰(日沒)이란 해가 지평선 아래로 완전히 지는 순간의 시각을 뜻한다. 우리 말로는 해넘이라 부른다.보통 일몰이 아름답다고 하는 까닭은 일몰 순간에 나타나는 저녁노을이 있기 때문이다. 서쪽 지평선 부근을 빨갛게 물들이는 저녁노을은 보는 이에게 감동과 낭만을 주기에 족하다. 특히 주변의 자연경관이 아름답다면 그 광경은 황홀경 이상으로 깊은 감명과 추억을 안겨 준다.일몰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세계 3대 일몰이란 이름이 붙여진 곳이 있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와 그리스 산토리니섬 그리고 남태평양 피지섬이다. 이곳은 신비로운 석양의 모습 하나로 세계적 관광명소로 소문난 곳이다.산토리니 해안은 하얀색 벽과 파란색 지붕 그리고 석양이 쏟아내는 붉은색이 함께 어울어지면 거의 환상적 경관을 연출한다. 보랏빛 석양으로 유명한 피지섬은 우리나라 젊은이가 즐겨 찾는 낭만의 신혼여행지다.저녁노을은 태양광선이 지평선 가까이 통과하는 동안 파장이 짧은 푸른색의 빛은 미립자에 의해 흩어지고 파장이 긴 붉은색만 관측자가 있는 곳까지 도달하면서 보이는 현상이다. 그래서 저녁노을이 나타나는 다음날은 대체로 날씨가 좋다는 속설이 있다.포르투갈의 까보다로까는 유럽 대륙의 서쪽 땅끝마을이라는 이유 하나로 세계적 관광지가 됐다. 천혜의 자연과 위치를 배경으로 뜨고 있는 핫플레이스는 국내외 얼마든지 많다.지난 8월 대구 남구 앞산 빨래터 인근에 조성된 높이 13m의 해넘이 전망대가 새로운 명소로 인기를 모은다는 소식이다.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사람들로 붐빈다. 전망대서 바라본 대구의 일몰이 새로운 구경거리가 된 모양이다. 이것이 바로 핫플레이스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11-24

차세대 인증기술

차세대 인증기술은 기존의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인증기술로, 지문이나 홍채, 얼굴, 정맥 등을 이용하는 생체인식기술, 블록체인을 이용해 고객 식별정보를 분산 저장하는 분산ID기술(DID) 등이 꼽힌다.우선 생체인식기술은 지문이나 홍채, 얼굴, 정맥 등 인체의 생체정보 중 일부를 이용해 복제가 어려워 보안성이 높은 기술이다. 스마트폰, 금융결제 등에 많이 쓰이면서 특허출원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달 미국 최대 e커머스 업체 아마존이 유통 분야의 새로운 결제 시스템으로 손바닥 인증 기술을 선보여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시장 분석업체 모틀리풀은 아마존의 손바닥 인증 기술인 아마존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비대면접촉 방식의 쇼핑이 늘면서 더욱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했다.아마존원은 아마존이 최근 공개한 비접촉식 손바닥 정맥 인증 기술을 토대로 내놓은 인증·결제 기술로, 신용카드를 단말기에 먼저 삽입하고 손바닥 정맥을 스캐닝해 등록하면 그 후에는 사용자가 단말기에 손바닥을 보이게 가까이하면 자동으로 인증해 결제를 처리한다. 이 기술은 단말기만 교체하면 구현할 수 있어 매장이나 콘서트장, 테마파크 등의 다양한 장소에서 활용할 수 있어 어디까지 확산될지 주목된다.이와 달리 분산ID기술은 성명,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활용해 암호화한 개인 식별정보를 블록체인기술을 통해 위·변조되지 않았음을 검증하는 기술이다. 분산ID기술도 시장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유망한 기술로, 마이크로소프트와 IBM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발빠르게 서비스개발에 나서고 있다. 차세대 인증기술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비대면 서비스의 필수요소로 선제적으로 지식재산권을 확보해 둘 필요가 있는 첨단기술분야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1-23

실패에서 배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 했다. 실패를 거울삼아 재창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에 들어 실패학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의도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2008년 실패공유 컨퍼런스가 생겨났다. 페일콘(failure conference)이라 불리는 이 모임은 남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실패를 껴안고 성공을 만들어가자는 사회 캠페인으로 발전,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다.핀란드 헬싱키에서는 매년 10월 13일을 실패의 날로 정해 갖가지 행사를 벌인다. 학생과 교수, 창업자 등이 모여 자신의 실패 경험을 이야기하며 서로가 실패를 축하해준다.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문화를 확산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날이다.이런 실패문화에 힘입어 성공한 것이 핀란드의 모바일 게임인 앵그리 버드다. 앵그리 버드를 만든 로비오 엔터테인먼트사는 이 게임을 무려 51번이나 국제시장에 출시했으나 실패했다. 그동안 기업이 도산 위험에 처한 것이 여러 번이라 한다.최근 일본에서는 실패를 학문으로 정립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실패에서 배우는 것이 많고 실패의 경험이 귀중한 자산이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실패 박람회가 개최되는 등 실패가 주는 교훈에 대한 중요성을 점차 깨달아 가는 추세에 있다.20여 차례 쏟아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국민의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집값을 잡기는커녕 집값을 되레 올려놓았으니 국민의 분노는 당연하다.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반성의 기미가 없다. 실패를 반면교사 삼는 정부 자세부터 바꾸지 않는다면 실패는 거듭될 뿐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1-22

김장문화

김치는 그 유래가 고구려나 백제의 생활문화 속에서도 살펴볼 수 있을 정도로 오래된 우리 민족 고유의 음식이다. 문헌상으로는 고려시대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처음 등장한다. 순무김치는 여름철에 먹기가 좋고 소금에 절인 김치는 겨울 내내 반찬이 된다는 내용이 나온다.김장김치는 ‘겨울의 반 양식’이라 할 정도로 한국인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장기간 보존이 힘든 채소를 김장이라는 방식을 통해 겨울부터 봄까지 3-4개월간 먹을거리로 보관해 놓는 방식이다.배추와 무를 주재료하고 미나리, 갓, 마늘, 파, 생강과 같은 부재료를 사용해 간을 맞춘다. 이때 사용된 재료들이 자연스럽게 발효되어 김치의 맛을 풍부하게 할 뿐 아니라 영양식으로 건강에도 좋다.추운 북쪽지방에는 김장의 간을 싱겁게 하고 양념도 담백하게 해 채소의 신선감을 살린다. 남쪽지방에서는 기후관계로 짜게 담는다. 젓국을 많이 쓰고 마늘, 생강, 고춧가루 등을 많이 넣는다. 젓국은 김치가 지나치게 삭는 것을 막아 준다.2013년 한국의 김장문화는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위원회에 등재됐다. 강강술래, 판소리, 종묘제례 등과 함께 당당한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으로 세계에 알렸다.유네스코는 매년 겨울철만 되면 온 가족과 이웃이 모여 김장을 매개로 한 공동체 연대감과 사회공동체가 문화전승의 담당자라는 사실에 주목했다고 한다. 특히 한국인의 90%가 아직까지 직접 김장김치를 담그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했다 한다.김장은 대체적으로 입동을 전후해 가정에서 시작한다. 지금이 김장하기 꼭 알맞은 시기다. 그러나 젊은 세대 중심으로 사먹는 김치가 크게 성행하면서 김장담그기 문화가 예전만 못한 것은 아쉬움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1-19

구독경제 플랫폼

구독경제는 신문이나 잡지를 구독하는 것처럼 일정액을 내면 사용자가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자가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신개념 유통서비스를 말한다.국내에는 2010년대를 전후해 도입되기 시작, 초반에는 화장품이 주를 이루었으나 점점 생활용품, 홈쇼핑, 식음료, 명품의류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매달 일정금액을 지불하면 정해진 몇몇 차량 중 원하는 차량을 골라 바꿔가면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생겼다. 소비자 입장에선 전문지식을 갖춘 구매담당이 소비자 대신 우수한 제품을 선정해 전해주기 때문에 상품을 고르기 위해 쓰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공급자 입장에서도 사용자의 요구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공유경제의 뒤를 잇는 경제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더구나 포털업체인 카카오가 카카오톡 채널을 기반으로 상품구독 서비스를 새롭게 시작하면서 구독경제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해 화제다. 공유 경제에 이어 구독경제로 변화하고 있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에 발맞춘 행보다.카카오톡에서는 렌탈, 정기배송 등의 방법으로 상품을 구독하는 방식으로 구현되며, 제품 설명·방문 예약·구매 결정·계약서 작성 등 기존 오프라인 기반으로 운영되던 복잡하고 번거로운 절차들이 카카오톡에서 빠르고 편리하게 간소화된다. 이용자는 관심있는 브랜드의 카카오톡 채널에서 상품 정보를 얻고 회원가입부터 신용조회, 전자서명 및 계약, 결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몇번의 클릭으로 처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김치냉장고 렌탈을 시작으로 연내 바디프랜드, 아모레퍼시픽, 위닉스, 한샘 등의 렌탈·정기배송 상품을 구입하거나 렌탈할 수 있다. 구독경제 플랫폼은 이미 우리 삶에 깊이 들어와 있는 듯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1-18

부동산 블루

우울증이란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사람에 따라 그 증상의 원인이 다양해 마음의 감기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잘 관리하지 않으면 큰 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의학적으로는 대개 70∼80%가 상담과 진료를 통해 2개월 이내 완치가 된다고 하나 경우에 따라 자살에 이르는 이도 있으니 가볍게 볼 병은 결코 아니다.보통의 성인도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을 수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등도 우울증 원인이 된다. 학생들은 성적이 떨어져도 우울해지는 경우가 많다.연초 시작한 코로나로 우리 사회가 ‘코로나 블루’라는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다. 사람을 만나거나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두려워 집콕을 오래 하다보니 어느새 우울증이 생겼다는 사람이 많아졌다.스포츠 경기도 TV로 봐야 하고 즐겨 찾던 영화나 전시회 참석도 여의치 않아 스트레스를 풀 기회가 적어진 것이 코로나 블루를 유발하고 있다. 우리 국민 다수가 우울증에 시달리는 요즘이다.코로나 블루에 이어 ‘부동산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고 한다. 연일 폭등하는 집값으로 좌절감에 빠진 무주택 서민이 겪는 우울감을 일컫는 말이다.최근 서울과 수도권에서 시작한 주택 전세난이 지방도시로 확산되면서 전국 대도시 중심으로 집값이 미친듯 폭등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정부의 새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이후 주택시장의 소비자 심리지수가 9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고 한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또다시 입증되는 모양새다.정부 정책이 수렁에 빠진 듯 오락가락하는 사이 무주택 서민의 꿈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코로나 블루’에 ‘부동산 블루’가 덮친 꼴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1-17

번아웃증후군

최근 시장조사 전문기업이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 4명 중 1명은 번아웃증후군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번아웃증후군은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말한다.갑자기 불이 꺼지는 것처럼 체내 에너지가 방전되는 모습을 비유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 병명은 뉴욕의 정신분석가 프로이덴버그가 처음‘소진’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에서 유래했다.번아웃 경고 증상은 여러가지다. 기력이 없고 쇠약해진 느낌이 들고, 쉽게 짜증이 나고 노여움이 솟는다. 하는 일이 부질없어 보이다가도 오히려 열성적으로 업무에 충실한 모순적인 상태가 지속되다가 갑자기 모든 것이 급속도로 무너져 내린다. 만성적으로 감기, 요통, 두통과 같은 질환에 시달리고, 감정의 소진이 심해 ‘우울하다’고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에너지 고갈 상태를 보인다.직장인들이 번아웃증후군에 시달리게 된 이유는 뭘까.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주는 대상은 역시 상사다. 직장인 2명 중 1명이 “상사가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답했다. 그 중에서 팀원과 직원들을 존중하지 않는 상사와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상사가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상사유형으로 꼽혔다. 젊은 직장인들은 야근을 강요하거나 주말에 일 처리를 명령하는 상사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번아웃증후군 예방을 위해서는 직원 상호간 서로 노력을 인정하고, 힘을 북돋아주는 직장문화를 형성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퇴근 후에 집으로 일을 가져가지 않고, 운동, 취미 생활 등 능동적인 휴식 시간을 갖는 것도 한 방법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1-16

덜식의 날

11월 11일은 똑같은 숫자가 네 개가 들어가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어 보이는 날이다. 실제로 이날은 보행자의 날, 농업인의 날로 지정돼 있고, 빼빼로데이, 가래떡데이 등 민간차원의 각종 행사도 많이 벌어지는 날이다.중국은 1자가 홀로 서 있는 것이 사람처럼 생겼다 하여 독신자의 날로 정했다. 또 11월 11일이라는 숫자가 주는 이미지 탓인지 세계 각국의 유통업체들이 이날을 시작으로 대규모 할인행사를 자주 벌여 이제는 유통업계의 세일 날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다.2010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보행자의 날은 산업화에 따른 미세먼지를 줄이고 국민건강 증진과 걷기의 중요성을 알리는 날이다. 농업인의 날은 도시화와 산업화로 날로 기울어 가는 농촌의 현실을 널리 알리고 농업인의 의욕 고취를 위해 국가가 기념일로 지정한 날이다.또 빼빼로데이는 민간차원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이벤트 날이다. 부산의 어느 여고에서 여학생들이 “다이어트에 성공하여 빼빼하게 되라”고 놀리며 친구에게 빼빼로를 선물한 것이 유래라 한다. 이것이 제과업체의 마케팅으로 이어져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생긴 날이다. 빼빼로데이의 반작용으로 우리 농산물을 소비하자는 취지의 가래떡데이가 생겼다.경북도가 11월 11일을 ‘덜식의 날’로 정했다. 덜어먹는 식문화의 날이란 뜻이다. 코로나 감염증을 예방하고 위생적이며 올바른 식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경북도의 식생활 개선 캠페인이다. 노란색 디자인의 덜젓가락도 제작, 모범업소에 전달했다.여러 사람이 함께 먹는 공통반찬의 우리 식문화 이젠 바꿀 때가 됐다. 기왕이면 전국적 캠페인으로 확산되면 더 좋겠다. 11월 11일 기념일에 덜식의 날이 추가됐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1-15

대구 감귤

아열대기후는 월 평균 기온이 섭씨 10도 이상인 달이 한해 8개월 이상 지속하고 추운 달 평균 기온이 섭씨 18도 이하인 기후를 말한다. 가장 추운 달 평균 기온이 18도를 넘으면 열대기후에 속한다.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해안은 아열대기후에 속한다. 원래 우리나라는 온대기후에 속하나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제주, 경남 통영, 전남 목표 등 일부 남부지방이 아열대 지역으로 바뀌고 있다.한반도의 기온 상승률은 지구 평균의 2배에 달한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조사에 의하면 1900년 이후 전 세계 평균 기온은 0.74도 상승했으나 한반도는 1.5도나 상승했다고 한다.2018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한반도의 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3.2도가 상승해 한반도 대부분 지역이 아열대화 할 것으로 예측했다.한국인은 사과, 배, 복숭아, 포도, 단감 등을 즐겨 먹는 과일로 꼽는다. 그 중 가장 많이 먹는 사과는 지구온난화로 10년 뒤쯤에는 한반도에서 사라질 것 같다고 한다. 지금도 대구에서 주로 생산되던 사과가 강원도 영월까지 북상을 했다.대구에서 처음으로 감귤이 생산됐다. 수성구 고모동 한 농가에서 재배된 감귤 2t이 수확을 마치고 로컬푸드점에 선을 보였다. 제주도의 특산물 한라봉이 전남 고흥과 나주 등지에 생산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우리나라에도 이젠 아열대 과일인 망고와 파인애플, 바나나 등을 구경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중국 고사인 귤화위지(橘化爲枳)는 “강남의 귤을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뜻이다. 사람도 환경 변화에 따라 기질이 달라진다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대구에서 등장한 감귤의 생산을 보며 지구온난화를 실감해 본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1-12

하이퍼루프

하이퍼루프는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 유명한 엘론 머스크 테슬라 모터스 최고경영자가 2013년 여름에 공개한 초고속 진공튜브 캡슐열차를 말한다.하이퍼루프는 공기 마찰이 없는 진공튜브와 시속 1천300km로 달리는 캡슐형 열차로 구성된다. 열차는 가압과 공기역학적 양력이 작용하는 공기쿠션으로 유지되며, 열차는 튜브 안쪽을 미끄러지듯 달린다.하이퍼루프는 1천500km 정도 거리의 교통량이 많은 도시에 적합하다. 당시 앨런 머스크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30분이면 주파할 수 있다”며 초고속 진공열차 하이퍼루프 프로젝트 구현 계획을 발표했다. 구상안에 따르면 이 초고속 열차는 일종의 ‘열차 총(Rail Gun)’ 개념으로 진공상태와 다를 바 없는 튜브 속에서 열차를 한 량씩 발사하는 형식으로 가동한다. 거의 진공상태로 저항을 최소화해 최고 시속 약 1천220km까지 속도를 높여 달린다는 논리다. 이 열차가 현실화한다면 차로 최소 5시간 걸리는 서울-부산 구간 이동시간이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들어 불과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전국이 일일 통근권에 들게된다는 얘기다.꿈같은 최첨단 하이퍼루프 원천기술이 국내기술진에 의해 개발되고 있어 화제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은 11일 독자개발한 축소형 튜브 공력시험장치에서 하이퍼튜브 속도시험을 통해 진공상태에 가까운 0.001기압에서 시속 1천19km의 속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철도연은 지난 9월 아진공 상태에서 시속 714km의 속도를 기록한 바 있다. 거리제한으로 통근이나 통학할 수 없는 경계를 무너뜨릴 하이퍼루프 기술은 이 좁은 나라의 지역균형발전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1-11

노익장 대통령

유엔이 전 세계 인류의 평균 수명을 측정해 새로운 연령 분류표를 만든 적이 있다. 18∼65세까지를 청년, 66∼79세까지는 중년이다. 노년은 80∼99세며 100세 이후는 장수 노인이라 했다. 사람의 평균 수명과 체질,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정립한 새로운 연령 기준표라 하겠다.건강한 생활습관으로 사람의 수명이 많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노익장이라 부를 만큼 노년층의 활약이 사회 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정치인과 기업인의 노익장이 유난히 돋보이는 시대다.미국의 46대 대통령 당선인인 조 바이든의 나이는 78세다.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최고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될 당시보다 8살이 더 많다. 43세로 최연소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던 케네디보다는 무려 35살이나 많은 나이다.정치 지도자의 나이는 한 국가의 국정을 이끈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평가 요소다. 나이가 많으면 체력과 판단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며 활동력도 감소하는 것이 보통의 일이다. 그러나 지금 지구상은 70대 지도자가 전성기를 맞고 있다.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72)나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75),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71), 아웅산 수지여사(75) 등 많은 지도자가 고령에도 맹활약을 한다. 가까이는 우리나라 국민의 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나이도 80세다.건강만 하다면 지도자의 나이는 문제가 될 것이 별로 없다. 산전수전을 경험한 노련함과 다양한 경험이 정치적 또는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된다.바이든은 고령에도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한 대통령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기력이 좋아진다는 노익장(老益壯)이라는 말이 그에게는 아주 적합해 보인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1-10

햇빛 알레르기

햇빛 알레르기는 태양광선에 장시간 노출된 피부에 두드러기, 발진, 수포 등의 증상이 생기는 피부질환으로 자외선에 의한 급성 피부변화를 일으킨다. 주원인이 태양 광선이지만, 유전적인 대사이상, 일부 항생제와 진통제 성분, 소독약 등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이 질환은 최근 세상을 떠난 개그우먼 박지선씨가 앓았다고 해 새삼 주목을 받고있다. 문제는 이 질환에 치료법이 없다는 데 있다. 햇빛 같은 경우 가시광선과 같은 장파장이기 때문에 자외선 차단제로도 막을 수 없고, 햇빛에 노출되지 않게 몸을 완전히 가리는 수밖에 없다는 것. 국내서는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매년 약 2만명이 이 질환에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서‘자외선에 의한 기타 급성 피부변화’를 앓는 환자는 1만7천280명으로 집계됐다. 2016년 2만1천83명에서 2017년 1만9천275명, 2018년 1만8천954명으로 줄어들어 3년째 감소하고 있지만, 꾸준히 환자가 발생 중이다. 성별로 보면 국내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전체 환자 1만7천820명 중 여성은 1만421명으로 58.48%를 차지했다. 2018년도 전체 1만8천954명 가운데 여성이 1만1천449명으로 60.40%였다.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거나, 여성의 피부가 더 약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뚜렷한 원인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01년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의 부인 한나로네 여사가 햇빛 알레르기의 고통으로 극단적 선택을 할 만큼 정신적·육체적인 고통이 극심한 질환이어서 환자에 대한 따뜻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1-09

신토불이

신토불이(身土不二)가 마치 한의학 문헌에 나오는 내용인양 알려졌으나 그 근원이 한의에 근거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외국산 농산물의 범람에 대응하는 국산 농산물을 보호하기 위해 내건 슬로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이다.“제 땅에서 산출된 것이 제 체질에 맞다”는 신토불이는 과학적 근거를 떠나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근본 취지가 호응을 얻으면서 지금도 소비자에게 잘 통하는 슬로건이다. 신토불이라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1970년대 농가소득 사업으로 일본 등지에서 수입한 황소개구리가 농가 소득은 커녕 왕성한 번식력으로 토종 물고기와 개구리를 잡아먹는 일이 벌어졌다. 개구리 등이 멸종할 거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당국이 황소개구리를 포획하는 일에 발벗고 나서기도 했다.늪너구리로 불리는 뉴트리아는 우리나라가 지정한 1종 생태계 교란종이다. 칠레 등 주로 남미에 서식하는 포유류인 뉴트리아는 잠시만 관리를 소홀하면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한다. 1년에 최대 200마리까지 새끼를 번식할 수 있다. 뉴트리아 1마리가 하루 동안 먹는 양이 자신의 체중 4분1 정도에 달한다고 한다. 뉴트리아가 돌아다닌 곳은 금방 쑥대밭이 된다. 우리나라는 생태계를 교란하는 뉴트리아, 황소개구리, 큰입배스 등 20여종을 생태 교란종으로 지정하고 있다. 미국 남동부지역에 자생하는 ‘핑크뮬리’가 국립환경원에 의해 생태계 위해성 식물로 지정됐다. 토종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우점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다. 2013년 한국에 첫 선보인 핑크뮬리는 특이한 색깔과 모양으로 한국인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경북도는 식재 자제를 권고하고 제주도는 이미 식재된 핑크뮬리를 갈아엎는다고 한다. 신토불이가 영 헛말은 아닌 모양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1-08

백의의 천사

플로렌스 나이팅게일(1820∼1910)은 영국의 간호사이자 사회 개혁가다. 우리나라에서는 ‘백의의 천사’로 훨씬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영국에서는 의료체계를 획기적으로 개혁한 사회 개혁가로 유명하다.특히 크림전쟁 때는 38명의 성공회 수녀와 함께 이스탄불로 건너가 야전병원장이 되어 최악의 상황이던 의료체계를 대폭 바꾸어 환자들의 사망률을 42%에서 2%로 낮추는 큰 공로를 세웠다.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간호사를 천직으로 알았다. 전쟁 후 나이팅게일 간호학교를 설립해 현대적 간호교육의 기틀도 마련했다.의사에게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있다면 간호사에게는 나이팅게일 선서가 있다. 간호사로서 지켜야 할 윤리와 원칙을 담은 선서다. 1893년 미국 디트로이트시 하퍼병원 간호학교 졸업식에서 처음 사용됐다고 한다. 우리나라 간호사도 학교 졸업식 때 이를 선서용으로 사용한다.1920년 국제 적십자사는 나이팅게일상을 제정해 매년 각국의 우수한 간호사에게 표창을 전하고 있다. 그녀의 생일인 5월 12일은 세계 간호사의 날로 지정돼 있다. 나이팅게일의 숭고한 정신은 지금도 그녀의 명성만큼이나 여러 모습으로 계승되고 있다.영남대병원 연구팀 조사에 의하면 의료계 종사자의 30% 정도가 우울·불안 증세를 느끼고 있으며 그 가운데 간호직 종사자의 우울·불안 지수가 가장 높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인보다 무려 3∼6배가 높은 수준이라 한다.창궐하던 코로나와 사투를 벌였던 우리 지역 의료인의 용기와 헌신 뒤에는 코로나 블루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뒤따라 왔음을 짐작게 하는 연구결과다. 코로나 환자의 치료를 위해 온몸을 던졌던 간호사 등 지역 의료인의 헌신적 모습이 바로 백의의 천사라 하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1-05

달아오르는 간편결제시장

네이버가 삼성페이·카카오페이가 주도하고 있는 오프라인 간편결제시장에 새롭게 진출하기로 해 관심을 끌고있다.네이버측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비씨카드와 제휴,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이로써 네이버페이 이용자들은 지에스25·씨유를 포함한 5대 편의점과 대형마트(롯데마트·하나로마트·지에스슈퍼), 커피전문점(이디야·탐앤탐스·카페베네), 주유소(지에스칼텍스) 등 전국 7만여개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결제를 할 수 있게된다.포인트는 그동안 네이버페이를 쓰면서 적립한 것이나 네이버페이와 연동해놓은 계좌에서 충전한 것을 사용할 수 있다. 이번 결정으로 오프라인 결제시장에서 삼성·카카오·네이버가 정면으로 맞붙게 됐다. 간편결제서비스는 공인인증서 없이 비밀번호를 이용해 결제하는 금융서비스다. 네이버는 네이버 쇼핑을 통해 쇼핑하고 결제하면 고객들에게 포인트를 몰아주는 방식으로 신규고객을 유치하고,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아울러 기존 확보한 고객들은 쉽게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락인(잠금)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네이버는 올해 4분기 오프라인에서 이용가능한 포인트 QR결제 서비스를 동시에 선보인다. 네어버나 네이버 페이 애플리케이션(앱)에서 2차원 형태의 바코드인 QR코드를 생성해 영업점 포스기에 인식하면 결제되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올해까지 금융계좌를 연결한 선불충전 방식의 오프라인 QR결제 서비스를 먼저 선보인 다음 카드 연동결제방식은 내년에 도입할 예정이다. 핀테크의 발달이 생활속 소비자들의 생활방식마저 바꿀 날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1-04

덕장(德將)

손자병법에 장수는 세가지 부류로 나눈다. 맹장(猛將)과 지장(智將) 덕장(德將) 등이 그것이다.맹장은 전투에서 군사를 진두지휘하는 용맹함과 뛰어난 전투력을 갖춘 인물을 일컫는다. 대표적 인물로 삼국지의 장비를 들 수 있다.지장은 뛰어난 지략과 견문을 갖춘 전략가형 장수다.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줄 알아야 하고 날카로운 예지력과 통찰력으로 부하를 지휘하는 능력의 소유자다. 삼국지 등장인물 가운데는 조조나 제갈량 등이 이에 해당한다.덕장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로 부하를 통솔하는 솔선수범형 장수다. 제갈량을 찾아가 삼고초려 했던 유비와 같은 인물을 덕장이라 부른다.장수 간의 우월을 가려본 사례는 없지만 보통 “맹장은 지장을 이기지 못하고 지장은 덕장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을 잘 쓴다. 부하를 통솔하는 데는 뛰어난 지략과 용감한 전투력도 필수지만 부하의 마음을 사로잡을 인간적인 면모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덕장의 덕(德)은 동양사상에서 지도자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인 인격적 능력을 말한다. 덕이란 공정하고 남을 넓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인데 전장에 나선 장수도 힘과 기술보다는 덕성을 중시하라는 뜻이다.흔히 듣는 ‘부덕의 소치’말은 본인이 덕이 없어 생겼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나라에 큰 재해가 덮치면 임금이 나서서 백성을 위로하기 위해 이 말을 썼다고 한다. 자산과 상관이 없는 일인데도 스스로 덕이 없다고 함으로써 윗사람의 넓은 아량을 보여준 것이다.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독주에 대한 검사들의 집단 반발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추 장관의 이후 대응이 주목된다. 추 장관이 지장이 될지 맹장 혹은 덕장이 될지는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11-03

암호화화폐 스캠 주의보

본래 스캠이란 ‘도박판에서 상대방을 속이는 행위’로 경제사기수법 용어로 통용된다. 암호화폐 시장에선 투자자를 현혹해 투자금을 가로채고 잠적하는 행위를 말한다. 스캠 일당이 온라인 메신저나 SNS로 피해자에게 접근해 특정 계좌번호나 지갑 주소에 자산을 이체하도록 유도한다. 신종스캠은 기존 스캠에서 한단계 진일보한 사기유횽이다. 피해자의 이성적 호감을 이용한 로맨스 스탬에 피해자에게 실제 수익이 나는 것처럼 위장하며 경계심을 풀게하는 수법이 고도화 됐기 때문이다.먼저 일당은 데이트앱에서 범죄대상을 물색한 뒤 이성적 호감을 사 경계심을 누그러뜨린다. 처음에는 호감으로 접근한 것처럼 속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암호화화폐 투자를 권유하기 시작한다.실제 사례를 보면 A씨는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 이성 B씨를 알게됐다. 어느날 B씨는 쏠쏠한 수익을 올렸다는 해외소재 암호화화폐 투자사 홈페이지를 소개했다. A씨는 B씨가 소개한 투자사 가상지갑으로 비트코인을 전송했다. 처음 걱정과 다르게 상당한 수익이 나왔다. A씨는 수익금을 찾기로 결심했다. 그러자 투자사는 해외세금 등을 이유로 고액의 추가 입금을 요구했다. 문제는 추가 입금에도 수익금은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 B씨는 잠적했고, 해당 홈페이지도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한마디로 신종 스캠수법이다.국내 암호화폐거래소 고팍스의 자금세탁방지팀에 지난 10월말부터 4건의 동일한 유형의 스캠 사기신고가 접수됐다. 4건 가운데 3건은 거래소 차원에서 사전에 암호화폐 인출을 막아 금전피해를 막았지만 금융당국은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피해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어떤 경우든 낯선 이의 투자권유와 접근은 경계하고 볼일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1-02

오만(傲慢) 증후군

증후군(症候群)이란 질병의 몇가지 징후가 늘 함께 나타나지만 그 원인이 명확하지 아니할 때 쓰는 용어다. 영어로 신드롬이라 한다.권력이란 남을 합법적으로 지배하는 수단이다. 정부가 국민에게 강제하는 공권력 같은 것을 권력이라 한다. 권력이 꼭 정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직장이나 사회적 관계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권력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정치권력만큼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은 없다.권력이란 다른 사람을 지배하는 합법적 수단이라는 점에서 신중히 사용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권력을 남용해서 빚어진 불행한 일은 역사적으로 얼마든지 있다. 독재자의 말로 등이 그런 것이다.미국의 심리학자 대커 켄트너 교수는 “견제 없이 권력을 누린 자는 뇌 손상을 당한 사람처럼 공감 능력을 상실한다”고 말했다. 타인을 생각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실패에 대한 걱정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권력자의 공감능력 부족 등의 현상을 오만 증후군이라 부른다.상당 시간 견제 없이 권력을 누리게 되면 이런 증상은 더 심각해진다. 권력자는 국가와 자신을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자신에 대한 비판적 의견은 외면한다. 권력 집단의 판단에 대해 언제나 자신감이 넘쳐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국정을 1인 운영체제로 만들고 그에게 견제와 균형을 요구했던 참모 다수를 해고한 것을 두고 미국 내에서는 오만한 권력의 행태로 보는 시각이 많다.오만 증후군은 일종의 권력이 낳은 부작용이다. 권력을 남용하거나 국민의 뜻을 외면한 권력자의 독주가 빚은 잘못된 결과물이다. 집권당인 더불어 민주당이 5년 전 국민과 약속했던 당헌 규정을 내팽개치고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내기로 내부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여당의 오만 증후군이 또 하나 추가되는 순간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11-01

수불석권(手不釋卷)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책을 가까이하기에 적합한 기온이어서 여름내 잊고 지냈던 책을 한번쯤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예로부터 가을을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라 부른 것도 책 읽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뜻이다.가을은 오곡백과 등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책을 가까이한다면 이것도 힐링의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 한다. 우리에게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쌓게 한다. 또 눈으로 읽고 머리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체득하는 과정에서 어느새 삶의 지혜도 발견하게 된다. “책은 사람이 만들지만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그 말이 옳은 것이다.공자도 논어 첫머리에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이 또한 즐겁지 않겠느냐”고 했다. 공부를 하고 책을 읽는 것이 군자의 으뜸가는 일이라 했다. 맹자는 군자삼락(君子三樂)의 하나로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 말했다. 천하를 다스리는 왕이 되는 것보다 세상에서 영재를 만나 그를 가르치는 것이 훨씬 즐거운 일이라 했다.세종대왕은 한 권의 책을 100번 읽는 백독백습으로 유명하다. 그의 책 읽는 습관이 이름난 성군으로 만든 계기가 됐는지도 모른다. 조선시대 정약용은 집안을 일으키는 데는 책 읽는 것 만한 것이 없다고도 했다. 빌 게이츠는 그의 저택에 무려 2만여 권의 장서를 보유한 개인도서관을 두고 매일 책을 가까이하는 것에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한다.코로나 바이러스로 집콕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코로나로 불편해진 우리 마음을 책으로 달래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가을이 깊어가는 지금, 책 읽는 기쁨으로 울적했던 마음을 떨쳐 보는 것도 지혜로운 생각이다. 수불석권을 실천해 보자./우정구(논설위원)

2020-10-29

주식리딩방 주의보

주식리딩방은 자칭 투자전문가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등을 통해 투자자문을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곳을 말한다.문제는 주식리딩방이 금융감독원의 엄격한 규제를 받는 투자자문업자와는 달리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간행물, 출판물, 통신물, 방송 등을 통해 대가를 받고 단순한 투자조언을 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유사투자자문업자’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이들은 ‘고수익 보장’ ‘연간300% 수익’ 등과 같이 소비자들이 혹할만한 문구를 내세워 유혹하거나 연예인이나 유명인을 광고모델로 내세우기 때문에 외관만을 믿고 유료회원으로 가입했다가 큰 손실을 입고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많다.주식리딩방을 이용할 때는 우선 금융감독원에 신고된 유사투자자문업체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금융감독원 소비자정보포털 ‘파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금융감독원에 신고된 유사투자자문업체라고 하더라도 금융에 대한 전문성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유사투자자문업자의 경우 전문인력을 보유해야하는 요건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위 ‘주식리딩방’을 운영하는 운영자가 일반 개인인 경우 전혀 전문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유사투자자문업자는 법적으로 일대일투자자문을 할 수 없고, 오직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조언만 가능하다. 상담게시판이나 카카오톡 등 대화방을 통해 특정 주식에 대한 추천을 하거나, 전화를 이용한 매수·매도 권유는 모두 불법이다.수수료의 환불조건, 환불방법 등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피해를 입었다면 금융감독원 유사투자자문피해신고센터에 신고하면된다. 금융감독원 홈페이지를 통해 신고하면 연2회 심사를 통해 건당 최고 200만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