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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주식리딩방 주의보

주식리딩방은 자칭 투자전문가가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등을 통해 투자자문을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곳을 말한다.문제는 주식리딩방이 금융감독원의 엄격한 규제를 받는 투자자문업자와는 달리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간행물, 출판물, 통신물, 방송 등을 통해 대가를 받고 단순한 투자조언을 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유사투자자문업자’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이들은 ‘고수익 보장’ ‘연간300% 수익’ 등과 같이 소비자들이 혹할만한 문구를 내세워 유혹하거나 연예인이나 유명인을 광고모델로 내세우기 때문에 외관만을 믿고 유료회원으로 가입했다가 큰 손실을 입고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많다.주식리딩방을 이용할 때는 우선 금융감독원에 신고된 유사투자자문업체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금융감독원 소비자정보포털 ‘파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금융감독원에 신고된 유사투자자문업체라고 하더라도 금융에 대한 전문성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다.유사투자자문업자의 경우 전문인력을 보유해야하는 요건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위 ‘주식리딩방’을 운영하는 운영자가 일반 개인인 경우 전혀 전문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유사투자자문업자는 법적으로 일대일투자자문을 할 수 없고, 오직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조언만 가능하다. 상담게시판이나 카카오톡 등 대화방을 통해 특정 주식에 대한 추천을 하거나, 전화를 이용한 매수·매도 권유는 모두 불법이다.수수료의 환불조건, 환불방법 등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피해를 입었다면 금융감독원 유사투자자문피해신고센터에 신고하면된다. 금융감독원 홈페이지를 통해 신고하면 연2회 심사를 통해 건당 최고 200만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0-28

인재경영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가 선정한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천재 10인 중 한 명이다.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 인재로 그는 화가, 조각가, 발명가, 건축가, 과학자. 의사, 천문학자 등 수많은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그가 남긴 대표작 ‘모나리자’ 하나만으로 그의 천재성은 충분히 입증된다.보통 천재라 함은 “선천적으로 남보다 월등히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을 일컫는다. 하지만 심리학계는 이를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보았다. 하나는 표준화한 지능검사 결과, 보유능력이 뛰어난 인물을 가리킨다. 미국의 심리학자 터먼은 지능지수 140 이상을 잠재적 천재로 보았다. 그 숫자는 전체 인구의 0.4%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또 하나는 실제 업적에서 나타난 높은 수준의 창조적 능력을 말한다. 천재는 독창성과 창조력, 사고력을 필수적으로 지녀야 하며 미개척분야를 개척함으로써 그 속에서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본 것이다.‘네이처’지가 선정한 역사상 세계 최고의 천재로 꼽힌 인물치고 빛나는 업적이 없는 이는 없다. 독일 문학 최고봉을 상징하는 괴테나 영국이 낳은 극작가 셰익스피어, 상대성 이론의 아인슈타인, 미켈란젤로, 뉴턴 등등 그 어느 누구도 천재라 불러도 어색지 않는 인물이다.한 사람의 천재성이 지구와 인류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사실에 반론할 이유는 없다. 지난 25일 타계한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인재경영론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천재 1명이 10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그의 철학은 지금 삼성을 세계 최고 기업으로 만든 원동력이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도 사람이 하듯 인재중시 경영의 가치는 앞으로도 존중돼야 할 경영지표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0-27

유전자가위

생명공학 분야에서 혁명적인 발견으로 불리는‘유전자 가위’는 특정유전자에만 결합하는 효소를 사용해 원하는 유전자를 잘라내는 기술을 말한다.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다우드나 교수와 샤르팡티에 교수가 2011년 3세대 유전자가위‘크리스피 캐스9’을 완성해 각광을 받았다.‘크리스피 캐스9’은 박테리아에서 발견되는 면역시스템인‘크리스퍼’에 마치 가위처럼 DNA 염기서열을 자를 수 있는 단백질‘캐스9’을 결합한 기술이다.박테리아는 자신에게 침입한 바이러스의 유전자 일부를 표식으로 보관하다가 나중에 같은 유전자를 가진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바로 효소 단백질로 잘라낸다. 이를 손상된 유전자를 교정하는 데 쓰는 게 바로 유전자가위다. 유전자 가위를 절단하고 싶은 DNA에 붙이면 DNA 이중나선이 풀리면서 가이드 RNA와 DNA가 결합한다. 이 과정에서 특정 DNA가 잘리거나 붙으면서 DNA 교정이 가능해진다. 3세대 유전자 가위를 활용하면 연구자들이 동식물과 미생물 DNA를 정확하게 수정할 수 있어서 암 치료를 위한 새 대안을 제시하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유전질환을 정복한다는 꿈을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를 모으고있다. 다만 유전체를 마음대로 편집할 수 있다는 말은 생명의 기본적인 설계도를 마치 신이 된것처럼 조작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 윤리적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쥐라기 공원에 나오는 것처럼 멸종된 생물을 복원한다던가, 유전질환을 지닌 태아의 생명을 구하는 것처럼 기술적으로 난제에 봉착하던 난제들에 도전할 수 있는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문명발전이 인간의 생명윤리 자체를 넘어설 경우 인류가 겪을 재앙이나 공포가 결코 녹록치 않다는 점을 꼭 명심해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0-26

선택적 정의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는 정의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고 말했다. 군자와 소인의 차이를 의(義)와 이(利)로 구분했다. 정의로운 일에 앞장서는 것이야말로 참다운 군자라는 뜻이다. 군자란 지금의 사회 지도층이나 정치가를 이르는 말이다. 공자는 사람과 사회를 중요한 인식의 대상으로 삼은 사상가다. 특히 사회 지도층인 정치가의 도덕심은 사회를 바르게 세우는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유럽 국가의 오랜 전통인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흐름이 같다.정의란 근본적으로 가진 자의 솔선수범에서 시작한다. 지금 국가 경영에 직간접 참여하는 선출직 정치인이나 장관 등 고위직에 대한 도덕성 요구는 이런 점에서 너무 당연하다. 가진 만큼 더 큰 책임이 있고, 지도자가 가진 힘과 재산은 반드시 정의롭게 사용돼야 한다.정의는 인간이 이성적 판단을 가지고 언제 어디서든 추구하는 올곧은 가치관을 이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 본질은 평등”이라고 했고, 플라톤은 “지혜, 용기, 절제의 완전한 조화”라고도 했다.지금 우리 사회 모두가 외치는 정의는 과연 올바르게 실현되고 있는지 아리송할 때가 많다. 각자가 주장하는 정의가 사람마다 다르게 인식된다고 하면 정의로운 사회는 영원히 이룩될 수 없다. 정의란 시대불변의 진리인데도 사람에 따라 혹은 이익단체의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면 그것은 정의일 수 없다는 것이다. 정의는 누구에게나 동일할 때 정의의 본질이 성립하는 것이다. 정의를 두고 네 것과 내 것으로 가르는 것은 진실에 위배되는 모순이다. 어떤 사안을 두고 “정의롭다, 아니다”라는 판단은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던진 ‘선택적 정의’란 표현은 그런 점에서 편가르기로 보일 뿐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0-25

마피아 공무원

1972년 개봉된 알파치노 주연의 ‘대부’는 할리우드 영화 상 가장 훌륭한 걸작 중 하나로 평가된다. 주인공 알파치노는 실제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출신으로 영화의 배경이 된 마피아 조직의 이야기를 실감 있게 연기한 배우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영화에 나오는 마피아 권력의 모습을 지나치게 품격 있고 권위적으로 그려냄으로써 범죄조직을 미화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던 영화다.마피아는 19세기말 이전부터 남이탈리아의 복잡한 정치구조 속에서 번성한 범죄조직이다. 20세기에는 미국 등으로 넘어와 마약, 도박, 금융 등에 얽힌 거대한 범죄조직으로 발전하였고, 지금은 기업형 범죄조직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용어다. 한 때 이탈리아 마피아 범죄조직이 한해동안 벌어들인 돈이 이탈리아 국가 GDP의 7%에 달했다고 하니 그들의 범죄 활동범위를 짐작게 한다.마피아라는 유명세 덕분에 범죄 조직뿐 아니라 공적인 이익보다 사적인 이익에 치중하는 집단에게도 마피아라는 이름이 곧잘 붙여졌다. 서로 비슷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인맥을 통해 조직적으로 편의를 봐주는 경우다. 그래서 마피아는 부정적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된다.관피아는 관료의 권력유착과 전관예우 등의 문제를 빗대 부른 합성어다. 재경부 마피아, 환경부 마피아, 해수부 마피아, 복지 마피아 등으로 사안에 따라 구체화되기도 했다.한 때 국가 발전의 주역이던 관료 집단이 언제부턴가 사적인 영역에서 권력을 행세하면서 마피아라는 불명예스런 호칭을 얻게 된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 최근 산자부 공무원이 탈원전 정책 감사와 관련 조직적으로 증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또한번 “마피아 같다”는 비난을 들었다. 공직자의 올바른 국가관과 도덕성에 대한 대오각성이 필요한 때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10-22

크라우드 펀딩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은 온라인상에서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제도를 말한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용어는 군중을 뜻하는 영어 단어 ‘크라우드’와 재원 마련을 뜻하는 ‘펀딩’이 합쳐져 만들어졌다. 우리나라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최초로 제도화된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온라인 플랫폼에서 증권을 발행하고, 투자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을 일반적으로 ‘크라우드 펀딩’으로 지칭한다. 크라우드펀딩은 자금 문제를 겪던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잡지나 음반, 영화, 아이디어 상품 제작 비용을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아 실제로 만들어지는 사례도 나온다. 크라우드펀딩에서 한 방식인 대출은 개인과 개인 사이에 이루어지며, 개인간 직거래 방식 금융 서비스(Person to Person 금융)이라고 해서 ‘P2P 대출’이라 부른다. P2P 대출은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멀리 떨어진 사람끼리 온라인으로 직접 금융거래를 하는 방식이다. 거래 당사자는 P2P 대출로 만나기 전까지는 잘 알지 못하던 사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돈을 주고받는다는 데서 P2P 대출은 친구나 가족에게 돈을 꾸는 것과 다르다. 그리고 기존 제도권 금융에서 소외된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자금조달방법이 되고있다.금융위원회가 21일 크라우드 펀딩의 발행한도를 현재 연간 15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하고, 프로젝트 투자대상 사업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 일부 업종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분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화제다. 크라우드 펀딩이 시장을 활기차게 하는 자본조달방식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0-21

전세 대란

다른 사람의 집을 빌려 쓸 때 일정한 돈을 맡겼다가 내놓을 때 다시 찾아오는 것을 전세(傳貰)라 이른다. 이같은 전세 제도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주거임대차 제도다.그 기원은 1876년 강화도 조약에서 찾는다. 당시 부산, 인천, 원산 등 3개 항구를 개항하면서 일본인의 거주지가 조성되고, 서울로 인구가 몰리면서 전세 형태의 주거가 생겨난 것을 원류로 본다.전세 제도는 주택금융시장이 활성화되기 이전의 일로,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제도다. 임대인은 자산을 주택 형태로 보유하고, 임차인은 월세 대신 원금을 지킬 수 있는 전세를 선택함으로써 상호이익이 부합한 시장 구조다.전세 제도는 무주택 서민에게는 유주택자로 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고 유주택자는 인플레로부터 자신의 자산을 보호받는 구조가 돼 그 제도가 지금까지 탄탄하게 유지돼 왔다.집주인이 집값의 절반 정도에 임대하는 것은 이윤적 측면에서 손해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독특하게도 집값이 상승되면서 그런 손실 부분을 보상해 주었다. 전세는 우리만의 주거형태로서 지금은 국민에게 친숙한 주거문화라 하겠다.지난 7월 정부여당이 집값을 잡겠다며 임대차보호법을 시행한 이후 전국은 전세 대란으로 떠들썩하다. 집 없는 서민이 지금처럼 무주택의 설움을 당해 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전셋집을 구경하는데 돈을 달라 하지 않나 집주인이 세입자의 관상까지 보겠단다. 전세 살 사람이 많이 몰려와 제비뽑기까지 하고 있다. 전에 보지 못한 진풍경이다. 정부 정책이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섣부른 정책의 입안과 결정이 전세 대란을 일으켰고, 그 바람에 서민만 녹아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10-20

단풍지도

단풍지도는 국립수목원이 해마다 우리나라 단풍이 절정을 이룰 시기를 예측해 발표하는 지도로, 주로 한라산, 설악산, 지리산을 포함해 우리나라 각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주요 산 19개 지역을 대상으로 단풍절정 시기를 명기해 발표한다.국립수목원이 발표한 2020년 우리나라 산림 단풍 절정 예측 지도에 따르면 올해 단풍은 지리산 10월12일(±5일), 소백산 10월15일(±6일), 설악산 10월17일(±9일)에서 가장 빠르게 절정을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전라남도 상황봉(완도)이 10월30일(±5일)로 예측된 지역 중 가장 늦게 단풍이 드는 것으로 분석됐다.또 주왕산(경북)은 10월19일(±7일), 계룡산(충남) 10월20일(±6일), 속리산(충북) 10월21일(±5일), 한라산(제주) 10월22일(±5일), 수리산(경기) 10월24일(±5일), 내장산(전북) 10월26일(±5일)로 각각 예측됐다. 올해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첫 단풍 시기가 예년보다 늦어지면서 단풍의 절정 시기도 늦춰졌다. 설악산의 첫 단풍 시기는 지난해 보다 하루 늦춰졌고, 오대산의 경우엔 첫 단풍 시기가 5일이나 늦어졌다. 이는 지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중반보다 일주일 이상 느린 속도다.단풍나무는 추위가 느껴지면 얼어 죽지 않으려고, 잎과 가지 사이에 단단한 세포층을 형성해 나뭇잎으로 가는 영양분을 차단해 나뭇가지와 뿌리를 지킨다. 이때 초록 빛깔을 내던 엽록소가 파괴되면서 나뭇잎 세포 속에 있던 다른 색깔의 색소가 잠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단풍이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단풍 절정시기가 해마다 늦춰져 새로운 단풍지도를 작성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으니 지구촌 환경보호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0-19

만산홍엽의 계절

가을을 상징하는 절기로는 한로(寒露)와 상강(霜降)이 있다. 한로는 지난 8일, 상강은 오는 23일이다.한로는 찬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때라는 뜻이다 이 때는 여름철에 피었던 꽃들이 점점 지고 가을 단풍이 짙어진다. 우리 속담에는 “한로가 지나면 제비도 강남 간다”는 말이 있다. 한로를 기점으로 추워지기 시작한다는 의미다.상강은 쾌청한 가을 날씨가 계속되는 가운데 밤에는 기온이 낮아져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날이다. 지표면에 있던 수증기가 엉겨 서리로 변한다. 곧 겨울이 닥친다는 말이다. 농사적으로는 추위가 닥치므로 추수를 빨리 마무리하여야 하는 시기다. 그러나 단풍이 절정에 다다르고 국화도 활짝 피어 늦가을의 풍광이 마음껏 펼쳐지는 아름다운 계절이기도 하다.코로나19가 극성을 부려도 계절은 어김없이 변화한다. 봄에는 시인, 가을에는 철학자가 된다는 누군가의 말에 공감하면서 올 가을철에는 계절의 변화가 주는 묘미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빼앗긴 봄과 여름을 가을의 만산홍엽(滿山紅葉)에서 보상받아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우리를 지키기 위해 방역 수칙만은 잘 지키면서 말이다.지난 주말 강원도 설악산은 단풍 절정기를 맞아 탐방객들로 붐볐다고 한다. 코로나 영향으로 단체관광은 줄었지만 가족단위 탐방객은 작년보다 더 늘었다는 소식이다. 팔공산과 가야산 대구경북지역 산들은 오는 27일쯤이 절정기가 될 것이라 한다. 성급한 마음에 벌써 단풍을 찾아 나선 이도 있으나 울긋불긋 제대로 물들어진 단풍을 구경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상강이 들어선 이번 주부터가 단풍구경하기가 딱 좋은 계절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0-18

제비뽑기

제비뽑기는 한자말로 하면 추첨(抽籤)이다. 주로 운에 맡기는 것으로 승부를 빨리 내고 싶을 때하는 놀이다. 경상도지방에서는 심지뽑기라 부르고 충청도지방에서는 꽁지뽑기로도 부른다. 제비는 잡다의 명사형인 ‘잡이’. ‘잽이’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원래 제비뽑기는 우연의 결정을 신에게 맡긴다는 뜻으로 신성하게 사용됐으나 뒤에 와서 어려운 분쟁을 시비 없이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성격이 바뀌었다고 한다. 오늘날 학교 입학이나 아파트 추첨, 복권 추첨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된다.복불복(福不福)처럼 운에 맡기는 놀이는 그밖에도 많이 있다. 사다리 타기나 가위 바위 보 등도 일종의 운에 맡기는 놀이다. 큰 부담 없이 승부를 빨리 내는 것으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내기 등에 많이 사용한다.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디어헌터’에 등장한 러시안 룰렛 게임은 운에 맡기기는 하지만 목숨을 담보한 것이어서 위험천만한 놀이다. 회전식 연발 권총의 여러 개 약실 중 한자리에만 총알을 넣고 총알의 위치를 알 수 없도록 탄창을 돌린 후 머리에 총을 겨누어 방아쇠를 당기는 게임이다. 전쟁에서 포로에게 고문의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하나 실제로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영화가 히트를 치면서 영화 상영 후 5년 동안 미국에서는 러시안 룰렛으로 35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보도가 있었다.우리 생활주변에서 간혹 운에 맡겨 결정해야 할 일이 발생한다. 친구 사이에 커피내기와 같이 큰 부담이 없는 것들이다. 이 때는 제비뽑기가 적당하다.최근 서울의 한 아파트 전세물건에 10여 명의 입주 희망자가 몰려와 중개업소가 나서 제비뽑기로 입주자를 선정했다고 한다. 전세 대란이 빚은 희한한 제비뽑기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0-15

뉴AI 시대

AI(Artificial Intelligence)는 인공 지능을 가리키는 말로, 컴퓨터에서 인간과 같이 사고하고, 학습하고, 판단하는 논리적인 방식을 사용하는 인간지능을 본 딴 고급 컴퓨터프로그램을 말한다. 이 용어가 처음 사용된 건 존 매카시와 마빈 민스키 등이 참석한 1956년 다트머스 컨퍼런스에서다. 초기의 인공지능은 확정된 환경에서 유한개의 솔루션을 탐색하는 일을 맡았다. 하지만 현실은 환경도 매우 불확정적이고, 솔루션도 미리 유한개로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기계학습은 이런 문제들을 데이터 중심의 판단으로 풀어간다. 예를 들어 “A소설을 산 사람들이 B소설도 사더라.”라는 경향을 파악하고 관련 소설을 추천해주는 것 역시 기계학습의 대표적 이용 사례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컴퓨터에게 사진 이미지를 통해 누가 동일인물인지를 물어보았을 경우, 컴퓨터는 픽셀이 비슷한 무조건적 유사성을 따른다. 그러나 AI는 ‘시행 착오 기술’이다. 에러를 계속 교정, 결과를 얻는다.머신러닝(ML)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는 장병탁 서울대 교수(컴퓨터공학, 서울대 AI연구원장)가 최근 “1세대 AI는 고전(Classical)AI, 2세대 AI는 현대(Modern)AI, 3세대 AI는 뉴AI로, 닫힌 세계인 1,2세대 AI와 달리 오픈 세계”라며 “AI가 가상에서 현실로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뉴AI시대가 오고있다는 얘기다. 초기단계지만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사람이 데이터를 줘서 기계가 학습했지만 머신러닝이 나오면서 기계가 스스로 학습 및 프로그램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뉴AI시대가 부르는 사회적 변화는 가히 혁명적이어서 현기증이 날 정도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0-14

악어의 눈물

이집트 나일강에 사는 악어가 사람을 잡아먹고는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는 전설에서 ‘악어의 눈물’이란 말이 나왔다. 실제로 악어는 먹이를 먹을 때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슬퍼서 흘리는 것이 아니라 눈물샘의 신경과 입을 움직이는 신경이 같아서 일어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악어의 눈물은 보통 위정자의 거짓 눈물 등의 뜻으로 사용된다. 최근 김종인 국민의힘 대표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한밤중 열병식에서 내보인 눈물을 두고 악어의 눈물에 비유했다. 그가 보인 눈물은 인민을 위한 연민의 정이 아니고 인민의 감성을 자극하는 일종의 통치수단이란 뜻이다.이해관계에 있을 때 어느 집단보다 가장 독하게 싸우는 정치인도 눈물은 흔하게 보인다. 선거에서 승리를 했을 때 그들이 보이는 눈물은 드라마틱할 정도다. 자신을 지지해준 주민에게 저렇게 감동적으로 고마움을 표시할까 싶다.역사적으로 볼 때 강력한 통치권자도 눈물을 보인 사례는 많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유비는 눈물이 많기로 잘 알려져 있고, 조선왕조를 세운 태조 이성계도 부하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역사 기록이 있다.강력한 지도자의 눈물은 연약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적인 면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그들이 흘린 눈물은 백성들에게 각별하게 다가간다.그러나 눈물은 진실할 때 상대를 진정 감동시킬 수 있다. 상대의 눈물이 진실한지 여부는 쉽게 알 수가 없으나 눈물의 진실은 시간이 지나면 드러나게 마련이다.미국의 저명작가 어빙은 “눈물은 천만단어 보다 힘 있는 웅변”이라 했다. 김정은의 눈물이 인민에게 힘 있는 웅변으로 감동적이게 전달 된 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의 눈물이 악어의 눈물인지 아닌지 판명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10-13

신종 보이스피싱 ‘전화 가로채기’

‘전화 가로채기’는 전화를 가로채 받을 수 있는 앱을 피해자 스마트폰에 깔도록 유인한 뒤 돈을 갈취하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일컫는다. 전화 가로채기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자 스마트폰에 악성 앱을 설치하는 데서 시작한다. 이후 범죄 조직은 금융사나 경찰 등을 사칭해 금융사기에 연루됐으니 확인 바란다는 식의 연락을 한 뒤, 악성 앱을 통해 피해자 스마트폰을 감시한다.피해자가 금융사 대표번호, 112 등으로 전화를 걸어 확인하려 하면 사기꾼이 전화를 가로채 자신들에게 연결해 안심시키며 원하는 계좌로 입금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또 보이스피싱 집단이 피해자가 평소 거래를 해 오던 은행 이름으로 기존 빚을 갚으면 신용도가 높아져 낮은 금리로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등 피해자가 관심을 보일만한 내용의 문자를 보낸다. 이 문자에 안내된 번호로 전화를 걸면, 이들은 보안을 위해 문자에 링크된 애플리케이션(앱)을 스마트폰에 내려받도록 유도한다.피해자가 앱을 설치한 후 평소 거래하던 은행, 카드사 등에 전화를 걸어도 보이스피싱 집단이 피해자가 설치한 앱을 통해 전화를 가로채 마치 은행원 등 관련 직원인 것처럼 상담을 해 돈을 갈취하는 방식이다.이는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검찰, 금융감독원 등 국가기관을 사칭하던 보이스피싱 방법에서 한걸음 더 진화한 신종 보이스피싱 기법이다.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공식 앱 장터 외에서는 애플리케이션 설치하지 않기 △스미싱 차단을 위한 보안 앱 및 모바일 백신 설치하기 △문자 메시지에 포함된 URL 클릭 하지않기 등이 필수다. 눈 뜬 채 코 베이고 싶지않다면 모두 조심, 또 조심할 일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0-12

부부 일심동체

남편을 위해 정성을 다해 살아가는 아내를 열녀(烈女)라 불렀다. 옛날에는 열녀를 기리는 비(碑)를 세워 그녀의 공덕을 찬양하고 널리 알렸다.유교에서 중요시하는 덕목으로 효(孝)와 열(烈)이 있다. 효는 자식이 부모를 섬기는 것이며, 열은 아내가 남편을 섬기는 것이다. 여필종부(女必從夫)의 개념이다. 여성의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한 봉건적 발상에서 비롯된 잘못된 역사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조선시대는 남편이 죽으면 아내가 재혼을 할 수 없도록 아예 법제화했다. 법으로 재혼을 못하게 했을 뿐 아니라 개가(改嫁) 자체가 죄악시 되는 사회였다. 지금 생각하면 남존여비 사상의 병폐가 얼마나 극심했을까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요즘 젊은이들은 절반 정도가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하는 성인의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남학생보다 여학생일수록 더 그렇다.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그래서 그들이 바라보는 부부란 서로의 인격이 존중받고 공동체의 삶을 살아가는 동반자적 관계이지 어느 한쪽 우월적 개념은 아니다. 부부가 뜻이 잘 맞아 일심동체(一心同體)가 된다면 좋지만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할 이유는 없다. 다만 일심동체를 위해 서로 노력하자는 데는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요즘 젊은이의 사고다.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코로나 와중에 요트 구입 차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응답이 절반 정도 나왔다. 다소 의외지만 법률적 문제가 없다면 개인의 자유개념이 존중돼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강 장관은 “남편의 해외여행을 억지로 막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부부 일심동체’라는 말이 더 이상 우리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된듯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10-11

하르츠 개혁

하르츠 개혁은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때인 2002년 2월에 구성된 노동시장 개혁위원회가 제시한 4단계 노동시장 개혁 방안을 말한다. 설립 당시 폭스바겐의 담당 이사였던 피터 하르츠가 위원장을 맡아‘하르츠위원회’로 불리게 됐다. 하르츠위원회가 내놓은 4단계 노동시장 개혁 방안은 당시 독일 정부의 사회복지 및 노동 정책인 ‘어젠다 2010’의 하나로 2003년 1월부터 시행됐다. 주요 내용은 △노동시장 서비스와 노동정책의 능률 및 실효성 제고 △실업자들의 노동시장 재유입 유도 △노동시장 탈규제로 고용 수요 제고 등에 초점을 맞췄다. 슈뢰더 전 총리는 실업률을 줄이기 위해 임시직 고용을 늘리고, 저소득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식의 하르츠 개혁을 통해 독일을 성장 정체의 수렁에서 건져내고 경제 호황을 구가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다만 하르츠 개혁이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급여와 사회보장 및 복지를 대폭 축소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점에서 대중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최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화두로 던진 노동법 개정이 독일의 ‘하르츠 개혁’을 염두에 둔 것이란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노동개혁 카드를 제시한 것이 상법· 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등 공정경제 3법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즉, 재계와 국민의힘 내부에서 공정경제 3법에 불만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 공정경제 3법에 부정적인 재계를 다독이면서, 당내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라는 설명이다. 어쨌든 코로나19에다 경기침체로 쪼그라든 호주머니 사정에 시름만 깊어진 서민들은 나라살림을 살찌울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지도자의 출현을 고대하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0-07

알권리

1971년의 일이다. 미 정부는 베트남전쟁 비밀문서를 폭로한 언론(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에 대해 게재 중지를 법원에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국민의 알권리라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뒷날 이 판결은 알권리의 사회적 권위를 확립시킨 결정적 판결로 평가를 받는다.이 내용은 실화를 바탕으로 2017년 ‘더 포스트’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는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인 자유로운 보도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지켜내는지를 그렸다. 또 언론의 역할과 진정한 저널리즘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기도 했다.미국 신문사 경영자이며 퓰리처상을 만든 조셉 퓰리처(1847∼1911년)는 사실 보도에만 충실했던 당시의 뉴스 정형을 센세이셔널하게 바꾸면서 신문사 경영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인물이다. 상업성과 정론언론의 영역을 넘나든 경영은 그를 현대 저널리즘의 창시자라 부르게 했다. 그는 신문은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가르치는 도덕 교사라고 말할 만큼 언론은 부당함과 부패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한 인물이다. 그의 기금으로 만들어진 퓰리처상은 언론계의 노벨상이라 불릴 만큼 세계적 권위를 가지고 지금도 운영되고 있다.정부가 언론보도에 대해 징벌적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려고 하자 언론단체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헌법상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한다는 것이 반발 이유다. 가짜뉴스나 악의적 보도를 막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징벌적 제도로 합리화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진실에 대한 접근은 언제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언론보도는 더욱 그러하다.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다. 이 제도가 악의적 보도 등에 대한 근절효과보다 언론의 활동을 위축 시키는 결과로 나타난다면 이를 발상한 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을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10-06

불법사금융 ‘대리입금’ 주의보

불법사금융이자 고금리불법사채의 한 형식인 대리입금은 콘서트 티켓이나 게임 비용 등이 필요한 청소년을 유인해 소액을 단기로 빌려준 뒤 고액 이자를 챙기는 방식이다. 대리입금 업자들은 SNS 등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접근해 1만~30만원 내외의 소액을 2~7일간 단기 대여해주는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다.친근한 지인 간의 거래처럼 보이게 하려고‘이자’라는 말 대신 ‘수고비’나 ‘사례비’라는 용어를 쓰고, ‘연체료’라는 단어 대신 ‘지각비’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업자들은 수고비로 대출금의 20~50%를 요구하고, 약정기간을 넘기면 시간당 1천~1만원의 지각비를 부과한다.현재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에는 법정 최고금리가 각각 연 27.9%, 연 25%로 명시돼 있지만, 시행령에서 최고금리가 모두 연 24%를 넘지 못하도록 돼 있어 법정 최고 이자율 상한은 연 24%이며, 이보다 높은 이자를 받으면 불법이다. 대리입금의 수고비와 지각비를 이자율로 계산했을 경우 약 20~50% 수준이며, 빌리는 돈이 소액이라 체감하기 어려울 뿐 실질적으로는 연 1천%에 달하는 곳도 있다.대리입금 피해 사례를 보면, 청소년 B군은 3일 동안 10만원을 빌리고 14만원을 상환했는데도 36시간 연체에 대한 지각비 5만원(시간당 1500원)을 내라는 협박 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이들 업자들은 신분 확인을 빌미로 가족이나 친구의 연락처 등을 요구하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 불법 추심 등 2차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거래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대리입금은 코로나19로 호주머니가 텅 빈 가정의 청소년들을 유혹해 경제파탄에 이르게 하는 색깔 고운 독버섯이니 절대 가까이 하지 말아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0-05

LID 증후군

어느 때보다도 조용한 추석명절을 보냈다. 추캉스라 하여 제주도 등 일부 관광지는 추석 연휴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몹시 붐볐으나 보통의 가정은 쓸쓸할 만큼 조용한 추석명절이었다. 특히 정부가 코로나19 대유행을 우려, 언텍트 추석을 권하면서 노인들의 추석연휴 뒤끝은 여운이 남는다. 1년에 겨우 명절 두 번 정도 집으로 찾아오는 자식과 손자소녀를 이번 추석에는 만나보지 못함이 마음을 영 편치 않게 했다는 것이다.코로나19로 “올해 추석은 집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막상 명절을 보내고 나니 그 허전함이 크다.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면 마음의 병이 될까봐 두렵다.LID 증후군은 핵가족화에 따른 노인의 고독병을 일컫는다. 자녀가 분가해 떠나고 주위에 의지를 했던 사람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면서 생기는 손실감(Loss), 자녀와 떨어져 대화될 상대를 잃은 소외감(Isolation), 또 이런 상태가 오래 동안 지속되면서 생기는 우울증(Depression) 등의 표현을 줄여서 한 말이다.전문가들은 LID 증후군이 오래 지속되면 무기력, 방황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삶의 질은 자연 떨어지게 된다고 한다. 이런 부정적 정서가 기억력, 언어 등 인지능력 저하로 이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노인들은 비록 1년에 두 번이지만 명절 때 자식과 손자손녀와의 만남을 삶의 공백을 메우는 기회로 여긴다.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갑작스레 바꿔진 명절 분위기로 어쩔 수 없다고치자. 하지만 노인들의 속내는 섭섭하기 짝이 없는 명절이었다. 비대면 추석을 보낸 젊은 세대는 부모세대의 섭섭함과는 달리 다수가 해방감으로 보냈다고 반응했다고 하니 세대 간의 온도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0-04

뇌 먹는 아메바

아메바는 몸 전체가 한 개의 세포로 돼있고, 크기는 1mm를 넘는 것도 있지만 대개 0.02~0.5mm 정도의 원생동물을 가리킨다. 겉모습이 변하며, 세포의 일부에 위족이란 돌기를 만들어 늘렸다가 줄였다 하면서 움직인다. 최근 미국 텍사스주 한 도시의 수돗물에서 뇌를 파먹는 아메바로 알려진 ‘네글레리아 파울러리’가 검출돼 비상이 걸렸다.6살 소년이 뇌 먹는 아메바에 감염돼 입원하자 수돗물을 검사했고,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검사 결과 11개 샘플 가운데 3개에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것. CDC에 따르면 뇌 먹는 아메바 감염은 매우 드물지만, 치사율이 굉장히 높아 감염된지 4~5일만에 대부분 사망한다. 1962∼2018년 미국에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감염된 사람은 모두 145명이며, 이 가운데 4명만 생존했을 정도다.‘뇌 먹는 아메바’는 수영하는 사람의 콧구멍에 들어가 후각신경조직을 거쳐 뇌에 도달하고, 이로 인해 아메바뇌척수막염이라는 뇌질환을 일으킨다. 이 뇌질환은 사람간에 전염되지는 않는다. 날씨가 더워져 수온이 오르는 6~8월에 많이 발생한다. 초기증세는 두통·열·구토 등으로 나타나며,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이어 균형감각 상실·마비·환시 등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죽음에 이른다.뿌옇거나 초록빛이 도는 호수나 강에서 물놀이할 때 코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특히 잠수를 피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감염사례가 없으나 대만, 파키스탄, 타이완, 일본 등 주변국에서 감염사례가 보고돼 조심해야 한다. 예방법은 수온이 높은 민물에서의 수영을 피하고, 부득이 수영할 때는 코를 막는 제품을 사용하는 게 좋겠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9-28

‘미스터 트롯’ 방식

민영방송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미스터 트롯’은 신개념의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시청자를 통한 철저한 공개 검증과정과 서바이블을 겸한 불꽃 튀는 출연자의 경연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은 시청률을 이끌어 냈다.1만5천여 명의 도전자가 참가한 이 오디션 프로그램은 본선 진출자 101명의 경쟁과정이 방송에 그대로 중계되었다. 매번 탈락자가 발생하고 승자의 다음 기회 진출, 또다시 반복되는 경쟁과정은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미스터 트롯’ 경연방식이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것은 이와 같은 공개 오디션을 배경으로 제공한 풍부한 볼거리에 있었다. 종래의 오디션과는 달리 출연자 한 사람의 재능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참가자간 팀워크를 평가하고 팀 플레이를 통한 개인별 역량도 평가에 반영함으로써 흥미 요소를 더욱 풍부하게 했다. 단순히 트롯이라는 음악의 한 장르에 머물지 않았다.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재능이 겨누면서 남녀노소 누구나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그런 분위기 속에 스타의 대중성은 자연스럽게 수직 상승한 것이다.선풍적 인기를 모았던 ‘미스터 트롯’의 경연 방식에 정치권이 관심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각종 선거에 나설 공직후보자 결정 방법을 민영방송에서 대성공을 거둔 공개 오디션 방식을 본보기로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미스터 트롯’ 방식이다.철저한 공개 검증이 핵심이므로 기존 공천 방법에 익숙한 기성 정치인에게는 불리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향후 선거에서 필승을 노려야 하는 야당의 입장에서는 그 어떤 방식도 선택지가 된다. 하지만 정치는 국민의 믿음이 밑바탕이다. 정당이 믿음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그 어떤 방식도 성공하기가 어렵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