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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의 길

등록일 2021-09-28 19:52 게재일 2021-09-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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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까지만 해도 자식이 부모에게 주는 생활비나 용돈이 노부모 부양의 전부다.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 등 제대로 된 노인복지제도가 생기기 전에는 부모를 직접 모시고 사는 것 아니면 이런 형태가 노인부양의 대표적 모습이다.

지금은 한국에서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는 시대는 끝난 것으로 보는 것이 보편적 시각이다. 자식을 애지중지 키워온 부모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있지만 자식에게 한 푼도 받지 않고 각자도생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지금은 돈이 모자라면 죽을 때까지 열심히 일을 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생활비를 줄이고 조용히 지내야 한다. 아직도 자식의 도움을 기대한다면 시대착오적 생각이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이란 말의 유래는 원래는 대기근이나 전쟁 등 나라가 어려울 때 백성이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나온 말이라 한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이 말이 9번이나 나온다고 한다. 임진왜란 등 국난 시절, 도탄에 빠진 백성들은 나라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각자도생의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1년 8개월째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금의 유행이 얼마나 더 오래갈지 아무도 예측을 못한다. 정부는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전국민 70%에 도달하는 시점에 코로나와 일상을 함께하는 위드 코로나를 검토한다고 한다. 백신접종률이 높아지면 위중증 환자 증가가 둔화되고 치사율도 낮아져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한 위드 코로나 체제로의 전환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2019년 구직난에 봉착한 젊은이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각자도생을 꼽았던 일이 생각난다. 코로나 위기에서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길이 또다시 각자도생이라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영 편치가 않다.

/우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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