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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캅 속 여성

등록일 2021-09-07 19:41 게재일 2021-09-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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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무장 조직인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후 혼돈 상태에 빠져 있는 아프가니스탄 내에서 무슬림 여성의 인권 문제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0년 전 아프간을 통치했던 탈레반이 이슬람 율법을 앞세워 여성의 취업과 교육기회를 박탈하고 남성없이 외출도 못하게 한 바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탈레반 정권은 이와 관련 과거처럼 여성의 인권을 억압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으나 그들이 속속 발표하는 여성관련 규정을 보면 그렇지 않다. 과거로 회귀하는 징조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 여성이 전통복장인 부르카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총살까지 당하는 일이 벌어져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 탈레반 정권이 아프간 내 사립대학의 여학생을 대상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만 내놓는 이슬람 전통복장인 니캅(niqab)착용을 강제했다는 외신도 들어오고 있다. 내용에 따르면 여대생은 니캅을 착용하지 않으면 수업을 들을 수 없으며 남녀 간 수업은 분리가 원칙이며 여의치 않을 경우 커튼을 쳐서 서로 보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여성은 여성교사만이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도 한다.

이런 공포 분위기 속에서도 무슬림 여성들의 권리 주장을 위한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져 눈길을 끈다. 최근 카불시내에 4명의 여성이 종이 한 장씩을 들고 목숨을 건 시위를 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아직은 탈레반이 시위에 대한 강압적 제지는 없다. 그러나 무슬림 여성들의 권리 보장 시위가 더 확산된다면 어떤 형태의 시위 진압이 나올지 알 수 없다. 무슬림 여성이 자신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헤쳐나가야 할 길은 마치 가시밭길 같이 험난해 보인다.

/우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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