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긁어 부스럼

부스럼은 피부에 나는 종기다. 종기라고 하지만 괴롭고 귀찮고, 더럽기도 한 고약한 병이다. 특히 옛날에는 더 그랬다. 많은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간 무서운 병이었다.뾰족하게 부어오른 작은 부스럼은 뾰루지, 목뒤 머리털이 난 가장 자리에 생기는 부스럼은 발찌, 풍열 때문에 볼 아래에 생기는 것은 볼거리라 부르는 등 종기는 생기는 부위마다 이름도 제각각이다.우리의 선조는 이런 종기가 생겨나지 않게 정월 대보름날에는 새벽부터 일어나 부럼을 깼다. 밤, 잣, 땅콩 같은 것을 까먹고 깍지를 버리면 한 해 동안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었다. 종기가 얼마나 사람을 괴롭혔으면 이런 풍습이 생겼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현대의학이 발달한 요즘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치병이 있으니 그 옛날에야 종기와 같은 질병이 준 고초가 얼마나 컸을까 짐작이 간다. “긁어 부스럼 만든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아무렇지도 않은 일을 공연히 건드려서 걱정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가만있으면 중간은 한다”는 말과 뜻이 통하는 속담이다. 사용하기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사서 고생한다”는 우리말도 일맥상통하는 표현이다.사람이 살다보면 실수도 하는 법이고 잘하겠다고 했던 일이 어긋나 손해를 보는 일도 있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는 말은 어설프게 알아서 걱정거리가 된다는 말이다. 우리 속담에 “아는 것이 병”이라는 말과 비슷하다.정부 정책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막중해 신중해야 한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전 국민에게 2만원의 통신비를 지급하려다 선별지급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유야 어쨌던 기대했던 일부 국민의 불평이 터져 나왔다. 사려 깊지 못한 정책을 밀다가 긁어 부스럼 낸 꼴이 됐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9-24

추석발 스미싱 주의보

올 추석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족과 지인 간 문자메시지나 메신저 등으로 안부 인사를 전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추석발 스미싱 주의보가 내렸다.안랩에 따르면 최근 아들·딸 등 가족 구성원을 사칭하거나 안부 인사로 위장한 메시지로 악성 앱 설치나 금융정보 탈취를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녀를 사칭한 문자 메시지로 개인정보와 금융정보, 문화상품권 구매 후 핀번호 등을 요구하거나 스마트폰 원격 조종 등 악성 앱 설치까지 유도하는 것. 가족이나 친지의 문자라도 문자메시지로 앱 설치를 유도하거나 금전거래를 요구할 경우, 직접 전화를 걸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스마트폰 전용 백신을 사용하는 게 좋다.고향 방문 대신 선물을 보내는 상황을 노리거나 사회적 이슈를 악용한 보안위협도 이어지고 있다. 해커가 택배 알림으로 위장한 스미싱 문자나 메일로 악성코드를 유포하거나 유명 국제 배송업체의 송장 확인 메일을 위장해 악성코드를 유포하는 사례다. 심지어 정부가 소상공인 등 코로나 2차 재난지원금 대상자에게 문자메시지 안내를 보낸다고 예고하자‘2차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위장한 스미싱 문자메시지도 발견된다. 피해 예방을 위해선 출처가 불분명한 문자메시지 및 메일의 URL, 첨부파일은 실행을 하지 않는게 중요하다. 사용하고 있는 프로그램과 앱을 항상 최신으로 유지하고, PC와 스마트폰에 백신을 설치하는 등 보안 수칙을 실천해야 한다. 추석 연휴에는 PC나 스마트 기기로 영화, 게임, 인기 동영상 등의 콘텐츠를 즐기는 사용자가 많아 이를 노린 해커들의 공격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은 코로나와 스미싱 위험을 피해 조용히 지내는게 좋겠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9-23

언택트 추석

올 초 시작한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세상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비대면 언택트(Untact) 문화가 지금 우리시대를 주도한다.“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하더니 요즘 우리 사회는 모든 길이 언택트로 통한다. 가급적 사람을 만나지 않고 볼일을 볼 수 있다면 그것이 최상이다. 집콕이나 재택근무가 오히려 권장되고 있는 세상이다.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하며, 식사 중에는 가급적 대화를 삼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전시나 공연은 온라인으로 즐겨야하고 직접대면 회의는 화상으로 대체된다. 이러다가는 정녕 사람 만날 일이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사람은 본래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사람을 사회적 동물이라 했다. 그런데 요즘 우리사회는 모든 대면행위가 통제되고 비대면이 마치 선(善)인양 대접 받는다.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추석에는 언택트 문화가 우리의 명절 관습마저 바꿀 것 같다. 코로나 유행을 걱정한 정부는 “우리 조상도 역병이 돌 때는 제사를 모시지 않았다”며 이번 명절에는 가급적 이동을 말라고 조른다. 성묘는 온라인으로 하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에게는 마음의 정성으로 대신하란다.한국교통연구원은 이번 추석에는 평년보다 30% 정도의 교통량 감소를 예측했다. 그만큼 고향을 찾는 자녀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부모인들 역병이 창궐한다는데 위험을 무릅쓰고 고향에 오길 바라지는 않는다.하지만 코로나19 창궐로 만들어진 언택트 문화가 가족의 만남을 막고 명절 분위기를 삭막하게 하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악마 같은 코로나가 빨리 지구를 떠나 내년 명절에는 가족이 한자리에 앉아 이야기 꽃을 피웠으면 좋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9-22

추석선물 트렌드

코로나19 사태로 추석에 고향을 방문하는 대신 선물만 보내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추석 선물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이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9일까지의 판매 데이터 전체를 분석한 결과 올 추석 선물 트렌드 키워드는 명절 선물 가격대가 지난해보다 높아지고(Flex), 건강과 위생(Anti-Virus)을 고려한 상품이 인기였으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선물만 원격(Remote)으로 보내는 현상이 두드러져‘F.A.R’로 꼽혔다고 21일 밝혔다.우선 판매된 선물세트의 평균 가격대가 지난해 추석보다 15% 이상 상승했다.특히 선물세트에서 10~20만원대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배 이상 늘었다.코로나19로 귀성을 자제하면서 선물에 신경을 쓰는 소비자가 많아졌고, 올해 추석 기간 공직자 등에게 허용되는 농·수·축산물 선물 상한액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역대 명절 중 처음으로 핸드워시 선물 세트가 인기 품목 10위 안에 드는 등 위생 관련 제품이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건강기능식품 중 홍삼만 인기를 끌었지만, 올해는 유산균, 루테인, 비타민 등 다양한 건강식품이 인기 순위 20위 내에 올랐다.또 선물하는 방식도 달라져 휴대폰 번호만 알면 손쉽게 선물을 보낼 수 있는‘선물하기’서비스 이용이 크게 늘었다.이는 직접 만나 선물을 전하는 대신 휴대폰 문자를 통해 손쉽게 선물을 보내는 고객이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받는 사람의 주소를 정확히 알지 못하더라도 선물할 수 있는 점 역시 장점이다. 코로나19가 명절 선물 트렌드까지 크게 바꾸는 모양새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9-21

퍼펙션 포인트

남자 100m 달리기 경기에서 10초의 벽이 깨진 것은 1968년 멕시코 올림픽 경기 때다. 미국의 짐 하인즈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100m를 9초95로 돌파했다. 이후 9초86(칼 루이스), 9초74(포웰)로 신기록이 갱신되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경기에 와서는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에 의해 9초7의 벽이 깨진다.0.1초의 벽을 깨기 위한 스포츠계의 도전은 늘 흥밋거리다. 인간의 한계가 만들어내는 최고의 기록을 ‘퍼펙션 포인트’라 한다. 인간이 넘어설 수 없지만 끈질기게 도전하고 가까이 갈 수 있는 최고의 기록을 말한다. 이런 기록에 대한 도전과 좌절은 스포츠를 관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흥미와 매력을 선물한다.1982년 조난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미국 MIT공대 휴허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로봇의족을 차고 71m 암벽등반에 성공한다. 일반인으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한계에 대한 도전이다.히말라야 8천m급 16좌를 세계 최초로 완등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지난해 대한민국 스포츠 영웅으로 선정됐다. 대한체육회는 불굴의 도전 정신으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의 인생철학이 국민 모두에게 희망을 준 점 등이 스포츠 영웅 선정 이유라 했다.이처럼 인간은 한계를 알면서도 한계에 도전한다. 그들의 도전이 비록 0.1초의 한계 극복에 그칠지라도 인류가 함께 느끼는 한계 극복의 통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스웨덴의 아르망 뒤플랑티스가 18일 이탈리아서 열린 세계대회에서 남자 장대높이뛰기 결선에서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외신에 따르면 그가 세운 기록은 종전보다 1cm가 더 높은 6m15다. 1cm의 한계를 뛰어넘는데 무려 26년의 세월이 걸렸다. 인간의 도전정신에서 묻어나는 신선함이 느껴진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9-20

軍의 명예

명예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만은 특별히 명예를 소중히 하는 집단을 손꼽으라 하면 군인 집단만 한 데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군인의 임무는 전시와 평시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전시에는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고, 평시에는 전쟁을 억제하고 전쟁에 대비하여 철저히 준비하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재산을 보호하는 군의 임무와 직결되는 역할이라 하겠다.그래서 보통 군인 정신에는 애국심, 충성심, 희생정신, 임전무퇴의 기상 등과 같은 온갖 성스럽고 거룩한 요소들이 많이 포함된다고 한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나라와 민족을 위해 언제든지 목숨을 내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군의 기본정신이다.목숨을 건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존엄한 명예를 지키는 것과 같다. 서구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출발은 귀족층의 희생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로마시대 귀족층이 서민층보다 존경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솔선수범한 전쟁참여 정신에 있다.남보다 먼저 내 목숨을 내놓겠다는 프랑스 칼레시의 시민정신도 남을 위한 나의 희생에 있었고, 영국 이튼칼리지가 귀족학교지만 일반시민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학교가 솔선해 보인 희생정신 때문이다. 이튼칼리지의 학생들은 1, 2차 세계대전에 자발적 참여로 2천명이 넘는 이가 목숨을 잃었다.군은 명예를 잃으면 국가와 민족을 위해 내던질 목숨이 없는 것과 같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특혜와 관련해 여당 정치인이 추 장관을 감싸기 위해 군의 기강을 무너뜨리는 경솔한 발언을 일삼아 걱정스럽다. 국가를 위해 정치적으로 목숨을 한번이라도 내던져 본적이 없는 정치인이 목숨과 같은 군의 명예를 짓밟을까 두렵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9-17

지역화폐 논란

지역화폐는 특정 지역에서 자체 발행해 특정 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화폐로, 일명 ‘고향사랑 상품권’으로도 불린다. 형태에 따라 지류형(종이상품권)·모바일형(QR코드 결제 방식)·카드형(선불·충전형)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때 30여개의 지역화폐가 도입됐다. 지역화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보통 시·군별로 백화점,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사행성 업소를 제외한 전통시장이나 영세상점 등으로 사용처가 제한된다. 올해는 서울·경기·세종 등 229개 지자체가 서울사랑상품권, 경기지역화폐, 인천e음, 여민전 등으로 연간 9조원 규모로 발행하고 있다. 소비자는 10% 할인된 금액으로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를 구입하고, 8%는 중앙정부 국고보조금으로, 나머지 2%는 지자체 예산으로 지원하고 있다.지역화폐의 유효성 논란은 최근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지역화폐 발행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관측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연구보고서로 촉발됐다. 연구진은 통계청 통계빅데이터센터(SBDC)를 통해 2010~2018년 3천200만개 전국 사업체의 전수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역내총생산(GRDP) 1% 규모로 지역화폐를 발행할 경우 동네마트·식료품점 매출만 기존 매출 대비 15% 증가했을 뿐 나머지 업종의 매출 증가는 0%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권유력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자신이 지역발전의 원동력이라고 도입해 전국적으로 확산시킨 지역화폐에 대한 평가절하라며 발끈했다. 이걸 계기로 지역화폐 정책이 힘겨운 서민의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명명백백히 밝혀지길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9-16

망국병

망국병이라 함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말한다. 그 고질병을 콕 꼬집어 말하라고 하면 “이거다” 하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나라를 망하게 하는 이유가 매우 다양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조선말 단재 신채호는 조선이 망한 이유로 유교문화를 손꼽았다. 그가 주장한 유교망국론에 대해 당시 많은 지식인이 동조했다. 유교문화에서 비롯된 사대주의 사상과 당파 싸움, 허례허식과 같은 잘못된 문화가 결국 조선을 멸망의 길로 이끌었다는 것이다.한나라가 융성하고 쇠락하는 것은 외적 요인보다 내적요인에 의한 것이 더 많다. 내적 요인이란 그 사회와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지도자나 국민을 말한다. 국민이 똑똑하거나 뛰어난 지도자가 나와 국가를 잘 경영한다면 나라가 망할 이유는 없다. 특히 과거처럼 전쟁과 무력으로 한 국가를 점령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간 것이다.인도의 간디는 나라가 망할 때 나타나는 일곱 가지 병폐를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성 없는 상업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종교 등이다.틀릴 데가 없는 말이다. 사회정의는 반드시 원칙이 있어야 세워지고, 부를 축적하려면 땀과 노력이 필수여야 한다. 종교가 희생이 없다면 종교로서 의미를 상실한 거나 같다.정부의 2차 재난지원금이 국회 문턱을 넘기도 전에 여권 내부에서 내년초 3차 지원금 얘기가 흘리고 있다. 국민이 곤경에 빠졌다면 정부가 할 일은 마땅히 해야겠지만 나랏빚이 산더미인데 국민 세금을 선심 쓰듯 하겠다는 집권여당의 생각이 지극히 실망스럽다. 포퓰리즘으로 망한 나라는 얼마든지 있다. 포퓰리즘적 발생이 잦으면 그것도 망국병이 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9-15

‘단지 셰어링’서비스

세대별로 갑자기 필요한 물품이나 부탁할 일이 있을 때 서로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마을공동체 문화를 되살리는‘단지셰어링’서비스가 새롭게 소개돼 관심을 끌고있다.예를 들면 컴퓨터가 갑자기 말썽을 일으켜 쓸 수 없게 됐을 때 “노트북 한나절만 빌려주실 분 찾습니다”라고 올리면, 주민 가운데 그날 하루 컴퓨터 쓸 일이 없는 사람이 “제가 빌려드릴게요”라고 댓글로 응답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급하게 외출해야 할 일이 생겨 아이를 잠깐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거나 집들이를 해야 하는데 큰 상이나 그릇이 필요한 경우에도 이런 앱을 이용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골프 강사나 아이 미술·음악·운동 선생님 등을 찾거나, 유모차·장난감과 어린이용 자전거 등이 필요한데 잠깐 쓸 용도여서 목돈주고 장만하기 애매할 때도 유용하다.단지셰어링 서비스 아이디어는 어린 시절 웬만한 것은 마을 주민끼리 다 해결할 수 있었던 시절의 추억에서 비롯됐다. 아이 학교 육성회비를 내야 하는데 돈이 떨어졌으면 이웃에게 빌렸고, 갑자기 호미나 낫이 필요할 경우 이웃집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급하게 외출을 할 때도 마주치는 동네 주민에게‘우리 애들 밥 좀 챙겨줘’라고 말하면 됐던 시절이었다.이같은 앱서비스를 개발, 제공하고있는 쏘시오리빙은 2018년 설립해 시작한 종합 주거 서비스에 아파트단지 주민끼리 물품과 재능을 공유할 수 있게했다. 이 서비스는 현재 서울 강남의 아크로비스타·신반포자이와 수원시 꿈에그린 등 5개 아파트단지 5600세대를 대상으로 제공되고 있다. 우리 전통의 아름다운 마을공동체 문화가 4차산업혁명 시대에 되살아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9-14

김치의 힘

김치는 우리나라 전통 발효식품이다. 지역과 가정마다 담그는 방법이 다양해 우리나라에는 200종이 넘는 김치가 있다.지역별로 보면 추운 북쪽지방은 고춧가루가 적게 들어간 백김치, 보쌈김치, 동치미 등이 유명하며 영남지방은 짠 김치, 호남지방은 매운 김치가 특색이다.김치에 들어가는 고추에는 비타민이 매우 풍부하고 마늘과 파, 생강 그리고 젓갈류 등이 가미되면서 김치는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한 건강식품이다. 미국의 건강잡지인 ‘헬스’는 세계 5대 식품으로 한국의 김치를 선정했다. 웰빙식품인 김치에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소화를 원활히 하고 암을 예방하는데 유익하다는 것이 선정 이유였다.한방에서도 김치를 음양이 조화된 완전식품으로 설명한다. 성질이 서늘한 배추와 무가 열이 많은 고춧가루, 마늘, 파, 생강 등과 음양의 조화를 잘 맞춘 식품이라 건강에도 좋다고 했다. 조선후기에 만들어진 ‘동국세시기’가 김장 담그기와 장 담그기를 우리 민족의 중요 연례행사로 소개할 정도로 김치는 우리민족과는 뗄 수 없는 관계다.최근 프랑스의 한 연구진이 코로나19 사망자수와 국가별 식습관 차이간 상관관계를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진은 확진자 대비 사망자수가 적은 국가로 한국과 독일을 주목했다.두 나라는 발효된 배추와 양배추를 주된 부식으로 먹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한국의 김치와 독일의 ‘사우어크라우트’다. ‘사우어크라우트’는 양배추를 시큼하게 절여 발효시킨 음식이다.코로나 사태 속에 국내 김치의 수출이 전년보다 무려 44%나 증가했다. 국내 김치업계는 김치가 코로나 면역력 증강에 좋다는 소문이 알려지면서 김치의 해외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놀라운 김치의 힘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9-13

축약어 시대

영어 브런치(Brunch)는 아침식사와 점심식사 그 사이에 먹는 식사를 말한다. 미국에서는 브런치를 먹는 가정이 많아 자연스레 생긴 단어라 한다. 우리나라도 언제부턴가 이를 아점이란 말로 부르기 시작했다. 국립국어원에서 어울참으로 사용할 것을 권했지만 아점으로 그냥 굳어져 가고 있다.긴 단어나 말을 줄여 부르는 현상이 어느 듯 우리의 일상에서 신조어라는 이름을 달고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소확행이나 버스카드 충전을 가리키는 버카충, 생일파티의 생파 등은 그래도 점잖은 표현이다. 낄낄빠빠(낄때 끼고 빠질때 빠져)나 안물안궁(안물어 봤고 안궁금함), 걸조(걸어다니는 조각상) 등은 설명을 듣지 않으면 내용 파악이 쉽지 않은 축약어다.법률분야에서도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개선법)과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과 같이 줄여 부르는 일들이 다반사로 행해지고 있다. 축약 언어의 사용은 세태 반영과 더불어 언어 관습의 변화란 관점에서 유의 있게 볼만한 일이다. 일부 전문가는 한국인의 축약어 사용은 민족의 조급성을 반영한 것이란 설명도 하고 있으나 더 자세한 것은 연구가 있어야 할 일이다.긴말을 줄여 부르는 것이 꼭 언어의 왜곡으로만 볼 수 없다.영어에도 축약어가 많이 있다. see you를 CU, First를 1st 등으로 부르는 것 등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축약된 언어가 무질서하게 난무한다면 언어 정화 차원에서 재고의 여지는 있다.최근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젊은층 사이에 영끌이란 말이 유행이다. “영혼까지 끌어 모은다”는 말의 줄임이나 작고 사소한 것까지 탈탈 털어 모은다는 뜻이다. 기성세대에 실망한 젊은층이 지어낸 축약어라서 씁쓸한 뒷맛이 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9-10

‘거북목 증후군’ 주의보

코로나19 재확산사태로 비대면 온라인수업이 크게 늘면서 많은 시간을 모니터앞에서 보내는 학생들에게 ‘거북목증후군’주의보가 내렸다. 거북목증후군은 C자형의 정상 목뼈가 잘못된 자세로 인해 일자목으로 변형되고, 더 악화되면 거북이의 목처럼 앞으로 나오고, 이로 인해 통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주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생긴다. 대표적인 증상은 목이 뻣뻣해지면서 아프고, 어깨주위까지 통증이 번진다. 팔 저림, 두통, 어지럼증 등도 따를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오래 지속될 경우 목디스크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증상이 경미한 환자의 경우 물리치료, 약물치료, 도수치료, 주사치료 등 비수술치료만으로도 좋아진다. 하지만 이미 목디스크로 진행된 환자의 경우 통증부위에 약물을 투입해 염증을 치료하는 시술을 고려할 수 있다. 시술은 경막외신경성형술, 풍선확장술, 고주파수핵성형술, 신경차단술 등이 있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목디스크가 심한 경우에는 수술을 해야한다. 수술에는 경추 전방유합술, 양방향 내시경 하후방 경유 신경감압술 및 추간판 제거술이 있다. 특히 목디스크를 그냥 방치할 경우 하반신 또는 전신마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거북목증후군은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컴퓨터 모니터나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눈높이에 맞춰 사용하고, 어깨와 가슴을 바로 펴고 턱을 가슴쪽으로 당긴 바른 자세로 앉아야 한다. 또 1시간 이상 장시간 앉아있는 경우 중간중간에 목과 어깨의 긴장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코로나19가 촉발한 또 다른 병마에 어린 학생들이 병들지 않도록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한 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9-09

공평무사(公平無私)

춘추시대 진나라 평공(平公)이 기황양이라는 대신에게 물었다. “남양현을 다스릴 사람으로 누가 적당한지를 추천하라”고 했다. 그러자 기황양은 그 자리에서 바로 “해호가 가장 적임자 입니다”고 말했다.두 사람 사이를 잘 아는 평공은 깜짝 놀라 “내가 알기로 두 사람 사이가 원수지간인데 어찌 그 사람을 추천하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그는 “전하께서 남양현을 잘 다스릴 사람을 물으셨지 나하고 관계를 물은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대답했다. 공평하여 사사로움이 없다는 뜻의 대공무사(大公無私)란 말의 유래에서 나온 이야기다.삼국지의 제갈량은 군기를 바로세우고 공정한 법 집행을 위해 그의 친구 동생인 마속의 목을 벤다. 눈물을 흘리며 마속의 목을 베었다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은 신상필벌을 엄정하게 집행할 때 쓰는 표현이다.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정의의 여신’은 눈을 가리고 있다. 또 한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손에는 칼을 쥐고 있다. 저울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겠다는 것이며 칼은 사회질서를 파괴 하는 자에 대한 제재를 의미한다. 눈을 가린 것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공평무사함을 견지하겠다는 의지의 뜻이다.공정한 사회란 자유경쟁이 허용되고, 출발과 과정에서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부패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마땅히 있어야 하는 사회를 말한다.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의 군휴가 특혜 의혹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이젠 사실에 입각한 진실 규명만이 문제를 풀 해법으로 보인다.야당의 특임검사 요청으로 실체 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도 지금부터가 주목거리다. 그러나 이 사건의 핵심 포인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공평무사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9-08

캘리포니아 홍역

캘리포니아 홍역은 백신접종 등 전염병예방을 위한 지침준수를 개인의 판단에 맡겼다가 집단감염을 통제할 수 없게 된 대표적인 사례로, 2014년 캘리포니아주 디즈니랜드를 방문했던 9명의 아이들이 홍역에 감염된 것을 시작으로, 미 전역 7개주에서 140명이 넘는 홍역 환자가 발생한 것을 가리킨다. 홍역은 95%가 예방접종을 하면 집단면역이 형성돼 퇴치할 수 있다. 집단면역은 집단의 대부분이 감염병에 대한 면역성을 가졌을 때, 감염병의 확산이 느려지거나 멈추게 됨으로써 면역성이 없는 개체가 간접적인 보호를 받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문제는 그 당시 캘리포니아주는 개인의 종교적인 신념 등을 이유로 예방접종을 거부할 수 있었다. 특히 예방접종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의학논문이 부모들 사이에 반향을 일으키면서 접종 반대운동이 일어났다. 과학자들이 예방접종은 안전하다고 설득했지만 한번 자리잡은 대중의 믿음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고학력자들이 백신 반대운동을 주도했다. 그 결과 캘리포니아주는 예방접종 비율이 떨어져 집단면역이 붕괴되는 바람에 말 그대로 홍역을 앓았다. 그 직후 캘리포니아주는 백신의무화법을 제정, 시행중이다.역사적으로 고대 지중해의 초기 기독교는 이교도들이 병자들을 팽개치고 도망가는 와중에도 서로 도움을 줘서 교세를 확장하는 성공을 누렸다. 이후 1천여년이 넘은 현대에 이르러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는 정부가 자제를 촉구했음에도 8월15일 반정부집회를 갖고, 국가의 방역정책과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에 정면도전함으로써 이 나라의 방역체계를 위협,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법원이 7일 전광훈 목사에 대한 보석취소 결정으로 140일만에 재수감토록 한 것은 자업자득, 인과응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9-07

민족 이동의 딜레마

추석은 설날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이다. 이 날은 전국에서 흩어져 있는 가족들이 고향을 방문해 부모·형제들과 함께 명절 연휴를 보낸다. 그 해 추수한 햅쌀로 밥을 지어먹고 햇곡식으로 송편도 만든다. 사과, 밤 등 햇과일로 준비한 차례상을 차리고 조상의 산소를 찾아 성묘도 한다. 모처럼 떨어져 지내던 가족이 만나 즐거움을 나누는 날이다.추석은 삼국시대 이래 내려온 우리 고유의 전통 명절이다. 연휴기간 고향을 찾는 귀성객만 어림잡아 수천만명에 이른다. 추석 당일 이동객만 700만∼800만명 정도로 보고 있다. 이른바 민족의 대이동이 추석연휴 기간 동안 이뤄지는 것이다. 전국의 고속도로망은 극심한 교통정체 현상을 빚는 게 추석 명절 때의 우리 모습이다.코로나19가 난동을 부리면서 올해 추석 명절의 민족 대이동이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재확산으로 고향으로 갈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금 추석이 문제냐” “조상 모시다 내가 먼저 죽는다” 등 귀성과 관련한 부정적 의견이 다수 나돌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추석절 이동제한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했다.정부도 추석 명절이 코로나 대확산의 분수령이 될까가 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민들에게 “방역을 최우선해 연휴 계획을 세워달라”고 당부했다. 추석절 이동제한이라는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 정말로 벌어질지도 모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덕담이 무색해질 지경에 놓인 것이다.하루 1천명대 확진자를 기록한 일본은 “추석귀향 자제”를 정부가 당부했다고 한다. 언텍트 시대의 민족 대이동이 딜레마에 빠졌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9-06

각자도생(各自圖生)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했다. 사람은 끊임없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존재한다는 뜻이다. 사람이 동물과는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사회성’을 들 수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은 전쟁에서만 통용되는 말은 아니다. 사람이 사는 사회는 협동과 단결이 난관을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되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은 무거운 짐도 나눠지면 가볍고 기쁨도 함께 하면 더 즐겁고 기운이 난다는 뜻이다.각자도생은 제각기 살아갈 방도를 따로 찾는다는 말이다. 조선시대 대기근이나 전쟁 등 어려운 상황일 때 백성이 스스로 알아서 살아 남아라는 절박함에서 유래했다 한다. 조선시대만 해도 전쟁과 같은 국난이 일어나면 나라에서 백성을 온전히 보호해 줄 방법이 없다. 임금이 백성들에게 불가피하게 각자도생의 길을 찾으라 했다는 것이다. 2019년 직장인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각자도생이었다. 경기불황과 구직의 어려움에 봉착한 직장인에게 각자도생은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으로 보였던 모양이다.각자도생은 각박해지는 세상살이의 세태를 반영한 말로 보아도 좋다. 삶의 무게나 고뇌가 커지고 있음을 달리 표현한 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식의 삶의 방식이 우리생활의 주류로 등장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고 바이러스로부터 내 몸의 안전을 보호받기 위한 집콕과 무대면 방식이 우리를 억누르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사람은 서로 만나 부대길 때 인간적임을 느낄 수 있다. 각자도생의 삶에서 탈출할 날은 언제 올까./우정구(논설위원)

2020-09-03

디지털뉴딜, 데이터댐

정부가 추진중인 한국판 뉴딜 10대 과제 가운데 중앙정부 재정이 가장 많이 투입되는 사업이 바로 ‘데이터 댐’사업이다.데이터댐은 사회 곳곳에 흩어진 공공·민간 데이터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나의 형태로 가공하고, 이렇게 구축된 빅데이터를 분석·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과 5세대(5G) 통신망을 갖추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가적인 사업이다.5년간 총 15조5천억원의 국비가 투입될 예정이며, 정부는 이를 통해 38만9천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빅데이터 구축은 관련 업계의 수요는 크지만, 막대한 단순 수작업이 필요해 민간에서는 선뜻 손대지 못하는 영역이었으며, 정부 재정을 동원해 단순 수작업 인력을 대량으로 고용해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경기 활성화까지 노리는 `뉴딜 정책` 취지에 가장 적합한 디지털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일 ‘데이터 댐’ 프로젝트의 7대 핵심사업들을 수행할 주요기업 등의 선정 작업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사업 추진에 나섰다.7대 핵심사업은 과거 미국 대공황 시기의 ‘후버댐’ 건설과 같은 일자리와 경기부양 효과에 우리 미래를 위한 투자와 각 분야의 혁신을 동시에 추진하기 위해 기획된 AI학습용 데이터 구축, AI 바우처와 AI데이터 가공바우처 사업, AI융합 프로젝트(AI+X), 클라우드 플래그십 프로젝트, 클라우드 이용바우처 사업,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구축 등 7개 사업이다.다만 세상이치가 모두 밝은 곳이 있으면 어두운 곳이 있는 법. 데이터댐이 만들어낼 일자리 이면에 일자리를 잃는 기존 산업 종사자의 아픔도 헤아려주길 바랄뿐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9-02

음서제 논란

고려 18대 왕 의종 때 일이다. 문신 한뢰가 유흥놀이 끝에 대장군 이소응의 뺨을 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평소 문신의 권력 놀음에 지쳐있던 정중부 등 무신들이 이 사건을 계기로 정변을 일으킨다. 이것이 무신정변(1170년)이다.고려시대는 문벌 중심의 귀족사회다. 문신이 정치권력을 독점하고 경제적으로는 대토지를 경영하고 심지어 군대를 지휘 통수하는 병권도 장악하고 있었다. 무인은 귀족정권을 보호하는 호위병 수준으로 전락, 불만이 많았던 때다.고려시대 음서제도는 문벌귀족 사회임을 입증하는 대표적 제도다. 5품 이상 관리의 자제는 과거를 보지 않고 관리로 채용되는 제도다. 조상의 음덕으로 자자손손이 벼슬에 올라 떵떵거리며 살 수 있다.당시 음서제는 날로 폐단을 더하여 수혜 범위가 관리의 아들, 손자, 외손자, 사위까지 확대됐다. 전체 관리 중 음서 출신자가 과거급제자보다 많아 나라 살림이 제대로 관리될 리 만무했다. 결국 무신정변으로 문벌귀족사회는 몰락하고 종국적으로는 고려가 망하는 원인이 됐다.예나 지금이나 제도가 공정하지 않으면 민심 이반이 일어나게 마련이었다. 그것이 역사가 가르쳐 준 교훈이다. 조선시대에도 음서제는 이어졌다. 그러나 수혜 폭이 많이 줄어들면서 관리를 희망하는 양반 자제들은 자연 과거 시험으로 몰려들어 벼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워졌다고 한다.정부의 공공의대 설립을 둘러싼 현대판 음서제 논란이 뜨겁다. 청와대 국민 청원판에는 “공공의대 게이트에 대한 진상규명”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국민이 납득할 정부의 명쾌한 답변이 해결책일 것 같다. 국민은 공공의대 설립 목적과 과정이 평등하고 공정한 쪽으로 손을 들어줄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9-01

혁신적인 암치료법, 중입자치료

우리나라에도 머지않아 혁신적인 암치료법인 중입자치료시스템이 도입될 전망이다. 중입자 치료는 암세포 살상능력이 가장 뛰어난 탄소입자를 선형가속기에서 1차 가속하고, 원형가속기에서 2차 가속해서 암세포에 조사해 암세포의 유전자고리를 끊어 파괴하는 방법이다.기존 방사선치료에 사용되는 엑스선이나 감마선은 피부를 뚫고 체내에 들어가면 살상능력이 크게 줄어들어 치료효과가 적고, 정상세포를 파괴하는 부작용이 적지않다. 그러나 중입자치료는 암세포에 정확히 방사선을 투사해 정상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 부작용이 적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치료효과도 뛰어나 기존 방사선 치료 시 2~3주에 걸쳐 수십차례 치료해야했으나 중입자 치료는 초기 폐암의 경우 단 1회만으로 치료하는 등 치료횟수가 통상 12회 이내로 줄어들었다. 검사시간은 30분 내외며, 실제 치료시간은 이보다 짧은 3분 내외다. 치료중에도 사회활동을 하며 통원치료가 가능한 첨단 암치료법이다.특히 두경부암과 뇌암과 같이 방사선치료를 받아도 재발이 쉽거나 암치료가 어려운 부위, 폐암, 간암, 췌장암, 재발성 직장암, 골육종 등 주요 고형암에 효과적이다. 중입자 치료 시 폐암 5년 생존율은 15.5%에서 39.8%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고 보고돼있다.중입자치료의 핵심기기인 중입자가속기는 탄소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빔을 암세포에 조사하는 치료기기로, 현재 전 세계에서 단 12개 센터만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2022년 연세의료원에 중입자가속기가 구축될 예정이고, 2024년 말에는 부산 기장에도 중입자치료센타가 운영될 예정이라니 암환자들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희소식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8-31

빗나간 일기예보

나비효과란 본래 기상예측 모델 연구에서 유래한 말이다. 1961년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츠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상변화를 예측하는 과정에서 소수점 이하의 작은 수치가 결과적으로 완전히 다른 기후패턴으로 나타난 것을 두고 이렇게 불렀다고 한다.과학이 발달하기 전 옛날 사람들은 구름이나 동물의 움직임 혹은 피부로 느껴지는 기온의 변화로 내일의 날씨를 점쳤다. 중국 스찬성 대지진 직전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가 대이동했다는 것을 두고 지진의 전조로 보는 것 등이 그런 사례다.우리 속담에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는 말이 있다. 모기나 잠자리 등 곤충들은 습기가 많아지면 날개가 무거워서 낮게 날게 된다. 곤충을 잡아먹는 제비도 자연 낮게 날게 되므로 비올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개구리가 크게 울면 비가 온다”는 속설도 마찬가지다. 공기 중 습도가 많아지면 개구리의 호흡량이 늘어 울음소리가 커진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동물적 본능을 일기와 연관 짓는 것은 흔한 일이다.신라시대에 이미 천문기상 관측소인 첨성대를 세웠던 것이나 세종대왕이 세계 최초의 측우기를 발명한 것 등으로 보아 일기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국민적 중요 관심사임에 틀림이 없다.올여름 내내 폭염이 예상된다던 기상청의 예보가 빗나가면서 기상 불신이 심하다.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빗나간 사례가 한두 번 아니지만 올 여름 유독 기상청은 고개를 들 면목이 없어 보인다. 여름 내내 폭염이라던 예측과 달리 역대급 장마가 이어지고 수해 발생이 빗나간 일기 탓이란 항의가 연일 이어졌기 때문이다. 또 해외 사이트에서 국내 일기를 확인하는 이른바 기상 망명족까지 늘어났다고 하니 기상청의 체면이 말이 아닌 셈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