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발생한 7.2 규모의 강진으로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는 최소 2천명 이상이 사망했다. 실종자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조그만 섬나라가 온통 쑥대밭으로 변했다.
섬 주민들은 다 무너진 집앞에서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서 있다. 비가 내리는데도 많은 사람이 바깥에서 잠을 청한다. 여진으로 더 많은 건물이 무너질 것이 두려워서다. 적어도 7만7천여 가옥이 완전 파손되거나 손괴됐다.
아이티는 서쪽으로 바다를 마주하고 동쪽에는 도미니카공화국과 접해 있다. 지난 2010년에도 대지진으로 30만 명이 목숨을 잃어 아이티하면 지진을 떠올린다. 1804년 프랑스에서 독립했지만 경제적 기반이 약해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1인당 GDP 719달러(2017년), 실업률은 60%를 넘는다. 지난달에는 아이티 현직 대통령이 총격으로 암살당했다. 이번 대규모 지진이 겹치자 외국에선 이곳을 비극의 땅이라 부른다.
비극의 땅이 한 군데 더 있다. 미군의 철수로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이다. 이곳 역시 혼돈 중이다. 탈레반이 대통령궁을 장악하자 이곳 국제공항은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비행기에 타지 못한 일부 시민은 비행기 랜딩기어나 날개에 붙어 있다 떨어지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최근에는 아프간 정부군과 관료들이 처형당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나돌며 그곳의 참혹한 현실이 있는대로 전해졌다. 아프간은 러시아와 중국, 인도, 중동이 교차하는 교통요지다.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과거에도 여러 나라의 지배를 받았다. 비극의 땅이라 불리는 나라에는 공통점이 있다. 국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강한 국력만이 국민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