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졌잘싸”

등록일 2021-08-05 17:07 게재일 2021-08-06 19면
스크랩버튼

코로나로 관중 없이 진행되는 도쿄 올림픽에서는 유난히 페어플레이 선수나 팀이 주목을 받는 일이 많다.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아예 언론에 노출되지 못하던 과거의 모습이 줄고 스포츠 정신을 살린 선수나 팀이 언론에 자주 부상한다.

우리나라도 금메달리스트만이 스포트라이트 되지 않았다. 열심히 시합을 준비한 선수의 피와 땀과 눈물이 관중을 감동시켰다. 여자배구의 김연경 선수를 세계가 극찬한 것도 메달 획득을 염두에 둔 칭찬은 아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한 남자 럭비팀이 그러했다. 참가 12팀 중 꼴찌를 했으나 열악한 여건에서 처음 본선에 진출한 그들에게는 ‘아름다운 꼴찌’란 칭찬이 뒤따랐다. 유도 중량급의 조구함 선수가 비록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승자의 손을 번쩍 들어주는 페어플레이 정신에 관중의 박수는 쏟아졌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을 “졌잘싸”라 부른다. 과거 한국 축구팀이 세계 강호를 만나 좋은 경기를 펼쳤을 때 졌지만 잘 싸웠다고 했던 것이 유래가 돼 이렇게 불리게 됐다고 한다. 예상을 뛰어넘어 잘 싸운 선수를 격려할 때 “졌잘싸”란 말을 자주 쓴다.

전쟁에 비유한다면 계백장군이 국가 명운을 걸고 결사항전했던 황산벌 전투 같은 것을 “졌잘싸”라 부를 수 있다. 비록 백제는 망했으나 황산벌 전투의 계백장군 기상은 오랫동안 귀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금메달보다 잘 싸운 선수를 격려하고 스포츠 정신에 충실한 이를 칭찬하는 문화가 정착해 기분 좋은 모습이다. 스포츠 정신이란 승리에 연연하지 않고 정정당당히 승부하는 것에 있다. 승자는 겸손하고 패자는 예의바른 태도를 보일 때 품격이 있는 것이다. 네거티브에 빠진 우리 정치권도 “졌잘싸” 문화를 본받으면 어떨까.

/우정구(논설위원)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