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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홍콩 보안법

홍콩 국가보안법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처리돼 2020년 6월 30일 밤 11시(현지시간)부터 시행된 법안으로,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은 물론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리즘 활동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하는 기관을 수립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중국은 홍콩 반환 23주년 기념일(7월1일) 1시간 전에 법 시행과 동시에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전문을 공개했다.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또 주요 사안의 관할권은 중앙이 가지는데, △외국 세력이 개입했거나 홍콩 특구 정부가 효과적으로 법 집행을 할 수 없는 심각한 상황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있는 상황에서는 중앙정부가 설치하는 홍콩 국가안보처(홍콩 주재 국가안보공서)가 관할권을 가진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홍콩의 공직 선거 출마자나 공무원 임용자는 반드시 중화인민공화국에 충성 맹세를 하도록 했으며, 학교와 사회단체·미디어·인터넷 등에 필요한 조치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국가안보 교육도 시행하도록 했다. 홍콩의 법률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에 따라 기본적으로 홍콩 의회인 입법회를 통해 제정되지만, 국방·외교 등 홍콩 정부의 업무 범위 밖의 법률에 대해서는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홍콩 정부와 협의해 추가·삭제할 수 있다. 홍콩보안법 시행은 사실상 중국이 2047년까지 홍콩에 보장해온 일국양제 원칙을 부정하는 것으로, 향후 홍콩이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에 급속히 편입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의 강권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와의 충돌로 이어지니 걱정스러울 따름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7-01

말 말 말

중국 오대십국 시대에 풍도라는 정치가가 있었다. 그는 무려 다섯 왕조에 여덟 성씨, 열한명의 천자를 섬기면서 도탄에 빠진 백성을 건진 이름난 재상이다. 그러나 후대에 와서는 그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렸다. 오로지 자신의 출세를 위해 주인을 수없이 갈아 치운 간신배라는 것과 처세의 달인이자 임금보다 나라와 백성을 먼저 생각한 뛰어난 재상이라는 두가지 평가였다.그가 재상으로서 오랫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함부로 적을 만들지 않는 그의 처세술에 있었다고 한다. 그가 사람의 혀를 가지고 지은 시(詩)가 하나 있어 소개한다. “입은 재앙이 들어오는 문이다. 혀는 제 몸을 베는 칼이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어 두면 가는 곳마다 마음이 편안하다.”혀를 뜻하는 한자의 설(舌)은 입(口)에서 혀가 튀어나온 모양의 글자다. 구설수(口舌數)라는 말은 말을 잘못하여 어려운 일을 겪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수는 운수를 의미한다.말을 잘못해 힘들게 쌓아 올린 공든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리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래서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동서양의 격언은 수도 없이 많다. 글은 잘못 쓰면 고치면 되지만 말은 한번 뱉고 나면 다시 주워담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말은 그 사람의 생각뿐 아니라 인격을 대변하기도 한다. 품위 있는 표현과 논리정연한 말은 말하는 사람의 지적 수준과 품격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한 나라의 장관이라면 그 말에 권위와 품격이 묻어 나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거친 말이 정치권에서 거듭 논란이다. 추 장관의 주장이 맞는지 여부를 떠나 그의 거친 말만으로 그의 주장은 이미 상당한 설득을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6-30

당근마켓

당근마켓은 요즘 가장 인기를 모으고 있는 중고거래 앱으로,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뜻이다.한때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가 독주하던 중고거래 시장에서 서비스 시작 5년 만에 월간 실 이용자 수(MAU) 800만명을 끌어모아 압도적인 1위를 하고 있다.김용현·김재현 공동대표가 카카오 재직 시절 접한 사내 거래 게시판에서 영감을 얻어 2015년 7월 창업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용인시 수지구에서 시작해 2018년 1월부터 전국 단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본격적인 성장은 지난 해부터였다. 2018년 8월만 해도 100만명 수준이었던 당근마켓 MAU는 1년도 되지 않아 3배로 늘어났고, 올해 4월엔 700만명을 넘겼다.현재 국내 중고거래 앱 중에서는 독보적인 1위, 커머스 앱 중에선 쿠팡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당근마켓의 가장 큰 장점은 ‘동네 기반 직거래’에서 오는 신뢰다. GPS 기반 지역 인증 후 거주지 기준 반경 2~6㎞ 안에서만 거래가 가능하도록 제한한 것이 높은 소비자 신뢰로 돌아왔다.또 당근마켓의 경우 같은 동네에서 당사자 얼굴을 직접 보고 물건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기존 택배거래에서 생길 수 있는 사기의 위험을 방지했다. 소위 ‘업자’라고 불리는 전국 단위 전문판매업자 거래를 공지능(AI)을 활용해 걸러낸 것도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당근마켓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동네생활’에선, 동네 숨은 맛집이나 믿을 만한 병원, 맛있는 반찬가게 등을 소소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당근마켓이 가까운 이웃 간 유용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동네 생활 플랫폼으로 성장해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6-29

삼국유사의 고장

경북 군위군 고로면 화북리에는 천년고찰 인각사(麟角寺)가 있다. 신라 선덕여왕 11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경내에는 보물 428호인 보국국사탑과 비가 있다. 이 사찰이 더 유명한 것은 고려시대 승려 일연이 생애 마지막 5년을 이곳에서 보내며 삼국유사를 집필 완성했다는 역사적 사실 때문이다.승려 일연은 경북 경산에서 태어났다. 어린 나이로 출가해 40대에 대선사, 70대에는 국사로 봉해진다. 불교가 국교였던 당시 국가의 스승인 국사로 봉해진 것만으로 그의 종교적 위치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가 저술한 삼국유사는 김부식이 편찬한 삼국사기와 더불어 우리나라 현존의 고대사 책으로서는 최고의 가치가 있다.삼국사기가 신라, 고구려, 백제의 정사(正史)를 기록했다면 삼국유사는 3국의 야사(野史)를 수록한 서적으로 우리나라 고대사를 이해하는데 두 서적은 쌍벽을 이룬다. 특히 삼국유사에는 한국의 고대신화와 설화, 향가 등이 집대성돼 고대 민간역사를 이해하는 소중한 자료다.최근 군위군은 인각사가 위치한 고로면을 삼국유사면으로 명칭을 바꾸기로 했다. 삼국유사의 산실이자 삼국유사의 고장임을 더 널리 알리자는 의도다. 한 고장의 이름을 바꾸는 것이 행정 절차상 쉽지 않으나 군은 주민투표를 거쳐 압도적 찬성으로 면의 고유명칭을 변경키로 한 것이다. 주로 방향과 위치 등을 따져 붙이는 우리나라 읍면동 명칭 명명에 비해 용기 있는 결정이라 하겠다. 북면, 서면 등과 비교하면 훨씬 유래 있고 진취적 방식이다.국내서는 방랑시인 김삿갓의 묘가 있는 강원도 영월군이 2009년 김삿갓면으로 개명한 사례가 있다. 삼국유사면처럼 내 고장의 역사를 담은 마을 명칭이 더 많이 생겨나면 우리 고장 역사를 아는데 큰 도움이 되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6-28

소탐대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트로이 목마는 역사 속 사실 여부를 떠나 한 나라가 망했던 비극적 운명의 스토리로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고 있다. 약 10년 동안 적의 공격으로부터 지켜왔던 성곽이 트로이 목마 속에 숨겨졌던 군사에 의해 성문이 열리고 급기야 나라가 망하게 되는 트로이 비극과 유사한 고사가 중국에도 있다.전국시대 진(秦)나라 혜왕이 촉(蜀)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욕심 많은 촉왕의 심리를 이용했다는 내용이다. 혜왕은 그의 신하로 하여금 소를 조각하여 그 속에 황금과 비단을 채워 넣고 ‘보석의 소’라 명명했다. 그리고 이를 촉왕에게 우호의 예물로 바칠 것이란 소문을 퍼뜨렸다, 이 소문을 들은 촉왕은 신하들의 간언에도 불구하고 보석의 소를 맞이하기 위해 백성을 동원해 길을 만들었다. 보석의 소가 온다는 날 그는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직접 마중까지 나왔다. 보석의 소와 함께 숨어온 수만명의 진나라 병사에 의해 촉왕은 사로잡히게 된다.중국고사 소탐대실(小貪大失)은 보석의 소에서 유래했다. 무릇 작은 것에 현혹되어 큰 것을 놓치게 된다는 교훈의 뜻이다.세상의 일은 세옹지마(塞翁之馬)여서 사람이 미처 예측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현실에 부닥친 일을 현명하게 판단하고 바르게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군위군과 의성군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지를 둘러싸고 양보 없는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미 주민투표를 끝낸 상황에서 더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는 의성군과 군민의 뜻이 아니라는 군위군의 주장이 맞붙어 신공항 사업이 자칫 물 건너갈 판이다. 통합신공항은 대구경북을 위한 대의적 사업이다. 지역의 명분만을 쫓다가 사업 자체가 무산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소탐대실하는 것 아닐까 싶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6-25

피싱주의보

피싱(phishing)은 컴퓨터에서 전자우편 또는 메신저를 사용해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또는 기업이 보낸 메시지인 것처럼 가장해 비밀번호 및 신용카드 정보와 같이 기밀을 요하는 정보를 부정하게 얻으려는 행위를 말한다.피싱(phishing)이란 용어는 사적 정보(private data)와 낚시(fishing)의 합성어다. 보이스피싱은 2000년대 초반에 대만에서 시작돼 중국, 일본, 한국, 싱가포르 등 지역으로 확산됐다.보이스피싱은 본부와 콜센터, 인출 팀, 환전·송금 팀, 계좌모집 팀 등의 네트워크를 이루어 움직이는 조직형·지능형 범죄다.사기수법이 날로 진화해 연령, 직업, 계층과 상관없이 광범위하게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사기범이 미리 확보한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언급하거나, 정보유출, 해킹사고 등 사회적 이슈를 내세우며 치밀하게 접근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SNS)의 발달에 따라 전화 대신 메신저를 이용한 메신저피싱도 나타났다.메신저피싱은 다른 사람의 인터넷 메신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로그인한 후 이미 등록돼 있던 가족, 친구 등 지인에게 1:1 대화 또는 쪽지 등을 보내 치료비, 교통사고 합의금 등 긴급 자금을 요청하고, 이에 피해자가 속아 송금하면 이를 가로채는 사기 수법이다.가족이나 지인이 메신저로 급하게 송금을 요구할 경우 반드시 전화를 걸어 송금사실을 추가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 가족과 지인외의 타인 계좌로 송금하지 말고, 출처가 불분명한 이메일과 문자, URL주소는 삭제해야 한다. 메신저 비밀번호도 정기적으로 변경해 스스로 사기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6-24

삐라 갈등

우리말 사전에 삐라는 전단과 같은 의미이나 북한어라 설명하고 있다. 우리말로 쓰는 것은 잘못된 표현이라 밝히고 있다.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으나 전단 또는 광고용 포스터라는 뜻의 영어 표현인 빌(bill)에서 나왔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빌이 일본식 발언인 삐라로 변형돼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삐라는 전단의 성격이지만 주로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될 때 부르는 표현이다. 상업용 전단지와는 어감부터 다르다.삐라 살포의 시초는 16세기 종교개혁 중 교황을 고발하는 그림이 뿌려진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때는 심리전 목적으로 전선에 뿌려져 적의 심리를 교란한다 하여 종이폭탄이라는 별명도 붙었다.우리나라도 해방 후 남북이 극심한 이념대립을 하면서 삐라가 많이 활용됐다. 특히 6·25전쟁 중에는 남북이 심리전의 매개로 사용하면서 엄청난 양의 삐라가 뿌려졌다. 체제의 우월성, 전쟁의 당위성 등을 주 내용으로 삼았다. 남북은 같은 민족이어서 언어나 문화적 장벽이 거의 없다. 그래서 당시 뿌려진 삐라는 약발은 잘 받았다. 6·25전쟁 기간 중 남한과 유엔은 25억장, 북한과 중국은 5억장 정도의 삐라를 뿌렸다고 한다. 전쟁 후에도 남북은 더 많은 삐라를 뿌렸고 삐라를 보고 월북 혹은 탈북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정부가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고 있는데도 북한이 되레 대남전단 살포를 예고하고 있어 남북 간 삐라 갈등이 심각하다. 특히 북한이 문 대통령을 조롱하는 사진을 담은 삐라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통일부가 유감을 표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삐라의 역사를 보면 삐라는 남북간 갈등의 선봉에 늘 서 있었다. 최근 삐라 갈등도 남북관계가 범상치 않음을 말해준 일례라 하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6-23

편리미엄

편리함과 프리미엄을 결합한 용어로, 편리함이 중요 소비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소비자들이 가격이나 품질 등 가성비를 넘어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는 편리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호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예컨대 외식업계에서는 이미 손질된 음식 재료를 받아 데우기만 하는 간편식이나 즉석조리식품(RTC·Ready to Cook) 등이 부상하고 있으며, 가전업계에서는 적은 노동력으로 가사 부담을 덜어주는 의류건조기나 식기세척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또한 뷰티업계에서는 다기능성 제품인 올인원 에센스와 머리 감는 시간을 줄여주는 드라이 샴푸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맨처음 가사 노동의 강도를 줄이고자 가전제품에서 시작한 ‘편리미엄’이 식품 업계에도 나타나 가정간편식과 레토르트 식품 시장이 성장했다.환자의 식단도 편하게 섭취할 수 있고 더욱 전문적으로 영양 성분이 설계된 케어푸드로 변화하고 있다. 영양 성분에 맞춰 따로 식사를 준비해야 하고 외출할 경우 도시락을 챙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케어푸드를 통해 해결됐다. 케어푸드는 영유아나 노인, 환자 등 맞춤형 식사가 필요한 이들이 균형 있는 영양 성분을 섭취하고 소화하기 편하게 만들어진 식품이다.최근 고령자와 환자뿐 아니라 바쁜 일상 때문에 식사를 챙기기 어려운 이들에게 식사대용식으로도 주목받고있다. 최근에는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편리하게 먹을 수 있는 과일 상품이 인기를 얻자 1~2인 가구의 니즈(Needs)를 반영해 잘라서 소분한 ‘조각 과일’과 일반 과일보다 크기가 작은 ‘소과종 과일’ 등이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구를 누를 수 있는 시장은 없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6-22

부국강병책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연속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부국강병(富國强兵)은 나라 살림을 살찌우고 군사력을 튼튼하게 하는 국가 안위와 관련한 주요 정책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치자들이 일관되게 추진해온 정책이라 말할 수 있다.지금도 부국강병책은 국가 안보전략의 핵심적 위치에 있다. 인류의 모든 역사가 전쟁의 결과에 따라 그 줄기를 이어갔던 것을 나라마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수백 개의 제후국에서 전국 7웅으로 재편되고, 다시 진(秦)나라로 천하가 통일됐던 춘추전국시대는 전쟁으로 날이 새던 시절이었다. 전쟁을 통해 나라가 이합집산하고 결국은 힘이 센 나라가 천하를 얻게 된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보여준 시대였다.오늘날도 국가의 안위를 보전하는 방법은 예전이나 다름없다. 나라의 힘이 세야 국가를 지키고 국민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춘추전국시대에 등장한 수많은 고사성어 중에 전쟁과 관련한 것이 유독 많았던 것은 전쟁만큼 인간에게 혹독한 교훈을 주는 것도 별로 없기 때문일 것이다.전쟁은 자국의 이익과 번영을 위한 무력 수단이다. 힘으로 다른 나라를 침범해 주권과 재산 심지어 생명까지 빼앗는다. 춘추좌씨전에서는 거안사위 유비무환(居安思危 有備無患)이라 가르치고 있다.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고 미리 대비하라는 뜻이다.북한이 온갖 위협을 일삼고 있다.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폭파 후 “이것은 처음 시작에 불과하다”고 엄포까지 놓고 있다. 북한의 추후 도발이 무엇이 될지 모르나 국민을 불안케 하기에 충분히 고조된 분위기다. 국민의 불안감을 다독여 줄 정부의 확고한 응징의지가 필요하다. 부국강병의 안보관이 절실한 지금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6-21

조삼모사 정책

중국 고사에 나오는 조삼모사(朝三暮四)는 송나라 때 원숭이를 키우는 저공(狙公)의 이야기에서 유래됐다. 원숭이 키우는 것을 워낙 좋아했던 저공은 원숭이와 소통은 물론 원숭이의 눈빛만 보아도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그러나 원숭이 숫자가 불어나면서 먹이 문제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가족의 식량을 줄여 나눠주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이번에는 원숭이를 불러 모아 이렇게 설명했다.“앞으로 너희들한테 아침에 도토리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 괜찮으냐”고 물었더니 원숭이들이 심하게 반발을 했다. 그러자 저공은 그러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고 하니 원숭이들이 좋아했다고 한다. 조삼모사에 얽힌 유래다.당장의 차이에 신경을 쓰지만 매한가지라는 의미다. 또는 잔꾀로 남을 농락하는 것을 말할 때도 쓰는 말이다.조삼모사와 비슷한 말로 조령모개(朝令暮改)와 조변석개(朝變夕改)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법을 자주 고쳐 일관성이 없고 갈팡질팡한다는 뜻이다. 우리 속담에 변덕이 죽 끓듯 한다고 할 때 비유해 쓰는 말이다.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17일 또 다시 발표됐다. 이번 정부 들어 21번째 부동산 규제 정책이라 한다. 그동안 20번이나 규제책을 발표하고도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서울에서는 강남지역 집값을 잡으려다 서울 전체 집값만 올렸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한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30여 차례 부동산 규제책을 발표하고도 집값을 잡지 못했던 경우가 재차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매번 헛발만 짚어 왔다는 비난을 보면서 조삼모사 고사가 새삼 생각난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6-18

국가경쟁력

국가경쟁력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국가의 총체적인 능력, 주어진 국제 경제 환경 속에서 한 나라의 경제 주체들이 다른 나라와 경쟁하여 이길 수 있는 총체적인 능력을 모두 국가 경쟁력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회간접자본 외에 국제화, 경영능력, 금융과 같은 경제의 소프트웨어도 포괄한다.지난 95년부터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와 세계경제포럼(WEF)에서 1년에 한 번씩 각국의 국가경쟁력 보고서를 내놓고있다.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은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총 63개국 중 23위로 평가했다. 지난 해 28위에서 5계단 상승함으로써 30위에서 34위로 추락한 일본을 넘어섰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효율적으로 관리한 게 순위 상승의 배경으로 알려졌다.이는 역대 최고치인 22위(2011~2013년)에 근접한 수준이다. 인구 2000만명 이상 국가(총 29개국) 중에선 8위다. 국민소득 3만달러-인구 5천만명 이상 국가 중에선 4위다. IMD의 4대 평가 분야 가운데 경제성과(27위)는 그대로였고, 정부효율성(31→28위), 기업효율성(34→28위), 인프라(20→16위)에서 순위가 올랐다. 경제성과에서는 양호한 경제성장(28→27위), 경제회복력(40→30위), 낮은 소비자 물가상승률(17→7위) 등에서 순위가 오른 반면 실업률(18→20위), 공공부분 고용 비중(9→12위) 등에선 순위가 하락했다. 국가경쟁력 1위는 싱가포르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1위를 유지했다. 덴마크, 스위스, 네덜란드, 홍콩이 뒤를 이었고, 지난해 3위였던 미국은 10위로, 중국은 14위에서 20위로 떨어졌다. 코로나 사태가 국가경쟁력 순위까지 흔들어놓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6-17

야시장의 위기

야시장은 저녁부터 자정까지 영업하는 포장마차다. 음식과 일상용품 등을 파는 노점상들이 자연발생적으로 모여 형성한 야간 시장을 말한다.굳이 유래를 따지자면 중국에서 발전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1926년 서울 종로 보신각부터 종로3가까지 전차가 다니던 길의 북쪽에 형성된 야시장이 최초의 야시장이라 한다.해외여행 붐이 일면서 야시장은 그 나라 문화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각광을 받으며 동남아국가에서 야시장이 많이 만들어졌다. 대만의 한 야시장은 2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기도 한다.우리나라도 지역상권을 살리고 관광자원화 하려는 취지로 야시장들이 도시마다 특성에 맞게 많이 생겼다. 서울의 동대문이나 남대문 시장처럼 대구에서는 서문시장 야시장이 2016년 6월 처음 문을 열었다.350m에 이르는 80여 매대에서 판매하는 각종 음식과 생활용품 등은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개장 첫날 10만여 인파가 다녀갈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서문시장 야시장의 인기에 편성해 지난해 11월에는 칠성시장 야시장도 개장했다. 대구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안겨주었다.그러나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이들 야시장은 된서리를 맞았다. 우선 몇 개월의 휴장기간을 가져야 했고 그로 인해 방문객의 발길도 자연 줄어들었다. 서문시장 야시장의 경우 하루 방문객이 지난해보다 60%가 줄었다. 매대 운영자도 절반이 떨어져 나간 상태다. 칠성시장 야시장도 비슷하다.상인들은 예전 같은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폐해가 야시장까지 마수의 손길을 뻗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모여야 장사가 되는 야시장의 운명이 바람 앞의 촛불같아 안타깝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6-16

핵 그림자 효과

핵그림자 효과는 직접적으로 핵공격 위협을 가하지는 않지만 자신들이 핵을 갖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는 상대를 위축시키고 이를 통해 전략적 우위를 갖게 되는 효과를 말한다. 특히 한반도에서 북한은 핵무력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주도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같은 효과를 상당부분 거두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핵그림자 효과와 달리 핵우산은 “북한이 핵무기로 한국을 공격하면 미국이 핵으로 응징한다”는 것과 같은 미국의 공약을 가리킨다. 미국의 핵전쟁 억제의 기본개념은“미국에 핵공격을 가하면 반드시 핵으로 보복한다”는 것인데, 이같은 핵우산 개념에 더해 한국에 대한 핵공격을 미국에 대한 핵공격으로 간주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문제는 핵우산이 북한의 핵사용을 억제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핵그림자(Nuclear Shadow)’까지 차단해 주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이는 핵무기의 특성때문이다. 핵무기는 일단 사용되면 엄청난 파괴와 살상 효과를 나타내는 군사적 무기지만, 사용하지 않고 보유한 상태에서도 상대를 주눅들게 만들어 각종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심리전 수단이자 정치·외교적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걸핏하면“궁극무기의 맛을 보여주겠다”“불벼락을 내리겠다” 는 등의 핵공갈(Nuclear Blackmail)을 남발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핵그림자 효과 때문이다. 북한이 저지른 천안함·연평도 도발 역시 핵그림자 효과와 무관하지 않다.북한의 핵사용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한반도에 핵 그림자를 드리운 채 남북관계를 지배하려는 북한의 의도를 차단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점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6-15

호모스펙타쿠스

그 시대의 취업난 풍경을 잘 반영한 것 중 하나가 취업 준비생이 만든 신조어다. 그 말 속에는 취업을 제때 못한 젊은이의 애절한 심정이 담겨져 있을 뿐 아니라 취업 세태도 반영하고 있다.촌철살인이 따로 없다. 취준생의 표현에는 구구절절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움이 녹아 있다.코로나 사태가 젊은이의 취업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2020년 현재 10%를 넘었다. 2000년대 들면서 청년취업난은 거의 만성화 수준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5월 중 우리나라 실업률은 20년 이래 최고다. 실업자 수도 127만 명에 달해 역대 최고다. 이대로 가면 우리경제가 제대로 돌아갈지 걱정이다.젊은이가 부모세대에 얹혀사는 것을 두고 캥거루족이라 한다. 비슷한 빨대족이라는 신조어도 있다. 30세가 넘어서도 부모한테 의존해 사는 세대를 이르는 말이다. 금수저는 좋은 가정에서 태어나 취업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젊은이다. 반대로 흙수저가 있다.취직이 안 돼 연애와 결혼, 출산을 아예 포기한 세대를 N포세대라 한다.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뜻의 이태백도 있다. 인구론은 인문대 출신 졸업생의 90%는 논다는 뜻이다.취직이 어렵자 대한민국을 지옥과 비교해 헬조선이라 부르기도 했다. 한 때 취업 3종 세트가 유행했다. 학벌과 학점, 토익점수만 잘 받으면 취업이 되던 시절 나온 유행어다. 그러나 이것도 지금은 자격증, 어학연수 등이 추가돼 취업 9종 세트로 바뀌었다.호모사피엔스에 스펙을 붙여 호모스펙타쿠스라는 말도 등장했다. 스펙이 중시되는 취업 현실을 표현한 말이다. 지금의 실업률을 놓고 보면 취업을 위한 정부 그간 대책은 매번 헛발질했다. 젊은이를 실업의 공포에서 해방시킬 묘안은 없을까 안타깝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6-14

공중보건과 에너지 절약

매년 8월 22일은 에너지의 날이다. 에너지의 중요성을 알리고 미래에 대비한 에너지 절약을 홍보하기 위해 제정한 날이다.2003년 8월 22일 국내 전력소비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날을 기념해 만들었다. 이날은 ‘전국 동시5분 소등’ 행사가 벌어진다. 전국의 지자체가 중심이 돼 저녁 9시에 5분간 실내 전등을 끄는 행사다. 에너지 절약을 국민이 직접 실천하고 또 에너지의 소중함도 체험케 한다.에너지 절약은 지구온난화 속도를 감소시키고 기후 변화에 대한 피해를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 에너지 절약운동은 아무리 많이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범국민적 캠페인이다.에너지 당국은 여름철에 과다 사용되는 전력을 줄이기 위해 에어컨 설정온도 2℃ 올리기와 같은 각종 절약 캠페인을 매년 벌인다. 집안에서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의 플러그 뽑기나 엘리베이터 사용 자제, 에너지 효율 등급품 사용 등이 그런 운동의 일환이다. 특히 여름철이 되면 문 열고 냉방영업을 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 단속을 벌여 왔다.날씨가 갑자기 더워지면서 실내 냉방과 코로나 감염증 발생과의 상관관계가 관심을 받고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공기순환 없이 지속적으로 냉방을 한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다.실내공기 환원차원에서 문을 열어놓는다면 에너지 낭비가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산자부는 매년 단속하던 문 열고 냉방영업에 대해 단속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밀폐된 작은 공간에서 문 닫고 영업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생각 때문이다.공중보건을 생각하면 문 열고 냉방을 허용해야겠지만 에너지절약 차원에서 본다면 낭비 규모가 너무 커 이래저래 고민이라는 소식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6-11

QR코드

QR코드는 요약 바코드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격자무늬의 2차원 코드를 말한다.사각형의 가로세로 격자무늬에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는 2차원(매트릭스) 형식의 코드로, ‘QR’이란 ‘Quick Response’의 머리글자다. 1994년 일본 덴소웨이브사(社)가 개발했으며, 덴소웨이브사가 특허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QR코드는 숫자 최대 7천89자, 문자(ASCII) 최대 4천296자, 이진(8비트) 최대 2천953바이트, 한자 최대 1천817자를 저장할 수 있으며, 일반 바코드보다 인식속도와 인식률, 복원력이 뛰어나다.바코드가 주로 계산이나 재고관리, 상품확인 등을 위해 사용된다면 QR코드는 마케팅이나 홍보, PR 수단으로 많이 사용된다.QR코드는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활용도가 높아졌다.스마트폰 사용자들은 무료로 제공되는 QR코드 스캔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은 후, 스마트폰으로 광고판·홍보지·포스터·잡지·인터넷 등에 게재된 QR코드를 스캔하기만 하면 각종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예를 들어 스포츠 경기나 영화 포스터의 QR코드를 스캔하면 홍보동영상 및 사진 정보, 할인권 및 입장권 정보, 영화관 또는 경기장 정보 등을 받을 수 있는 식이다.코로나19사태를 맞아 접촉자 추적 및 역학조사 등에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수집하는 데, QR코드의 사용은 필연적 귀결이다.노래연습장과 클럽, 헌팅포차 등 감염병 전파 위험이 높은 고위험시설 출입자는 반드시 개인신상 정보가 담긴 QR코드를 찍어야 한다니 QR코드에 대한 활용도가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6-10

여행 유감

여행을 하고나면 보통 몇 가지 여행의 유익함을 느낀다. 타향에 대한 지식을 알게 됐다는 점. 또 내 고향에 대한 애착을 느끼게 한다는 점.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발견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인생의 묘미도 한번쯤 느껴볼 수 있다는 것 등이다.그래서 여행은 즐거움 이상의 가르침이 있다고들 한다. 인생의 맛을 느끼기에 여행만 한 것도 드물어 사람들은 기회가 되면 여행의 길을 다시 찾아 나선다.그러나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 사태로 여행을 즐길 기회가 점차 사라져 아쉬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물론 코로나 사태가 수습되면 다시 여행의 기회가 생기겠지만 당분간 여행은 자제돼야 할 일상의 하나가 되고 말았다. 특히 해외여행은 정상을 되찾기까지는 상당기간이 걸릴지도 몰라 이래저래 아쉬움이 커지는 모양이다.한 여행전문 리서치기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앞으로 1년간 여행 지출을 대폭 줄일 것으로 응답했다고 한다. 특히 해외여행은 응답자의 59%가 향후 1년 동안 지출을 줄이겠다고 답해 여행과 관련한 산업 전반이 전례 없는 불황을 겪을 전망이다.여행은 사람들에게 신선하고 유익한 경험을 안겨준다는 측면에서 날이 갈수록 각광받는 산업으로 뜨고 있다. 생활이 윤택해진 현대사회에서 여행은 대중화된 문화의 한 장르가 됐다. 웬만하면 1년에 한 두번씩 해외여행을 즐기는 것이 요즘의 대세다.국가적 관점에서 볼 때도 여행업은 주목받는 산업이다. 관광산업을 굴뚝 없는 공장이라 부르는 것은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없어도 고용창출 효과를 낼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기 때문이다. 여행을 즐기기에 좋은 계절이 됐으나 마음같이 움직이지 못해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요즘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6-09

자동차 온라인 판매시대

화려한 쇼윈도에 자동차를 전시해놓고 팔던 시대가 지나고,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시대가 다가왔다.일론 머스크가 2003년 창립한 테슬라가 비대면(언택트) 자동차 판매 선두주자다. 테슬라코리아는 온라인 판매만 고수하고 있는데도 올해 1분기 총 4천70대의 차량을 고객에게 인도하며 전년 동기 대비 231% 성장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9월 기존 오프라인 영업을 대거 감축하고 온라인에서 전기차를 판매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국내에서 100% 온라인 판매만 하고 있다.테슬라가 온라인 판매를 강화한 것은 장기적으로 오프라인 판매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부대비용을 절감해 차량 가격이 평균 6% 가량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최초 예약하고 나서 출고까지 철저한 비대면으로 이뤄진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한 서류를 우편으로 보내는 것 외 모든 서류작성 역시 온라인으로 진행된다.자동차 데이터 연구소 카이즈유에 따르면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3는 지난 3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를 제치고 전기차로서 국내 최초로 월간 신차등록순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자동차 온라인 판매 활성화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중국 길리자동차는 코로나19로 인해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자 지난 2월부터 온라인 판매 서비스를 시작했다.이외에도 중국 내 BMW, 벤츠 등 많은 수입차가 중국에서 온라인 판매에 나섰다.현대·기아자동차도 올해 들어 해외시장에서 온라인 판매망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선 판매노조의 반대에 발목이 잡혀 온라인 판매를 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국산차 소비자만 독박을 쓰고 있는 꼴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6-08

코로나와 대프리카

대프리카는 대구의 여름철 대명사다. 아프리카만큼 덥다고 해서 붙여진 대구의 별명이다. 대구가 전국에서 가장 더운 이유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분지 지형이라는 지형적 특성을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다. 대구는 1천m가 넘는 팔공산과 비슬산이 북쪽과 남쪽을 가로막아 서 있는 산지에 둘러싸인 분지도시다. 산을 타고 불어오는 바람은 푄현상에 의해 산맥을 넘어오면서 건조하고 더운 바람으로 변한다. 대구에 들어온 더운 바람은 분지형 도시에 갇혀 대구 도심의 온도를 끌어올리게 된다는 것이 대구가 더운 이론적 설명이다.대구는 1942년 전국 최초로 여름철 온도 40도를 기록했다. 해방이후에도 더위로 명성을 떨치다 1994년 7월 39.4도로 해방 이후 또다시 최고 기온을 갱신했다.아스팔트에 계란을 깨뜨려 후라이를 해도 될 만큼 대구의 여름철 한낮 더위는 덥다. 숨이 헉헉 막힐 정도다. 여름철만 되면 대구의 더위는 전국의 뉴스거리가 된다. 대프리카라 하면 이제 누구나 알 정도로 대구 더위가 유명해졌다.대구시가 이런 도시의 특징을 모티브로 해 만든 것이 대구치맥페스티벌이다. 전국 최고의 축제 중 하나로 성장했다. 해마다 전국에서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 지난 4일 대구와 포항 등 경북 일부 지역의 기온이 35도를 넘어섰다. 6월초 때이른 기상청의 폭염 특보 발령으로 전국에서는 대구의 대프리카가 시작됐다는 네티즌의 얘기가 오갔다.그러나 진작 대구시민의 걱정은 다른데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마스크 생활을 일상화하고 있는 시민에게 찾아온 대프리카는 마스크와의 새로운 전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민의 코로나와의 전쟁은 올 여름이 고비가 될 것 같아 보인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6-07

국회의원의 도덕성

공자의 논어 학이편은 배움의 즐거움을 가르치는 장이다. 그러나 배움이란 인간의 근본을 가르치는 것이므로 배움의 궁극적 목표는 결국 사람다움에 있다는 것이 공자의 철학이다.그래서 공자는 군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로 “듣기 좋은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을 현혹시키는 일”이라 했다. “교활한 말과 아첨하는 사람은 어진 사람이 적다”는 그의 말이다. 교언영색(巧言令色)이란 표현이 여기서 나왔다. 자신을 변명하거나 자신의 잘못된 주장을 내세우기 위해 억지를 부린다는 뜻이다.비슷한 말로 견강부회(牽强附會)가 있다. 가당치 않은 말을 억지로 끌어대면서 자기주장의 조건에 맞추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나치게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면서 다른 사람의 견해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을 가리킬 때 쓴다.아전인수(我田引水)도 비슷하다. 자기에게만 유리하도록 해석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빗댄다. 목불인견(目不忍見)은 어이가 없어 참고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어불성설(語不成說)이나 자가당착(自家撞着)도 자기의 언행이 모순될 때 하는 말이다.당선자에서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바라보는 국민의 눈은 어떨까. 앞서 열거한 견강부회나 아전인수, 자가당착 같은 말로 국민들은 그를 바라보지 않을까.끝없는 의혹과 논란으로 그는 국회의원으로서 품격을 이미 상당히 상실했다. “그의 사퇴에 동의한다”는 국민여론 70%는 그가 법적인 자격의 국회의원 이전에 도덕적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는 국민의 뜻이다.윤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검찰에 의해 밝혀지겠지만 여당 대표와 여당의원들이 굳이 그를 감싸야 할 이유가 무얼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은 법적 요건보다 도덕적 기준이 더 앞서야 하는 법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