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지갑은 디지털화된 가치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모바일 기기상에 구현한 전자 지불 시스템의 한 종류로, 영어로는 ‘e-Wallet’이나 ‘Digital Wallet’이라고 한다.신용 결제뿐 아니라 멤버십·포인트· 쿠폰 등 다양한 결제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 혁명이 초래한 모바일 경제 시대의 새로운 결제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다.한국에서도 디지털 지갑의 주도권을 놓고 카드사, 통신사, 은행, 스마트폰 제조사, 유통사 등이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신한카드의 ‘신한 스마트월렛’, 삼성카드의 ‘삼성m포켓’, SK플래닛의 ‘스마트월렛’, KT의 ‘모카’ 등이 그런 경우다. 최근에는 카카오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가 모바일 지갑 서비스 ‘클립(Klip)’을 출시, 블록체인 서비스 대중화에 시동을 걸었다.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안에 디지털 자산 지갑 ‘클립’을 탑재한 것이다. 클립은 카카오톡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 지갑 서비스다.디지털 자산이란 온라인 환경에서 자산으로 인식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정보 및 데이터를 말한다. 게임 아이템이나 가상 포인트 등이 대표적이다.특히 최근 블록체인 기술의 발달로 과거에는 가치를 매기거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었던 온라인 활동 데이터와 개인 제작 콘텐츠 등도 자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클립은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에서 쉽게 디지털 자산을 접해 볼 수 있도록 개발됐다.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카카오톡 모바일 앱 우측 하단의 ‘더 보기’탭 내 ‘전체 서비스’ 메뉴에서 이용할 수 있다. 회원가입과 로그인 역시 카카오 계정을 그대로 이용하면 된다.디지털 시대의 진화가 눈부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6-03
올 초 대구에서도 독립운동기념관을 건립하자는 뜻있는 인사들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지난 2월에는 대구광복회와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 등이 중심이 돼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추진위를 발족시켰다.지난 4월에는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을 하다 두 차례나 무기선고를 받았던 독립운동가 백산 우재룡 지사의 장남 우대현씨가 동구 용수동 소재 땅 4만7천㎡를 기증하면서 건립 운동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발기인 대회 및 학술대회 등 추가적인 건립운동에 대한 제동이 걸리면서 아직은 건립운동이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추진위 측이 밝힌 대구독립운동기념관 건립에 대한 당위성은 여러 가지다. 국채보상운동의 중심도시이자 일제하에서 가장 활발하게 독립운동이 펼쳐진 곳이라는 점이다. 대구는 159명의 독립유공자를 배출해 인구비례로 볼 때 서울의 1.6배, 부산의 3배, 인천의 5배가 된다고 한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독립운동가 묘원인 국립 신암선열공원이 있다는 것도 건립의 배경이다.서울과 부산, 광주뿐 아니라 김포, 밀양, 나주 같은 중소도시에도 독립운동기념관이 건립돼 있다는 현실에 비춰볼 때 대구의 건립은 당연하다. 인구 250만 명 도시에서 일어난 국난극복의 정신을 알리고 대구시민의 자긍심을 키운다는 면에서 당위성은 충분하다.대구와 경북은 독립운동의 성지다. 다른 도시에서는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역사적 사료가 이를 입증한다. 독립유공 포상자만으로도 압도적이다.안동에 있는 경북 독립운동기념관과 함께 대구독립운동기념관이 건립된다면 국난극복의 중심도시로서 우리지역의 위상은 더 높아질 수 있다. 호국보훈의 달이라서 기념관 건립의 성공적 추진이 더 간절해진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6-02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풍속도로 새롭게 온라인 공채시험이 떠오르고 있다. 대한민국 1위 재벌그룹인 삼성그룹이 지난달 30·31일 양일간 온라인으로 공채시험을 치르면서 온란인공채시험이 뉴노멀로 우리 사회에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방증이 되고 있다.학교고사장을 빌려 대규모로 시험을 봤던 과거와 달리 응시생들은 집에서 컴퓨터로 문제를 풀면서 시험보는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 삼성은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삼성SDS의 최신화상회의솔루션 시스템을 도입, 감독관 한명이 응시생 9명을 스마트폰으로 감시해 부정행위를 차단했다.삼성은 온라인 시험응시자들을 대상으로 개인정보보호용 신분증 가리개와 스마트폰 거치대, 영역별 문제 메모지 등 시험에 필요한 도구들을 담은 꾸러미(키트)를 제공했고, 응시자들은 지원회사의 시험날짜에 맞춰 응시프로그램에 접속해 시험을 치렀다. 이틀간 4회로 나눠 치러진 온라인 시험은 일부 전문가들과 응시생들이 우려했던 서버오류나 부정행위 등의 말썽없이 마무리됐다는 평가다.이미 코로나 여파로 면접만큼은 화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응시자들을 직접 대면하지 않고 화상으로 면접을 치렀다. CJ는 이번 상반기 그룹 공채에서 코로나예방을 위해 웹캠을 통한 비대면 면접을 추진하기로 했다.SK이노베이션도 코로나 여파로 잠정중단했던 채용을 시작하면서 화상면접을 도입했고, LG전자와 카카오 등도 경력직 또는 상시채용 지원자에 대해 화상면접을 진행했다. 삼성의 온라인공채시험은 면접뿐 아니라 대규모 필기시험도 온라인으로 치를 수 있다는 성과를 보여준 것으로 머지않아 온라인 필기시험이 기업채용에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6-01
탈출이라는 뜻의 엑소더스(Exodus)는 많은 사람이 동시에 특정장소를 떠나는 상황일 때 사용하는 용어다.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에서 탈출한 내용의 출애굽기에 나온 표현이다. 요즘은 증권가에서도 투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때 엑소더스라는 용어를 사용한다.홍콩 대탈출이 시작됐다는 외신이다.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키면서 홍콩 전역에서 홍콩을 떠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홍콩의 환전소에는 홍콩 달러를 미국 달러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연일 줄을 잇고 있다 한다.홍콩에서 반중시위가 격화된 작년 6월 이후 대만으로 이주한 홍콩사람은 전년보다 41%나 늘었다. 대만은 아예 홍콩시민의 이주를 돕겠다고 나서는 분위기다. 영국도 홍콩 내 영국의 해외 시민여권을 보유한 31만 명의 홍콩인에 대해서 이주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등지에도 홍콩인의 이민 문의가 느는 등 바야흐로 홍콩인의 엑소더스가 세계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동양의 진주로 불리며 에너지 넘쳤던 홍콩의 앞날에 짙은 안개가 드리운 셈이다. 중국의 홍콩보안법 통과로 일국양제(한나라 내 두 체제)가 흔들리고 자유와 민주의 가치가 크게 훼손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홍콩을 떠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미국도 홍콩에 부여했던 특별지위권을 박탈하겠다고 나섰다. 아시아 금융허브인 홍콩의 경제는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운 상황에 빠졌다.19세기 아편전쟁을 통해 영국의 지배를 받아야 했던 홍콩의 얄궂은 운명이 또한번 역사적 시련기를 맞고 있다. 자유와 민주를 위해 싸울 것인지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에 굴복하고 말 것인지 결정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5-31
얼마 전 미국 고교에 재학 중인 한인 여학생이 미국 최고의 명문대학인 프린스턴대와 하버드대에 동시에 합격해 교민사회에 화제가 됐다. 그 여학생이 특별하게 공부도 잘했지만 뉴스의 초점이 된 이유는 선천적 시각장애인이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항상 안내견을 데리고 다니는 그녀는 주변의 축하 소식에 대해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세상에 ‘긍정의 힘’을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그녀에게 긍정의 힘이란 시각 장애라는 신체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룬 성과를 말한다. 긍정이란 말은 “사실대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녀의 말은 시각장애를 불평등하다거나 차별로 인식 않고 있는 대로 받아들이면서 극복했다는 뜻이다.사람마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컵 반잔의 물을 보고 ‘물이 반 컵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람이 있나하면 ‘반 컵이나 남았네’ 하는 사람도 있다. 사물을 긍정적으로 보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다. 현실을 희망적으로 바라볼 때 우리의 삶도 좋은 쪽으로 흐르게 된다는 것이 긍정적으로 보는 삶의 관점이다.긍정이 나쁜 것도 무조건 좋게 받아들이자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긍정은 나에게 일어난 상황을 수긍하고 다른 방법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다. ‘긍정적 사고방식’의 저자 노먼 빈센트 필은 “작은 생각의 차이가 성공적인 인생과 행복을 약속한다”고 했다.한 취업 포털에서 불황기에 필요로 하는 인재상에 대한 조사를 벌였더니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긍정적 인재상’을 최우선으로 손꼽았다. 평소 가장 많이 선호했던 ‘성실한 인재상’보다 앞섰다고 한다.코로나19로 기업이 어려움에 처하자 기업의 인재상도 불황 극복형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5-28
인슈어테크는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을 결합한 신조어로 보험산업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상품 개발, 계약 체결, 고객 관리 등 보험업무 전반에 정보기술(IT)을 융합하는 것을 뜻한다.인슈어테크가 도입되면 전체 가입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던 보험료율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다르게 적용하거나 사고 후 보상 개념인 기존 보험과 달리 사고 전 위험관리 차원으로 접근하는 서비스가 가능하다.또 보험 상담 업무도 로봇이 대행할 수 있고, 빅데이터 관리를 통한 보다 효과적인 영업과 블록체인 등을 이용한 안전한 결제 시스템 등을 구축할 수 있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가 도입한 인슈어테크는 크게 △IoT △빅데이터 △AI △블록체인 등으로 나뉜다.우선 보험 가입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인슈어테크 기술은 IoT다. 스마트기기로 사용자 정보를 실시간 수집·전송해 보험료 할인 등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자동차보험에서 많이 볼 수 있는‘운전습관 연계보험(UBI)’이 대표적 사례다.빅데이터를 마케팅과 계약 심사 등에 활용하는 보험사도 늘고 있다. 소비자에게 비슷한 연령·직업·소득 수준에서 많이 가입한 상품을 추천하고, 신규 계약의 사고 발생 위험을 예측해 위험이 낮으면 자동으로 계약을 받아들인다.1 대 1 채팅 방식의 AI 기반 챗봇(채팅 로봇)을 도입한 보험사도 늘고 있다. 삼성생명, 라이나생명 등은 AI 기반 챗봇으로 계약 조회, 대출 접수·상환, 보험금 청구·조회 등 업무를 연중무휴 24시간 처리한다.인슈어테크 시대의 본격화는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사회에 가져온 변화상의 한 단면일 수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5-27
‘뉴욕타임즈’는 뉴욕에서 발행되는 미국의 대표적 일간지다, 1851년 창간된 이 신문은 세계적으로도 전통 깊은 유력지로 손꼽힌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기사와 논평 등은 지금도 많은 외신들이 인용, 보도하고 있다.신문 산업이 첨단 미디어 산업의 발달로 그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세평에도 신문의 전통을 꾸준히 이어가는 세계적 유력지란 점에서 주목받는 신문이다. 신문 산업의 쇠퇴 속에서 뉴욕타임즈가 명성을 이어가는 이유는 다름 아닌 뛰어난 취재력과 정확한 보도 때문이다.1912년 4월 타이타닉호 침몰사건 때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다각적인 취재보도를 해 신문사의 권위를 높였던 사실은 잘 알려진 일이다. 또 세계대전 때도 신속 정확한 보도로 명성을 날렸다. 강대국 미국 내 최고 일간지라는 이유로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신문사 자체의 보도내용만 놓고 보아도 권위가 있을 만하다.주로 미국인에게 수여되지만 퓰리처상만 100회 이상 수상했다. “인쇄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뉴스다”는 사시에서도 신문 매체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최근 뉴욕타임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망자 1천명의 이름과 짤막한 부고로 가득채운 기발한 내용의 1면 기사를 내보내 화제를 일으켰다. “미국 사망자 10만 명 육박 막대한 손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숨진 그들이 바로 우리였다”는 말로 코로나 희생자 추모와 코로나 피해의 심각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알리려 했다.빌게이츠는 지구가 망할 때까지 살아남을 유산 중 하나로 신문을 손꼽았다. 비록 뉴미디어의 공세에 떠밀리고 있지만 신문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을 기획한 뉴욕타임즈의 기자정신이 놀랍다. 우리 언론이 본받을 타산지석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5-26
융합형 가전제품은 개별 제품을 한데 묶어 시너지를 내거나, 각기 다른 기능의 제품을 하나의 제품으로 새롭게 만든 가전제품을 말한다. 예를 들어 세탁과 건조를 함께 하는 세탁건조기, 정수기와 냉장고를 합친 정수기 냉장고, 가습기와 공기청정기를 합친 가습공기청정기 등이다.세탁건조기는 최근 아파트 주방과 발코니가 확장되면서 세탁과 건조를 위한 공간이 줄어드는 현상에 주목해 개발됐다. 보통 건조기와 세탁기를 위아래로 설치하는데, 이를 일체형 제품으로 만들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별도 받침대 없이 세탁물을 넣고 뺄 수 있고 필터도 손쉽게 관리 가능하게 만들어져 인기를 끌고있다.정수기 냉장고도 대표적 융합 가전이다. 삼성전자, LG전자, 위니아딤채는 일제히 올해 신제품 정수기 냉장고를 출시했다. 정수기와 냉장고를 따로 두기 보단 한 개 제품에서 구현해 주방 공간 활용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가습기와 공기청정기 기능을 한데 합친 가습 공기청정기도 인기다. 대표적으로 LG전자, 다이슨 등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로봇쿠커 역시 밥솥, 죽마스터같은 자동조리기 기능의 핵심들을 융합해 탄생한 새로운 융합형 가전이다. 쿠첸과 쿠쿠·휴롬·신일산업 등이 선보인 멀티쿠커도 대표 융합 가전이다융합 가전제품은 수익성도 높다. 일반 가전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 가전업체의 프리미엄 전략에 활용된다. 융합 가전 시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소비자 라이프 스타일이 다양해지면서 보다 섬세한 기능과 편의성을 융합 제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란 격언이 그대로 적용되는 분야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5-25
미국 최초의 근대 자본가로 손꼽히는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미국 기부문화의 선구자로 통한다. 그는 “인생의 전반기는 부를 획득하는 시기이고 후반기는 부를 나누는 시기여야 한다”고 말한 인물이다. 그는 실제로 그의 말대로 실천한 기업가로 기억되고 있다.미국과 영국에 3천개의 도서관을 건립하고 미국의 과학발전을 위해 카네기 연구원을 설립했고 박물관 등도 지었다.미국은 세계에서 기부문화가 가장 발달한 나라다. 2017년 한해 미국인이 기부한 금액이 4천100억 달러(약 462조원)로 당시 우리나라 예산보다 많았다. 빌 게이츠나 마크 저그버그, 워렌 버핏 등 세계적인 기부천사가 수두룩하다.미국의 기부문화가 발달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특히 기부금 운용의 투명성을 우선 손꼽을 수 있다. 미국의 한 여론조사에서 고소득층은 기부의 이유로 자선단체에 대한 신뢰를 최우선으로 들었다 한다. 미국의 자선단체는 남이 준 돈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통감, 모든 돈의 사용에는 반드시 사회적 동의를 얻는다.이에 반해 우리나라 사람은 기부를 안 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기부단체에 대한 불신을 손꼽고 있다. 2016년 어금니 아빠 사건과 2017년 새희망 씨앗 기부 사기사건 등으로 드러난 기부금의 횡령은 불신의 골을 키웠다. 통계청에 의하면 2019년 1년간 기부경험이 있다고 조사된 사람의 비중이 25.6%로 8년 전(36.4%)보다 되레 낮아졌다.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돕기 위해 설립된 정의기억연대와 그 단체의 윤미향 전 이사장을 둘러싼 기부금 횡령의혹이 점입가경이다. 기부금 용처만 밝혀도 끝날 문제가 불필요한 정치적 소모전으로 치달아 국민을 짜증나게 한다. 논란이 길어질수록 우리의 기부문화는 후퇴할 뿐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5-24
불가리아 카잔루크에서는 매년 5월말∼6월초에 걸쳐 장미축제가 열린다. 1903년 지역축제로 출발한 이 축제는 지금은 전세계인이 즐겨 찾는 장미축제로 성장했다. 불가리아 대통령이 참석하는 최고의 축제이자 최고의 관광자원이기도 하다.이곳의 장미 생산량은 세계의 80%를 차지한다. 행사장에 마련된 1만5천종의 장미 전시회는 놀라운 구경거리를 제공한다. 전통적 방법으로 추출한 세계 최고 수준의 장미오일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장미꽃으로 기획한 다양한 이벤트가 장미축제의 화려함을 더 빛내주는 행사다.계절의 여왕 5월은 장미의 계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맘때쯤이면 전국 각지에서 장미축제가 열린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전국 장미축제 대부분이 취소돼 많은 사람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5∼6월에 피는 장미는 야생종만 200여종에 이른다. 원예종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장미의 아름다움 때문인지 장미만큼 꽃말이 많은 꽃도 없다. 색깔과 개수에 따라 꽃말도 서로 다르다.붉은 장미는 열정적 사랑, 흰색 장미는 순결, 분홍색 장미는 우아함, 검은색 장미는 이별 등의 꽃말을 가지고 있다. 장미 한 송이에도 의미를 따로 붙였다. 붉은장미 한 송이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한다”는 뜻이고 노란색 장미 한 송이는 “당신을 향한 나의 감정은 순수하다”는 뜻이다. 만약 붉은장미 여섯 송이를 누군가에 주었다면 “나는 당신과 사랑에 빠졌다”는 뜻이라 한다.코로나19로 80일 만에 등교하는 학생들의 장미꽃 등교에 온 국민의 시선이 쏠렸다. 그러나 등교 첫날 32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학생들의 등굣길이 마치 살얼음판 같아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다. 학생들의 안전한 등교, 온 국민의 바람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5-21
코로나19가 공유경제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생활수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비대면접촉이 ‘함께 나누는’공유경제에는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실제로 미국의 3대 공유경제 업체로 유명한 위워크, 우버, 에어비앤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위워크는 사무실 공유업체로 세계 여러나라에 120개 이상 도시에 진출해 800여개 이상의 대형 건물을 빌려서 수만개 스타트업체에 재임대하는 공유사업을 펼쳐왔다. 이 사업이 코로나19의 만연으로 큰 어려움에 처했다. 공유공간에 대한 불안감이 사무실 공유에 대한 거부감으로 나타나면서 공유시장환경이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우버는 차량공유업체로 기존 택시시장의 장벽을 허물고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그러나 이 역시 코로나19가 다른 사람과의 차량공유를 꺼리게 만들면서 사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최근 이용횟수가 70~80%까지 감소해 위기를 맞고있다. 이미 우버는 직원 14%에 해당하는 3천700명을 해고했다. 에어비앤비는 숙박시설 공유업체로 미국과 유렵에서 인기를 끌면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 여러나라에서 감염자와 함께 적지않은 사망자를 내면서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들이 입국금지조치를 내리는 바람에 항공산업과 함께 매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역시 직원 25%인 1천900명을 해고했다. 문제는 코로나가 물러간 이후 공유경제가 다시 살아날 것인가다. 대답은 회의적이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바이러스가 비대면접촉을 강조하는 한 공유경제의 미래에는 어두운 먹구름이 드리울 수 밖에 없어 보인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5-20
왕경(王京)은 임금이 거주하는 수도다. 현대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 표현이다. 역사적 용어라 하겠다. 삼국사기에는 신라의 수도인 서라벌을 왕경이라 했고, 고려사에는 개경을, 조선왕조실록에는 한양을 왕경으로 지칭했다.경주는 신라의 왕경으로 역사적으로는 서라벌 혹은 금성으로 불렸다. 삼국사기 기준으로 보면 약 991년 동안 신라의 수도로 존속했다. 한 나라의 수도가 1천년 가까이 한 곳에 유지된 사례는 세계사적으로도 흔치 않다. 한 나라의 흥망성쇠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유적지라는 점에서 경주는 역사문화 도시로서 가치가 특별한 곳이다.삼국을 통일한 신라는 8세기경 최고 번성기를 누렸다. 그 당시 경주에 거주한 가구가 17만9천호에 달했고 인구만 100만 명에 가까웠다고 한다. 비잔틴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이나 당나라 수도 장안성 등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도시였다.그러나 불행하게도 천년동안 간직했던 신라왕경의 옛 모습은 남아 있지 않다. 13세기 몽골군의 침입으로 신라왕경은 완전히 불타버렸다. 지금은 주춧돌 등을 제외하면 당시의 왕경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우여곡절 끝에 신라왕경 발굴복원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당시의 모습을 잘 재현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왕경의 발굴복원 사업으로 경주의 문화유물적 가치는 지금보다 훨씬 풍부해 질거란 기대감은 고무적이다. (재)경주문화엑스포가 경주엑스포공원 경주타워 1층에 설치된 신라왕경 모형을 13년 만에 리뉴얼해 공개했다. 역사문화적 고증까지 거쳤다. 신라시대 유적지와 유물, 생활상을 사실적으로 볼 수 있는 자료공간이라는 점에서 신선한 감흥이 기대된다. 상상 속에 머물렀던 도시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만으로 관광도시의 흥미는 더 높아질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5-19
공인인증서는 인터넷상에서 신원을 증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자정보로, 국가에서 지정한 공인인증기관이 발급한다. 1999년 시행된 ‘전자서명법’에 기반해 도입됐다. 금융결제원·코스콤 등 국가에서 지정한 공인인증기관(CA)에서 실명 확인을 토대로 발급하며, 은행·증권사·우체국 등의 등록대행기관에서도 발급 신청이 가능하다. 사용범위는 인터넷 뱅킹·온라인 증권거래·보험 가입 등의 금융 서비스, 기업 간 전자 입찰·계약·세금계산서 발행 등의 전자상거래 관련, 세금 납부·전자송달·증명서 발급·등기 업무·실적 신고·수출입통관·예비군 등의 정부 민원, 전자문서 전달·전자출원·전자처방전·인터넷 청약 등 다양하다.도입 초기에는 전자상거래 활성화 등에 기여했으나 시장독점을 초래하고, 까다로운 발급절차로 전자서명 기술과 서비스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2018년 9월 정부가 공인인증제도를 폐지하고 다양한 전자서명 수단을 활성화하는 내용의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인인증서 폐지를 골자로 한 전자서명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20일 열리는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 상정, 처리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정하는 공인인증기관과 공인인증기관에서 발급하는 공인인증서 개념을 삭제하고, 공인·사설 인증서를 모두 전자서명으로 통합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공인인증서가 도입된 지 21년만에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면 향후 인증플랫폼 시장의 급성장이 전망된다. 생체정보,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다양한 전자서명 기술 경쟁을 활성화해 국민의 생활이 더욱 편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규제는 하루라도 빨리 개선돼야 마땅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5-18
두꺼비는 개구리목의 두꺼비과로 분류되는 개구리와 비슷한 양서류다. 몸길이 80∼120㎜정도로 개구리 중에는 가장 크다. 주둥이는 둥글고 둥에는 불규칙한 돌기가 많이 나 있다.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몽골 등지에 주로 분포돼 있다. 저산지대의 밭이나 초원에 서식하는 동물이다. 요즘 같이 도시화한 곳에는 이제 보기 드문 동물이 됐다.두꺼비는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개구리와 두꺼비가 뱀을 먹는 사건이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 해온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 선조들은 신령스런 동물로 여겼다. 두꺼비와 연관된 설화나 민담도 많다. 민가에서는 집지킴이 혹은 재복의 상징으로 삼았다.크고 튼실하게 생긴 갓난 아이를 “떡두꺼비 같다”고 한다거나 금두꺼비를 만들어 가정에 재물이 들어오길 바라는 민가의 풍속이 이런데서 유래한 것이라 할 수 있다.올해도 대구 수성구 망월지에서 새끼 두꺼비의 대이동이 시작됐다는 소식이다. 욱수동 망월지에서 산란을 거쳐 성장한 새끼 두꺼비 수백만 마리가 서식지로 돌아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새끼 두꺼비의 대이동은 자연생태계의 모습을 그대로 실감나게 보여줄 수 있을뿐 아니라 생태 가치 측면에서도 보존할 만한 일이다.매년 2월 성체 두꺼비 수백 마리가 욱수산에서 망월지로 내려와 산란을 하고 돌아간 지 60∼70일 만에 나타나는 이 모습은 매년 전국적 화제를 뿌리고 있다. 2010년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꼭 지켜야 할 우리 유산으로 선정하기도 했다.그러나 이곳도 망월지를 메우자는 일부 지주의 법정소송으로 개발과 보존의 문제로 진통 중이다. 두꺼비의 대이동 내년에 또 볼 수 있을까. /우정구(논설위원)
2020-05-17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교권을 존중하고 스승을 공경하자는 뜻에서 지정된 기념일이다. 때마침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으로 선생님과 대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스승의 날을 맞는 마음이 편치가 않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제간의 만남조차도 갈라놓은 듯해 고약하다는 생각도 든다.청출어람(靑出於藍)은 “푸른색은 쪽빛에서 나왔으나 쪽빛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나음을 비유한 말이다. 성악설을 주창한 순자의 권학편에서 유래했다. 순자는 학문을 계속하면 스승을 능가하는 제자가 나올 수 있다며 학문은 끊임없이 계속되는 것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그 사례로 북위(北魏)의 이말과 공번의 관계를 들었다. 원래 이말은 어려서 공번을 스승으로 삼아 공부를 했다. 그의 학문 발전속도가 빨라 몇 년이 지나 스승의 학문을 능가하게 되었다. 공번은 이제 그에게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도리어 그를 스승으로 삼기를 청했다고 한다. 그러자 친구들이 훌륭한 제자를 두었다 하여 이를 청출어람이라 불렀다.우리 속담에 “나중에 난 뿔이 우뚝하다”는 것과 비슷한 뜻이다. 논어에 나오는 후생가외(後生可畏)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후배는 장래성이 있으니 가히 두려운 존재”라는 뜻이다. 세상의 일은 반드시 순서대로 정해진 것은 없다. 노력하면 선생님이나 선배를 언제든지 뛰어 넘을 수 있다. 그것이 허물이 되는 것도 아니다. 청출어람이 가지는 본뜻은 스승보다 나은 제자가 많이 나오길 기대하는 데 있다.철학자 니체는 “제자로만 남으면 스승에게 누를 끼친다”고 말했다. 예나 지금이나 스승의 마음은 다를 바 없다. 스승의 날을 맞아 청출어람의 뜻과 스승의 은혜를 한번 새겼으면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5-14
그림자금융(shadow banking system)은 정부의 통제를 넘어 고위험 채권에 투자해 고수익을 얻는 유사 금융을 일컫는다. 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많이 활용된다.그림자(shadow)라는 말은 그림자 금융이 금융의 본래 모습과 유사하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붙은 말로,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투자은행·헤지펀드·구조화투자회사(SIV) 등의 금융기관과 머니마켓펀드(MMF), 환매조건부채권(RP), 신용파생상품,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의 금융상품,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헤지펀드 등이 이에 해당한다.그림자금융은 비은행 금융기관의 중요한 자금 조달 역할을 수행해 은행의 기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그러나 투명성이 낮아 손실의 정확한 파악이 어렵고 자금중개 경로가 복잡해 금융기관 간 위험이 상호 전이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그림자금융은 투기를 조장하고 자산 거품을 키우는 주범으로 꼽히는데,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촉발시켰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를 기초로 한 신용파생상품이 대표적인 그림자 금융이다.한국도 그림자 금융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자본시장 위험 분석보고서’에서 280조원 규모로 성장한 부동산 그림자금융을 자본시장 위험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동산 국내 자본시장의 부동산 그림자금융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281조2천억원으로, 2017년 말(230조6천억원)과 비교해 21.9%나 증가했다.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이 없어야겠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5-13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마스크 생활이 일상화된 지 꽤 되면서 마스크에도 패션이 등장했다. 중국과 홍콩 등지에서는 이미 마스크 패션쇼가 열렸고 국내서도 착용감과 색깔 등이 뛰어난 마스크를 찾는 수요가 차츰 늘고 있다고 한다.아직 마스크 패션이 대중화되지는 않았지만 마스크 착용이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 속에 인터넷 등을 통해 다양한 마스크의 등장이 예고되고 있다.특히 최근 기온이 올라가면서 마스크 착용의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자 통풍력이 좋은 여름용 마스크의 등장도 예상되고 있다고 한다.전문가들은 마스크 착용이 체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은 마스크가 열 반사를 방해하고 입김에 의해 열기가 유지되면서 체온이 올라간다고 호소한다.등교를 앞둔 학부모 사이에서는 자녀들이 더위 때문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바깥활동을 할까 봐 걱정하는 이도 많다고 한다.어쨌거나 여름철에 마스크를 쓰는 일은 애물단지와 같은 일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을 수도 없고 착용하자니 더위로 진땀을 흘려야 할 판이다.그렇지만 마스크 사용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스크 착용을 주장한 한국과 대만, 중국에 비해 마스크를 쓰지 않은 미국과 유럽에서 더 많은 감염병이 유행을 했다. 처음에는 마스크 사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던 미국도 이젠 마스크 사용의 효과를 인정하는 분위기다.무더운 여름철을 맞아 마스크 쓰기가 또 한차례 논란을 일으킬 것 같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잡는 백신 개발이 없는 한 이 논란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없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5-12
코로나19가 진정되는가 싶은 순간 이태원클럽 집단감염사태가 터져 방역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31번 확진자가 벌인 집단감염사태의 재연이다. 이런 일들이 반복적으로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자기자신을 다른 사람보다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는 이들이 문제다. 이와 반대되는 사회적규범이 바로 얀테의 법칙(Law of Jante)이다. 이 법칙은 노르딕(북유럽의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다섯나라) 국가에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행동 지침으로, 평범함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을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이 용어는 덴마크계 노르웨이인 작가 악셀 산데모세가 풍자소설 ‘도망자’(1933)에서 가상의 마을 얀테에서 통용되는 사회규범으로 처음 썼다. 산데모세는 10가지 규칙을 언급했다.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만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모든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남들을 비웃지 마라. 누군가 당신을 걱정할거라 생각하지 마라. 남들에게 뭐든 가르칠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마라. 이 불문율을 깨려는 자는 마을 공동체의 조화를 깨는 적으로 간주된다.규칙은 산데모세의 창작이 아니며, 덴마크나 노르웨이인들의 정신세계에 수세기동안 박혀있는 것들을 명시한 것이다. 그들은 비슷하게 입고, 비슷하게 생긴 차를 타며, 집집마다 비슷한 물건들을 놓고 산다. 타인과의 경쟁을 부추기는 한국사회에 ‘얀테의 법칙’은 평등과 겸손, 절제의 미덕에 대한 답을 가르쳐준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5-11
코로나19 확진자는 의외로 젊은층에 많다. 국내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20∼29세 연령 사이가 27.4%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다. 30∼39세 사이 10.8%를 포함한 2030세대의 확진 비율은 전체의 38%나 됐다.그러나 코로나로 인한 사망률은 거꾸로다. 사망자는 70∼80대가 35.8%로 가장 많다. 29세 이하는 단 한 명도 없다. 30대는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치명률은 80대가 25%, 70대 10.8%다. 30대 0.17%와 40대 0.21%에 비교하면 고연령층의 치사율은 무서울 만큼 높다.전문가들은 젊은층의 감염률이 높은 것은 자유분방한 사회활동과 느슨한 경계심을 원인으로 본다. 실제로 젊은층은 코로나에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심하지 않아 해열제를 먹고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전파자 역할을 한다.“젊으니까 괜찮다”는 젊은 사람의 생각이 가정으로 돌아가 부모나 조부모에게 2차 감염을 일으키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WHO 사무총장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젊은이에게 특별한 당부를 했다. “당신은 천하무적이 아니다. 당신의 선택이 다른 사람의 삶과 죽음을 가를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코로나19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는한 끝나도 끝난 것이 아니다. 가을 이후 대유행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다.생활방역으로 돌아선지 이틀만에 이태원 클럽 발 집단감염 발생으로 온통 비상이 걸렸다. 전국적 2차 감염 파동도 점쳐진다. 신천지 신도에 이어 클러버(클럽 애호가)가 슈퍼 감염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잠시의 방심도 허용 않는다. 공든 탑이 일시에 허물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순간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5-10
조선시대 때는 양반들이 먹고 남은 잔 밥은 그 집 하인이나 노비들이 물려받아 먹었다. 이를 물림상이라 했다. 왕궁에서도 임금님 수라상에 차려진 음식이 남으면 물림상이라 하여 궁궐 내 하인이나 관리들이 가져간 것으로 기록에 남아 있다. 특히 임금님이 드신 음식을 가져간다는 것은 그만큼 왕의 신임을 받는 사람으로 통했다고 한다.우리 조상들은 음식을 나눠 먹는 자체를 믿음과 정(情)의 표현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상차림도 상이 휘도록 했다. 위생적 측면의 고려는 없다. 밥상 한가운데 반찬을 두고 여러 사람이 젓가락질을 하며 식사하는 것은 오랜 우리의 전통문화다.특히 찌개는 밥상 가운데 놓아두고 여러 사람이 자기가 먹던 숟가락으로 휘저어가며 먹는다. 외국인의 눈에는 이런 식문화가 비위생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개인별로 밥과 반찬을 따로 주는 일본의 식문화와 비교하면 상차림에서 먹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식문화는 독특하다 할만하다.코로나19 사태 이후 나타난 새로운 변화를 우리는 뉴노멀이라 부른다. 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을 지칭하는 말이다. 향후 우리의 일상에서 많은 변화를 예고한 용어라 하겠다.우리의 식문화도 변화 중 하나로 꼽힌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극복할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는 한 비위생적 식문화의 개선은 불가피하게 고쳐야 할 관습이다.보건당국은 코로나19가 공기 중 비말뿐 아니라 식사 중에도 전염이 가능해 음식을 각자 접시에 덜어 먹도록 권장하고 있다. 상당수 직장과 요리 집에서도 각자가 반찬을 덜어먹는 방식을 채택하는 곳이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종래와 같은 방식의 식문화가 주류다. 우리의 식문화 다시 생각할 때가 됐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