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상소문 형식으로 꼬집은 시무 7조의 청원이 화제를 뿌렸다. 20만명 이상 청원이 올라온 이 글은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옛날식 상소문 형식에다 명쾌한 문장 전개로 세인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상소는 신하가 임금에게 올리는 글이다. 그 내용은 건의, 청원, 진정 등에서부터 개인적인 감사의 표시까지 매우 다양하다. 조선시대 500년 동안 관료와 학자, 유생이 올린 상소는 수만 건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상소는 관직에 있는 사람뿐 아니라 일반 유생까지 말할 수 있는 제도여서 당시 왕과 소통하는 창구로서 역할도 했다.
조선시대 1만여 유생들이 올린 만인소(萬人疏)를 보면 당시 비록 왕권사회라지만 언로가 열려 있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선시대 최초의 만인소(1792년)에는 영남유생 1만57인이 참여했다. 그들은 사도세자의 원한을 풀어달라는 내용으로 상소했다. 상소문 중에는 지부상소(持斧上疏)라는 것이 있는데, 목을 내놓고 상소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선조 때 왜국의 사신 목을 베고 국방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조헌의 상소가 그것이다. 선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훗날 한양을 버리고 도망가는 수모를 겪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하는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의 탄원이 청와대에 전달됐다. 경제단체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 부회장 공백에 대한 광범위한 경제계 우려 때문으로 짐작된다. 이보다 앞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70%가 그의 사면에 찬성을 표했다. 백신과 반도체 등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에 대해 그의 역할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보인다. 대개 상소란 민심을 바탕으로 전해지기 때문에 국민적 관심이 높다. 상소를 접한 청와대의 생각이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