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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노멀(New Normal) 시대

코로나19로 인해 가정에서부터 일터, 사회, 국가단위에 많은 변화가 일고 있으며, 이같은 변화는 코로나19 창궐 이후의 삶에도 계속 영향을 미치는 하나의 새로운 표준이란 뜻에서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불린다.경제학에서 뉴노멀이란 용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세계 최대 채권운용회사 핌코의 최고경영자 모하마드 엘 에리언이 저서‘새로운 부의 탄생’(2008)에서 저성장, 규제 강화, 소비 위축, 미국 시장의 영향력 감소 등을 위기 이후의 ‘뉴 노멀’로 지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최근 언론에서 거론되는 뉴노멀로 지칭되는 현상은 경제학적 용어보다는 주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변화를 가리킨다. 언택트 문화, 온라인 시장의 확대, 홈콘텐츠의 부상 등이 특징이다.코로나19로 기업의 비대면 업무와 협업 기회가 늘면서 기업의 재택근무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학교도 온라인 개학을 실시하고, 웹세미나가 열리기도 했다. 주택분양시장도 유튜브 라이브로 공개되고, 청약 시스템도 온라인에서 가능해졌다. 소비도 온라인으로 대체돼 외식은 줄어들었고, 옥션, 11번가 등의 온라인 판매가 전년에 비해 300% 이상 늘었다.‘집콕’ 시간이 늘어나자 집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넷플릭스는 트래픽 폭증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접속장애를 일으킬 정도였다.프로야구 KBO리그 2020시즌이 개막된 5일, 관중석이 텅빈 서울 잠실구장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등 수도권 구장엔 십수명의 외신기자들이 개막전 준비상황과 경기진행 모습을 세계 각국에 전했다.포스트 코로나 시대 세계의 뉴노멀이 대한민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방증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5-06

“부모님 모시기”

심청은 눈먼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고픈 마음에 쌀 삼백석에 몸을 판다. 끝내 인당수에 몸을 던졌지만 그의 지극한 효심에 감복한 용왕은 그녀를 사람으로 다시 환생케 한다. 효를 주제로 한 우리나라 대표적 고전소설인 심청전의 한 토막이다.부모를 위한 자녀의 효심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르지 않다. 부모에 대한 효도는 부모가 살아 계실 때 하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으로 부모님의 날이 별도 정해져 있다.각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어버이날, 어머니날, 아버지날 등이 지정돼 있다. 이날만큼은 부모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그 정신을 기리자는 뜻이다.미국은 5월 둘째 주 일요일을 어머니날로 정했다. 아버지날은 6월 세번째 일요일로 따라 정하고 있다. 특히 어머니날은 전 세계 100군데가 넘는 나라에서 여러 가지 형식으로 기념일을 보내고 있다.우리나라도 1956년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했다가 아버지날을 정하자는 여론이 나오면서 1973년부터 어버이날로 변경 운영되고 있다. 이날은 어버이 은혜에 감사하고 경로효친의 전통적 미덕을 기리는 날이다.산업화, 도시화, 핵가족화 등으로 고전적 가족 분위기가 많이 퇴색돼 가고 있다. 그렇다고 부모를 섬기고 존경하는 미덕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다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부모님을 자식이 꼭 모시고 살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는 변화가 생긴 것 같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부모를 모실 책임이 자녀에게 있다”는 물음에 반대가 찬성보다 월등히 많았다. 부모가 나이가 들면 자녀가 모셔야 한다는 전통적 가치관이 바뀌고 있다는 반증이다.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것이 효의 기준인 시대는 이미 끝났다. 어버이날에 즈음해 생각해 본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5-05

보복소비

‘보복소비’라는 다소 거친 용어가 등장했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심리가 사태의 진정세를 틈타 한꺼번에 분출되는 현상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왜 보복이라는 부정적 표현을 했는지는 그 어원을 알 수 없다. 코로나 발상지인 중국에서 나왔다는 설만 있다. 우리말로는 보상소비라는 말이 적합한 표현이다.억눌렸던 소비가 일시에 터져 나오기 때문에 보복소비의 구매력은 대략 폭발적이다. 지난 4월 중국 광저우에서는 에르메스 명품매장이 대박을 터뜨렸다고 한다. 지난 1월 코로나 사태로 문 닫은 지 석 달 만에 매장을 다시 오픈하자 소비자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대거 몰려와 하루 판매액이 무려 270만 달러(한화 약 32억 원)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중국에는 지금 곳곳에서 이런 보복소비가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코로나 사태로 참았던 소비자의 구매심리가 봇물 터뜨린 것이다. 그러나 초점은 보복소비가 침체된 시장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여부다. 중국은 보복소비 현상이 침체된 소비시장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긍정 평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4조위안의 자금을 풀어 경기부양 효과를 본 바 있다. 코로나 이후도 중국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한 준비에 나설 거라 한다.5월 황금연휴를 맞아 국내서도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국 관광지마다 사람이 넘치고 고속도로는 도시를 벗어나려는 차량으로 꼬리를 물었다. 도심의 공원과 카페 등도 모처럼만에 사람들로 활기를 찾았다.코로나19로 풀이 꺾였던 시장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하지만 침체된 국내 경기에 보복소비가 과연 위력을 발휘할지는 알 수 없다. 시장변화의 단초가 되길 바랄 뿐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5-03

코로나19 백신

인류의 수명이 늘어난 것은 각종 질병에 대응하는 백신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부터다. 수세기 전까지 만해도 아이가 태어나 10살이 되기 전에 보통 3분 1정도는 질병으로 인해 사망했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래야 30살 남짓했다. 콜레라, 장티푸스, 페스트 등 전염성 질병으로 사람들의 수명은 그야말로 하늘의 뜻에 맡겨야 했던 시절이다.세계보건기구(WHO)는 1980년 천연두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고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유행성 질환 중 하나가 완전 박멸됐다는 뜻이다. 두창이라 불리는 천연두가 수세기 동안 인류에게 끼친 폐해는 이루다 말할 수 없다. 치사율이 30%다. 어린아이에게는 더 높은 치사율을 보였다. 18세기 유럽에서는 매년 천연두로 40만 명이 사망했다.그러다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에 의해 백신이 개발되면서 천연두의 퇴치는 시작됐다. 또 장티푸스, 콜레라, 페스트 등도 잇따라 백신이 개발되면서 인류는 질병과의 전쟁에서 점차 승기를 잡는다. 그때가 19세기다.WHO의 설립 목적은 세계 모든 사람이 가능한 한 최고의 건강수준에 도달하게 하는 것이다. 인류의 행복은 인류의 건강에서 시작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사람이 예로부터 즐겨 써온 오복 중에도 수(壽)와 강녕(康寧)은 건강의 덕목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처럼 건강은 사람이 추구하는 최상의 가치다.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백신개발이 전 세계적으로 한창이다고 한다. “병원체가 규명되고 1년만에 개발된 백신은 없었다”는 의학계의 지적에 비쳐볼 때 코로나 백신의 개발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그러나 세계적 권위의 의학연구소들이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뜻밖의 결과가 인류를 기쁘게 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4-30

북한의 폐쇄성

철의 장막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소련을 중심으로 떨어져 나간 공산국가진영의 폐쇄성을 풍자한 표현이다.1946년 영국 윈스턴 처질 총리가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양극단 체제로 인한 냉전시대를 빗대어 철의 장막이란 표현을 쓰면서 더 유명해진 말이다. 실제로 종전 후 독일은 동독과 서독으로 갈라졌고, 헝가리와 오스트리아도 국경을 장벽으로 서로가 막아섰다.1989년까지 세계는 공산주의와 자유주의로 나누어져 팽팽한 긴장과 대립관계를 견지했다.중국을 죽의 장막으로 표현한 시절이 있었다. 중국 공산주의의 폐쇄성을 중국 명산물인 대나무와 비유해 쓴 표현이다. 90년대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대외적으로 내세울 때까지 중국은 죽의 장막에 가려진 나라였다. 그 이후 중국은 경제 개방정책에 힘입어 지금은 세계 최대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지난 40년 동안 중국은 국내 총생산이 155배가 증가했고, 8억 명이 넘는 사람이 빈곤에서 탈출했다.공산주의 국가로서는 유일하게 장막 속에 가려진 나라를 치면 북한을 손꼽을 수 있다. 북한은 그 오랜 폐쇄성으로 권력세습을 통한 체제의 유지가 가능했다. 70년 동안 3대에 걸친 세습은 지구상에서 유일하다. 하지만 폐쇄성으로 인해 정보와 사람이 오가지 못해 경제적으로는 여전히 빈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둘러싼 건강 이상설이 2주째 난무하고 있다. 지난 15일 태양절(김일성주석 생일)에 금수산 태양궁전 참배에 불참한 이후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해 억측도 가지가지다. 사망설에서 뇌사상태, 식물인간, 중국의료진의 진료설과 건재하다는 등 종잡을 수 없는 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체제의 폐쇄성이 보여준 북한의 또다른 진면목이라 하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4-28

코로나의 역설

전세계를 감염병 공포에 몰아넣은 코로나19가 인간에게 재앙으로 다가오지만 인간에게 피폐해진 지구에겐 코로나가 백신이 되고 있다. 이를 ‘코로나의 역설’이라 부른다. 코로나19라는 치명적인 감염병이 인간문명앞에 가려져 있던 자연의 본래모습을 되찾아주고 있다는 것이다.가장 두드러진 건 깨끗해진 공기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본격적인 측정에 나선 이래로 지난달 미 북동부 지역의 이산화질소 농도는 가장 낮았다. 중국의 대기중 이산화질소 농도 역시 2월에 30% 감소했다. 베이징하늘은 ‘베이징 블루’를 되찾았다. 이산화질소는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이다.3월이탈리아에선 40~50% 하락했다. 한국에서도 재택근무, 개학연기 등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한 3월 초미세먼지 농도가 지난해보다 46% 줄었다.세계 최악의 미세먼지로 뿌연 대기에 휩싸였던 인도에서 맨눈으로 히말라야를 볼 수 있게 됐다.공기만 맑아진 게 아니다. 세계적 관광지인 이탈리아 베네치아 운하가 맑아졌다. 강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녹색에 가까웠던 강물이 투명해져 작은 물고기떼까지 볼 수 있게 됐다. 베네치아 운하는 연간 2천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곳인 데, 지난 달 17일 이탈리아 전 지역 봉쇄령이 내려진 뒤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호주 애들레이드에선 캥거루가 길거리를 뛰어다니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선 코요태가 금문교 인근을 거니는 장면이 목격됐다. 칠레 산티아고에서는 퓨마가 도심을 활보하고, 웨일스의 휴양도시 란디드노에서는 난데없이 산양무리가 나타나 도로를 가로지른다.코로나19는 어쩌면 지구가 잠시 쉬자며 지르는 비명일 수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4-27

코로나 2차 대유행 경고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의 원인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아직 그 기원에 대해 제대로 밝혀진 것은 없다. 그해 초여름 미국의 한 병영캠프에서 독감환자가 발생하면서 시작했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 별 주목을 끌지 못하다 그해 8월 첫 사망자가 나오면서 세상의 이목을 모았다고 한다.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본국으로 귀환하던 미국 병사의 병영캠프가 전염원이 됐을 것으로 본다. 캠프에 모여 각지로 귀향한 병사가 전파자 되어 전 세계로 번졌을 것이란 짐작이다. 이 독감은 다음해까지 창궐하면서 2년 동안 적게는 2천500만 명에서 많게는 5천만 명의 목숨을 앗았을 것으로 본다. 당시 1차 세계대전 전사자가 900만 명이었던 사실과 비교해 보면 독감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인류 최대 재앙이다. 내용으로 보면 미국독감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그러나 당시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던 스페인의 언론이 독감에 대해 대서특필하면서 스페인 독감이란 별명이 붙여졌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무오년 독감으로 기록이 남아 있다. 조선총독부 통계에는 당시 조선인 인구의 거의 절반인 742만 명이 감염됐고 13만9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중국에 거주한 김구 주석도 이 독감에 걸려 간신히 회복했던 것으로 전해진다.미국 식품안전국(FDA)은 코로나19가 오는 11월쯤 다시 발생해 내년 3월까지 유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국 정부도 2차 대유행에 대비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4월 현재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20만 명을 육박한다. 엄청난 인명피해로 전세계는 충격에 빠져 있다.의료계의 2차 대유행 경고가 예사롭지 않다. 2년에 걸쳐 대유행한 스페인 독감을 떠올리게 한다. 상상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4-26

무관중 스포츠

스포츠 경기에서 무관중 경기는 관중석을 폐쇄해 관객 없이 치르는 경기를 말한다. 극히 비정상적이다. 보통은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킨 구단에 대한 징계로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2018년 10월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의 크로아티아 홈경기 2개가 무관중 경기로 진행됐다. 2015년 6월 열린 UEFA 유로 예선 홈경기에서 크로아티아 관객이 인종차별적 행동을 한 것이 문제가 돼 무관중 징계가 내려진 것이다. 2005년 4월 평양에서 열린 독일월드컵 최종 예선전에서 북한이 이란에게 패하자 관중이 이란 선수단 차량을 가로막는 소동을 벌였다. 북한은 다음번 일본과의 홈경기 개최권이 박탈당했다. 태국에서는 무관중 경기를 치러야했다. 2019년 10월 평양서 개최된 2022년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전은 29년 만에 남북 대결이 성사됐으나 생중계는 물론 관중도 없이 치러졌다. 이는 징계에 의한 것이 아니고 북한이 자발적으로 결정한 무관중 경기였다.선수와 관중은 서비스 산업에서의 판매와 소비 이상의 끈끈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스포츠가 단순한 운동경기를 넘어 문화의 한 영역으로 또는 삶의 일부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중 없는 경기는 안하겠다는 어느 유명선수의 말처럼 선수와 관중은 떼놓을 수 없는 하나의 공동운명체다.미국의 스포츠 매체 ‘이에스피앤’은 코로나19로 올해 전 세계 스포츠 행사의 47%가 취소됐으며 피해액이 67조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우리나라 프로야구가 5월 5일 무관중 개막을 한다. 개막 초반 안전한 리그 운영을 통해 단계적으로 관중 입장을 허용할 거라 한다. 프로축구 K리그도 5월 중 개막이 예상되나 무관중 경기일 가능성이 높다.코로나가 스포츠의 판세를 바꾸고 있다. 끔찍한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4-23

펫코노미(petconomy)

펫코노미는 반려동물과 관련한 시장 또는 산업을 일컫는 신조어로 반려동물을 뜻하는 영단어 펫(Pet)과 경제(Economy)를 결합한 말로, 반려동물 관련 시장을 가리킨다.펫코노미의 성장배경은 저출산의 심화와 1~2인 가구의 급증과 같은 사회적 변화에 따른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자녀에게 투자하듯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않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펫팸족(Pet+Family)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약 1천만명이 반려동물을 키워 관련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펫코노미 시장규모는 2012년 9천억원에서 2015년에는 두 배 증가한 1조8천억원을 기록했으며, 2020년에는 6조원으로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규모 6조원은 2016년 아웃도어시장, 주얼리 시장, 의료기기 시장과 맞먹는 규모다. 가장 시장규모가 큰 펫푸드 분야에서는 CJ제일제당이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오프레시’를, 서울우유 협동조합은 유당분해를 돕는 ‘아이팻밀크’를 내놨고, 풀무원은 반려동물 전용 다이어트 식품까지 선보였다. 유통업계에는 정용진 부회장이 내놓은 애완토털 솔루션 전문점 ‘몰리스펫샵’이 최대 2천500개의 반려동물 관련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롯데는 반려동물 전문 컨설팅 스토어 ‘집사(ZIPSA)’를, CJ몰은 반려동물 전용관 ‘올펫클럽’을 선보였다. 이밖에 펫 택시, 유치원, 장례서비스, IT 결합상품 등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다. 또 반려동물의 병원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펫보험이 각광받고 있으며, 주인이 사후에 홀로 남겨질 반려동물을 위한 신탁상품까지 나왔다. 바야흐로 반려동물 전성시대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4-22

경제 쓰나미

구조조정은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업의 효율적 구조혁신 과정이다. 말인즉 혁신적 조직개편이라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인력감축이나 임금삭감 등이 주요 골자다.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경험한 우리사회는 구조조정에 대한 트라우마가 아직 남아 있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기업의 구조조정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듯한 분위기다. 현대자동차가 임원의 급여 20%를 회사에 반납키로 결정했다. 현대차 그룹 51개 계열사 1천200여 명은 이달부터 당장 급여를 줄여서 받게 된다. 코로나 사태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데 대한 선제적 대응조치라 했다.IMF 외환위기 직전의 상황을 연상케 하는 풍경이다. 그 당시 우리경제는 대마불사라는 대기업이 여지없이 쓰러지고 금융기업의 부도가 발생하는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대구에 본점을 둔 대동은행의 도산도 이때 빚어진 참사다.총선의 열기는 사라지고 어느덧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쓰나미급 경제위기가 지금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감염증 사태로 발이 묶인 항공사와 관련업계는 직원들에 대한 대규모 유급휴직을 시작했다. 대기업마다 희망퇴직, 부동산 자산의 매각, 신규투자 동결 등의 조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IMF 때 겪었던 악몽 같은 그림자들이 벌써 우리 앞에서 어른거리고 있는 것이다.정부가 100만 명 공무원의 내년도 임금 동결을 검토하는가하면 대통령과 장차관급 고위공직자의 급여도 4개월치 반납을 결정했다. 이른바 고통분담이라는 미명을 앞세워 공공분야의 구조조정도 시작한 것이다.그러나 더이상 물러설 곳 없는 서민경제는 사면초가다. 고통분담할 것도 없다. 경제 쓰나미에 대응할 어떤 대책도 없다. 걱정만 커갈 뿐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4-21

소셜믹스

소셜 믹스는 아파트 단지 내에 일반 분양 아파트와 공공 임대 아파트를 함께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아파트 단지 내에 일반 분양 아파트와 공공 임대 아파트를 함께 조성하는 것으로, 사회적·경제적 수준이 다른 주민들이 함께 어울려 살게 함으로써 주거 격차로 인해 사회 계층 간의 격차가 심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다. 최근 정부가 30년 넘은 노후 영구임대주택을 재건축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입지가 좋은 단지는 종상향을 통해 기존 임대에다 공공분양까지 얹어 다양한 계층이 공존하는 ‘소셜믹스’를 적극 도모하기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소셜 믹스의 기원은 1980년대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시작됐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주거지가 점차 분리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고소득층이 사는 주거지역은 부촌으로 치안도 좋고 교육 시설도 고급스러운데 비해, 저소득층이 사는 주거지역은 점차 슬럼화되면서 치안이 불안하고 위생 및 교육환경이 열악해지게 됐다.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는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아파트나 주택단지 내에 분양과 임대를 함께 조성,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 같은 단지 내에 거주하게 함으로써 학교 및 교통시설을 함께 이용하고 사회적 교류를 확대시켜 사회 계층 간의 격차가 점점 더 커지는 것을 방지하려고 했다. 이후 1990년대에는 영국 런던, 프랑스의 파리와 리옹,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 대만 타이베이 등으로 확산됐다.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서울특별시에서 장기전세주택이라는 이름의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시행하면서 소셜 믹스 정책을 처음 도입했다. 노후 영구임대아파트를 기존 저소득층과 신혼부부와 청년 등 다양한 계층이 공존하는 소셜믹스 단지로 전환하자는 구상이니 환영할 만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4-20

승자독식제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프랭크와 필립 쿡이 함께 쓴 ‘승자독식사회’는 고도자본주의 사회에서 빚어지는 양극화 문제점을 꼬집은 책이다. 0.1초의 차이로 올림픽 금메달과 은메달이 갈라지고 금메달 수상자가 모든 것을 독차지하는 현실이 과연 바람직할까 하는 의문에서 현대사회의 문제를 진단한 것이다.“세상은 1등만 기억 한다”는 말처럼 우리 사회는 여전히 승리한 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보상구조가 판치고 있다. 승자독식은 능력 차이로 보상을 받는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하지만 미미한 차이가 엄청난 소득의 차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빈익빈 부익부’의 문제가 늘 따라다닌다.미국은 다른 나라에는 없는 대선에서 승자독식이라는 독특한 제도를 가지고 있다. 일반 유권자가 직접 뽑은 각 주의 대통령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이다. 선출된 선거인단은 단 1명이라도 더 많이 뽑힌 쪽이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모두 독식하는 제도다.전체 유권자 득표에서 이겨도 선거인단 확보 수에 밀리면 낙선도 한다. 몇 번의 그런 사례도 있었다. 2000년 당선된 부시 대통령이 이런 경우다.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을 포함 범여권의 국회의원 당선자가 190명에 달했다. 반면에 통합당의 범보수권은 110석을 얻는데 그쳤다. 거의 더불 스코어 수준이다.그러나 선관위가 집계한 정당 투표수를 보면 더불어 민주당과 미래통합당간 득표율 차이는 8.5%다. 8.5%의 표차가 결과적으로 국회의원 80석 차이로 나타난 것이다. 소선거구제가 가진 승자독식체제의 결과물이다.21대 총선 결과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을 바로 볼 줄 아는 정치인의 혜안이 아닐까 싶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4-19

코로나 이후

마치 전쟁 같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다소 진정 국면이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200만 명이 넘는 코로나 환자가 발생했고 그로인해 죽은 자가 13만 명에 다다랐다.20세기 들어 이보다 더 인류를 놀라게 한 사건은 없다. 현대 문명의 인간이 받은 충격은 가히 압도적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상을 코로나를 통해 깨달았다. 문제는 인류의 미래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예측이다. 불안감이 엄습한다.세계적 석학 유발 하라리 교수는 파이낸셜 타임지 기고를 통해 “폭풍은 지나갈 것이고 인류는 대부분 살아남을 테지만 그러나 우리는 다른 세상에 살게 될 것”이라고 했다.코로나 이후 우리의 가장 기본적 삶의 방식에 엄청난 변화를 예고한 말이다. 인류가 미래에 대한 새로운 삶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는 인류의 결속이 이에 대한 대응이 된다고도 말했다.코로나 이후 가장 예상되는 변화 중 하나가 비접촉 생활 패턴이다. 서로 만나 얼굴을 맞대고 가까이하는 모든 행동은 지금부터 서서히 자제된다. 꼭 사람을 만나지 않더라도 같은 공간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그 무언가를 찾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 대안이 온라인의 활성화다. 모든 것이 디지털 세상으로 바뀐다.온라인이 오프라인 유통을 무너뜨리고 서비스나 공정의 자동화가 인간의 일을 빼앗게 된다. 대량의 실업 사태가 생겨날지도 모른다.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전자제품은 더 많이 팔릴 것이고 드라이브 스루 같은 영업장은 더 많은 매출을 올리게 된다. 재택근무, 원격 비대면 진료, 학원 대신 화상영어가 일상화되는 세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예측이 안 되는 일상의 진짜 변화다. 우리는 무엇을 준비할까 고민할 지금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4-16

오디오북 전성시대

최근 국내 오디오북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오디오북은 눈으로 읽는 대신 귀로 들을 수 있게 제작한 디지털 콘텐츠를 가리킨다. 테이프, CD 등 물리적 저장 매체뿐만 아니라 다운로드가 가능한 MP3 파일 등 디지털 음원이나 인터넷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된다.오디오북이 스마트폰 보급에 따라 스마트폰 앱 형태의 가입형 오디오북이 등장하면서 디지털 음원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지난 해부터 직접 고객을 상대하는 B2C(Business-to-Customer) 판매 형태로 신규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가 가장 앞서 있고, 오디오북 플랫폼인 윌라, 팟빵 등이 뒤쫓고 있다.실제로 지난 4월 현재 국내에 판매 중인 오디오북은 2천429종으로, 전년 대비 418% 폭풍 성장했다. 성장률만 놓고 보면 귀로 읽는 책, 오디오북은 이미 전자책을 넘어섰다.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는 지난해 12월부터 오디오 클립(audioclip.naver.com)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중 하나인 오디오북 구매 가격은 권당 3천~6천원, 대여료는 1천500~3천원이다. 독서 애플리케이션 ‘밀리의 서재’는 지난해 7월부터 오디오북을 선보였고, 월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첫 달은 무료이고, 이후 월 9천900원이다.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의 오디오 북클럽 역시 현재 월 9천900원에 이용 가능하며, 첫 달은 무료다. 명강의를 들을 수 있는 윌라 클래스 멤버스 역시 9천900원이고, 윌라 프리미엄 올패스는 월 1만3천500원에 판매 중이다.새로운 독서매체로 등장한 오디오북은 유튜브에 식상한 고전적 책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틈새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4-15

모사재인 성사재천

사람에게 운(運)이라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지만 영 떼 낼 수도 없는 일이다. “사람의 일은 운이 칠할, 재주나 노력은 삼할이다”는 운칠기삼(運七技三)의 논리도 그래서 생겨났다.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는 한계적 영역이 있음을 드러낸 표현이다.불과 100여년전 만해도 길흉화복은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영역으로 생각했다. 지금은 과학과 의술의 발달로 웬만한 병은 쉽게 고치기도 한다. 그 시절은 맹장염조차 손을 못 써 죽는 일이 허다했다. 인명재천(人命在天)이 실감나던 때다. 사람이 정성을 다하여 하늘을 감동시켜야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도 비슷한 말이다.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태생적 한계를 인간 스스로 인정한 말이다.그러나 이런 표현이 어차피 운명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노력을 열심히 해도 소용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어떠한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여야 된다는 것과 동시에 결과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는 뜻으로 풀이하는 것이 옳다.삼국지의 제갈량은 위나라 사마의를 제거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폭발물을 계곡에 설치하고 그를 유인한다. 제갈량의 계략대로 사마의 부대는 곧 죽음을 눈앞에 두게 된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져 계곡에 설치된 폭발물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이 모습을 바라본 제갈량은 하늘을 바라보며 탄식한다. “일은 사람이 꾸미고 그것이 이뤄지는 것은 하늘에 달렸다”(謀事在人 成事在天)고 말했다.21대 총선이 결과만 남겨놓았다. 후보들이 발로 뛴 결과가 오늘밤 늦게 쯤 윤곽을 드러낸다. 그들은 얼마나 민심에 대해 최선을 다했을까. 하늘은 어떤 심판을 준비했는지 궁금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4-14

춘곤증 주의보

춘곤증은 봄철로의 계절 변화에 따라 피로감, 졸음, 의욕없음 등을 경험하는 현상을 말한다. 춘곤증의 원인은 신체의 생리적 불균형 상태를 들 수 있다. 봄이 되어 따뜻해지면 추위에 익숙해있던 인체의 신진대사 기능들이 봄의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약 2~3주 정도 필요한데, 이 기간 쉽게 피로를 느낄 수 있다. 활동량의 변화도 춘곤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봄이 되어 낮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수면 시간은 줄어들고, 저녁 늦게까지 야외 활동량이 많아져 피로를 느낄 수 있다.또한 봄에는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비타민 B1, 비타민 C를 비롯한 무기질 등 영양소의 필요량이 증가한다. 이때 비타민이 결핍되면 춘곤증을 더 느끼게 된다. 스트레스의 증가도 춘곤증의 원인 중 하나다. 학생들에게 봄은 새 학기 학업·교우관계 스트레스가 과중되는 시기다. 직장인들은 인사·승진 발표로 심리적 압박을 느낀다.그렇다고 춘곤증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증가한 활동량과 변화한 주변 환경에 몸과 마음이 적응하게 되면 춘곤증은 저절로 사라진다. 건강한 춘곤증 극복법은 운동·규칙적 수면·식단조절 등이다. 평소에 운동량이 적었던 사람은 천천히 걷는 운동부터 시작해 1주 간격으로 걷는 속도·시간을 늘리는 게 좋다. 또 매일 같은 시간에 잠들고 기상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수면 부족을 느낀다면, 점심시간 휴게실에서 잠시 낮잠을 자는 것도 좋다. 아울러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섭취해 비타민을 보충하면 나른함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요즘처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야외에 나가지 못하고 집안에만 갇혀 지내다보면 춘곤증과 더불어 우울증까지 겹칠 수 있으니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을 세심하게 보살피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4-13

심판대 선 여론조사

1936년 미국은 대공황이란 심각한 경제위기 속에 대선을 치렀다. 주로 서민층이 지지하던 민주당 루스벨트와 부유층 지지의 공화당 랜던 후보간 대결이었다.이때 미국의 리터러리 다이제스트라는 잡지사는 1천만명에게 엽서를 보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자기 잡지를 구독하는 자와 자동차 등록부에 기재된 주소가 설문 대상자였다.여론조사 집계는 공화당 후보가 루스벨트를 꺾고 승리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처참하게 틀렸다. 루스벨트의 압승이었다. 당시는 대공황 국면이어서 잡지나 차를 보유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표본 집단의 편향성이 만들어 낸 심각한 오류였다. 조사를 한 잡지사는 이후 망해버렸다고 한다.선거 때마다 여론조사의 편향성이 비판을 받는다. “여론조사는 빈 그릇이다”, “민심을 드러낸다고 하지만 때로는 음험한 공작의 도구로 전락한다”는 등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의 꼬리가 끊이질 않는다.21대 총선도 마찬가지다. 들쑥날쑥한 여론조사가 유권자를 혼란케 한다. 여론조사는 선거가 시작될 시점에 누가 당선될지 하는 궁금증을 풀어주는 방법이다. 여론조사의 정확도는 표본 구성에 달려있다. 표본구성을 조사 목적에 맞게 잘했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구성하는 요소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오악가락 할 수 있다. 표본 구성 요소에는 성별, 나이, 지역, 학력, 소득, 유무선 비율 등 매우 복잡한 오차변수들이 존재한다.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내 여론조사는 여당인 새누리당의 승리를 전망했다. 그러나 당시 결과는 야당의 승리였다. 여론조사기관의 망신살이었다. 선거가 이틀 앞이다. 그동안 조사 발표됐던 내용이 과연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까? 지켜볼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4-12

선거 망국론

어떤 일의 징조로 보는 전조(前兆)현상은 자연의 섭리처럼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다만 사람이 이를 제때 알아채지 못해 사태가 커질 뿐이다. 지진이 일어나기 전 곤충의 이동을 보고 많은 인명을 살린 사례도 있다. 어떤 건물의 붕괴 전에는 이를 예고하는 조짐이 있다는 것은 사후 조사에서 자주 입증된다.질병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병마가 덮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심각한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내 몸 안에는 그 징후가 나타나게 된다. 뇌졸중이면 어지러움이나 언어장애 등이 바로 전조다.21대 총선을 앞두고 우리나라에 덮친 코로나 감염증은 우리 경제에 재앙급 타격을 입혔다. 실업급여 신청자가 무려 19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하루 평균 6천명이 넘는 실업자가 새로 생겨 대기업 하나가 매일 없어지는 것과 같다 하니 걱정이다. 코로나로 인한 비명소리도 연일 끊이질 않는다. 우리 경제성장률이 IMF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할 거라 한다. 나라 빚이 역대급인 1천700조원을 넘었다. 국민 1인당 몫이 1천410만원이다.나라 경제가 풍전등화의 위기인데도 총선에 나선 정치권은 딴 나라 사람 같다. 나라 빚이야 많든 실업자가 양산되든 안중에 없는 모양새다.오로지 당선만 된다면 세금은 얼마든지 퍼주어도 된다는 식이다. 대표적 케이스가 긴급재난금이다. 코로나 위기를 핑계로 처음에는 국민의 절반만 지원한다더니 지금은 전 국민에게 주겠단다.대개 선거철이 되면 선심정책이 요동을 친다. 이번도 예외는 아니다. 과거 무상급식과 반값 등록금, 무상보육 등이 이른바 선거 전리품이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라 곳간이 텅 비어도 나 몰라라라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은 선거 망국론의 전조 아닌가./우정구(논설위원)

2020-04-09

원격의료 허용논란

원격의료는 대면진료 반대 개념으로, 영상·전화·채팅 등을 통해 진료하거나 의료기기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전송해 의사 소견을 받는 행위를 말한다.원격의료는 의료인 간 원격의료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로 구분되며, 의사와 의사 사이 원격의료는 현재도 합법이다.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는 원격 모니터링과 원격진료로 나뉜다.원격 모니터링이란 의료인이 환자 질병 상태를 지속 모니터링하고 상담·교육 등 관리를 해주는 것을 말한다. 원격진료는 질병 진단과 처방이 포함되는 개념으로 현재 논란이 되고있다. 현재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정보통신기술(ICT) 선진국들은 원격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료법 제34조에서는 의료인과 의료인 사이의 원격 의료만이 허용된다.원격의료는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의료진 부족으로 대구·경북지역에서 감염자 급증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의료진의 집단감염이 속출하자 원격의료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24일 전화로 의사 진단과 처방을 받는 원격진료를 일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병원은 의사의 판단에 따라 전화 상담으로 진료·처방을 할 수 있게 됐다.진료비는 계좌이체 등 송금으로 결제하고, 처방전은 팩스·이메일로 환자가 희망하는 약국에 전송해주는 식이다. 하지만 원격의료 전면허용은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 의료계는 화상·음성·문자 등 제한적 정보만으로 진단·처방을 내릴 경우 오진 가능성이 있어 책임소재 문제가 크다고 반대한다.또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대형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이 심해져 의료전달체계가 붕괴할 거란 우려도 있다. 원격의료의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강하는 묘수풀이가 필요한 시점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4-08

선승후전(先勝後戰)

천 번을 읽으면 신의 경지에 도달한다는 손자병법(孫子兵法)은 빌 게이츠가 극찬한 병법서다. 그는 “오늘날 날 있게 한 책”이라 했다. 난중일기에 기록을 남길 정도로 이순신 장군도 즐겨 읽었다 한다.동서고금을 통해 가장 많이 읽힌 병법서로 알려져 있지만 그 내용이 처세의 교과서라 해도 무방할 만큼 세상을 살아가는 요량을 잘 정리한 책으로 평가 받는다.손자병법은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출신의 손무가 지었다. 군사운용의 기본 원칙부터 실전에 응용될 수 있는 전술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내용을 담았다. “적을 알고 나를 알고 싸우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는 말도 이곳에서 나왔다. 세상의 이치를 정확히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현대사회 어느 분야, 어느상황에 적용시켜도 무리가 없을 만큼 인간사회의 근간을 잘 파악하고 있다.특히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 제시로 2천5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인생의 지침서가 된다. 처세의 어려움을 알 나이에 들면 손자병법을 한번쯤 읽어 보라 권하는 이유다.그러나 손자병법은 병법이라 하지만 의외로 전쟁을 적극 권장치는 않는다. 손자가 생각하는 최상의 승리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미리 전략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승리가 확정된 상황에서 싸우라는 뜻이다. 불가피하게 싸워야 할 상황이라도 최대한 빠르고 피해 없는 승리를 거둬야 하는 것이 손자의 핵심 가르침이다.총선 열기가 종반전 들면서 뜨겁다. 선거 전쟁에서 누가 승리할 지는 미지수다. 손자는 선승후전(先勝後戰)이라 가르쳤다. 미리 이겨놓을 만큼 준비해 싸우라 했다. 출마 후보자들은 과연 내가 싸울만큼 준비해 싸우고 있는지 지금쯤은 느낄까./우정구(논설위원)

2020-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