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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회적 거리두기

사회적거리는 원래 동물의 행동분석에서 무리에서 떨어진 개체가 다시 무리로 되돌아오는 행동상의 한계거리를 말한다. 예를 들어 작은 새 무리는 비교적 많이 흩어져 있으면서 어떤 거리 이상 떨어진 개체는 다시 무리 쪽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에 무리가 흩어지지 않는다. 이처럼 어떤 거리 이상 무리에서 떨어지면 불안을 느끼는 거리가 존재하는 데, 이것을 사회적거리라고 한다.사회적 거리는 이런 개념을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 사이에 생기는 인간감정의 친소도에 적용한 말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R.E.파크가 제창한 개념으로, 공간에서 두 지점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거리의 개념을 친밀감이나 적대감 등의 인간감정에 도입해 친근성의 정도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했다. 예를 들면 친구 사이가 통근·통학시 버스·지하철에서의 인간관계보다 사회적 거리가 가깝다.심리학에서 쓰이던 사회적 거리 개념은 2020년 2월말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인 기모란 교수가 코로나19 전염병의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들 간의 거리를 유지하자는 ‘사회적 거리두기’캠페인을 제안하면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눈이나 비가 오는 날처럼 집에 머무르고, 재택근무나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고, 예배 등의 집단 행사나 모임을 삼가하자는 내용이 골자다.대한의사협회도 2월 28일 대국민권고안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할 것을 제안했고, 권준욱 중앙방역 대책본부 부본부장도 코로나19의 피해와 유행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인 위생과 함께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 사회적 격리(거리 두기)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위해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극 실천하는 정성이 필요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4-06

참정권

여성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것은 19세기 후반부터다. 17∼18세기 유럽의 시민혁명은 절대주의를 붕괴하고 민주주의를 불러왔다. 하지만 여성에 대한 정치 참여권 부여는 한참 뒤에 이뤄진다. 뿌리 깊은 가부장적 문화가 여성의 참정권을 막았던 것이다.1893년 뉴질랜드가 세계 최초로 여성의 투표권을 인정했다. 이후 1902년 호주, 1906년 핀란드 그리고 미국은 1920년 남녀에게 동등한 투표권을 주었다. 참정권은 모든 국민이 직·간접으로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정신에 기초한 개념이다. 구체적으로 선거권과 피선거권, 국민심사권, 공무담임권 등이 해당한다.봉건사회에서 일부 돈 많은 부유층이 누렸던 참정권은 시민혁명이란 고난의 역사를 뚫고 모든 국민에게 동등하게 돌아 온 권리다. 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다. 그래서 참정권을 정치적 자유권이라고도 부른다. 헌법 제13조는 “모든 국민은 소급 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을 제한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않는다”고 참정권 보장을 선언하고 있다.총선을 10여일 앞둔 가운데 코로나 예방을 이유로 확진자 일부의 투표권이 제한된다는 소식으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코로나로 치료중이거나 자가격리중인자, 해외에서 들어오는 교민과 유학생 등 선거권 제한에 묶인 사람이 줄잡아 1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당국의 무관용 원칙에 따라 그들의 바깥 활동이 일체 제한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경솔한 선거권 제한이라며 헌법소원도 냈다. 정부가 민주주의적 가치를 너무 가볍게 본 것 아닌가 하는 비판도 쏟아진다.정부의 졸속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 국민의 참정권을 짓밟은 것이다. 당장이라도 대안을 찾아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4-05

식목일

산소는 사람과 동식물이 활동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물질이다. 공기의 주성분이지만 우리 눈으로 볼 수가 없다. 맛과 빛깔과 냄새도 없다. 사람 몸에 들어가 영양분을 분해하고 생명체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기능을 한다.아마존을 ‘지구의 허파’라 부르는 것은 대규모 수림의 자연적 기능 때문이다. 이곳 밀림에서 생성되는 산소량이 무려 지구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아마존 수림 자체가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고 기후변화까지 완화하는 순기능이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자연의 위대함이다.큰 나무 하나가 보통 두 사람이 하루 호흡하는데 필요한 양보다 좀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한다. 나무는 살아 있는 동안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한다. 반대로 죽은 나무는 대사활동이 중단되면서 생전에 품었던 탄소를 뱉어낸다. 죽은 나무 숲은 탄소 포집원이 아니라 배출원이 된다.코로나 바이러스의 직접 사망원인은 호흡곤란 증세다. 급성 호흡곤란증세를 보이는 환자에 대해 인공호흡기를 제때 공급하지 않으면 몇 시간 안에 숨진다. 우리가 평소 편히 숨 쉬는 것이 산소와 밀접한 관계에 있지만 대개 사람들은 그런 고마움에 대해서는 무관심이다.4일은 청명이고 5일은 식목일이다. 청명은 24절기 중 다섯 번째 드는 절기다. 하늘이 이때부터 차츰 맑아진다는 날이다. 농사로 보면 지금부터가 본격 영농철이다.식목일이 이맘 때 정해진 것도 계절적으로 나무심기에 적합한 때문이다.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나무심기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 못하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식목행사인들 제대로 이뤄질 것 같지가 않다. 나무 심고 가꾸는 것이 사람 생명 지키는 일과 같다는 사실을 새삼 새겨 봐야 하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4-02

딥페이크 범죄

‘딥페이크’(Deep Fake)란 특정 인물의 얼굴 등을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특정 영상이나 사진에 합성한 편집물을 말한다. 딥페이크 범죄란 바로 이런 기술을 이용해 여성의 사진을 포르노 사이트 등에서 보이는 나체와 합성해 집단 성희롱을 벌이는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가리킨다.특히 최근 조주빈이 운영한 ‘박사방’ 등 온라인 성착취물 공유방에서 딥페이크 범죄가 판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딥페이크 성범죄가 벌어지는 공간은 텔레그램, 트위터, 라인, 카카오톡 등 국내외 메신저를 아우르며, 모든 여성이 표적이 된다. 단체 대화방 속 남성들은 지인, 인스타그램 등에 자신의 사진을 올린 여성뿐 아니라 여동생 등 가족의 사진을 건네기도 한다. 딥페이크 범죄는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누구나 쉽게 사진을 합성할 수 있게 되면서 생겨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딥페이크 범죄가 만연하면서 ‘국회 국민동의 청원 1호 법안’으로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이 지난달 17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오는 6월 2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개정안에 따라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사람의 얼굴, 신체나 음성을 편집·합성·가공·복제한 촬영·영상물 등을 제작하거나 퍼뜨리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영리 목적으로 유포하면 7년 이하 징역으로 가중처벌할 수 있다.딥페이크 범죄는 현행법상 성폭력으로 인지되지 않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음란물 제작 등의 혐의만 적용됐는데, 이를 범죄로 적시해 엄벌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취지이다. 인격살인에 이르는 딥페이크 범죄는 엄벌로 다스려져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4-01

잃어버린 일상의 행복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상태”를 일반적으로 우리는 행복하다고 한다. 그러나 만족과 기쁨은 극히 추상적인데다 개인적 편차도 커 행복의 무게를 비교해 설명하기 힘들다.행복은 느끼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무게감이 다르다. 그래서 행복을 말할 때는 형이상학적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마음적으로 이해하기가 용이하다.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이 이런 경우다.동서고금을 통틀어 인간이 사는 궁극적 목표가 행복이라는데 반대할 사람은 거의 없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인간이 사는 목적은 행복 때문”이라 했으니 행복은 인간이 존재하는 한 영속적으로 추구돼야 할 가치다.일본인 작가 하루키는 그의 수필집에서 작은 행복을 언급했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작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른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의 시작이었다.우리나라도 소확행의 소비 트렌드가 유행한다. 기왕 큰 성취를 못할 바에야 작지만 성취가 쉬운 작은 행복을 추구하자는 소비 트렌드다.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자 SNS상에는 소소한 일상을 그리워하는 글들이 자주 등장,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 구절만 인용해 보자.“잠깐의 나들이가 그리움인걸, 지하철의 북적임이 그리움인걸….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고 마주보고 웃을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이고 행복인 것을 까맣게 잊고 살았네….”그동안 미처 몰랐던 소소한 일상 속의 만남과 나눔이 작은 행복이었음을 깨닫고 그리워하는 글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질질 끌면서 어느새 우리 마음의 아픔도 그만큼 커져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3-31

가정간편식 전성시대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은 완전조리 식품이나 반조리 식품을 집에서 간단히 데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가리킨다. 가정 음식을 대체한다는 의미에서 ‘가정대용식’이라고도 불린다.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HMR 시장규모는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특히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콕족’이 늘면서 소비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집에서 직접 밥을 차려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직접 조리를 늘리겠다는 소비자도 많아 가정간편식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이같은 사실은 CJ제일제당이 2월 28일부터 3월 1일까지 전국의 소비자 1천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식소비 변화 조사’를 진행한 결과 나타났다.개학 연기와 재택근무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집밥’을 먹는 비중은 83%로 전년보다 23.5%포인트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음식을 직접 조리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답한 사람은 84.2%였고, 가정간편식 소비가 늘었다는 응답도 46.4%였다. 이에 따라 가정간편식 품목 가운데 집밥을 대체하면서도 장기 보관이 가능한 즉석밥, 생수, 라면 등과 더불어 국물요리, 상품죽, 냉동만두 등 구입이 늘었다.또 개학 연기로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핫도그와 피자, 돈가스 등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한 가정간편식 구매도 늘었다. 또한 계란, 김, 두부, 콩나물 등 반찬으로 활용하는 식자재에 대한 구매 역시 증가했다. 단백질과 채소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홈 트레이닝 열풍에 따라 간편하게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가정간편식 생선구이 등도 성장할 전망이다.가정간편식 전성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3-30

‘벚꽃엔딩’

2012년 발표된 ‘벚꽃엔딩’은 오랫동안 국내 음원차트 1위를 유지한 곡이다. 이 노래의 제작 배경은 화려하게 펼쳐진 벚꽃의 만개한 풍경이다. 이 노래는 매년 봄만 되면 크리스마스송처럼 이 시절에 등장해 음원차트에 다시 진입 한다. 그래서 ‘벚꽃좀비’라 부른다.봄이 되면 사람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가 벚꽃축제장이다. 벚꽃이 군락을 이뤄 피어있는 모습은 화려하면서 장관이다. 피는 것만큼 떨어지는 모습 또한 꽃비가 내리는 것 같이 아름답다.만개한 벚꽃은 낭만적이며 인상적이다. 그곳은 추억을 남길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매년 피는 꽃이지만 벚꽃의 화사함과 아름다움은 보는 이에게 늘 새봄의 기쁨을 만끽케 한다.벚꽃의 꽃말은 순결과 절세미인이다. 꽃이 주는 느낌을 그대로 담았다. 그러면서 벚꽃의 피고 지는 과정이 너무 순식간이어서 삶의 허무와도 비유한다. 화려한 젊음의 절정기가 순식간에 지나듯 벚꽃의 피고 짐이 삶의 덧없음과 비슷하다는 뜻이다. 올 벚꽃 개화는 평년보다 3∼8일 정도 빨랐다. 봄철의 따뜻한 기온 탓이지만 지구온난화 영향이 봄꽃 개화를 앞당기고 있다.벚꽃의 개화 시기는 기상청 표준목을 기준으로 한다. 표준목 가지에 세 송이 이상 꽃이 펴야 공식적으로 개화다. 첫눈이 기상관측소에 내린 눈을 기준으로 삼는 것과 비슷하다. 서울은 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 왕벚나무가 기준이다. 올해는 99년 만에 가장 빠른 개화였다. 전국의 벚꽃놀이가 코로나19로 망쳐버렸다. 벚꽃축제가 무더기 취소됐다. 축제장 인근에 대한 봉쇄는 물론 벚꽃을 보고자해도 지자체가 방문을 만류한다. 코로나19가 벚꽃을 만끽할 우리의 봄을 빼앗아 가버린 것이다. ‘벚꽃엔딩’의 노래가 왠지 쓸쓸하게 들린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3-29

포퓰리즘

경제학에서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통상적인 상황을 벗어나 1년에 수백% 이상의 물가상승이 일어나는 경우를 말한다. 초인플레이션이다.상상이 잘 안 되지만 2018년도 베네수엘라 물가상승률은 1만%를 상회했다. 정부가 빈민구호책을 쓰기 위해 과도하게 돈을 찍어내기 시작해 한달 새 물가가 50% 이상씩 상승했다. 인플레를 수습하기 위해 화폐 단위를 늘리고 또다시 돈을 찍어냈지만 물가상승분을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당시 베네수엘라 근로자가 한 달 열심히 일해 봐야 돼지고기 1kg을 사지 못했다. 미국의 블롬버그는 당시 그곳 노동자가 한 달 일해 번 돈으로 커피 두잔 사먹기 힘들다 했다. 의약품을 못 구해 사망자가 속출하고, 인구의 10%는 해외로 탈출했다. 세계 원유매장량 1위인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기에는 믿기지 않는 현실이다. 비극은 1999년 차베스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시작됐다. 그의 빈민정책이 발단이다. 200만 빈민층에게 무상으로 집을 지어주고 그들이 사용할 생필품을 국가가 통제하면서 지원했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됨은 물론이다. 무리한 빈민정책으로 국영석유회사가 망하고 재정은 파탄에 이른다.빈민층 구호라는 차베스의 정책적 선의에 비해 결과는 너무 비참했다. 인기영합에 목적을 둔 포퓰리즘은 대개 경제논리는 뒷전이다. 개혁을 내세우는 정치 지도자의 정치적 편의주의나 기회주의에 매몰되기 때문이다.코로나19 사태가 포퓰리즘을 불러오고 있다. 전국 지자체가 재난수당 지급에 앞다퉈 경쟁이다. 경기도가 불을 붙였다. 명칭도 다르고 재원과 지원대상, 규모 등에서도 중구난방이다. 형평성 논란도 크다. 바이러스를 핑계로 정치꾼의 포퓰리즘이 마치 호기를 만난 것 같다. 걱정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3-26

코로나 블루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을 상징하는 ‘블루’가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나타난 우울증상을 가리킨다.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는 열이 나는 것 같은 느낌, 작은 증상에도 코로나를 의심하는 걱정 등 건강염려증을 포함해 불안, 불면, 기침하는 사람 등이 병을 옮길지 모른다는 염려, 감염되면 격리되거나 비난받을까 하는 걱정, 실제 격리로 인한 우울함과 답답함 등을 동반하며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 통상 스트레스 반응은 충격의 원인이 없어지면 사라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처럼 장기적인 스트레스는 이차적인 정서불안을 유도해 더 심한 신체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인간은 기억과 예측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 상황을 기억하고, 지속되는 위험 속에서 재충격의 두려움, 위험이 가까이 있거나 점점 다가오는 것 같은 불안 등을 더 강하게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이같은 코로나 블루를 예방하려면 자신의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게 좋다. 예를 들면 적극적인 손 씻기, 코와 입에 손대지 않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 감염확률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또 감염 공포를 잊기 위해 규칙적인 수면 및 기상 시간을 비롯, 일상생활의 리듬 유지하기, 좁은 실내공간에서 하는 운동보다는 넓은 공원에서 산책을 하거나 혼자 할 수 있는 야외 운동을 하며 기분 전환하기, 음악·미술·독서·영화감상, 좋은 사람들과의 통화나 소통 등 자신의 취향에 맞춰 좋은 기분을 이끌어낼 수 있는 활동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코로나19가 자칫 코로나 블루로 바뀌어 우리들의 정신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지혜롭게 대처해야 할 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3-25

이탈리아의 눈물

이탈리아는 유럽 중남부에 위치한 반도국가다. 인구 6천만의 GDP 세계 8위의 경제 강국이다. 수도 로마는 로마제국의 중심지로 고대 유럽문화의 핵심 거점지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스페인 다음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세계적 관광대국으로도 유명하다.그런 이탈리아가 지금 코로나19 사태로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고 한다. 30분에 한 명씩 죽어가는 코로나19 감염자로 이탈리아 전역이 침통, 비탄과 공포에 휩싸여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통행금지와 함께 모든 공장의 폐쇄를 명령했다. 경제난이 가중되는 어려움이 설사 있더라도 일단 인명피해를 줄여보겠다는 의도다.그러나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코로나19는 좀처럼 기세가 잡히질 않고 있다. 오히려 로마 근교 수녀원까지 집단 감염되면서 이 나라 국민을 좌절감에 빠지게 하고 있다.이탈리아 북부의 인구 12만의 베르가모시는 죽음의 도시라 불린다. 이곳 병원 영안실은 밀려오는 시신을 감당치 못해 일부 시신을 성당에다 안치하고 있다. 화장장도 턱없이 모자라 군 트럭을 동원해 일부는 원정화장에 나서고 있다.더욱 심각한 것은 이탈리아인의 코로나19 치사율이다. 한국의 9배에 가까운 9.0%에 달해 충격을 주고 있다. 사람이 죽으면 이를 알리는 그곳 풍습에 따라 지역 일간지에는 연일 10개면이 부고면으로 채워지고 있다고 한다.이탈리아는 지금 제2차 세계대전 후 가장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다. 이탈리아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왜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지를 배운다. 이탈리아의 눈물이 결코 이탈리아 사람만의 눈물이 아니라는 사실에 우리는 더 한층 높은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3-24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Over The Top)는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로, 전파나 케이블이 아닌 범용 인터넷망으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한다.‘Top’은 TV에 연결되는 셋톱박스를 의미하지만, 넓게는 셋톱박스가 있고 없음을 떠나 인터넷 기반의 동영상 서비스를 포괄한다.OTT 서비스가 등장한 배경에는 초고속 인터넷의 발달과 보급이 자리잡고 있다. 인터넷 속도가 보장돼야 동영상 서비스를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OTT 서비스들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구글은 2005년 ‘구글 비디오’를 출시했으며, 2006년에는 유튜브를 인수했다. 넷플릭스는 2007년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고, 애플은 2007년부터 ‘애플TV’를 선보였다.OTT가 기존 방송 환경의 ‘룰’을 바꾸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미국이다. OTT 행렬 선두에 선 사업자는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한 달에 적게는 7.99달러만 내면 영화와 TV 프로그램 같은 영상 콘텐츠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다. 1997년 비디오와 DVD를 우편·택배로 배달하는 서비스로 시작한 넷플릭스는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7년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유료 가입자만 5천700만명에 이르며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최근에는 역사적으로 콘텐츠 맹주로 꼽히는 디즈니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 플러스’를 출시, 3개월만에 가입자 2천860만명을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해 관심을 끌고있다.바야흐로 콘텐츠가 중요한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방증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3-23

심리방역

심리학은 인간 내면의 과정에 의문을 갖고 답을 구하는 학문이다. 마음의 이치를 깨닫는 다소 애매한 학문영역이라는 점에서 19세기 후반에 와서야 ‘정신과학’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고도의 정보화 사회가 발달한 요즘은 인간의 삶과 관련한 문제들이 다양하게 부각되면서 심리학의 적용분야는 갈수록 느는 추세다.심리학을 이야기하다 보면 ‘피그말리온 효과’가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하고 ‘갈라테이아’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세상의 살아 있는 어떤 여인보다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했다. 피그말리온의 사랑에 감동한 여신 아프로디테는 갈라테이아에게 결국 생명을 불어 넣어주고 말았다는 것이다. 간절히 바라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를 말할 때 피그말리온 효과라 한다. 1968년 미국 하버드대학이 피그말리온 효과를 실험했다. 특정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공부를 잘한다고 칭찬해 준 뒤 8개월 후 그들의 성적을 측정해보니 성적이 올라 피그말리온 효과가 입증됐다고 한다. 심리가 실제로 병세를 호전시키거나 긍정적 상승작용을 하는 사례는 많다. 플라시보 효과(가짜약 효과)도 그런 케이스다. 의사가 준 가짜 약임에도 환자에게는 치료효과가 드러나는 경우다. 마음의 병이라 일컫는 우울증 등에 이런 효과가 있다. 환자의 심리상태가 영향을 받은 탓이다.코로나19가 한달 째 이어지면서 감염병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주로 불안과 공포, 불면증, 무기력 등의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에 시달리는 시민들의 심리 방역까지도 이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코로나19 극복의 길, 넘어야 할 산이 많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3-22

오합지졸

로마 바티칸국의 교황청을 지키는 스위스 용병은 충성심과 용맹함으로 유명하다. 스위스 루체른시에는 스위스 용병을 상징하는 ‘빈사의 사자상’이 세워져 있다.1792년 프랑스 대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왕비 루이앙뚜아네트가 머물고 있던 궁전을 지키다 전사한 786명의 스위스 용병의 충성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다. 사자가 고통스럽게 최후를 맞이하는 모습으로 묘사돼 있다.당시 프랑스 시민이 그냥 도망가라고 권했을 때도 끝까지 스위스 용병의 의무를 다했던 그들의 일화는 스위스 용병의 명예로운 군인정신으로 남아 있다.군기는 군대의 기울이며 생명과 같다.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고 군의 질서를 유지하여 전투력을 보존하는 군기는 군인 정신의 핵심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갑자기 모아 놓은 훈련되지 않은 군사를 우리는 오합지졸(烏合之卒)이라 부른다. 우리민족은 언제부턴가 오합지졸을 ‘당나라 군사’에 비유해 사용했다. 왜 당나라 군사가 오합지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 유래를 대체로 고구려시대에서 찾고 있다. 비록 고구려가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했지만 그 전까지 고구려는 당나라 군사를 맞아 큰 승리를 거두었던 때문이라 한다.군인은 전쟁에서 승리가 최고의 명예다. 그래서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군은 용서할 수 없다고 한다. 전투도 해보지 못하고 무너진 군을 군이라 할 수 없다는 뜻이다.최근 우리 군의 경계가 마치 허수아비 같아 국민을 화나게 했다. 군기지 내 민간인이 무단 침입해 활보하는 사건이 올해만 세 건이 발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걱정이 태산 같은 국민 앞에서 군이 보인 모습은 실망감을 넘어 참담하다. 일벌백계가 있어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3-19

카톡문화

카카오톡은 2010년 3월 18일 첫 서비스를 시작, 1년 만인 2011년 4월 이용자 수 1천만명을 돌파했고, 이듬해 3월 4천만명을 넘어 10년만에 사실상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이용하는 SNS서비스가 됐다.이제 하루 평균 송수신 메시지 110억건에 달하는 카카오톡은 소통 방식을 넘어 일상생활 전반을 바꾸는 카톡문화를 이뤄냈다. 카톡문화는 선물, 송금, 공과금 납부 방식변화를 불러왔다.우선 2010년 12월 첫선을 보인 ‘카카오톡 선물하기’서비스는 2017년 1천700만명이 사용해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넘겼고, 지난해 거래액은 3조원으로 추정된다. 2018년 스타벅스는 연간 1천200억원대 매출을 각각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5월 친구 생일을 표시해주는 기능이 더해지면서 선물하기 서비스는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카카오톡 송금기능은 2016년 생겼다. 2015년 정부가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을 폐지하는 걸 계기로 내놓은 간편송금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는 상대방 계좌번호를 몰라도 카카오톡 아이디만 알면 채팅방에서 바로 돈을 주고받을 수 있다. 카카오페이 가입자 수는 지난해 기준 3천만명을 돌파했고, 상반기 거래액은 22조원에 달한다.이외에도 카카오는 각종 고지서나 티켓, 업체 공지 등을 카톡으로 받을 수 있는 ‘알림톡’, 로밍 없이도 얼마든지 해외에 있는 친구들과 통화할 수 있는 ‘보이스톡’ ‘페이스톡’, 대화 중 궁금한 게 생겼을 때 곧바로 채팅창에서 검색해볼 수 있는 ‘샵(#) 검색’ 등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카카오톡이 국민들의 삶에 미친 여러가지 변화들이 이른바 ‘카톡문화’로 자리잡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3-18

진풍경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우리사회에는 지금껏 한 번도 구경해 보지 못한 진풍경들이 속출되고 있다.마스크 대란이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아침부터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야하고 그나마 한 사람이 두 장만 구매가 가능하다.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재고가 동나 그것마저 살 수가 없다. 국민소득 3만달러 나라에서 마스크 사려고 줄 설 줄은 아무도 몰랐다. 버스나 지하철은 손님이 없어 한달 째 텅 비었다. 어떠한 자리에도 마스크를 써야 소통이 가능하다. 마스크를 낀 채 행사를 하고 사진도 찍지만 진작 웃는 얼굴은 드러나지 않는다. 웃픈 세상이다. 관공서 구매식당에는 난데없는 칸막이가 등장했다. 식사도 일렬로 앉아서 먹는다. 밥맛이 영 아니다. 오순도순 이야기를 해야 밥맛도 나는 법인데 코로나19가 동료 간 식사도 밥맛도 갈라놓았다.홍콩에서는 마스크를 사러 1만명이 줄을 섰다. 중국의 한 결혼식은 10분만에 초고속으로 끝냈다는 소식이다. 인기 스포츠 경기나 공연도 줄줄이 연기가 됐다. 세계 최대 부국인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생필품 사재기가 빚어진다고 한다. 진풍경이다.한국은행은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0%대로 금리를 인하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 한다. 효과는 미지수다.온 국민의 신경이 코로나19에 집중되다보니 어느덧 총선이 한 달도 안 남았다. 코로나19를 눈가림으로 하고 꼼수 정치까지 판을 친다. 여야의 공천도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코앞에 다가온 총선을 두고 유권자는 후보도 공약도 모르고 깜깜이 선거를 해야 할 것 같다.이 같은 진풍경들이 국민에겐 코로나19 우울증으로 덮쳐온다.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가 엄청 늘었다. 이것 또한 진풍경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3-17

코로나 진단법 논란

세계적으로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국면에 접어든 코로나19 진단법에는 분자진단법(RT PCR), 배양법, 항원 항체 검사법 등 3가지 진단법이 있다. 분자진단법, 배양법은 바이러스 자체를 보는 것이고, 항원 항체 검사법은 바이러스가 아닌 항원이나 항체를 검사하는 방법이다. 현재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확진 검사법으로 인정한 것은 RT PCR과 배양법 2가지뿐이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쓰고, 전 세계적으로 표준이되는 코로나19 진단법은 RT PCR이다. 검체에 있는 바이러스에서 핵산을 추출한 뒤 이를 증폭시켜 진단 장비로 읽어내는 방식이다. 빠르면 3시간 정도면 검사 결과가 나오며, 정확도는 99%다. 또 RT PCR은 바이러스를 기본적으로 죽여서 검사하기 때문에 배양법보다 안전하다. 현재 국내 긴급사용 승인된 5개 코로나19 진단시약은 모두 이 방식을 사용하는 제품이다. 또 다른 검사법인 배양법은 주로 연구용으로 쓴다. 검사에 짧게는 이틀에서 길게는 일주일이 걸린다. 무엇보다 검사 과정이 위험해 일반 병원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최근 미국 하원에서 논란이 된 코로나19 검사법은 항원 항체 검사법이다. 이 검사법은 신속진단법, 또는 간이진단법으로 불리며, 바이러스 자체보다는 바이러스의 항체를 검사하거나 바이러스의 부스러기 단백질인 항원을 검사하는 면역학법 검사법이다. 독감검사나 임신진단 키트와 원리가 동일해 키트에 항원이나 항체를 떨어트리면 10~15분에 검사 결과가 나오지만 민감도, 즉 환자를 검출하는 비율이 50~70%정도여서 현재의 코로나 사태서 사용하기는 어렵다. 미국 의회에서 한국의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폄하하는 발언이 나온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3-16

기발한 드라이브 스루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한국에서 최초 선보인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방식의 선별진료소 도입이다.불과 일주일 전만해도 시큰둥한 반응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선별진료소를 도입키로 한 배경에는 미국 내 확진자가 속출한데 따른 비판여론 때문이라 한다. 대구에서 처음 시작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는 대량으로 발생하던 코로나 확진자 검체에 획기적 성과를 냈다. 30분이나 걸리던 한 사람의 검사시간을 10분으로 단축했다. 진료, 수납, 검체까지 종전보다 3배나 빠르게 진행했을 뿐 아니라 감염 위험성도 현저히 낮췄다.1940년대 미국 패스트푸드점에서 시작된 드라이브 스루는 소비자가 구입할 메뉴를 즉석 주문하고 차안에서 물건을 받아가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도 스타벅스나 맥도널드 등 패스트푸드점에서 많이 활용한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패스트푸드점은 대인 접촉이 없다는 이유로 드라이브 스루를 통한 판매가 되레 인기를 모은다고 한다.영국의 BBC 특파원은 “한국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적용했다”는 보도를 통해 한국인의 코로나 대응력을 크게 칭찬했다.코로나19가 사람의 활동을 크게 제약하자 일부 도서관에서도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한 책 대출이 등장했다. 이용자가 사전에 빌려볼 책을 예약하고 차량을 몰고 가 책을 대출받는 방식이다. 포항에서는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양식어업인을 돕기 위해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생선회 판촉전에 나섰다. 호미곶 광장에 설치한 판매대는 즉석에서 잡은 생선회를 드라이브 스루로 판매한다. 궁하면 통하는 법일까. 한국인의 아이디어가 참으로 기발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3-15

新 보릿고개

“아이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가슴시린 보릿고개….”란 노랫말의 유행가가 요즘 뜨고 있다. 먹거리가 없어 전전긍긍하던 그 시절의 기억이 새삼 할아버지와 할머니 세대의 향수를 자극한 모양이다.손자가 뛰는 모습을 보고 행여 배가 빨리 꺼질까봐 뛰지 말라 만류했던 할머니의 애달픈 심정을 담은 이 노랫말은 그들 세대만이 공감할 충분한 소재일 것이다.보릿고개는 지난해 가을 수확한 양식은 바닥이 나고, 보리는 미처 여물지 않은 음력 4∼5월이다. 춘궁기(春窮期) 맥령기(麥嶺期) 등으로도 불렸다. 이때쯤이면 서민층은 풀뿌리나 나무껍질 등으로도 끼니를 이어갔다 하여 초근목피(草根木皮)라는 말이 생겨났다. 먹을 것이 없는 백성은 걸식이나 빚으로 연명하고, 그마저 못하는 많은 빈곤층은 굶어 죽었다. 예로부터 하늘을 의지해 농사짓는 우리 민족에게 보릿고개는 어쩌면 숙명적 고난의 시기다.“설마”하고 믿고 싶지 않겠지만 보릿고개는 196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 농촌에서도 볼 수 있었다. 오래 굶어 살이 붓고 누렇게 뜬 부황증 증세의 사람도 그 시절은 흔히 만날 수 있었다.눈부신 경제성장으로 이젠 우리에게 먹고사는 문제는 남의 나라 일이 됐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보릿고개는 할머니 이야기 속의 전설처럼 들릴 뿐이다.얼마 전 매스컴에서는 은퇴 후 5∼10년을 연금 없이 버텨야하는 소득공백기를 신보릿고개라 불렀다. 퇴직 연령은 빨라지고 국민연금 수령은 늦어지는 우리 사회의 모순적 구조를 꼬집는 표현으로 사용했다.지금 대구와 경북은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산업이 멈춰 섰다. 곳곳에서 생존위기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판 보릿고개가 대구경북에 번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 대책이 절박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3-12

유튜브 선거전

유튜브가 선거운동의 주요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유튜브는 구글이 운영하는 동영상 공유 서비스로, 사용자가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시청하며,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당신(You)과 브라운관(Tube·텔레비전)이라는 단어의 합성어다. 지난 2005년 2월 페이팔(PayPal)의 직원이었던 채드 헐리, 스티브 첸, 조드 카림이 캘리포니아 산 브루노에 유튜브사를 설립했다.유튜브의 시초는 세 명의 창립 멤버가 친구들에게 파티 비디오를 배포하기 위해 ‘모두가 쉽게 비디오 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을 생각해낸 데서 시작됐다. 소셜 미디어 서비스의 일종인 유튜브가 선거운동에 중심을 차지하게 된 것은 천재지변인 코로나19 사태가 계기가 됐다. 대면접촉 위주의 기존 선거운동이 막히면서 유례가 없는 ‘유튜브 총선전’이 벌어진 것.여야 각 후보들은 유튜브를 통해 출마를 선언하거나, 활동을 유권자에게 알리고 있다. 또 각당 역시 공식 채널을 통해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특히 21대 총선 최대 관심사인 서울 종로 선거전은 유튜브가 선거운동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여야를 대표하는 이낙연 전 총리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당대표가 맞붙은 이 지역 선거운동 역시 각각 이낙연TV·황교안오피셜을 개설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과거 선거운동은 군중·길거리 연설에서 문자·이메일 홍보로 진화했다. 2010년 전후엔 트위터·페이스북 등이 SNS 선거전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17년 대선부터 대선후보 1인에 집중된 유튜브 선거가 치러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총선을 유튜브가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최초의 ‘전국 단위 선거’로 평가한다. 환경의 변화가 문화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현장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3-11

왕따가 된 나라

왕 따돌림에서 나온 ‘왕따’는 인천 어느 여학교에서 처음 유래됐다고 한다. 집단으로부터 따돌림 당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이 말은 은어로 시작했던 것이 보통 명사화됐다.유래는 일본의 이지메(집단)다. 일본은 집단주의 문화가 발달한 나라다. 무슨 일을 도모할 때면 집단으로 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한다. 집단이 결정한 일에 반대하거나 다른 행동을 하면 집단이 대놓고 따돌림을 한다. 일본의 학교에서 발생하는 이지메 현상은 사회문제화가 여러 차례 됐다. 집단 괴롭힘으로 목숨을 끊은 학생도 나왔다.집단 괴롭힘 현상인 이지메를 우리말로 적절하게 표현할 용어가 없어 왕따로 사용한 것이다. 그런데 접두사 왕은 보통 심하다, 강하다 등 낱말을 강조하는 접목어로 많이 사용된다. 왕초보, 왕고집, 왕회장 등이 그런 경우다.그러나 왕따는 그런 의미와는 다르다. 왕따는 강하다는 뜻보다는 집단이란 의미로 사용된다. 왕따를 모방해 ‘개따’(개인적 따돌림), ‘금따’(금방 따돌림), ‘대따’(대놓고 따돌림) 등의 속어들도 뒤이어 만들어졌다. 인터넷상 카톡방에서의 따돌림을 ‘카따’라 부르고 그런 표현을 보고 ‘카티즌’이란 단어도 쓴다.집단으로부터 왕따를 당하면 보통 소통이 되지 않고 고립이 된다. 자연 자신감도 상실하게 된다. 학생이면 학교생활을 하는데 있어 인간관계가 소원해지는 악순환을 겪는다, 심지어 극단적 선택도 한다.우리나라가 코로나19 발생으로 100개국이 넘는 외국 나라로부터 왕따된 처지가 됐다고 한다. 가까운 일본도 무비자 입국제도를 임시 중단했다. 입국하려면 적어도 14일간 격리가 필요하다. 전 세계가 환영하던 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으로 신세가 몰락했는지 무능한 정부를 탓할까 한심한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