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고유명절인 이번 설 연휴에는 가족 간 모임이 통제된다. 정부가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한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을 설 연휴 마지막 날까지 연장하면서 가족 간에도 4인까지만 만날 수 있게 했다.
많은 자녀를 둔 집안의 경우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한꺼번에 만나면 방역지침을 위반하게 돼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설에는 72%가 고향방문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아예 귀향을 포기했다고 한다. “몸은 멀어도 마음은 가까이” “설 인사는 영상 통화로”라는 당국의 캠페인성 구호가 곳곳에 나붙어 있지만 왠지 마음 한구석은 허전하다.
고향을 떠난 자식으로서는 1년에 겨우 두 번 있는 명절인데 부모를 만나지 못한다하니 아쉬움이 여간 큰 게 아니다. 일부 집은 방역지침에 어긋나지 않게 시간과 날짜, 사람 수 등을 조정해 부모를 만나기로 했다고도 한다. 또 일부서는 방역지침에도 고향에 오라는 시부모의 말씀에 속앓이 하는 며느리도 있다고 한다.
우리의 고유 명절이 어쩌다 바이러스의 침범에 이렇게 옴짝달싹 못하게 된 것인지 안타깝다. 새해를 맞는 설날이 되면 우리는 윗사람에게 세배를 올린다. 올해도 건강하고 좋은 일이 많기를 기원하는 우리 민족의 예법이다. 윗사람도 아랫사람이 세배를 올리면 “소원성취 하라”는 덕담과 함께 술과 음식을 대접한다. 술을 못 마시는 어린아이에게는 세뱃돈을 준다.
세배는 집안 어른에 이어 친척과 동네 어른들까지도 일일이 찾아 문안을 드리는 우리의 아름다운 풍속이다. 만약 연초 바빠서 인사를 못 드렸다면 시기가 늦더라도 반드시 꼭 챙겨야 하는 것이 세배 예법이다. 이번 설에는 영상통화나 비대면 인사로 세배를 대신한다고 한다. 아쉬움이 크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