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인류사회의 변천과 흥망을 기록하는 것이지만 반드시 큰 사건만을 기록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시대 전반에서 생기는 크고 작은 일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역사적 기록으로 남는다. 그것을 역사라고 부르든지 기록이라고 말하든지 간에 먼 훗날에는 역사란 이름으로 평가를 받는다.
지금처럼 공적 또는 사적 기록물 보관의 영역이 넓어진 시대환경을 생각하면 역사 자료 보존의 공간은 무한대다.
김부식의 삼국사기가 사관에 의해 집필된 정사라면 일연스님이 쓴 삼국유사는 민중에서 나온 이야기를 중심으로 엮은 야사다. 두 서적은 정사든 야사든 상관없이 역사적 평가라는 관점에서 지금은 쌍벽을 이루는 역사 유산이다.
기록이라는 말에는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 새로운 놀랄만한 성과나 성적을 세웠을 때처럼 신기록의 의미가 하나요, 다른 하나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정확한 팩트가 중심이어야 한다. 이렇게 남겨진 기록들은 후대에 걸쳐 역사적 자료로 인용되는 것은 우리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좀 더 정직하고 정의로운 기록이 남도록 하는 것이 역사 위를 걷는 선배 세대나 위정자가 취할 자세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야당 동의없이 29번째 장관을 임명했다. 이명박 정부 때 17명, 박근혜 정부 때 10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숫자다. 청문회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과 문제점과는 상관없이 국회가 보고서를 채택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면 장관직은 시작된다.
29번 야당을 패싱하고 임명한 것이 청문회 취지를 못 살렸다며 국민의 반발도 적지 않다. 법률적인 하자가 없다고 정치적 행위가 단순한 기록으로만 남지 않는다. 역사란 기록과 함께 평가가 항상 뒤따르는 법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