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룰은 상장기업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된 경우와 보유한 자의 지분이 해당 법인 주식 총수의 1% 이상 변동된 경우, 그 내용을 5일 이내에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등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를 말한다.이는 상장기업의 경영권 안정과 공정성을 위해 2005년 개정된 증권거래법 제200조 2항에 명시된 제도다. 이 제도의 목적은 자본 시장의 개방으로 투기적 펀드에 의한 기업 사냥이나 기업 간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대응책의 일환이다.국민연금은 이같은 5%룰에 막혀 주주권 행사를 자유롭게 하지 못해왔다. 그러던 것이 지난 해 12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바꿔 주식 등의 보유목적 ‘경영권 영향 목적’활동이 아닌 ‘단순투자 목적’일 경우 보고기한 연장 및 약식보고가 허용되도록 했다. 이달 1일부터 시행된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배당관련 주주활동이나 단순한 의견표명, 회사및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응하는 해임청구 등은 ‘경영권 영향 목적’활동에서 제외되고, 새로 신설된 ‘일반 투자 목적’으로 분류됐다.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대한항공 등 국내 상장사 56곳에 대한 주식보유목적을 단순투자 목적에서 일반투자 목적으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즉 국민연금이 이들 기업에 대해 배당확대를 요구하거나 위법행위를 한 이사에 대한 해임을 청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쌈지돈인 국민연금으로 확보한 주식으로 기업들의 경영권에 개입하는 것은 ‘연금사회주의’란 비판도 있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격언을 잊지말아야 한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2-10
중국몽(中國夢)은 시진핑의 대표적 통치이념이다. 위대한 중화민국의 부흥을 뜻한다. 하지만 내심으로는 봉건왕조 시대 조공질서를 통해 세계의 중심역할을 했던 전통 중국의 영광을 21세기에 되살리겠다는 뜻으로 보는 해석이 정통이다.중국의 G-2 부상으로 서방국가는 중국을 경계의 눈으로 살피고 있다. 특히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 경계의 선봉장에 서있는 인물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달 17일 발행될 주간지 표지에 마스크를 쓴 시진핑 주석의 일러스트를 게재한다고 밝혔다. 커버스토리는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은 ‘중국의 세기’를 만들고 싶어한 시진핑의 꿈을 깨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지금 중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량 확산으로 최대 위기에 봉착해 있다. 중국 공산당의 치밀한 통제에도 소셜미디어에선 교묘히 시주석을 비난하는 글들까지 나돈다. 뉴욕타임스는 기고가 글을 통해 “중국 소셜미디어는 강력한 검열에도 온갖 화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중국은 현재 공식적으로 3만명이 넘는 신종 코로나 감염환자가 발생했으며 사망자는 700명을 넘었다.중국내 불안감은 극에 달해 있다. 최근 우한 폐렴의 내부 고발자였던 젊은 의사 리원량의 죽음으로 중국인의 분노가 점차 시진핑을 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국 공산당의 불투명하고 권위적인 통치가 신종 코로나 사태를 키웠다는 것에 대한 원성이다.시진핑 주석은 미중 무역전쟁과 홍콩의 반정부 시위에 이어 또 한번의 시련에 봉착했다. 신종 코로나는 사태 수습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떤 것보다 불안한 정치적 변수다. 신종 코로나가 올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4%가까이 떨어뜨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시진핑의 중국몽이 온전치 않아 보인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2-09
8일은 정월대보름날이다. 우리 조상은 이날을 설명절만큼 큰 비중을 둔다.‘한국의 세시풍속’자료에는 12달 동안 한국의 세시풍속은 모두 189건에 달한다고 했다. 그중 정월 한달 이뤄지는 세배, 설빔 등과 같은 세시풍속이 78건으로 한해의 절반 가깝다.그러나 정월 78건 가운데서도 대보름날 하루와 관련되는 세시풍속이 무려 40여 건이 된다고 했다. 세시풍속만 본다면 정월 대보름은 우리의 가장 큰 명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는 달의 움직임을 표준으로 삼는 농경사회에서 우리의 조상은 그 어떤 날 보다도 정월 대보름날을 가장 소중한 날로 삼았다는 반증이다. 중국에서는 정월 대보름을 상원(上元)이라하고 천관(天官)이 복을 내리는 날이라 했다. 중국 역시 정월 대보름을 중요 날로 섬겼다.정월 대보름날 행해지는 세시풍속을 살펴보면 그 사정을 더 잘 짐작할 수 있다. 오곡밥, 약밥, 묵은 나물, 부럼, 귀밝이 술 등 먹는 것부터 지신밟기, 별신굿, 쥐불놀이, 줄다리기, 달집태우기 등 온갖 행사가 이날 축제로 벌어진다.한해가 시작되는 달에 첫 번째 뜨는 보름달은 우리 조상에게는 풍요와 모든 부정을 살라버리는 정화의 상징이다. 따라서 이날은 지신 밟고 달집 태우며 가능한 많은 정성을 들여 한해 농사의 풍요로움과 가족의 안녕을 달에게 빈다.특히 달이 떠오를 때 생솔가지 등을 쌓아놓고 불을 질러 노는 달집태우기는 질병도 태우고 근심도 태워 한해의 밝음을 소망하는 행사다. 지금도 그 전통이 매년 대보름날 이어진다.그러나 올해는 ‘신종 코로나’로 대보름 행사 일체가 중단됐다. 질병을 막아보자는 염원의 민족 전통이 공교롭게도 바이러스에 의해 중단됐다. 서운한 마음이 없을 수 없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2-06
보험업계에도 디지털 바람이 불고있다. 우리나라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에 이어 카카오페이와 삼성화재가 2호 디지털 손보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보험업체와 ICT기업의 합작인 ‘디지털 보험사’는 보험 데이터와 ICT를 결합해 고객이 합리적이고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신개념 손해보험사다. 현재 세계적인 4차산업 및 핀테크 혁신 추세에 따라 보험업계의 디지털 혁신 기술 활용은 세계적인 금융산업 트렌드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우리나라에서는 한화손해보험, SKT, 현대자동차 등이 손잡고 설립한 국내 최초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보가 최근 영업을 개시했다. 캐롯손보는 고객 라이프 스타일에 따른 생활밀착형 보험상품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첫 상품으로 ‘스마트온(ON) 펫산책보험’과 ‘스마트온 해외여행보험’ 2종을 선보인 데 이어 최근에는 월 보험료가 990원인 ‘캐롯 990 운전자보험’을 출시했다. 1분기 내로는 실제로 운행한 거리만큼만 보험료를 내는 자동차보험 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다.또 카카오의 금융플랫폼 계열사인 카카오페이와 삼성화재가 이르면 3월 초 금융위원회에 합작사 예비인가를 신청한다. 본인가까지 순조롭게 진행되면 합작사는 내년 상반기 국내 두 번째 디지털 손보사로 출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손보사들이 디지털 손보사 설립에 나선 데는 지속적인 실적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서다.시장 포화로 인해 대면 채널을 통한 보험 가입은 정체된 반면, 온라인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가 소비 계층으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보사들이 디지털 전환을 통해 경영위기를 타개하려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며, 시대변화를 반영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2-05
심폐소생술의 골든타임은 4∼5분 정도다. 심정지 상태가 시작되고 4∼5분이 지나면 뇌에 혈액공급이 끊기면서 뇌손상이 급격히 진행된다. 혈액공급이 차단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뇌손상은 심각해지고 급기야 사망에 이른다.골든타임은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긴박한 시간대를 가리키는 의학 용어에서 시작했으나 지금은 어떤 일을 하는데 가장 적합한 시간을 지칭하는 말로도 자주 사용된다.예컨대 항공기나 선박사고가 났을 때 탈출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시간대도 골든타임이라 부른다.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면 대개 생명을 잃게 되거나 사고가 커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모든 일에는 완급이 있는 동시에 사태를 수습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간대가 있기 마련이다. 골든타임은 놓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절묘한 타이밍을 찾는 일이 문제 해결의 키포인트다. 골든타임을 기적의 시간이라 부르는 이유다.방송계의 골든타임은 의료 등 긴급재난에 사용하는 골든타임과는 의미가 다르게 사용된다. 우리말로 황금시간대를 말한다. 시청률이 가장 치솟는 시간을 가리킨다. 우리나라는 밤 8시∼11시 사이가 골든타임이다. 영어로는 프라임타임, 골든아워라고도 한다. 광고비가 가장 비싼 시간대다.어쨌거나 골든타임은 이를 사용하는 모두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대를 뜻한다. 이것이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면 다수의 대중에게 돌아가는 영향력은 또한 대단한 것이다. 한국의협이 우한 폐렴의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 전역을 입국금지 대상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당국에 주문했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며 이를 놓치면 메르스와 같은 실패가 반복될 수 있음을 경고한 거와 같다. 정부 당국이 지금을 골든타임으로 볼 것인지가 주목되는 대목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2-04
디지털 아이디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원 인증 시스템으로, 사용자가 이름·나이 등 자신의 개인 정보를 직접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이 특징이다.우리가 실제 주민등록증을 자기 지갑에 넣어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것처럼 디지털 아이디는 개인 블록체인 지갑에 내 정보를 담아놓고 필요할 때마다 개인 키(비밀번호)를 입력해 자신의 정보를 활용한다. 특정 사이트에 가입할 때마다 내 주민등록번호 앞자리, 휴대폰 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를 해당 사이트에 일괄 제출하는 것과는 반대다. 일련의 복잡한 본인 확인 과정을 간소화하는 일명‘디지털 아이디’로 불리는 분산 아이디(DID, 탈중앙화된 신원식별 시스템)가 머지 않아 공인인증서와 주민등록증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특히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입한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을 경우 결국 ‘아이디 찾기’를 눌러 휴대전화 인증을 거쳐 아이디를 찾아야 하고, 같은 과정을 반복해 비밀번호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 개인마다 가입한 사이트가 100개가 넘는 현실을 감안하면 매번 다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리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아이디는 향후 인감증명서와 졸업증명서를 대체하는 신원인증시스템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최근 대학들은 DID를 활용해 출석 체크를 하거나 학생증을 발급하려는 시도를 하고있고, 자동차 산업에서는 차량 소유주 인증에 DID를 활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DID는 위·변조가 어려워 보안성이 높고 사용자가 간편하게 본인인증을 할 수 있어 차세대 신분증으로 각광받고 있다. 디지털시대에 단일화한 디지털 아이디가 가져올 긍정적 변화를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2-03
혐오성 식품을 먹는 비정상적인 식생활을 두고 ‘몬도가네’식이라 한다. 1962년 전세계의 엽기적 풍습을 소개한 이탈리아 다큐 영화 몬도카네(Mondo Cane)에서 따온 말이다. 이 영화는 현대 문명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잔혹한 살상행위와 엽기적 음식문화 등을 소개해 세계인에게 충격을 주었다.15억 명의 인구와 56개 소수민족이 함께 어울려 사는 중국은 음식요리에 관한한 천국이다. 넓은 면적 곳곳에서 만들어지는 희귀한 음식뿐 아니라 그들이 가진 음식문화에 대한 특별한 생각이 버무려져 수많은 요리들을 개발했다. 그들은 요리를 끼니의 해결 차원이 아니라 예술의 한 장르로 생각하는 전통이 있다.중국식 요리의 재료가 다양한 것은 이런 전통적 음식문화에 기인한다. “중국 사람은 책걸상 빼고는 다 먹는다”는 말이 있을 만큼 식재료의 폭은 일반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 문제는 전갈, 도룡뇽, 곰발바닥, 모기 눈알, 악어, 뱀 등 그들이 선택하는 재료의 엽기적 행태가 늘 화제라는 것이다. 중국의 전통을 모르는 외국인에게는 그야말로 몬도가네가 따로 없다.우한 폐렴의 진원지로 알려진 우한 수산시장에서도 박쥐, 오소리, 여우, 사향고양이, 악어 등의 야생동물이 산채로 거래되었다고 한다. 특히 박쥐는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숙주로 지목돼 중국의 독특한 음식문화가 다시한번 도마에 올랐다.사스 때도 박쥐를 잡아먹은 사향 고양이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고 메르스 때도 박쥐를 통한 낙타가 중간 숙주 역할을 했다.음습한 곳에서 생활하는 박쥐의 몸에는 200개나 되는 각종 바이러스가 기생한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 사태는 박쥐까지 잡아먹겠다는 몬도가네식 인간의 식문화가 자초한 불행이라 하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2-02
팬데믹(Pandemic)은 국경을 넘어 광범위한 지역으로 번지는 전염병을 일컫는다. 우리말로 범유행전염병이라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전염병 경고단계를 6단계로 나누고 그중 최고 경고등급을 팬데믹이라 한다.역사적으로 팬데믹으로 지칭된 사례는 여럿 있다. 6세기경 이집트에서 시작한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은 최악일 때 도시인구가 40%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동로마제국의 확장을 멈추게 한 배경이라는 설도 있다. 정확한 병의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페스트 계열로 짐작하고 있다.14세기 유럽 전역을 휩쓴 페스트도 팬데믹의 사례다. 페스트는 사람의 피부가 검은색으로 변해 썩는다하여 흑사병이라고도 부른다. 지금까지 발견된 전염병 중 가장 단시간에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병이다. 당시 유럽에서는 이 병으로 1억명 가량이 목숨을 잃었다니 놀랍다.1918년 유행한 스페인 독감도 2년 동안 5천만명의 목숨을 뺏어간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이다. 당시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15만명 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세계보건기구는 범유행전염병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는 질병으로 2009년 멕시코에서 시작해 세계로 번진 신종플루와 사스, 아프리카 전역에서 유행한 AIDS 등을 손꼽고 있다. 특히 중국 우한에서 이번에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도 팬데믹의 일종으로 본다.우한 폐렴으로 전세계가 긴장감에 빠져 있다. 발생지인 중국에서는 연일 감염자가 늘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 당국의 조치가 거의 속수무책처럼 보여 안타깝다. 빌게이츠는 2017년 뮌헨 안보 콘퍼런스에서 “전염병이 핵폭탄이나 기후 변화보다 훨씬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해 주목을 받았다. 그의 발언이 실감 나는 지금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1-30
‘다크 넛지’마케팅은 소비자가 비합리적인 구매를 하도록 유도해 기업이 이익을 취하는 행태를 말한다.넛지(nudge)는 ‘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는 뜻으로 강요에 의하지 않고 유연하게 개입함으로써 선택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반면 ‘다크 넛지’는 선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결과로 유도하는 것으로, 소비자들이 번복하기 귀찮아하는 점을 노려 비합리적인 소비를 하도록 유도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최저가를 찾아 결제하려고 하면 추가 비용이 생기는 것, 디지털 음원 할인행사 후에 이용권이 자동으로 결제되는 것 등이 대표적인 다크 넛지의 예이다. 온라인에서 자동 결제나 서비스 해지 방해 등도 포함된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구독 결제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50개를 임의로 조사한 결과, 무료 서비스 기간 경과 후 유료로 전환하는 앱 26개 중 유료 전환 3일 전 ‘결제 예정’을 고지한 앱이 2개(넷플릭스, 유튜브뮤직)에 불과했다. 이용약관에 ‘매월 일정 시기에 정기 결제 내역을 고지한다’고 명시한 곳은 한 곳밖에 없었다. 모바일로 계약했는데도 전화로만 해지 신청이 가능한 곳도 있었다. 모두 다크 넛지 마케팅을 의식한 공급자의 횡포다.온라인 결제에 익숙치 않은 기성세대에게 다크 넛지 마케팅은 소비자의 눈을 속이는 불쾌한 마케팅 기법이다. ‘눈 감으면 코베어가는’세태를 그냥 둬선 안 된다. 한국소비자원이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사업자에게 자율 시정을 권고하고 유료 전환 시점이 가까워져 오면 소비자에게 고지하도록 ‘콘텐츠 이용자 보호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고 관계부처에 건의한다니 모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1-29
1974년 스웨덴은 세계 최초로 부모휴가제를 도입했다. 부모휴가 중에 아빠는 의무적으로 3개월의 휴가를 사용해야 한다. 이 제도로 스웨덴은 여성에게 집중됐던 육아와 가사노동의 부담이 아빠에게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계기가 된다.복지의 나라 스웨덴에서는 이젠 아빠의 육아 등 돌봄 참여문화는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라테 파파는 한 손에는 카페라테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유모차를 미는 아버지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를 라테 파파라 부른다. 그 유래는 당연히 스웨덴이다.직장과 가정이 균형을 이루는 워라벨 문화가 시작되고, 남녀 성평등이 강조되면서 우리나라도 남성의 육아휴직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 통계로 확인된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부문의 남성육아 휴직자가 2만명을 넘어섰다. 2001년 육아휴직제도가 도입 후 가장 많은 아빠가 육아휴직을 한 것이다. 남성의 육아휴직 비율도 21.2%로 사상 처음으로 20%대를 넘었다고 한다. 남성의 가사 참여가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는 셈이다.남성의 육아 및 가사노동 참여가 늘어나는 현상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남존여비(男尊女卑)를 부르짖던 우리 조상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가히 격세지감이 있는 변화다. 아내는 반드시 남편의 뜻에 좇아야 한다는 여필종부(女必從夫)의 의미 역시 무색해지는 요즘이다.대구에서도 지난해 남성의 육아참여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는 뒤지는 12%선에 머물렀으나 큰 폭의 증가세를 드러냈다. 대기업이 없는 대구의 처지를 생각하면 2015년 3.4%와 비교하면 급진적 변화다.남성은 바깥 일, 여성은 집안 일로 구분되는 종전의 성 역할의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1-28
부동산 경찰은 내달 21일 출범하는 국토부 산하 부동산 조사팀을 가리키는 말로, 특별사법경찰이다. 부동산 경찰은 시장질서를 해치는 투기꾼에 대한 추적에 나서고, 전국 지방자치단체 특사경의 수사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국토부는 15명 내외로 상설 부동산 조사팀을 구성하고, 세종청사 내부에 사무실도 연다. 기존에 지정된 부동산 특사경 6명 외에 추가로 특사경을 증원하고, 국세청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감정원 등지에서 직원을 파견받는다. 주요 조사·수사 대상은 불법 전매와 청약통장 거래, 무자격·무등록 중개, 주택 구매 자금 조달 과정의 증여세·상속세 탈루 등이다. 여러 지방을 오가며 불법전매나 청약통장 거래 등 투기를 저지르는 전국구 투기세력에 조사와 수사 역량이 집중될 예정이다. 시장 과열지역에 대해서는 자금조달계획서를 정밀 분석하면서 주택 구입 자금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이뤄질 수 있는 탈세 등 불법을 찾아내고 부정 대출도 가려내게 된다. 조사팀은 관련 기관에 필요한 자료를 요청해 받아볼 수 있는 권한도 부여받았다. 부동산 신고 요건도 까다로워진다. 우선 내달 21일부터는 실거래 신고 기한이 계약일 60일 이내에서 30일 내로 단축된다. 부동산 거래를 신고한 이후 계약이 취소될 경우에도 이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3월 중순부터는 부동산 구매 자금조달계획서 내용이 대폭 보강되고, 투기과열지구 9억원 초과 주택 매수자는 계획서 내용을 증빙할 서류도 직접 제출해야 한다.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도 기존 투기과열지구 내 3억원 이상 주택에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3억원 이상 주택과 비규제지역 6억원 이상 주택으로 확대된다. 부동산 경찰이 투기꾼 근절을 위한 최선의 패가 되어주길 바란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1-27
코로나 바이러스는 포유류와 조류에서 감기 등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RNA바이러스의 일종이다. 전자 현미경으로 봤을 때 태양 외곽의 붉고 둥근 띠를 뜻하는 ‘코로나(corona)’와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 바이러스는 1930년대 닭에게서 처음 발견된 후 개·돼지·조류 등의 동물에 이어 사람에게서도 발견됐다.처음에는 소나 돼지와 같은 일부 동물에겐 매우 치명적이지만 사람에게는 대개 가벼운 감기만 일으키고, 어린이들에게선 설사 등의 장 질환을 일으키는 등 위험성이 높지 않은 질병으로 여겨졌다.그러다 다른 형태로 변이된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치명적인 감염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대표적인 것이 바로 우리나라를 강타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SARS)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MERS)다. 지난 2003년 세계적으로 유행한 사스는 약 8천명의 사람이 감염돼 이중 10%가 사망했고, 지난 2005년 우리나라에 상륙한 메르스 역시 전 세계적으로 1천400여명이 감염돼 그중 37%인 557명이 사망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이달 초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를 중심으로 발생한 집단폐렴 유발 병원균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새로운 형태의 코로나 바이러스로,‘우한폐렴’이라고도 한다. 중국 우한시 화난 수산시장에서 첫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수산시장 내 상인들이 토끼나 뱀 등 야생동물을 도축하는 과정에서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는 치명적 전염병인 만큼 철저한 방역대책이 필요할 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1-22
1890년 영국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세발자전거를 타고 놀던 아들이 크게 부상을 당했습니다. 이 당시 자전거 바퀴는 나무와 무쇠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타는 자전거는 작은 충격에도 심하게 흔들렸고 다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아들의 상처를 치료하던 아버지는 더 안전한 자전거가 없을까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아들이 축구공에 공기를 좀 넣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버지는 이때 중요한 사실을 깨닫습니다. “자전거 바퀴에 공기 타이어를 사용하면 훨씬 안전하고 안락할 수 있을 것 같은데….”아들을 지켜 주고 싶은 마음과 사람들의 안전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공기타이어를 만들었습니다. 이 공기 타이어는 전 세계로 급속히 퍼져 나갔지요. 미국 포드사와 독일의 벤츠사도 이 타이어를 사용했습니다. 이 아버지가 세계 최초로 공기 타이어를 개발한 던롭입니다.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위대한 발명품이 나온 셈입니다.마음은 저수지와 같습니다. 안에 담은 것을 내 줍니다. 좋은 것을 나누어 주려면 먼저 마음속에 좋은 것을 채워야 합니다. 과거 독일이 분단 상태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한번은 동베를린 사람들이 쓰레기 더미를 서베를린 진영으로 쏟아 부었습니다. 서베를린 사람들은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합니다. 쓰레기를 모아 다시 동베를린 쪽으로 투척해 복수할까 했지만 결국 그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기로 정했습니다. 오히려 덤프트럭 한 대에 통조림과 또 쉽게 부패하지 않을 식량을 채워 동독으로 가서 멋지게 쌓은 후 그 옆에 표지판을 하나 세웠습니다. “사람은 각자 자기 속에 있는 것을 준다.”쓰레기를 소유한 사람은 상대에게 쓰레기를 주고, 음식을 소유한 사람은 음식을 줍니다. 선한 말, 진실한 마음을 나누려면 먼저 마음을 선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가득 채워야 합니다./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2020-01-21
결혼은 인간이 혼자서 살아갈 수 없음을 자각하고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제도다. 그래서 결혼만큼은 매우 성스러운 행위로 여기는 것이 동서양의 일반적 개념이다. 결혼 당사자도 심리적으로, 경제적으로 남녀가 결합하는데 동의하고 그를 실천하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벌인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될 때까지 행복하게 살라”는 백년해로(百年偕老)가 그것이다.졸혼(卒婚)은 2004년 일본의 한 작가가 “졸혼을 권함”이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된 신조어다. 결혼을 졸업하다는 뜻이지만 이혼과는 조금 다르다. 혼인관계를 유지하되 서로의 삶을 간섭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즐기자는 것이다. 혼인신고만 유지할 뿐 사실상 이혼에 가깝다. 재산과 자녀문제 등을 고려한 결혼 형태라 볼 수 있겠다.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는 37살에 부인과 해혼(解婚)을 했다. 그의 해혼 제안을 받은 부인은 고민 끝에 동의했고 해혼한 간디는 고행의 길로 갔다고 한다. 인도에서 해혼은 그렇게 낯선 문화가 아니다. 결혼의 굴레에서 풀어준다는 뜻으로 사용되며 자유의 몸이 된 사람은 다수가 숲으로 들어가 수행을 한다고 한다. 인도의 종교적 영향이 큰 것으로 본다.우리도 영화배우 백일섭씨의 졸혼 이야기가 TV에 소개되는 등 졸혼과 관련한 유명인의 사생활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어느 시인은 TV에 출연, “졸혼도 삶의 한 형태”라고 당당히 말하기도 한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이 ‘대구 신중년 결혼생활 실태분석’에 따르면 “졸혼을 해도 불편하지 않을 것”이란 물음에 28%가 긍정적 답을 했다. 남성보다는 여성의 긍정 동의가 더 높았다. 시대가 바뀌어 결혼관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 싶다. 하나 이혼, 해혼, 졸혼 등 다양한 삶의 형태가 사회규범마저 무너뜨릴까 두렵다. /우정구(논설위원)
대전족은 자녀 교육을 위해 대치동에 전세 얻어 들어온 사람들을 가리킨다.서울 강남구 대치동은 명문 학군과 각종 입시학원이 밀집한 이른바‘학세권’으로 불린다. 어느 도시보다 발달된 사교육 인프라가 집중된 대치동에는 자녀의 대학 입시를 위해 세입자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넘친다. 예를 들면 서울 은평구의 50평(약 165㎡)대 아파트에서 살던 A씨는 지난해 초 이 집을 7억원짜리 전세로 돌린 뒤 대치동의 23평(전용 78.71㎡) 아파트 전세를 약 10억원에 구했는데, 하나밖에 없는 아들(12)을 대치동의 중학교에 보내기 위해서라고 털어놨다. 집이 좁아 불편하지만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기까지 7∼8년 전세살이를 감수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런 사람들을 흔히 ‘대전족’이라 부른다.분당 등 수도권 지역 고교평준화가 시작된 뒤 학부모들이‘강남8학군’으로 몰려들던 2000년대 초반부터 언론 등에 오르내리던 용어지만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대전족은 대치동 주택시장의 한 주축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18년 3월부터 1년 동안 이른바 교육특구로 불리는 서초2219강남2219송파구 등 ‘강남3구’로 전입한 초등학생 수는 4천693명으로 이 기간 서울로 전학 온 전체 학생 1만8천321명의 약 4분의 1에 달한다는 것만 봐도 우리나라 교육열이 빚어낸 증상을 목도할 수 있다.최근에는 대치사거리 등에 즐비한 학원을 이용하기 위해 인근 빌라나 오피스텔 원룸에 사는‘대원(대치동+원룸)족’도 적지 않다. 재수를 선택했거나 방학을 이용해 지방에서 대치동을 찾는 학생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강남부동산 불패의 뿌리는 바로 대전족 또는 대원족을 번성케 하는 교육열에서 찾을 수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1-20
중진국에 들어 선 국가가 선진국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저소득 국가로 퇴보하는 현상을 ‘중진국 함정’이라 한다. 세계은행이 2006년 아시아경제 발전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처음 제기한 용어다. 아르헨티나, 칠레 등 포퓰리즘에 심취한 중남미 나라가 대표적 사례다. 중진국 함정의 원인으로는 짧은 기간 안에 경제성장을 주도한 압축성장 국가의 경제관료의 생각이 경직된 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한다. 고비용 저효율의 경제구조로 바뀌면서 시장 경제 도입을 소홀히한 것도 원인이라 한다.14억 인구의 중국이 지난해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넘었다. 등샤오핑의 선부론을 필두로 1978년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한지 40년만이다. 당시 중국의 1인당 GDP는 381 달러,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가난한 나라였다. 중국의 GDP 1만 달러 돌파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뜻하는 중국몽(中國夢)을 외쳤던 시진핑 주석에게는 지지기반을 다지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결과다. 실제로 중국의 GDP 규모는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지금의 환율로 계산하면 3위인 일본보다 2.8배나 높다.하지만 중국 내에서는 평균이 주는 착시에 빠져 환호하지 말고 심각한 빈부격차 해소와 국민 실질구매력 확대에 정진하라는 비판적 목소리도 있다. 1인당 GDP 1만 달러 돌파로 중국 내 심각한 빈부격차가 시 주석에게 새로운 부담이 될지도 모른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세계은행은 1인당 GDP 1만2천375 달러 이상인 국가를 고소득국가로 분류한다.중국이 GDP 1만 달러 돌파 후 고소득국가로 진입할 것인지는 또다른 관심사다. 일부학자는 사회주의 체제가 있는 한 선진국 진입은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지켜볼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1-19
인재 영입과 관련한 고사(故事)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삼고초려(三顧草廬)가 유명하다. 뛰어난 지략가며 불세출의 영웅 제갈량을 모시기 위해 유비는 자신보다 스물 살이나 어린 제갈량의 집을 세 번이나 찾아가 그를 감복시킨다. 훌륭한 인재를 맞는다는 것은 그만큼의 정성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삼국지 영웅 조조도 인재를 중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수하에 수많은 인재가 운집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그는 “오직 재능만이 추천의 기준(唯才是擧)”이라 했다. 능력만 있으면 남에게 욕을 먹거나 말거나 주저 없이 발탁하는 것이 그의 특별한 인재관이다.일본의 전기회사 파나소닉을 세운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통한다. 그는 “사업은 사람이 전부다” 라고 말했다. 동서고금을 둘러봐도 인재 등용의 중요성을 틀렸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모든 일의 중심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최근 기업이 인재를 얻기 위해 인재가 근무하는 기업 자체를 인수하는 새로운 경영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한다. 주로 기술인력 스카우트가 치열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세계는 바야흐로 인재확보 전쟁에 불꽃을 튕기고 있다.4.15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인재 영입바람이 한창이다. 여야는 좋은 인재 확보를 위해 물밑 경쟁도 마다 않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들이 발표한 영입 인재에 대한 평가는 노력에 비해 별로다. 장애인, 권익운동가, 극지탐험가, 경력단절 워킹맘 등 그럴 듯한 이름으로 포장을 했지만 국민 눈높이를 채우지 못한 탓이다. 구태 정치인은 그대로 두고 인재만 영입해봤자 포장만 바꾼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일회용, 추잉껌” 등의 악평도 나왔다. 눈가림보다 내부혁신이 먼저라는 뜻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01-16
최근 주진모 씨를 비롯한 유명 배우와 아이돌 가수 등 연예인 10여 명의 휴대 전화 해킹으로 아주 사적인 SNS 대화들이 유출되는 사건이 있었다. 주씨는 휴대폰을 분실하거나 수리를 맡긴 적도 없고, 쓰던 폰을 판 적도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카톡 대화가 털린걸까? 전문가들은 휴대폰에 있는 전화번호부 목록이나 캘린더 일정, 문자메시지 내용 등을 클라우드에 자동으로 백업되도록 해 놓았다가 백업해 둔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클라우드 백업은 스마트폰을 분실할 경우 데이터를 카피해서 복구할 수 있기에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활용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클라우드 서비스가 해킹된 게 아니라 아이디, 패스워드를 도용당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통상 해킹당한 사례를 조사해보면 진짜로 해킹당한 게 아니라 여러 사이트에서 같은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쓰는 것을 해커가 알아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A라는 연예인이 영세한 쇼핑몰에서 쓰던 아이디와 비번을 클라우드와 카톡, 그리고 다른 사이트에도 공통으로 쓸 경우 보안이 허술한 사이트에서 아이디와 비번을 알아내 다른 계정을 털수 있게 된다. 따라서 휴대폰 해킹 방지를 위해서는 첫째 사이트가 달라지면 비밀번호는 바꿔 쓰고, 둘째 비밀번호 외에 생체 인식이라든가 SMS 문자 확인 등 별도의 인증 수단을 추가하는 이중인증을 켜둔다. 셋째로 스마트폰 OS나 앱을 항상 최신 버전으로 바로바로 업데이트하는 게 중요하다. 업데이트 공지가 뜨면 해커가 보고 스마트폰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를 알아내 하루이틀 안에 공격 코드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첨단IT기술의 발달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개개인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1-15
김영삼 대통령 때 이야기. 보물 제1977호인 청와대 불상(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을 두고 세간에는 이상한 소문이 나돌았다. 소문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 때마침 일어난 대형 참사가 개신교 출신 장로인 김 대통령이 청와대 불상을 치웠기 때문이라는 것. 청와대는 사실 여부를 밝히기 위해 기자를 대동하고 경내 있던 불상을 전격 공개하는 해프닝까지 벌이게 된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 청와대 불상의 존재감은 더 확실해진다.청와대 불상은 1912년 경주에서 조선총독 관저로 옮겨졌다. 당시 조선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의 경주 순시 때 환심을 사려는 현지 일본인 유지가 갖고 있던 불상을 밀반출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불상을 일제 강점기 문화재 수난사의 대표 유물로 평한다. 불상은 시원한 이목구비와 딱 벌어진 어깨, 유연하게 흘러내린 법의 자락 등이 석굴암 본존불을 닮았다 하여 미남불(美男佛)로 불린다.벌써 경주를 떠난 지 100년 이상 세월이 흘렀다. 청와대 경내서만 80년을 보냈다. 그동안 변화무상한 권력을 묵묵히 지켜보았지만 존재 가치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2018년에 와서 문화재청이 서울시 유형문화재에서 보물로 승격한 것이다. 통일신라시대 석불 중 보기 드물게 불상 전체가 온전히 보존돼 있고, 다른 불상에서는 찾기 힘든 사각형 대좌로 만들어져 통일신라 불상의 대표적 수작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경주시 도지동 이거사(移車寺)가 원출토지로 보고 있다. 최근 문화재청은 최초 출토지가 이거사로 확실시됨에 따라 불상의 경주이전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일제 강점기에 함부로 옮겨진 불상이 100여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것만으로도 뜻 깊은 일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1-14
따뜻한 겨울이 전세계를 놀라게하고 있다.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3주 동안 알래스카와 북서 태평양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겨울이 ‘동면’에 들어간 수준이며, 지난달 말부터 미국 동부 날씨는 3월·4월의 봄 날씨에 가까웠다고 보도했다. WP는 따뜻한 겨울의 원인으로 유난히 강한 ‘폴라 보텍스’(Polar Vortex·극 소용돌이) 때문이라고 했다.폴라 보텍스는 북극이나 남극 지방의 대류권 상층부부터 성층권까지에 걸쳐 형성되는 영하 50∼60도의 한랭 기류를 말하는데, 이것이 극권의 차가운 공기와 그보다 낮은 위도에 위치한 따뜻한 공기 사이의 경계를 따라 흐르는 제트기류의 영향으로 중위도 지방으로 남하하지 않고 북극 주변에만 집중되는 바람에 따뜻한 겨울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한랭 기류가 북극 일대에 집중된 탓에, 오히려 북극해 인근의 덴마크령인 그린란드 등에서는 오히려 기록적인 추위가 찾아왔다. WP에 따르면 지난주 그린란드의 대륙 빙하 온도는 화씨 영하 87도(섭씨 영하 66도)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 11년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온도였다.우리나라도 이상 기후로 남원 남꽃축제·평창 송어축제·안동 암산얼음축제 등 전국의 겨울축제장이 직격탄을 맞았고, 가장 유명한 겨울축제 중 하나인 화천 산천어축제도 두 차례나 개막이 미뤄졌다.일본 북부 섬 홋카이도에도 올해 기록적으로 눈이 오지 않아 오는 31일 개막을 앞둔 삿포로 눈축제를 위해 삿포로 교외 지역에서부터 행사장으로 눈을 옮기느라 진땀을 흘릴 정도다.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人災)가 된 지 오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