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오픈뱅킹 시대

오픈뱅킹은 제3자에게 은행 계좌 등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고 지급결제 기능을 개방하는 공동결제시스템이다. 한마디로 은행의 금융결제망을 핀테크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앱 하나로 모든 은행 계좌에서 출금이나 이체를 할 수 있으며, 핀테크 사업자들도 개별 은행과 제휴를 맺을 필요 없이 결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은행권은 이달 30일부터 오픈뱅킹 시범 운영을 시작하게 돼 오픈뱅킹 시대 개막을 앞두고 있다. 이후 12월부터 전면 시행된다. 기존에는 A은행 계좌를 조회하려면 반드시 A은행 앱을 사용해야 했지만 오픈뱅킹서비스가 도입되면 B은행, C은행 앱이나 핀테크 앱에서도 모든 은행의 계좌를 조회할 수 있고, 이체도 할 수 있게 된다. 즉 한 앱에서 모든 은행 계좌 업무 처리가 가능해진다. 오픈뱅킹에 제공되는 서비스는 모든 은행 계좌의 잔액조회와 거래내역 조회, 계좌실명조회, 송금인 정보 조회가 가능하다. 또 이용기관의 지급계좌에서 자금을 인출해 수취인 계좌로 입금 가능하며, 출금에 동의한 고객 계좌에서 자금을 인출해 이용기관 계좌로 집금도 가능하다.오픈뱅킹에는 모든 핀테크 결제사업자와 은행이 참여하게 된다. 참가은행은 산업은행, 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제일은행, 기업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씨티은행, 수협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전북은행, 경남은행,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18개사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시범 실시 전 내부 개발 및 전산테스트를 거쳐 제공기관으로 참가한다. 금융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발맞춰 보수적인 은행들도 디지털 경쟁력 제고에 힘써야 할 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0-16

노벨상 유감

10월은 노벨상 시즌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상자가 발표된다.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노벨상을 받는 나라와 개인이 이맘때쯤이면 자연스레 궁금해진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스웨덴의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1901년부터 시작한 이 상은 올해로 벌써 118년째다. 그러면서 그 권위는 여전히 세계 최고다. 특히 과학분야의 수상자는 그 나라의 과학문명 발달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눈길을 끈다.역대 노벨상 수상자를 출신지별로 보면 미국이 가장 많다. 특히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는 미국 국적 보유자가 271명으로 전체의 43%를 차지한다. 영국 14%, 독일 11%, 프랑스 5.5%다. 아시아에서는 24명을 배출한 일본이 최다 기록 보유국이다.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별로 보아도 미국이 단연 뛰어나다. 1위에서 8위까지 모두가 미국 소재 대학이 차지하고 있다. 가장 많이 배출한 1위 대학은 스탠퍼드 대학이다. 실리콘밸리에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 교육 및 연구에서 더 많은 기회를 누릴 수 있었던 것 같다. 구글이나 야후 등의 창립자가 이 학교 출신이다.무역전쟁으로 우리와 각을 세우고 있는 일본은 올해도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화학상)를 배출했다. 작년에 이어 연속 수상의 영광도 안았다. 일본과의 기술 격차를 좁혀가며 노벨상 수상자 탄생을 고대하던 우리의 처지가 갑자기 초라해진다. 특히 올해 화학상을 수상한 일본인 요시노 아키라씨가 리튬이온 전지업체 샐러리맨 출신이라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 일본의 연구 문화가 우리와 다름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짧은 시간 안에 성과를 내겠다는 한국적 조급함으로 노벨상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0-15

스니커테크

스니커테크는 한정판 운동화를 가리키는 스니커와 재테크의 테크가 합쳐진 신조어로, 한정판 운동화를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삼는 것을 말한다. 한때 고가의 명품백을 되팔아 재테크하는 것을 샤테크(샤넬+재테크)라 불렀다면 이제는 운동화에 투자하는 스니커테크가 대세라고 한다.실제 얼마전 서울 마포구 나이키 조던 홍대점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그날 발매하는 ‘에어 조던 6 트래비스 스콧’의 드로우(Draw·제비뽑기)에 참여하려는 인파가 몰려서다. 드로우란 추첨을 통해 신발을 구매할 권리는 주는 것으로, 한정판 운동화 판매 방식으로 쓰인다.나이키는 이날 1만 개의 응모권을 발행했고, 총 656명에게 운동화를 살 기회를 줬다고 한다. 판매된 운동화 가격은 30만 9천 원이었지만, 출시 사흘 만에 이 운동화 가격은 중고거래 사이트 등지에서 140~180만 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출시 3일 만에 가격이 6배나 오른 것이다. 180만원에 판다면 수익률은 482%. 운동화 구매권 응모에 사람들이 몰린 이유다.젊은이들의 이런 운동화 재판매 열풍은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의 한 투자은행은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60억 달러, 우리 돈 7조 1천600억여 원 규모의 스니커즈 재판매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추정했다.인기가 높은 신발은 당첨만 되면 리셀(Resell·재판매)로 2~3배의 수익을 낼 수 있고, 수수료도 세금도 낼 필요가 없으니 이만한 투자처가 없다. 만약 팔리지 않아 수익을 내지 못한다 해도 큰 문제는 없다. 신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한정판 운동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더 높아진다니 변화하는 세태가 어지러울 따름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0-14

인사가 망사(亡事)

인재 등용을 얘기할 때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일화가 자주 인용 되는 것을 본다. 신입사원 면접 때 자신이 직접 참석할 뿐 아니라 관상가를 모셔놓고 면접을 보는 독특한 스타일 때문이다. 이 회장 자신도 평소 관상학에 관심이 많아 관련 서적을 탐독했다고 전한다. 사람을 잘 뽑아야 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그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내 일생의 80%를 인재를 모으고 교육시키는데 시간을 보냈다”고 할 만큼 삼성의 발전은 유능한 인재에 있었음을 강조했다.삼국지에 등장하는 삼고초려(三顧草廬)는 인재를 알아본 영웅의 일화다. 촉한의 유비는 오두막집에 기거하는 제갈량을 세 번이나 찾아가 간청한다. 제갈량의 지혜와 재능으로 유비는 정치적 포부를 이루는데 인재 영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치는 교훈이다. 세종대왕이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조선 최고의 융성함을 누렸던 것도 인재등용 정책 덕분이다. 조선시대 최고 발명가인 장영실은 본래 노비 출신이었으나 세종대왕에 의해 발탁된다. 세종은 그를 중국으로 유학보내 공부를 하게함으로써 그를 조선시대 최고의 과학자로 키웠다.인사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사람을 잘 뽑아 적재적소에 앉히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뜻이다. 단체든 기업이든 국가든 인재를 잘 등용해야 흥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역사가 입증했다. 따지고 보면 세상사 모든 것은 사람의 손끝에 달렸다. 인사가 만사라는 인재 등용의 진리는 고금동서를 관통한다.조국사태가 두 달째 소용돌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국민의 걱정이 온통 나라를 덮는다. 대통령의 인사 하나로 끝날 문제가 이 지경에 왔다. 인사가 망사(亡事)가 된 꼴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10-13

임산부의 날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0명대인 나라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인구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0명대에 진입했다. 합계출산율이란 가임여성(15∼49세)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수다. 0명대라는 것은 한 명의 여성이 1명의 자녀도 갖지 못할 것이란 뜻이다. 일반적으로 인구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을 2.1명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이대로 가면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국가가 될 것이란 전망도 여기서 비롯됐다.정부는 지난 10여 년간 출산 장려를 위해 100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돌아온 결과는 합계출산율 0명이었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91명으로 집계돼 한해동안 태어날 아이가 이제 30만명도 안될 것 같다는 우려다. 2년 전 우리는 한해 출생아수 40만명선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불과 2년 만에 30만명선이 또 위협 받고 있는 상황이다.요즘을 욜로(YOLO)시대라 부른다. 인생은 한번뿐이니 후회없이 이 순간을 즐기자는 것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부딪힌 젊은이가 저축 대신 소비를 선택하는 경향을 꼬집어 한 표현이다. 저출산의 근본적 이유도 시대의 흐름이나 배경에 기인한다. 청년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이에게 출산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출산보다 자기 자신의 생존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출산 극복 정책이 어려운 것은 이처럼 사회적 복합 요인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출산 증가국은 출산과 육아, 보육 등을 동시에 책임지는 정책을 펴고 있다. 어제는 임산부의 날이었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 극복을 위해 임산부 보호를 위한 사회적 배려가 왜 필요한지를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0-10

이사철 집수선 상식

이사철 전·월세집을 들고날때 잘못 알고 있는 상식들이 많다. 특히 집수선과 관련, 전세는 세입자가, 월세는 집주인이 수리하면 된다고 알고 있다. 다만 주요 시설물에 대한 수리는 집주인이 부담해야 하나 전세의 경우 대부분 세입자가 수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그러나 현행법과 판례에 따르면 월세와 전세의 수리 비용 부담에는 차이가 없다.민법 623조 ‘임대인의 의무’에 따르면 임대인(집주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에게 인도하고 계약 존속 중 그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 세입자의 경우 민법 374조에 따라 임차한 물건을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보존해야 하며, 민법 615조에 의거 원상 회복의 의무를 진다. 따라서 주요 설비에 대한 노후나 불량으로 수선, 기본적인 설비 교체, 천장 누수, 보일러 하자, 수도관 누수, 계량기 고장, 창문 파손, 전기시설 하자 등은 집주인에게 수리 의무가 있다.반면 임차인(세입자)의 고의나 과실로 인한 파손, 간단한 수선, 소모품 교체, 집을 사용하는데 지장이 없는 수리(형광등, 샤워기 헤드, 도어록 건전지 교체 등) 등은 직접 부담한다.통상적으로 임대차계약기간인 2년을 채웠을 때 집주인이 이사를 가라고 하지 않는 한 자동연장, 즉 묵시적 갱신이 이뤄진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 2항에 따르면 묵시적 갱신이 되면 언제든지 세입자는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으며 묵시적 갱신에 따른 해지는 그 통지를 받은 날로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 판례에 따르면 약정한 계약 기간 중 3개월을 남기고 나갈 경우 중개보수는 임대인이 부담해야 한다. 그러므로 세입자는 최소 3개월의 여유를 두고 계약 해지를 통보하면 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0-09

실손의료보험의 함정

의료보험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의료비를 제외하고 병·의원 및 약국에서 실제로 지출한 의료비를 최대 90%까지 보상하는 보험으로, 보험 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 또는 통원치료 시 의료비로 실제 부담한 금액을 보장해 주는 건강보험을 말한다.즉 아프거나 다쳐서 병원 치료를 받았을 때, 국민건강보험법 등에 의해 발생한 의료비 중 환자 본인이 지출한 의료비를 보험가입금액 한도 내에서 보장하는 보험이다. 이같은 실손보험은 나이가 들수록 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 보험료가 올라가고, 유병자의 경우 보장내역이 줄어 효율적인 보험활용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가급적 건강할 때 보험에 가입해 두는 것이 유리하다.특히 실손의료보험은 ‘비례보상 상품’이어서 중복가입하지 않는게 중요하다. ‘의료비 비례보상’은 부당이득의 문제점과 불필요한 장기입원 및 과잉진료행위 등 사회적 폐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피보험자가 상해 또는 질병으로 인해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아 발생하는 의료비에 대해 다수 상품에 중복가입 하더라도 피보험자가 실제 부담한 의료비 이상은 보상되지 않고 피보험자가 부담한 의료비를 보험사간 비례분담하게 된다. 예를 들어 甲이 1천만원을 한도로 의료비를 보장하는 A보험과 B보험 두개의 상품에 가입하고 병원비를 100만원 부담한 경우 두개의 보험사로부터 각각 100만원이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A보험과 B보험 각각에서 50만원씩 지급받게 된다.따라서 신용정보원 홈페이지나 인슈어테크 전문기업에서 내놓은 통합보험관리앱 등을 활용해 보험가입 내역을 조회, 보험료만 이중으로 납부하는 피해를 입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0-07

몬스터 DNA

화성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DNA 검사다. 수사 과학화의 힘이 범죄 검거율을 높인다는 것을 보여준 모범 사례의 하나다. 첨단과학이 발달하고 인구가 늘면서 범죄도 지능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범죄가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있다.화성사건은 당시의 검증 기술로는 풀 수 없었던 것이 과학적 기법이 새롭게 개발되면서 30여 년 전의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잡아내는 쾌거를 올린 것이다.과학수사의 혁명이라 할만하다. 더 흥미로운 것은 수사의 과학화가 진전되면서 그동안 풀지 못했던 강력범죄의 미스테리가 다시 풀릴까 하는 기대감이다. 개구리소년 실종사건 등 현재 밝혀내지 못한 강력 미제사건은 제법 많은 수를 기록하고 있다. NCIS(미 해군범죄수사대)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드라마에서 지능범죄를 소탕하는 과학수사팀의 활약을 조금은 이해하고 있으나 정말로 과학수사가 범죄의 증가율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올 5월 비무장 지대내 화살고지에서 발견된 군인 유해의 신원이 DNA 검사를 통해 밝혀진바 있다. 비록 60여 년의 세월이 지났으나 다행히 유족의 한을 푸는 데 작게나마 일조한 것은 과학의 힘 때문이다. 사람 몸은 100조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다. DNA는 세포마다 존재한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의 DNA는 서로 다르고 돌연변이가 없는 한 죽는 날까지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DNA가 유전자 물질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은 20세기 들어서다. 과학의 힘이 질병의 예측과 치료는 물론 범죄 예방으로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된다는 사실에 새삼 감탄할 뿐이다. 화성사건을 계기로 과학수사의 맹활약으로 범죄가 줄어든 세상이 온다면 모두가 반길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10-06

한국의 군사력

항공전문매체 ‘플라이트 글로벌’은 미국이 전 세계에 운용되는 군용기 5만3천대 가운데 25%인 1만3천여 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2위인 러시아 4천78대, 3위 중국 3천187대와 비교하면 압도적 격차다.군사력이란 한 국가가 가진 병력 등 전장에 투입되는 무기와 정보능력, 군수지원이 가능한 경제력, 외교력 등 전쟁 수행이 가능한 능력을 종합평가한 것이다. 미국의 군사력은 막대한 예산과 더불어 전 세계에서 불변의 1위다.2019년 미국 GFP(Global Force Power) 발표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군사력은 미국 1위, 러시아 2위, 중국 3위다. 한국은 일본 다음으로 7위다. 북한은 18위로 평가됐다.발표대로라면 한국의 군사력도 꽤 높다. 북한과 비교해서도 월등하다. 그러나 실제로 북한보다 나을지는 미심쩍은 데가 있다. 북한 핵무기 보유가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할 일이 아니다. 또 북한의 경제력이 허약하다고 군사력을 저평가했다면 그것도 잘못 짚은 것이다. 북한은 경제력에 비해 전투 능력이나 도발의지가 세계 최강이다. 일부에선 북한은 핵무기를 포함하면 군사력이 중국에 이어 4위라는 평가다.올 국군의 날을 맞아 국방부는 북한이 가장 걸끄럽게 여기는 F-35A 스텔스 전투기를 처음 공개했다. 레이더에 걸리지 않고 평양 상공에 접근해 김정은위원장이 사는 주석궁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무기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북한은 11번째 탄도 미사일을 쐈다. 스텔스기 공개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국군의 날을 보내며 우리 군의 군사력이 새삼 궁금하다. 군사력만 믿다가 큰 코 다치는 건 아닌지 걱정도 있다. 허술해진 안보의식부터 다잡아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0-03

증오를 씻은 한마디 말

사기를 당해 재산을 날린 남자가 있습니다. 회삿돈을 가로채 부도를 일으킨 원수 같은 놈이 밤마다 꿈에 나타납니다. 결국, 노숙자로 전락합니다. 하도 배가 고파 화장실에서 물로 배를 채우는 일도 이제 그만하고 싶습니다. 용산역 출구로 나가 배회하다가 뒷골목 국숫집 하나를 발견하지요. “여기 국수 곱빼기!” 호기롭게 주문합니다.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이 남자는 국수를 폭풍 흡입합니다. 할머니는 이 남자가 한 그릇을 비우기 무섭게 그릇을 뺏어 가더니 한 그릇을 더 퍼옵니다. “천천히 드시우. 체할라….” 며칠을 굶은 뱃속이 이제서야 꿈틀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할머니! 여기 한 그릇만 더요!” 세 그릇을 다 비운 남자는 잠깐 할머니가 주방에 들어간 사이 냅다 도망을 칩니다. 할머니가 남자 등 뒤에 대고 크게 외칩니다. “그냥 가! 뛰지 말고. 넘어지면 다쳐!! 천천히 가!!”남자는 한참을 달린 후 숨을 헐떡이며 멈춰 섭니다. 눈물이 한없이 터져 흐릅니다. 울화와 비통함, 분노가 흐르는 눈물에 씻겨 내립니다.15년이 흐릅니다. 할머니 국숫집이 모 방송국에 맛집으로 방송을 탄 후 전화 한 통이 울립니다. 중남미 파라과이에서 한 중년 남자가 국제전화를 한 겁니다. 남자는 TV를 보면서, 그 할머니가 15년 전 노숙자였던 그에게 국수를 세 그릇이나 먹이고 도망치던 자신에게 따스하게 용서의 말을 던져주었던 바로 그 할머니였음을 깨닫습니다. 할머니의 한 마디가 자신을 살렸노라, 방송국 PD에게 몇 번이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다음에 귀국하면 꼭 할머니를 찾아뵙고 인사드리겠다고 다짐하면서요.그는 할머니의 한 마디에 세상에 대한 증오를 다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한국을 떠나 이역만리 파라과이에서 새로 사업을 일으켜 큰 성공을 일구었다고 하지요.(계속)/인문고전독서포럼대표

2019-10-01

무항산(無恒産)

무항산은 일정한 재산이나 생업이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맹자 편에 나오는 말로 “백성은 먹고사는 문제가 안정돼야 정치를 우러러 본다”고 한 것이다. 정치를 잘한다는 것은 백성을 잘 먹고 잘 살게 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뜻이다.맹자는 무항산을 통해 무항심(無恒心)을 가르쳤다. 일정한 수입이 없으면 일정한 마음도 없다는 것이다. 무항심 상태가 되면 “방탕, 괴벽, 부정, 탈선 등 모든 악을 저지르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 속담에 ‘곳간이 차야 예절을 안다’는 것과 비슷한 의미다.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이 있다. 먹고 살기 어려워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죄를 지어 포도청에 잡혀가게 된다는 말이다. 먹고살기 위해선 해선 안 될 일도 할 수밖에 없는 딱한 처지를 뜻한다.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선 빌 글린턴은 경제 문제를 꼬집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It’s the economy. stupid)란 캐치프레이즈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을 이기고 42대 대통령에 당선된다. 선거에서도 경제 문제는 국민에게 가장 호소력 있는 이슈란 것이 확인된 사례다.사실 국민에게 잘 먹고 잘 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인간이 문명을 발달시키면서 경제는 더욱 중요해졌다. 경제적으로 윤택하다면 누가 정치를 해도 별로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주류를 이루는 요즘이다. 백성에겐 으뜸의 가치로 인식되는 우리나라 경제가 극도로 혼란한 정치적 게임 때문에 내팽개쳐진 느낌이다. 경제계가 우리의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날로 높아가고 있으나 정부여당은 우이독경식으로 듣는 모양이다. 이러다가 정말 한국의 경제는 폭망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맹자의 무항산의 교훈을 되돌아 볼 시간이 필요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0-01

가을산행의 복병

온 산이 단풍으로 물드는 계절, 등산에 나서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산에는 자칫하면 다치거나 건강에 해로울 갖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산에서 만나는 버섯은 아예 손을 안 대는 게 좋다. 식용 버섯과 비슷하게 생긴 개나리광대버섯, 화경버섯 등은 맹독을 갖고 있다. 성묘하다 보면 뱀과 마주칠 수 있는데 독사에 물리면 뛰지말고 상처를 묶어 혈액 순환을 억제한 뒤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벌초를 하다 만나는 말벌도 위험하다. 말벌은 화려한 색상보다 어두운 색상에 공격성을 보이는 만큼 옷차림에 유의하고 말벌집을 건드렸을 경우 뒷머리를 감싸고 반경 15m를 빨리 벗어나는 게 좋다.꽃가루가 날리는 식물도 주의해야 한다. 보통 꽃가루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은 대개 봄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름이 지난 뒤 날씨가 선선해지는 9월과 10월에 알레르기를 본격적으로 유발하는 식물도 있다. 대표적인 게 환삼덩굴이다. 잎이 쑥잎과 비슷한 돼지풀도 꽃가루의 주범이다. 단풍잎돼지풀도 강한 알레르기를 유발한다. 풀이 가득한 숲속을 헤치고 가는 일을 최대한 줄이는 게 바람직하고, 지정된 탐방로를 이용해야 한다. 숲속 습한 곳에서 자라는 쐐기풀류도 주의해야 한다. 몸 전체에 돋아난 작은 가시털이 문제인데, 무심코 만졌다간 피부에 큰 고통을 느끼게 된다. 가시털에 독성 물질 ‘포름산’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연하게라도 스치지 않도록 긴 소매옷을 입는 게 상책이다.태풍에 때이르게 낙과한 밤송이도 주의해야 한다. 등산이나 나들이 때 무심코 앉거나 손을 짚었다 밤가시에 찔리면 피부 표면에 있던 포도상구균이나 사슬알균이 피부 깊숙이 침투하여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가을 산, 운치는 좋지만 다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9-30

승시(僧市)

전라도 화순군 어느 마을의 이름이 ‘중장터’다. 그 이유는 옛날 승려들의 물물교환이 이뤄지던 장터였다는 데서 유래돼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 승시는 승려들이 필요한 물품을 조달하기 위해 사찰에서 생산한 물자를 유통시킨 장소다. 승려들이 만나 생필품과 불교용품 등을 물물교환 형식으로 거래했던 곳이다. 불교문화가 찬란했던 고려시대에는 전국 곳곳에서 이 같은 형태의 승시가 성행했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시대 들면서 숭유억불 정책에 따라 승려들의 도성 출입이 제한되고 덩달아 생필품 구입이 어려워지면서 그들만의 장터가 산중에서 열리게 된다. 이것이 산중 승시의 출발이다.팔공산 동화사와 부인사 등지에 열렸던 승시는 규모도 컸지만 가장 늦게까지 장이 선 곳이다. 동화사 총림이 승시를 재현한 축제를 열게 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올해 10번째 승시 축제가 팔공산 동화사 일원에서 다음달 3일부터 나흘간 열린다. 대덕스님의 법문을 시작으로 개최되는 승시 축제에는 승시재현 마당을 비롯 사찰음식 강연, 음악회,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로 진행될 예정이다. 승시 축제가 해를 거듭하면서 팔공산에 남아 있는 역사와 문화자산의 재발견이라는 의미에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에 흥미가 간다. 승시를 통해 사찰문화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한편으로는 대구의 유명 관광자원화되고 있다는 것은 축제의 의미를 더 뜻 깊게 한다. 승시 축제를 주관하는 동화사 주지 효광 스님은 “승시의 근원적 의미는 의식주에 기반하는 삶의 모습”이라 했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고 우리사회 공동체적 선을 추구해보자는 그의 말은 승시의 현대적 의미의 정신이라 하겠다. 단풍이 물드는 가을날 산 중에서 보는 승시 축제는 혼탁한 세상 일을 잊게 할만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09-29

삼겹살의 위기

삼겹살은 한국인이 즐겨 찾는 대표 요리다. 돼지 갈비 부근에 붙은 부위로 살과 비계가 세겹으로 겹쳐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삼겹살이 우리 국민의 대중적 요리로 자리를 잡은 것이 언제인지는 정확지 않다. 돼지고기를 구워먹는 문화는 고구려 때부터 있었지만 돼지고기 구이는 양념구이지 삼겹살처럼 생고기를 불판에 굽는 형태는 아니었다. 조선시대 때도 고기를 삶거나 찌거나 국으로 끓이는 형태가 보통이었다. 굽는 요리는 한참 뒤다.언론에서 삽겹살을 처음 언급한 것은 1934년 서울 모 일간지에서다. 삼겹살이 우리 국민의 대표 음식인 반면에 등장 시기는 그리 오래전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속설에 따르면 1980년대 강원도 탄광촌 광부가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으면 목의 먼지를 씻겨낸다고 하여 시작했다는 설도 있으나 근거는 없다. 요리업계는 1970년대 중반 우리경제 발전과 더불어 육류소비가 늘면서 삼겹살이 널리 보급됐다고 본다. 특히 휴대용 가스레인지 보급이 확대되면서 삼겹살을 구워먹는 문화가 전국화됐다고 한다.삼겹살은 서민의 단백질 공급원으로서는 이만큼 좋은 음식도 없다. 풍부한 지방 덕에 맛도 뛰어나다. 값이 비교적 저렴하고 영양학적으로도 알맞다. 돼지고기에 있는 필수아미노산과 비타민 B₁은 쇠고기보다 10배나 많다. 지친 피로를 풀고 몸의 활력을 돕는 데 최고다.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확산되면서 삼겹살 애호가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돼지열병에 걸리면 무조건 폐사하는데 돼지 열병이 진정될 기미가 안보여서다. 북한에서는 돼지열병으로 일부 지방에서는 돼지가 전멸한 상태라 한다. 이러다 삼겹살을 영 못 먹는 건 아닌지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서민 요리 삼겹살이 위기에 빠졌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9-26

저금리시대

1% 초중반으로 낮아진 은행 예금금리가 앞으로 0%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커지면서 저금리시대가 닥쳤다. 이에 따라 이자를 받아 생활하는 고령층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7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중은행도 연 1% 중후반이던 주요 수신상품 금리를 1% 초중반으로 내렸다. 한은이 내년 1분기까지 기준금리를 현 1.50%에서 1.0%로 내린다면 예금금리 연 0%대 상품도 잇따라 나올 전망이다.뚝뚝 떨어지는 금리에 이자생활자의 고민은 깊어졌다. 2억원을 신용협동조합의 연 2% 후반대 정기예금에 묻어두고 1년에 500만원 가량의 이자를 받아 쓰는 사람들의 경우 금리가 내려 이자소득이 반토막 난다는 소식에 마음이 불편하다. 금리가 더 내려가도 주식을 잘 모르는 어르신들은 예금에 묶어둘 수밖에 없다. 부동산에 투자하고 싶지만 그만한 돈이 없고, 고금리 상품은 원금 손실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저금리가 심화할수록 금융 자산가는 해외투자 상품으로, 자산 규모가 작은 이들은 부동산 리츠 등 중위험 상품으로 옮겨가는 양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정부가 최근 서민들을 대상으로 고정금리형 안심전환대출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29일 자정까지 신청하면 주택가격 9억원 이하 낮은 가격의 주택대출에 대해 우선지원한다. 하지만 저금리시대를 맞아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고정금리 대출을 유도하는 격이라는 비판이 있다. 지난 2015년 안심전환대출을 추진했을 때도 정부 말만 믿었다가 손해를 본 차주가 많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무턱대고 신청했다가는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 저금리시대, 자금운용은 돌다리를 두들겨보듯 조심스러워야한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9-25

빙하 장례식

빙하는 눈이 오랫동안 쌓여 다져져 육지의 일부를 덮고 있는 얼음층이다. 매년 겨울에 내리는 눈의 양이 여름에 녹는 양보다 많다면 눈은 계속 누적돼 엄청난 두께층을 형성하게 된다.지구상에서 빙하가 차지하는 면적이 지구 면적의 약 10%다. 지구 담수의 68%가 빙하 형태고, 약 30%는 지하수다. 우리가 보는 호수나 강은 담수량의 겨우 0.3%라 한다.빙하는 넓이에 따라 대륙빙하와 산악빙하로 나뉜다. 대륙빙하는 면적이 100㎢가 넘고 두께가 3천m를 넘어 대륙 전체를 하나로 덮는다. 남극과 그린란드가 이에 해당한다. 산악빙하는 산위에서 눈이 쌓이기 쉬운 골짜기나 오목한 지형에 발달한 것으로 알프스, 히말라야 등이 이런 케이스다.지난 22일 스위스 북동부 알프스산맥 기슭에서는 상복 차림의 사람이 모여 빙하 장례를 치렀다는 외신보도가 있었다. 해발고도 2천700m에서 치러진 이날 장례식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사라져 가는 빙하였다. 이곳 피졸산 빙하는 2006년 이후 원래 크기의 80∼90%를 잃어 사실상 수명을 다했다 한다. 취리히 대학의 한 빙하학자는 스위스에서 1850년 이후 빙하 500개 이상이 사라졌다고 했다. 지구 온난화로 지구 곳곳이 홍수와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전해진 빙하 장례 소식은 인간의 무모한 자연 파괴에 대한 준엄한 경고로 들린다.지난달 아이슬란드 서부 오크화산지대에서도 700년 동안 존재했던 빙하가 사라진 것을 아쉬워하는 추모비가 세워졌다. 고도 5천895m의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1912년 이후 80%가 사라졌다는 소식도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빙하를 보고 장례를 치르는 인간의 모습에서 우리는 또 다른 두려움을 느낀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9-24

붉은 하늘 현상

저녁 노을이 지면서 하늘이 붉어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대낮에 붉은 하늘이 펼쳐지는 기현상이 지구촌에 발생했다. 붉은 하늘현상은 최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잠비주 무아로잠비군의 여러 마을에서 발생했다. 사진과 영상을 보면 통상적인 노을처럼 하늘만 붉은 것이 아니라 주변 사물이 모두 붉게 보여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질청(BMKG)은 주민들이 불안해하자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붉은 하늘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했다. BMKG에 따르면 잠비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373.9㎍/㎥으로 매우 나빴으며, 붉은 하늘은 미세먼지 입자 크기가 태양의 가시광선 파장과 비슷해‘미산란’(Mie scattering)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는 것. 미산란은 빛의 파장과 거의 같은 크기의 입자에 의한 빛의 산란을 뜻하며, 실제 자연에서 나타나는 ‘빛의 산란’의 대표적인 예다.구름을 형성하는 응집제 혹은 입자 역할을 하는 먼지, 꽃가루, 연기 및 미세한 물방울, 얼음 입자들도 미산란의 원인 물질이 된다. 미산란은 독일의 물리학자 구스타프 미(Gustav Mie)에 의하여 제시됐고, 1908년 그의 저명한 논문에서 콜로이드 금 입자를 이용한 색깔 효과(color effect)가 나타나는 것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산란 현상을 증명했다.인도네시아는 매년 건기가 되면 수익성이 높은 팜나무 등을 심으려고 천연림에 산불을 내는 데, 특히 식물 잔해가 퇴적된 이탄지에 불이 붙으면 유기물이 타면서 몇 달씩 연기를 뿜어내 미산란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기상이변이 인간에 의한 산불로 빚어졌다는 설명은 묘한 기시감을 불러온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9-23

물러설 때

작년 9월 중국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히딩크(73) 감독이 취임 1년 만에 경질됐다. 중국축구협회는 “올림픽 예선 준비가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공식 의견을 내놓았다. 이달 초 중국 올림픽 대표팀이 베트남에 0-2로 완패한 것도 경질의 결정적 이유가 됐다. 거스 히딩크는 축구감독으로서 세계적 명장이다. 특히 한국 사람은 그의 성공적 신화를 잘 기억한다.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으면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신화를 이룩하고 한국 사람에게 “꿈은 이뤄진다”는 희망 메시지를 안겨준 감독이다.한국팀 감독 이후에도 그는 첼시와 FA컵 우승, 레알 마드리드와 발렌시아 등 유럽 명문구단 감독을 맡아 그의 축구 용병술을 마음껏 펼쳤다. 러시아 대표팀 감독에서 밀려난 뒤 내리막길을 걸었던 그에게 중국이 대표팀 감독을 제안한 것. 그는 중국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고 치른 12경기 중 단 4경기만 승리하는데 그쳤다. 한국에서와 같은 성적을 올리지 못한데 대한 중국내 여론이 나빴다. 이유야 어쨌든 그의 경질을 두고 불명예 퇴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가 또다시 새로운 곳에서 옛 명성을 회복할지 모른다. 그러나 고령이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인생에 있어 나아갈 때와 물러갈 때를 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물러나라는 법 또한 없다. 진퇴(進退)를 잘하는 것이야말로 현명한 삶을 사는 지혜다. 누구나 알지만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히딩크는 선수시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감독을 맡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드라마틱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세상은 그를 영웅시했다. 중국으로부터 불명예 퇴짜를 맞은 그도 물러설 때를 몰랐던 것일까./우정구(논설위원)

2019-09-22

충신(忠臣)과 충언(忠言)

중국 고사에 잘 등장하는 충신으로는 백이(伯夷)와 숙제(叔齊)를 들 수 있다.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를 토벌하자 “천자를 공격한 신하는 섬길 수 없다”며 두 사람은 수양산으로 들어가 고사리만 먹다 굶어 죽는다. 굶어 죽어도 신하된 도리는 다해야 하는 것이 충신이다.역사 속의 충신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먼저 바른말을 할 줄 안다. 임금이 올바른 정치를 하지 못할 때는 목숨을 걸고 바른 말을 하여 정사가 옳게 돌아가게 한다. 자신의 안위는 물론 돌보지 않는다.특히 충신은 한 나라가 망할 때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 절개를 지킨다. 고려 말 정몽주가 대표적이다. 또 충신은 검소하고 청렴하다. 조선조의 최장수 재상인 황희 정승은 소신과 원칙을 견지한 인물로도 유명하지만 청백리로서도 더 잘 알려져 있다. 양녕대군의 세자 폐위를 끝까지 반대하다 유배를 당했지만 그는 오히려 세종으로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으며 24년간 재상의 자리를 유지한다. 그의 탁월한 식견과 사리분별력 있는 충언 그리고 청렴성 등이 그를 명재상으로 있게 했다.충신과 간신(奸臣)은 항상 대립적 관계다. 한쪽은 국가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지만 한쪽은 자신의 이익이 먼저다. 공자는 마음이 음험하고 혜택만 누리는 사람 등 간신의 유형을 다섯 가지 언급했는데, 예나 지금이나 시각이 비슷하다. 중요한 것은 충신을 등용한 임금은 성군(聖君)으로 이름을 날렸다는 역사적 사실이다. 지금의 대통령은 옛날의 임금과 같다. 대통령이 올바르게 국사를 하도록 목숨을 걸고 충언하는 신하가 많아야 나라가 잘 된다. 조국 장관 임명으로 바깥 민심이 소란한데도 대통령의 귀를 열어 줄 충신은 없는지 궁금하다. 몸에 좋은 약은 원래 쓴 법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19-09-19

새 공보준칙의 허실

공보준칙은 공적으로 보도하는 것에 대한 기준이 되는 규칙을 말한다. 조국 장관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피의사실 공표가 논란을 불러일으킴에 따라 공보준칙 개정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새 공보준칙인‘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안)’은 검찰 수사과정에서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 사건을 계기로 2010년 마련된‘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공보 준칙’을 대체하는 새로운 법무부 훈령이다. 이는 피의자에게 불리한 일방적 혐의사실 등이 언론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포돼 피의자가 재판도 받기 전에 수사과정에서 이미 범죄자로 확정되고마는 폐해를 근절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다만 새 훈령은 국민의 알권리보다 무죄추정의 원칙 등에 기반해 공소제기 전 수사상황이나 혐의사실 등 피의사실 공표를 최대한 금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검찰도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 엄격하게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울산지검이 울산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 2명을 피의사실 공표죄로 입건한 바 있다. 당시 울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약사면허증 위조 혐의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수사 결과를 보도 자료로 언론에 배포했는데, 검찰이 이를 두고 재판에 넘기기에 앞서 피의사실을 알렸다며 문제삼은 것이다. 경찰이 사건을 마무리하고 송치하는 단계에서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보도 자료를 배포하던 일반 관행에 제동을 건 셈이다.문제는 이로 인해 일반에 알려야 예방 가능한 보이스피싱·이웃간 범죄·부동산 사기·인터넷 물품 사기 등 생활밀착형 범죄 정보마저 묻힐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새 공보준칙이 인권을 보호한다니 부작용을 없애는 방향으로 바뀌면 좋겠다. 또 누군가에게 특혜가 되지도 않는다니 반대할 일도 아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