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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홍역

등록일 2020-09-07 18:31 게재일 2020-09-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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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홍역은 백신접종 등 전염병예방을 위한 지침준수를 개인의 판단에 맡겼다가 집단감염을 통제할 수 없게 된 대표적인 사례로, 2014년 캘리포니아주 디즈니랜드를 방문했던 9명의 아이들이 홍역에 감염된 것을 시작으로, 미 전역 7개주에서 140명이 넘는 홍역 환자가 발생한 것을 가리킨다. 홍역은 95%가 예방접종을 하면 집단면역이 형성돼 퇴치할 수 있다. 집단면역은 집단의 대부분이 감염병에 대한 면역성을 가졌을 때, 감염병의 확산이 느려지거나 멈추게 됨으로써 면역성이 없는 개체가 간접적인 보호를 받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문제는 그 당시 캘리포니아주는 개인의 종교적인 신념 등을 이유로 예방접종을 거부할 수 있었다. 특히 예방접종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의학논문이 부모들 사이에 반향을 일으키면서 접종 반대운동이 일어났다. 과학자들이 예방접종은 안전하다고 설득했지만 한번 자리잡은 대중의 믿음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고학력자들이 백신 반대운동을 주도했다. 그 결과 캘리포니아주는 예방접종 비율이 떨어져 집단면역이 붕괴되는 바람에 말 그대로 홍역을 앓았다. 그 직후 캘리포니아주는 백신의무화법을 제정, 시행중이다.

역사적으로 고대 지중해의 초기 기독교는 이교도들이 병자들을 팽개치고 도망가는 와중에도 서로 도움을 줘서 교세를 확장하는 성공을 누렸다. 이후 1천여년이 넘은 현대에 이르러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는 정부가 자제를 촉구했음에도 8월15일 반정부집회를 갖고, 국가의 방역정책과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에 정면도전함으로써 이 나라의 방역체계를 위협,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법원이 7일 전광훈 목사에 대한 보석취소 결정으로 140일만에 재수감토록 한 것은 자업자득, 인과응보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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