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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이동의 딜레마

등록일 2020-09-06 18:45 게재일 2020-09-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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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은 설날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이다. 이 날은 전국에서 흩어져 있는 가족들이 고향을 방문해 부모·형제들과 함께 명절 연휴를 보낸다. 그 해 추수한 햅쌀로 밥을 지어먹고 햇곡식으로 송편도 만든다. 사과, 밤 등 햇과일로 준비한 차례상을 차리고 조상의 산소를 찾아 성묘도 한다. 모처럼 떨어져 지내던 가족이 만나 즐거움을 나누는 날이다.

추석은 삼국시대 이래 내려온 우리 고유의 전통 명절이다. 연휴기간 고향을 찾는 귀성객만 어림잡아 수천만명에 이른다. 추석 당일 이동객만 700만∼800만명 정도로 보고 있다. 이른바 민족의 대이동이 추석연휴 기간 동안 이뤄지는 것이다. 전국의 고속도로망은 극심한 교통정체 현상을 빚는 게 추석 명절 때의 우리 모습이다.

코로나19가 난동을 부리면서 올해 추석 명절의 민족 대이동이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재확산으로 고향으로 갈지 말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금 추석이 문제냐” “조상 모시다 내가 먼저 죽는다” 등 귀성과 관련한 부정적 의견이 다수 나돌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도 추석절 이동제한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정부도 추석 명절이 코로나 대확산의 분수령이 될까가 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민들에게 “방역을 최우선해 연휴 계획을 세워달라”고 당부했다. 추석절 이동제한이라는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 정말로 벌어질지도 모른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덕담이 무색해질 지경에 놓인 것이다.

하루 1천명대 확진자를 기록한 일본은 “추석귀향 자제”를 정부가 당부했다고 한다. 언텍트 시대의 민족 대이동이 딜레마에 빠졌다.

/우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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