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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행자동차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일이 현실화되는 세상이다. 불과 100여년 전만 해도 비행기를 타고 세계 각국을 돌아다닌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꿈꾸었던 단순히 하늘을 날아보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이 지금은 현실화돼 인류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우리가 영화나 만화에서나 보았던 도심 위를 나는 비행물체가 조만간 가상이 아닌 현실화될 것 같다는 소식이다. 또한번 과학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플라잉카’로 불리는 도심 하늘을 날아다니는 이 물체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상당 부분 개발에 들어간 상태다. 회사마다 에어택시, 비행자동차, 개인항공기 등 여러 용어를 사용하나 자동차와 비행기의 기능이 결합된 차세대 운송수단이라는 뜻에서는 같은 말이다.라이트 형제에 의해 최초 개발된 비행기가 발전하며 인류의 삶을 이토록 바꾸게 될지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싶다. CF영화의 장면이 우리의 현실로 다가오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다.지난해는 독일에서 제작된 미래차 ‘볼로콥터’는 싱가포르에서 시범 비행도 마쳤다고 한다.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인 ‘CES 2020’에서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의 실물크기 비행자동차를 선보여 화제다. 현대차는 2023년 시험비행을 거쳐 2025년부터 실용화에 들어갈 예정이라 한다.비행자동차 산업의 발전 속도가 놀랍도록 빠르다. 때마침 지역업체 격려차 이곳을 방문한 권영진 대구시장이 현대자동차관을 방문, 실물크기의 비행자동차의 대구 전시를 요청했다고 한다.현대측의 긍정 답변이 있었다고 하니 올 10월 개최 예정인 대구국제미래자동차 전시회가 한층 기대된다. 도심 하늘을 나는 자동차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아니한가./우정구(논설위원)

2020-01-12

날씨의 역습

지난 6일은 절기상 소한(小寒)이다. 소한은 새해 들어 가장 먼저 돌아오는 절기지만 정초한파라는 말처럼 매서운 추위가 찾아오는 때다. 절기 이름으로 보면 대한(大寒)이 더 추워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소한 무렵이 연중 가장 춥다. “대한이 소한 집에서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 이래서 생긴 말이다. 옛날 우리의 조상은 농사를 끝내고 소한부터 입춘까지 약 한달 간은 혹한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한다. 눈이 많이 올 것에 대비해 땔감과 충분한 식량도 집안에 비치해 둔다. 이 무렵이 그 만큼 추웠다는 뜻이다.올 소한은 포근한 기온 속에 비까지 내렸다. 겨울이 실종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온이 따뜻해 소한 같지 않은 겨울을 보내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한 겨울에 철쭉꽃이 피고 반팔 차림으로 다닌다는 사람이 눈에 띄기도 했다. 7일 제주도의 기온은 23.6℃였다. 1923년 기상관측 후 97년 만에 최고 기온을 나타냈다. 지금까지는 1950년 1월17일 낮 기온 21.8℃가 가장 높았다. 이날 전남 완도는 19.3℃ 전북 고창은 17.8℃를 나타냈으며 대구와 포항도 낮 기온이 13℃를 기록했다.지구 온난화로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평균 온도가 1.5℃가 올라가는 등 지구촌 곳곳이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산업화의 전개로 불가피하게 에너지 사용이 많아지면서 나타난 기상변화는 이제 인류의 삶까지 위협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혹한의 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아시아권에서 홍수로 난리를 겪는다. 기후변화는 이제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군가 말했다. 인류의 최대 위협은 핵무기가 아니고 기후변화라고. 겨울 속에 만나는 봄이 반갑지만은 않은 것은 이같은 기후변화의 역습 때문일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1-09

말 많은 마일리지 개편안

마일리지는 고정 고객 확보를 위한 기업의 판매 촉진 프로그램으로, 고객은 이용 실적에 따라 점수를 획득하는데, 누적된 점수는 항공권을 구입하는 화폐의 기능을 한다. 마일리지는 항공사에서 시작돼 근래에는 신용카드사, 통신회사 등에서도 고객 유치를 위해 이용하고 있다.최근 대한항공이 내놓은 마일리지 개편안에 대해 소비자들이 연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논란이 많다. 대한항공은 이번 개편안에서 보너스 항공권과 좌석 승급 마일리지 공제기준을 대륙별 ‘지역’에서 ‘운항거리’로 바꿨다. 이에 따라 일반석 기준으로 전체 125개 대한항공 국제선 운항노선 중 64개 노선의 보너스 마일리지가 인하되고, 49개 노선이 인상됐다. 12개 노선은 종전과 같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장거리 노선에서다. 예를 들어 인천∼뉴욕(미국) 구간의 프레스티지석을 보너스 항공권으로 구입하려면 종전에는 평수기 편도 6만 2천500마일이 필요했지만 개편안 기준으로는 9만마일이 적용된다. 같은 구간을 일등석으로 사려면 종전 8만마일에서 13만5천마일로 늘어난다. 항공사측은 공제 마일리지의 합리적 기준 마련이 목적이며, 중국, 미국 등의 경우 동일 지역 내에서 2천마일 이상 운항거리 차이가 나는 데, 그동안 운항거리 차이를 반영하지 못해 비합리적이었다는 주장이다. 탑승 마일리지 적립률을 바꿔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은 적립률을 최대 300%까지로 대폭 높이고, 일반석 가운데 여행사 프로모션 등으로 할인이 적용되는 등급의 적립률은 최하 25%까지로 낮춘 데 대한 불만도 크다. 마일리지 산정방식이 ‘빈익빈 부익부’ 방식으로 바뀌었으니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듯 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1-08

트로트 열풍

국악이란 한국 음악의 준말이다. 한국에서 뿌리를 내리거나 한국적 토양에서 나온 음악이란 뜻이다. 시대적으로 보면 일제 강점기보다 앞선 19세기 이전부터 있었던 우리 음악이다. 선조의 생활 속에서 계승 발전된 음악이다. 요즘 종편 TV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트로트는 국악과 현대 대중가요와 구분되는 일제 강점기에 형성된 음악 장르다. 국어사전에서는 “정형화된 리듬에 일본 엔카(演歌)에서 들어온 음계를 사용하여 구성지고 애상적인 느낌을 주는 음악”이라 정의하고 있다. 트로트는 1930년대 중반 정착되면서 우리국민 사이에는 신민요와 더불어 대중가요의 양대산맥이었다. 당시 이미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음악이다. 황성 옛터, 타향살이, 목포의 눈물 등이 당시 인기곡이다.트로트(trot)는 영어로 “빠르게 걷다” 는 뜻이다. 서양음악 폭스 트로트에서 나왔지만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을 본다면 일본 가요인 엔카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한 때는 왜색이라는 이유로 외면도 받았고 금지곡이 되는 수난도 겪었다. 하지만 1960년대 ‘동백 아가씨’를 계기로 인기가 회복되며 점차 국민의 가요로 자리를 잡았다.최근 종편 방송에서 방영한 트로트 경연이 지상파 방송을 크게 압도하는 시청률로 화제를 모았다. ‘뽕짝’으로 통하던 트로트가 세상의 이목을 갑자기 확 끌어들였다. 트로트가 갖는 꺽기 창법의 매력과 오락적 요소가 우리 국민정서와 잘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트로트의 인기는 구태를 벗어던지고 자유분방한 시대적 흐름을 잘 잡아낸 기획이라는 평가가 오히려 더 적합하다. 과거에 매달린 그리고 고정관념에 빠진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적 현상으로 보아도 좋을 것 같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1-07

현금 없는 사회

현금없는 사회란 정보화 사회로의 발전 및 각종 금융 기관 업무의 전산화에 따라 지폐·동전 등 현금이 필요하지 않은 사회를 말한다.우리나라는 현재 현금 없는 사회로 진입을 앞두고 있다. 특히 1990년대 후반 IMF를 겪고 난 뒤 조세확보 차원에서 신용카드 보급을 촉진했고, 여기에 소득공제 등의 혜택까지 더해지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15년 일본 경제산업성이 세계 각국의 현금 없는 결제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의 비현금 결제 비율은 무려 90%에 달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해 11월 잔돈 계좌적립서비스 시행을 위해 시범 유통사업자를 모집한다고 밝혔고, 올해 초부터 현금거래후에 생긴 잔돈을 계좌로 직접 적립하는 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현금없는 사회의 도래는 모든 금융 거래가 전산화해 투명성이 높아지고, 지폐·동전을 사용하면서 일어나는 보관·휴대의 불편함들이 한 번에 해결된다. 휴대하고 다니지 않으니 강도에 의한 도난·분실 우려가 없고, 지폐·동전 제조비용이 절감된다.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00원짜리 동전 2억5천만개 등 동전 6억 개를 제조하는 데 든 비용만 539억원이다. 홍수나 화재 등 자연재해로 돈이 타거나 사라지는 등의 물리적 손상에 대해 매우 안전하다는 장점이 크다. 반면에 현금 대신 사용하게 될 거래수단은 모두 기록이 남기 때문에 다른 누군가의 추적이 가능해 사생활 침해 논란이 있고, 지진이나 태풍같은 자연재해나 화재와 같은 재해로 통신망 마비 사태가 발생할 때는 결제기능이 멈춰버릴 우려가 있다.노약자나 장애인,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들의 이용하기에 불편한 것도 단점이다. 세상만사 어디에나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게 자연의 섭리인가 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1-06

경세제민

유전무죄(有錢無罪) 무전유죄(無錢有罪)라는 말이 아직은 통용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돈이면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우리를 여전히 지배한다. 자식에게 “행복은 성적순이 아냐”고 가르치고 있지만 물질적 가치가 주는 행복의 무게를 부정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KBS가 행복을 화두로 신년 여론조사를 했다. 국민에게 자신의 삶에 대해 만족하느냐는 물음에 전체의 46%가 만족으로 답했다. 이를 계층별로 구분해 다시 질문했다. 자신을 상위 80% 이상이라 생각하는 쪽은 무려 82.4%가 만족으로 답했다. 반면에 자신을 소득하위 20% 이하라 생각하는 사람은 19.5%만 만족으로 답했다. 소득계층별로 느끼는 삶의 만족도가 극명하게 갈라졌다. 물질만이 행복이 아니라고 말하기에 궁색한 결과다. 여론 조사 결과는 우리 국민이 느끼는 행복은 소득 순이다. 소득이 높으면 반드시는 아니지만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결과다. 경세제민(經世濟民)은 세상을 다스려 백성을 고난에서 구한다는 뜻이다. 경제(經濟)라는 말이 여기서 유래했다. 세상을 다스린다는 것은 지금의 정치와 같은 의미다. 위정자가 가장 근본으로 여겨야 할 부분은 백성을 배부르게 잘 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가 정치의 근본이 돼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올 한해 한국의 경제전망은 여전히 밝지가 않다. 미중갈등과 한일갈등 그리고 불안전한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 우리의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가 않다. 한국의 석학 43인이 2020년 한국경제의 키워드를 오리무중(五里霧中) 속 고군분투(孤軍奮鬪)라 했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위기속 외로운 싸움이란 뜻이다. 경세제민의 지혜가 더 절실해지는 한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1-05

쾌도난마

한해를 되돌아보거나 새로운 각오를 펼치고자 할 때 사람들은 사자성어를 인용해 자신의 뜻을 표현한다. 사자성어는 자신이 표현하고픈 내용을 비유적으로 설명할 뿐 아니라 짧은 네 글자 안에 내용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어 전달하기 좋기 때문이다. 특히 한해가 끝나는 세모 무렵이나 신년 초에 사자성어가 자주 등장한다. 대표적인 것이 교수신문이 뽑는 올해의 사자성어다. 교수신문은 벌써 18년째 우리사회 현상을 사자성어로 표현했다. 지난해는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 자기만 살려면 결국 공멸하고 만다는 뜻이다. 우리사회의 갈등과 분열상을 꼬집은 말이다.지난해 우리나라 구직자가 가장 많이 추천한 사자성어는 전전반측(輾轉反側)이다. 걱정이 많아 잠을 못 이뤄 뒤척인다는 말이다. 2위는 노이무공(勞而無功)이다. 온갖 애를 썼지만 애쓴 보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올해 경북도는 녹풍다경(綠風多慶)을 사자성어로 정했다. 푸른 바람을 일으켜 좋은 일 많이 만들겠다는 도정의 각오다. 포항시는 지진극복 의지를 담은 합심진력(合心盡力)을 꼽았고 경주는 난관을 뚫고 나가겠다는 의미의 십벌지목(十伐之木)을 지정했다.신년 초를 맞아 각자가 올해 내가 바라는 소망이나 목표를 생각해 볼 때다. 내가 생각하는 소망과 부합하는 사자성어를 찾아 한해의 각오를 준비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작심삼일이 될지는 모르나 한해 목표와 소망을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자기 준비의 일이다.쾌도난마(快刀亂麻)란 헝클어진 삼을 잘 드는 칼로 단숨에 자른다는 뜻이다. 복잡한 문제를 빠르고 명쾌하게 해결할 때 쓰는 말이다. 복잡하게 얽힌 내 주변의 각종 문제가 올해는 쾌도난마처럼 잘 풀려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나의 올 소망은 쾌도난마다./우정구(논설위원)

2020-01-02

13월의 월급

13월의 월급이란 연말정산시 매달 급여를 받을 때 소득에서 원천징수했던 세액을 연간 단위로 정산한 뒤 세금을 많이 냈다면 차액을 환급받고, 적게 냈으면 추가로 징수하는 금액을 일컫는 말이다. 이달 15일부터 시작되는 연말정산은 지난 해와 많이 달라졌다.우선 올해부터 산후조리원 비용이 200만원까지 의료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됐고, 급여 총액이 7천만원 이하인 근로자가 지난해 7월 1일 이후 박물관·미술관 입장료를 신용카드로 결제했을 경우 30%를 소득 공제받게 된다.기부금액의 30%가 산출세액에서 공제되는 고액기부금 기준금액도 2천만원 초과에서 1천만원 초과로 낮아졌다. 또 집이 없거나 1개 주택만 보유한 세대주 근로자는 금융기관 등에 상환하는 주택저당차입금 이자를 소득공제 받는데, 올해부터 공제 대상 주택의 기준시가 요건이 4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상향됐다.월세액 공제 혜택은 지난해까지 국민주택 규모의 집을 임차한 경우에만 적용됐으나, 올해는 집이 기준시가 3억원 이하면 공제받을 수 있다. 생산직 근로자 야간근로수당 비과세 기준도 월정액 급여 190만원 이하에서 210만원 이하로 확대됐다.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총급여의 25%를 초과해서 쓴 경우만 해당되고, 의료비는 급여의 3%를 초과해야 공제 대상이 된다. 신용카드 결제 시 추가공제와 중복공제가 가능하다.대중교통 요금, 전통시장 이용액, 도서·공연비 등을 카드로 결제할 경우 각각 1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또 의료비, 취학 전 아동 학원비, 교복 구입비는 중복으로 소득공제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13월의 월급’으로 불리지만 자칫하면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 공제요건을 꼼꼼이 확인하고 준비해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01-01

폰지 사기

폰지 사기는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일컫는다. 1920년대 미국에서 찰스 폰지(Charles Ponzi)가 벌인 사기 행각에서 유래됐다.이탈리아 태생인 찰스 폰지(1882~1949)는 1903년 미국으로 건너와 허황한 꿈을 좇으며 도박과 낭비를 일삼다가 전과자가 됐다. 1919년 국제우편 요금을 지불하는 대체수단인 국제우편쿠폰이 제1차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크게 변한 환율을 적용하지 않고 전쟁 전의 환율로 교환되는 점에 착안해 해외에서 대량으로 매입한 뒤 미국에서 유통시켜 차익을 얻는 사업을 구상했다. 폰지는 45일 후 원금의 50%, 90일 후 원금의 100%에 이르는 수익을 지급할 것을 약속하고 투자자를 모집했으며, 투자자들은 약정된 수익금이 지급되자 자신의 지인을 2차 투자자로 모집하게 됐다.이 소문이 미국 전역에 퍼져 투자 총액이 몇 달 만에 막대한 규모로 불어났다. 폰지는 몇 개월 만에 무일푼에서 갑부가 됐다. 그러나 이 사업의 실상은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의 수익을 지급하는 금융피라미드였다. 여기에다 보스턴우체국에서 국제우편쿠폰을 환전하는 데는 폰지가 투자자들에게 약정한 기일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린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결국 1920년 8월 폰지는 결국 파산신고를 하고 사기혐의로 구속됐다.최근 국내 1위 사모펀드 운용사인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미국 펀드업체가 폰지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있다.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아예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니 일확천금의 꿈은 세계 어디서나 끊기힘든 범죄를 부른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2-30

성공한 ‘펭수’

특정한 인물을 상징하거나 동식물을 의인화해 소비자에게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가게 하는 상품을 캐릭터 상품이라 한다. 20세기에 등장한 캐릭터는 상상속의 인물이지만 소비 주체인 나와 접목되는 과정을 통해 마케팅의 도구로서 큰 인기를 모았다. 1930년대 디즈니사는 미키마우스를 필두로 도널드 덕, 구피와 같은 수많은 캐릭터를 만들고 캐릭터 시장을 오랫동안 독점한다. 디즈니 만화를 보지 않고 자란 아이가 얼마나 될까 상상해보면 캐릭터의 영향력을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EBS 프로그램 ‘펭 TV’에 등장한 펭수의 인기가 절정이다. 방송 시작 7개월만에 유튜브 채녈의 구독자수가 100만명을 넘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출시되더니 상업광고에도 픽업됐다. 펭수 달력은 출시된 지 16시간만에 17만장 팔렸다. 펭수의 인기는 이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최근 한 조사에서 펭수는 K-POP 대표주자인 BTS를 제끼고 올해의 인물 1위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펭수는 펭귄의 펭과 빼어날 수(秀)가 합쳐진 이름이다. 원래 어린이 방송용으로 제작한 캐릭터지만 지금은 팬클럽이 만들어지고 어른까지 열광한다. 성인의 뽀통령(뽀로로 대통령), 직통령(직장인 대통령) 등의 애칭이 그의 인기를 대변한다.펭수의 인기 비결은 비록 인형의 탈을 썼지만 자기감정을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표현한 데서 비롯된다. “내가 내일 때 제일 좋은거다” 는 그의 말은 오롯이 나이길 바라는 젊은이의 감성을 건드리기에 충분하다. EBS 연습생 신분에도 사장 이름을 거침없이 불러댄다. 많은 직장인은 이를 보고 통쾌감을 느끼며 펭수가 마치 나인 것처럼 착각도 한다. 캐릭터가 이제는 마케팅 도구를 넘어 문화의 영역에 왔음을 보여준 사례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2-29

시민의 날

도시가 크든 작든 상관없이 그 도시마다 가진 역사성과 상징성이 있게 마련이다. 그를 기념하는 날이 바로 시민의 날이다. 시민의 날은 그 도시민이 자랑하는 역사며 문화며 자긍심이다. 그래서 시민의 날 제정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일이다. 서울시는 조선이 건국되고 개성에서 한양으로 도읍을 옮긴 날인 10월 28일을 시민의 날로 정했다. 1394년(태조 3년) 한양으로 도읍을 옮긴지 600년이 되던 해인 1994년에 제정했다. 서울시로서는 한 나라의 수도로 정해져 600년을 이어 왔으니 이날만큼은 감개무량한 날이다.부산시는 이순신 장관이 왜군의 대전단을 대파한 부산포해전 승전일인 10월 5일을 시민의 날로 정했다. 부산시민은 지금도 임진왜란 항전과 6·25 당시 임시수도를 지킨 도시의 자긍심을 매우 자랑스러워한다. 광주시는 직할시 승격에 맞춰 시민의 날을 운영하다 5·18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바꾼다. 5·18 당시 시민이 힘을 모아 계엄군을 철수시키고 자율적 자치를 회복한 5월 21일을 시민의 날로 정했다.대구시가 시민의 날을 내년부터 국채보상 기념일이자 대구시민 주간의 첫날인 2월 21일로 바꾼다고 한다. 대구시는 그동안 직할시로 승격된 날로부터 100일째 되는 날을 시민의 날로 정해 왔다. 그러나 직할시 승격이라는 단순 방식보다는 대구의 상징성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의미 있는 날로 정하자는 여론에 따라 바꾸기로 한 것이다. 대구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권회복운동인 국채보상운동이 시작된 곳이다. 또 4·19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이 된 2·28 민주화 운동도 일어난 곳이다. 이제 새롭게 시작할 대구 시민의 날을 계기로 대구시민의 애국·애향정신도 더 빛을 발하도록 노력해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2-26

사라진 크리스마스캐럴

크리스마스 캐럴은 14세기 영국에서 종교 가곡의 한 형식으로 시작됐으나, 나중에는 성탄절을 축하하는 노래를 가리키게 됐다.연말 성탄절 분위기를 한껏 돋워온 크리스마스 캐럴이 길거리에서 사라진 이유는 저작권법상 막대한 음악 공연보상금을 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과거 한 백화점이 2년간 디지털 음원을 전송받아 스트리밍 방식으로 매장에 틀었다가 한국음반산업협회 등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끝에 백화점은 2억3500만원을 배상해야 했다. 이로 인해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캐럴송을 틀면 공연보상금 폭탄을 맞는다”는 소문이 확산했고, 이후 크리스마스에 길거리에서 캐럴을 들을 수 없게 됐다.현행 저작권법은 원칙적으로 청중에게 돈을 받지 않고 상업용 음반을 공공연하게 트는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 다만 단서조항을 통해 커피 전문점이나 생맥주 전문점, 전문체육시설과 골프장, 무도학원 및 무도장, 스키장, 에어로빅장 등의 업종은 2018년 8월부터 매장에서 음악을 재생하려면 공연권료를 내야한다. 그렇다해도 영업허가면적이 50㎡(약 15평)를 넘지 않는 영세자영업자들은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소규모 옷집, 밥집, 제과점, 생활용품점 등도 저작권법 시행령에 포함돼 있지 않기에 공연권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홍보 부족으로 소상공인들은 저작권료 폭탄을 걱정해 캐럴을 틀지 않고 있다.‘소음진동·관리법’에 따른 생활소음 규제로 가게 밖에 스피커를 설치할 수 없게 된 것이나, 지난 2014년부터 시행된 ‘문 열고 난방’하는 것을 금지한 에너지 규제 정책도 길거리 캐럴을 사라지게 만든 원인이다. 연말연시의 밤거리가 애꿎은 저작권료 오해로 허전하고 썰렁하기만 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2-25

12·16부동산대책

23일부터 적용된 12·16부동산대책의 골자는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한편 모든 차주의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LTV(담보인정비율)를 40%에서 20%로 강화한다는 것.예를 들면 이 지역에서 14억원 주택을 매입시 14억원×40%=5억6천만원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9억원×40%+5억원×20%=4억6천만원으로 줄어든다.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도 강화된다. DSR는 주담대를 포함한 각종 금융 대출심사 시 차주의 모든 대출에 대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계산하는 지표다. 현재는 각 시중은행이 DSR 시행 이후 신규취급한 가계대출을 평균 DSR 40% 내로 관리하더라도 개별 대출에 대한 DSR가 40%를 초과하는 것 역시 대출취급이 가능했다. 앞으로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9억원 초과 주택 담보대출 차주에 대해 차주 단위로 DSR규제가 적용되며, 은행권엔 40%, 비은행권에선 60%가 한도다.또 고가주택의 기준이 공시가격 9억원에서 시가 9억원으로 변경되고,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1주택세대는 1년 내 기존주택을 처분하거나 전입해야하며, 9억원 초과의 고가주택을 구입하는 무주택 세대의 경우 기존 2년에서 1년내 전입해야 한다.이번 대책으로 집값 상승의 주범인 서울 강남권 일부 아파트 가격이 내렸다는 보도가 있지만 일단 청신호로 보인다.다만 이주비 대출규제에다 분양가상한제로 직격탄을 맞은 재개발·재건축아파트의 공급이 줄어들면 오히려 가격이 오를 우려도 있다는 주택전문가들의 전망도 있어 이래저래 앞길을 점치기 어려운 게 부동산대책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2-23

타산지석(他山之石)

미국의 45대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는 미 공화당 내에서도 비주류 정치인으로 통했다. 과거 대권에 도전했던 정치인과는 딴판의 길을 걸었다. 하원과 상원의원, 주지사 등의 이력과 인지도를 발판으로 삼아 대권에 도전했던 기성의 정치인과는 경로가 달랐다는 뜻이다. 그를 아웃사이더 대통령이라 부른 이유다.아버지의 재산을 물러 받은 막강한 재력과 사교계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특히 TV쇼에 출연해 “넌 해고야”라 하는 유행어를 만들면서 그는 일약 명사가 됐던 것이다. 그가 민주당 힐러리 후보를 제끼고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두고 당시 여론은 기성정치에 대한 분노와 좌절이 대폭발한 것이라 해석했다. 그의 미국 제일주의와 보호무역 정책은 세계를 충격과 혼란에 빠뜨렸다. 여성비하와 인종차별 발언 등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선 그를 두고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천박한 대통령이란 고약한 평가도 받았다.권력 남용과 의회 방해라는 두 가지 의혹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는 불명예를 썼다. 평소의 변덕과 즉흥적이고 돌발적이며 대통령으로서는 매우 부적절한 언행을 본다면 그에 대한 탄핵은 예측된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정작 탄핵안 통과에 대한 미국 내 반응은 오히려 차분하다. 상원의 탄핵안 가결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주요 이유지만 핫 이슈임에도 국민적 공감대가 별로 없다는 것이 이상하다.지금의 미국 경제는 너무 잘 돌아가고 있다. 미국 내 실업률 등 각종 경제 지표는 전례 없는 호황세다. 탄핵이 되레 야당인 민주당의 짐이 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예부터 정치는 백성이 잘 먹고 사는데 기본을 두고 있다. 우리의 정치가 타산지석으로 살펴볼 대목이 많은 트럼프 탄핵 사태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2-22

고가 주택

돈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되는 것이 정당할까.10년 전에 내가 가졌던 1억원의 가치가 올해 와서는 분명 다를 수 있다. 이렇듯 돈의 가치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느끼는 무게가 달라진다. 경제학적으로 말하면 물가상승이나 인플레이션 등의 경제현상에 따라 돈의 가치가 변동되는 것을 의미한다. 100억원 가진 사람과 100만원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치자. 만약 두 사람이 내일 죽는다고 가정했을 때 누가 더 억울할 것인지 생각해 보면 돈의 가치는 또 어떻게 평가하는 것이 옳을까. 돈은 사람의 형편과 장소, 여건에 따라 그 가치 평가가 천차만별이라 하겠다.대한민국에서는 얼마만큼 있어야 부자로 평가 받을 것인지 한 취업 포털에서 조사를 했다. 4천여명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물어보았더니 39억원을 부자의 기준점으로 보았다. 우라나라 가구당 평균 자산인 4억원을 기준하면 10배쯤 되는 금액이다. 연봉 5천만원을 버는 직장인은 한 푼도 안 쓰고 78년을 모아야 할 돈이다.정부가 치솟는 아파트 값을 잡는다고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15억원 이상을 고가주택이라 칭했다. 왜 15억원 이상이 고가주택인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은 없다. 주택 보유자 입장에서는 14억원은 되고 15억원은 안 된다고 하니 그 기준점이 궁금할 뿐이다.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당국의 규제 의지는 이해되나 내 재산을 담보로 내 마음대로 돈을 빌려 쓸 수 없다고 하니 그것 또한 답답한 노릇이다. 아니나 다를까 정부의 부동산 규제조치 후 하룻만에 “대출금지는 위헌”이라는 헌법 소원이 제기됐다. 정부 정책이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국민을 설득하는 법리가 분명해야 한다. 헌법소원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진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12-19

레이더 vs 라이더

레이더(Radar)는 전파를 사용해 목표물의 거리, 방향, 각도 및 속도를 측정하는 감지 시스템이다. 전쟁에서 적 비행기의 위치를 알아내기도 하며, 사람이 들어가지 못하는 심해의 수심을 알아내기도 한다. 또한 물체의 형상을 확실하게 인식할 수는 없지만 날씨나 시간과 관계없이 제 성능을 발휘하는 센서여서 자율주행자동차에 널리 쓰인다. 주파수에 따라 단거리부터 중거리, 장거리를 모두 감지할 수 있어 현재도 긴급자동제동장치, 스마트크루즈컨트롤 등 다양한 첨단운전자 지원시스템 기술에 적용되고 있다. 중장거리 레이더는 150~200m 이상을 확인할 수 있지만 화각이 40도 안팎으로 좁고, 단거리 레이더는 100m 이내 거리를 감지하되 화각이 100도 이상으로 넓다. 중장거리 레이더 센서는 앞차와의 거리와 속도를 측정해 충돌을 피하는 전방충돌 방지보조기술 등에 주로 활용되고, 단거리 레이더 센서는 후측방 사각지대 감지 기술 등에 주로 활용된다.라이더(Lidar)는 전자파가 아니라 직진성이 강한 고출력 레이저를 발사하여 산란되거나 반사되는 레이저가 돌아오는 시간과 강도, 주파수의 변화, 편광 상태의 변화 등으로부터 측정 대상물의 거리와 농도, 속도, 형상 등 물리적 성질을 측정하는 센서를 말한다. 이 센서는 고해상도의 3차원공간 정보를 확보할 수 있어 오차가 cm단위에 불과할 정도로 정확하다. 다만 비싼 가격과 짧은 수명 등으로 상용차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기술적 한계가 있다. 레이더와 라이더 센서는 카메라와 함께 미래기술인 자율주행자동차의 3대 핵심센서로 꼽힌다.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오던 자율주행자동차의 출현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기술의 발전이 눈부신 요즘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2-18

참수제도

사형수의 목을 베는 사람을 예부터 망나니라 불렀다. 닥치는대로 한다는 뜻의 접두사 ‘막’에다 ‘낳은 이’를 합해 부른 이름이다. 나라마다 그들은 대개 천인이나 중죄인 가운데 뽑아 강제로 일을 시켰다. 요즘은 언행이 좋지 않거나 버르장머리가 없는 이를 망나니라 부르지만 그 어원을 따져보면 사형수의 목을 벤 사람이다.사람의 목을 베어 형을 집행하는 참수형(斬首刑)은 동서양 어느 문화권에서든 쉽게 만날 수 있는 사형제도다. 조선조에도 1896년까지 이 제도에 의해 죄인을 다스렸다. 한국인 최초 천주교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참수형으로 처형된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오형(五刑) 중 하나로 참형 또는 참시라고 불렀다. 근대에 와서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 제도가 사라졌으나 아랍권 일부 국가에서는 아직 잔존한다. 그러나 실제 집행되는 나라는 사우디가 유일하다. 사우디에서는 아직 참형을 집행하는 망나니를 공개 모집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 참수는 동물의 도살을 모방한 것으로 아랍권에서는 치욕스런 죽음으로 인식한다. 극렬 테러리스트가 인질을 참수하는 장면을 공개하는 것도 적군은 사람 취급을 않겠다는 나쁜 의도를 담고 있다. 그러나 참수형 자체가 비인간적이며 혐오성이 강해 사회적 거부감은 크다. 조선조에서도 극악무도한 범죄자가 아니면 참수형 보다는 사약으로 형을 다스렸다는 기록이 있다.최근 친북 반미단체가 주한 미 대사에 대한 참수 퍼포먼스를 벌여 논란을 빚었다. 한미동맹 관계에 갈등을 일으킬 외교적 문제와는 별개로 참수 퍼포먼스 행위 자체가 자극적이고 충격적이어서 높은 비난을 쌌다. 우리 사회의 무질서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 우려되는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19-12-17

정어리집회

정어리 집회는 수만 마리가 무리를 지어 몸집이 큰 포식자에 대항하는 정어리처럼 시민들이 하나로 뭉쳐 반(反)이민 등 극우주의에 저항하자는 풀뿌리 시민운동이다.길이가 15㎝ 정도인 정어리는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는 먹이사슬의 가장 아래쪽에 있는 물고기다. 다른 어류는 물론 고래나 물개 같은 해양 포유류의 먹잇감이다. 하지만 무리를 이룬 정어리 떼는 조밀하게 뭉쳐 몸집을 키우고, 지느러미를 움직여 진동을 만들어내면서 포식자의 공격을 피한다.정어리 집회의 시초는 내년 1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伊 살비니의 동맹당과 우호 정당들이 지지 집회를 갖기로 하자 마티아 산토리와 친구들이 인근 광장에서 대응 집회를 갖기로 하고 소셜미디어로 알린 것이 시초다. 산토리와 친구들은 흩어져 있을 땐 공격에 속수무책인 정어리가 무리를 지어 큰 적을 물리치는 것처럼 극우주의에 대항해 힘을 모으자며 소셜미디어에서 호소했고, 시민들이 이에 호응해 정어리가 집회의 상징이 됐다. 볼로냐에서 1만5000명으로 시작된 시위는 시칠리아, 밀라노, 토리노 등을 거쳐 수도인 로마에 상륙하면서 세를 점점 불려 최근에는 스스로를 정어리(sardine)라 부르는 시민 약 10만 명이 로마 산조반니 광장에 모여 이탈리아에서 득세하는 극우주의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냈다.특징적인 것은 집회 참석자들은 각양각색의 정어리를 그린 그림과 포스터 등을 손에 들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 집회는 정당이나 시민단체 등 특정 단체가 주도하는 일반적인 집회와 달리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다.이탈리아에서 벌어진 정어리 집회 역시 민의의 준엄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촛불집회를 떠올리게 한다. 정어리로 변신한 촛불이 세계를 가만히 흔들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9-12-16

호구지책의 해

한해를 마무리할 때 흔히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표현을 잘 쓴다. “한해동안 일도 많았으며 어려움도 많았다”는 뜻으로 한해를 회고하는 자리에서 사용하기에는 제격이다.연말이 다가오면서 올 한해를 되돌아보는 사자성어가 발표되고 있다. 다사다난했음은 물론이거니와 유난히 한해가 어려웠다고 회고하는 표현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청년 실업자가 내뱉는 아픔의 표현이 우리를 우울케 한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구직자가 가장 많이 뽑은 사자성어는 전전반측(輾轉反側)이다. 걱정거리로 마음이 괴로워 잠을 이루지 못해 몸을 뒤척인다는 뜻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 그들은 “마른나무와 불기 없는 재와 같다”는 심정의 고목사회(枯木死灰)를 그해 사자성어로 선정한 바 있다. 한해가 지났어도 그들은 여전히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한 언론이 만들어 낸 3포세대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젊은 세대를 두고 한 말이다. 세월이 지나 3포는 5포와 7포로 바뀌더니 지금은 포기할 것이 너무 많아 n포세대라 부른다고 한다.꿈을 먹고살아야 할 젊은이에게 들이닥친 호구지책(糊口之策)의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또 해를 넘기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젊은이는 삶의 가장 중요 가치로 ‘경제적 안정’을 압도적으로 손꼽았다. 도전과 성공, 성취라는 이상적 희망보다 경제라는 현실을 택한 젊은 세대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라 하겠다.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과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등이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한 것도 호구지책에 매달린 젊은이의 사고가 낳은 결과가 아닐까. 내년에도 모두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로 가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2-15

30대 지도자

인간의 수명이 짧았던 공자가 살았던 시절의 나이와 지금의 나이는 무게감에서 차이가 있다. 공자 시절 15세면 성인이다. 지금은 청소년 정도로 부르면 적합할 나이지만 그 시절에는 결혼을 해도 무방한 성년의 나이로 인식됐다. 공자는 나이별로 30세를 이립(而立), 40세면 불혹(不惑), 50세는 지천명(知天命)이라 불렀다. 지금에도 그가 부여한 나이별 의미를 두고 삶의 가치 기준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수명이 거의 배 가까이 늘어난 지금의 현실에 부합할지는 모르나 생활 실천의 기준으로 보는 것은 무방해 보인다.지금 지구촌 곳곳에서 30대 총리의 등장이 화제다.핀란드에서는 34세의 여성 총리가 선출됐다. 핀란드 여성총리로서는 세 번째지만 최연소를 기록했다. 현직 총리로도 세계 최연소라 한다. 특히 워킹맘이자 교통통신부 장관인 그녀는 총리 선출과 함께 19명의 장관 중 11명을 여성으로 채워 우먼파워를 과시했다고 한다. 2017년 8월 뉴질랜드에서도 30대 여성 총리가 선출됐으며,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도 38세 나이로 대통령직에 올랐다. 우크라이나와 엘살바도르도 30대 총리가 등장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33세의 총리 탄생이 예고된다고 외신은 전한다.우리나라 30대는 과연 어떤 위치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공자는 인생의 뜻을 세우고 장래를 고민할 나이를 30세로 보았으나 우리 현실은 아직 많은 이가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안타깝고 불운한 현실이다. 지구촌의 흐름을 보면서 우리 30대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한편으로 30대 총리를 뽑고 그에게 국가 경영을 맡긴 그 나라 국민의 포용성이 돋보이기도 한다. 노령화된 우리 정치 현실이 안타깝다./우정구(논설위원)

2019-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