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했다. 사람은 끊임없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존재한다는 뜻이다. 사람이 동물과는 다른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사회성’을 들 수 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은 전쟁에서만 통용되는 말은 아니다. 사람이 사는 사회는 협동과 단결이 난관을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되는 것이다. 우리 속담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은 무거운 짐도 나눠지면 가볍고 기쁨도 함께 하면 더 즐겁고 기운이 난다는 뜻이다.
각자도생은 제각기 살아갈 방도를 따로 찾는다는 말이다. 조선시대 대기근이나 전쟁 등 어려운 상황일 때 백성이 스스로 알아서 살아 남아라는 절박함에서 유래했다 한다. 조선시대만 해도 전쟁과 같은 국난이 일어나면 나라에서 백성을 온전히 보호해 줄 방법이 없다. 임금이 백성들에게 불가피하게 각자도생의 길을 찾으라 했다는 것이다. 2019년 직장인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각자도생이었다. 경기불황과 구직의 어려움에 봉착한 직장인에게 각자도생은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각자도생은 각박해지는 세상살이의 세태를 반영한 말로 보아도 좋다. 삶의 무게나 고뇌가 커지고 있음을 달리 표현한 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식의 삶의 방식이 우리생활의 주류로 등장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고 바이러스로부터 내 몸의 안전을 보호받기 위한 집콕과 무대면 방식이 우리를 억누르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사람은 서로 만나 부대길 때 인간적임을 느낄 수 있다. 각자도생의 삶에서 탈출할 날은 언제 올까.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