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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

등록일 2020-12-27 20:06 게재일 2020-12-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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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은 본래 18세기 유럽 증권가에서 채무 불이행자를 가르키는 경제용어로 사용되다 19세기 미국으로 건너와 임기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은 대통령의 권력누수 현상을 가르키는 말로 바뀌었다. 절름발이의 lame과 오리의 duck을 합친 말로 뒤뚱되는 오리걸음을 묘사한 표현이다.

권력이란 영원히 거머쥘 수 없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권력 누수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우리 속담의 권불십년(權不十年)이 이런 의미다. 세상의 아무리 높은 권세도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권력을 잡으면 언젠가는 물러나야 하는 것이 세상 이치여서 열흘 피는 꽃이 없다(花無十日紅)는 말도 있다. 권력을 잡은 사람이면 반드시 가슴에 새겨둬야 할 경구다. 거대한 중국을 하나의 나라로 최초 통일한 진시황도 불로장생의 약초를 구하지 못하고 겨우 5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이룩한 진나라도 그의 사후 5년만에 멸망한다. 세상사 사람이 하는 일이 얼마나 보잘 것 없고 유한한가를 알게 하는 대목이다.

정치학자가 제시하는 권력자의 레임덕 이유는 대체로 이렇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거나 권력자의 건강에 문제가 있을 때, 또 집권당의 다음 후보가 자신의 세력을 빠르게 결집했을 때, 권력자 본인이나 친인척의 비리가 드러나는 경우, 리더십이 현격히 떨어질 때 등등이다.

정경심 교수 유죄판결과 윤석열 총장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나오자마자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레임덕이 화두다. 일반적으로 집권 4년차가 되면 지지율이 떨어지는 시기여서 레임덕 거론이 자연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최초의 레임덕 없는 정권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받아온 정권이라는 점에서 이번 레임덕의 등장은 각별하게 느껴진다. /우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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