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를 스물넷으로 나눈 절기 중 가을 절기는 입추부터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까지를 말한다.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만 지나도 이미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느낌을 갖는 게 보통이다. 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한로(寒露)가 바로 코앞(8일)에 닥쳤지만 올해 가을 날씨는 가을 같지 않아 요상하다.
우리의 선조들은 한로가 지나면 기온이 더 내려간다 하여 이맘때쯤 농촌 들녘은 오곡백과를 수확하는 타작 소리로 분주하다. 한로 다음의 절기인 상강(霜降)은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리는 시기이므로 가을의 끝자락이다. 단풍이 절정기에 이르면서 농촌은 겨울나기 준비에 손길이 바쁘다.
우리나라는 중위대의 온대지방으로 사계절의 날씨 변화가 뚜렷한 곳이다. 봄철은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로 변덕이 심하다. 여름은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을 받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가을은 양쯔강 기단의 영향으로 봄과 비슷한 날씨를 보이나 변덕없는 화창한 날씨 덕에 천고마비 계절이라 부른다. 기상청은 올가을 이상고온을 고온다습한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된 탓이라 하나 여름같은 가을 날씨가 지속되자 시민들은 지구촌의 기상변화 일환으로 나타난 현상이라 여긴다.
제주도에서는 밤사이 기온이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 10월 중 열대야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4일 낮 강원도 강릉이 낮 최고기온 32.3도를 기록했으며 대구도 같은 날 31.5도를 기록했다. 남부지방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낮 기온이 최고 30도를 오르내리는 곳이 많다. 한여름에도 잠잠하던 모기떼가 가을철에 극성을 부리나 하면 뒤늦게 에어컨을 다시 가동한다는 사람도 많았다. 가을이 가을 같지 않으니 모두가 추래불사추(秋來不似秋)라 부른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