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정치인 이름에 이즘(ism)을 붙이면 그의 정책이나 정신을 가르키는 의미로 쓰인다. 그러나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조금 다르다. 메르켈 이름에 붙인 메르켈리즘이란 권력을 과시하지 않고 다른 의견을 포용하면서도 힘을 가진 정책을 추진하는 그녀의 리더십을 가르키는 말이다.
메르켈른(merkeln)이란 말도 있다. 메르켈스럽다는 뜻이다. 조용하고 신중하면서도 유연함과 강인함을 가진 메르켈 총리의 스타일을 이르는 용어다. 강경한 정책을 휘둘러 철의 여인으로 불리던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와는 대조되는 지도자 스타일이다.
메르켈 총리에게는 숱한 별명이 따라다닌다. 독일 최초의 여성총리, 가장 젊은 나이에 집권한 총리, 헬무트 콜을 잇는 최장수 총리, 포브스 선정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등의 수식어다. 2005년 총리에 올라 16년간 총리직을 수행했으나 지금도 그녀는 80%의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2008년 경제위기나 유로존 위기, 최근의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보여준 그녀의 리더십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준 지지율이다. 그녀의 탁월한 지도력으로 국가가 번영을 누리고 국민 대다수가 비교적 좋은 삶을 누린 결과라 보면 될 것 같다.
최근 퇴임을 앞둔 메르켈 총리가 이스라엘 홀로코스트를 방문해 또한번 세계의 화제가 됐다. 독일의 책임과 반성을 뜻하는 그녀의 이스라엘 방문이 벌써 8번째다. 퇴임을 앞둔 지도자로서 다시 한번 반성의 시간을 가지겠다는 그녀의 폭넓은 아량과 대범함에 세계는 존경의 눈으로 바라본다. 메르켈 총리가 떠난 자리에 누가 올지 독일인도 관심이라 한다. 지도자를 잘 뽑는다는 것은 국가나 국민에게 크나큰 행복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