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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계절

등록일 2021-10-19 19:43 게재일 2021-10-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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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한국인이 선호하는 계절이 가을에서 봄으로 바뀌었다. 한 여론조사기관에서 국민을 상대로 선호 계절을 조사해 보았더니 2014년 조사에서는 가을이 1위로 선택됐다. 그러나 5년 후 같은 내용으로 다시 조사를 했더니 이번에는 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조사기관은 이유는 명확지 않으나 벚꽃 열풍과 많아진 봄철 축제와 무관치 않을 거라 풀이했다.

그러나 성별 조사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갈라졌다. 남성은 가을(40%), 여성은 봄(45%)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봄과 가을은 기온이 비슷한 계절이지만 느낌은 다르다. 채근담에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게 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하라는 말이 있다. 춘풍추상(春風秋霜)이 바로 그것이다. 봄은 따뜻한 바람에, 가을은 찬 서리로 비유한 것이다.

어느 작가는 봄을 상쾌한 아침에 비유했고, 가을은 차분한 저녁으로 표현했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가을은 영혼의 계절”이라 불렀고, 헤르만 헤세는 가을은 “더 높은 삶으로 들어가는 계절”이라 말했다. 서정주 시인은 ‘국화옆에서’라는 자신의 시에서 서리 속에 홀로 피는 가을 국화를 강인한 생명력으로 표현했다.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는 가을은 사람마다 각기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신비로운 자연의 섭리를 다시 생각나게 하는 계절이라는 것이다.

독서의 계절, 그리움의 계절, 사색의 계절, 낭만의 계절이라 불리는 것 등은 나름 가을의 특징을 잘 드러낸 말이다. 누구나 시인이 되고 싶은 계절이 돌아왔다. 시끄러운 세상일 뒤로하고 일부러 시간을 내서 깊은 생각에 잠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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