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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유전자 검사

한 아버지가 자신이 키운 자식이 자신을 닮지 않았다는 생각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더니 DNA 불일치 판정을 받았다. 화가 난 아버지는 아내와 자식을 당장 내쫓았다. 그러나 훗날 그 결과가 DNA 검사과정의 실수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아버지는 큰 번뇌에 빠졌다. 그러나 그들의 가족 관계는 이미 망가진 뒤여서 그 가정은 정상으로 되돌아갈 수 없었다.이 이야기는 과학의 힘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 것 같지만 사람의 일이란 예측을 할 수 없을 때도 종종 있다는 것을 말해 준 것이다.유전자 기술이 발달하면서 지금은 DNA 검사를 활용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서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 미제 사건의 해결과 실종자 수색, 친자 확인 등에 이르기까지 유전자 검사의 유용성이 높게 평가된다.다양한 민족이 모여 사는 미국에서는 조상찾기 DNA테스트가 인기라고 한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나의 조상을 찾고 나아가 특정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을 미리 체크해 예방하는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이른바 유전자 비즈니스다.유전자 검사 기술의 발달로 강력 범죄의 진범을 찾아내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일도 있다. 대표적인 게 화성 연쇄살인 사건이다. 온 동네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이 사건은 33년이 지난 뒤에야 진범이 드러났다. 유전자 검사라는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에서도 100년 전 사망한 머리없는 시신의 신원을 밝히는 데 DNA 검사가 공을 세웠다.구미 3세 여아 사망사고가 미궁에 빠졌다. 친모로 지목된 당사자는 아기를 낳은 적이 없다고 하고 경찰은 DNA 검사를 내세워 친모가 아닐 확률이 0라 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했는데, 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 자못 궁금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3-23

니트족

니트족(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은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신조어다. 사회학에선 이처럼 학교에 다니지도, 취업도 하지 않는 청년 백수를 니트족으로 분류한다.보통 15∼34세 사이의 취업인구 가운데 미혼으로 학교에 다니지 않으면서 가사일도 하지 않는 사람을 가리키며, 무업자(無業者)라고도 한다. 취업에 대한 의욕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일할 의지는 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실업자나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프리터족과 다르다. 1990년대 경제상황이 나빴던 영국 등 유럽에서 처음 나타났으며, 일본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코로나 사태가 니트족 숫자를 급격히 불리고 있다.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니트족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니트족은 지난해 43만6천명으로, 2019년보다 약 8만5천명(24.2%) 증가했다. 2016년(26만2천명)과 비교하면 4년간 1.7배로 늘었다.보고서에선 15~29세 비경제활동인구 중 미혼이면서 육아·가사, 통학, 심신장애, 취업·진학 준비, 군 입대 대기 등에 해당하지 않고 그냥 쉰 사람을 니트족으로 분류했다. 전체 청년 인구에서 니트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약 2.8%에서 2020년 4.9%로 2.1%포인트 높아졌다.전문가들은 경제 성장 둔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고용 위축에 코로나19까지 겹쳐 니트족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니트족 증가는 부모세대의 부담이 가중되고, 사회적 비용이 유발되며, 노동투입량 감소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인류적 재앙이 되고 있는 코로나가 니트족 급증이란 사회문제까지 세계 각국에 고민거리로 던져주고 있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22

김치 포비아

김치는 한국인의 대표적 식품이다.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김치를 내세워도 조금도 어색하지가 않다.사람은 생존에 필요한 비타민 C의 공급이 필수적이다. 우리의 조상은 한겨울에도 비타민 C를 공급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 김치 저장법을 개발했고 그것이 발효식품인 김치로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다.한국은 김치 종주국답게 현재 200여종의 김치가 개발돼 있다. 2013년에는 한국의 김치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 김치는 한국의 오랜 전래음식이며, 한민족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문화적 자산임을 유네스코가 인정한 것이다. 한국인의 95%가 하루 한번 이상은 김치를 먹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누가 뭐래도 한국인에게 김치만한 반찬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지난해 중국이 김치산업의 국제표준을 자국 기준으로 만들어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인정을 받아내면서 마치 김치 종주국이 자기들인 양 떠들어 논란을 일으켰다. 중국은 쓰찬성에서 유래한 절임채소를 파오차이(泡菜)라 부르는데, 중국 내 유통되는 모든 김치는 파오차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수출되는 김치도 파오차이라는 이름으로 써야 유통이 가능하다. 중국이 김치 종주국처럼 위세를 떠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저가를 앞세운 중국산 김치가 국내 소비량을 늘려가는 가운데 중국 현지의 비위생적인 김치 제조과정이 알려지면서 중국산 김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피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둥장한 알몸상태로 배추절임하는 중국인의 모습에 많은 사람이 경악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시중 식당에 만연된 중국산 김치에 대한 불매운동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싼 게 비지떡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3-21

오체투지(五體投地)

티베트 사람에게 불교는 종교가 아닌 삶 그 자체다. 전생의 악업을 끊기 위한 속죄의 고행 과정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땅을 많이 보유한 사람이나 은행에 돈을 많이 맡겨둔 사람을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은 다음 생애로 가져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부러워하는 대상은 오로지 얼마나 많은 수행을 하였으며, 남을 위해 얼마나 많은 봉사를 하였는지가 중요하다.티베트인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성지 라싸까지 오체투지하면서 순례의 길을 가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다. 2천㎞가 넘는 순례 길을 오체투지로 걸어가며 수행하는 모습을 담은 영화가 2015년 제작된 ‘영혼의 순례길’이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티베트인들의 종교 속 삶을 잘 그려내 꽤 많은 반응을 얻었다.오체투지는 불교 신자가 삼보(三寶)에게 올리는 큰 절이다. 자기 자신을 무한히 낮추면서 삼보에게 최대의 존경을 표하는 예법이다. 양 무릎과 양 팔꿈치, 이마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이 땅에 붙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고대 인도에서 상대방의 발을 받드는 의식인 접족례(接足禮)에서 유래됐다고 한다.우리에게도 오체투지는 낯선 수행법이 아니다. 세 걸음 걷고 한번 절하는 삼보일배와 함께 여러 번 소개된 바가 있다. 불교의 이색 수행법이기는 하나 간혹 정치적 프레임이 씌어져 환경파괴 등에 항의할 때 이 방법이 등장한다.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서울 한복판에서 미얀마 시위대 학살 중단과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스님들의 오체투지 행렬이 열려 눈길을 끌었다. 스님들의 간절한 오체투지 기도가 미얀마 사람에게 작은 희망의 빛으로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3-18

더기빙플레지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는 전 세계 대부호들이 사후나 생전에 재산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을 약속하는 운동을 말한다.이 기구의 목표는 전 세계 대부호들이 그들 순자산의 최소 절반 이상을 일생 동안이나 사후에 기부하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이 기부 서약이 가진 특징은 법률적인 계약이 아니라 도덕적 헌신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강제성을 띤 기구가 아니라는 점이 특징이다.또한 웹사이트에 들어가보면 개인 또는 커플 서명자들이 왜 기부를 하기로 선택했는지 읽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이 자발적으로 기부를 약속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2010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그의 아내 멜린다 게이츠, 워렌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서약하며 시작됐다.국내에서는 배달의 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창업자인 김봉진 의장 부부가 지난 달 219번째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더기빙플레지에 참여해 재산의 절반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의장은 이 서약을 통해 죽기 전까지 현재 주식가치만 약 11조원에 이르는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게 된다. 김 의장은 사회적 기업이나 재단 설립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아픈 이들을 돕고,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나서고, 미래 교육시스템에 기여하는 등의 활동을 할 계획이다.일부 재벌가 구성원들이 탐욕스런 부의 독점과 갑질행태로 온 국민의 지탄을 받은 게 바로 얼마 전의 일이 아니던가. 볼썽 사나온 재벌가 행태와 달리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부를 쌓은 이들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더기빙플레지를 크게 환영한다. 이는 우리 사회가 더욱 성숙해지고 있다는 방증이자 증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17

백신도시 안동

안동은 가장 한국적인 도시다. 한국문화의 전통적 원형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1999년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이곳을 찾았던 이유도 한국적이라는 데 있다. 그의 둘째 아들인 앤드루 왕자도 20년 뒤인 2019년 안동을 찾았다.우리는 안동을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 부른다. 특허청은 2006년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란 브랜드를 인정하고 등록해 주었다. 누가 봐도 안동은 한국 전통문화의 본거지라 해도 틀리지 않다는 의미의 부여다. 이곳에는 특별히 유교문화가 고스란히 간직돼 있다. 그래서 추로지향(鄒魯之鄕)이라고도 불린다. 공자와 맹자가 태어난 노나라, 추나라와 같은 정신적 고향이라는 뜻이다.안동은 2006년 세계문화유산도시에 가입했고 2010년에는 안동하회마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을 가지고 있는 봉정사와 한국의 서원인 병산서원과 도산서원도 유네스코 문회유산으로 각각 지정됐다. 봉정사는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다녀간 곳이기도 하다.안동에는 오랜 기간 전승된 하회탈춤놀이를 무대로 한 국제탈춤페스티벌이 열린다. 문화부가 선정하는 전국 대표축제에 3년 연속 뽑혔다. 또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고장이다. 임시정부 국무령인 석주 이상룡 선생을 비롯 363명의 독립유공자가 나왔다. 전국에 이런 도시는 없다.지난달 국내 최초 코로나19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SK 바이오사이언스 안동공장에서 출하되면서 안동이 전국적 이목을 끌었다. 가장 고전적인 이미지의 안동이 바이오산업으로 또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고전의 도시 안동이 이제 첨단산업이 겸비된 백신 메카로 뜨고 있는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3-16

언론경쟁 유지법

미국 의회가 언론사들의 뉴스로 거대한 이익을 남겨온 구글·페이스북 등 인터넷 공룡기업을 상대로 뉴스 공짜사용을 막는 ‘2021 언론경쟁 유지법’을 발의했다.플랫폼 기업들이 언론사 뉴스를 트래픽 유인 수단으로 이용해 이익을 올리면서도 정작 언론사에 제대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법안 도입 취지다.이번에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주 1회 이상 기사를 작성하는 미국내 모든 신문·방송·인터넷매체가 연합해 구글·페이스북 등 뉴스로 이익을 남겨온 플랫폼 기업과 협상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구글은 검색 결과에서 전문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언론사에 저작권료 대신 광고 수익 일부만 나눠주고 있다. 미국은 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를 시장 자율에 맡기고 정치권과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거대 테크 기업의 횡포로 미국 언론 산업이 피폐해지자 정치권이 더이상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실제로 미국 신문 광고시장은 2005년 494억달러(약 56조1천431억원)였던 것이 2018년 143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구글의 광고 매출은 61억달러에서 1160억달러로 치솟았다. 지난 15년간 미국 신문사 2천100개가 사라졌다. 유럽연합도 지난 2019년 저작권 규정을 변경해 구글·페이스북 같은 플랫폼이 언론사에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게 했다. 호주도 플랫폼이 언론사와의 저작권료 협상에 실패하면 정부가 개입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뉴스로 인한 광고료 대부분을 포털이 독식하는 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언론이 살아야 나라가 바로 선다. 우리 국회도 포털 기업의 광고독식을 더이상 방치하지 말고, 언론경쟁유지법 발의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15

빙산의 일각

길거리에 툭 튀어나온 돌멩이처럼 몸체는 묻혀있고 한 부분만 뾰족이 솟아난 것을 두고 순 우리 말로 ‘뿌다구니’라고 부른다. 표준국어 사전에는 “물체의 삐죽하게 내민 부분”이라 설명하고 있다. 돌출부와 비슷한 뜻이다.어떤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 않고 극히 일부의 사실만 밝혀진 경우에도 “뿌다구니에 지나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과 같다. 빙산은 빙하나 빙봉이 바다까지 흘러나와 자연스럽게 생긴 얼음 산이다. 물 위에 떠있는 얼음조각이 모두 빙산은 아니다. 보통 빙산이라 함은 물 위에 나타난 얼음의 높이가 최소 5m 이상일 때를 말한다. 그 이하면 흐르는 얼음 조각이란 뜻으로 유빙(流氷)이라고 한다.물은 응고되면서 수소와 결합해 부피가 늘어난다. 액체 상태일 때보다 밀도가 작아져서 물 위에 떠있을 수 있게 된다. 물과 얼음의 밀도 차는 10% 정도인데, 물 위에 떠있는 부분은 전체의 10% 미만이다. 위로 돌출된 부분이 5m 정도 높이라면 얼음 속 깊이는 30∼50m 크기 정도는 된다고 보아야 한다.배가 항해를 할 때 빙산을 발견하면 선회해 가지만 실제는 비껴가지 못하고 선체 밑바닥 일부분이 거대한 빙산과 충돌할 수 있다. 빙산과 충돌한 대표적 선박 사고가 1912년에 일어난 타이타낙호의 침몰이다. 1천명이 넘는 승객이 사망한 세계 최대 해난 사고다.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신도시 100억원대 땅 투기의혹 사건이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의 발본색원 의지에도 국민들 반응은 싸늘하다. 전국에서 정치인, 공직자 등의 유사 투기사례가 연일 드러나 국민들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 생각한다.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밑바닥까지 갔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3-14

망언(妄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는 말은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 망언으로 알려져있지만 실제로 그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녀를 미워했던 프랑스 국민이 모함하기 위해 날조한 것이란 설이 유력하다.세상 물정을 모르는 높은 권력자의 탁상공론식 이야기가 튀어나올 때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빵 발언은 빠짐없이 등장한다.2018년 지방선거 때 “서울서 이혼하면 부천으로 이사가고, 망하면 인천으로 이사간다”는 이부망천의 발언을 했던 모 국회의원은 이 말로 인해 당을 탈당해야 하는 곤욕을 치렀다. 이후 그는 이 발언에 발목이 잡히면서 다음 선거 때 공천도 못받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정치에 실패했다.하버드대학 램지어 교수가 2차 대전 중 일본인이 저지른 우리나라 위안부의 비극을 자발적 매춘으로 폄하했다가 국제적 비난 여론에 직면한 일도 비록 논문이지만 망언이나 다름없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지만 그에게는 이 망언이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수모로 남는다. 말 한마디 잘못으로 공든 탑이 무너진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변창흠 교통부장관이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을 옹호하듯 발언했다가 장관 자리를 내놓을 처지에 몰렸다. 말은 엎질러진 물과 같다. 한번 내뱉으면 되담을 수 없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 갚는다”는 속담에 선조의 지혜가 숨어 있다.LH 직원의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참으로 가관이다. “꼬우면 니들도 우리회사로 이직하든지 공부 못해 못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돌림한다”는 막말을 올렸다.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한데 익명 속에 숨어 이런 망언을 서슴치 않는 세태가 걱정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3-11

규제의 역설

‘규제의 역설’은 좋은 의도로 특정행위를 규제한 정책이 정반대의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를 가리킨다.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영국의 비닐봉투 절감정책이다. 정부는 비닐봉투 대신 여러 번 쓸 수 있게 ‘생명을 위한 가방’을 만들고, 가방에는 ‘비닐이 썩는 데 걸리는 시간은 500년, 한 번 쓰고 버리지 마세요. 환경오염을 막는 방법’이란 문구를 썼다. 결과는 의도와 달랐다. 비닐쓰레기의 양은 매년 증가했다. ‘가방’을 만드는 데 비닐이 3배나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비자는 ‘가방’을 습관처럼 한 번만 사용했다.성매매 금지규제 역시 마찬가지다. 역사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성매매를 금지했지만 아무리 강력히 금지해도 성매매는 음지에서 확대됐다. 한국에서도 성매매를 강력범죄로 단속, 성매매를 대표했던 집창촌은 없어졌지만 성매매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변종 성매매 업소들이 대폭 증가했다. 다만 최근 통신 시장에서 벌어진 ‘규제의 역설’은 뜻밖의 결과다.지난해 12월 30년간 통신 요금시장을 지배했던 요금인가제가 폐지되자 SK텔레콤이 기존보다 30% 싼 온라인 전용 요금제를 깜짝 발표했고, 잇따라 LG유플러스와 KT까지 비슷하거나 더 싼 요금제를 내놔 요금 인하경쟁이 벌어졌다.어떤 사회의 규제와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는 그 규제가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 지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빈부격차 감소에 실패한 부유세, 실업자를 늘린 비정규직 보호법, 전통시장 매출을 감소하게 만든 대형마트 의무휴업, 도박 중독을 심화시키는 카지노 입장 제한조치 등도 우리 사회가 직면한 규제의 역설이다. 선한 의도보다 중요한 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10

민주주의의 후퇴

미국에 본부를 둔 프리덤 하우스(Freedom Hause)는 전 세계의 민주주의 확산과 인권시장 및 국제언론 감시활동을 하는 비영리 인권단체다. 1941년에 세워져 1950-1960년대 미국의 민권운동을 주도했다. 이후 1970년대는 베트남 난민을 지원하고, 1980년대는 폴란드와 필리핀의 민주화를 지원한 단체다. 또 세계 각국에서 민주주의 증진에 공헌 인사들을 찾아내 매년 프리덤 어워드를 수여하고 있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과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이 이 상을 받았다.프리덤 하우스는 매년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자유 정도를 조사해 수치로 발표하는데 올해도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이 만점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83점을 받아 우수한 자유국가에 포함됐다. 북한은 100점 만점에 3점을 받아 지난해에 이어 꼴찌다. 공정한 선거와 자유로운 언론 활동 등이 자유를 평가하는 주요 척도다.특히 코로나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코로나가 창궐했던 지난해는 많은 자유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일부 민간단체에서도 이 같은 우려를 제기했으나 프리덤 하우스가 이번에 똑같은 평가를 낸 것이다.프리덤 하우스는 조사 대상 205개 국가 중 36개국이 코로나와 관련해 민주주의가 후퇴한 나라라고 했다. 대표적 국가로 인도와 필리핀, 헝가리, 터키 등을 손꼽았다.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를 핑계로 정치 권력의 강압적 통치가 알게 모르게 물들고 있다. 이동제한과 같은 아주 손쉬운 조치가 곧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대표적 사례다. 우리 주변에서도 코로나를 이유로 이와 유사한 개인의 기본권이 침탈당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코로나의 위세가 놀랍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3-09

미닝아웃족

미닝아웃족이란 요즘 소비트렌드의 하나로, 신념을 뜻하는 ‘미닝(meaning)’과 벽장에서 나온다는 뜻의 ‘커밍아웃(coming out)’이 결합된 단어인 ‘미닝아웃’을 하는 소비자를 가리킨다. 국립국어원의 대체단어로는‘소신 소비자’가 쓰인다.정치·사회·문화적 신념과 가치관을 소비행위를 통해서 표출하는 소신있는 가치소비자를 가리킨다. 이들은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신념에 따른 소비를 지향한다.보통 SNS 등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해서 표현과 공유를 하기 때문에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MZ세대가 주도한다.이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거나 선행을 한 착한 기업에 대해서는 흔쾌히 지갑을 연다. 오랜 선행으로 미담을 쌓아온 기업 ‘오뚜기’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갓뚜기’(God과 오뚜기를 합친 말)로 불리며 사랑받고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최근 SNS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치소비 캠페인’도 미닝아웃족을 중심으로 전파되고 있다. 이 캠페인은 동네식당에서 결제한 영수증이나 음식 사진 등을 SNS상에서 인증하는 운동으로 신총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형편이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을 돕기 위한 취지로 시작됐다.미닝아웃족들은 흔히 바이콧(buycott: 어떤 물품을 사는 것을 권장하는 행동)운동에서 주로 나타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경영진의 갑질 등이 알려진 부도덕한 기업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불매운동을 벌언다.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이 벌어진 남양유업은 아직도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고있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나의 참여가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미닝아웃족의 건강한 소비운동을 응원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08

희망의 봄

우리 선조들은 우수(雨水)와 경칩(驚蟄)이 지나면 대동강물도 녹는다 하여 이때부터 완연한 봄이 왔다고 믿었다. 절기상 입춘부터 입하전까지를 봄이라 한다. 양력으로는 3월부터 5월까지가 봄이다.기상학적으로는 일 평균 기온이 5도 이상으로 올라가 9일 동안 떨어지지 않으면 5도 이상 올라간 첫날부터 봄이라 한다. 지구 온난화가 확대되면서 우리나라의 봄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 제주와 부산, 대구, 울산 등 남부지방은 빠르면 2월 중순부터 봄이 시작된다. 그밖의 지방은 3월초부터, 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 등은 3월말부터 봄이 시작된다.봄철이 되면 심한 일교차와 변덕스런 날씨가 우리를 괴롭힌다. 먼지와 황사가 사방으로 날리고 건조한 날씨 탓에 산불도 자주 발생한다. 환절기성 기후로 감기 환자도 늘어난다. 그러나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계절이 주는 생기 발랄함으로 모든 이에게 새로움을 선물한다. 이제 고생이 끝나고 행복한 날이 시작할 것 같은 기분이다. 봄은 많은 사람에게 희망의 상징으로 인식된다. 봄의 이미지는 밝고 긍정적이다. 봄의 전령사인 개나리와 진달래, 산수유 등의 만개 소식에 모두가 귀를 쫑긋하며 마음을 설레인다.코로나19 발생 후 두 번째의 봄이 돌아왔다. 오랫동안 희망의 봄을 기다려왔지만 아직은 희망을 노래하기에는 이른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백신접종이 시작됐음에도 환자 발생이 여전하며 코로나 퇴치의 종착지가 언제가 될지 까마득해 보인다.우리나라 봄꽃 축제의 대명사격인 진해군항제가 취소됐다는 소식이다. 올봄도 유명 봄꽃 축제를 구경할 수 없을 것 같아 마음 한켠은 우울하다. 그래도 우리에게 봄은 여전히 희망의 계절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3-07

파렴치

한자어가 우리말로 국어화한 단어가 간혹 있다. 숭늉은 숙냉(熟冷)에서 나왔고 성냥은 석류황(石硫黃)에서 나왔다. 얌체는 염치(廉恥)라는 한자어에서 출발했다. 체면과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라는 뜻이다.이 염치가 다시 얌치로 어형이 바뀐다. 어감의 차이는 있으나 의미는 별 변동이 없다. 그러나 얌치라는 말이 얌체로 바뀌면서 염치없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의미도 달라졌다.말이란 세월과 시대 흐름 등에 따라 변형을 거듭하는 경우가 많다. 염치는 파렴치라는 말을 낳는데 염치를 부숴버렸다는 뜻이니 염치가 전혀없는 무례한 행동을 이르는 말이다. 후안무치(厚顔無恥)는 낯가죽이 두꺼워 부끄러움이 없다는 말이다. 부끄러워할 치(恥)자는 귀(耳)와 마음(心)으로 이뤄진 글자다. 남의 비난을 들으면 마음이 움직인다는 의미로 해석한다.2012년 교수신문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거세개탁(擧世皆濁)이란 말이 있다. 온 세상이 혼탁한 가운데 홀로 깨어 있기가 쉽지 않고 깨어 있다고 해도 세상과 화합하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당시 우리 사회에 번진 지도층의 혼탁함을 비판했던 표현이다.한국토지주택공사 일부 직원이 신도시 후보지에 100억원의 토지를 매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투기 의혹과 함께 후폭풍이 심각하다. 집값 폭등에 가슴앓이를 했던 서민에겐 온몸의 힘이 빠지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정부의 집값 안정책이 불신받게 될 처지니 대통령까지 나서 진상을 규명을 엄명하고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 놓았다는 비난도 잇따랐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도 나왔다.진상규명이 제대로 안 되면 무주택 서민의 분노를 잠재우기가 어려울 것 같다. 국민을 기만한 참으로 파렴치한 일이 벌어졌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3-04

터무니없는 백신 가짜뉴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첫 접종이 이뤄진 이후부터 백신접종과 관련한 가짜뉴스가 극성이다.대표적인 게 치매환자가 맞으면 신경계에 이상반응이 나타나 치매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인 백신이 단백질 분자를 만드는 데 관여하는 DNA를 조작하기 때문에 백신을 맞으면 신경계에 이상반응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까지 덧붙인다. 얼핏 들으면 그럴 듯 하지만 과학적으로는 전제부터 틀린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아데노바이러스의 염기서열에 코로나 바이러스의 중요한 염기서열, 스파이크 단백질에 해당하는 염기서열을 끼워넣은 것이며, 단백질 분자 운운하는 것은 전혀 관련이 없다.또 “코로나 백신안에는 DNA변경장치가 들어있다.” “백신을 맞으면 DNA가 변형돼 인간이 아닌 기괴한 다른 종이 된다.” “백신접종을 핑계로 국민들에게 전자칩을 심으려 한다.” 등 온갖 음모론으로 가득찬 가짜뉴스가 SNS로 무차별로 퍼지고 있다.의학적으로 주입된 백신의 유전물질은 분해되기 때문에 사람의 유전 정보를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전자칩은 동물한테 하는 게 있지만 인식표 정도의 역할을 할 뿐이다. 어쨌든 이같은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자 반복되는 가짜뉴스를 사실로 믿고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늘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상에서는 “언론이 공포감을 조성해 백신을 맞게 세뇌시킨다” “백신을 거부해야 한다”는 댓글들이 늘어나고 있다.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서 70%이상의 접종률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백신 가짜뉴스는 코로나19로 잃어버린 일상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방해하는 중대범죄에 해당한다. 가짜뉴스에 현혹돼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어리석은 일은 없어야겠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03

레임덕

레임덕은 임기 종료를 앞둔 지도자의 권력공백 상태를 일컫는 용어다. 본래 채무불이행 상태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는 경제용어였으나 대통령의 권력 누수 현상을 가리키는 정치용어로 바뀌었다.레임(lame)은 절름발이라는 뜻으로, 임기만료를 앞둔 권력자의 통치력 저하를 기우뚱거리는 오리걸음에 비유한 표현이다.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파동을 시작으로 정치권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 시비가 불붙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에 대한 당·정·청의 이견과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한 관련부처의 반기 등이 레임덕의 실체라는 주장을 한다.특히 친문 핵심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검찰개혁과 관련 “대통령의 한 말씀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시대는 끝났다”는 말은 레임덕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레임덕 현상이 나타나면 국가정책 결정이 늦어지고 공무원의 움직임이 둔해지는 등 국정 수행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미국선 현직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해 떨어져 생기는 공백을 줄이기 위해 재직기간을 단축하는 법까지 제정했다.역대 모든 대통령이 임기말이면 알게 모르게 레임덕을 겪는다. 차기 권력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며 생긴 자연스런 현상이다. 최근 불거진 당·정·청 불협화음을 집권 여당의 세력 갈등으로 보는 시각도 이런 이유다.“대통령이 no라고 말하지 못한다”는 등 레임덕을 지적하는 말들이 이곳저곳에서 난무하는 것에 대해 여당에선 “지지율 40%를 내세워 레임덕은 없다”고 대응한다. 그러나 레임덕을 논란으로 삼은 것만으로 이미 레임덕은 시작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레임덕은 밤사이 내린 눈처럼 소리 없이 찾아오는 법이기 때문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3-02

메타버스(Metaverse)

지난해 9월 방탄소년단(이하 BTS)은 신곡 다이너마이트를 뮤직비디오나 쇼케이스가 아닌 에픽게임즈의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공개했다.BTS는 포트나이트 속 게이머들이 자신의 아바타로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 영화를 보거나 콘서트를 즐기는 공간인 ‘파티로열’ (Party Royale)에 등장했고, 참여한 게이머들은 BTS의 다이너마이트에 맞춰 춤을 추고, 새로 나온 BTS 안무 이모티콘을 샀다.BTS가 가상 공연을 한 포트나이트 속 공간을 ‘메타버스(Metaverse)’라 부른다.메타버스는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유니버스)’와 ‘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Meta(메타)’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이용자들은 아바타를 이용해 그저 게임이나 가상현실을 즐기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 현실과 마찬가지로 사회, 문화적 활동을 한다.메타버스란 용어는 원래 닐 스티븐슨의 1992년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 처음 나왔다.메타버스는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급격하게 확산중이다. 지난해 3월 출시된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 대표적인 메타버스다. 현실과 같은 시간이 흐르는 가상 세계에서 게이머들은 낚시, 식물 재배, 집 꾸미기 등을 한다.국내에서는 네이버제트의 ‘제페토’가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이용자가 자신의 아바타로 게임을 하거나 사진을 찍고, 연예인 춤을 따라 추며 즐긴다. 벌써 아시아, 북미, 유럽 등지에서 누적 이용자 2억명을 확보했다.메타버스는 인터넷(웹)의 다음 버전이며, 앞으로 사람들이 메타버스로 일하러 가거나 게임을 하거나 쇼핑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과학기술의 진보가 눈부시다 못해 아찔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01

TK의 수모

국회상임위에서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통과되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은 보류되는 순간을 지켜본 대구·경북이 자괴감에 빠졌다.집권세력은 물론 야당 국회의원들로부터도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은 외면을 당했으니 시·도민 모두가 왕따를 당한 기분이다. 지역민들이 이처럼 수모를 당하는데도 뒷북만 치는 TK 정치권 모습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문재인 정부는 내년 대선에 대비해 수도권과 호남, 충청권, 부산·경남권에 국가자산을 집중배분하고 있다. 5년마다 수도권 규제를 풀 수 있도록 법률을 바꿔 대부분 업종의 기업이 비수도권에서 경기도로 이전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세종시에 행정수도가 둥지를 틀고 있는데도 인근 대전시에 혁신도시가 들어설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전남 나주에는 한전공대를 세우고, 목포에는 의과대학 설립을 약속했다. 적법성 문제가 제기되는 가덕도 특별법도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다.대구·경북은 이제 정치적인 현실을 직시할 때도 됐다.지난해 4·15 총선에서 야당에 몰표를 몰아주면서 얻은 것이 무엇인지 반성해 봐야 한다. 자신을 당선시켜준 지역민들의 분노도 대변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노골적인 지역이데올로기를 드러내는 상대진영과 싸워 지역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인가.곧 심각한 경제 위기가 닥쳐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금 분명한 것은 대구·경북은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이나 기득권을 가진 이너서클 구성원들의 의도대로 배타성과 폐쇄성을 고집할 경우 사면초가(四面楚歌)에 처한 위기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 특히 서민들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부존자원이 없는 도시는 국내든 국외든 열려 있어야 살길이 생긴다./심충택(논설위원)

2021-02-25

생활임금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기본소득제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생활임금제가 관심을 끌고있다.생활임금은 임금 노동자의 실질적 생활이 가능하도록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법정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을 강제하기 위해 법적으로 규정한다.즉, 근로자들의 주거비, 교육비, 문화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임금수준으로 노동자의 생계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는 정책적 대안이다. 생활임금 제도는 1994년 미국 볼티모어 시에서 관련 조례가 제정되면서 시작됐는데, 이는 당시 볼티모어의 ‘빌드(BUILD)’라는 단체가 최대 공무원노조인 AFSCME와 연대해 벌인 생활임금운동의 결실이었다. 2014년 현재 140개 도시에서 관련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으며, 영국의 경우 2012년 런던 올림픽 관련 노동자들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 성북구, 노원구가 2013년, 경기 부천시가 2014년 생활임금을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서울과 인천, 대전, 경기 지역 일선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2021년‘서울형 생활임금’은 시간당 1만 702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지난해 생활임금 1만523원보다 1.7%(179원) 상승한 수준으로, 정부가 지난해 8월 고시한 2021년도 최저임금 8천720원 보다 1천982원이 더 많다. ‘서울형 생활임금’은 노동자가 일을 해서 번 소득으로 주거비, 교육비, 문화생활비 등을 보장받으며 가족과 함께 서울에서 실제로 생활할 수 있는 임금 수준이다. 최근에는 울산시도 뒤늦게 생활임금제를 도입했다니 하루빨리 전국의 모든 도시 노동자들이 생활임금을 보장받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2-24

‘포항의 딸’ 전유진

매주 목요일 TV조선에서 방영되는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트롯 2’를 보기위해 자정 넘어서까지 TV 앞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국민들이 많다.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 시청자 투표 연속 1위를 기록하며 대중적 인기를 모아가는 포항 동해중학교 2학년 전유진의 감성 넘치는 노래를 듣는 것은 큰 행복이었다. 그러다가 전유진이 준결승에서 탈락한 이후에는 우리 가족 모두 이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다. 석연치 않은 전유진의 탈락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혹시 이 정부 들어 확산되고 있는 지역주의가 ‘전유진 배제’의 원인이 아닌가 싶어 심사위원들의 프로필까지 분석해 보다가 와이프에게 핀잔을 듣기도 했다.포항시가 최근 전유진을 홍보대사로 위촉한 것은 허탈감에 빠져있는 전유진 팬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세계적인 가수로 무럭무럭 클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전유진과 가족은 “탈락은 아쉽지만 어린 나이에 소중한 경험을 했고 이번 오디션을 통해 얻은 팬들의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훌륭한 트롯 가수가 되겠다”고 말했다.현재 포항시는 다양한 사회·정치적인 요인들로 인해 ‘한국 근대화의 산실’이라는 자존심에 많은 상처를 입고 있다. 포항시민들이 앞으로 ‘전유진 대사’로 인해 과거의 활력적인 에너지를 찾길 기대한다.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3월 영남대생 이찬원이 TV조선 미스터트롯 결승발표 생방송에서 “대구·경북에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분들이 많은데 힘내시고 희망을 되찾으시길 바란다”며 짧게 인사말을 한 것이 대구·경북 지역민들에게 큰 위로가 된 적이 있었다. /심충택 (논설위원)

2021-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