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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시비비

조선 후기의 방랑시인으로 불렸던 김삿갓의 시 가운데 시(是)와 비(非) 두 글자 만으로 지은 칠언절구 시가 있다.시시비비비시시(是是非非非是是) 시비비시비비시(是非非是非非是)로 시작하는 시다. 내용은 이렇다. “옳은 것은 옳다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 함도 옳지 않을 때가 있다” “그른 것 옳다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함도 옳지 않을 때가 있다” (중략)김삿갓의 글 재주는 어렸을 때부터 뛰어나 커서는 큰 벼슬을 할거라는 주변의 칭찬이 자자했다. 그러나 그의 할아버지 김익순이 선천부사로 재직하면서 홍경래의 난을 막지 못하고 항복함에 따라 그 집안은 졸지에 망하게 된다.황해도 산골로 피신했던 김삿갓이 이후 집안의 사면이 이뤄짐에 따라 과거시험을 보게 된다. 김익순을 비판하는 시제가 출제되고 이를 주제로 장원급제에 이르나 김익순이 자신의 할아버지인 사실을 뒤늦게 알고서는 벼슬을 포기하고 방랑 길로 나선다. 그는 스스로 하늘을 볼 수 없는 죄인이라 생각하고 항상 큰 갓을 쓰고 다녀 김삿갓이란 별명이 붙었다.그 당시 조선은 세도정치가 판을 시절이라 김삿갓의 시는 권력자와 부자들의 놀음을 풍자하고 조롱한 글이 많아 대중의 애환을 달래주었다고 전한다.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아시타비(我是他非)는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뜻이다. 이 한마디로 올 한해 정치와 이념으로 지리멸렬했던 우리 사회의 분열상을 꼬집었다. 다르다(異)와 틀리다(誤)를 구분 않는 우리 시대의 극단적 배타 문화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다.시시비비는 사리를 공정하게 판단함을 이르는 말이다. 내년에는 시시비비가 제대로 가려지는 올바른 세상이 되길 기원해 보면 과욕일까. /우정구(논설위원)

2020-12-22

아시타비(我是他非)

아시타비(我是他非)는 ‘나는 옳고 상대는 틀렸다’는 뜻으로, 이른바 ‘내로남불’을 한자어로 옮긴 말이다. 교수신문은 지난 7~14일 교수 9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588명(32.4%·복수응답)이‘아시타비’를 선택했다고 최근 밝혔다.아시타비는 ‘똑 같은 사안이라도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이중잣대를 말하며, 사자성어보다는 신조어에 가깝다. 1990년대 정치권에서 이중잣대를 비판하는 관용구로 쓰이던‘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이‘내로남불’로 줄었다가‘아시타비’란 신조어로 변신했다.신조어인 아시타비가 올해의 사자성어에 뽑힌 이유는 뭘까. 그만큼 정치·사회 전반에 아시타비가 만연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정부여당의 계속된 내로남불 행태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재·보궐선거 원인 제공 시 당 후보 무공천’당헌을 뒤집은 여당에 대한 비판이다. 이로써 서울·부산시장 모두 여당 소속 지자체장의 성추행 비위로 보선이 치러지게 됐음에도 원인을 제공한 민주당도 후보를 낼 수 있게 됐다. 이 정부 들어 예타면제 사업규모가 박근혜 정부의 24조 원은 물론이고‘삽질 정부’라고 비난했던 이명박 정부의 60조 원보다 훨씬 많은 규모에 이른 것 역시 내로남불이다.문재인 정부 들어 예타 면제 사업 규모가 88조 원에 이르고, 가덕도 신공항까지 포함하면 거의 100조 원에 달한다.‘5·18 역사왜곡 처벌법’을 강행 처리한 여당이 ‘천안함 왜곡 처벌법’에 대해서는 국회 국방위원회 법안소위 문턱도 넘지 못하게 한 것도 그렇다. 이러니 내로남불 행태를 가리키는 아시타비 신조어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힐 수 밖에 없었으리라 여겨진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2-21

동짓날

중국 요순시절 형벌을 담당하던 공공씨의 자식이 동짓날에 죽어 역귀가 되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이날은 그가 생전에 가장 싫어했던 붉은 팥으로 죽을 쑤어 역귀를 내쫓는 풍습이 생겼다.이런 중국 풍습이 우리 민족에게도 전래돼 동짓날에 붉은 팥죽을 쑤어먹는 풍습이 지금까지 민간에 이어져 오고 있다. 민간에서는 동짓날 쑤어 먹는 팥죽은 악귀를 몰아내기도 하지만 낮이 길어지는 양(陽)의 기운이 시작하는 때라 하여 새해의 힘찬 기운을 불러들인다고도 믿었다. 그래서 예로부터 동짓날은 설만큼 중요한 날로 여겼다. 우리나라에는 설날에 떡국을 먹고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과 같이 동짓날에 팥죽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 속설이 있다.동국세시기에는 동지를 작은 설이라 부르며 설 다음으로 경사스런 날로 여겼다. 동지는 24절기 중 하나며 1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긴 겨울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영양이 많은 붉은 팥으로 요리도 하고 다가오는 새해의 희망을 기원하는 날이 바로 동짓날이다.오늘이 동짓날이다. 이 날은 음력으로 11월 7일이다. 속설에 의하면 애동지에 해당한다. 애동지는 음력으로 11월 10일 전에 동지가 오는 날을 말한다. 11∼20일 사이에 동지가 오면 중동지, 21일에서 말일 사이에 오는 동짓날은 노동지라 부른다. 애동지에는 팥죽 대신 팥시루떡을 해 먹는다는 속설도 있다.경북 안동에서는 동지팥죽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내쫓는 팥죽 쑤기 시연회가 열린다고 한다. 팥은 예로부터 액운을 쫓는 음식으로 많이 사용됐다. 동짓날에는 팥죽을 문짝에 부어 액운을 막았다고 한다. 이번 동짓날에는 팥으로 쑨 죽을 먹으면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퇴치를 기원해보면 어떨까 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2-20

제야의 종

새해맞이 행사로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벤트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의 ‘볼 드롭’ 행사를 빼놓을 수 없다.12월 31일 자정을 앞두고 시작되는 볼 드롭은 새해 카운트다운과 동시에 타임스퀘어 꼭대기에 매달려 있는 화려한 불빛 장식의 거대한 공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연출한다. 3만개의 LED 조명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이 볼에 불이 켜지면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관중들의 환호로 이 행사는 절정에 달한다.뉴욕 최고의 랜드마크인 타임스퀘어에서 벌어지는 이 장면을 보기 위해 매년 내외국인 등 100만 명이 현지를 찾고 TV 등을 통해 최소 10억 명 정도가 관람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영국, 프랑스 등 각국이 그들만의 전통적 방법으로 신년 맞이 행사를 벌이고 있으나 올해는 뉴욕의 볼 드롭과 함께 대개가 온라인 중계로 진행될 것 같다는 소식이다.코로나19는 인류가 즐기는 모든 종류의 행사를 멈추게 하고 있다. 해마다 연말 행사로 실시되던 우리나라 제야의 종 타종행사도 전국 곳곳에서 코로나 때문에 멈춘다고 한다. 서울 보신각과 대구의 달구벌 대종에서도 신년을 알리는 타종 소리를 못 듣게 될 전망이다. 보신각 타종은 한국전쟁으로 소실된 보신각을 중건한 1953년 이후 6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 한다.제야(除夜)의 종은 불교에서 중생들의 백팔 번뇌를 없앤다는 제석(除夕) 타종 의식에서 유래된 것으로 우리에겐 국가의 안위와 백성의 평안을 기원하는 새해맞이 행사다. 비록 온라인으로 재현된다고 하나 국민이 받을 서운함을 채울 방법이 없다.코로나로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올 연말은 유례없이 조용한 송년이 될 것 같아 암울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2-17

폴더블폰 vs 롤러블폰

휴대폰의 진화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폴더블폰은 디스플레이 자체를 접을 수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의미한다. 스마트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대화면을 선호하거나, 태블릿을 별도로 구비하기 번거로운 사용자들에게 적합하다.초창기의 휴대전화가 거대한 부피를 자랑했다가 숫자 패드와 스크린을 각각 분리하는 폴더 폰이 개발되어 부피를 줄였으나, 2010년초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 숫자 패드가 사라지고 스크린만 남게되어 다시금 점점 거대해졌다. 이렇게 플렉서블 디스플레이가 실용화되면서 휴대전화를 접을 수 있게 되면서 다시금 휴대전화를 사용 면적 대비 더 작게 만들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와 중국의 화웨이가 세계최초로 지난 2019년 폴더블 스마트폰을 출시했으며, 이후 삼성전자가 갤럭시 Z시리즈로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서 90%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며 나홀로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폴더블폰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해 디스플레이가 말렸다, 펼쳐졌다 하는 최초의 롤러블 폰은 LG전자가 내년초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의 롤러블폰은 왼쪽 측면에 돌기를 넣어 액정이 톱니처럼 말리는 형태로, 긴 직사각형 디스플레이 화면의 우측이 쭉 늘어나는 형태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만 돌돌 말렸다 펼쳐지기 때문에 폴더블폰 대비 두께와 무게에서 우위를 갖는다. 폴더블폰처럼 접히는 부분에 ‘주름’이 생기지 않는 점도 장점이다. 펼치기 전에는 6.8인치 크기지만, 펼치면 1.5배인 7.4인치가 된다. 디스플레이가 펼쳐지는 과정에서 손상되지 않도록 내구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예전에 상상하지도 못했던 폴더블폰에서 롤러블폰으로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발전속도는 눈부시다 못해 아찔할 정도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2-16

절체절명의 시간

14세기 중엽 유럽지방으로 번진 흑사병은 유럽 인구의 절반 가까운 인명을 앗아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많게는 1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유행성 바이러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의학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당시는 어떤 경로에 의해 병에 감염되는지 알지 못해 오로지 기도를 통해 구원받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교회로만 사람이 몰렸다 한다. 교회가 되레 집단감염의 매개가 되고 말았으니 흑사병의 유행을 감당할 방법이 없었다.1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인 1918년 시작한 스페인 독감도 최대 5천만명에 달하는 인류의 목숨을 앗아갔다. 우리나라도 같은 해 가을부터 겨울 사이 스페인 독감이 돌기 시작해 당시 조선인 인구의 절반가량이 독감에 걸렸으며 그 중 약 14만명이 생명을 잃었다고 한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전 세계적으로 현재까지 7천만명의 환자를 발병시켰으며 그 중 150만명 이상의 목숨을 빼앗아 갔다. 불과 1년도 채 안되는 짧은 기간이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류에 끼친 피해는 막강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피해와 고통을 안겨줄지는 알 수가 없다.인류는 오래전부터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벌여왔다. 역병이라 일컬어지는 미지의 병과의 싸움은 현대과학이 발달한 지금도 종착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국내 코로나 확산 분위기가 심상찮다. 대통령이 절체절명의 시간이라 하면 상황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이스라엘 유발 하라리 교수는 세계적 연대를 통해서만이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인류를 공격할 미래의 또다른 전염병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은 지구촌 인류의 연대가 유일하다는 그의 말이 실감난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2-15

스피어피싱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무역 거래가 늘면서 특정 업체에 악성 코드를 심은 이메일을 보내 정보를 빼내는 ‘스피어피싱’ 공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스피어피싱은 불특정 다수의 개인정보를 빼내는 피싱(phising)과 달리 특정인의 정보를 캐내기 위한 피싱 공격으로, 열대지방 어민이 하는 작살낚시(spearfishing)에 빗댄 표현이다.주로 수신자에게 익숙하고 믿을만한 송신자 혹은 지인으로부터의 메일을 사용한다. 수신자의 친구, 혹은 물건을 구입한 온라인 쇼핑몰의 계정으로 가장해 메일을 보내 수신자의 개인 정보를 요청하거나 정상적인 문서 파일로 위장한 악성코드를 실행하도록 하는 방식이 많다.국정원이 최근 국내 기업과 정부기관을 상대로 스피어피싱 주의보를 내렸다. 국내 업체 A사는 해외 거래처 B사로부터 “방역 마스크를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A사는 또 다른 해외기업 C사로부터 마스크를 사서 재판매하기로 하고 물품대금을 보냈으나 마스크를 받지는 못했다. 알고 보니, A사를 해킹해 거래처 정보를 파악한 국제범죄조직이 B사와 C사 2곳을 동시 사칭해, 거래 시작부터 끝까지 A사를 속인 것이었다. 국내 D사의 이메일 계정을 뚫어버린 한 범죄조직은 싱가포르 거래처에 허위 계좌를 보냈고, “이 계좌가 맞느냐”는 거래처 확인 요청 메일까지 실시간으로 삭제해 물품대금을 가로챈 경우도 있었다.스피어피싱을 막기 위해서는 해외 거래처가 결제대금 계좌 변경을 요청할 경우 반드시 전화 등으로 진위를 확인하고, 출처 불명 파일은 바로 지우고, 악성 코드를 주기적으로 검사하는 등 보안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한다. 비대면시대, 낯선 유형의 범죄인 만큼 한층 경각심을 높여야 막을 수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2-14

무자식 상팔자일까

무자식이 과연 상팔자일까? 자식이 없어 도리어 걱정이 없어 편하다는 이 말의 뜻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옳은 것일까.요즘 젊은세대 가운데서는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에 동의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통계상으로도 이는 확인이 된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결혼한 지 5년이 안 된 신혼부부 중 자녀가 없는 비율이 지난해 경우 42.5%다. 10명의 신혼부부 중 4명은 자식이 없다. 통계작성 이후 최고 수치라 한다.여성의 사회참여로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부담과 주거문제 등이 아이 없는 신혼부부를 양산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은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하면서 의도적으로 자녀를 낳지 않고 살아가는 맞벌이 부부를 말한다. 양육과 경제적 부담을 덜고 자기중심적 삶을 살겠다는 사람을 지칭하는 신조어다.최근 방송인 사유리씨가 일본에서 정자를 기부받아 출산한 일이 알려지면서 비혼 출산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젊은층 사이에 비혼을 희망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한다.하지만 전통적 가족관이 무너지는 우리 사회의 현상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수년 전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된 ‘무자식 상팔자’라는 드라마는 한가정에서 부부와 자녀부부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과 싸움을 소통과 화해로 풀어가는 과정을 그려 인기를 모았다. 보통의 가정이면 있을 법한 평범한 사건을 인간적인 터치로 풀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느끼게 한 드라마다.스웨덴의 스톡홀름대 연구팀이 400만명의 의료 기록을 분석해 봤더니 자녀를 낳았거나 입양한 부모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오래 살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무자식 상팔자, 무턱대고 믿고 따를 일은 아닌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2-13

페어플레이 정신

정치와 스포츠는 닮은 데가 많다. 스포츠가 멋진 승부를 통해 관중의 인기를 얻어가듯 정치도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해선 대중의 인기에 부응할 것에 대해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스포츠는 팀의 인지도와 이미지 개선을 위해 마케팅이 필수 영역이다. 궁극적으로 팀의 수익성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분야다. 정당도 마케팅을 잘해야 경쟁 정당에 대해 비교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스포츠가 신인선수를 스카우트하듯이 정당도 실력과 덕망이 있는 인물을 꾸준히 영입하여 정당 조직의 기반을 굳건히 다져야 한다.스포츠가 좋은 경기와 멋진 승부로 팬들을 기쁘게 하듯이 정치도 좋은 정치를 펼쳐야만 지지자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것이다.다만 정치와 스포츠가 다른 게 하나 있다면 스포츠는 페어플레이 정신이 강한 반면 정치는 페어플레이 정신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아예 반칙을 밥 먹듯 할 때가 많다. 관중인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을 때도 있다. 페어플레이 정신을 지키겠다고 약속하고도 거짓말을 한들 제재가 안 된다. 이젠 국민도 그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페어플레이 정신은 정정당당한 경기 정신이다. 스포츠맨십이나 기사도 정신 같은 것을 말한다. 진실과 성실의 정신으로 공정한 게임을 하겠다는 뜻이다. 여당의 일방적 공수처법 통과로 지금 우리 정치가 극한 대립과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처음부터 정치권의 페어플레이를 믿지는 않았지만 역시 우리 정치는 실망을 안겨주는 데 주저함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무신불립(無信不立)은 정치가 국민의 믿음을 얻지 못하면 아무리 훌륭한 정책을 펼쳐도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페어플레이 없는 우리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착잡할 뿐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12-10

보유세 vs 거래세

세법상 공식 명칭은 아니지만 ‘보유세’는 납세의무자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에 부과하는 조세로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거래세’는 재화 또는 용역의 거래에 대해 부과되는 양도소득세(양도세)와 취득세 등을 일컫는다.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세는 낮추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랬던 정부가 7·10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의 종부세 최고세율을 6.0%로 올렸고, 양도세와 취득세까지 인상 계획을 밝혔다. 보유세와 거래세를 모두 올려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정부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상황과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해서는 당분간 양도세 등 거래세 인하를 추진할 수 없다고 한다. 추후 부동산 가격 급등 우려가 없고 활발한 거래가 필요한 시점이 되면 재고해볼 수 있겠지만 당장은 정책 기조를 바꾸기 어려워 보인다. 더구나 지방세수에서 양도세 등 거래세 비중이 크기 때문에 거래세 인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을 부른다.변창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역시 양도세를 불로소득 환수 수단으로 규정해온 학자출신이라 취임하면 양도세 인상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의 이런 기조 탓에 주택 공급 물량이 늘지 않아 주택시장 불안이 심해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당초 정부는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높이면 다주택자가 시장에 물건을 내놓으면서 주택 공급이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양도세 부담 탓에 다주택자 상당수가 증여로 돌아서거나 ‘버티기’에 나섰다.거래세 강화가 보유세 강화의 정책 효과를 반감시킨 셈이니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물론 서민들에게는“세금 고민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는 푸념만 쏟아지는, 먼나라 얘기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2-09

‘크리스마스 악몽’

1993년 제작된 ‘크리스마스 악몽’은 월터 디즈니 계열사 터치스톤 픽처스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뮤지컬 영화의 제목이다. 미국의 유명한 동화인 ‘크리스마스 전날’에서 제목을 따온 영화로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방영된다.아이들이 보기에는 너무 어두운 내용이 많다고 하여 우리나라에서는 2년 늦게 개봉됐다. 크리스마스와 핼러윈데이를 결합한 독특한 소재의 영화다.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최근 크리스마스 대이동을 앞두고 미국이 또한번의 크리스마스 악몽을 맞게 될 것을 공개 경고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천400만명에 달한다. 세계 확진자 수의 21% 수준이다.추수감사절처럼 이동 자제 권유가 먹혀들지 않는다면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한 주 동안만 2만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질병센터는 예측했다. 또 크리스마스에 이어 연말까지 대이동이 이어진다면 미국 내 전체 누적 사망자 수는 33만명에 달해 역대 가장 우울한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내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우리나라에도 연말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고 있다. 예년이면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과 캐럴송이 퍼져 나올 무렵임에도 연말 분위기가 전혀 살아나지 않고 있다.수도권을 중심으로 2.5단계 거리두기 조치가 내려지면서 수도권은 이미 셧다운 상태다. 초저녁 무렵부터 거리에는 어두움의 그림자가 내리고 차들도 서둘러 집에 가는 모습이 마치 전시상태를 방불케 한다.세계 각국이 최악의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사실상 올 크리스마스 악몽은 미국만의 악몽이 아니다. 올 연말 찾아온 크리스마스 악몽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지구촌 모두의 고민거리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12-08

언택트 송년회

한해의 마지막인 12월이면 송년회(送年會) 모임으로 바쁜 시즌이다. 송년회는 한해를 보내며 반성하는 자세를 가진다는 뜻이다. 특히 송년회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망년회(忘年會)는 지난해의 온갖 수고로웠던 일들을 잊어버리자는 뜻이다. 이는 일본식 한자어 표현이므로‘송년회’로 쓰는 것이 좋겠다.올해는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으로 전국에 비상이 걸린 상황인지라 송년회 풍속도가 언택트 송년회로 크게 바뀌고 있다. 평소 같으면 송년회로 왁자지껄하게 붐볐을 식당은 텅 비어 한산한 대신 새로운 풍속도가 생기고 있다. 바로 온라인으로 만나는 랜선 송년회가 여기저기서 열리고 있는 것. 한 취업포털이 성인남녀 1천2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1%가 올해 송년회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대신 화상회의 플랫폼을 활용한 비대면 행사는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실제로 랜선 송년회를 준비하는 기업 행사 진행직원들이 노트북 앞에 소품을 비추며 온라인 송년회 리허설을 하느라 분주하다. 집과 사무실에 흩어진 직원들은 화면을 보며 한해를 보내는 소감을 말해본다.또 다른 기업 송년회 현장에서는 노트북 앞에 있는 진행자의 지시에 따라 화면 안에서 직원 30여 명이 저마다 하고 싶은 말을 적는다.노트북 앞에 앉은 진행자가 종이를 들어 보이며“화이트 보드를 이렇게 들어주세요. 화이트 보드.”라고 주문한다. 화이트 보드에는 저마다 한해를 보내며 기업과 가정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말들이 빼곡히 적혔다. 행사대행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11월부터 대면 행사는 아예 제로가 돼버렸고, 비대면 행사가 거의 100%를 채우고 있다. 코로나19로 피할 수 없었던 언택트 송년회는 올해가 마지막이 되길 기원해본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2-07

수능 스트레스

코로나19라는 위태한 분위기 속에 치러진 올해 우리나라 수능은 세계가 주목했다. 프랑스는 200년의 역사를 가진 대입자격 시험인 바칼로레아를 코로나로 인해 올해는 취소했다. 제2차 세계대전 속에서도 바칼로레아 시험을 치렀던 프랑스는 한국에서의 수능 강행을 놀라운 눈으로 바라보았다고 한다.지난 4월 총선에서 보여준 한국의 방역 능력에 이어 이번 수능 강행에 대해서도 세계 각국은 매우 놀랍고 진지한 모습으로 지켜볼 것 같다.‘프랑스인이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에 의해 자격시험을 포기했던 것과는 달리 한국의 수능 강행은 수능이 우리 사회에 차지하는 비중과 의미가 그만큼 크고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난 다음해 포스텍의 한 연구소가 수험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포항시내 수험생은 지진 트라우마보다 수능에 대한 부담이 더 컸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예상을 넘어선 이런 반응에 대해 연구소 측은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쟁적 구도의 위력이라 분석했다.우리나라에서 실시되는 수능은 일종의 성인이 되는 관문적 역할을 한다. 12년간의 초중고 학업 성과를 최종 평가받는 시험인데다 이 성적을 바탕으로 대학 진학의 길이 갈라진다. 또 대학과 전공의 선택에 따라 취업의 길도 달라지는 것이다.그래서 학창시절에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목표다. 학생은 물론 수험생의 부모도 이런 목표에 올인한다.수능을 앞둔 수험생의 스트레스야 더이상 설명할 것도 없다. 특히 올해는 수험생이 코로나와 함께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수능을 마친 수험생의 스트레스를 덜어줄 가정과 학교에서의 관심과 애정이 절실한 시기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12-06

유체이탈 화법

유체이탈이란 사람이 육체 바깥에서 세상을 인지하는 경험을 말하는데 심령학 등에 쓰이는 용어다. 영어로는 OBE(out of body experience)라 부른다.간혹 혼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경험을 했다는 사람도 있으나 허무맹랑해 보이는 이야기다. 불교의 영향인지 알 수 없으나 우리 조상들은 유체이탈 현상을 믿는 풍습을 가지고 있다.사람이 죽으면 바로 입관하지 않는 것과 입관 전까지 상문을 받지 않는 것이 그런 경우다. 혹시 돌아가신 분이 되살아올지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다.정치권의 유체이탈 화법이 자주 논란이다. 최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아파트를 빵에 비유해 당장 공급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야당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당했다. “누가 정부더러 아파트를 만들라 했나” “정책 실패는 인정 않고 남 탓만 한다”며 김 장관의 무책임한 발언이 곧 유체이탈 화법이라 비난한 것이다.얼마 전 국감에서 이정옥 여가부 장관이 서울 부산 선거를 두고 “성인지 집단학습의 기회”라 발언했다가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다. 여성 문제를 직접 다루는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 유체이탈 화법가 다를 게 없다는 야당의 비난이었다.유체이탈 화법이란 말하는 자신은 전혀 상관 없는양 얘기하는 화법으로 우리 말의 “사돈 남 말한다”는 것과 비슷한 뜻이다. 내로남불이나 이중잣대 등과 같이 주로 책임을 회피할 때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말은 곧 인격체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말은 신중하고 절제돼야 한다.공자는 논어에서 “말은 둔해도 실천은 민첩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말 많은 세상이다. 번지르르한 말보다 실천이 앞서는 눌언민행(訥言敏行)의 지혜가 필요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2-03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중앙은행을 뜻하는‘Central Bank’와 디지털 화폐(Digital Currency)를 합친 용어로, 실물 명목화폐를 대체하거나 보완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 화폐를 뜻한다.CBDC는 블록체인이나 분산원장기술 등을 이용해 전자적 형태로 저장한다는 점에서 암호화폐와 유사하지만, 중앙은행이 보증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 등의 민간 암호화폐보다 안정성이 높다. 또 국가가 보증하기 때문에 일반 지폐처럼 가치 변동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실시간으로 가격 변동이 큰 암호화폐와 차이가 있다. CBDC는 전자적 형태로 발행되므로 현금과 달리 거래의 익명성을 제한할 수 있으며, 정책 목적에 따라 이자 지급·보유한도 설정·이용시간 조절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2019년 페이스북의 암호화폐인 리브라가 공개되면서 위기를 느낀 각국 중앙은행은 디지털 화폐 개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특히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질서를 재편할 목적으로 2014년부터 디지털 화폐를 연구하기 시작해 지난달 5만명의 주민에게 1인당 200위안씩 디지털위안화를 시범적으로 배포해 CBDC 개인사용을 광범위하게 실험하고 있을 정도다. 스웨덴은 2020년부터 디지털 화폐‘e-크로나’ 테스트를 본격 가동하고 있으며,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일본은행(BOJ) 등도 2020년 1월 CBDC에 대해 공동연구 그룹을 만들기로 했다. 특히 2020년부터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 사태로 현금 사용이 줄고 온라인 결제가 급증하면서, 디지털 화폐가 주목받고 있다.한국도 CBDC 기술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암호기술 사업을 지원하고, 특허 확보에 노력해야 할 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2-02

안지랑 곱창골목

여행이 관광산업으로 발전한 것은 19세기 무렵 유럽에서다. 교통수단의 획기적 발달이 관광산업을 선도했다. 그 이전에는 돈 많은 왕족이나 귀족의 전유물 정도로 일반인에겐 관광이란 상상하기 힘든 개념이었다.여행을 뜻하는 영어의 Travel은 고통과 고난의 뜻인 Travail에서 유래됐다는 것은 여행 자체가 힘든 고난의 길임을 말해주고 있다.생활이 윤택해진 요즘은 해외여행이 보편화 되고 여행 자체가 삶의 일부이자 휴식이 되고 있다. 여행을 통해 생활의 즐거움을 느끼고 내 삶도 재충전한다.먹는다는 것은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다. 그 지역 그 나라의 대표적 음식을 찾아 맛을 보며 문화와 생활방식을 이해할 때 우리는 여행의 특별한 의미를 느낀다. 미국에 가면 우리의 주먹보다 더 큰 햄버거를 먹고 프랑스에서는 달팽이 요리, 이탈리아에서는 스파게티, 체코의 족발요리 같은 것을 먹어 보면 진정으로 그 나라의 문화를 실감할 수 있다.IMF 이후 대구시 남구 앞산 안지랑 골짜기에 하나둘 생겨났던 곱창전문식당가가 합쳐져 형성된 안지랑 곱창골목이 농림축산부가 선정한 올해의 최고 외식거리로 선정됐다고 한다. 이곳은 과거 전국 5대 음식 테마거리로 뽑힌 바 있고, 한국관광 100선에도 선정되는 등 짧은 시간에 제법 유명세를 탄 먹거리 동네다.이곳에서 취급되는 막창구이는 대구 10미(味)의 하나로 전국 어디서도 구경하기 힘든 대구만의 특화 요리다. 1970년 초부터 대구에서 유행한 막창구이는 소주와 잘 어울리는 안주로 젊은이에게 인기가 높다. 특별히 제조된 된장 소스와 마늘과 쪽파를 곁들여 먹는 맛은 별미라 하겠다.전국 최고의 외식거리로 선정된 안지랑 곱창골목이 바로 우리 고장의 자랑거리다. /우정구(논설위원)

2020-12-01

태양광발전의 진화

친환경·신재생에너지로 정부에서 권장하고 있는 태양광발전이 진화하고 있다.그동안 태양광발전을 위해 산과 들을 온통 파헤쳤다가 홍수로 인한 산사태로 인명피해를 입는 낭패도 적지않았다. 면적대비 발전효율이 낮다는 점도 약점이다.하지만 태양광발전 분야에도 혁명적 진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 태양광 발전의 형태처럼 별도의 공간에 일률적으로 설치된 태양광 패널을 통해 에너지를 집합하던 형식에서 벗어나, 별도의 공간이 필요 없이 건축자재로 패널이 설치되며, 아름다운 외관을 위해 다양한 색상의 태양전지 패널이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일명‘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BIPV·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 System)’시스템이다. 이는 태양광 모듈을 건물의 외벽, 지붕, 창호, 발코니, 차양 시설 등 건축자재로 활용해 태양광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2000년대 이후 전력수요의 증가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에 따라 녹색 건축물의 건설이 요구되면서 최근 지어지고 있는 건축물에는 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시스템이 많이 적용되고 있다.국내에서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코오롱글로벌, 에이비엠과 건물 일체형 태양광 모듈인 솔라스킨을 활용한 플러스 에너지 플랫폼 구축 업무협약을 체결한 신성이엔지가 ‘솔라스킨’을 개발, 이 분야의 선두주자로 나섰다. 솔라스킨은 태양광 모듈에 다양한 색상을 적용한 제품으로 외관에서는 태양전지가 전혀 보이지 않아 일반 건축 외장재와 구분이 거의 불가능하고, 무광으로 만들어져 빛 반사를 최소화한 것도 특징이다.특히 건물 외벽과 조화를 이뤄 고급 건축 외장재로 활용할 수 있다니 태양광발전이 우리 생활주변에 깊숙이 자리잡을 때가 머지않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1-30

중용의 교훈

유학은 공자의 가르침을 근본으로 하지만 그 본질은 인간의 존재론적 가치에 대한 탐구다. 인간은 무엇으로 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인간다움을 가르쳐주는 사상이다.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도덕적 덕목을 중시하고 한국인의 사상 체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학문이다. 특히 유교적 사상은 사회관계를 중시하는 학문으로 임금과 신하, 부모와 자식, 친구 간의 행동양식에 있어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를 가르치고 있다. 대표적인 가르침의 하나가 중용(中庸)의 도리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지거나 기울어짐이 없는 상태를 이른다. 공자는 이를 “때에 맞춰 처리하는 성인의 지혜”라고 말했다.내가 베푸는 말과 행동 그리고 감정적 표현이 상대에게 부족함이 없는지를 살피는 것으로 사람의 됨됨이를 말할 때 기준이 되는 잣대다. 편파적이거나 자기주장에 쏠려 남의 생각이나 주장을 듣지 않을 때 우리는 “중용의 도를 잃었다”고 말한다. 공자가 지적한 과유불급(過猶不及)도 중용의 도를 견지하라는 의미와 같다.중국 제나라 환공은 자신의 넘침을 경계하고자 계영배(戒盈杯)라는 잔을 늘 곁에 두고 자신의 권력적 과욕을 경계하였다고 전한다. 계영배는 밑에 구멍이 뚫려 있는 잔으로 물이나 술을 부어도 새지 않다가 7할 이상 채워지면 밑으로 새어 나오는 잔이다.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이 계영배를 옆에 두고 끝없이 솟구치는 과욕을 다스리며 재산을 모았다는 일화가 있다.온 나라를 시끄럽게 한 검찰총장 직무정지를 둘러싼 정치적 파장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의 정치가 적어도 중용의 교훈을 알고 있는지에 대해 의심을 해 본다. 정치가 중용을 잃으면 민심을 잃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1-29

우주탐사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충격적 사건을 손꼽으라 하면 인류의 달 착륙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하늘을 나는 플라잉카가 상용화되거나 드론택시가 우리의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세상이 도래한다면 이것 또한 혁명적 사건이다.중국이 지난 24일 무인 달 탐사선인 창어 5호를 쏘아 올렸다. 이번에는 달의 표면에 도착해 약 2kg의 샘플을 수집해 오는 것을 임무로 삼았다. 이미 중국은 작년 1월 창어 4호 무인 탐사선을 발사해 달의 북서부 뒷면에 착륙시킨 바 있다. 세계 각국은 중국의 우주개발 사업이 앞으로 얼마나 발전할지 주목하고 있다. 올 7월 중국은 자국 최초의 화성탐사선도 발사했다. 만약 이것이 성공한다면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화성 착륙에 성공한 나라가 된다.미국은 1969년 7월 20일 미국 우주인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탄 아폴로 11호를 달 착륙에 성공시켜 전 세계를 흥분시켰다.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다. 51년 전 일이다. 그 후 달에 대한 각국의 관심은 점차 옅어졌으나 최근 중국의 우주탐사선 발사를 계기로 조용하던 우주개발이 또다시 뜨거워지는 느낌이다.중국의 우주개발은 자국의 과학적 능력을 대외에 과시하고 미국에 맞선 중국의 우주굴기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중국은 2025년까지 유인 달 탐사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미국도 2024년까지 유인 달 탐사선을 진행한다는 계획 아래 본격적인 우주개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미지 세계에 대힌 인류의 호기심과 도전은 달 착륙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만들어 냈다. 한국도 2030년에는 달 착륙선과 탐사 로봇을 발사할 계획이라 한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도전은 또다시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낼 지 궁금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0-11-26

구글갑질 방지법

구글갑질 방지법은 구글의 강제적 인앱 결제정책에 제동을 거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가리킨다. 이 법안은 구글이 오는 2021년부터 구글플레이에서 유통하는 모든 콘텐츠 앱에 구글의 결제방식을 강제하기로 하면서 시작했다.기존에는 게임 앱에만 수수료 30%를 강제했다. 그러던 것을 구글이 지난 9월‘신규 앱은 내년 1월20일, 기존 앱은 내년 9월말부터 구글플레이 인앱결제를 의무 적용해야한다’고 발표했다. ‘구글의 갑질이다’ ‘통행세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일각에선 업체들이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해 유료 앱 등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네이버·카카오를 비롯한 국내 중소 IT업계도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여야가 앞다퉈 구글갑질방지법을 발의하고 인앱결제 강제를 막겠다고 나섰다. 게다가 애플이 지난 18일 중소 개발사에는 수수료를 30%(현재)에서 절반 수준으로 낮추기로 해 구글도 부담을 느끼고 있었던 모양이다. 결국 구글은 지난 23일 신규출시 앱에 대해서도 인앱결제 강제와 수수료 30% 인상안을 기존 1월에서 9개월 연기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9개월 연기했을 뿐이니 미봉책이다.국내 1천500여개 스타트업 연합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은 “국내 스타트업과 콘텐츠산업의 미래가 달린 구글·애플의 인앱결제 강제정책에 반대한다”면서 구글갑질 방지법 통과를 주문하고 나섰다. 인앱결제 강제정책은 스타트업을 넘어 수많은 콘텐츠산업 종사자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콘텐츠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시장을 생각하면 지금 상황을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 국내 스타트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라도 ‘구글갑질 방지법’ 제정이 시급하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0-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