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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맹어호

등록일 2021-11-23 19:13 게재일 2021-11-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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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이야기를 하면 자주 등장하는 고사성어가 있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 보다 더 무섭다는 뜻의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다. 예기에 나오는 공자의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산을 넘어가던 중 세 개의 무덤 앞에서 흐느껴 우는 여인을 발견한다. 사연을 알아보니 산 중에 살다보니 호랑이에게 시아버지와 남편이 잡혀 죽었고, 이제는 아들마저 호랑이 밥이 됐다고 한탄했다. 공자는 그러면 “왜 이곳을 떠나지 않느냐”고 물으니 그녀는 “이곳에 살면 무거운 세금을 내거나 가렴주구(苛斂誅求)를 당할 일이 없기 때문”이라 했다. 가렴주구란 가혹하게 세금을 거두거나 백성의 재산을 뺏는 것을 이르는 말인데, 당시 전국시대는 패권다툼으로 전쟁이 끊이는 날이 없어 벼슬아치들의 세금횡포가 횡행했다.

정부가 올해 종부세를 대폭 인상 고지하면서 종부세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거세다. 1주택 종부세 대상자가 수백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고 2주택 이상자 가운데는 1억원의 고지서를 받은 사람도 수두룩하다고 한다. 납세자 1천여명이 위헌소송 준비에 나서면서 현정부의 종부세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내려질지 관심이다.

세금은 국민이면 누구나 내야 할 법적 의무다. 그렇지만 국민으로부터 거두는 세금은 투명하게 집행해야 할뿐 아니라 징수 과정도 정당해야 한다. 세금의 보편성이나 객관성,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세금 부과에 앞서 국민적 정당성 확보도 반드시 필요하다.

세금을 가혹하게 거두면 국민생활이 피폐해지고 민심이반이 일어나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옛 성현의 경고는 새겨 둘만하다. 이번 종부세에 대한 저항은 세금으로서 과도했다는데 초점이 있다. 법적 판단에 따라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세금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정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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