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귀갓길 택시 안, 짐 꾸러미만으로도 먼 길 떠났다 온 것을 알아 본 기사분이 갑자기 흥분하신다. 외국여행은 할 게 못 된단다. 특히 유럽 여행이 그런데, 화장실 갈 때도 돈 내고, 호텔 나올 때도 팁 줘야 하고, 물마저 사먹어야 한다더라며 결론은 우리나라만큼 살기 좋은 데가 없단다. `우리나라 좋을씨고`, `내 집이 최고지`에 대한 답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가끔 길 떠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유럽의 화장실 문화나 팁 예절, 공짜가 아닌 음용수에 대해 딱히 불만이 있는 쪽은 아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지 않은가. 다만 공중 화장실에 대한 의문은 가시질 않는다. 유료인 것은 그렇다 치고 그런 화장실조차 드물다는 게 문제이다. 우리식 화장실 문화에 길들여진 여행객으로서는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매장에 딸린 화장실 입구에는 칸막이 봉까지 설치해 놓았다. 무표정한 검표원이 동전 투입구 앞에 서서 물건 살 때 화장실 사용료만큼 할인해주는 쿠폰을 발행해 준다. 인건비도 안 나올 것 같은데 왜 저런 시스템을 고집할까 싶다. 그들 조상들의 위대한 축조물 앞에서 연신 감탄하다가도 미로 속 같은 무료 화장실을 찾아 헤맬 때나, 푼돈을 낚아채 가는 유료 화장실을 보면서, 그들 문화 스케일의 양극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기도 했다.더럽힌 자, 품위 있게 그 비용을 지불할 지어다. 그런 마인드라면 화장실 개수도 늘이고 그 품격이라도 높여야 하지 않는가. 화장실 관리 명목, 노숙자 접근 금지라는 이유 등으로 유료 화장실을 고집한다지만 그리 설득력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화장실이 그리 깨끗한 것도 아닌데다, 공중화장실마저 노숙자를 거부한다면 그들은 어디서 볼일을 보나? 이참에 선진화된 우리 화장실 문화를 유럽에다 전수하면 어떨까. 아니면 우리도 관광대국이 되어 느긋하게 화장실 앞에서 돈 내놔라고, 무표정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게 나을까. 아서라, 생각만 해도 멋쩍고 볼썽사납구나./김살로메(소설가)
2013-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