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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만남 긴 우정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07-26 00:47 게재일 2013-07-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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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우정이 비례하는 건 아니다. 학창 시절의 친구가 아무리 좋다 해도 서로 도움 주는 이웃사촌만 못하고, 종일 붙어 있는 직장 동료라도 마음 먼저 주는 멀리 사는 친구만 못하다. 한마디로 오래 알아왔다고, 자주 만났다고 무조건 우정이 깊은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건 공감지수이다. 서로를 향하는 진심이 통할 때 우정은 지속된다.

인터넷 서재에서 알게 된 친구들이 있다. 전국 곳곳에 흩어져 사는 다섯 명 모두는 책을 좋아하고 사람을 귀히 여기며 섬세한 감각을 지녔다. 좋은 날 불쑥 각자 기차를 타고 청주나 부산 또는 경주나 대전 어디쯤에 모여 점심을 함께 한다. 읽은 책을 화제 삼고 가진 책을 나누며, 잘 쓴 글을 부러워하고 책 목록을 공유한다. 물론 책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다. 자식 문제를 의논하며, 남편 흉도 보고 시댁 문화를 성토하기도 한다. 주어진 한나절의 시간이 짧다는 걸 알기에 오래 만나는 사람들 이상으로 인간사 희로애락을 주저리주저리 풀어내곤 한다.

이 매혹적인 모임은 책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한 친구 덕에 가능했다. 열정과 선함이 몸에 밴 그미는 나머지 네 명을 적극적으로 아우르고 배려하고 챙겼다. 그 덕에 전국 어디서나 자유롭게 모여 토론하고 웃을 수 있었다. 그 어떤 방해꾼도 없이 한나절을 오직 책만으로 즐거웠다. 그렇게 모임을 이끌던 그미가 멀리 떠났다. 미국인 남편을 따라 식구 모두 LA로 가게 되었다.

환송회가 있던 대전 모임, 그녀의 착한 남편은 손수 그린 그림 네 점을 들고 나타났다. 남은 우리를 위한 깜짝 선물이었다. 미술을 전공한 그녀의 남편은 또박또박 우리말로 아내의 좋은 친구가 돼줘서 고맙다고 했다. 우리는 울고 웃었다. 감동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 이곳에서 그랬듯 그곳에서도 그녀는 제 좋은 기를 나눠줌으로써 여러 사람에게서 사랑받을 것이다. 선한 열정을 가르쳐준 그녀를 오래 잊지 못할 것이다. 이 년 뒤 그곳에서 만나자는 그녀의 진심어린 약속을 꼭 지키고 싶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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