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수집 분석 된 자료는 우리에게 적절한 `때`를 알려준다. 데이터 중 흥미 있는 부분은 요일별 감성 지수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는 어떤 요일에 기분이 가장 좋을까? 월요일 최악의 상태였다가 금요일로 갈수록 기분 좋음의 최절정 상태를 맞이한다. 그러다가 토요일 저녁부터 급격하게 우울 모드가 된다나. 월요일 해야 할 일이 생각나 느긋하게 휴일을 즐기지 못한다.
연구에 의하면 유럽인이나 미국인들은 우리만큼 걱정을 앞당기지는 않는다. 그들의 토요일은 우리의 그것에 비해 훨씬 즐겁다. 미리 걱정하는 우리 정서로는 금요일 저녁이 기분 좋음의 절정이다. 오죽하면 `불타는 금요일`이란 말이 생겼겠는가. 토요일 저녁만 되면 월요병이 소급되어 텔레비전도 제대로 시청하지 못한다. 심지어 일요일 저녁에는 외식조차 꺼리게 된다. 다음날 맞닥뜨릴 일거리가 걱정되어 최대한 움츠리게 된다.
행복을 유예하는 것도 일종의 문화적 관습 같다. 서구사람들은 일 년 번 돈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소비할 것인가를 구상한다. 한 달 간의 바캉스를 즐기기 위해 일 년을 일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그에 비해 우리는 하루 삶의 무게만으로도 벅찬데 제 평생의 삶을 미리 얹어 걱정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행복 정도는 유예하는 게 당연하다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미뤄진 행복이 먼 훗날에는 온다는 보장이 있기는 하던가. 다음날의 안녕을 위해 휴일 정서까지 방해 받는 소시민들에게 현재를 즐기라는 말은 너무 먼 당신이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