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태 논쟁으로 한바탕 소란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일본의 A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는 `귀태`이며,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를 `귀태 후손`이라고 비하한 야당 대변인의 말이 발단이 되었다. 청와대와 여당의 격렬한 성토에 당사자와 민주당이 사과하는 선에서 진정 국면을 맞이했다. 귀태 발언에 여론이 호의적일 리가 없다. 정치와 무관하게 인간으로서 그 말 자체를 듣는 게 불쾌하고 불편하다.
세상엔 몰라도 되는 말이 있는데 귀태야말로 그런 경우이다.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 귀신에게서 태어난 아이 또는 불구의 태아 등의 의미로 그 말이 쓰인단다. 재일학자가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라는 책에서 인용했다는 데 우리말에서는 흔히 쓰이지 않는다. 사전을 찾아봤다. `두려워하고 걱정함` 또는 `나쁜 마음`이라고 되어 있다. 불길한 태생을 걱정하는 데서 오는 극심한 두려움을 나타낼 때 활용할 수 있는 낱말이다. 한데 일본에서는 더 극단적인 예로 쓰이나 보다.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존재는 없다. 철들면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 중의 하나가 인간존엄에 관한 것이다. 개별자 고유는 모두 소중하다. 지위고하를 떠나 어느 누구도 제 태생이나 자존에 대해 위협받거나 조롱받을 이유는 없다. 비자의적 의지의 으뜸 사례인 탄생은 그 자체로써 존귀하다. 천사표 인간이든 악의 상징이든 태생 자체는 누구에게나 축복이다. 삼자가 왈가왈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두 말 필요 없다. 모든 태생은 귀태(鬼胎)가 아니라 귀태(貴態)이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