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친구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한 예를 들자. 입시생 엄마들이 모이면 관심사 중의 하나가 `용한 점집 찾기`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풍경일 텐데 불안의 정서와 관계가 깊다. 자식의 앞날을 좌지우지하는 대학입시야말로 부모가 느낄 수 있는 최대의 궁금증이자 불안감일 수 있다. 수험생들 속 타는 것 이상으로 엄마들도 노심초사한다. 섣불리 허심탄회하게 드러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삭이자니 속병이 날 지경이다. 그 와중에 `잘 본다`는 소문이 도는 역술인들의 정보라도 얻으면 성지 순례하듯 길을 나선다. 내 불안을 위무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한국인 정서 밑바탕엔 기본적으로 샤머니즘적 유전인자가 깔려 있는 것 같다. 내가 가진 종교와 관계없이 입시철이 되면 역술인들을 찾는 사람들은 늘어만 간다. 우리식 종교 정서는 기복신앙에 가깝고 그 기복 대상 또한 내 가족, 내 핏줄이 우선이다. 내 자식의 앞날이 궁금하고 내 남편의 재복과 건강이 궁금한 것이지 거창한 주제인 인류공영 따위는 인심 쓰는 덤에 지나지 않는다.
불안의 제일 원인은 욕심 때문이다. 사회는 급변하고 미래는 불투명하다. 당연히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며 여유를 가질 시간이 없다. 오직 나와 내 가족의 안녕과 자족만을 삶의 목표로 삼기에도 벅찬 시대가 되어버렸다. 점집을 순례한다고 그곳에서 내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고 근본적인 불안이 해소되는 건 아니다. 그래도 맘 잃고 헤매는 영혼들에게 그보다 나은 위안처가 없으니 사람들의 귀가 솔깃해진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니 그렇게라도 위로를 간구하는 것이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