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노예였던 그녀는 주변의 도움으로 `린다 브렌트 이야기`라는 가명 자서전을 출간할 수 있었다. 1861년 나온 이 책은 어린 주인의 재산으로 양도된 노예 제이콥스의 처절한 투쟁기이다. 그녀는 성적 괴롭힘을 당하지만 당당하게 맞섰고, 사랑 앞에서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고, 7년이란 긴 독방 생활을 처절하지만 잘 버텨냈다. 얘기에 쉽게 몰입되는 건 그녀의 글 솜씨도 한몫했다. 감각적이고 유려한 그녀의 문체 때문에 발간 당시에는 여성 편집자의 소설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을 정도였다. 여주인의 배려로 글을 배울 수 있었던 건 노예인 그녀로서는 큰 행운이었다.
그녀는 폭군 주인을 피해 사랑하는 백인 남자와의 사이에 두 명의 아이를 낳고 숨어서 지냈다. 그렇게 7년을 분투한 끝에 아이들도 되찾고 북부로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여성 노예 신분으로 자신의 운명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이런 모습에 당시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단순히 제 처지를 알리기 위해 글을 쓴 건 아니었다.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노예들을 위해 힘이 돼줄 수 있는 깨친 여성들의 힘이 필요했다. 처절한 환경 속에서 속박받는 2백만 남부 여인들의 처지를 북부 여성들이 깨닫기를 바랐다. 기본 인권에 대한 그녀의 정신은 노예제도가 폐지된 이후에도 여성권리신장으로 이어졌다.
개인적 차원이라면 침묵해도 좋을 고난사를 그녀가 기록으로 남긴 건 인간 존엄에 대한 깊은 인식 때문이었다. 그녀가 말한다. `오직 경험해본 자만이 악의 나락이 얼마나 깊고, 어둡고, 추악한지 깨달을 수 있다`고. 세상의 악행 앞에서 저항하는 모든 개별자들의 의지는 끝내 유의미하다는 것을 가르쳐준 제이콥스 여사였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