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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를 위한 연대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07-29 00:58 게재일 2013-07-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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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방송에서 한 중견가수가 우스갯소리를 한다. 부부가 함께 늙는다는 것에 대해 진솔한 얘기를 하던 중이었다. 여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신랑감은 송해씨란다. 아내 입장에서 보면 그는 구십 연세에도 돈을 벌어온다. 지방에서 녹화할 일이 많으니 집에서 잠을 자거나 밥을 먹을 일이 거의 없다. 귀가할 때에는 지역 특산물을 양손 가득 들고 온다나. 송해씨도 잘 알고 있다는 이 유머를 처음 듣는 순간 너무 공감 되고 웃기는 거다. 이 기발한 얘기를 남편에게 재전달했더니 언제 적 이야긴데 이제 와 웃느냐고 한다. 자조 섞인 그 유머를 남자들끼리 주고받으며 씁쓸해한지 오래란다.

남성연대의 상임대표가 한강 투신 이벤트를 벌이다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상대적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그들은 정부 지원금을 받으며 운영되는 여성부 및 각종 여성단체들을 상대로 무일푼으로 싸워왔단다. 시민들에게 호소해 모자란 1억의 활동비를 빌리고자 이런 이벤트를 벌였다니 안타깝기만 하다.

남성연대의 시각이 모든 여성을 적으로 본 게 아니라 약자 여성을 배려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여성부가 남성을 적으로 간주하지 않듯 남성연대도 여성에 대한 적대감보다는 연대의 대상으로 봐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인다. 여성부, 남성연대 이런 식으로 성 대결을 해가며 언쟁을 하는 것 자체가 내키지 않는다. 배려의 차원이라면 세상은 남자와 여자로 구분지어지는 게 아니라 강자와 약자로 나뉘어져야 한다.

남자든 여자든 약자가 배려의 대상이어야 한다. 남자가 항상 강자이고 여자는 항상 약자인 세상도 아니다. 여자이기 때문에 무시당해도 좋을 이유가 없듯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배려 받아야 할 이유도 없다. 여성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고 남자의 권위가 살아있다곤 하지만 그 짐 역시 무겁기만 하다. 남자, 여자로서가 아닌 강자와 약자가 상생하는 게 조화로운 삶이다. 남성연대의 실종 사건이 단순 해프닝이길 바라며 약자를 위한 연대가 늘어나는 세상이길 바란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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