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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고도 가벼운 삶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07-19 00:17 게재일 2013-07-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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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소설 형식을 취했을 뿐 철학 에세이로 봐도 무방하다. 담백한 문체와 더불어 밀란 쿤데라 식 이러한 특징이 세계의 독자를 사로잡아왔다. 만약 쿤데라가 우리나라 작가이고 이 소설이 이 땅에서 처음 발표되었다면? 처음엔 홀대 받다가 전 세계가 열광한 뒤에야 지금과 같은 호응을 얻지 않았을까. 지나치게 독자의 사유를 간섭하고 과도한 친절로 작가의 세계관을 강요한다고 생각해 부담스러워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 독자들은 쿤데라식 소설 문법에 익숙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작가는 스토리텔링에 충실하고 독자는 그것을 자기 식으로 해석할 때 안심하는 경향이 있다.

주인공인 토마스와 테레사보다 훨씬 공감 가는 캐릭터는 사비나와 프란츠이다. 그들은 각각 가벼움과 무거움의 상징이다. 제목처럼 존재의 `가벼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무거움`도 그만큼 언급된다. 삶의 `무거움`과 `가벼움`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우연과 운명의 소산물이다. 서로 동경하고 이행하며 상호 교류적이다.

엄숙주의를 경멸하는 사비나의 삶은 한없이 가볍다. 데모대의 행진 대열에 끼는 삶이 그녀의 현실이다. 하지만 공산주의와 민주화 운동 모두에 냉소적이다. 반면 유럽표 샌님인 프란츠는 서재에서 고뇌할 때 가장 현실적이다. 책상물림 프란츠 눈에는 운동, 혁명, 행진 등이 순수한 열정으로 비친다. 모험과는 거리가 먼 그에게 자유로운 사고를 지닌 사비나야말로 꿈의 세계이다. 사비나에게 몰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바로 그때 배반을 택하고 새로운 자유를 찾는 게 사비나 식 삶이다.

사심 없이 가벼운 사비나의 눈에는 삶 이면의 불합리와 부조리가 너무 잘 보인다. 배반이 어울리는 사비나는 입버릇처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해 투덜거린다. 끝내 사비나가 얻은 결론은 부조리한 키치적 삶이야말로 역설적으로 진실하다는 것. 삶의 무거움과 가벼움은 그 자체가 우연이며 영원회귀로의 행진이야말로 인간사의 영원한 숙제라는 것.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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