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들은 연초에 토정비결을 잘 봤는데, 요즘 사람들은 “새해에는 무슨 과학기술 성과가 나올까” 점쳐본다. 개인 운수에서 국운으로 관심사가 달라진 것이다. `과학기술 국민연합`이 매 연초에 `미리 보는 과학기술 10대 뉴스`를 내는데, 올해는 가상현실(VR·가상 이미지를 실제처럼 보여주는 기술)과 증강현실(AR·현실에 가상 이미지를 덧씌우는 기술)시장이 폭발적으로 발달할 것이고, ICT와 자동차산업이 결합해서 혼자 가는 자동차 양산,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의 대중화 등이 상위권에 올랐고, `한국인 최초 노벨과학상 수상`은 희망사항으로 10위.운전자 없이 달리는 자동차 `아이오닉`이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 복잡한 도로에서 시운전을 했다. 건널목, 교차로 등이 수시로 나타나고, 지하차도까지 등장하고, 해가 저물어 어두워지고, 옆 차가 바싹 접근하고, 신호등이 수시로 바뀌는 등 길거리의 환경에 맞춰 잘 가는가를 보는 시운전이었다. 차는 입력된 목표지점을 향해 달리고, 어린이나 동물이 갑자기 나타나면 정지하고, 고속·저속·방어운전을 하고, 노란신호등이 왔을때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정지하는 등 `머리를 쓰는` 운전기술을 보여주는데, 현대차 아이오닉은 이를 잘 소화해냈고, 다른 나라 차들이 못 하는 `야간운행`도 할 줄 알아서 “한국차 최고”란 찬사를 받았다.올해 12월에는 12인승 자율주행 전기 승합차가 경기도 성남에서 정식으로 운행할 것이라 한다. 현행법에는 2명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탑승해야 하지만 조만간 법을 고쳐서 `사람 없는 차`를 달리게 할 작정이다.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날 서울 톨게이트에서 행사장까지 자율차가 운행되고, 올림픽 기간에는 경기장 사이를 선수들을 싣고 달릴 것이라 한다. 그 준비단계로 올 9월에는 그 복잡한 광화문 인근 도로에서 자율차가 운행되고, 서울대 연구팀의 자율주행차도 7월 여의도에서 셔틀방식으로 운행하고 내년에는 앱으로 부를 수 있는 콜택시도 운행할 것이라 한다. 정치는 암울해도 과학기술은 눈부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