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트럼프의 맷집

요즘 미국에서는 소설 `1984`가 폭발적으로 팔린다.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작품이다. 빅 브러더라는 독재자가 국민을 철저히 감시하고, 여론을 멋대로 조작하고, 무자비한 강압으로 통치를 한다. 나라에 우울한 일이 있을 때 웃는 자는 처벌을 받고, 독재자가 웃을 때 우울한 표정을 지어도 잡혀간다. 트럼프 취임 후 1주일간 이 책 판매량은 무려 9천500%나 늘었다. 덩달아 히틀러 같은 파시스트가 미국을 통치하는 풍자 소설도 잘 팔린다.트럼프가 이슬람 국가 7개국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리자 “IS가 살 판 났다”는 소리가 높다. IS는 지금 거의 궤멸상태다. 지배하던 영토의 4분의 1을 잃었다. 이라크 모슬은 함락 직전이고, 시리아의 주요 도시에서 쫓겨났다. 지난해 지도자급 180명이 공습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지금 이슬람 국가들 전부를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취급하는 정책 때문에 이슬람 국가들이 분개해 뭉치고, 따라서 IS도 세를 규합할 기력을 얻게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우리의 적은 테러집단일 뿐, 이슬람 국가들은 다 친구”임을 누누히 강조했지만 지금은 “트럼프는 이슬람과 제2차 십자군전쟁을 벌일 참이냐”한다.영국 메이 총리는 여왕의 뜻을 받들어 트럼프를 국빈으로 초청했으나 의회 원로 의원들은 “지금 이 정부는 파시스트와 손을 잡으려 한다. 트럼프는 히틀러와 같다”며 강력히 반대한다. 영국 정부는 미국과의 협력으로 얻을 경제적 이익을 생각하고, 의회 원로 의원들은 히틀러가 벌인 세계대전 때문에 죽을 뻔한 과거를 잊지 못한다. 공무원들도 말을 안 듣고, 법원도 반(反)트럼프 판결을 내리고, 미국 기업들은 반트럼프 시위에 뒷돈을 댄다.그래도 트럼프 대통령은 눈도 끔쩍 않는다. 누가 뭐라 해도 내 갈 길을 간다는 배짱이다. 특히 그의 정책에 동조하는 `샤이 트럼프`가 57%라는 것을 내세운다. 친 정부 언론들에는 “트럼프의 정책에 희열을 느낀다”는 독자 투고가 이어진다. 정치를 하려면 이 정도 `맷집`은 갖춰야 하는 모양./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2-06

“미친….”

“4년간 저 미친 대통령 밑에서 어찌 견디나” 미국인 3분의 1이 이런 생각을 한다는 조사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클린턴이 당선되면, 탄핵에 나설 것”이라 했는데, `말이 씨 되어서` 지금 자신이 탄핵 대상이 됐다. 미국을 분열시키고 세계를 혼란에 몰아넣은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 신봉자` 때문에 미국은 `바퀴 빠진 버스` 가 됐고, 재앙이 몰려온다며 민주당은 탄핵을 준비 중이고, 트럼프가 제안한 장관 후보자들을 비토, 향후 국무위원을 비준해주지 않겠다는 것.불쌍한 것이 약소국들이다. 대만·한국·일본도 굴복하고 자동차 기업들도 그렇고 미국을 상대로 장사하는 모든 기업들이 트럼프의 `미치광이식 협박`에 고개를 숙인다.우리 국방부는 기자들에게 “방한 중인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의 별명인 미친개(mad dog)란 말을 쓰지 말아 달라”했다. 이 용어는 트럼프가 후보시절부터 거침없이 쓰던 말이다. 우리의 언어감각에서는 `미친개`가 지독한 욕설인데, 서양은 `애칭`으로 쓰이는 모양이다. 히딩크 축구감독은 훈련 때 선수들을 보고 “dog! dog!”했다. 4성 장군 출신인 매티스 국방장관은 `직사포 말버릇과 저돌적 성격`이라 트럼프는 “미친개 매티스를 국방장관에 내정했다”고 말했다.사우디의 한 왕자는 사냥매 80마리를 갖고 있는데, 함께 여행하고 싶어서 `매 여권`을 발급받고, 여객기 이코노미석 80석을 사 좌석마다 한 마리씩 앉혔다. 중동지역에는 수백만 달러 상금이 걸린 매 사냥대회가 매년 열리고 매 전문병원도 있으며 매와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아 `매 여권`을 공식적으로 발급해준다. 우리가 보기에는 `미친 짓`같다.셋방살이를 하면서 날품팔이로 차곡차곡 모은 돈을 고급 슈퍼카 하루 빌리는데 써버리는 취업준비생들이 있다. 이런 차를 탄 자신의 모습을 셀카로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오빠 새 차 뽑았다”라 썼다. 여러 나라의 명품 차를 바꿔가며 `하루 폼 나게` 살겠다는 허풍족들이 많다. 세상이 점점 비정상으로 돌아간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2-03

오만의 결과

`소셜메트릭스`는 SNS미디어를 분석하는 사이트. 설날을 전후한 무렵 국내 블로그와 트위터 등에 오른 `더러운 잠` 관련 게시물이 총 3천300여 건인데, “잘 했다”는 의견이 536건, “중립”이 315건인데, “잘못했다”는 의견은 2천470건이었다.`대형 악재`를 만난 민주당은 표창원 의원을 서둘러 당윤리위에 회부했다. 여당으로서는 `길 가다가 지갑을 주운 격`이라, “표의원을 인재 1호로 영입한 문재인 전 대표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기세를 올린다.민주당 안에는 `막말꾼`들이 많다. 막말로 한 몫 보는 `험한 입`들이 한때 `시리즈`를 이루었는데, 그 입들이 지금은 잠잠하다. 역풍을 맞아 공천에서 배제됐거나 당 간부 선거에서 낙마했다. 그러나 이들이 언제 `불의의 사고`를 칠지 모른다. 그래서 당 내에서는 “이 기회에 사고를 칠 가능성이 있는 전·현직 의원들이나 당 주변 인사들을 정리하자”는 말까지 나온다. 당으로 항의전화나 문자가 폭주하고, “벌써 정권 잡은 줄 아느냐” 는 비난이 이어지니, “사고 한 번에 중도표가 추풍낙엽이다” “이러다가 보수 집결하고 어느 한 순간 훅 간다”는 말이 오간다.수의를 입은 차은택씨가 가발을 벗고 대머리로 나오자 손혜원 의원은 “차라리 다 밀고 나오지” 비아냥거리다가 “자중하라” 경고를 받았고, 국정원 출신의 김병기 의원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말년 험하게 되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사시라”라는 등 문재인 대선 주자 주변의 현직 의원들이 비공식 석상에서 하는 말을 들어보면 시한폭탄 같아서 불안하다고 한다. 특히 김홍걸씨나 나꼼수 김용민씨가 표 의원을 두둔하는 글을 썼는데, 이것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고,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당내 여성의원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여성들의 분노를 촉발시킨다.SNS에 떠도는 `표의원 패러디물`은 갈수록 선정성을 더한다. 사과만으로 어영부영 넘어가려 했다가는 무슨 `가문의 수치`를 당할지 알 수 없다. 여성단체들은 그의 자진사퇴와 사법처리를 쉴 새 없이 요구할 것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2-01

닭띠해의 소망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 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지금 눈 나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이육사가 북간도 광활한 광야를 바라보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리고, 먼 훗날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그 해방의 노래를 목놓아 부르게 하고 싶다는 뜻이 `광야`에 담겨 있다. 한 평생을 독립운동에 바친 시인의 기개가 `닭 우는 소리`와 함께 펼쳐진다.양력 1월 28일이 음력 1월 1일 설날이고, 정유(丁酉)년 닭띠해가 시작된다. 이 `설날`은 구박도 많이 받았다. 신정(新正)바람이 거세게 불어 “2중과세 맙시다” 양력설 쇠기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설날은 우리 고유 명절이니 없앨 수 없다” 해서 간신히 목숨을 보전, 지금 `2중과세`가 합법화되었고 양력설이든 음력설이든 택일할 수 있다.12간지 중에서 날개 달린 동물은 닭 하나 뿐이다. 띠 속에 들어 있는 동물들은 다들 덕(德)을 가졌는데, 닭에는 다섯가지 덕이 있다. 머리에 벼슬(官)이 붙었으니 문(文)이요, 굳센 발톱을 가졌으니 무(武), 적을 만나면 용감히 싸우니 용(勇), 먹이를 발견하면 무리에게 알리니 인(仁), 변함 없이 새벽을 알리니 신(信)이다.닭은 그림속에 잘 등장한다. 맨드라미와 장닭을 함께 그리면 “고속 출세하라”는 뜻이고, 모란꽃과 같이 그리면 부귀공명을 기원하고, 호랑이와 함께 있으면 잡귀신을 쫓아내며 복을 부르고, 어미닭과 많은 병아리를 그리면 “시집 가서 아들 딸 많이 낳으라”는 기원이다. 암탉은 1년에 알을 300개 가량 낳으니, 전통 초례상에는 반드시 장닭·암탉이 놓여진다.본격적인 정유년 닭띠해가 시작되었다. 지금의 이 국정혼란이 하루 빨리 소멸하고 안정을 찾았으면 한다. 닭의 5덕이 잘 발휘되어서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고, 정의가 살아 있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31

순백의 영혼

시인 윤동주는 생몰(生歿) 자체가 기구했다. 마르크스·레닌이 소비에트연방공화국을 설립한 1917년에 길림성 연길시 용정에서 태어났고, 동경 입교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하던 중 1944년 2월 `독립운동을 한 죄`로 2년 형을 받고 일본 후쿠오카형무소에서 복역하며, 알 수 없는 주사를 맞으며 생체실험 대상이 되다가, 면회 간 가족들도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한 모습으로 변해 있더니, 1945년 3월 “옥사했으니 시체를 찾아가라. 기일내에 오지 않으면 의과대학 해부용으로 보내겠다”는 통고를 받았으며, 화장한 유골을 고향 용정 동성교회 공동묘지에 묻었다. 조국의 해방을 보지 못 한 채.“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연구가들은 한 목소리로 “순백의 영혼을 가진 시인”이라 한다. 독립운동이니, 투쟁이니 그런 과격한 생각을 할 위인이 못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왜 `독립운동죄`를 그냥 받아들였을까. `서시(序詩)`속에 그 이유가 들어 있을 듯하다.오무라 마스오(83) 와세다대 명예교수는 대표적인 윤동주 연구가이다. `서시`에 스며 있는 순백의 영혼에 매료된 그는 한국 학자들보다 먼저 윤동주를 추적해 10편의 논문과 저서를 냈다. 시인의 흔적을 더듬어 그의 묘지를 가장 먼저 발견하자, 한국 학자들은 “일본인에 의해 묘지가 발견되다니, 윤동주를 두 번 죽였다”며 한 발 늦었음을 탄식했다. 묘지에는 한문으로 `시인 윤동주지묘`라 쓴 비석이 서 있었다. 오무라 교수는 경기도 과천에 있는 윤동주 유족을 찾아 육필원고와 습작노트도 넘겨받았고, 용정 생가터와 광명중학교 학적부 등도 확인해 `윤동주의 사적에 대하여`란 논문도 발표했다.올해 윤동주 탄생 100주년이 된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바라는 자들이 드문 이 나라에 그가 부끄러움을 가르치기를…./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26

`백마 타고 오는 초인`

트럼프의 취임연설을 라디오로 들은 한 택시 기사는 “저게 협박이지 연설이냐” 했고, 외신 기자들은 “내 귀에는 선전포고로 들렸다”했다. “평화와 화합과 세계 평화”란 말을 담는 것이 역대 미 대통령 취임연설의 공식인데, 트럼프의 연설 속에는 `살육` `탈취` `황폐` 같은 단어가 난무한다. 조선왕조실록은 허균을 일컬어 “시대의 한 괴물”이라 썼지만 미국 정치사도 그런 표현을 쓸 것같다.“트럼프와 언론간의 대립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 이것이 관심사. 우리나라의 사정과 매우 비슷하다. 그는 취임 전부터 언론인을 가리켜 “지구상에서 가장 부정직한 인간들”이라 했는데, 앞으로도 대립각은 쭉 이어질 조짐이다.언론들은 오바마 취임식과 트럼프의 취임식에 모인 인파를 비교 보도해서 그의 심사를 몹시 긁어놓는다. 또 그의 취임사를 두고 “희망 대신 분열을 조장했다. 자유 정의 평화 대신 실망만 담겼다. 연설에 품위가 없을 뿐 아니라, 충격적일 정도로 역사에 무관심했다”라 썼다.역사는 분명 그를 부정적으로 기술할 것이란 경고였다.취임식이 열리던 날 워싱턴광장에는 `빨간모자`들이 모였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 쓰여진 모자였다. 그러나 다음날에는 `분홍색 털모자`들이 대거 모였다. 여성들이 주축이 된 반(反)트럼프 시위대였다. 그들은 “트럼프 물러가라!” “저항하라!” “벽을 쌓지 말고 다리를 만들어라!” 등의 구호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행진하다가 트럼프호텔 앞에 던져놓았다. 세계적인 가수 마돈나는 시위대를 향해 “폭압의 새 시대를 거부하고 저항한다”란 연설을 했고, 여성운동가와 유명 배우들이 줄줄이 나와서 “증오와 분열의 세력이 권력을 이양받았다. 우리의 단결된 힘은 그들을 박멸할 것” 이라 했다.이것은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촛불민심`과 `태극민심`이 대립한다. 대권주자들은 `국가` 보다 `정권`에 매몰돼 있다. 표를 위해서는 의리 절개 소신 모두 버린다. 민심을 둘로 쪼개는 일에 열심이다.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은 없는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25

우계(牛溪)와 율곡(栗谷)

“말 없는 청산이요 태없는 유수로다/값 없는 청풍이요 임자 없는 명월이라/이 중에 병 없는 이 몸이 분별 없이 늙으리라” 우계 성혼(成渾)은 1535년에 태어나 임진왜란때 타계했다. 그는 평생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가난과 싸우다가 왜란이 나자 세자의 요청에 따라 우참찬의 벼슬을 받고 서애를 도우며 전장을 누볐다. 닥종이로 옷을 지어 입을 정도로 궁핍했지만, 선조(宣祖)가 아무리 불러도 응하지 않았다. 그는 선조의 사람됨을 알아보고 그 밑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율곡 이이는 우계보다 1년 뒤에 태어나 임진왜란 8년 전에 타계했으니, 전쟁의 참화를 당하지는 않았다. 어머니의 서거를 보고는 절간에 들어가 불법을 공부하다가 논어(語)를 읽고는 성리학에 빠졌다. 성혼과 달리 율곡은 `참여파` 였다. “벼슬길에 나아가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데 힘을 보태는 것이 선비의 도리”라 했다. 선조 임금이 비록 암군이지만 설득하고 선도해야지 임금을 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여겼다. `낙향과 등용`을 여러 번 반복하며 당쟁의 와중에 통합과 화해를 위해 애쓰다가 48세에 서거했다.우계와 율곡은 이렇게 생각이 다르고 인생행로도 달랐지만 성리학의 가르침을 따라 요순시대를 구현하고 백성이 편안하고 도덕이 바로 선 나라를 만들겠다는 뜻에는 완전 일치했다. 그리고 나라의 운명을 바로 읽어내는 능력도 둘은 공유하고 있었다. 우계는 율곡의 주선으로 47세 되던 해 선조를 만나 `혁폐도감`이라는 개혁 담당 부서를 설치하라 건의했다. 이대로는 안 되니 시급히 개혁을 단행하라는 것이었다. 그때 율곡도 `경제사`를 설치해 조세제도를 혁파하라고 제안했다. 둘 다 “시급히 경장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나라가 망할 것”이라는 극언까지 하고 십만양병설을 주장했지만, 선조는 그 말을 듣지 않다가 임진왜란을 맞았다.개혁을 게을리하다가 국란을 당하기도 하지만 개혁을 서둘다가 역풍을 맞는 경우도 있다. 나라를 이끌어가는 일이 그렇게 어렵다. 그래서 “중용보다 어려운 일은 없다”고 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24

인민재판의 기억

조의연 부장판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국론이 또 찬반으로 갈라진다. 조 부장판사는 “대가 관계 및 부정한 청탁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했고, 법원 내부에서도 “특검이 여론에 떠밀려 서두른 것 같다”면서 “증거나 법리적 문제가 있는데 무작정 영장을 발부할 수는 없는 것”이라 했다. SNS에는 “대학시절부터 삼성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아왔으니 삼성을 배신할 수 없고, 아들이 삼성 취업을 확약받았다”란 낭설이 퍼진다. 그러나 삼성 관계자는 “조 부장판사는 삼성 장학금을 받은 사실이 없고, 자녀도 취업을 준비할 나이가 아닌 것으로 안다”고 했다.중앙지법은 “아들이 없는데 `아들 취업 운운`하니…” 했다. 아니면 말고식 `소설`이 마구 쏟아진다. 사법부의 판단이 자기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갖은 비난 험구를 퍼붓고 시위를 벌이는 것은 인민재판보다 더 악성이다.정치권은 툭하면 `국민의 뜻`을 들고 나온다. 야당들은 “민의와 동떨어진 결정”이라며 사법부를 성토한다. 민주당 대변인은 “국민의 바람에 어긋나는 결정이고, 국민의 법상식과는 너무도 다른 법원의 판단”이라 했고, 국민의당 대변인은 “사법부는 법을 외면하고 재벌을 선택했고 정의를 짓밟고 불의의 손을 잡았다”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민심과 동떨어진 그런 결정이어서 유감스럽다” 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법원이 힘 있는 자, 가진 자의 편에서 봐주기 판결을 해선 안 된다” 했고,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왜 사법부의 재벌 잡는 그물망은 넓고 서민 잡는 그물망은 촘촘한가”했다. 민심·민의도 두 종류가 따로 있는데….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초청장을 받았지만 참석하지 못했다. 특검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국익에 엄청난 손실을 가져올 이 조치를 두고 야당은 아무 말이 없다. 속으로 쾌재를 올리는 것인가. “한국에서는 군중 감정이 선을 넘어서면 야수로 돌변해 법치를 붕괴시킨다”란 말이 있다. 6·25때의 인민재판이 연상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23

계란유골(鷄卵有骨)

세종대왕이 어느날 내시를 불러 “황희 정승이 요즘 어떻게 사는 지 보고 오라” 했다. 다녀온 상선이 “초가집은 낡아 물이 새고, 하루 세끼 끼니를 걱정하는 지경이었습니다” 보고했다. 왕은 명을 내렸다. “오늘 남대문으로 들어오는 물품을 모두 사서 황희의 집에 보내도록 하라” 그런데 그날 따라 종일 비가 내려서 통행하는 상인이 없었는데, 저녁 무렵이나 되어서 촌로 한 사람이 계란 한 꾸러미를 들고 들어왔다. 신하들은 그것이라도 사서 대감의 집에 가져갔다. “이유 없이 이런 것 받을 수 없다” “어명을 거절할 작정이냐” 한참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받았는데, 삶아보니 계란에 뼈가 생겨 있었다. 너무 오래 두어서 부화가 시작된 것이었다. 그때부터 “먹을 복 없는 자는 계란에도 뼈가 생긴다”는 말이 생겼고, 지지리 복 없는 사람을 일컫게 되었다.북한에서는 지금도 명절(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생일날)에 계란 두 개씩 배급받는다고 한다. 탈북자들이 남대문 시장에서 계란더미를 보고 신기해 하면서 30개 들이 한 판을 사서 순식간에 다 먹어치운다. 돼지고기와 계란에 한이 맺혔는데, 별난 세상이란 것. 우리도 60년대까지는 계란이 명절 선물이었다.1962년 “이화여대 기숙사는 매일 계란 후라이 한 개씩 나온다”란 탐방기사가 신문에 실렸는데, 사실은 입학생을 끌어들이기 위한 광고성 기사였다.고 김수남 주교는 “나를 신부로 만든 것은 삶은계란이었다” 했다. 집에 신부님이 심방하면 어머니는 달걀을 삶아 대접했다.소년 김수남은 “나도 신부가 되면 계란을 먹을 수 있겠구나”고 생각하고 신학교에 갔다는 것이다.요즘은 `공장식 양계장`이 잔뜩 생겨서 라면에 계란 깨넣는 것이 예삿일이 됐지만, 올 겨울의 조류독감(AI)때문에 `닭값은 내리고, 계란값은 치솟는` 현상이 벌어졌고, 30개 들이 한 판에 1만원에 파는 설 선물세트가 나왔다.계란이 명절선물로 등장하는 것은 반세기만이다. 수입계란으로 수요를 충당할 지경인데, `계란에 얽힌 추억`을 회상하는 것도 한 즐거움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20

인공지능 권력자

유방암 치료방법을 두고 의사와 AI의사 `왓슨`의 의견이 엇갈렸다. 의사는 항암제 투여를, 왓슨은 방사선 치료를 주장했다. `알파고`가 바둑계를 석권, “AI는 완벽하다”란 인식이 퍼진 후, 환자는 왓슨의 처방을 택했다. 인천 길병원이 지난해 왓슨을 도입했는데, 대장암, 위암, 폐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등 5가지 암환자들 대부분이 AI의사의 처방을 따랐다. 의사는 오진을 할 수 있지만 AI는 더 정확할 것이라 믿은 것.의사들의 권위의식은 대단하다. 선배의사의 말에 토를 다는 후배의사는 없다. 환자가 자신의 병에 대한 의견을 말하면 의사는 매우 기분 나빠한다. “환자가 기어오르고 말이야….” “당신이 의사야!” “그렇게 잘 알면 왜 나한테 왔어!” 이렇게 환자를 기 죽인다. 그러나 이 권위의식이 중대 고비를 맞았다. “왓슨이 환자의 전자차트 기록을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고 계속 스스로 진화하면, 의사는 도저히 이를 따라갈 수 없을 것이란 공포감이 든다”는 것이다.삼성서울병원은 `로봇약사`를 이탈리아에서 도입했다. 실력 있는 약사 두 명 몫을 해내는 것을 보고 3대를 더 사 올 작정이다. 약사, 한의사, 간호사, 일반의사, 치과의사 순으로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2025년에는 이들 직업군의 절반 이상이 AI에 일자리를 내어주고 집에 갈 것이라 한다. 대형 매장의 `계산원`이 벌써 실직하고 있다. 고객들은 매장에 들어갈때 스마트폰을 개찰구에 대기만 하면 된다. 고객이 상품을 골라서 쇼핑백에 담는 것을 `아마존 고`가 다 보고 계산·결재를 바로 해놓는다.`AI의 공포`가 올해부터 본격화된다. 연구실에서 나와 일상생활 속으로 슬슬 들어간다. 암 진단·항공기 정비·바둑·기사 작성·경영분석·자동차 운전·문학 작품 창작 같은 고도의 두뇌 영역까지 침투한다. 잘 된 일인가, 잘못된 일인가. 정치를 대신할 AI, 정책을 맡아줄 AI, 사법판단을 도와줄 AI가 나오면 환영받을 것인데, 그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권력분야는 `금지구역`성역인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19

정치가와 장사꾼

대통령에 당선되면 대체로 100일 정도는 `허니문 효과`를 누린다. 非지지자들도 `축하 분위기`를 탄다. 총 투표수에는 뒤지지만 선거인단에서 앞서서 당선된 경우가 미국에는 더러 있는데,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취임식 직전에는 61%의 지지율을 얻었다. 그런데 이번 트럼프 당선자의 경우는 겨우 44%에 그쳤다.미국 대선사에 없었던 일이다. 오바마 직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때의 지지율이 무려 83%였고, 레임덕도 없이 퇴임 때 50%이상의 지지율을 보였다. 여러모로 트럼프와 대조적이다.민주당 지도부는 “트럼프는 개인이 아니라 대통령직이라는 점을 존중해서 취임식에 참석키로 했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민주당 의원이 현재 17명이다.“러시아의 가짜 뉴스 덕에 당선된 트림프를 합법적 당선자로 보지 않는다”는 것. 또 미국 주요 도시 곳곳에서 反트럼프 시위가 벌어진다. “자신의 납세 실적 공개를 꺼리고, 러시아 개입을 계속 부인하다가 `약점 테잎`이 나오자 마지 못해 시인하는 등 그의 신뢰도는 추락했다” “지금 다시 선거를 한다면 떨어진다” 등이 이유다.대통령 취임식은 최대의 축제일이어서 1급 가수들이 축가를 부른다. 그런데 유명 가수들이 다들 “다른 스케줄이 있어서…”라며 꽁무니를 뺀다. 승락을 했다가 `분위기 상…` 취소하는 가수들도 상당수 있다. 축가를 불렀다가 `트럼프 지지자`로 찍히는 날에는 가수인생 끝장나는 것 아니냐 걱정하는 것이다. 이민자들과 유색인종들은 反트럼프 분위기를 주도한다. 워싱턴DC에서는 연일 1천명 이상이 모여서 “트럼프의 증오심에 저항하라”고 쓴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한다. 트럼프 당선자는 취임식 전부터 일자리 창출에 가시적 효과를 내고 있다. 멕시코에 지으려던 일본 도요타 자동차공장을 미국으로 끌어왔고, 한국도 `트럼프의 말`이 떨어지면 곧바로 멕시코 공장을 취소할 자세가 돼 있다. 그런데도 인기가 추락하는 것은 `그의 정치가적 자질`이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장사꾼과 정치가는 다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18

쇳물 문화재 1호

1973년 6월 8일 포스코 제1고로에 불이 들어간다. 21시간 후인 6월 9일 오전 7시 30분 쇳물이 터져나온다. 고철이 녹아 쇳물이 돼 흘러나오는 그 역사적 장면을 지켜보던 창설요원들은 일제히 만세를 불렀다. 그 순간의 감격은 무어라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때의 그 역사적 장면들은 사진에 담겨 `대한민국 철강사의 첫 장면`을 장식한다. 그런데 이상한 모습이 하나 보인다. 다른 사람들은 다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데 박태준 당시 사장의 얼굴만은 굳어 있었다. “기쁨은 잠시, 걱정이 밀려왔다” 박 사장은 후에 이렇게 술회했다.뤼프케 당시 서독 대통령은 한국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분단국의 운명`을 공유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에게 이렇게 조언했다.“서독의 아우토반 같은 고속도로를 먼저 닦으라. 다음 자동차를 만들어라. 그리고 제철소를 지어라” 이 3개의 사업은 연관산업이었고, 서독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그대로 따랐다.그러나 국내 모든 관리들과 정치가들, 특히 야당들은 죽기살기로 반대했고 외국인들도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영일만의 기적`은 이루어졌다. “모든 반대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들은 이제 일제히 제철소를 뜯어먹으려 덤빌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막나?” 첫 쇳물이 터지던 날 박태준 사장의 표정은 그래서 어두웠던 것이다. 그 후 박정희 대통령의 `종이마패`가 늑대들을 막아주었다.그 제 1고로가 임무를 다하고 퇴역하게 됐다. 너무 낡아서 경제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 대형화 추세에 밀려 `은퇴` 해야 할 `작은 거인`이다.그러나 그 `존재감`만은 한국 철강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서울~신의주 간을 달리던 열차가 도라산역 부근에 서 있는데, 포스코가 보존처리 기술을 이용해 더이상 녹슬지 않게 이를 보존하고 있다. 쇳물문화재 제1호도 이와같이 해서 지켜줄 가치가 있다. 역사적 구조물은 관광자원이 된다. `기적의 현장`이고, 산업의 쌀을 처음 수확한 탈곡기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17

가짜 선거의 배후

트럼프 당선자는 가짜뉴스 덕을 톡톡히 봤다. 공화당 지지 사이트의 38%, 민주당 지지 사이트의 19%가 가짜 뉴스를 만들었다는데, 더 양심적 선거를 한 클린턴 후보가 낙선했다는 뜻이다.“얼굴 두껍고 속 검은 자들이 중국 역사를 만들어왔다”란 내용의 책도 있다. 클린턴 후보는 “IS에 무기를 팔았다”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했다”란 낭설에 고전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트럼프를 위해 가짜 뉴스를 이용했다”란 공식 보고서를 냈다.가짜 뉴스로 덕 본 트럼프 당선자는 `흑색 뉴스` 때문에 지금 난처하게 됐다. “트럼프가 과거 러시아 한 호텔에서 매춘 여성 여러 명을 불러 난잡한 파티를 벌였고, 러시아가 이를 몰래카메라로 찍었다”는 것이다. 소문의 진위는 아직 미궁이지만, “트럼프 쯤 되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지배적이다. 기사 조회수는 450만 건을 넘었고, “아멘”이란 댓글은 1천건을 상회한다. 당선자 측이 아무리 부인을 해도 먹히지 않는다. `인기 없는 당선자`의 운명이고, 4년 후 재신임을 걱정하는 소리가 나온다.오는 9월에 독일 총선이 있다. 다수당 대표가 총리에 오르는 독일은 “러시아 정보기관을 조심하라”는 경고음을 발한다. “러시아는 이미 해킹이나 가짜 뉴스를 이용해 친 러시아계 후보를 당선시킨 전과가 있다”고 했다. 전에도 독일 의회와 메르켈 총리 개인PC를 해킹한 일이 있었다. 이번 총선에서도 반 러시아계 후보를 공격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독일 정보기관인 헌법수호청(BfV)은 “러시아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 선전·선동 도구들을 준비한 것을 확인했다”며 “거짓 정보를 퍼뜨려 독일을 흔들려는 의도”라 했다.사회주의 국가들의 선전·선동 기술과 정치심리학 수준은 세계 최고다. 대선을 앞둔 우리가 중국·북한·러시아를 경계하는 이유다. 친중·친북·반미 세력을 지원하는 공작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우리는 상상조차 못한다. `박 대통령 탄핵 정국`을 면밀히 살펴보면 그 수법이 드러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16

재벌 개혁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10대 재벌, 그 중에서 4대 재벌 개혁에 집중” 할 작정이다. 삼성, 현대차, SK, LG가 표적이다. 촛불시위에서 “재벌 해체! 자본주의가 문제다. 사회주의가 답이다”란 구호가 나왔지만 그는 `해체`까지는 가지 않았다. 기업집단이 경쟁력 측면에서 긍정적 요소도 있기 때문이라고. 다만 그는 “재벌 개혁 없이는 경제민주화도, 성장도 없다”면서 정경유착 등 적폐 청산을 주장했다. 그리고 16개항의 `개혁 방법`을 제시했는데 그 중 12개항은 상법·공정거래법 등을 개정해야 적용 가능하니 문제다. 지금의 4당체제에서 한 정당이라도 반대하면 법안이 통과 안 된다.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다.특히 재벌 총수 처벌에는 법정형량을 높여 집행유예가 안되게 하고 대통령 사면도 못하게 하자는 것은 `이상론`에 그치기 쉽다.문 전 대표가 재벌을 원수 취급한데 비해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따뜻한 시장경제`를 내걸었다. 재벌 개혁의 방법이 다르다. 진화된 자본주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제도를 기조로 하고, 양극화 해소를 위해 가진자들의 나눔과 온정을 유도해내겠다는 것. 미국의 투자자 워런 버핏이 제안한 `부유세`나 조지 소로스의 `화끈한 기부`를 예로 든다. 재벌들이 스스로 나서서 “부유세를 신설해서 세금을 더 내게 해달라. 소득세 법인세를 올려달라” 요구하면 그것이 바로 따뜻한 시장경제인데, 대통령이 총수들을 불러 준조세를 `부탁`하는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에서는 그것도 `이상론`일 수밖에 없다.재벌을 옥죄는 규제가 너무 심해서“대기업 수준으로 기업을 키우고 싶지 않다”며 중견기업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에는 `지원`이 있지만, 대기업에는 `뜯기는` 일이 많고, 돈 내고 `죄벌` 되고, 정권 바뀔때 마다 `개혁의 대상`으로 시달리니, “한국에서 장사 못 해먹겠다” 하고 자꾸 외국으로 나간다.여기에 `노동자 추천 이사제`까지 생기면, 귀족노조는 더 살판이 날 것이고, 한국에서는 `세계 1등 기업`이 없어질 것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13

국가 간의 약속

데이비스 시카고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 중국 정책이 한국, 일본, 대만으로 확대되면서 세계를 무역전쟁으로 이끌 가능성이 있다” 했다. 아이헨바움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관세를 높이고 기존 FTA를 폐기하면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치명적일 것”이라 했고, 아이켄그린 UC 버클리대 교수는 “관세장벽은 미국 경제에 단기적·장기적으로 별다른 긍정적 효과를 갖지 못한다”했지만, `오바마처럼 하지 않기`를 표방하는 트럼프는 고집을 접지 않을 것이다.트럼프는 이미 일본을 보고도 “도요타가 멕시코에 자동차공장 짓는 것을 반대한다. 미국에 지어야 한다”며 압박했고 도요타는 이에 굴복했다. 멕시코에 기아 자동차공장을 가진 한국도 찔끔하지 않을 수 없다. 땅값 싸고 인건비 싼 멕시코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데,“나는 한국 자동차를 타고 한국 TV를 샀는데, 한국은 해준 것이 없다”라고 후보시절부터 경고했던 사람이라, 앞으로 무슨 요구를 할 지 모른다.한·미·일 외교 차관 협의회가 워싱턴에서 열려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나오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란 논의에는 이의 없이 합의했으나, 임성남 차관과 스기야마 차관은 서로 얼굴을 붉혔다.“일본 각료들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것은 개탄을 금할 수 없다”항의하자 스기야마 차관은 “부산의 일본 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설치한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10억엔`을 거론했다.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굴욕적인 돈 10억엔을 돌려주자”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외교 참사다. 재협상, 백지화하자” 했으며,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면죄부를 준 것”이라 했고, 당초“잘 한 일”이라 동조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대통령 탄핵소추 이후 “재협상 검토”로 돌아섰다고 한다. 그러나 “국가 간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하면 국제사회에서 왕따당한다. 한국은 지금 다급한 상황인데 신뢰까지 잃으면 갈곳이 없어진다” 뜻 있는 사람들의 걱정인데 정치가들은 인기발언만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12

이상한 일들

정치에는 `지는 해, 뜨는 해`가 있고,“정승 말 죽으면 문상 가도, 정승 죽으면 안 가는 것이 세상인심”인데, 전혀 그렇지 않은 일도 있다. 퇴임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고별파티에는 연예인들이 “나 좀 안 불러주나” 목을 쭉 빼고 기다리는데, 트럼프 당선자의 취임공연에는 요청전화 올까 겁낸다 한다. 오바마 만큼 대중문화를 사랑하는 대통령도 없지만 `비호감 당선인` 때문에 반사이익을 얻는다.아무래도 트럼프의 취임식은 썰렁할 모양이다. 공연프로그램은 다 짜여져 있는데 출연진은 다 채워지지 않고 있다. 공연 요청을 받은 유명 가수들이 “그 날 선약이 있어서….” 핑계 대기 바쁘다. 16세 가수, 몇몇 무용단과 합창단이 승락했지만 “개인적으로 사정이 있어서….” 불참의사를 밝히는 단원들이 상당수 있다고 한다. `환영받지 못하는 뜨는 해`는 처량하다. `무직의 백인들`만 트럼프를 지지하고 다른 미국인들은 `지는 해`를 아쉬워한다.구소련시절 헝가리는 1940년대부터 40여 년간 북한과 매우 친하게 지냈지만 1989년 연방에서 독립하면서 유럽 사회주의 국가중에서 가장 먼저 한국과 수교했다. 그 헝가리 외교장관이 “북한 지도자는 미치광이 독재자”라 했다. “헝가리는 과거 소련 공산주의 지도자들의 악행 만행에 시달렸던 뼈아픈 역사적 경험이 있어서, 북한 국민들이 현재 겪는 고통을 잘 안다”면서 “이슬람 국가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위협은 북한의 핵개발”이라 했다.대선정국을 맞아 `인정 사정 볼 것 없는 정치싸움`이 벌어진다. 민주당에서 떨어져나온 국민의당은 “친박 패권주의는 청산됐는데 그보다 더 무서운 패권주의자들이 남아 있다. 바로 친문 패권주의”라 공격했다. “정권교체를 못 하는 한이 있어도 친문과 손잡을 수 없다”는 소리도 나왔다. 심지어 같은 당인 박원순 서울시장도 “당의 분열을 초래한 문 전 대표는 적패 청산의 `대상`이지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당내 경선은 친구도 적으로 바꾼다. 이것이 정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11

정치권 난타전

새누리당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서청원 의원 간의 난타전이 심하다. 인 위원장이 “누구보다 책임을 통감해야 할 일부 인사가 기득권에 연연하거나 결단하지 못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 할복해야….” “새누리당이 정치하는 데인 줄 알았더니 와보니 서청원 집사가 있는 교회”라 하자, 서 의원은 “죽음을 강요하는 성직자는 한국에 단 한 분밖에 없다. 어떻게 성직자가 할복하라 하느냐” “거짓말하는 정치인이 싫어서 성직자를 모셔왔는데 할복, 악성종양 같은 막말을 한다”며 “나가달라” 했다.국민의당도 `반기문 카드`를 놓고 파열음을 낸다. 안철수 의원은 `반기문 3대 불가론`을 펴는데 “그는 국가 대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맞지 않는 인물이다. 다음 대선은 안철수·문재인 간의 대결”이라 했다. 그러나 호남 중진들은 “대선 주자가 안 의원뿐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반을 영입해 안 의원과 치열한 경쟁을 붙여야 한다” 했다.`분권형 개헌`을 두고 민주당도 갈라지는 소리를 낸다.초선의원들은 “특정인(문재인 전 대표)을 당 후보로 기정사실화하고 그의 뜻대로 끌고 가려 한다. 이는 당의 분열을 자초하는 행위”라 비난하자,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측은 “뭐가 문제냐. 분탕질 치지 말고 당을 떠나라”며 욕설의 의미가 담긴 `18원 후원금`을 보내기도 했다. “민주당이 누구의 사당(私黨)이냐. 패권주의에 사로잡힌 정당이냐”라고 비판한 박용진 의원의 휴대폰에는 “정신 차려라. 4년 중임제가 무슨 문제냐” 등 문자가 300통 이상 전송됐다. 그러나 주승용 원내대표는 “개헌을 하지 말자는 것은 촛불민심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라 했고, 정병국 의원도 “제2 최순실의 그림자가 문 전 대표 주변에 어른거린다는 말이 나온다” 했다.비문(非文) 의원들은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하자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을 8년 하겠다는 것”이라며 “당선된 후 개헌 약속을 지킨 대통령은 없다. 개헌하지 말자는 것”이라 했다.`권력의 재앙`을 지금 당장 눈앞에 보고도 깨닫지 못한 모양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10

제 혼자 가는 차

옛사람들은 연초에 토정비결을 잘 봤는데, 요즘 사람들은 “새해에는 무슨 과학기술 성과가 나올까” 점쳐본다. 개인 운수에서 국운으로 관심사가 달라진 것이다. `과학기술 국민연합`이 매 연초에 `미리 보는 과학기술 10대 뉴스`를 내는데, 올해는 가상현실(VR·가상 이미지를 실제처럼 보여주는 기술)과 증강현실(AR·현실에 가상 이미지를 덧씌우는 기술)시장이 폭발적으로 발달할 것이고, ICT와 자동차산업이 결합해서 혼자 가는 자동차 양산,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의 대중화 등이 상위권에 올랐고, `한국인 최초 노벨과학상 수상`은 희망사항으로 10위.운전자 없이 달리는 자동차 `아이오닉`이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 복잡한 도로에서 시운전을 했다. 건널목, 교차로 등이 수시로 나타나고, 지하차도까지 등장하고, 해가 저물어 어두워지고, 옆 차가 바싹 접근하고, 신호등이 수시로 바뀌는 등 길거리의 환경에 맞춰 잘 가는가를 보는 시운전이었다. 차는 입력된 목표지점을 향해 달리고, 어린이나 동물이 갑자기 나타나면 정지하고, 고속·저속·방어운전을 하고, 노란신호등이 왔을때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정지하는 등 `머리를 쓰는` 운전기술을 보여주는데, 현대차 아이오닉은 이를 잘 소화해냈고, 다른 나라 차들이 못 하는 `야간운행`도 할 줄 알아서 “한국차 최고”란 찬사를 받았다.올해 12월에는 12인승 자율주행 전기 승합차가 경기도 성남에서 정식으로 운행할 것이라 한다. 현행법에는 2명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탑승해야 하지만 조만간 법을 고쳐서 `사람 없는 차`를 달리게 할 작정이다.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날 서울 톨게이트에서 행사장까지 자율차가 운행되고, 올림픽 기간에는 경기장 사이를 선수들을 싣고 달릴 것이라 한다. 그 준비단계로 올 9월에는 그 복잡한 광화문 인근 도로에서 자율차가 운행되고, 서울대 연구팀의 자율주행차도 7월 여의도에서 셔틀방식으로 운행하고 내년에는 앱으로 부를 수 있는 콜택시도 운행할 것이라 한다. 정치는 암울해도 과학기술은 눈부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09

아찔한 전망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분야는 `보호무역주의자`들로 짜여졌다.“자유무역주의는 (중국 등) 외부의 적이 환율조작을 통해 자신들의 배를 불리고 미국의 일자리를 뺏는데 일조할 뿐”이라 생각한다. 트럼프는 `국가무역위원회`를 신설했는데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수행할 조직이고, 그 수장에 피터 나비로 교수를 내정했다.그는 “중국은 가짜·짝퉁의 나라이자 미국 경제를 파멸로 이끄는 주범”이라고 자기 저서에 썼다. 상무장관에 내정된 윌비 로스는 “철강 등 중국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물려야 한다”고 주장한다.미국의 외교전문지 FP는 “친미 노선의 박근혜 대통령을 이어 좌파 성향의 문재인이나 포퓰리스트 이재명이 집권하면, 미군이 철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트럼프는 동맹국들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다. “한국 등은 감사할 줄 모르는 무임승차 국들이고 자유무역을 통해 미국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하니 이달 20일 취임하면 바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것이고 북한과 화해를 모색하는 좌파정권은 증액을 거부할 것이며 결국 철수하는 미군을 향해 손을 흔들 것이라 했다.지난해 8월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중국을 찾아갔고 시민들이 공항에 나가 귀국하는 그들을 맹비난했다. “사드 배치 결정을 용서하라고 빌러 갔느냐. 매국하러 갔느냐. 자존심도 없냐” 했다.그런데 이번에 또 중진 의원 8명이 중국 외교부장 등을 만나러 갔다. 송영길 의원은 “한·중 두 나라 사이에 경제와 사회문화 분야의 갈등이 번지는 것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했고 “사드 배치 문제는 다음 정권에 넘겨야 한다는 문재인 유력 대선 주자의 뜻을 전하기 위함”이라 했다. `다음 정권`에 넘긴다는 것은 사실상 `배치 거부`이다.청·일전쟁에서 일본이 이기자 한국은 중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일본에 합방됐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다시 `중국의 신하국`으로 돌아가고, 북한을 `형님`이라 부르게 될지 모른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눈앞에 보인다. 주권국가의 자존심은 사라진다. 아찔한 그림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06

학자들의 거짓말

지난달 국회 청문회에서 김경숙 이화여대 전 학장은 “교수들에게 정유라씨를 부탁한 일이 없다” “정유라 이름도 몰랐다”고 증언했다. 또 최경희 이대 총장은 “최순실씨가 학부모라며 찾아와 두 차례 만난 적은 있지만 특혜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류철균 교수(소설가·필명 이인화)가 조교를 시켜 정씨의 시험 답안지를 작성해준 혐의로 조사받는 과정에서 그 거짓말이 다 들통났다. 그는 “김경숙 학장이 정씨를 챙기라고 3차례나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또 “최씨 모녀가, 독일에 가야 해서 수업을 듣기 어렵다, 하기에, 인터넷 강의인데 왜 안 되느냐고 물었더니, 실실 웃기만 하다가 돌아갔다”고 했다.소설가라서 묘사력이 실감난다. “왜 실실 웃기만 했을까?” 최씨와 맞서다가 잘못된 전례가 있다. 대학교수 하나 날리는 것 쯤은 간단하다는 뜻이리라. 류 교수는 그 부탁을 들어준 덕분에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화여대는 `정부 프로젝트`를 무더기로 따내는 혜택을 누렸다. 문체부 장·차관의 목줄을 뗐다 붙였다 하는 권세니 대학교수 목숨 정도는 파리다. 참으로 무서운 `실실웃음`인 줄을 류 교수도 미처 몰랐을 것이다.소설가 이인화는 `인간의 길`이란 소설을 내놨다가 “유신독재를 미화했다”란 비난도 들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소설이었다. 그가 정조(正祖)임금 시절의 독살사건을 추리 형식으로 다룬 소설 `영원한 제국`은 100만부나 팔린 베스트셀러였다. 정조는 평생 암살 위협 속에서 전전긍긍했다. 사도세자의 아들이 등극했으니, 사도의 죽음에 관련되고 정조의 등극을 반대했던 노론들은 위기의식을 느끼며 정조를 제거하려 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탄핵정국과 일맥상통하는 조선 후기의 정국이었다. 이인화는 자신의 소설 속에 `오늘날의 사태`를 넌지시 암시했던 것인가?류철균 교수는 20대에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가 된 행운아였고, 소설가로도 훌륭히 성공했다. 그리고 그는 하회류씨 명문가의 후손이다. “모진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은”그의 불운이 애석할 뿐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