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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공정·공평한 사회

한 여론조사기관의 조사에서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양극화`와`청년실업`을 꼽았다. 한 쪽은 흥청거리는데, 한 쪽은 직업을 못 구해 절망적이다. “돈도 실력이야. 네 부모를 원망해라”라는 현실에 분기탱천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다. 그러니, 응답자의 52.8%가 “경제가 저성장을 해도 좋으니, 성장의 과실을 고르게 나눠 가지는 나라”가 되기를 원했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줄여야 한다”란 응답자가 38%로 가장 많았다.새해 경제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도“경제는 민간이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맡기고, 정부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정치권력이 민간 기업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권력구조 속에서는 “대기업 총수는 돈 뜯기면서 국회와 수사기관에 불려가 죄인 취급을 당하는 악순환이 그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고도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이 대기업을 키웠고, 그 키워준 대가를 뜯어내는 구조를 만들었으니, 이제 중소기업 위주로 바꿔나가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경제정책 담당자들도 이와같은 `시대적 사명`을 인식하고 각오를 단단히 다지는 신년사를 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마부작침(摩斧作針)`을 말했다. 도끼를 갈아서 바늘로 만드는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자는 이야기다. 그런 각오 없이는 우리의 경제구조를 바꿀 수 없다는 말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상유십이(尙有十二)`를 말했다. 이순신 장군이 임금에게 “신에게는 아직 배 12척이 있으니, 죽기로 작정하고 싸우면 이길 수 있습니다”란 상소를 올리고 명량해전에서 대첩을 거둔 일을 거울 삼겠다는 의지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침과대적(枕戈待敵)`을 이야기했다. 밤에도 창을 베개 삼아 베고 적의 기습에 대비한다는 말이다.경제수장들의 신년사는 “우리사회를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비장한 결의를 다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내용이다. 이 결의가 작심삼일이 되지 않도록 와신상담하기 바란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04

월드컵의 권위

FIFA는 월드컵 본선 진출국을 지금까지 32개국으로 못박아 왔다. 그러나 인파티노 회장은 2026년부터 48개국으로 늘릴 방침을 굳혔다. 중국·인도 같은 축구변방국들을 대거 본선에 진출케 하려는 것인데, 그 속내는 돈 때문이다. 축구는 못하지만 돈은 많은 나라들을 본선에 진출시키면 FIFA의 수입은 약 20%(1조2천억원) 불어난다. 스폰서가 더 붙고 중계료를 더 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방침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월드컵의 권위`에 심각한 손상이 간다는 것이고 “일시에 황금을 더 얻자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짓”이란 것이다. 실력 형편 없는 팀들이 본선에 올라오면, 월드컵 경기장은 코미디 경연장이 될 것이다.이같은 FIFA의 변화 움직임은 중국의 `황사 머니` 때문. 중국은 지금 유럽과 중남미 선수들을 대거 영입중이다. 막대한 이적료와 연봉을 약속한다. 중국 프로축구 `상하이 상강`은 이적료 6천만 파운드(약 890억원), 연봉 2천만 파운드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에서 뛰고 있는 오스카르(25·브라질)를 뽑아왔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호날두(31)를 영입하려고 천문학적 금액을 제시했다. 이적료 3억 유로(약 3천798억원)와 연봉 1억유로를 약속한 것인데, 이 금액은 호날두가 지금까지 받은 연봉의 4.5배에 달한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의 거절 발언이다. “나에게는 레알 마드리드가 인생 그 자체이다.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중앙아프리카 르완다 축구협회는 `축구의 권위`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주술의식이나 주술행위를 하는 팀에게는 적잖은 벌금을 물리고 승점 3점을 삭감하겠다는 것. 전통적으로 주술을 잘 믿는 아프리카에서는 축구골대 밑에 주물(呪物)을 잘 묻는데 이를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성수(聖水)를 공수해 와서 골대 밑에 뿌리는 유럽 팀도 있었다. 이런 행위들이 월드컵의 권위를 깎는 일인지, 재미를 더하는 일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돈재주`보다 오히려`주술`이 더 즐거움을 줄 수 있으니까./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03

가짜 뉴스

세상에 별 희한한 직업이 다 있다. 폴 호너라는 미국인은 가짜뉴스로 돈을 번다. 그는 유명 언론사와 인터뷰도 하는데, “내가 만든 사이트에는 늘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이 찾아왔다”며 “트럼프는 내 덕에 백악관에 간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그는 가짜 뉴스로 매달 1만달러 이상씩 번다. CNN방송은 “미 대선기간에 등장한 가짜 뉴스의 생산자는 트럼프 지지자·광고수익을 노리는 장사꾼·러시아 선전기구 등 3그룹으로 추정된다”며 “크렘린은 서방국가의 정치불안을 부추기려고 가짜 뉴스를 생산한다는 의혹을 산다”고 했다.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얼굴이 고 카스트로 쿠바 평의회 의장과 닮았다. 그래서 두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올려놓고는 “캐나다 총리는 카스트로와 생물학적 부자(父子)관계”란 기사를 썼다. 힐러리 미 전 국무장관이 워싱턴DC의 한 피자가게에 아동 성매매 조직 사무소를 만들어놓고 성업중이라는 가짜 뉴스를 믿은 한 남성이 총기를 들고 습격한 일까지 있었다.가짜기사 때문에 핵전쟁이 벌어질 뻔한 일도 생겼다. AWDnews 사이트가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파키스탄을 핵공격하겠다고 말했다”란 보도를 내자, 파키스탄 국방장관 아스프가 발끈해서 “이스라엘은 파키스탄도 핵보유국이란 것을 잊은 모양이다”란 성명을 냈다. 그는 곧 웃음거리가 됐다. “국방장관 쯤 되는 사람이 가짜 기사에 낚이다니” 네티즌들의 조롱이 쏟아졌다. “선거에 진 힐러리 클린턴이 군사 쿠데타를 준비중”이란 가짜 기사가 뜨자 트럼프 측이 긴장했다.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폭발이 있었다는 가짜 기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퍼지면서 대소동이 일어났다. 그러나 이 소동은 페이스북의 안전확인 시스템이 지난해 8월에 작성된 방콕 에라완 사원 테러기사를 잘못 인식한 탓이었다. 실수로 뉴스사이트에 올린 기사를 진짜로 오인한 것이다. 가끔 이런 방송사고가 대혼란을 일으킨다.우리나라에는 촛불시위와 태극기시위를 놓고 편파 논란도 벌어지고, 참가자 수를 놓고 조작시비도 발생한다. 한국도 가짜 뉴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1-02

중국의 옛 버릇

임진왜란 발발 2년후인 1594년 3월 3도수군통제사 이순신 장군 앞으로 `명령서` 한 통이 왔다. “일본의 각 장수들이 갑옷을 풀고 본국으로 돌아가고자 하니, 너희 조선도 전쟁의 어지러움을 벗고 태평을 누리는 것이 어찌 양국의 이익이 아니겠는가”하고는 “너희의 각 병선들은 속히 본대로 돌아가서 일본의 진영에 가까이 주둔하지 말도록 하라” 명나라 원군에서 온 지령이었다. 당시 명나라 군대는 평양성 전투에서 왜군에 대패하자, 심유겸을 보내 일본과 화친을 진행중이었다.명군 진영에서 `전쟁금지 지령문`이 왔다면 불원간 선조 임금의 어명도 떨어질 것이었다. 장군은 급히 장계(狀啓)를 올렸다. “왜는 간사하기 짝이 없어, 신의를 지켰다는 말을 못 들어봤습니다. 흉악하고 교활한 적은 아직 포악한 짓을 그치지 않고, 여러 곳을 침략 살인 약탈하기를 전보다 갑절을 더하니, 병기를 거두어 돌아가리란 말이 진정이겠습니까”. 장군은 임금의 명령을 한 두 번 거역한 것이 아니다. 왜군 첩자의 손에 놀아나는 조정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왕은 화가 나서 “전쟁 끝나면 반드시 이순신을 죽이겠다” 공언한 터였다. 장군이 이렇게 완강히 버티자 명군은 왜와의 협상을 중지했다.중국은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고 다른 나라들을 변방이라 여겨 모든 나라들을 마음대로 부리려는 버릇이 있는데, 그 옛 버릇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 대만 차이잉원 총통이 중국에서 벗어나려 하자, 환구시보를 통해 협박을 계속한다. “현재 대만과 수교중인 21개국이 모두 단교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했다. 아프리카 2개국이 최근 중국과 수교를 맺으면서 대만과 단교한 것을 상기시킨 것. 대만은 바티칸과 수교중인데, 중국은 그 바티칸과의 수교를 준비중이다. 그것이 성공하면 `대만-바티칸 우호`도 끝이라 했다.차이(蔡) 총통의 다음달 중미 4개국 순방을 두고도 딴죽을 걸었다. `능지처참의 고통`을 줄 것이라 하고, 우리나라 사드 배치를 두고는 이미 보복을 시작했다. 중국이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이 `옛꿈`을 깨는 일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30

진광불휘(眞光不輝)

노자(子)가 화광동진(和光同塵·진정한 빛은 혼자 잘난 체하지 않고 속세와 잘 어울린다)을 설파하고,“뛰어난 기교일수록 졸렬해보이고 훌륭한 말일수록 어눌하게 들린다” 하자 불교 유교 선교들이“그 멋진 말이다!”하고 따라서 한 마디씩 했다. 진광불휘(진정한 빛은 번쩍이지 않는다), 난득호도(難得糊塗·똑똑함은 감추기 어렵다), 진수무향(眞水無香·참다운 물에는 냄새가 없다), 대지약우(大智若愚·높은 지혜일수록 어리숙해 보인다) 등등.미술에서도 “최고의 경지는 어린이 처럼 그리는 것”이라 해서 운보(雲甫)는 말년에 `바보산수`를 그렸다. 초등학교 학생의 그림 같았다. “어벙한 것이 당수 8단”이란 말도 있다. 난세를 살아가는 지혜다. 잘난 척, 똑똑한 척하다가 화를 당하는 일이 많다.`최순실 게이트`국회 국정조사 특위 의원들이 구치소에서 최씨를 만났지만`건진 것`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불리한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외국 여러 나라에 빼돌린 돈이 수십조 원이라던데? 란 질문에는 “그런 돈이 드러나면 국가에 헌납하겠다. 애당초 내 것이 아니니 잃을 것도 없다” 했다. 소득 없이 구치소를 물러나오면서 의원들은 최씨를 비난하는 것으로 속풀이를 했다. “자신의 잘못을 전혀 모르더라”“반성의 기미가 없더라” “시종일관 억울하다는 표정이더라” “이런 사람 때문에 나라가 흔들렸다니, 자괴감이 든다”최씨는 처음 체포됐을 때 “죽을 죄를 지었다” 했고, 국회 청문회가 열리고 관계자들이 줄줄이 묶여 들어오자 “죄송하다” “종신형을 받을 각오가 돼 있다” 했다. 그러나 종신형을 받을만한 죄상에 대해서는 전부 “그런일 없다” “그런 사람 모른다” 부인했다. 그리고 “누가 원망스럽나?”란 질문에 “나 자신이 가장 원망스럽다”고 대답했다. 자신의 이미지를 높이면서도 `죄의 자백`과는 거리가 먼 대답이다. `재산 국가 헌납`이란 말과 함께 `진광불휘성 답변`이다.“저런 사람들이 어찌 국회의원을 하나. 자괴감이 든다 ”되레 그녀는 속으로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29

미치광이 이론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이란 것이 있는데 “상대에게 비이성적인 인간처럼 보여 공포감을 갖게 한 후 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내는 전략”이다. 미국은 가끔 북한을 `럭비공`이라 하는데 트럼프도 그동안 사업을 하면서 이 수법을 요긴하게 써먹었고 최근 외교에도 성과를 냈다. 미 해군이 필리핀 해역에 설치해둔 `수중 드론`을 중국이 들고 가자, 트럼프는 “그것을 내놔라” 하지 않고 “우리는 그것 돌려받을 생각이 없다” 했다. 중국은 “저 자가 무슨 짓을 하려고 저러나?”불안해서 얼른 돌려주었다.이 미치광이 전략의 원조는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다. 1969년 당시 소련이 북베트남 호치민을 지원하자 닉슨은 유럽, 동아시아, 중동 주둔 미군에게 `핵전쟁 경계령`을 내리면서 “나는 화가 나면 자제력을 잃고 항상 핵버튼에 손을 올려놓고 있다”란 소문을 퍼뜨렸다. 그러자 소련은 지레 겁을 먹고 “협상하자”했다.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대만 총통과의 통화·친러시아 성향의 국무장관 발탁·한국 방위비 시비” 등도 `고도로 계산된 미치광이 이론`에 입각한 발언이라 여겨진다.트럼프는 대선 때 여러 차례 “한국 일본이 핵을 가지는 것은 그들 자신이 결정할 문제”라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핵 없는 세상`을 목표로 `절대 불가` 딱지를 붙인 일인데 트럼프가 이를 뒤집는다. 또 그동안 미국은 `하나의 중국`을 존중해왔지만 트럼프는 “중국이 북핵에 비협조적인데, 우리는 왜 그 원칙을 따라야 하나” 하더니 급기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10분간이나 정치 경제 외교 문제를 놓고 통화를 했다. 양국 관계가 얼어붙은 것을 물론이고, 국제사회를 긴장시킨 일이다.트럼프가 “미국은 핵능력을 큰 폭으로 강화하고 확장해야 한다”란 발언을 내놓자,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놀라서 “핵무기 부대를 강화해야 하겠다” 했다. 옛 소련은 미국과 군비경쟁을 하다가 경제를 주저앉힌 아픈 역사가 있고, 트럼프도 핵경쟁에 돈을 쓸 생각이 없다. 트럼프의 `미치광이 전략`이 도를 넘고 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28

권투와 정치

필리핀 빈민가에서 태어나 권투의 전설이 된 파퀴아오(38)는 8체급을 석권하고, 59승 2무 6패의 전적을 달성했다. 상원의원에 당선된 그는 장차 대통령을 꿈꿀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는 지난달 다시 링으로 돌아왔다. 웰터급 복귀전에 이기면서 “대통령은 아직 준비가 덜 됐다. 복싱을 포기할 나이는 아니다”라 했다. “복싱과 정치는 남과 싸운다는 점에서 같다” 이것이 그의 지론이다. 정치도 권투처럼 피 터지는 싸움이다. 권투는 챔피언벨트와 돈이 들어오지만 정치는 `권력과 불행`이 돌아온다. 권력자의 말로는 대부분 불행했다.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퇴직을 앞두고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컨벤션효과를 타고 지지율 1위를 탈환했다. “박 정부의 일본군위안부 합의는 잘 한 일”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평소 옹호했던 그는 탄핵정국 이후 “국민이 배신감에 분노와 좌절을 느끼고 있다” 하고 “6·25전쟁 이래 한국인이 겪지 못한 정치 혼란”이라며 박정부의 지도력 부재를 비판했다. 이(利)불리(不利)를 따라 마음이 달라지는 것은 `국제적 인물`도 마찬가지다. 바람따라 물결따라 흘러가는 부평초 같은 민심에 누구나 흔들린다.민주당도 반 총장을 향한 견제용 잽을 날린다. 문재인 의원은 “그는 그동안 쭉 구시대 질서를 누려왔고 성공해왔던 분이라, 나라를 제대로 바꾸는 부분을 절박하게 생각할까 의문이 든다”했고, 추미애 대표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부패의 기득권 연장인 친박 세력의 반기문 대망론에 손들어주며 의기양양했던 분 아니냐. 지도자가 되고자 한다면 촛불민심이 무엇을 바라는지 성찰부터 해야 한다”며 날을 세워 비판했다. 그러나 영입이 점쳐지는 `제3지대`는 절대 비난의 소리를 내지 않는다.친박·비박 간의 치고받기도 점입가경이다. 친박들은 “그들은 국가보다 자신의 권력 입지를 더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며 탈당파들을 비난한다. 김무성· 유승민·김세연 의원 등을 표적 삼아 화살을 날린다. 사람들은 권투시합은 즐겨 보지만 `정치시합`은 그리 즐기지 않는다. 국정이 마비되니까./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27

시리아 내전

지난 3개월간 시리아 북부 도시 알레포는 지옥의 불바다였다. 러시아 전폭기가 1만8천800번 출격해 반군 3만5천명을 제거하고 훈련캠프 725곳과 무기공장 405곳을 파괴했다. 그 지옥에서 탈출한 일가족이 있다. 터키는 알레포에서 가장 가까운 국가여서 터키정부가 이들을 구해냈다. 영어 교사인 어머니는 트위터를 개설했고, 7살 난 장녀 바니는 알레포의 참상을 매일 바깥 세상에 알렸다. 팔로어는 36만명을 넘었다. 그 속에 터키 정부도 포함됐다. “반군들이 많이 죽고 나머지는 도망갑니다”란 바니의 전언을 듣고 터키는 곧바로 군용 트럭을 보냈다.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영국에서 의학을 배운 안과의사였고, 2000년 아버지가 죽자 자리를 물려받았다. 집권 초기에는 개혁정책으로 `시리아의 희망`이란 소리도 들었으나 몇년이 지나자 폭군으로 변했다. 비판의 소리를 듣지 못해 강압정치를 자행했다. 2007년 대선 때는 투표장에 무장한 친위대를 배치해 공포분위기를 조성, 97.6%의 득표로 재선했다. 반군이 들고 일어나자 그는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화학무기까지 사용했다. 이때 반군이 조직됐고, 내전상태로 들어갔다.여기에 외세가 거들고 나섰다. 이웃 터키는 반군 편이고 러시아는 정부군을 편들었다. 집안싸움이 동네싸움으로 번지면서 “세계대전으로 번지는 것 아닌가”란 말까지 나왔고 유엔도 어떻게 손을 쓸지 몰라 머뭇거릴때, 러시아가 정부군을 도와 반군의 근거지 알레포를 공습했다. 그러나 유엔은 알 아사드 대통령을 `전범 1호`로 친다. 그의 폭압정치를 내전의 원인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 미 대통령은 화끈하게 반군을 지원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틈에 푸틴이 선수를 쳤다.푸틴과 오바마, 두 지도자의 성격은 확연히 달랐고, 세상은 `과감·화끈한 지도자`를 선호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시리아의 문제는 끝난 것이 아니다. 반군은 다른 도시에서 둥지를 새로 짓는 중이고 북동부지역에는 IS의 근거지가 있다. 이슬람 국가들은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는 화약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26

알바생의 권익

법과 현실의 거리는 먼데 그 거리를 가장 멀리 느끼는 직업군이 알바생이다. 자신들을 보호해줄 법률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알바생이 숱하다. 간혹 법을 알고 `근로조건`을 따져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자 하면 “너 아니어도 일할 사람 많다. 골치 아프다. 가봐라” 소리나 듣는다. 알바생은 언제나 乙(을)로 살아야 할 운명이다. 그런데 그 알바생의 애환을 생각하면서 `근로기준법`을 따져 “법대로 하라!” 외치는 국회의원이 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다.그는 국정감사에서 이랜드파크를 쪼았다. 이 회사는 이랜드그룹 계열사로서 21개의 외식 프랜차이즈업체들을 운영하고 전국에 360곳의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알바생을 많이 쓴다.국정감사에서 패밀리레스토랑인 애슐리가 도마에 올랐다. 알바생들에게 10분씩 일찍 나와 교육 받기를 강요하고, 근무시간을 15분 단위로만 기록해 실제 일한 시간보다 적게 계산하는 수법으로 노동력을 착취했다.국정감사에서 문제가 되니 노동부가 나서지 않을 수 없었고, 조사 결과 휴업수당, 연장수당, 야간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은 위법을 적발했는데, 그 규모가 만만치 않다. 알바생 4만4천여명에게 임금 84억원이나 주지 않았던 것.“이랜드파크는 지난 3년간 100억원의 이익을 냈는데, 알바생에 안 준 임금이 84억원이니, 그 이익은 순전히 노동력 착취에서 나온 것”이란 주장이 국정감사에서 나온 것이다. 그동안 알바생의 권익이 침해된다는 소리는 수 없이 나왔지만, 국회가 이를 찍어내 문제 삼은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자본주의의 단점 중 가장 심각한 것이 정글법칙·약육강식이다. `조직화되지 않은` 일용노동자는 먹이사슬 가장 아랫쪽에 위치한다. 그래서 이들을 보호할 법을 만들었으니 그것이 근로기준법이다. 그러나 법이 현실과 너무 떨어져 있으면 `장식용`일 뿐이다.대출받은 학자금을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무직 청년들의 임금까지 착취하는 것은 “벼룩의 간을 빼먹는 짓”이고 천민자본주의의 민얼굴이며`사회주의 온상`이 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23

한지(韓紙)의 세계화

닥나무 껍질 섬유질이 최고의 종이 재료임을 알아낸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가 새삼 놀랍다. 한지에 찍어낸 불경 등 문서들이 수천 년 세월을 견디는 것을 서양인들이 알았다. 이탈리아 문화부 산하에 `도서병리학연구소`가 있는데 종이류 문화재 복원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다. 고문서가 오랜 세월이 지나면 낡고 헤어지니 이를 복원해서 원상을 유지한다. 이 연구소는 그동안 일본 종이를 이용해 고문서를 복원해왔다. 화지(和紙)가 세계 최고인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 한지를 보고는 생각을 바꾸었다.평생을 빈자와 함께 살며 청빈과 겸손의 삶을 산 프란체스코 성인이 1224년에 두 개의 기도문을 지어 양피지에 기록한 `카를롤라`를 복원하면서 그 종이를 한지로 했고, 다른 유물 5점도 한지에 복원했다. 경남 의령군 신현세(69) 한지장이 제작한 한지가 최적임을 증명하는 `인증서`까지 발급해주었다.“종이문화재 복원용 종이는 내구성이 강하고 유연성, 접착제와의 상호 유용성 등을 갖춰야 하는데 의령 한지는 모든 항목에서 탁월했다. 물에 강하고, 표면이 고르고, 광택이 없어 우수하다”란 내용이다.우리 정부는 유럽의 고문서·벽화·지도·고서화 등을 한지로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의령 한지에 이어 원주, 안동, 괴산, 문경, 전주, 가평 공방의 한지에 대한 인증도 이어질 것이다. 주 이탈리아 대사관은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하는 이 복원종이 시장에 한지가 본격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했다. 조상의 탁월한 지혜가 막대한 유산으로 남았다.최근 문경에서 전통 한지 전수교육관이 문을 열었다. 한지장 김상식(71) 명인은 2005년 경북 무형문화재 제23-나호로 지정됐고 조선왕조실록 복원, 고려초조대장경 복간사업 등에 그의 한지가 사용되었다. 그리고 지금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의 유물 복원 종이로, 또 이탈리아의 의류산업계에서도 한지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종이옷`을 문경 한지로 짓는 것이다. 머잖아 닥나무 단지가 곳곳에 조성될 조짐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22

여론재판과 법리

박근혜 대통령측 변호인단이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는 또 하나의 논쟁거리가 됐다. 최순실의 국정개입이 대통령 탄핵 사유가 된다면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다 해당된다는 것. 노 대통령때는 형 노건평씨가 `봉하대군`으로, 남상국 대우조선 사장이 그에게 로비를 했다가 대통령이 지적하자 자살을 했다. MB정권 때는 형님인 이상득 의원이 `영포대군`으로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 할 정도의 국정 농단 사례를 들며, “전임 대통령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인사에 관한 의견과 민원 등을 청취했다”고 적었다.답변서는 또 고위공무원 인사에 최씨 등이 개입한 것이 헌법 위반이라면, 전직 대통령도 같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13년 3월 행자부 1급 공무원 11명이 집단 사표를 냈으며, MB정부 때도 감사원, 총리실, 국세청, 교과부, 농식품부 등의 1급 간부 전원이 사표를 낸 예가 있는데 같은 논리대로라면 이것도 헌법위반이라는 것이다. 다른 대통령 때는 탄핵사유가 되지 않다가 왜 박 대통령만 문제가 되느냐는 항변이다. 또 답변서는 “노무현 정부시절 삼성 일가가 8천억원의 사재를 출연하자 정부가 관리하겠다 하고, 재단이사진을 친노(親) 인사로 채웠다”고 했다.최씨와 관련된 회사에 박 대통령이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전 정권시절의 대법원 판례를 들었다. 변양균 당시 정책실장이 `신정아 사건`에 얽혀 대기업들에 후원을 요청했는데 대법원은 이 부분을 무죄라 했다. 사기업의 활동은 공무원의 직권 범위를 넘기 때문에 직권남용죄가 될 수 없다는 법리였다. 둘 사이의 애정관계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고 `여론`은 죄가 있다 했으나 `법리`는 그렇지 않았다.최씨가 연설문 등 국정에 개입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주방내각`과 `백악관 거품`을 들이댔다. `갇힌 생활`을 하던 옛 임금들도 미행을 나가 민정을 살피고 암행어사를 파견해 비리를 교정했다. 대통령도 누구에게나 물어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여순감옥`을 `하얼빈감옥`이라 한 것은 잘못된 조언이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21

메뚜기도 유월 한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요즘 살판났다.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서 그는 4년 연속 1위를 달린다. 트럼프 당선자 2위, 메르켈 독일 총리 3위, 시진핑 주석 4위, 프란치스코 교황 5위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40위, 김용 세계은행 총재 42위, 김정은은 43위에 링크됐다. 시리아 내전에서 푸틴은 크게 `한 건` 했다. 최대 격전지 알레포 전투에서 정부군이 승리한 것은 푸틴 덕분이었기 때문. 영국 언론들은 “알레포 폐허에 우뚝 선 푸틴, 그는 세계 무대에 강자로 등장했다”고 썼다.2014년 크림반도를 러시아가 합병하자 서방세계는 거세게 비난했다. “크림이 스스로 합병을 원했다 하지만 그것은 변명이다. 힘에 의한 강제 합병이다” 했고, 경제제재를 시작했다. 그러나 시리아 내전을 해결하자, 러시아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경제제재를 풀자는 소리도 나온다. 여기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 미국 대선. 트럼프 당선자가 내정한 국무장관이 푸틴의 절친 렉스 틸러슨이다. 1999년 러시아 관료주의에 막혀 지지부진하던 170억달러 규모의 사할린 원유 채굴사업을 성사시킨 사람이 틸러슨이고, 그를 도와준 사람이 당시 총리였던 푸틴이었다.트럼프 당선자는 외교 전담 국무장관 자리를 놓고 고심하다가 “러시아와 손 잡자”는 생각으로 친러파를 최종 선택했다. 서방세계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놓고 반목할때 중국은 그 틈을 타 러시아를 끌어당겼다. “러시아가 중국과 가까워지도록 놔둬선 안 된다”는 충고가 빗발쳤다. 오바마 대통령이 그렇게 만든 외교정책을 트럼프는 고쳐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트럼프는 그 충고를 따랐다. `푸틴의 친구` 렉스 틸러슨 엑슨모빌 최고경영자를 국무장관에 임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고 푸틴은`호랑이 날개`를 달았다.중국과 일본도 꾸준히 러브콜을 보낸다. 미·중 신냉전 속에서 러시아는 상종가를 치고 있다. 우군(友軍) 만들기에서 러시아를 괄시할 나라는 없다. 국내 정치만 안정되면 우리도 `양 손에 떡을 쥔`행운을 누릴텐데…./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20

맹탕 청문회

국회 청문회가 매번 헛물만 켠다. 재벌 총수들을 불러다가 대통령을 뇌물죄에 엮어보려 했지만, 온갖 회유 협박에도 재벌들이 넘어가지 않았다. 분통이 터진 의원들은 호통 겁박함으로써 속풀이만 했고, 국민의 분노나 촉발시킬 발언으로 겨우 체면을 세웠다.`세월호 7시간` 또한 그 모양이었다. 배는 기울고 학생들은 익사하고 있는 그 시간에 대통령은 성형·미용에 시간을 보냈고,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말을 이끌어내려 갖은 노력을 다 했지만, 의료인들은 말려들지 않았다.청문회란 증인들의 말을 듣는 자리인데, 답변보다 질문시간이 훨씬 길었다. 증인이 답변하면 늘 말을 중간에 가로채면서 의원 자신의 말만 늘어놓고 호통만 쳐댔다. 그래서 “청문회란 증인의 답변을 듣는 자리가 아니라 의원들의 인기발언 시간”이란 말도 나온다.“어느 의원이 청문회 스타인가” 그것 알아보는 자리이고, 이름 석자 신문 방송에 나오면 그것으로 `성공`이다. 우리나라 청문회가 언론에 공개되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증인의 실토를 끌어내려면 확실한 증거를 들이대야 하는데, 그런 증거수집 노력 없이 우격다짐 질책으로 때우려 하니 늘 헛물만 켠다.14일 3차청문회에는 의료인 9명이 증인으로 나왔다. “참사 당일 청와대에 들어간 적 있느냐” “대통령에게 미용 시술이나 주사 처치 등을 했느냐” 이런 물음에 대답은 한결같이 “그런 일 없다”였다.그래서 건진 것 하나 없고 “이번 청문회는 대통령 망신 주기와 국민 분노 유발에 치중, 청문회의 본래 취지에 크게 어긋났다”란 평가가 나온다. 여당 의원들은 “야당과 일부 세력이 허위로 의혹을 만들어낸 것”이라 했다.그런데 `확실한 증거`를 하나 잡았다. 비아그라 구입명세서. 고산병 치료제인데, 일본 언론은 `대통령의 남녀관계`로 소설을 쓰며 재미 있어 했다. 국제적으로 나라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일본 언론은 나라 망신시킬 보도는 결코 하지 않는데, 한국 언론은 `국격`에는 개의치 않는다. 국회든 언론이든, 선진국 대열에 끼려면 한참 멀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19

새누리당의 길

새누리당 친박 62명이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을 결성했다. 대부분 영남권이지만 그중 20여 명은 다른 지역 출신들이다. 그들은 왜 박 대통령을 꾸준히 옹호할까. 쥐들도 배가 난파될 조짐이 보이면 다투어 도망을 간다는데, 이들은 왜 끝까지 의리를 지킬까. 김태흠 의원(충남)은 방송에서 “최순실을 평소 알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남편이 바람 피우면 제일 나중 아는 것이 아내”라고 했다. 등잔밑이 어둡다는 말이고, 평소 최순실을 알면서도 대통령에게 왜 충고하지 않았느냐는 비난을 피해갔다. 이 친박들은 `의리와 명분`을 말한다.“정치는 명분으로 하는 것인데 우리가 만든 대통령을 탄핵할 명분이 없지 않으냐. 바람같은 여론에 휘둘릴 수는 없다”. 또 “친박 대 비박의 다툼이 아니라 당을 지키려는 세력과 깨려는 세력의 싸움”이라 했다.그러나 비박계의 평가는 다르다. “실리와 압력 때문”이라면서 “다음 총선이 3년 반이나 남았으니, 지금의 여론이 큰 의미 없다고 보는 것”이라며 “끝까지 당 주류로서 기득권을 지키는 게 정치생명에 득이 될 것이란 판단이 선 것이다. 누가 공천을 줬나. 이탈하면 어떤 보복이 있을 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폄하했다.박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김무성 전 대표는 “친박은 박근혜의 노예”라며 친박계 지도부 사퇴하라 하고, 친박은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을 내쫓겠다 한다. 양편 다 변화와 혁신, 국민과 당원이 주인인 당, 국민이 믿고 의지하는 새로운 보수정당을 내세우겠다는 방향은 같지만 그 방법이 다르다. 국민의 눈에는 그저 `힘겨루기`로 비칠 뿐이다. 16일에는 원내대표 경선이 있고 양 진영에서 각각 후보를 내세웠다. 어느 쪽 후보가 선정되느냐에 따라 `세력의 향방`이 정해질 것이다.“촛불은 믿을 것이 못된다.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여론이 확산되는데 광우병 촛불시위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좌파단체와 언론들이 주동이 된 촛불시위를 두고 `살 판 났다`는 야당이나 난파선의 쥐처럼 우왕좌왕하는 여당이나 국민의 눈에는 미성년자로 보인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16

북한 청년들

중국 단둥은 북·중 무역의 거점이다. 이 곳을 찾는 북한 젊은이들이 제일 많이 찾는 것이 `소형 메모리 카드`라 한다. 영화나 드라마 등을 담을 수 있기 때문. 카드 상인들이 무료로 저장해준다. 그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이 한국 작품이다. USB(이동식 저장장치)는 부피가 있어서 적발되기 쉽지만 손톱만한 칩은 발바닥에 붙이면 된다. 중국 식당이나 공장에서 일하다가 돌아가는 북한 아가씨들이 즐겨 찾는 것이 테디베어. 단둥은 북한을 변화시키는 `중국의 홍콩`이다.김정은이 화가 났다. “지금 우리 속에 남조선을 한국이라 부르는 나쁜 놈들이 있다”면서 “공화국 남반부라 부르는 것으로 고착시켜야 한다”고 했다. 한류 확산을 우려한 모양이다. 그는 2012년부터 군간부들에게 “남조선 말투나 외래어를 쓰거나 가사가 왜곡된 노래를 부르는 현상 등 불건전한 요소들을 맹아부터 짓뭉개야 한다” 했고 “젊은 사람들이 문제다. 우리 당 정책을 시비하는 것은 수령님(김일성)과 장군님(김정일)을 비판하는 것으로 이것은 `벌초`가 아니라 씨를 제거해야 한다”했다.어느 사회든 젊은이들이 변화를 이끌고 그래서 늘 기성세대와 갈등한다. 고위층의 자녀들이 한국 영상을 몰래 보다가 들켜서 노동교화소에 갔다온 예가 많고, 우리나라에서도 자식들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최순실도 딸을 승마선수로 키우려다가 저 지경이 됐다.로동신문은 “존재 자체가 악인 청와대 망녀를 하루 빨리 권력의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준엄한 징벌을 가하려는 것이 남조선 인민들의 드팀 없는 결심”이라면서 “역도가 계속 사기극에 매달리며 버티기를 한다. 청와대 망녀가 오그랑수를 쓰며 뻗칠수록 남녘 민중들이 더 준엄한 징벌을 내릴 것”이라 했다.“북한으로써는 꿈도 못 꿀 일이 벌어진다”란 멘트는 없다.김정은은 지금 남의 걱정을 할 처지가 아니다. 유엔은 지난달 북한 인권문제를 들어 그를 ICC(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할 생각이다. `인류 역사상 유래없는 인권유린`을 국제사회가 묵과하지 않는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15

사드, 자존심 문제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지난 7월 “사드는 군사적·외교적·경제적 패착이요 실수다. 백해무익하다”했었다. 그러나 야권 일각에서도 “정권교체를 하더라도 한·미동맹 차원에서 추진된 사드 배치 자체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 하는 의견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 국회 탄핵 이후 야권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사드 배치,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박 정부의 정책 모두를 뒤집을 작정이다. 그래서 “다음 정권에 넘기자. 적어도 대선 전에는 결정하지 말자”한다. 그러나 군 당국과 미국은 “대선 전에 끝내겠다”는 입장이고, 정부 여당도 “내년 여름까지”라 한다.사드 갈등이 다시 불거진 가운데 미국 언론들도 한마디씩 한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대북정책과 사드 배치 모두 불확실하다”했고 CNN도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북한에 좀 더 외교적 접근을 할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하는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될 것”이라 했다. 중국 언론들은 “황교안 총리가 총명하다면 마땅히 `사드를 탄핵해` 한·중간 무역을 최상의 상태로 돌려놓을 것”이라 했다. 환구시보는 “사드 배치가 박 대통령 탄핵의 중요한 원인”이라 했다. 사드가 여·야 간의 갈등에서 한·중·미 간의 3중 갈등으로 복잡하게 다시 표면화하고 있다.그러나 우리 정부 당국자는 “정부의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했다. 미군은 “내년 7~9월 쯤으로 사드 배치를 완료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대선 후` 정부와 미군은 `대선 전` 배치를 고집하는데 그것은 정권의 향배에 달린 문제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의 환심을 사자고 우리의 방어력에 구멍을 낼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중국의 내정간섭`을 용인할 수 없다는 `한국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여서 더욱 그러하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긴 세월 동안 우리는 중국의 속국이었고, 중국은 아직도 그 시절을 잊지 못하고 있다.이 역사적 악연을 끊고 한국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사드는 반드시 배치돼야 한다. 이 나라가 원칙 없이 조변석개(朝變夕改)한다고 주변국들로 부터 무시당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14

수학과 신학

그리스 아테네학당 정문에 “기하학을 모르는 자 여기 들어오지 말라”란 글이 있다. 당시의 철학자들은 대부분 수학자였는데 사변철학은 추상적이고, 수학은 구체적이어서 양자를 다 알아야 정확한 지식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 학문은 `생각`의 산물이므로 “생각할 줄 모르고 암기만 하면 안 된다”는 뜻도 된다. 프랑스 철학자 겸 수학자인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하고 “수학은 신과 대화하는 학문”이라 했다. 논어도 “외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미련하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실수를 한다”했다.수학계의 `필즈상`은 4년 마다 젊은 수학자를 뽑아 100만 달러의 상금을 준다. 수학계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선발하는 노벨상 격이다. 러시아의 `은둔의 수학자` 그레고리 펠레만이 선정됐을 때 그는 “상을 받겠다고 며칠씩 수학연구실을 떠나란 말이냐. 나는 돈과 명예에 관심 없다. 동물원 원숭이처럼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기 싫다. 수학은 신으로 가는 길인데 잠시라도 그 길에서 비켜설 수 없다”며 시상식에 가지 않았다. 데카르트와 펠레만은 `수학과 신학의 연관성`을 발견했다.동양의 주역(周易)도 수리(數理)로 우주의 원리를 설명한다. 음양 5행을 기본으로 복희씨는 8괘를 만들고, 신농씨는 이를 64괘로 나눴으며, 공자는 10익을 붙였다. 중국은 BC 700년 경에 수학을 이용해 우주의 이치를 해석한 것. 수학은 그래서 “신명의 덕에 통하고, 만물의 정에 비긴” 학문이라 했고, `6효`를 뽑아 길흉화복을 점치며 미래를 내다보기도 했다.대통령 탄핵정국에 `123456789`란 수열이 화제다. 탄핵 표결에서, 기권 1명, 찬성 234명, 반대 56명, 무효 7표, 8일 발의, 9일 표결이었으니 그런 수열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0이 없다. `박사모`들은 “헌번재판소에서 모든 것이 0으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라는 점(占)을 쳐보기도 한다. 혹은 “89일만에 헌재의 결정이 나온다는 암시가 아닌가”란 말도 나온다. 역(易)학자들의 점괘가 궁금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13

두 얼굴의 탄핵

“탄핵안은 본회의 보고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 국회법의 규정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상정될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시간끌기 작전`을 폈다. 3월 9일 오후 6시 27분에 본회의에 상정됐으니 12일 그 시간까지만 버티면 자동폐기된다. 여당은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철야했다. 그러나 12일 오전 3시 50분 야당인 한나라당의 기습에 뚫려버렸다.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것. 가결정족수가 181표인데, 한나라당은 193석이었다.난투극이 벌어졌다. 의장석 쟁탈전에, 명패와 구두가 날아다녔다. 당시의`전투장면`은 TV 카메라에 찍혀서 한국 국회사의 아픔을 보여주는 `역사적 장면`이 되었지만 외국인들은 `재미 있는 한국 국회상`을 즐겁게 감상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모습도 명장면 중 하나가 됐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은 국회를 기습통과했지만, 헌법재판소에 가서 기각됐다. “대통령의 여당 편들기 발언이 탄핵까지 갈 만한 잘못은 아니다”했다. 이 일로 해서 한나라당은 거센 역풍을 맞았고 총선에서 소수당으로 쪼그라졌다.그 후 `국회선진화법`이 만들어졌다. 의원 간 신체적 충돌을 금지했다. 육박전이 벌어지면 국회 경위가 잡아가기로 한 것이다. 2016년 12월 9일 오후 3시.`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은 각자 자리에 앉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돌격대도 없고 육박전도 없고, 의사봉 쟁탈전도 보이지 않았다. 진인사대천명의 자세였다. 찬·반 양 진영은 서로 승리를 점치고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필리버스터나 의사진행발언으로 72시간을 넘기려는 `지연 작전`도 시도되지 않았다. `234표 찬성`으로 통과됐다. 친박 중에서도 등돌린 의원들이 상당수 있었다.지지율 4%의 불통 대통령의 운명은 헌법재판소에 맡겨지게 됐다. “정치하지 마라.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은 만고의 명언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12

탈북자의 문화 충격

탈북자들이 처음 한국에 와서 놀랐던 것을 이야기한다. “라면! 그 맛 미치겠더라” “계란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것이 믿어지지 않더라” “자동차 안에서 한 아가씨가 길을 안내하는데 그 많은 길을 어찌 알고 구석구석 알려주는지, 신기하더라” “북에서는 돼지고기를 일년에 딱 두 번 먹는데 여기서는 마구마구 먹어도 되고….” “공사장에서 하루 일한 노임으로 일 년 먹을 쌀을 샀다는 것을 아내도 믿지 않더라. 북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다” “배 아픈 병 정도는 누구나 갖고 있어서 북에서는 그냥 견디는데 여기서는 간단히 고쳐버리니…. 탈북하기를 잘 했다 싶더라”허락을 받지 않고도 전국 어디라도 갈 수 있는 자유가 신기하고 대통령 사진을 집집마다 벽에 걸어두고 신주 모시듯 하지 않고 교회에서 우유, 주스, 달걀 등을 공짜로 주는 것도 놀랍고 자동차나 자전거를 바깥에 세워놔도 훔쳐가는 사람이 없는 것도 이상하다. 북에서는 신발을 마루밑에 벗어놔도 금방 사라진다.대형 매장 같은데서 `맛보기 음식`을 내놓는 것도 신기한데 몇 바퀴 돌면서 배를 채운 탈북자들도 많다.북에서는 권력자가 기업의 돈을 뜯는 것이 당연한데 대통령을 지낸 사람 두 명을 감옥살이 시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문화적 충격이라 할 정도로 놀라운 일이 많은 한국이지만 그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최고 존엄을 보고 마구 욕을 하고 하야하라 외쳐도 공안(경찰)이 잡아가지 않고 멀뚱히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다. 일반 인민들이 허락받지 않고 `정치적 견해`를 말하는 것도 북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고 “수령, 나가!” 한 마디만 입에 담아도 3족이 공개처형되거나 정치범수용소에 갇히는데 한국의 민주주의와 자유는 “이해될 듯 말듯”하다. 이 `자유`가 북한 당국으로서는 `놀기 좋은 물`이다. 친북단체에 끊임 없이 난수방송으로 지령을 보낸다. 권력 탈취를 위해 대중을 선동하는 것도 염려스럽고 무엇보다 큰 걱정은 “김정은 일가를 좋아하는 사람이 북한보다 많다”는 것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09

빗나간 훈수

“박근혜정부가 저 지경 된 것은 선거제도 탓이다. 서구식 선거의 비극이다. 한국은 11명의 대통령을 냈지만 다 결과가 좋지 못했으며 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중국 환구시보 등 매체들이 이런 사설을 실었다. 그러고는 중국의 지도자 선발제도의 우수성을 덧붙였다. “선거에 나오려면, 주장(州長)- 성장(省長)-부장(部長)을 단계적으로 밟아 통치 경험을 쌓는데 서구식 선거에서는 `듣기 좋은 소리 잘 하는 혀`와 `돈`과 `정치가문 출신`만 있으면 아무 경험 없어도 선거에 나올 수 있다”고 했다.그러니 당선돼도 통치경험 부족 때문에 확실한 결정을 할 능력이 없어 때때로 측근에 의지하고 그 측근에 휘둘린다고 했다.또 한국의 선거는 `경륜이 깊고 믿을만한 후보`를 뽑도록 `고안(考案)되지 않아`역대 모든 대통령들이 다 불행했다는 것이다. 이 말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에둘러 비난한 `곡사포`이다. 평생 집장사만 한 트럼프는 통치경험 없이 당선됐으니 틀림없이 측근들에 휘둘리다가 죽을 쑬 것이라는 것. 그러나 오바마 현 대통령이 임기 말에도 지지율 50%이상을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는 `경륜`과 `소통`을 다 가졌음을 알지만 말이다.중국의 정치제도를 엇비슷하게 따라가는`중국의 동생`이 지금 엄청 말썽을 부리는데 중국은 이 어긋난 송아지 같은 동생 하나 다스리지 못하고 엉뚱한데서 훈수한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때 수만 명의 굶주린 북한 인민들이 북간도로 몰려갔다. 유엔 제재가 극심해지는 지금은 그때보다 더 심각하다. 최소 30만명이 연변에 쏟아져 들어올 것이 예상되므로 미리 대책을 세운다는 보도가 나온다. 식량 비축 창고를 대대적으로 확보하고, 학교 교사같은 수용시설들을 잔뜩 짓는 중이라 한다.중국 관영 매체는 학자의 입을 빌려“사드를 불러들인 박근혜를 교체해야 한다”란 사설을 실은 적이 있었다. 한국의 국정 혼란을 부채질해놓고 `서구식 선거 탓`으로 돌리는 것은 대국 답지 못한 꼼수 잔머리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