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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公試) 열풍의 그늘

우정구(객원논설위원)
등록일 2017-12-18 20:47 게재일 2017-12-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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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직장`보다 더 좋아 `신의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 있다. 공무원이다. 공무원 증원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열풍`이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서울도 지방도 어딜 가나 `공시열풍`이다. 심지어 대학 진학을 포기한 고교생들이 공시학원에 몰리는 바람에 대입학원이 망해 버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젊은이들이 공무원을 직업으로 선호하는 이유는 먼저 안정성이다. 1997년 IMF 이후 직장의 안정성에 대한 선호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모험보다는 직업의 안정성을 우선으로 하는 사회적 경향이라 하겠다. 수입성면에서도 대기업 못지않다. 정년 보장이 잘되고 늦은 퇴직이 장점이다. 연금과 복지도 최고 수준이다. 잘하면 퇴직 후 `공피아`로 새 직장을 얻을 수도 있다.

부모조차도 “공무원이 최고”라 하니 자라나는 아이들이 공무원을 꿈꾸는 것은 당연하다. 국가나 우리 사회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지 못한 시대적, 경제적 배경에도 물론 원인이 있다. 젊은이들이 모험과 도전을 통해 나라 발전을 견인토록 하는 환경을 만들지 못한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그러나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고 공시족을 양산하는 것은 국가 장래로 봐선 결코 바람직 한 일이 아니다. 정부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공무원 증원을 늘리는 것은 국민의 부담을 늘릴 뿐 아니라 미래 지향적 선택도 아니다. 세계적 투자 귀재인 짐 로저스(75)는 한국을 방문해 “중국, 러시아 등 세계 어디를 가도 10대들의 꿈이 공무원인 나라는 없다”고 한국의 사정을 혹평했다. “5년 안에 한국 경제는 활력을 잃고 몰락의 길로 갈 것”이라며 “한국은 투자처로서 매력이 없다”고 공언한 바 있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17만여 명의 공무원을 추가로 더 뽑겠다고 한다. 공시족 열풍도 덩달아 당분간 더 지속할 전망이다. 정부의 정책 방향이 수정되지 않는 한 공시 열풍은 바로 잡을 수 없다.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는 정책, 민간주도의 일자리 창출에 정책의 무게가 옮겨져야 한다. 청년취업 한파가 내년이 더 걱정이라 하니 난감한 일이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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