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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일본의 경험

센카쿠열도는 중국 근해에 있지만 쓸모 없다고 버린 것을 일본이 주워다가 등대를 세우고 어민 숙소도 만들고 해서 `물건` 을 만들었다. 그런데 여기 석유가 있다 하자 중국이 그제서야 “우리 섬이다. 내놔라” 해서 분쟁이 시작됐다. 2012년 일본 순시선을 들이받은 중국어선 선장을 구속하자 중국은 “희토류를 일본에 팔지 않겠다”며 보복에 들어갔다. 전자제품 제조에 필수 소재인 희토류를 중국에서 전량 수입하는 일본은 일단 고개를 숙이고 선장을 풀어주었다.일본은 교활하고 용의주도했다. 희토류를 여러 나라에서 수입하면서 재활용 기술을 개발했다. 또 중국에 있던 공장들을 동남아 여러 나라로 분산시키며 중국 의존도를 줄여나갔다. 그리고 그해 9월 전격적으로 “센카쿠열도는 일본 땅”이라며 국유화를 선언했다. 중국은 관광보복, 일본제품 불매운동, 일본인 폭행, 일본 공장 파괴 방화 등으로 분풀이했지만 일본은 꿋꿋이 견뎌냈다. 2년이 지난 후 손익을 따져보니 “일본의 손해보다 중국이 입는 손해가 더 컸다”란 계산서가 나왔다. 2014년 양국은 강화회의를 열고 외교를 정상화시켰다. 결국 일본 승리였다.우리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하자 중국은 “절대 불가!”를 `명령`했다. 일본에도 사드가 배치돼 있지만 아무 말도 못 한다. 사드는 미군의 방어무기이고 미군부대에 배치하는 것인데, 미국을 향해서는 찍소리도 못한다. 한국만 `졸(卒)`로 보고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고 보복을 한다. “닭의 목을 쳐서 원숭이를 훈계한다”란 구실을 대면서 우리가 말을 듣지 않자 보복의 강도를 계속 높여간다. 그렇게 하는 이유가 있다. 지금 한국 국정이 많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틈`이 생기면 물이 새고 둑이 무너지기 쉽다. 중국은 그 틈새(약점)를 집중 공략하는 중이다.일본은 정부·정계·국민이 합심단결해서 중국과의 경제전쟁에서 이겼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사드배치의 졸속추진을 단호히 반대한다” . 민주당 대표는 이렇게 어깃장을 놓았다. `한번 굴복은 영원한 속국`임을 모르는 소치다. /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3-07

중국의 급소

전갈 한 마리가 강가에서 서성거리고 있는데, 참새가 와서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강을 건너야 하는데….” “내가 도와줄테니 업혀” 참새가 전갈을 태우고 강 중간쯤 갔을 때 전갈이 참새를 쏘아버렸다. 참새가 물었다. “내가 죽으면 너도 물에 빠져 죽는데, 왜 쏘았어?” “쏘는 것이 내 본성이라, 나도 어쩔 수 없구먼” `공산혁명주의자`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흔히 인용하는 이야기. 사드를 배치해서 북한의 핵미사일을 막겠다 하자, 중국이 “그러지 마라!” 눈을 부라렸음에도 우리가 눈도 끔쩍 않으니, 지금 온갖 보복을 다 한다. 연예인 공연을 막고, 롯데 상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자국 관광회사들을 불러 “한국 관광 중단하라” 구두명령을 내렸다. 문서로 하면 증거가 남으니 말로 하는 꼼수를 쓴다. WTO 규정에 “정치적인 이유로 경제제재를 가할 수 없다”란 조항이 있다. 일당독재 국가에서는 말이 곧 법이다.2000년도에 한국 마늘농가들이 “중국산 마늘을 수입하면 우리 다 죽는다” 시위를 하자 정부는 중국마늘에 대한 관세를 엄청 높였다. 중국은 곧 보복을 했다. 자동차 휴대폰 등 공산품 수입 관세를 확 끌어올린 것. 한국정부는 뜨거워라 하고 마늘관세를 내렸다. 그 `항복`이 실수였다. `한국은 만만한 상대`라 생각한 중국은 이번에 또 사드 보복을 자행한다. `전갈 체질`을 가진 중국이다. 보복을 하면 보복을 당해 더 큰 손해를 보는 줄 알면서도 자제할 줄을 모른다.우리도 보복할 수단이 많다. 중국의 아킬레스건이 `하나의 중국 원칙`과 `달라이 라마 초청`이다. 이 두가지만 건드리면 벌에 쏘인 듯이 펄쩍 뛰는 중국이다.트럼프 미 대통령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려서 재미를 봤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10여 분 간 통화를 하며 정치 경제 등 여러 분야에 관한 `전화정상회담`을 하자 중국은 금방 꼬리를 내렸다. 가령 우리가 달라이 라마를 초청한다면 중국은 놀라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것이다. 가장 아픈 급소를 때리는 보복을 우리도 준비해야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3-06

육박전의 계절

“건널목 저 편에 섰던 사람이 나를 알아보고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반갑게 인사하니 선거철이 온 줄 알겠구나”란 말이 있다. 서로 아글바글 퍼붓고 평생 원수질 듯이 말싸움 하는 소리가 요란하면 선거철이 온 것을 안다. 죽기살기로 주먹질하다가도 마침종이 울리면 형제처럼 서로 끌어안는 권투 선수들처럼, 언제 그렇게 싸웠느냐는 듯이, 멀쩡한 얼굴로 웃으며 손을 맞잡는 정치가들. 동지가 하루 아침에 적으로 변하고, 적이 금세 동지가 되는 정치의 세계다.`도끼날` 입으로 유명한 홍준표 경남지사가 성완종 리스트 `홍준표 1억원` 사건에서 항소심 무죄를 선고받더니 그 입이 살아났다. “지금 더불어민주당 1등 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인데 바로 옆의 비서실장이 그 내용을 몰랐다면 깜이 안 된다”며 도끼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바로 반격했다. “이것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부관참시다”라며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다.홍 지사는 또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해서도 “민주당에서 2등 하는 사람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실형을 살고 나온 사람”이라며 “이들이 내게 시비를 걸 수 있겠느냐” 했다.그는 또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에 대해서도 “지금은 좌파광풍시대로, 광적인 지지 계층만을 상대로 하는 여론조사이고, 대다수 국민은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했는데, 민주당은 “인간 말종식 화법을 통한 `트럼프 코스프레`를 한다” “인격 수양부터 하라. 인두겁을 썼다고 다 같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되받았다. 오가는 말폭탄이 `VX탄` 수준이다.여권과 야권 사이의 말싸움뿐 아니라 야권 정당들 사이에도 `대선 후보 경선`이 있기 때문에 육박전이 만만치 않다.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에 `황교안 권한대행의 특검 연장 불승인`을 놓고 서로 “책임져라” 싸우고, 같은 당인 `문재인-이재명`사이에도 `사이다-고구마` 논쟁을 벌이더니, 지금은 `문빠`와 `손가혁` 사이의 공격·비방전이 온라인을 달군다.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하지만 사실상 `더러운 전쟁`에서 나온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3-03

프랑스까지…

인도 기차에는 귀족칸과 서민칸이 엄격히 구분돼 있다. 서민칸의 자리에는 쇠사슬이 하나씩 달려 있는데, 짐보따리를 거기 묶어두라는 것이다. 쓰리꾼 때문에 경찰도 골치가 아파서 “짐보따리를 쇠사슬에 묶지 않고 소매치기 당했을 경우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는 경찰서장의 규정이 발표됐다.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신문에 `소매치기 기사`가 심심찮게 났고, “기상천외 신종 소매치기 수법”이란 특집기사까지 실렸었다. 요즘은 그런 `소매치기 기사`를 볼 수 없다.이탈리아는 관광자원이 많아서 `조상 덕에 먹고 사는 나라`라 했고, 생산활동을 하지 않아 `유럽의 거지`란 소리도 들었고, 시내버스의 승객 절반은 소매치기라 했으며, 관광객들은 “낯선 사람이 다가오면 경계하라”란 교육을 받았다.신전의 나라, 성악가의 도시, 학문의 발상지인 이탈리아가 `소매치기의 나라`란 오명을 쓴 지는 오래됐다. `자원의 저주`란 말도 있지만 관광자원을 너무 많이 가진 탓에 `쉽게 살아가는 방법`만 발달했다는 것이다.프랑스는 다들 존경하는 문화예술의 나라인데 요즘 그 명성에 금이 간다. 파리의 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가방을 무릎에 올려놓지 않는다고 한다. 반드시 어깨에 매고 그 위에 코트를 입어 보이지 않게 덮는다. “파리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건 14년 만에 처음”이라고 탄식하는 교민도 있다. 소매치기를 하다가 들키면 도망은 안 가고 주먹질을 하는 것은 인도 3등 기차와 같다. 지난해에는 최루가스를 뿌려 승객들이 우왕좌왕하는 순간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2만5천 유로(약 3천만원)을 털리기도 했다.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한 연설에서 파리에서 벌어진 테러와 니스 테러를 언급하면서 “파리는 더 이상 파리가 아니다. 갈 곳이 못 된다” 했다. 실직한 빈곤층이 늘어나고, 이슬람 난민들이 쏟아져 들어오니, 소매치기라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우리나라는 아직 신문에 `소매치기 기사`가 나지 않으니, 그나마 살만한 곳이라 할까.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3-02

왕족들의 운명

많은 형제를 죽이고 아버지와 전쟁까지 벌이면서 나라를 다스리고 싶다는 야망 때문에 `피비린내 나는 왕좌`에 올랐던 태종 이방원은 “자식들에게만은 이런 비극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결심을 한 모양이다. 장자 승계의 원칙에 따라 양녕을 세자로 삼았지만 그는 성격 자체가 정치에 맞지 않았다. 호방하고 자유분방한데다가 바람기까지 다분해서 숨막히는 왕좌가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는 `왕권의 감옥`을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차남 효령은 불교에 심취해서 일찍 정치와 담을 쌓았고, 서둘러 머리 깎고 절간으로 들어가버렸다. 셋째 충령은 `임금 하기 딱 좋은 캐릭터` 였다. 태종은 3남에게 왕권을 물려주었으니 이 분이 바로 세종대왕이시다. 세자가 결정되면 다른 왕자들은 왕궁을 떠나는 것이 관례였다. 양녕대군은 홀가분하게 이천(利川)으로 가 농사를 지었다. 그때부터 `이천쌀`은 명품으로 이름 높았다. 왕의 맏아들이 손수 지은 벼농사란 프리미엄이 붙은 것. 세종은 맏형을 극진히 섬겼다. 사고를 너무 치는 통에 “처벌하소서” 상소가 빗발쳤어도 왕은 그를 감싸주며 매년 한 차례씩 궁에 불러다가 잔치를 열어주기까지 했다. 세종은 일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54세로 승하하지만 양녕은 69세까지 살았고 중이 된 효령은 속이 편해서 한참을 더 살았다.김정은의 형 김정남은 양녕대군과 비슷한 성격이었다. 세종은 맏형을 잘 감싸주었지만 김정은은 형을 죽여버렸다. “돌아다니면서 내 욕을 너무 하고 권력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였다. 사람 죽이는 것이 취미인 그로서는 `제거하기 딱 좋은` 대상이었다. “백두혈통은 죽이지 말라”는 김일성의 유훈도 깨어졌다. 이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위험하다. 지금 중국이 한솔 가족들을 잘 보호하고 있는데 “영국에선 많이 위험할 수 있다”는 중국의 충고를 받아들여 옥스포드 유학도 포기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조심성이 없어서 내연녀가 있는 말레이시아에 들락거리다가 그만 더러운 꼴을 당했다. 북이 자멸의 길로 한 걸음 더 다가갔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2-28

사실이 아닌 말

“남자는 우산과 거짓말은 늘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영국 속담도 있지만 미국은 거짓말을 싫어한다. 닉슨 대통령도 `도청`이 아니라 “도청한 일 없다”는 거짓말 때문에 쫓겨났다. 트럼프 현 대통령은 `고의적 거짓말`이 아니라 `사실이 아닌 말`을 습관적으로 한다. 한 언론사가 통계를 내봤더니 취임 후 지금까지 33일 간 132차례 허위발언을 했다. 첫 거짓말은 “취임식 때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많은 인파가 운집했다”란 것. 그때 축하인파보다 `취임반대 인파`가 더 많았다.최근 유럽의 이민정책과 테러를 비난하면서 “독일을 보라. 브뤼셀에서, 전 세계에서 일어난 테러들을 보라. 니스 사건을 보고, 파리 사건을 보라”라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어젯밤 스웨덴에서 일어난 일을 보라. 이 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까지 나간 것이 문제였다. 스웨덴 총리는“스웨덴에서는 어젯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그 사람 혹시 항정신성 의약품을 먹은 것인가”라고 했다.1983년 10월 9일 버마 아웅산묘소를 참배한 전두환 대통령과 참모들 일행이 폭탄테러를 당했다. 대통령 폭사가 목적이었으나 대통령만 무사했고 다른 수행원들은 사망하거나 크게 다쳤다. 범인 한 명은 도주하다가 사살됐고 한 명은 사형선고를 받았고 한 명은 종신형을 살다가 2008년에 옥사했다. 그들은 모두 북한 공작원이었고, 잡히지 않았다면 미궁에 빠질 테러였다. 그러나 북한은 지금까지 “우리와 상관 없고 남조선이 조작한 것”이란 거짓말을 한다.국제법상 사용이 금지된 맹독성 물질 VX로 친형 김정남을 독살한 북한은 “말레이와 남조선이 조작한 사건”이라 하고, 말레이시아는 북한과의 단교까지 생각하는데 북한은 “절교하더라도 시인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아웅산묘소 사건후 버마는 북한과 단교하다가 24년 후에 복원됐다. 말레이시아와도 그렇게 될 모양이다. `최고존엄`이 천인공노한 패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시인할 리 없다. 패륜에 거짓말까지 덧붙였으니 국제사회에서 완전 고립됐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2-27

대통령의 딸

2월 셋째 월요일은 미국 `대통령의 날`이다. 연방공휴일로 정해 하루 쉬면서 역대 대통령들을 기린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존경의 대상이어서 이런 `날`까지 있다. 이념갈등이 있는 우리나라는 한 대통령을 두고 `존경`과 `비난`이 갈리지만 미국인은 대통령을 험담하지 않는다.`대통령의 날`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생일인 2월 22일을 `기준`으로 정해졌는데 그 날이 2월 셋째 월요일이었다. 이날 미국인들은 역대 대통령들의 업적을 이야기하며 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전혀 달랐다. 뉴욕 등 20여 개 주요 도시에서 수천명이 거리로 나와 `비난·반대 시위`를 벌였다. “내 대통령의 날이 아니다” “트럼프는 내 대통령이 아니다” “탄핵하라” 외치며 시위를 했다.뉴욕에서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NO·NON·NEIN·NA·不” 등 `부정`을 뜻하는 각국 언어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Elected but not chosen”이라 적힌 티셔츠도 보였다.“당선은 됐지만 선택되지는 않았다”란 뜻이다. “인류의 이름으로! 파시스트 아메리카 NO! NO! NO!”“미국을 위대하게 만든 것은 증오가 아니라 사랑이다” “지금 바로 탄핵하라”란 구호도 들렸다.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선거기간 내내 아버지 곁을 지키며 `야수와 미녀` 구실을 했던 맏딸 이방카는 자신의 딸 아라벨라를 데리고 춘절(春節·중국 설날)에 주미 중국대사관이 주최하는 기념식에 참석했다. 그리고 아라벨라가 유창한 중국어로 어머니의 축하메시지를 통역했다.이 동영상이 중국 상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나의 중국 원칙`과 `남중국해 강점`을 두고 양국이 갈등 마찰하는 시국에 `맏딸 모녀의 행보`는 절묘한 해독제가 되었다. 70여 개의 중국 업체들이 `IBANKA`란 상표를 등록신청했다.이 유화적 분위기가 `사드 배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무조건 안 돼”가 “시간을 달라”로 바뀌었다. “수양산 그늘이 강동 칠백리 간다”란 옛말이 생각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2-24

동백의 계절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데/들녘에 눈이 내리면/상냥한 얼굴 동백아가씨 꿈속에 웃고 오네/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나 어느 바다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모래뻘에 외로이 외로이 잠든다 해도/또 한번 동백이 필때까지 날 잊지 말아요” 처연한 목소리로 조영남이 부른 이 노래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내가 죽거든 이 노래를 불러달라”며 후배 가수들에게 부탁했다는 그는 `화투그림`때문에 물의를 일으키다가 지금 모든 활동을 중지한 채 `바람 불고 고달픈 세상`을 등지고 죽은 듯이 숨어 살지만 올해도 동백꽃은 다시 피어난다.화신(花信)은 남쪽에서 올라온다. 12월에 피는 노란 밀초색 `랍매`에 뒤이어 홍매가 피고 잇따라 백매가 피면서 동백이 함께 피어난다. 흰동백, 얼룩배기동백, 분홍동백도 있지만 진홍색이 주류를 이루고 겹동백 홋동백이 있지만 산뜻한 홋동백이 조상이다. 소금기 섞인 바람을 좋아해서 해안가에 주로 군집을 이루어 자라고 꽃은 시들기 전에 진다 해서 `귀거래사의 꽃`, 혹은 능소화와 함께 `선비꽃`으로 불리어지기도 한다.좋은 계절 다 놓아두고 한겨울에 핀다 해서 소나무, 대나무, 매화와 함께 `겨울의 친구`에 한 몫 낀다. 다른 꽃들은 다들 벌 나비가 돌아다니며 꽃가루받이를 해주지만 동백은 유일하게 `동박새`가 수분(受粉)을 한다. 부리 긴 새가 꽃속에 머리를 밀어넣고 꿀을 빨면 온 몸에 꽃가루가 묻고 다시 다른 꽃으로 가면 암술에 묻는다. 매화는 진한 향기로 벌 나비를 유인하지만 동백은 꿀을 풍부히 준비하고 강력한 붉은 색으로 작은 새들을 부른다. 김유정의 단편소설 `동백꽃`은 사춘기를 맞은 소녀의 심리를 정밀히 묘파했는데 여기 나오는 동백꽃은 생강나무꽃이다. 강원도 사람들은 `동박새가 찾아오는 꽃`을 동백꽃이라 불렀던 모양이다.기름을 넉넉히 머금은 동백열매는 조선의 여인들과 친했다. 동백기름은 쪽머리 여인들의 머릿기름으로 제격이고, 석유등잔과 달리 동백등잔은 은은한 향기를 품어 대가집 안방마님의 밤벗이었다. 동백향이 누리에 가득하기를…./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2-23

독극물 암살

히틀러 시대를 살았던 화학자 프리츠 하버. 그는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시키는 법을 발견해 농업혁명을 이루었다. 공기 중의 질소로 질소비료를 무진장 만들어냈으니 전쟁 시절에 세계 식량난을 해결한 은인이었고 1918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1차 세계대전을 치렀던 죄로 `독가스의 아버지`란 오명도 얻었다. `질소고정법`은 양날의 칼이었다. 이 방법으로 독가스도 만들었고, 나치는 인류 최초로 전쟁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 독일이 화학무기를 개발하자 영국도 바로 따랐고 두 나라가 만든 독가스는 22가지나 되었다. 화학무기가 등장한 전쟁은 너무 비참했다. 이러다가 인류 전체가 멸망할 수 있겠다는 위기감 속에서 결국 유엔은 “전쟁에서 화학무기 사용을 금지”하는 국제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프리츠 하버의 영광은 묻히고 오명만 남았을 무렵, 그는 조국 독일에서 추방됐다. 히틀러는 유대인인 그를 용납하지 않았다. 아우슈비츠의 독가스실에 집어넣지 않은 것만도 `질소비료 공로`에 대한 `배려`였다. 프리츠 하버 자신이 바로 독가스 자이클론B를 만들었고, 동족 유대인 수백만명을 살해한 공범이었다. 그는 1934년 스위스로 추방됐고 다음해 심장발작을 일으켜 사망했다.독극물은 정적 살해에 빈번히 사용되었다. 불가리아의 반체제 인사 마르코프는 런던 망명 중 버스정류장에 서 있다가 우산 끝에 찔려 사망했다. 뾰족한 우산 끝에 독성물질 리신이 발려 있었다.팔레스타인의 지도자 아라파트와 반체제 인사 리트비덴코는 방사성물질 폴로늄이 든 차를 마시고 고통스럽게 서서히 죽어갔다. 호텔 커피숍에서 옛 동료를 만나 마신 차에 방사성물질이 들어 있었다. 체내에 들어간 폴로늄은 주요 장기와 면역체계를 파괴, 원폭 피해자처럼 흉측한 모습으로 변해간다.김정남은 청산가스 스프레이에 의해 사망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2g이면 숨통이 막힌다. 사린가스는 청산가스보다 독성이 500배 높은데 옴진리교가 도쿄 지하철에 뿌린 것이다. 독극물 암살범을 극형에 처하는 국제법이 제정돼야 하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2-22

드론의 변신

길이 42㎜ 무게 14.8g밖에 안 되는 초소형 드론의 이름은 `꿀벌 드론`이다. 말총으로 만든 붓이 달려 있고 수꽃에서 암꽃으로 오락가락하면서 꽃가루 받이를 한다. 붓에는 끈끈이액이 묻어 있어서 꽃가루가 잘 달라붙는다. 실험에서 드론은 수술을 스치고 지나갔고 곧 다른 꽃으로 가서 암술을 건드렸다. 일본이 개발한 꿀벌드론이다. “세상에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3개월 내에 멸망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말이 농담은 아니었다. 지금 꿀벌, 나비 같은 수정곤충 40%가 멸종위기다. 살충제와 대기오염이 그만큼 심각하다. 농약 없는 농사가 불가능하고, 농작물의 75%가 꽃가루받이를 곤충에 의존한다. 꿀벌드론을 만들지 않을 수 없다.각 나라들이 꿀벌드론 개발에 착수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가 폴란드. 컴퓨터에 입력된 비행경로를 따라 드론이 날아다니며 수정을 하는데 아직은 사람이 일일이 조종을 해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GPS(위성항법장치)를 달고 AI(인공지능)를 이용해서 드론이 스스로 현미경으로 관찰한 후“아, 저 꽃은 꽃가루받이가 안 됐구나” 알아서 수꽃에서 암꽃으로 날아다니며 수정을 하는 `스마트 꿀벌드론`을 곧 만들 것이라 한다.올해 7월부터 두바이에서는 `드론 택시`가 빌딩숲 사이를 날아다니며 사람을 태울 것이라 한다. 공상과학영화가 현실화된다. 이 드론 택시는 중국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항 184` 모델이고 1인용이다. 프로펠러 8개가 달려 있고 시속 160㎞까지 30분간 50㎞를 날아갈 수 있다. 운전사는 없고 승객이 목적지를 입력하면 된다. 그러나 체중이 100㎏ 이상의 승객이 타면 “너무 무거워서 날 수 없습니다” 안내방송을 한다. 중국은 드론 개발에 집중투자를 해왔고 세계 드론시장의 70%를 차지한다.드론택시는 요금이 엄청나서 사장족들의 출퇴근용이나 부유층의 관광용으로 사용될 뿐이고 시도 때도 없이 공항 주변을 나는 드론 때문에 비행기가 뜨지 못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편리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2-21

코미디 수준의 괴담

이재명 성남시장은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에 나와 “(내가 대통령이 되면) 노동부 장관을 제일 먼저 지명하겠다”고 운을 뗀 뒤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에서 폭력집회를 주도하다가 복역중인 한상균 전 민노총 위원장을 사면해서 장관에 발탁하겠다” 했다. 노동자들이 총궐기하면 정부가 정지되고 나라 전체가 마비된다고 협박하면서,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외쳤던 그를 당장 석방해서 노동부 장관 시키겠다는 것이다. “사회주의가 답이다”란 구호 그대로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시장은 가장 정직하고 바른 길을 택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김정남 독살사건`이 터지자 또 괴담이 쏟아져 나온다. “탄핵 국면에서 이렇게 무모하고 불필요한 일을 벌여서 이득을 볼 세력은 오직 하나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그리고 국정원” 이란 글이 인터넷 매체 딴지일보 게시판에 올랐다. “정부가 탄핵국면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김정남을 일부러 살해하고 언론에 흘린 것”이란 글은 주 말레이시아 북한 대사 강철의 말과 엇비슷하다. 그는 `외교적 언사`로 변죽만 울렸으나, 딴지일보는 아주 구체적으로 북풍(北風)이라 했다.인터넷 사이트 `오늘의 유머`에는 “탄핵 심판중인 박 대통령이 탄핵 기각되게 하려고 별 수를 다 쓰다가 안 돼서 북한 김정은에게 사람을 보내 김정남 암살을 청탁한 것”이란 글이 올랐다. “혹시 이번 사태에도 최순실이 개입된 것 아니냐” “박 대통령과 김정일을 잇는 비선이 김정남이었다. 우리 정부가 입막음용으로 그를 암살한 것 같다”란 코미디 수준의 괴담도 지어냈다. 미국에서는 `유머작가`들이 재미 있는 풍자글을 잘 지어내는데 한국의 `음모론자`들은 `괴담` 제조에 특출하다. `김현희의 KAL기 폭파 사건`이나 `천안함 폭침 사건`도 한국 측의 자작극으로 몰아붙였고 `광우병 괴담`은 MB정권을 실의에 빠지게 했다.가짜뉴스·유언비어·괴담은 나라를 병들게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이런 자들을 혹세무민죄로 엄히 다스렸다. 이 법 조항이 왜 지금 사라졌는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2-20

작은 나눔, 큰 울림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의 부자나라`이고, `솔로몬과 시바 여왕`에서 바로 시바의 땅이며, 솔로몬의 자손들이 대를 이어 통치한다. 무엇보다, 6·25때 아프리카대륙에서 유일하게 군대를 보내주어 우리와는 `혈맹의 나라`이다. 이 나라 소년 5명이 육군 27사단 `이기자부대` 장병들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바로 한국전쟁 참전 용사의 후손들이다.이 군부대 교회는 매월 마지막 주일에 초코파이를 주는데 장병들은 먹지 않고 되팔아 돈을 모은다. 이 일을 주도한 이산호(39) 종군목사는 “70년 전 우리를 도와준 분들의 후손들이 어렵다 해서 작은 나눔을 시작했다”면서 지난 5년간 750만원을 보내주었다.매월 1천원씩 기부를 하고, 월급을 쪼개는 장병도 있다. 비록 사병들의 잔돈이지만, 에티오피아에서는 큰돈이고, 정성 가득한 성금이어서 5명의 아이들은 학교에 다닐 수 있다.지난 14일 밸런타인데이에는 직장에 돌던 `의리의 초콜릿`이 사라졌다.하필 그 날이 `안중근 의사 사형집행일`이기도 하지만 `김영란법 때문에` 라는 핑계를 대기 좋아서 안 돌려도 눈치 안 보인다. 대가성이 있느니 없느니, 금액이 기준을 초과하느니 마느니, `란파라치`에 찍혀서 트집을 잡히는 것 자체가 구차스럽다. 그런 말썽의 소지를 만들지 않을 방법은 `아예 안 돌리는 것`이다. 학생과 교사 사이에, 간호사와 환자 사이에 오가던 인정의 교류까지 막힌 것은 서운하지만, “상인들의 교활한 상술에 넘어가지 않는 것은 다행”이다.졸업시즌에는 꽃이 잘 팔리는데 올해부터는 그런 분위기가 많이 사라졌다. 학생들은 꽃다발을 받아도 되지만 교사가 학생들에게 받는 것은 `말썽의 소지`를 만든다. 그래서 화훼농가들의 얼굴에 주름살이 늘었다. 꽃농가를 위해서 관청들은 `1테이블 1플라워` 운동을 벌이고 있다.직원들의 모금으로 꽃을 사서 사무실 책상마다 꽃병을 놓는 것이다. 경북 칠곡군 농업기술센터 등이 동참했다. 화훼농가가 폐업하고 꽃이 사라지면 이 사회는 더 쓸쓸해질 것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2-17

단지회(斷指會)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 얼마 전 안중근 의사는 동지들과 단지회(斷指會)를 결성했다. 당시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하던 북간도는 간첩들의 활동 무대이기도 했다. 독립운동가와 밀정이 뒤섞여 있었고 동지가 돈에 팔려 배신자로 돌변했다.독립운동을 하겠다고 찾아온 청년들 중에서 가짜를 가려내기 위해 김구 선생은 갖은 방법을 다 동원했다. 실로 `아무도 믿을 수 없는 혼미`가 당시의 분위기였다. 단지회를 만든 것도 그 때문이었다. “제 손가락을 스스로 잘라낼 정도의 결기가 있는 자라면 적어도 배신은 하지 않을 것”이고, 또 애국심을 돈독히 하기 위함이었다.안 의사는 몇몇 동지들과 함께 왼손 무명지 한 마디를 잘랐고 혈서를 썼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흔쾌히 바치겠다는 내용이었다.안 의사가 여순감옥에서 사형 집행을 기다리고 있을 때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가 편지를 보냈다. “항소하는 것은 왜놈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 네 수의(壽衣·염할때 입히는 옷)를 지어 보내니 입고 가거라.…. 다음 세상에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돼 이 세상에 나오거라” 대체로 그런 내용이었다. 안 의사는 31세의 나이에 사형이 선고되니, 그 날이 광복 35년 전 2월 14일이었다. 지금의 사람들은 그 날을 `밸런타인 데이`로 정해 초콜릿을 주고 받으며 즐거워할 줄은 알지만 안 의사 사형선고일이란 것을 아는 젊은이는 드물다.더 통탄할 일이 또 있다. 인천 부평경찰서가 “STOP! 테러”란 문구가 적힌 포스트에 `손도장`을 그려 넣었는데, 그 손이 바로 `무명지 한 마디가 잘린` 단지회 회원들의 손이었고 안 의사가 감옥에서 쓴 휘호에 낙관(款) 대신 찍은 그 손바닥이었다. 우리는 안중근 의사(義士)라 부르지만 일제는 “사형을 선고받은`테러리스트`일뿐이다”한다. 그런데 경찰이 테러 예방 포스트에 안 의사의 손도장을 사용했던 것이다. `일본 정부의 의도`를 추종한 것인가. 아니면 무지의 소치인가. 말썽이 일자 경찰은 `실수`였다며 바로 수거했다. 역사 공부를 제대로 안 한 결과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2-16

미·중 간 무슨 흥정?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지난 2일 서울을 방문, “사드 배치 등 한·미 간 안보협력은 더 강화됐다”고 했다. 지난 3일 일본에 간 그는 “명나라가 주변국들을 조공국으로 삼은 것처럼 중국 현 지도부가 군사력과 경제를 무기로 동아시아에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부활시키려 한다”고 했다. 그리고 트럼프 정부는 `부드러운 오바마 정부`와는 전혀 다를 것이며 중국의 남중국해 강점을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그런데 8일 트럼프는 매우 엉뚱한 행보를 보였다. 중국에 연하장을 보낸 것이다. “즐거운 정월대보름을 보내시고, 시 주석과 협력해 미·중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건설적 관계를 발전시키자”는 덕담이었다.시진핑 주석은 트럼프가 당선하자 곧바로 축전을 보내고 축하 전화를 했다. 그러나 지난 3주간 트럼프는 중국을 무시했다. 20여 개국 정상과 `전화정상회담`을 하거나 만났지만 중국에는 답장 한 장 하지 않았다. 미·중은 지난 41년 간`새해인사`를 나눠왔지만 트럼프는 그것조차 생략했다. 그런데 갑자기 생각난 듯 미국이 늦은 답장을 한 것이다.그뿐만 아니었다. 지난 10일 트럼프는 시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겠다”고 했다. 전에는 “중국이 북한 핵에 소극적이고 비협조적인 한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킬 의무가 없다”는 억장 무너지는 소리를 했으며,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10분간이나 통화를 했었다. 그런데 그 사이 양국 간에 무슨 흥정이 있었을까? `미치광이 이론`을 잘 써먹는 장사꾼 트럼프와 노련한 협상가 시진핑 사이에 무슨 밀약이 맺어졌을까?중국은 한국을 `장기판의 졸`로 취급하고, 한 때는 중국이 발간하는 세계지도에 한반도를 지워버리기도 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속국` 취급을 하며 `사드 간섭`과 `보복 행진`을 이어간다. 그러던 중 12일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북·중 간 무슨 밀담이 오고갔을까.국가 안보가 그 어느 때보다 살얼음판 같은 지금 정권쟁탈전은 내란 수준이다. 잠 못 이루는 국민이 많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2-15

북한의 저항 문학

북한 등 사회주의 국가에는 `작가동맹`이란 공조직이 있다. 동맹원이 돼야 문학인 대우를 받고 국가가 월급을 준다. 이 동맹에 들어가기는 엄청 어렵다. 작품의 질은 물론 출신성분, 충성심 등을 심사 받는다. 경쟁률은 거의 살인적이다. 작가에도 `급`이 있어서 1급은 최고 월급을 받는데 우리식으로 말하면 장관급이다. 이들은 모택동의 `문예강화`가 제시한 “문학예술은 정치에 복무해야 한다”란 강령에 따라 작품활동을 한다. 북한에 `반디`란 암호명 같은 필명을 쓰는 시인 겸 소설가가 있다. 그는 평양 인근에 살고 있다는 것, 작가동맹원 중 중량급이라는 것, 반체제 저항 문학인이란 것, 탈북자 편에 원고를 밀반출시켜 자유세계에서 작품집을 내고 있다는 것 등이 알려져 있을뿐 본명·나이·얼굴·가족관계 등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는 시꺼먼 갱지에 연필로 눌러 쓴 작품 원고를 외부세계에 유출시키는데 “북한 내부에도 처절한 싸움을 계속하는 저항 세력이 있다는 사실을 자유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다.“따기꾼(소매치기)의 칼날에 낟알짐 찢긴/녀인의 통곡소리 내 가슴도 찍는/아 신성천역 공산주의 종착역//굳어진 거지 시체 밟고 넘으며/생활전선 대군이 아우성치는/아 신성천역 공산주의 종착역//악사천리 피눈물에 절고 절어서/콩크리트 바닥조차 원한을 품는/아 신성천역 공산주의 종착역” (`신성천역` 전문)“이 도적놈 저 도적놈 그 중에도 왕도적은/배뚱뚱이 김부자놈 천하 제일 명적이라/온 나라의 공장 농촌 한엉치에 깔고 앉아/백주에도 뚝뚝 뜯어 제 맘대로 탕진한다” (`오적타령` 전문)`반디`가 보낸 시 원고가 올 3월 말께 출간될 것이라 한다. 그는 2014년에도 소설 원고를 탈북자 편에 유출시켜 `고발`이란 제목으로 국내에서 출간했으며 20개국에서 번역 출판돼 `북한의 솔제니친`이라 불려지기도 했다. 최근 탈북자들의 작품과 국내 작가들의 단편소설을 모은 창작집이 나왔다. 2015년에 첫 권을 낸 지 두번째다. `지옥에서 보낸 메시지` 같은 내용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2-14

`포켓몬 고` 부작용

포켓몬 고가 직장인들의 생활스타일까지 바꿔놓았다. 점심시간에 추위도 잊은 채 회사 인근 포켓스톱에서 게임 아이템을 구하고 포켓몬을 잡는 직장인들이 늘어났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 인터넷공간에서도 열풍이 이어졌다. 포켓몬을 대신 잡아주는 서비스가 생겼고, 각종 공략법과 포켓몬 출몰지역 정보도 활발히 공유한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찮다. 며칠 사이에 운전 중 게임을 하다가 적발된 사람이 5명이나 되었다. GPS를 조작하는 꼼수 사용자들도 있다. `위치조작 앱`은 스마트폰을 인식하는 위치를 강제로 조정해 직접 이동하지 않고도 원하는 지역에 닿는다. “사람들이 집에서 벗어나 활동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하겠다”고 한 그 취지가 무색해졌다.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지만 시골이나 도심에서 벗어난 지역 사람들은 게임을 이용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오히려 찬성한다. 개발사는 “GPS 조작은 인증되지 않은 앱을 설치하는 것으로 악성코드 감염 등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최근 포켓몬 고 관련 사이버범죄 주의보가 내렸다. 경찰청은 포켓몬 고 관련 앱이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는 사례를 발견했다며 앱 설치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포켓몬 고 열풍을 틈탄 악성코드 유포나 사기, 해킹도 우려된다. 포켓몬을 자동 사냥해주는 `오토봇` 프로그램 파일에서 컴퓨터 내 다른 파일을 삭제하는 악성코드가 발견되기도 했다.포켓몬 고가 문화유산을 훼손하는 부작용도 있고, 위험성 때문에 박물관 직원들의 일거리가 늘어나기도 한다. 국립경주박물관에는 포켓몬이 많이 나타나는 포켓스톱이 12곳, 포켓몬을 이용해 전투를 벌일 수 있는 `체육관`은 2곳이나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박물관을 찾는 것은 좋지만 자칫 사고가 날 위험도 있다. 전시관을 오르내리는 계단도 많고, 야외에는 석조물이 즐비하게 놓여 있어서 게임에 정신이 팔려 걷다가 걸려 넘어지거나 머리를 부딪히기 십상이다. 박물관 측이 주요 지점 마다 안내문을 세우고 순찰도 강화하느라 본연의 업무가 소홀해질까 우려스럽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2-13

힘없는 나라

모토야 도시오(73)는 맨손으로 호텔 413개를 일군 재벌이다. 그가 아베 총리에게 충성심을 좀 보일 필요가 있었던 모양. 자신의 전 호텔 객실에 엉뚱한 책자를 비치했다. “일본은 식민지 개척 시대에 몇 개 식민지를 가졌을 뿐 침략자가 아니다. 중국 난징학살은 거짓이며, 조선 위안부도 강제동원한 증거가 없다. 아베 총리는 장기집권해야 한다”는 내용이다.이 사실이 알려지자 일본에 살고 있는 중국 교포들이 “일본은 좋지만 APA호텔의 모토야는 싫다”란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에 극우 일본인들이 맞불시위를 하고, 경찰이 중간에 끼어 충돌을 막았다.일본 언론들은 중국인들의 시위는 크게 보도하면서 일본 시위대가 “중국으로 돌아가라!” 외치며 욕설을 퍼부은 사실은 일제히 입을 닫았다.일본에 사는 거류민단 대표들이 최근 한국 외무장관과 국회의원들을 만나 하소연을 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독도에 가는 바람에 5, 6년간 고생 많이 했다. 일본 고객들이 우리 가게에 오지 않았다. 근래 관계가 조금씩 좋아지는데 부산 일본총영사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 때문에 또 장사가 안 된다. 제발 부탁이다. 소녀상 좀 옮겨달라”고 했다. “닭의 목을 쳐서 원숭이를 길들인다”는 중국 고사가 있는데 일본은 재일 동포를 압박해서 한국 정부를 길들이려 한다. 중국은 한국에 보복을 해서 사드를 들여오려는 미국을 훈계하고 북한은 남한을 볼모로 미국에 핵위협을 가한다.한국은 이래저래 `닭모가지 신세`다. 한국은 왜 이렇게 `만만한 나라`가 되어서 이리저리 휘둘리나. 작은 나라도 국민이 단결하면 힘이 생기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대선 주자들이 호남에 목을 매는 것은 `결속과 몰표`가 있기 때문이다. 영남은 `등 잘 돌리는 체질` 탓에 `표힘`도 없다. 국론이 4분5열되니 외국들이 멱살을 잡고 흔든다. 한국은 힘 없는 나라가 아닌데 마음이 흩어져서 국력도 분산되니, 남들이 `홍어 뭣`으로 본다.태극기 집회에 맞서서 인공기 집회가 나타날까 걱정될 정도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2-10

미·러 밀월

미국과 소련 외교장관이 만났다. 화해를 위한 회담이었다. 미국 장관이 말했다. “이리 마르신 장관을 보니 소련의 식량 사정이 아주 안 좋은 모양입니다” 마르고 왜소한 소련 대표는 뚱뚱한 미국 대표에게 이렇게 쏘아붙였다. “소련 식량난의 원인이 어디 있는지 이제 알겠군요” 물론 유머 한 토막이지만 냉전시대의 회담이란 흔히 이렇게 말대포만 쏘다가 끝났다. 미국 유머 작가들은 소련 KGB를 열심히 들볶았다. 소련 고고학자들이 미라 한 구를 발굴했는데 정체를 알 수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때 KGB가 와서 미라를 가져가더니 며칠 후 “나이, 성별, 연도를 다 알았다”는 연락이 왔다. “어떻게 알아냈습니까?” “자백을 받아냈다구”그랬었던 미국과 소련인데, 지금 완전 딴판으로 변했다.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했다. IS와 싸워주니 미국의 군사비 절약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MC가 “러시아는 2000년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그를 비판하는 언론인 20여 명이 암살됐고, 국제인권 단체는 푸틴을 그 배후라 본다. 그런데도 존경하느냐” 하자 그는 “미국도 그리 결백한 나라가 아니다. 이라크 전쟁 때 많은 사람을 죽였다. 살인자는 수 없이 많다”며 줄곧 푸틴을 옹호했다.같은 공화당인 매코널 상원의원은 “푸틴은 전직 KGB 정보요원이며 깡패고 제대로 된 선거를 거치지 않고 정권을 잡았다.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이번에는 해킹으로 미국 선거에 개입했다”고 비난했다. 그 외에도 여러 정객들이 그를 나무란다.“역대 어떤 대통령도 자기 나라를 이렇게 난도질하지 않았다” “미국의 정당들은 반대당원이나 기자를 독살하거나 총살한 예가 없다” “트럼프는 미국의 도덕 수준을 러시아 수준으로 끌어내렸다”`이익이 된다면 악마와도 손을 잡는`것이 장삿꾼이라 과거의 원한·악연 같은 것이 문제될 리 없다. 그러니 외교는 `상거래`와 다르다. 위안부, 사드 등 자존심이 걸린 문제에 양보란 바로 굴종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2-09

행정권과 사법권

“자유롭게 숨쉬기 갈망하는/너의 지치고 가난한 이들을 내게 보내다오/…. 집 없고 세파에 시달리는 이들을 내게 보내다오/내 황금의 문 옆으로 등불을 들어 올리리라.” 미국 뉴욕항에 서 있는 `자유의 여신상`에 새겨진 문장이다. 1876년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서 프랑스가 미국에 선물한 작품으로, 이 조각상을 돌아보지 않는 관광객은 없다. 자유와 평화, 그리고 국가간 우호를 상징하는 횃불을 높이 치켜든 미국의 랜드마크이며 세상 온갖 민족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미국임을 상징한다.독일의 유력 주간지 `슈피겔` 최근호 표지 그림이 충격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피가 뚝뚝 떨어지는 `자유의 여신상 머리`를 치켜들고 서 있고 한 손에는 피 묻은 칼이 들려져 있으며 `미국 우선`이란 글도 있는데 자유와 세계평화와 국가간 우호를 트럼프가 `참수`했다는 뜻이다. 쿠바에서 이민 온 한 만화가의 그림으로 “미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 서명은 바로 자유의 여신을 죽인 것”이라 했다.시애틀 연방지방법원 제임스 로버트 판사가 요즘 뉴스의 초점으로 부상한다. 워싱턴 주정부가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자 그는 즉시 “이 행정명령을 미국 전역에서 일시 중단하라”란 결정을 내렸다. 미국에는 그냥 지방법원이 있고 연방법원이 지방에 세운 법원이 있는데 이 지방의 연방법원이 내린 결정의 효력은 전국에 미친다. 따라서 7개 이슬람 국가 국민들은 입국금지가 풀려서 미국행 비행기를 타게 됐다. 트럼프는 뿔이 났다. 트위터에 “일개 판사 주제에 미국의 법집행을 뺏았다. 터무니 없는 판결이며 곧 뒤집힐 것”이라 썼으며 “그 때문에 불량하고 위험한 자들이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올지 모르는 끔찍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3권이 명확히 분립된 나라에서 `행정명령`과 `사법 결정`이 박치기를 하고 있다. 이 힘겨루기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하다. 우리나라도 대통령의 탄핵 여부가 헌법재판소 판사들의 결정에 달려 있으니 남의 일로 보이지 않는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2-08

방위, 무임승차라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의 방위비 무임승차론`을 몇 차례 말했다. 과거“방위는 미국이 맡아주니, 그 돈을 경제 개발에 돌릴 수 있었다” 했었는데, 트럼프는 그 생각만 한다. 당시 한국은 세계 최빈국이었다. 6·25때 모든 산업이 파괴됐으니 국고는 텅텅 비고 이승만 대통령조차 상당 기간 봉급을 받지 못했다. 미국은 극동지역 전진기지를 위해 유엔을 동원했고, 방위비를 부담했다. 한국은 당시 전쟁비용을 댈 형편이 못 됐지만 그 후 경제개발을 성공시키면서 그 `빚`을 갚아왔다. 트럼프는 `안 낸 것`만 알고 `낸 것`은 모른다.한국은 GDP 대비 주한 미군 방위비 부담이 일본이나 독일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한국은 미국 무기를 가장 많이 사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2006년부터 10년간 우리가 사들인 미국산 무기는 총 36조3천600억원 어치나 된다. 세계 최고 액수다. 미국의 무기 수입 1위국이다. 현재도 미국 무기 도입이 진행 중인데 그 규모가 10조원을 넘는다.현재 평택 미군기지 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미국측은 용산기지와 2사단 이전 비용 8조2천억원을 부담하고, 한국은 약 9조원을 내게 된다. 우리의 영토를 미군기지로 내주면서 거기다가 조성비용까지 절반 이상 부담하는 것이다. 평택기지는 최첨단 시설을 완벽히 갖춘 동북아 거점 기지여서 다목적 활용이 가능하다.사드 배치의 경우, 우리는 `부지`만 제공하고 `배치·운영 비용`은 전액 미국이 부담하는 것과 비교하면 평택은 `과도한 출혈`이다. 미군 부대 속의 한국군 `카투사` 운영비도 전액 우리가 내는데 연간 90억원 이상이고 매년 늘어난다.우리나라는 지금 좌파와 우파로 나눠져 있다. `촛불`과 `태극기` 시위 군중이 이를 입증한다. 야당 국회의원들은 두 차례나 중국에 가서 `사드 배치 반대`에 의기투합했고 반미 성향을 나타냈다. 좌파들은 노골적으로 `미군 철수`를 외치고 “사회주의가 답”이라 주장한다. 미국이 극동의 교두보를 생각한다면 `장삿꾼 논리`는 맞지 않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