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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슈즈트리

`슈즈트리`는 서울역 앞 고가도로를 녹색숲으로 재생한 `서울로7017`의 개장을 기념해 서울역 광장에 전시한 설치미술작품이다. 전체 약 100m 길이로 지난달 20일부터 9일간 전시된 후 철거됐다. 세계적인 환경예술가인 황지해 작가가 폐기처리될 3만켤레의 신발로 만들었다. 황 작가는 우리가 새로운 신발이 생기면 정 들었던 헌 신발을 버리는 것처럼 `새로움을 받아들이며 옛것의 멋과 가치를 잊어버리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의문을 표현했다고 한다. 슈즈트리는 설치 직후는 물론 철거된 지금까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우선 폐기직전의 신발 3만켤레를 사용해서 만들어진 작품이다보니 아무리 소독을 했다고 해도 작품을 본 시민들로부터 “악취가 나는 것 같다” “으스스해보인다”는 등의 악평이 많았다. 뼈대와 안전펜스, 그리고 신발과 함께 설치한 LED와 식물들까지 해서 총 1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었다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었다.슈즈트리에 대한 가장 큰 논란은 바로 `예술이냐, 흉물이냐` 여부였다. 주관적으로 보면 지저분하고 악취가 나는 흉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설치미술은 멋지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버린 점에서 현대미술의 혁명가이자 `다다이즘`을 대표하는 프랑스 출신의 작가인 마르셀 뒤샹을 떠올리게 한다. 뒤샹은 1917년 제1회 `앙데팡당`전에 작품명`샘`이란 제목을 붙여 참가비 6달러를 동봉한 채 남자 소변기를 배달시켰다. 당시 전시회 관계자는 “이 작품이 허용된다면 아무거나 다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리며 전시를 거부함으로써 “이것이 예술인가”하는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때 뒤샹은 “예술이란 망막에 의한 것이 아니고, 개념으로 봐야한다”면서 “화가가 오브제를 선택하고, 새로운 명칭을 부여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면 바로 예술이 된다”고 주장했다. 뒤샹의 `샘`이란 작품 역시 소변기의 기능을 제거하고, 전시장으로 옮긴 뒤 `샘`으로 명명했다. 뒤샹은 이 작품으로 기존 예술의 표현과 가치를 부정하고 고정관념을 깨기 시작했다. 새 시대는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때 다가오는가 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6-01

`문화가 있는 날`

미국의 사회정치 전문가인 맥그레이는 2002년 국민문화총생산(Gross Nation Cool)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한 나라의 총체적인 문화 역량이나 영향력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국민총생산(GNP)에서 P(products)를 C로 바꾼 것이다. 그는 이를 계량화된 수치로 표현하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일본의 문화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음을 이같은 방식을 통해 발표했다고 한다.오늘은 문화가 있는 날이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은 2014년 1월부터 `문화의 날`로 지정 운영되고 있다. 아직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문화의 날에 대한 홍보가 더 필요하다. 이 날은 영화관을 비롯 공연장, 박물관, 미술관, 고궁 등 전국의 주요 문화시설이 할인 또는 무료로 제공된다. 국·공립 도서관의 야간 개방이 확대되고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일부 스포츠 경기의 관람료도 할인되기도 한다. 국민이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다양한 문화 혜택을 제공하는 날이라 이해하면 된다. 가족과 함께 문화를 즐기기에 적합한 날이다.그러면 문화(文化)란 우리에게 무엇일까. 지금 우리의 삶에서 문화는 어떤 위치에 와 있는 것일까. 문화가 우리 삶에 주는 영향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이런 생각도 한번 쯤 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다.문화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인류의 삶이 발전하면 할수록 문화는 매우 다양한 의미로 사용돼 왔기 때문이다. 자연 상태의 사물에 인간이 작용을 가하여 변화시키거나 창조된 것이라면 모두 문화가 된다.문화의 날을 맞아 우리가 즐길 문화는 그리 큰 의미의 문화 영역은 아니다. 예술과 문학, 음악 등이 주류가 되는 협의의 문화 개념이다. 정부가 문화적 소양을 키우기 위해 제정한 문화의 날에 참여하는 좀 더 세련되고 교양 있는 시민이 되면 좋겠다.오늘은 조금 일찍 서둘러 퇴근을 하고, 가족과 함께 모처럼 문화를 만끽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 될 것 같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5-31

욜로(YOLO)족

욜로(YOLO)는 `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뜻하는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다.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해 소비하는 태도를 말한다. 미래, 또는 남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욜로족은 내 집 마련, 노후 준비보다 지금 당장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취미생활, 자기계발 등에 돈을 아낌없이 쓴다. 이들의 소비는 단순히 물욕을 채우는 것을 넘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는 과정에 있다는 점에서 충동구매와 구별된다. 예컨대 모아둔 목돈으로 전셋집을 얻는 대신 세계 여행을 떠나거나 취미생활에 한 달 월급 만큼을 소비하는 것 등이 해당된다.이들이 건강과 아름다움, 힐링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전국적인 소비성향도 바뀌고 있다.최근 닐슨코리아가 전국 19~70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인의 소비 생활`에 관해 조사한 결과 한국인은 자신의 수입 대비 평균 67%를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명 중 1명(48.8%)은 자신이 원하는 생활을 하려면 수입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낌없이 현재를 즐기기 위해 저축보다도 스포츠나 패션, 여행, 리빙 등 다양한 소비를 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또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조사한 `국민생활체육 참여실태조사` 내용을 보면 주 1회 이상 운동하는 여성의 비율은 2016년 56.7%에 달한다. 야외활동을 하는 생활체육 인구가 늘어나는데다가 모바일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에 올라온 뷰티와 건강 크리에이터들의 영상을 보면서 따라하는 `혼자 운동족`도 급격히 늘고 있다는 것. 팔로워가 몇만 명에 달하는 이들은 스타가 되어 유행을 선도하고 집에서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운동법과 화장법을 알려주고 있다.그러다 보니 운동할 때 입기 좋은 스포츠웨어 론칭이 줄을 잇고 있고, 패션에서도 편안하면서도 운동할 때도 입을 수 있는 편안한 느낌의 옷차림이 인기다. 이들은 또 삶에 활력과 생기를 북돋워 주는 자유여행에도 관심이 많다. 세태의 변화는 사람도 그냥 두질 않는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5-30

호모 데우스

지난해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패배하자 세계 최고의 바둑 실력자인 중국의 커제는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길지 몰라도 나를 이길 수는 없다”고 장담했다. 그런 커제가 중국 저장(浙江)성 우진에서 열린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3전 전패를 했다.작년 이세돌과의 대결을 지켜본 일반인들은 커제의 패배가 이세돌 때만큼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미리 예견된 듯한 결과를 보는 정도랄까. 커제는 “알파고가 지난해만 해도 사람 같았는데 이제는 `바둑의 신`이 된 것 같다”고 언급했다.인공지능의 발전이 어느 영역까지 뻗칠지 아무도 예측을 못 한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해주고 인간에게 놀라운 선물을 줄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그 대신 인간이 받아야 할 대가가 무엇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사피언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란 신작이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 인공지능(AI)과 인류의 공존을 다룬 주제가 독자들의 마음을 끄는 모양이다. 인공지능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바둑 현장을 보면서 인간은 알파고의 미래 모습에 더 많은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호모 데우스`란 사람을 뜻하는 학명 호모(Homo)와 신(God)을 뜻하는 데우스(Deus)의 합성어다. 그래서 `신이 된 인간`으로 번역을 한다. 이 책에서는 7만년의 역사를 거쳐 마침내 지구를 정복한 인류가 앞으로 무엇을 추구하며 어디로 가야 할지를 두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심리학, 생명과학, 종교 등에 이르기까지 최신 논문을 두루 섭렵한 저자의 박학다식한 지식이 그리는 인류 미래에 대한 설명이라 할 수 있다.인공지능의 확장성을 바라보는 인간의 마음 한쪽에는 항상 인간의 한계를 우려한다. 과연 초능력적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커제의 말처럼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물에 우리가 신이란 이름을 붙여야 할지 고민스러워지는 순간이다. 의식은 없지만, 지능이 매우 높은 `알고리즘`이 우리보다 우리 자신을 더 잘 알게 된다면 다음 사회에서 인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각종 의문이 꼬리를 문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5-29

정치인과 노룩 패스(No look pass)

정치인 노릇하기가 어려워졌다. 정치뿐 아니라 요즘은 식당 운영하기도 쉽지 않다. 좀 괜찮다는 아이템을 개발, 시작하게 되면 금방 옆에서 똑같은 아이템으로 문을 열기 때문이다. 세상이 투명해졌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특정인이 특혜적 상황에서 돈을 번다는 것은 옛말이다. 정말로 열심히 기획하고 겸손히 일 해야만 남다른 성과를 내는 세상이 됐다. 좋은 세상으로 가는 것 같으나 그 만큼 힘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국회의원도 요즘은 갑질을 하다가는 된통 얻어맞기 십상이다.요즘 세상에 갑질이 통하질 않는다. 비록 보좌관이지만 형제 같은 우애로 인간관계를 맺어야만 올바른 지도자가 되는 세상이다.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이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으로 곤욕을 치르는 모양이다. 지난 17일부터 일주일간 일본여행을 마치고 입국하던 날 입국장에서 문제의 사진이 포착됐다. 입국장 문이 열리자마자 무심코 보좌관 쪽으로 밀어냈던 캐리어 전달 장면이 미국발 인터넷 사이트에 뜨면서 일파만파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미국 소셜뉴스사이트인 레딧은 김 의원의 이런 모습을 “한국 정치인의 스웨그(korean politician swag)”란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스웨그란 `거들먹` 정도의 뜻인데, 한국 정치인의 고압적 태도를 비아냥 한 것이다.이 사진은 한국에서도 번지기 시작, 노룩 패스(no look pass)로 불린다고 한다. `노룩 패스`는 주로 농구할 때 사용되는 스포츠 용어로, 수비수를 속이기 위해 자기 선수를 보지 않고 다른 방향을 보면서 패스하는 동작을 말한다.김 의원이 수행원을 보지 않고 한 손으로 캐리어를 밀쳐 내는 모습을 두고 이렇게 제목을 단 것이다.유명세를 타는 정치인일수록 행동거지에 신중해야 한다. 카메라나 CCTV 등 요즘처럼 사생활이 노출되기 쉬운 세상에 무심코 한 내 행동이 나를 압박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공자는 “군자는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더 경계하라” 했다. 군자 노릇하기 힘든 세상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5-26

인사청문회

문재인 정부의 초대총리로 지명된 이낙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24일부터 시작됐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이 임명한 행정부 고위 공직자의 자질과 능력을 국회에서 검증받는 제도다. 우리나라에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것은 지난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되면서부터다. 정부가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면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20일 이내에 국회 본회의 표결에 회부, 처리한다.청문회는 원칙적으로 공개적으로 진행된다. 다만 국가안전보장을 위해 필요한 경우, 사생활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금융 및 상거래 등에 관한 정보가 누설될 우려가 있는 경우,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의 소추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은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보통 13명으로 구성되는 인사청문 특별위원회는 임명동의안이 회부된 날부터 15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치되, 인사청문회의 기간은 3일 이내로 한다.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청문회 결과를 문서로 작성해 본회의에 보고하며, 국회 본회의에서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임명동의안이 통과된다.인사청문회의 대상이 되는 공직후보자 가운데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국회에서 선출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은 국회의 임명동의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조만간 인사청문회를 열게 될 국무위원 및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합동참모의장 등은 국회 인준 절차가 없다. 즉, 국회는 청문회만 열 뿐 임명동의안 표결은 하지 않는다. 헌법상 이들에 대한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또 이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실시한다. 국정원장은 정보위, 검찰총장은 법사위, 국세청장은 재정경제위, 경찰청장은 행정자치위에서 행한다.노자는 “정치가 찰찰(세밀하게 살피는 것)하면 백성이 결결(다칠까봐 조마조마하는 것)하다고 하고, 또 하늘 그물이 크고 커서 성기어도 새지 않는다(天網恢恢疎而不失)”고 했다. 인사청문회가 정치적 공방보다는 오로지 공직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자리로 역할하길 바란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5-25

사라지는 고인돌

유네스코는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문화유산을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해 보호하고 있다. 예컨대 피라미드, 만리장성, 타지마할 등이 이런 경우다. 우리나라에도 불국사, 석굴암 등 여러 문화재가 유네스코에 등재돼 있으며 고인돌도 그 중 하나다.우리나라 고인돌은 제주도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골고루 분포돼 있다. 그중에서 서해안 지역이 가장 밀집돼 있는 곳이라 한다. 고창, 화순, 강화지역 고인돌은 보존상태가 좋다. 밀집도나 형식의 다양성 측면에서 보존가치가 인정된다. 그래서 이 3군데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유네스코에서 이곳의 고인돌은 형성과 발전과정을 규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도 한다.고인돌은 `돌을 고였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청동기 시대의 대표적 무덤 형식이며 유일한 유적이다. 기원전 1천년 무렵을 청동기 시대의 시작으로 본다면 고인돌의 역사는 꽤나 오래됐다. 지석묘(支石墓)로도 불리는 고인돌은 3가지 형식을 보이고 있다. 지상에 4면을 판석으로 막아 묘 실을 설치한 뒤 상석을 올린 형식이 첫 번째다. 이북지방에서 많이 발견돼 북방식이라 한다. 지하에 묘 실을 넣고 그 위에 돌을 괴는 형식으로 중부 이남지역에서 많이 발견돼 남방식이다. 지하에 묘 실을 만들었으나 남방식과는 다르게 돌을 괴지 않는 개석식이 있다. 고인돌의 덮게 돌 무게는 보통 10t 미만이나 큰 것은 20~40t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선사시대에도 이렇게 큰 돌들을 옮겼다고 생각하니 선조들의 유산을 허투루 다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경산지역에 분포돼 있던 고인돌이 행정당국의 무관심으로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경산시 용성면 곡산리 일대의 고인돌은 한 때 31기까지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지금은 4기밖에 전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용성면 말고도 경산지역에서만 100기가 넘는 고인돌이 있었다고 한다. 흔하다고는 하지만 고인돌의 훼손과 분실을 방치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지금이라도 잘 관리 보존한다면 언젠가는 우리지역의 귀한 문화유산으로 가치를 남겨두게 될 것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5-24

유리천장

문재인 대통령이 각료인사에서 `유리천장`을 깼다고 해 화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강경화 유엔사무총장 특보를 외교부장관 후보자로 임명했다. 최초의 여성 외교부 국장을 지냈고, 한국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유엔 고위직을 역임한 강 장관 후보자는 비외무고시 출신이자 비(非)북미라인으로서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외교부장관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다. 가뜩이나 배타적인 조직문화로 유명한 외교부가 큰 충격을 받았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1호 여성 헬기조종사로서 부당전역 소송 끝에 복직을 이뤄낸 피우진 예비역 육군중령을 최초의 여성 보훈처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유리천장`이란 말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제용어에서 비롯됐다. 남성에 못지않은 능력과 자격을 갖추었음에도 조직 내에 관행과 문화처럼 굳어진 여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을 표현한 말로 쓰인 것이다. 그러다가 여성뿐 아니라 소수민족 출신자들의 상황에까지 확대해 사용하게 됐다. 이 용어는 1979년 미국의 경제주간지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여성 승진의 어려움을 다룬 기사에 처음 사용했다. 이를 계기로 1991년 미국 정부는 성차별을 해소하고, 여성들의 사회진출을 제도적으로 독려하기 위해 유리천장위원회(The Federal Glass Ceiling Commission)를 만든 바 있다.문재인 정부의 유리천장 깨기는 조현옥 인사수석 임명에서부터 시작됐다. 조 수석은 한국여성개발연구원과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 등 시민단체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 등을 역임해 `여성정책전문가`로 불리는 인사로 여성의 유리천장을 깨는 인사 디자인을 실현해주길 기대하며 발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경력단절여성(경단녀) 지원의 내실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문재인 정부 치하에서 `유리천장`이 어디까지 깨질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흥미로운 관심사가 될 것 같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5-23

재수(再修)하는 대통령 후보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재수(再修)에 성공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맞붙었던 문 대통령은 4년여 만에 대통령에 당선되는 영예를 안았다. 비록 대통령 도전에 한 번의 쓴맛을 보았으나 그 경험이 재도전에 힘이 된 사례를 입증했다.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준비된 대통령의 이미지가 큰 힘이 됐다는 분석이다.19대 대선에서 패한 주요 정당 후보들의 정치 재개 움직임이 뉴스에 포착되고 있다. 과거 대선에서 패했던 후보들과는 달리 그들의 정치 재개가 신속하게 이뤄져 주목을 받는다. 재수에 성공한 문 대통령을 `벤치마킹`한다는 말도 나온다. 재수 성공을 겨냥한 잰걸음으로 풀이하고 있는 것이다.1992년 대선에서 패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건너갔다. 1년 이상 은둔 생활을 보내고 정계에 복귀하는 수순을 밟았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비슷했다. 1997년 대선에서 패하고 9개월 뒤에 당 총재에 복귀한다. 은퇴나 은둔생활을 했던 과거 후보들과는 달리 이번 대선 패배 후보들은 빠르게 정치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2일 한 달 일정으로 미국으로 출국했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미국에 머물면서도 연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 현안에 대한 그의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신보수주의 이념으로 당을 새롭게 하겠다”는 정치적 포부와 함께 친박 세력에 대해서는 `바퀴벌레`라는 표현을 써가며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란 예상을 깨고 정치일선에 바로 복귀했다. 18일에는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다음 주부터 전국을 돌며 낙선인사도 벌인다고 한다. 바른정당 후보 유승민 의원도 잰걸음이다. 전국 순회와 강연 준비에 바쁘다고 한다. 낙선후보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일각에서는 뉴스 소비속도가 빨라진 정치 분위기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해석한다. 또 보스 중심의 과거 정치와 다른 시대상을 반영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란 말이 대변하듯 정치인의 속셈을 누가 알 것인가./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5-22

인신공양(人身供養)

사적 16호인 경주 월성 유적지에서 제물로 추정되는 인골 2구가 발견돼 화제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월성(月城)에 대한 정밀조사 중 서쪽 성벽의 기초 층에서 제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인골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만약 이것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우리나라에서 인골이 제물로 사용된 사례로는 처음 있는 일이 된다. 다소 충격적 보고로 보인다. 인신공양(人身供養)은 동서양을 떠나 세계 각 민족에서 볼 수 있는 공신(恭神)의 풍속이다. 학계에 따르면 수렵시대, 유목시대, 농경시대까지 존재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문명 발상지에서 그 흔적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토목기술이 완전하지 못한 옛날 시절, 인간은 축성, 제방, 교량공사 등에 사람을 흙속에 넣어 신의 마음을 달랬다고 하니 그들의 간절함을 읽게 하는 대목이다. 전라도 영양군 신학리 소바우 마을에는 마을 앞 둑이 잘 터져 피해가 많았는데, 산 아이를 제물로 삼아 둑을 쌓았더니 둑 터지는 일이 없어졌다고 한다. 이 마을에 전해오는 인주설화(人柱說話)다. 인주 아이의 이름이 소바우여서 마을 이름도 소바우로 전해졌다고 한다. 이런 부류의 이야기는 부지기수다. 심청이가 공양미 300석에 몸을 팔아 인당수에 몸을 던진 것도 같은 인신공희의 일종이다. 눈먼 아버지를 위한 지극한 효성을 교훈으로 했지만 멀리 중국까지 가야하는 그 당시 뱃사람들의 안녕을 비는 제물로 심청이가 사용된 것이다. 신라 성덕대왕신종(일명 에밀레종, 국보 제29호)에 얽힌 전설에도 귀여운 옥동자가 희생물로 바쳐졌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높이 3.4m, 무게 9t의 에밀레종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종이다. 1천200년 전에 만든 금속 종이 이처럼 아름다운 소리를 내려면 기술자들의 고생이야 이루말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당시 장인들의 정성을 인신공양으로 미화한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은 자연에 대한 한계를 스스로 느끼며 산다. 그래서 신의 전지전능함을 믿는지 모른다. 인신공양은 한계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몸부림일까?/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5-19

호모 나이트쿠스(homo nightcus)

`호모 나이트쿠스(homo nightcus)`라는 말이 있다. 잠들지 않는 올빼미, 또는 야행성 인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세계 최장 노동 시간을 자랑하는 한국인들은 밤에도 쉬지 않는다. 심야 시간 즐길 거리를 찾는 사람들을 위해 대형 마트도 자정까지 문을 여는 경우도 많고,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편의점 간판은 밤새 거리에 불을 밝힌다.지난해 유튜브에 올라와 약 170만건의 조회수를 기록중인 `외국인이 한국인에 놀라는 7가지`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보면 우리나라의 찜질방, 음주 문화는 외국인이 신기해하는 대표적인 한국 문화 중 하나다.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다음 날 이른 아침에 출근하는 것은 물론 저렴한 비용으로 넓고 쾌적한 찜질방에서 밤새워 놀 수 있다는 사실은 외국인의 눈에 신기한 풍경일 수 있다.호모나이트쿠스들은 카페, 편의점, 술집, 노래방을 찾아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야시장도 빼놓을 수 없다. 여의도 밤 도깨비 야시장, 반포 한강공원 야시장, 동대문 DDP 앞 야시장은 호모나이트쿠스로 북적이는 인기 장소다. 호모나이트쿠스들이 주로 즐기는 활동은 야식이다. 야간 비행편을 이용해 여행을 떠난 후 현지에서 다시 새벽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는 밤 도깨비 여행도 인기다.이처럼 호모나이트쿠스를 겨냥한 수요가 있으니 편의점·찜질방·헬스장 등 24시간 편의시설이나 야간 교통량이 급속히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인이 심야 시간에 여가를 즐기는 이유는 뭘까. 다른 나라보다 더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고 일하는 한국의 교육·노동 문화 때문이란 분석이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1인 근로시간은 2천11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길다. OECD 평균 근로시간이 1천766시간임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국민은 1년에 347시간 더 일한다. 늦은 시간에 일과가 끝나는 이들은 여가를 즐길 시간이 충분치 않다. 그러니 더 늦게까지 깨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이 외국인의 눈에는 진풍경으로 보인다니 입맛이 씁쓸하기만 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5-18

`셜록 홈스 법`

영국의 추리 소설가 A.C.도일의 작품 속 인물 `셜록 홈스`는 실존 인물은 아니다. 셜록 홈스는 도일의 `주홍빛 연구`라는 작품에 처음 등장하여 장편소설 4편과 단편소설 56편에서 맹활약한다. 천재적인 추리능력으로 사건을 해결해 가는 그의 매력적인 캐릭터에 많은 사람들이 빠져든다. 세계 최초의 명탐정이란 별명을 얻은 그를 대상으로 한 영화와 뮤지컬도 많이 만들어졌다.문재인 대통령의 희귀 공약 중 하나로 사설탐정의 합법화가 눈에 띈다. 이른바 `공인 탐정제`다. 1990년 후반부터 민간조사법을 법제화하자는 의견이 대두됐으나 20여 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야 법제화 여부가 본격 논의돼 주목을 끈다. 작년 9월 `공인 탐정법`은 국회에서 이미 발의가 된 법안이다. 문 대통령의 당선으로 법제화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면 된다.`공인 탐정제`는 민간치안 강화라는 측면에서 찬성 의견이 대체로 많다. 국가기관의 한정된 수사력을 민간차원에서 확대 보완하자는 생각이다. 특히 검경 등 국가기관에 대해서도 절차만 밟으면 내사가 가능해 권력기관 견제 효과도 있다. 그러나 대한변협 등은 민간이 개인정보를 조사하게 되면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있고 이것이 남발되면 중차대한 사회적 위험성을 낳을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반면 민간조사협회는 OECD 국가 중 민간 조사법이 법제화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제도의 법제화에 대한 새 정부의 판단이 어떻게 날지는 장차 지켜볼 일이다.민간 탐정법이 통과되면 대한민국에는 또 하나 새로운 사회 패턴이 만들어진다. 연 1조3천억원의 새로운 시장과 1만5천여 명의 고용 효과도 발생한다. 일본의 경우 연간 250만명이 사설탐정을 이용한다고 하니 한국도 적잖은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탐정업 법제화에 대한 찬성 여론이 72%에 달했다고 한다. 일부 대학은 이와 관련한 강의와 자격증도 수여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설 탐정업도 코앞에 와 있는 느낌이다. 한국판 셜록 홈스의 탄생도 머잖은 일이 될 것 같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5-17

랜섬웨어(Ransomware)

랜섬웨어 감염 피해가 전 세계로 확산 중이란다. 청와대까지 나서서 피해 차단을 위한 철저한 대응조치를 주문했다.`몸값`(Ransom)과 `소프트웨어`(Software)의 합성어인 랜섬웨어는 시스템을 잠그거나 데이터를 암호화해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든 뒤, 이를 인질로 금전을 요구하는 악성 프로그램을 일컫는다.랜섬웨어 역사는 10년이 넘는다. 과거에는 주로 사용자 PC 파일을 암호화하거나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암호를 걸어놓는 식이었다. 그러나 당시엔 공격자가 걸어놓은 암호화 수준이 낮아 쉽게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었다.그러나 비트코인이 등장하고, 강력한 암호화 알고리즘으로 파일을 암호화하고 돈을 요구하는 랜섬웨어 `크립토락커`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랜섬웨어의 일종인 크립토락커는 사용자 PC에 저장돼 있는 문서나 사진 파일을 공개키 암호화 방식인 `RSA-2048`로 암호화한다. 그런 다음 피해자에게 `암호 해독키를 원하면 지정한 기한 안에 돈을 송금하라`고 협박한다. 공격자는 기한 안에 돈을 보내지 않으면 파일을 모두 복구할 수 없도록 만들겠다고 압박한다. 돈 역시 비트코인으로 받는 탓에 범인 추적이 어렵다. 크립토락커가 등장하면서 컴퓨터 암호화 방식이 랜섬웨어의 대세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보다 어려운 알고리즘으로 암호화해서 사용자 데이터를 인질로 삼는 다양한 랜섬웨어가 등장했다.현재 랜섬웨어는 50종이 넘고, 유포 방식도 이메일, 메신저, SNS 등 다양하다. 철저한 예방만이 내 PC와 데이터를 지킬 수 있다.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이 제시한 예방법에 따르면, 통신망 차단 후 컴퓨터를 켜는 게 좋고 중요한 자료와 업무용 파일은 PC와 분리된 저장소에 정기적으로 백업 또는 클라우드 서버에 업로드해둔다. 이메일에 첨부된 파일은 지인이 보냈거나 단순 문서 파일이어도 섣불리 실행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백신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항상 최신 버전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교과서 같은 얘기지만 이걸 지키는 게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5-16

하안거(夏安居)를 보며

스님들의 하안거(夏安居) 정진이 이달 10일부터 전국의 선원별로 일제히 시작됐다. 하안거는 여름철 석달동안 일절 외부 출입을 끊고 오직 수행에만 몰두하는 불교행사다. 이를 겨울철에 하면 동안거(冬安居)가 된다. 안거는 `산스크리트어`의 `바르샤`를 번역한 말인데, 우기(雨期)라는 뜻이다. 본래 인도에서는 비가 오는 우기 3개월 동안 불교 교단에서는 바깥출입을 삼가하고 수행에 몰두했다고 한다. 부처님 시절부터 이어져 온 행사라 한다.안거(安居)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수행자의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옛 날에는 비가 오는 우기 때면 홍수와 강물의 범람이 잦아 행걸하는 수행자가 다치는 일이 잦았다. 그들을 보호한다는 의미가 첫째다. 또 하나는 우기 철에 비를 피해 바깥으로 나오는 벌레 등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불교의 생명존중 사상을 담고 있다.안거는 그 의미를 담은 몇 가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단(夏斷)이라고도 한다. 한적하고 조용한 장소에서 모든 인연을 끊고 참선한다는 뜻이다. 또 좌선 수행의 의미인 하좌(夏坐)로도 번역된다. 안거기간동안 수행자가 경전을 독송한다고 하여 하경(夏經)이라고도 한다. 안거기간동안 바른 행위를 실천하고 나쁜 짓을 않는다는 뜻의 백하(白夏)라는 말로 번역도 한다. 어쨌거나 수행자들의 안거 생활을 알 수 있게 하는 번역 이름들이다.조계종 진제 대종사는 하안거 결제 법어를 통해 “수행은 생노병사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며 “수행자는 반드시 대오각성의 의지와 용맹심을 가져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제 스님들은 치열한 자기 수행에 들어갔다. 3개월간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는 스님들의 수행심에 속인들은 존경과 경의의 마음을 보낸다. 세속과 단절된 상태에서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의문들을 화두로 삼아 씨름하는 모습을 상상할 때 우리도 한번쯤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복잡하고 갈등으로 뒤범벅된 우리 속세의 일상을 `공기 청정기`와 같은 하안거 속에 통째로 넣어 툴툴 털어내면 어떨까 싶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5-15

대통령과 나이

대통령 선거 이야기는 어디를 가든 화제를 뿌린다. 우리나라도 막 끝난 선거 얘기로 전국이 뜨겁게 달고 있다.프랑스에서는 39세의 대통령 당선이 화제다. 1977년생의 에마뉘엘 마크롱은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서 66%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2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의 당선을 두고 프랑스 언론들은 “나폴레옹 이후 가장 젊은 프랑스의 리더가 탄생했다”고 말한다.1804년 나폴레옹이 대관식을 통해 황제직에 올랐을 때 나이가 35세다. 그래서 `마크롱`의 등장을 두고 218년 만의 프랑스 최연소 최고 지도자의 귀환이라고 한다. 마크롱은 최연소 대통령 당선과 함께 25세 연상 부인 이야기로 또 다른 화제를 뿌렸다. 그의 학창시절 담당교사였던 `브리짓 트로뉴`(64)와의 열애와 결혼은 프랑스 사람들에게 이색화제로 회자되고 있다.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의 당선당시 나이는 50대 후반부터 시작한다. 직접선거로 선출된 대통령 중 노태우는 56세, 노무현 57세, 박근혜 61세, 김영삼 66세, 이명박 67세, 김대중 72세 등이다. 한국적 정치 환경과 국민들의 보수 성향 등에 기인한 탓인지 나이가 든 대통령이 많이 나왔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피선거권이 40세부터라 30대 대통령은 나올 수 없다. 그렇다고 40대 대통령이 등장 한 일도 없다.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대통령 선호 나이는 50대 후반이 37%로 가장 많았다. 50대 초반 23%, 60대 초반 22%였다.미국의 경우는 1963년 암살된 존 F. 케네디가 선출 대통령으로서는 43세라는 최연소 기록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는 40대 후반 대통령은 자주 등장한다. 버락 오바마는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시절 47세 때 대통령에 당선된다.우리나라 보다는 진취적 국민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보면 될 것 같다. 대통령이 젊어야 좋을지는 알 수 없다. 대통령의 적정 나이 기준도 없다. 국정을 훌륭히 잘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대통령의 올바른 자질이다.새롭게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능력을 기대해 보자./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5-12

집단지성

`집단지성(集團知性)`이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경쟁을 통해 얻게 된 지식축적의 결과로 얻어진 집단적 능력을 말한다. 집단지능, 협업지성, 공생적지능이라고도 하는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있어 `집단의 지혜`가 `소수 전문가들의 지혜`를 능가한다는 것이 골자다. 대표적인 사례는 위키피디아, 네이버 지식인, 빅 데이터 등이다. 집단지성이란 용어는 1910년대 하버드대학의 곤충학자 윌리엄 모턴 휠러가 처음으로 제시했다. 그는 흰개미들이 공동체로서 협업을 통해 거대한 개미집을 만들어내는 것을 관찰하고, 이를 근거로 개미는 개체로서는 미미하지만 군집하면 높은 지능체계를 형성하고, 서로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개체의 지적수준이나 내용을 뛰어넘는 새로운 형태의 지성이 나타난다고 했다.최근에는 중앙행정기관이 정책연구 용역을 실시할 때도 집단지성을 활용한다. 실제로 행정자치부는 최근 정책연구용역에 집단지성을 활용하고 민관협업 창구부서를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행정 효율과 협업 촉진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기 위해 지난 달 28일부터 6월 7일까지 입법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초대총리로 지명된 이낙연 전라남도지사도 가정의달 첫날인 지난 1일 도청 월례조회에서 집단지성을 강조해 화제다. 이 지사는 “우리 내부에서도 지혜를 모으기 위한 마중물로서 연초에 직원들 간 점심 먹으면서 얘기하는 섞어번개팅을 제안해 추진하고 있다”면서 “평범한 직원들에게서 놀라운 지혜가 나올 수 있으므로 그런 식으로 도청 내부를 발전시켜 나가자”며 집단지성을 강조했다.이같은 집단지성이 가장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것이 바로 선거다. `민심은 천심`이라 했던가. 이 나라를 이끌어나갈 지도자로 누가 좋을지 수많은 유권자들에게 물어보는 선거야 말로 집단지성에 나라의 운명을 맡기는 셈이다. 다만 선거에서 집단지성이 제대로 작동하는데는 국민 개개인의 높은 관심과 참여가 전제되고, 언론·출판의 자유와 함께 활발한 토론문화의 정착이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5-11

“은퇴는 사치”

우리나라 노인들의 고용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반가운 소식일까 아니면 왜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일자리가 있어 좋을 것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생계형 노인 취업이 많다면 반드시 좋은 현상은 아닐 것 같다. OECD 회원국 중 60대 노인 고용률이 가장 높은 아이슬란드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우리의 처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아이슬란드는 65세 이상 노인의 고용률이 38.7%로 OECD 회원국 중 제일 높다. 그러나 70세에 들어서면서 고용률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다. 말하자면 60대까지는 일을 하지만 70대에 들어서서는 일을 하지 않는 노인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가난해서 일해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아이슬란드의 노인 빈곤율은 3%다.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한국의 경우는 어떨까. OECD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노인들의 고용률은 65세 이상일 경우 회원국 중 2위, 75세 이상일 경우 회원국 중 1위로 나타났다. 아이슬란드가 70대 고령에 들면서 일손을 놓는 것과는 대조되는 현상이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49.6%로 비교 대상 국가 중 가장 높다. 한국에서는 노인이 되더라도 일손을 놓을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통계청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55~79세 노인 대상의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61.2%가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중 58%가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라고 하니 우리는 생계형 노인이 아직 다수임을 느끼게 한다. 한국이 세계 10위 경제 대국에 도달했다고 하지만 짧은 복지 역사와 노인복지에 대한 보장이 넉넉지 않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대선에 나선 후보들은 현재 20만원 수준의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대부분 제대로 된 재원 방안을 내놓지 못해 포퓰리즘 공약이라며 믿지 않는 사람이 많다. 일하는 노인이 많은 나라 한국에서 은퇴는 사치일까./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5-10

나는 `히포시`

경북도가 지난 2일 모든 공무원이 참여한 가운데 양성평등을 다짐하는 `히포시`(He For She) 캠페인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히포시`란 유엔여성(UN Women)이 추진하는 양성평등 연대운동을 말한다.경북도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간부공무원이 솔선수범해 모든 정책에 양성평등 의지를 담기로 한 것이다. 경북도는 간부 공무원의 `히포시` 캠페인을 시작으로 도내 대학생과 중고교학생 등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는 우수기관과 우수자를 발굴, 시상도 한다고 한다.`히포시` 캠페인은 원래 유엔 여성권익 총괄 조직인 `유엔여성`이 남성들에게 성 평등 지지자로 나서 달라는 요구를 한 것이 시발이 되었다. 영화 해리포터의 `헤르미온느` 역의 배우 엠마 왓슨이 유엔여성 친선대사다.그녀의 `히포시` 연설 동영상은 1천만명이 다녀갈 만큼 인기를 모았다고 한다.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히포시` 캠페인은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 남성들의 동참을 이끌어냈다.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 뢰프벤 스웨덴 총리 등을 비롯한 세계적 인기 스타들도 동참했다.인구에 비해 세계적으로 `히포시` 캠페인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아이슬란드다. 아이슬란드 남성 20명 중 1명이 `히포시` 캠페인에 참여했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성 평등 국가다운 면모다.우리나라도 자치단체나 직장 등을 통해 이 캠페인 운동을 벌이고 있으나 아직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6년 성별격차 지수를 보면 한국은 조사대상 144개국 중 116위에 머물고 있다. 다소 충격적인 결과다. 고위공직자 수나 국회의원 비율, 유사업무의 성별 임금 등에서 한국여성의 사회적 의사 결정권이 많이 낮아 있음을 의미한다. 경북도의 이번 캠페인은 이런 점에서 더 관심을 끈다.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일회성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전 시·군까지 확대하는 양성평등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한다. 남존여비 사상이 강한 경상도 권역에서 펼치는 이번 운동이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5-08

골든크로스

주가를 기술적으로 분석해 예측하는 지표의 하나인 `골든크로스(golden cross)`가 5월 9일 치러질 대선무대에 등장했다. 주식시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골든크로스는 주가나 거래량의 단기 이동평균선이 중장기 이동평균선을 아래에서 위로 돌파해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단기 골든크로스가 나타났다면 5일 간 주가의 평균가격(5일 이동평균선)이 20일간 주가의 평균가격(20일 이동평균선)을 넘어서는 현상을 말한다. 이것은 최근 5일 간 투자심리가 지난 20일 간 투자심리보다 좋아지면서 주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나타내는 신호다. 증권시장에서 골든크로스는 향후 장세의 상승신호로 해석된다. 정치판에서 `골든크로스`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보수세력 재결집을 상징하는 용어로 등장했다. 홍 후보는 그동안 문재인·안철수 후보에 이어 지지율 3위를 기록해왔지만 줄기차게 안철수 후보를 따라잡는 `골든크로스`를 이루고, 문재인 후보까지 제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홍 후보는 3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남은 일주일을 활용해 5월 7일 골든크로스를 이루고 5월9일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공교로운 것은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는, 깜깜이 대선의 길목에 선 이날 홍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이 소수점 한 자리까지 동률을 이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정말 `골든크로스`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1~2일 전국 유권자 1천16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홍 후보는 지난달 중순보다 8.4% 포인트 오른 18.6%로, 같은 기간 13.7% 포인트 하락한 안 후보와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에 마지막으로 이뤄진 것이다. 홍 후보의 이같은 지지율 상승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독주체제를 견제하려는 보수 표심이 선거운동 막판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홍 후보 측의 분석이다. 정치판의 골든크로스가 어디까지 위세를 뻗칠지 궁금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5-04

아쉬운 `TV토론`

대선 후보 TV토론 정치가 가장 활성화된 나라는 미국이다. 2012년 11월 열린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가 출연한 TV토론은 매회 5천만~6천만명이 시청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에서는 존 F. 케네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등이 TV토론을 통해 대선의 주도권을 잡았다. 미국 이외에도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은 TV토론을 통해 대선 후보를 집중적으로 검증함으로써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준다. 미국 TV토론회는 주로 정책적인 이슈를 두고 이야기가 오가는 반면, 국내 TV토론은 정치 공방으로 흐르는 경향이 강하다. 국내에서는 1997년에 대선 후보자간 합동 TV토론이 처음으로 공식 도입됐다. 그해 12월에 중앙선관위 주최로 세 번의 TV토론이 열렸으며, 평균 시청률이 50%를 넘을 만큼 관심이 집중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될 때도 TV토론에서 선전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2002년에는 노무현·정몽준 후보가 단일 후보 결정을 위해 TV토론을 벌였고, 이회창·노무현 후보간 TV토론에는 처음으로 후보자간 상호 토론 방식이 도입됐다. 지난 2007년 대선 과정에 법정 TV토론은 12월에 세 차례, 언론사나 개별단체 주최 TV토론까지 합하면 약 50차례 열렸지만 이명박 대세론 탓에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이번 대선에서는 TV토론이 후보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동아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TV토론을 보고) 지지후보를 바꿀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37.1%, “바꿀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56.4%로 집계됐다. 유권자 3명 중 1명 이상이 “TV토론을 시청하고 난 뒤 지지후보를 바꿀 의향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5차례의 TV토론에 이어 2일 마지막 6번째 TV토론회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토론이 서로를 깎아내리는 데 치우쳤다는 아쉬움이 크다. 마지막 토론회는 각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나가겠다는 구상으로 평가받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17-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