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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화끈한 정치

오늘날의 세계 정치 상황은 “양반스러운 언어와 품위 있는 정치가 아니라 민중의 말로 민중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정치가가 대권을 잡는 시대”라 말할 수 있다.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이 그러하고 미국의 트럼프 당선자가 그렇다. 두테르테는 `범죄와 전쟁`에 나서 화끈한 모습을 보여주어 높은 지지를 얻어냈고 미국이 인권문제로 시비를 건다 해서 오랜 우방의 정분을 깨고 중국에 붙어버렸다. 트럼프는 실업자가 많은 서민동네를 주로 공략해서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어 몰표를 얻었다.`촛불정국`에서 제일 재미를 본 사람이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네티즌들은 그를 `사이다`라 부른다. 사이버언어에서 사이다는“속 시원하다”란 뜻이다. 그 반대어는 `고구마`인데 텁텁하게 걸려서 시원하게 넘어가지 않는다. 민주당 소속인 문재인·이재명 사이에 요즘 `사이다·고구마 논쟁`이 뜨겁다. 대중의 언어로 대중의 요구를 대변, 사람들에게 속 시원함을 느끼게 해준 것이 `인기 급상승`의 원인이다.위기감을 느낀 문재인 측은 “사이다는 금방 목이 마르다. 그러나 고구마는 배가 든든하다. 나는 든든한 사람”이라 했고, 이재명측 은 “배가 고플 때 갑자기 고구마를 먹으면 체한다. 사이다로 목을 축인 다음 고구마로 배를 채우면 된다” 했다.이 말은 의미심장하다. 먼저 사이다를 마시고 나중에 고구마를 먹자란 말은 “내가 먼저 대통령을 하고, 다음에 당신이 하시오”란 뜻이 행간(行間)에 숨어 있다. `최순실 정국`이 시작되자 이 시장은 고지를 선점했다. 제일 먼저 “박근혜 퇴진과 구속”을 외쳤다. 그의 화끈한 발언이 오늘날 촛불정국의 도화선이 됐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2%에 머물던 그의 지지도는 지금 15.7%로 치솟았고, 반기문 17.3%, 문재인 17.1%에 이어 당당 3위로 올라섰다. 특히 `서울에서` `20대` `화이트칼라층`에서 그는 문 전 대표와 반 유엔 사무총장을 훨씬 앞섰다. 민주당 경선을 앞두고 둘 사이의 육박전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조짐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07

보호무역과 경제보복

그동안 미국의 대외정책은 “키워서 잡아먹기”였다. 우방국들의 경제를 키워주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호주의였다. 경제관료가 중심이 된 대외정책의 결과였다. 그러나 트럼프 집권 후부터 모든 것이 바뀐다. 경제관료가 아니라 장사꾼들이 정책을 세운다. 트럼프 내각의 경제라인이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외치는 인물들로 채워진다. 월가 출신 투자은행가 스티븐 므누신은 재무장관에, 투자전문가 윌버 로스는 상무장관에 지명됐다.므누신은 “법인세를 낮춰 외국에 나간 미국 기업을 불러들이고, 수조 달러가 돌아오게 하겠다. 또 중산층 소득세부터 내리겠다”했다. 그렇게 되면 `코리아 IBM` 같은 미국기업이 `철수`하게 되고 우방국에는 상당한 실업자가 발생한다. 수조 달러의 미국 투자가 사라지면 약소국들은 심한 몸살을 앓게 된다. 트럼프 당선자는 35%인 법인세를 15%로 내리겠다고 했다. 그것은 마치 주한 미군 철수 같은 충격을 줄 것이다.윌버 로스는 “좋은 FTA와 나쁜 FTA가 있다. 나쁜 것을 고치겠다. 무역에도 현명한 무역과 어리석은 무역이 있는데 미국은 지금까지 우둔한 무역만 해왔다. 이를 고쳐야 한다” 했다. 미국이 그동안 약소국들과 맺은 무역협정은 대체로 `우방국 다독이기`였지만 이제부터는 “국물도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주로 멕시코와 한국을 겨냥하고 있다. 로스는 “한·미 FTA는 힐러리 전 국무장관이 추진한 것으로 대표적인 실패정책이다. 그 때문에 9만5천개 일자리가 사라졌다”했다. 그는 또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겨야 한다”고 했으니 양국간 무역전쟁은 불가피하다.대만, 홍콩, 티베트 등 독립을 주장하는 나라들을 중국은 혹독하게 응징하고, 고분고분 말을 잘 듣지 않는 한국 등에는 경제보복으로 길들이기를 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리 뜯기고 저리 터지는 한국은 `꽃제비` 신세인데, 국내정치는 `대통령 몰아내기` 정쟁에 빠져 있다. 나라를 걱정하는 정치인이 안 보인다. 북한 김정은은 “손 안 대고 코 풀겠다”할 것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06

카인의 후예

아담과 이브는 하느님의 허락 없이 선악과를 따먹고 아들 둘을 낳는데, 맏아들 카인은 농사를 짓고, 차남 아벨은 목축을 한다. 하느님이 아벨의 제사만 받자 질투가 난 카인은 동생을 죽여버린다. 하느님은 카인을 낙원에서 내쫓는 벌을 내린다. 인류 최초의 살인자 카인 이야기가 창세기에 적혀 있다. 형제간에 갈등이 잘 일어나는 이유를 카인과 아벨의 관계에서 찾기도 한다. 황순원의 장편소설 `카인의 후예`는 6·25가 휴전에 들어가던 1953년 `문예`지에 연재된다. 북한이 공산 치하에 들어갈 무렵, 토지개혁이 시작되고, 지주의 아들 박훈은 온갖 수난을 겪는다. 어제까지 충실한 마름이었던 도섭 영감은 위원장 `완장`을 차고 박해를 가하고, 친인척들도 등을 돌린다. 그러나 도섭 영감의 딸 오작녀만은 변함 없다. 박훈은 그녀와 손잡고 월남한다. 남북 이념 갈등 속에서 사람들이 점점 `카인`처럼 변해가는 세태를 그린 소설이다.이재만 성남시장은 지지율 2%로 대선 반열에 올랐는데, 최근 박근혜 퇴출 바람을 타고 지지율이 급상승, 문재인 의원에 바싹 따라갔다. 초등학교를 나와 공장을 전전하던 그는 독학으로 중· 고등 과정을 마친후 인권변호사가 되면서 출세가도를 달린다. 그는 `품위 있고 유식한 말` 대신 `노무현식 어법`으로 환심을 사고, 서민들의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는 정책을 편다. 야당들이 `박근혜 탄핵`을 머뭇거리며 주판을 튕길 때 그는 제일 먼저 `하야와 형사처벌`을 주장했다.그러나 그의 형 이재선씨는 `박사모` 성남지부장이다. 그는 동생의 대선 출마를 악착같이 막으면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켓 한쪽에는 욕쟁이, 다른 쪽에는 거짓말쟁이라 쓰고 일인 시위를 벌이고, 공중파 방송에 나가선 그가 내뱉은 욕설을 틀겠다”고 했다. 이재명 시장이 형수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쌍욕을 마구 내뱉은 녹음 테입이 지금 SNS에 나돌고 있는데, 그것을 방송에 내보내겠다는 것이다. 이들 형제는 `가는 길`이 완전히 반대 방향이고, 일찍 인연도 끊었다고 한다. 권력이 무엇인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05

국회의원의 두뇌

각종 사람의 뇌를 진열해 놓고 파는 가게가 있었다. 직업별로 분류한 두뇌였다. 각 두뇌에는 정가표가 붙어 있는데, 그 중 국회의원의 두뇌가 제일 비쌌다. 고객이 물었다. “국회의원의 뇌가 가장 우수한가요?”“그게 아니고요. 하도 사용하지 않아서 거의 신품이거든요” 이 묵은 개그를 새삼스레 꺼내는 이유가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의 머리가 3살 먹은 아이 수준이었다.호남 출신 국회의원들이 “경북 동해안의 SOC예산이 너무 많다”며 시비를 걸어 깎겠다 하더니, 이번에는 전북 출신 국민의당 국회의원들이 `경북 탄소산업 클러스터 사업 예산`에 또 딴죽을 걸었다. 이 사업 과련 예산에서 전북은 3종 22억원, 경북은 9종 115억7천여 만원이 반영됐는데, 얼핏 보면 큰 차이가 나는 듯이 보인다.그래서 야당 국회의원들은 이를 단순 비교해서 “재주는 전북이 넘고 돈은 경북이 챙긴다”고 했다.그러나 이것은 `심한 건망증`을 넘어 거의 치매 수준의 생각이다.전북은 이 탄소사업을 10년전에 시작했고, 이미 1천991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러나 올해 처음 시작한 경북은 당연히 전북보다 많은 예산이 배정될 수밖에 없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어거지를 쓰는 야당 의원들의 머리는 `거의 사용하지 않은 신품`이 아닌가. 2천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쓰고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전북을 봐서, 경북의 사업에도 발목을 거는 것인가. 국회의원들이 앞장 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것인가.`융복합 탄소 성형 부품산업 클러스터`는 구미시와 경북도가 미래산업으로 사활을 걸고 있는데, `신품 두뇌 국회의원들`의 간섭으로 좌초될 위기에 몰렸다. 여당은 서리 맞은 뱀처럼 힘을 못 쓰고, 거대 야당은 살판이 난 현 시국에서 야당 국회의원들이 “죽이겠다”고 마음 먹으면, 못 할 일이 없다.예산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정치권의 부당한 간섭에 흔들릴 수 없다” 버티고, 전북 국회의원들은 자존심을 구길 수 없으니, 결국 이 사업의 운명은 `새우 등 터지기`가 아닌가. 과연 국해(國害)의원들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02

정치교수(polifessor)

교수 중에는 언론이나 정치권력에 관심이 많은 `외도 교수`가 많다. TV에 뻔질나게 얼굴을 내미는 교수를 `탤런트 교수`라 불렀다. 용모가 좀 되고 목소리가 듣기 좋으면 방송국이 고정 멤버로 기용한다. 이들은 대학 강단보다 방송국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또 글솜씨가 좋은 교수들은 신문사 고정필자가 되어서 지면에 이름과 사진이 자주 나온다. 이들은`탤런트 교수`에 포함되지 않고 `오피니언 리더`라 불리운다.학문과 정치권력은 예로부터 `상생관계`였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대학교수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높다. 정치권력은 누구에게나 `곶감`이지만 교수 중에는 유난히 권력지향적인 사람이 있는데 이들은 늘 권력 주변을 맴돌며 기회를 엿본다. 정치권은 교수의 사회적 평판과 이미지를 이용하려 한다.대선 주자들은 다 `교수 영입`에 힘을 쏟는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대선 준비 싱크탱크로 교수·전문가 500여 명을 발기인으로 포섭했고 연말까지 1천명 이상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김부겸, 안철수 등 다른 대선주자들도 맞불을 놓는다. `정치교수 그룹`에 끼지 못하면`무능 교수`가 될 판이다.대학 경영층도 “학자는 학문에 전념하라”하지 않는다. 권력자가 되어서 `힘`을 얻고 대학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이화여대가 그랬다. 권력층의 입맛에 맞추어준 대가로 정부 프로젝트를 싹쓸이할 정도였다. 교수가 청와대 수석 자리에 앉고 장·차관이 되고 정통관료가 30년 이상 해야 갈 수 있는 위치에`메뚜기 점프`로 단숨에 오른다. 그러나 이런 정치교수들이 내내 행복하지는 않다. 정권 바뀌면 추풍낙엽이 되어서 대학으로 돌아온다.그러나 대학이라는 `고향`이 마냥 편한 것은 아니다. 청와대 교문수석이던 김상률 숙대 영문과 교수는 학생들로부터 `사퇴 권유`를 받았다. 김종덕 문체부 전 장관도 홍익대 학생들로부터 배척당하고 한양대 교수였던 김종 문체부 전 차관은 지금 구속돼 있다. 학생들은 외친다.“철새 정치교수는 돌아올 둥지가 없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2-01

역설(逆說)

알렉산더 대왕이 군대를 이끌고 원정을 나갈 때였다. 한 멍청한 사람이 앞을 가로막고 대왕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십니까?” “전쟁하러 간다” “왜 전쟁을 하십니까?” “평화를 얻기 위함이다” 그렇게 대답하고 대왕은 행군을 계속했다. 바보는 연방 머리를 갸우뚱거리다가 혼자 중얼거렸다. “그 참 이상하네. 평화를 얻는다면서 전쟁을 하다니” 누군가가 지어낸 이야기겠지만, 정복왕의 머리는 바보보다 못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풍자했다.독일의 전신인 프로이센제국에 유명한 대왕이 있었다. 바로 프리드리히 대왕이다. 그는 고고학자였고, 정치에는 뜻이 없었으나, 부왕이 일찍 죽고 형조차 요절하자 등 떠밀려 왕이 되었다. 어느날 대왕은 교도소를 순시했다. 감방을 순회하자 죄수들이 몰려와서 억울함을 하소연했다. “남이 지은 죄를 내가 뒤집어썼습니다” “가벼운 죄를 지었는데 무거운 형벌을 받았습니다” 모든 죄수들이 그렇게 하소연하는데, 한 죄수만은 머리를 숙이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대왕은 그에게 물었다. “너는 억울한 점이 없느냐?” “예, 저는 죄인입니다. 너무 배가 고파 남의 감자 두 개를 훔쳐 먹었습니다. 저는 벌을 받아 마땅합니다” 이 말을 들은 대왕은 교도소장을 보고 버럭 화를 냈다. “소장은 도대체 뭣하는 인간이냐. 저런 나쁜 놈을 교도소에 가두어두다니, 다른 무고한 사람들이 물들지 않느냐. 당장 저 죄인을 이 감방에서 쫓아내지 못하겠느냐!” 그 죄수는 그날 교도소에서 석방됐다.고령군 의회 의원 7명과 의회사무국 공무원 9명이 전북 부안군 한 리조트에서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선진의회 구현을 위한 연수를 받는 것은 좋은데, 연수를 마친 후 주관사로부터 멸치세트를 선물받은 것이 문제가 됐다. 합법성 여부에 대해 법리를 따져봐야 할 일이고, 불법성 여부를 떠나 `연수 잘받고 선물까지 받은 것`이 도덕적으로 합당하냐는 것이다. 김영란법 강의를 듣고 김영란법에 문제될 일을 한 것도 역설적이다. 교육을 받은 효과가 전혀 없었다는 이야기 아닌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1-30

트럼프의 화해

NYT(뉴욕타임스)는 대선 기간 내내 트럼프를 맹렬히 비난했다. 그의 여성 편력·세금 탈루 의혹, 고립주의 경제정책, 반 이민정책, 막말 등을 꼬집었다. 트럼프는 이에 맞서 “망해가는 신문”이라며 “반드시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했다. 그는 당선 후 미국 5대 방송사 간부들을 불러 점심을 대접하면서도 “언론은 전부 거짓말쟁이다.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지”했다. 다음날 그는 NYT를 찾아갔다. 당선인 자격으로 한바탕 설전이 벌어질 조짐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달랐다. “불행하게도 나는 NYT를 매일 봅니다. 안 봤으면 20년을 더 살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이런 농담으로 그는 말문을 열었고 “이 신문은 세계의 보석입니다”란 말도 했다. `망해가는 신문`이란 말은 입 근처에도 얼씬하지 않았다. 그리고 힐러리의 낙선에 결정적 한 방이 됐던 `이메일 스캔들`을 두고도 “그녀를 재수사하고 기소하는 것은 사회를 분열시키는 일”이라며 “덮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트럼프의 화해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후보 경선때 맹렬히 그를 비난했던 밋 롬니를 국무장관(국제정치 담당)으로 적극 검토 중이고, 대선 때는 여성비하 발언을 했지만 그를 반대했던 여성 2명을 장관이나 대사로 내정했으며 평소 유색인종을 차별하는 자세를 보였지만 흑인을 장관 후보로 유력하게 검토중이다.니키 해일리(44)는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 지명됐다. 그녀는 인도계 갈색인종이고 대선때 “트럼프는 주지사들이 원치 않는 모든 것을 가진 대선후보”라고 비난했었다. `트럼프가 원치 않는 모든 것`을 가진 그녀를 중용한 것. 그는 또 벳시 디보스(58)를 교육부 장관에 지명했다. 그녀 또한 트럼프에 반기를 들었었다. 흑인이고 신경외과 전문의이며 정치평론가인 벤 카슨은 주택도시개발장관으로 검토중이다. 그는 “트럼프는 말과 행동이 예측 불가능한 인물”이라면서, 북한의 김씨 일가를 연상시키는 발언을 했던 인물. 역대 미국 지도자들의 화해 행보를 우리는 언제까지 부럽게 바라봐야 하나./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1-29

추 대표의 자질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말실수·막말이 잦다. “박 대통령이 피부미용을 위해 2천억원 이상을 썼다”고 했는데, 청와대는 “2년간 2천만원을 썼다”고 반박했다. 추 대표는 또 “대통령이 국민을 조롱하면서 장기 공성전에 들어갔는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청와대에 식수를 끊겠다고 할지 모르겠다”고 하자,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대통령을 말려죽이겠다는 말이냐. 치졸하고 잔인한 정치보복을 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탄핵 합류`를 선언하자, 추 대표는 “부역자 집단의 당 대표를 지낸 분이 탄핵에 앞장서겠다고 한다. 탄핵표를 구걸하지 않겠다. 새누리당 해체 선언이 먼저 있어야 한다”며 도우러 오는 `손님`에게 구정물을 퍼부었다. `부역자`란 6·25때 피난을 가지 않고 서울에 남아 인민군에 협조한 사람을 지칭한다. `부역을 하러` 온 사람을 걷어찬 것인데 야당 돌격대·행동대원 기질을 그대로 드러냈다.지난 14일에는 `박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의했다가 청와대가 이를 수용하자 태도가 돌변했다. 국회가 책임총리를 선발하겠다 해서 청와대가 “그래라” 하니, 야당이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거절하는 태도와 같다. 청와대가`거절`을 해야 싸울 거리가 생길텐데, `수용`해버리니 김이 샌 것인지. 지금 지지율 1위로 제1당이 된 민주당이 품위를 못 지키고 과거의 `싸움닭` 기질을 그대로 지녔다는 비난을 듣는다. “말은 인격인데, 민주당에 인물이 그리 없었나”는 소리가 나온다.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답답했던지 “정제된 발언이 아니라 굉장히 유감스럽다. 지금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수하지 않아야 한다. 잘못하면 바가지 쓴다”면서 “국가와 국민은 생각하지 않고 정권 잡는데만 집중하면 되느냐”고 했다. 또 그는 “추미애가 당 대표 됐을 때, 실수할 거다, 똥볼 많이 찰거라 했는데, 내가 점쟁이 됐다”고 했다.정치 제대로 하려면 속에 능구렁이가 수십 마리 들어 있어야 하는데, 추 대표는 아직 `초보`란 뜻이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1-28

`암호명 29`

보수는 부패로,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지만 요즘 정당들을 보면 여당은 분열 중이고 야당은 공조(共助)가 어렵다. 여당의 비박 7명이 탈당했고 유력 대권주자였던 김무성 전 대표는 “대선에 나가지 않겠다” 선언하고, 대통령 탄핵 대열에 합류했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많이 애를 썼던 그는 대통령의 뜻에 맞서며 `치고 빠지기`로 각을 세우다가 결국 `갈 길`을 갔다.야당들은 “탄핵이 먼저다” “총리 인선이 먼저다” 의견 대립을 보이다가 국민의당이 `탄핵 우선`쪽으로 돌아섰다.그러나 이 공조는 그리 견고해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당은 `문재인 비판`을 그치지 않는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지금 대통령은 문재인”이라 비꼬면서 “그는 김대중 정부 말기의 이회창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한다. 당시 `이회창 대통령 당선`은 거의 대세였지만 자녀 병역특혜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 폭로` 한 방에 훅 가버렸다.민주당도 반격에 나선다. 금태섭 대변인은 “새누리당에서 나오는 근거 없는 이야기까지 동원해서 우리당을 흠집내는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밝히기 바란다” 따지고 “이런 일은 야권 공조를 흔드는 심각한 분열 행위”라고 비난했다.국민의당은 “탄핵하더라도 황교안 총리를 그대로 둔다면 결국 박근혜 정권의 연속이기 때문에 총리를 먼저 선임하자” 주장하다가 입장을 바꿨다.그러나 두 야당이 각각 대선 주자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정국으로 들어서면 곧 바로 `멱살잡이`를 할 것이다.탄핵은 양날의 칼이다. 200명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야당의원 171명에 여당의 29명을 보태야 가결이 될텐데, 실패하면 과거 `노무현 탄핵 실패` 꼴이 되어서 야당이 망한다. 이 트라우마 때문에 야당들이 탄핵을 주저했었는데 대통령 지지율이 5%에 계속 머물러 있고 촛불 민심에 고무되어서 자신감을 얻은 모양이다. 그러나 박근혜가 밉다 해서 야당이 곱게 보인다는 것은 아니다.`암호명 29`는 야당으로서는 도박이다. 탄핵이 가결된다 하더라도 헌법재판소라는 고비가 또 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1-25

중국의 문화보복

중국은 `인류의 스승`을 엄청 많이 가진 나라다. 듬직한 덩치를 보면 의젓한 `세계의 맏형`노릇을 할만 한데 지금 허우대 값도 못하는`뚱보 미성년자`로, 아이들 골목대장 놀이에 끼어서 힘자랑이나 한다. 모택동의 문화대혁명과 대약진운동의 후유증인데 그 후예들이 모의 유산을 그대로 물려받아 공산독재체제의 단맛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중국이 최근 한한령(韓限令)을 내렸다. “한류에 한계를 두라”는 명령이다. 광전(廣電)총국 고위관리가 지방정부 수장들과 방송국 관리자들을 불러 놓고 구두지시를 내렸다. “한국 연예인들을 광고 모델로 쓰지 말고, 한국 아이돌들의 콘서트도 그만두라” 지시했다는 것. 그래서 10월부터 송중기의 중국 휴대폰 광고가 사라졌고, 콘서트 초청을 받은 그룹이 하나도 없다. 중국에는 `민간`이란 것이 사실상 없고 관영 아니면 관변 뿐이니 관리의 말 한 마디가 바로 법이다.물어 보나 마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이다. 중국은 그동안 한국에 통큰 문화투자를 했다. 그렇게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잔뜩 높여 놓고 나서 그것을 무기로 한국을 멋대로 조종하는 것이다. `허우대값도 못 하는 중국`이란 욕을 먹는 이유다. 우리가 방어무기를 배치하든 말든 그것은 우리의 주권행사인데 자기들의 국방에 해가 될까 싶어 하라 하지 말라 간섭을 한다. 모택동이 집권하자 마자 티베트를 침공해서 집어 삼키고,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는 나라에는 꼭 보복을 하는 그런 `속 좁은 대국`이다.그러나 남중국해 주변의 작은 나라들이 단결하고 있다. 베트남 라오스 태국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또 독립을 원하는 홍콩과 대만 등이 중국에 맞선다. 중국이 한국에 보내는 관광객 수를 줄이자, 이들 약소국들이 한국에 보내는 관광객을 30%에서 50%까지 늘렸다.기죽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도 중국에 보복할 수단이 얼마든지 있다. 농산물 수입을 줄이고, 중국이 벌에 쏘인듯이 펄쩍 뛰는`달라이 라마 초청`을 시도하는 것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1-24

염량세태(炎凉世態)

사마천의 사기(史記) 열전 중 `맹상군`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맹상군이 세도를 누릴때는 찾는 사람이 문전에 가득하더니, 낙마하자 문앞에 찬바람이 불었다. 식객들도 모두가 떠났지만 `풍환` 한 사람만은 남아서 맹상군의 말벗이 돼주었다. 그러다가 그가 다시 권세를 잡자 사람이 모여들었다. 맹상군이 이들을 내쫓으려 하자 풍환이 말렸다.“저잣거리에 나가보십시오. 아침에는 사람이 북적이다가 저녁이 되면 한적해집니다. 사람들이 아침을 좋아하고 저녁을 싫어해서가 아닙니다. 아침에는 살 물건이 많고 저녁에는 적어지기 때문입니다. 금방 덥다가 금방 추워지는 변덕스러운 세태란, 사람의 심사가 본래 그렇기 때문입니다. 찾아오는 사람들을 막지 마십시오”수당 이남규 선생은 아들 손자까지 3대가 독립운동에 나섰고, 가솔과 노비까지 죽임을 당했다. 선생은 염량세태를 이렇게 읊었다. “세상 온갖 군상들을 바라보니/흙먼지 길에 자욱하구나/저렇게 애쓰는 자들이 어려서부터 늙을때까지/젖은 곳 버리고 마른 곳 찾는구나/고기냄새에 모여드는 개미떼처럼/마름풀을 쪼는 물오리처럼.” 사람뿐 아니라 온갖 미물들도 이익을 찾아 먼지 자욱하게 뛰고 몸부림치는 것은 다 타고난 습성이란 탄식이다.새누리당 비박계를 중심으로 탈당 움직임이 일어나고 심지어 `박근혜 탈당`을 외치고 “친박은 책임 지고 당을 떠나라. 지도부 사퇴하라” 한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줄줄이 탈당할 생각이라 분당 조짐이 뚜렷이 보인다. `새누리당의 풍환`인 이정현 대표는 “대통령이 사리사욕 있는 분은 아니라는 신뢰를 가지고 있다”면서 “3선 이상 의원 가운데 박 대통령께 정치적으로 신세 지지 않은 사람은 없는데, 필요할 때는 업어달라 애원하고, 어려운 처지에 놓이자 등을 발로 차는 사람들이 많다”고 탄식했다.야당들은 마치 정복자처럼 기세등등하지만 공감은 크지 않다. “지금은 최순실이 한 사람이지만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여러 명의 최순실이 있을 것”이란 우려 섞인 비아냥도 들린다. 염량세태에 부평초같이 떠도는 인심을 어쩌랴./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1-23

가짜 기사(記事)

지난 14일자 페이스북에 `아메리칸뉴스`란 이름으로 기사 하나가 올라왔다. `유명 배우 덴젤 워싱턴(62)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을 찬양하다`란 제목으로 “트럼프는 사람을 많이 고용하고 일자리를 많이 창출했다. 그의 확고한 신념이 진보 성향의 할리우드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고 썼다. 이 기사는 페이스북에서 이틀간 2만2천번 이상 공유됐는데 사실 `아메리칸뉴스`란 언론사도 없고 가짜 기자가 쓴 허위낭설이었다. 미국 대선 3일 전인 5일에는 `덴버 가디언`이란 이름의 언론사가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을 수사한 FBI 요원이 살해됐다”란 기사를 페이스북에 유포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지지 입장을 밝혔다”는 가짜 기사도 등장했다.가짜란 것이 금방 드러나는 기사지만 긴가민가한 기사가 더 많다. 대선 당일인 8일 구글 검색엔진에서는 “트럼프가 총득표수에서 클린턴을 앞질렀다”는 뉴스가 최상위 순번으로 검색됐다. 이 기사는 “트럼프가 총득표수에서도 앞섰고 선거인단 수에서는 306대 232로 크게 승리했다”라 썼지만 실제 총 득표수에서는 클린턴이 앞섰고 선거인단 수에서 트럼프가 이겼다.가짜 기사를 전문으로 쓰는 기자가 익명 뒤에 숨지 않고 당당히 얼굴을 내밀고 큰소리 치는 곳이 미국이다. 폴 호너(38)는 가짜 기사로 유명한 사람인데“트럼프는 내 덕에 당선됐다”며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까지 했다. 트럼프 운동원들이 열심히 자기의 가짜 기사를 퍼 나르는데 접속자 수가 많으면 광고가 붙게 마련이고 그 광고료 수입이 월 1만 달러 이상이니 가짜 기자도 하나의 `직업`이다. 호너는 대선 기간 중 “반(反)트럼프 시위대가 3천500달러를 받고 시위를 벌였다”란 가짜 기사를 썼는데도 그는 고발당하지 않았다. 이를 처벌할 법규가 마땅히 없다.오바마 대통령도 큰 걱정을 한다. “우리는 매우 잘 포장된 거짓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이를 규제할 법 제정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했다. 이런 일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1-22

딸 덕(德)·딸 화(禍)

미 대통령 당선자 트럼프는 “딸 덕을 크게 본 행운아”였다. 선거운동 당시 신문 방송 편집자들은 그의 `험한 얼굴 사진`을 주로 내보냈다. `야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함이었다. 이 험한 인상을 중화시키는 작용을 한 사람이 바로 그의 딸 이방카였다. 그녀는 항상 아버지 옆에 바싹 붙어 다니면서 `미녀와 야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트럼프의 첫 부인은 모델 출신의 이바나였고, 딸도 어머니를 닮아 뛰어난 미모를 갖췄으니, 아버지의 야수 이미지를 잘 희석시켰다. 아버지가 여성 비하·인종차별적 발언을 하자, 딸은 “아버지 회사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고,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있다”는 찬조연설로 완화시켰다.이방카의 남편 쿠슈너도 일등공신이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혈맹인데 트럼프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에서 중립을 지키겠다”하자 유대계들이 화를 냈다. 이를 무마시킨 사람이 바로 사위 쿠슈너였다. 그는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살아 남은 유대인의 손자였다. 그는 유대계 지도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해명했다. 또 그는 연설문을 작성했고, 온라인 선거자금을 모으기도 했다. 그래서 당선인은 사위를 백악관에 데리고 들어갈 작정이다.이렇게 딸·사위의 덕을 크게 본 사람도 있지만 딸 때문에 패가망신 인생을 망친 사람도 있다. 바로 최순실이다. 딸 사랑이 지나쳤던 것이 화근이다. 재벌이나 하는 `승마`를 가르친 것부터 잘못이었고, 그것도 올림픽 출전 선수로 키우려 한 것이 과욕이었다. 천문학적 액수의 돈이 들어가는 일인데 그 돈을 변통하려면 권력을 이용해서 기업들의 돈을 뜯어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곤경은 그녀를 말리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최태민·최순실 멘토`에 대한 보상심리도 작용했을 것이다.고교 졸업도 취소되고, 대학 졸업장도 사라지고, 후원금도 끊어지고, `최순실법`이 만들어져서 재산까지 몰수되면, 모든 것이 일장춘몽이다. 그러나 `과욕은 재앙`이라는 교훈은 남겼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1-21

역사교육의 정상화

역사교과서 편찬을 국가가 주관해야 한다는 논의는 MB정부에서 시작됐다. 민간 출판사들이 여러 종의 교과서를 만드니 상당수가 좌편향되거나 왜곡됐다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러던 중`교학사 교과서 사건`이 발생했다. 좌파적 시각에서 벗어난 교과서라는 이유로 집중공격의 표적이 됐다. 이 책을 채택한 학교들을 향한 협박이 빗발쳤다. 그것은 매우 집요했고, 마침내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는 학교가 없어졌다. 역사교과서는 좌파들의 독점물이 돼버렸다. “이게 북한 교과서인가, 남한 교과서인가”란 비판이 일어났다.“역사교과서에는 국민의 혼과 자긍심이 담겨야 한다. 이념적으로 분단된 국가에서, 교과서의 다양성이란 명목의 검인정은 좌파에 역사를 넘겨주는 일이다. 역사교육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해서 박근혜정부는 국정화(國定化)를 결정했다. 그것은 매우 용기 있는 결정이었지만, 힘겨운 도전이었다. 좌파 중심의 재야 역사학계의 반발은 거의 사생결단이었다. 박근혜정부는 이로써 또 하나의 적을 만들었다. 무릇 `개혁`과 `정상화` 과정에는 늘 `적`이 만들어진다.`최순실 사태`가 터지자`최순실 교과서`란 말이 좌파쪽에서 나왔다. 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 수석의 인척을 두고 그런 억측을 한 것인데, 무슨 일이든지 최순실만 갖다 붙이면 다 `악`이 되는 분위기를 탔다. 그러나 김 전 교문수석은 “북핵은 약소국이 추구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일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오히려 “좌파가 심어놓은 트로이 목마가 아닌가” 라는 의심까지 샀다.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 하지만, 박근혜정부가 최악의 궁지에 몰려 있는 정국에서 그 국정화는 실로 풍전등화의 운명이다. 이달 28일 경에 내용이 공개되면 좌파의 공세는 더 극렬하고 전투적일 것이기 때문이다.역사교과서는 국민의 자긍심과 애국심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깨어지고 금이 간 그릇은 소용이 없다. 남남 갈등을 부추기거나 조국을 비하하는 내용이 담긴다면 그것은`적화통일용 교과서`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1-18

나쁜 선지자들

명성황후 민비는 한미한 집안 출신으로 가방끈도 짧았다. 얌전한 규수로 자라 현모양처나 될 그녀를 `남정식``진령군`같은 점바치들이 버려놓았다. 민중전은 평소 남정식을 곁에 두고 고종의 건강이나 등용할 신하의 운세 등을 물었다. 1882년 임오년에 군란이 터졌다. 군인들에게 줄 곡식에 물을 타 무게를 늘이고 모래를 섞어 부피를 불렸던 것이다. 당시 실세였던 민비 친정붙이들이 공격 대상이 됐다. 민비는 충청도 충주로 피난을 갔고 거기서 무당 `진령군`을 만난다. 진령군은 끊임 없이 민비를 부추겨`정치가`로 만들어간다. 당시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각축은 치열했다. 미국 러시아 일본 프랑스 독일 등이 밀려오고, 대원군은 “우리가 지금 개방하면, 한 방에 훅 간다”면서 쇄국을 했고 민비는 정치 일선에 나가 개방을 주도한다.`얌전한 내조자`가 `국제정치의 핵심`이 돼 시아버지 대원군과 맞선다. 진령군이 `비선실세`였다. 이 무당은 수시로 궁궐을 드나들었고 민비는 그를 완전히 신뢰하고 의존했다. 민비는 심지어 이 무당의 말을 듣고 친정 부친의 묘소를 5번이나 이장했다. 그러나 민중전은 5번째 이장한 이듬해 일본 낭인들의 칼날에 목숨을 잃고 시신이 `입에 못 담을 능욕`을 당한다.고려 공민왕은 승려 신돈을 개혁정치에 이용하고 버린다. 무릇 개혁이란` 기득권 세력 척결`에 초점이 맞춰지고, 그래서 신돈은 갖은 비난의 대상이 된다. 그는 개혁 6년만에 참살을 당하고 `요승 신돈`이란 이름이 역사책에 기록된다. 심지어 “공민왕의 아들이냐, 신돈의 아들이냐”란 의혹까지 제기한다. 당시 주자학을 배운 신진 사대부들이 불교를 공격해 궁지로 몰아넣는 빌미를 제공한 것이 신돈이었다. 결국 불교 국가 고려는 유교 국가 조선으로 역성혁명을 하게 된다.최태민·최순실 일가는 불교의 연기설에 의하면, 신돈이나 진령군의 환생이라 할 수 있겠다. 박근혜정부의 `비정상의 정상화`란 개혁정치는 많은 적(敵)을 만들었다. 역사가 지금의 이 사태를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1-17

막판 뒤집기

미국 영화 `더록`은 `후버 파일`을 둘러싼 이야기다. 후버는 무려 48년간이나 FBI 국장을 했다. 1972년 심장마비로 숨질 때까지 그 자리를 지킨 것은 역대 대통령들의 약점을 다 쥐고 있었기 때문. 어느 대통령도 그를 해임하지 못했고 심지어 케네디가 의문의 암살을 당한 후 자리를 승계한 존슨 대통령은 70세인 그를 `종신 FBI국장`에 임명했다.`더록`의 마지막 대사가 “누가 케네디를 죽였는지 알어?”였다. `후버 파일`에는 당시 유명 인사들의 치명적 약점들이 다 들어 있다는 소문이 났었고 모든 정보기관들이 그 필름을 찾으려고 혈안이 됐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고 영화의 소재나 될 뿐이다. 다만 “약점 없는 대통령은 없다”는 것만 밝혀졌다.현 FBI 제임스 코미 국장은 미 대선을 11일 남겨둔 시점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주고받은 새 개인 이메일을 발견, 재수사할 방침”이라는 서한을 의회에 보냈다. 그것은 클린턴 후보에게는 치명상이었다. 그녀는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 계정을 만들어 국가 기밀이 담긴 이메일을 주고받았다는 혐의를 받았는데 FBI는 지난 7월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 그것을 다시 꺼내어서 “새 개인 이메일 발견, 재수사 방침”이라 했다가 선거 2일 전에`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클린턴을 두 번 죽이는 악재 중의 악재였다.당시 클린턴 후보는 3번의 TV토론에서 승기를 잡았고 음담패설 동영상까지 나와 패색이 짙은 트럼프 후보는 거의 포기상태, 측근들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클린턴 당선`이 눈앞에 온듯했다. 이 시점에서 `막판 뒤집기`를 FBI가 시도했고 그것은 제대로 먹혀들었다.`재수사 방침`이 나오자 클린턴 인기는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이메일 스캔들`과 `클린턴재단의 비리`는 한 묶음이 되어서 “클린턴 가문은 부패한 집단”이란 연상작용을 일으켰다.선거전이란 폭로전이고 막판뒤집기는 항상 가능하다는 것이 바로 `선거의 맹점`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지만 악취 풍기는 꽃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1-16

말 잘하는 기술

조선조 정조대왕의 문체반정(文體反正)때문에 연암 박지원 등이 시도했던`문장혁명`이 좌절됐다. “고문체로 된 글 몇 편을 써오면, 벼슬을 내리겠다” 정조가 연암에게 한 이 말이 문체반정의 신호탄이었다. 당시 서얼 출신들 중심의 글꾼 모임인 `백탑파`는 종래의 `고문체`에 신물이 났다. 운율을 맞춰야 하고 고상한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그런 글로는 사물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마침 그때 중국에서 소설(小說)이 들어왔다. 백탑파들은 쾌재를 올렸다. “바로 이런 문장이다!” `운문`에서 `산문`으로의 문체혁명이 그렇게 태동했지만 정조는 “품격 없는 글이 인성을 해친다” 했다. 트럼프 후보의 당선은 지식인·오피니언 리더들이 전혀 예상 못한 결과였다. 그의 말은 품위도 없고, 고상하지도 않고, 멋대가리도 없었다. 막말 비속어가 난무했다. “중국이 더 이상 미국을 강간하지 못하게 하겠다” “힐러리의 눈에 피가 흐를 것입니다. 이 여자가 피 흘리는 곳이 눈 뿐일까요” 이런 시정잡배 같은 말투를 보고 지식인들은 일찍 “저 사람 틀렸다” 했고, 언론사들은 일제히 등을 돌렸다. 그러나 직업 없는 서민 대중들은 “속이 시원하다”면서 몰표를 주었다.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뉴욕시립대 폴 크루그먼 교수는 `우리가 모르는 국가`란 제목의 글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자기 나라 미국을 `알지 못하는 나라`라 지칭한 것이다. “확실히 자격 미달이고, 기질이 불안하고, 위태위태한 데다 황당하기까지 한 후보를 우리 미국인이 선택할 리 없다고 우리는 믿었지만, 그 생각은 틀렸다. 제 눈에는 미국이 실패한 나라로 보인다. 충분히…”지식인들의 생각과 대중의 생각이 이렇게 다르다. 선거제도를 가진 국가들은 바로 이 `서민대중의 표`에 의해 다스려진다.말에는 `귀에 바로 들어오는` 말이 있고 `머리속에 잠시 굴려야 이해되는 `말이 있다. 트럼프는 `맞보기 언어`로 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어린이도 알아 들을 말을 할 줄 아는 것이 `말 잘하는 기술`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1-15

여성성 논쟁

인류가 최초로 만든 조각상이 `비너스상`이다. 출산과 양육이라는 `생산의 대지`요 숭배의 대상이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여신의 존재감을 한결 드높였다. 제우스신이 최고신이지만 아내 헤라에게 꼼짝 못하는 공처가 신으로 그려진다. 신전 대부분은 여신에게 바쳐졌다. 인도에도 수많은 신들이 있는데 그 대부분이 여신이고, 가장 인기 높은 신도 여신이다. 이렇게 평화시대에는 여신들이 존중됐으나, 전쟁시대를 지나면서 남신이 우위에 오른다. 야훼, 제우스, 토르, 인드라, 마르두크 등이 신계(神界)를 지배하는데 젊은 태양신 마르두크가 늙은 여신 티아마트를 굴복시킨 이야기가 상징적이다. 모계사회에서 바야흐로 부계사회로 이행된 것이다.이슬람 사회는 물론이고,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아르헨티나 등도 여성이 학대받는 나라들이다. 남자들이 이유 없이 여자를 살해한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최근 “여성 살해를 멈춰라!” 외치면서 검은 옷을 입은 여성들이 한 떼전 몰려나와 시위를 벌였다. 17일 간 19명의 여성들이 남자들에게 죽임을 당한 후인데, 이 나라에서는 30시간 마다 1명씩의 여성이 살해된다. 최근에는 `16세 소녀 루시아 사건`이 터졌다. 남자 3명이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성폭행하고, 고문을 가해 심장마비로 죽음에 이르게 했다. 그녀의 사진이 공개되자, 그 처참한 모습에 사람들은 치를 떨었다.한국사회에서도 여성혐오증이 나타난다. 최순실게이트 이후의 현상이다. 여자들이 나라를 말아먹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여성들이 펄쩍 뛴다. “남자들은 갖은 부정부패 다 저지르고, 영토를 북에 헌납하고, 천문학적 액수의 조공을 갖다 바치는데도, 남자 후보 찍지 말자 소리가 안 나오는데, 어쩌다 여자가 한 번 국정에 간여했다 해서, 여자 후보 찍지 말자 한다” 조선시대적 여성 차별의 악습이라 한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최순실을 “근본을 알 수 없는 저잣거리 아녀자” “강남의 무속 여인”이라 했지만, 누가 뭐래도 `모성 본능`은 위대하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1-14

종교와 사교(邪敎)

지난 5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구국 천제 기도회`가 열렸다. 주최자는 안소정 하늘빛명상연구원장이었고 `고유문` 낭독자는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지명자였다. 박 내정자는 일찍 안소정 원장의 `빛명상` 강의를 듣고 감동받아 제자가 됐고 명상록 `사랑은 위함이다`에서 자신의 영적 체험을 소개했다.“필자는 이 지구에 47회나 여러 다른 모습으로 왔었다. 바닷속에서 태어난 적도 있다”란 내용도 있고 “명상을 하는데 흰옷 입은 옛 노인이 나타나 정조의 일기장 일성록(日省錄)을 건넸다. 노인은 전봉준 장군이었다”란 글도 있다.지금은 `무당` 혹은 `무속인`으로 바뀌었지만 옛 신정(神政)시절에는 천제(天祭)를 주관하는 제사장, 곧 왕이었다. 무당에는 각각 전공분야가 있는데 병을 잘 고치는 약사무, 미래를 미리 아는 선지자, 사자의 혼을 불러내는 공진이 등이다. 공진이는 사자와 생자 사이를 연결해주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서양에도 이런 무당이 있는데 그를 영매(靈媒)라 부른다. 갑작스럽게 사망한 사자들은 가족들에게 할 말을 제대로 남기지 못했기 때문에 `영매`를 통해 `사후 유언`을 한다. 부모를 졸지에 잃은 박근혜 대통령은 최태민이라는 영매를 만났다.“네가 앞으로 아시아의 지도자가 될 것인데 이를 위해 엄마가 먼저 간 것이다. 길을 비켜준 것인데 왜 우매하게 울고만 있느냐”. 육 여사가 최태민을 통해 이런 말을 전했다는 것이다.박근혜 영애는 그때부터 최씨 일가와 뗄 수 없는 친분을 맺는다. 대통령이 될 때까지 최씨 일가는 충실한 선지자 역할을 했다.“박근혜가 사교에 빠졌다”는 소리가 파다했고 권력기관들이 나서서 최를 조사했지만 다 흐지부지 덮어졌다.종교가 권력에 의지해서 돈을 밝히면 사교(邪敎)가 돼버린다. 고려의 국교(國敎)였던 불교가 성리학자들에 의해 배척된 것도 권력을 업고 축재를 한 탓이다. `최태민교`가 금·권에 초연했다면 `종교`가 됐을 지 모른다. 그러나 금도를 넘어서면서 사교로 전락했고 대통령까지 궁지로 몰아 넣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1-11

최순실법

권력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모은 재산을 추징, 국고에 환수하는 특별법이 `전두환법`이다. 대통령 재직 중 기업들로부터 엄청난 재물을 거둬 측근·친인척들에게 나눠줬고, 법원의 추징명령을 받고도 “내 재산은 29만원뿐”이라며 버티다가 급기야 박근혜정부는 `공무원의 부정축재를 추적·추징할 법`을 만들었다. 부정으로 모은 재산은 흔히 남의 이름으로 숨기는 일이 많으므로 법원은`보전명령`을 내려 재산 처분을 못 하게 막았고 재산이 어디로 흘러갔다는 `개연성`만 있어도 이를 불법재산으로 간주했다.이 법으로 인해 자식·처남에게 준 재산도 몰수됐는데 부동산은 물론 미술품까지 압류딱지를 붙여 차떼기로 실어갔고 아들 처남도 검찰청 포토라인에 서서 눈물로 사죄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연이어 `세월호 침몰`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터졌다. 정경유착이 사고의 원인이었고 `관피아`란 신조어가 생겼으며 해양경찰이 해체되고 `국민안전처`가 신설되었다. 그리고 유족 보상과 세월호 인양을 위한 비용은 `유병언법`을 만들어 충당하기로 했지만 `유병언 유고`란 변수가 생기면서 특별법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러나 유병언법은 사후에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통과`됐다.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법이지만 국민감정을 감안해서 또 차후에라도 쓰일데가 있을까 싶어 `준비해놓은 칼`이었다.지금 `최순실법`이 추진되고 있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 더민주당 민병두 의원 등이 법안을 준비 중이고 새누리당 비박계 심재철 국회 부의장은 이미 최순실법을 발의했다. 대통령도 조사할 수 있고 해외에 빼돌린 비리재산도 환수할 수 있는 조항이 들어 있다. 전두환법은 `공무원 대상의 법`이라 민간인 최순실 일가에 적용할 수 없어서 `민간인`이 권력을 등에 업고 국정에 개입해 형성한 `비리 재산`을 몰수할 법이 따로 필요했다.이런 특별법은 `소급입법 금지원칙`에 위배되지만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권력형 불법·비리를 줄이는데는 분명 도움이 될 것이고 무엇보다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히는 효과가 크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