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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어후문/어후안

줄임말 열풍이 뜨겁다. 2000년 중반에 시작된 줄임말은 초등학생을 `초딩`, 선생님을 `쌤`으로 줄여 부르는 식으로 누구나 발음만 들으면 대충 그 뜻을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ㄱㅅㄱㅅ(굽신굽신)`, `ㅎㄷㄷ(후덜덜)`처럼 간단한 파자로 쓰이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 특정집단이 아니면 전혀 짐작할 수 없는 기괴한 형태로 바뀌고 있다.`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 `이뭐병(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같은 단어가 온라인상에서 재미삼아 쓰이다가 요즘 10대들은 거의 모든 문장에 줄임말을 섞어 쓴다.`버카충(버스카드 충전)`, `안습(안구에 습기)`, `맥날(맥도날드)`, `낄끼빠빠(낄데 끼고 빠질데 빠져)`, `빼박켄트(빼도박도 못한다)`, `생선(생일선물)`, `비담(비주얼 담당)` 등이 두루 쓰이는 줄임말 단어다.단어의 첫 음절만을 따서 줄여쓰던 것이 더 짧게 더 압축적으로 줄인 신조어도 많다. `ㅎㄹ`(`헐`의 줄임말), `#G(시아버지를 빨리 읽는 발음으로 쓴 말)` 같은 경우다.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인 정치권에서는 `어후문`, `어후안`이란 줄임말이 유행이다. `어차피 후보는 문재인`, `어차피 후보는 안철수`란 뜻이란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후보가 호남에 이어 충청 경선에서도 1위를 달성하면서부터 민주당 후보가 될 것이 확정적이란 뜻에서 `어후문`이란 줄임말이 돌았다. 안 후보도 호남·제주와 PK(부산·경남)에서 3연속 1위를 기록하면서 사실상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해서 `어후안`이란다. 아무리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해도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망칠 수 있는 게 선거다. 실제 우리 정치사에서 말 한 마디 잘못했다 망친 선거가 적지않다.`어후문`과 `어후안`의 `어`는 `어차피`또는 `어떻게 하더라도`란 뜻이다. 해당후보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빨리 승리를 확정짓고 싶은 마음이니 반가운 말일게다. 하지만 지켜보는 국민들 입장에선 입맛이 쓰다. `내가 뭐라해도 어차피`라는 정치적 냉소주의가 담겨있기 때문이다./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2017-04-04

이상화와 봄

우리지역이 배출한 민족시인 이상화에게 봄은 조국의 독립과 민족의 해방이었다. 그는 그의 대표작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서 빼앗긴 들은 조국이요, 봄은 일제의 억압에서 해방을 바라는 민족의 염원으로 표현했다. 그의 시는 첫 구절부터 강렬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첫 줄의 표현에서 조국을 잃은 아픔을 함축적이고 강하게 나타냈다. 그 속의 봄은 광복의 소망과 기쁨이다.1901년 대구시 중구 서문로 2가에서 태어난 그는 개벽 70호에 이 글을 발표한다. 개벽은 곧바로 판매금지 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그의 대표작은 유명세를 탄다. 민족시인, 저항시인이란 닉네임도 덩달아 따라 붙었다.봄은 계절의 시작이다. 한해의 초반, 봄꽃과 함께 시작하는 봄은 사람들에게 설레임을 준다. 봄이 희망을 표현하는 이미지로서 적합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화가 봄을 소재로 광복의 소망을 표현한 것도 봄에 거는 많은 사람들의 희망을 담았다고 보아도 무방하다.벚꽃이 만개를 시작했다. 봄의 화려한 꽃 잔치가 봄의 전령사를 통해 전해져 오고 있다. 진해군항제를 비롯 경주의 벚꽃축제, 달성의 진달래축제 등 각종 행사가 시작을 알리고 있다. 희망의 계절에 민족시인이자 우리 고장이 낳은 이상화의 흔적을 더듬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다. 대구 근대로의 여행길에서는 그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봄꽃과 함께 3·1운동 길, 청라언덕, 계산성당으로 이어지는 길을 걷다보면 이상화 고택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가 일생을 마감하기 전 4년동안 살았던 곳이다. 대구시민의 보존 100만명 서명운동이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 대구 달성공원에는 이상화시비도 있다. 1948년 김소운, 구상 등 시인들이 중심이 돼 세운 한국근대시인 최초의 시비다. 5월에는 대구 수성못에서 상화문학제까지 열린다고 하니 봄은 이상화와 인연이 많은 계절이다./우정구(객원논설위원)

2017-04-03

대선 주자들의 논쟁

이번 대선은 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 양자 구도로 갈 것 같다. 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아직 숨을 쉬지만 언론들은 문(文)·안(安)에 주목한다. 둘 사이의 논쟁이 벌써 치열하다.문 캠프가 포문을 열었다. “호남은 압도적으로 문 후보를 지지한다. (안 후보 지지율이 높은 것은)일종의 `보조타이어`격으로 격려해준 것”이라 했다.안 측에서 반격이 나왔다. “안 후보 득표율 65%는 국민이 자진 걸어 나와서 투표한 것이고, 문 후보의 60%는 자기들이 등록시켜서 자기 식구들이 한 것이라 차이가 있다”고 했다.민주당은 동원된 식구들이고, 국민의당은 순수한 국민이라는 것. `차별론`은 민주당에서도 나왔다. “민주당은 메이저리그이고 국민의당은 마이너리그여서 비교가 안 된다” 했다.문 후보 우세로 가고 있지만 국민의당·한국당·바른정당 등 비문(非文) 3당이 합종연횡해서 안철수 후보를 밀 경우 판세를 단정하기 어렵다.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부산·울산·경남 경선 합동연설회 인사말에서 이같은 `변수`를 암시했다. “문 후보는 대선 기간 동안 펑크가 난다. 펑크난 타이어는 중도 포기한다. 우리 당 후보가 지금은 지지도가 낮지만 결국 이긴다는 것을 민주당도 잘 안다” 했다.`이회창의 경우`도 있지만 `대세론에 올라탄 후보` 치고 이기는 경우가 있더냐는 것. 막판 변수·막판뒤집기는 선거에서 늘 있었고 대형사고가 나기 전에 작은 사고들이 조짐을 보인다는 `하인리히법칙`이 거론되기도 한다.여당 유력주자는 홍준표 후보인데 “자유한국당 후보가 돼본들 초상집 상주 노릇밖에 더 하겠나”라며 비문 3당 연횡을 비추었다. 그가 기댈 언덕은 보수우파여서 “헌재의 파면결정은 잡범들에게나 적용되는 괘씸죄가 주류를 이룬 감정이 섞인 여론재판”이라 했고 “지금 검찰이 눈치보는 것은 딱 한 명. 풀은 바람이 불면 눕는데, 검찰은 바람이 불기 전에 누워버린다”했으며 “박 전 대통령은 사익을 취한 것이 없고, 기껏 최순실에 옷 몇 벌 얻었더라” 했다.`안·홍 연대`가 막판 변수일 듯./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3-31

괴담·의혹·소설·음모

지난해 12월 네티즌 `자로`와 이화여대 나노과학부 김관묵 교수는 다큐 `세월호X`를 유튜브에 공개했다. “참사 당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의 레이더 영상에 조류보다 빨리 움직이는 세월호 6분의 1 크기의 괴물체가 잡혔다”며 세월호가 잠수함과 충돌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인양된 배에는 충격받은 흔적이 없었다. `괴물체`는 배에서 떨어져 나간 컨테이너로 추정된다. `나꼼수`의 김어준씨는 “선원들이 고의로 닻을 내려서 배를 침몰시켰다”란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진실 규명 다큐를 제작한다며 20억원 이상을 모금했다. 그러나 선체에는 쇠닻줄에 긁힌 흔적이 없었다.“세월호가 핵폐기물을 싣고 가다가 폭발해 침몰했다”는 괴담도 있었지만 배에는 폭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배가 인양되면서 진실이 밝혀졌지만 음모론은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램프(자동차 등을 실어나르는 개폐식 다리)를 떼내지 않으면 인양을 할 수 없어서 제거했는데 “해수부가 선체를 고의로 훼손했다”란 음모론이 퍼졌다. 램프는 곧 수거한다. “박근혜 정부의 실정이 부각될까 봐 일부러 건지지 않았다” “해수부가 고의로 인양을 늦추고 있다” “인양업체가 한국정부와 짜고 세월호 화물칸에 구멍을 내 무언가 증거를 빼내려 한다” 등등 의혹·괴담은 끝이 없다.만약 인양업체가 미국 회사였다면 `음모론자`들은 더 악랄하게 물어뜯었겠지만, 다행히 중국 기업 `상하이샐비지`였다. 이 업체가 지금까지 들인 돈은 2천억원 이상인데, 한국정부가 준 돈은 900여 억원이다. 하루에 10억원 가량이 들어가는 인양작업이다. 업체는 밑지는 장사를 하는 것인데, `세계적인 인양 업체`라는 명성 하나 얻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하루 24시간 3교대로 작업했다. 그런데 `소설가`들은 “진실을 감추려고 고의로 인양을 지연시킨다”는 괴담을 퍼뜨렸다.괴담·의혹·소설·음모가 우리 사회를 더 혼란스럽게 한다. 예전에는 이런 자들을 혹세무민죄로 엄히 다스렸지만 지금은 `아니면 말고`로 무사하다. 사과 한 마디 없다. 법의 맹점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3-30

자해적 행동

중국 화둥사범대 심지화(沈志華) 교수는 강의에서 “사드 보복, 대체 어느 돌대가리가 이런 생각을 했나!” 하고, “북한은 중국의 잠재적인 적이고, 한국은 앞으로 절친이 될 것”이라 했다. 또 “주변 국가들이 중국에 비우호적인데, 사드 갈등은 또 다른 실책”이라 했다. 과거 모택동과 김일성 간의 특별한 친분 때문에 `혈맹`이라 했지만 지금의 중국은 북한과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으며, 오히려 한국과 가까운 정치·경제 노선이라 했다. 상(商)나라가 있을 정도로 중국인은 장사꾼 체질이고 한·중은 경제관계에서 이미 `혈맹`이라 했다. 이 강의 내용은 인터넷을 타고 급속히 번져가고 있다.홍콩의 영자 일간지 SCMP는 “중국의 대(對) 한국 경제보복은 실패할 것”이라 했다. 그 근거로 “한국이 중국에 파는 소비재는 5%에 불과하지만 중국이 만드는 TV나 휴대폰 등에 필수 소재인 반도체의 25%가 한국산이니 5%를 규제하다가 25%를 얻어 맞을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이 참다 못해 “반도체D램을 중국에 팔지 않겠다” 하는 날이면 코피 크게 터질 것이란 말이다. 홍콩대 한 교수도 SCMP 기고문에서 “중국의 경제보복은 한·미를 더 밀착하게 만들어 사드를 더 많이 배치하려 할 것”이라 하고, 한·중 관계를 더 이상 냉각시키지 않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면서 중국의 보복을 `자해적(自害的) 행동`이라 했다.미국의 여·야당은 한 목소리로 중국의 사드보복을 규탄하며 “중국의 한국에 대한 보복과 협박을 용납할 수 없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냈다. 또 중국의 보복은 WTO(세계무역기구)의 규정 위반이고 한·중 FTA 규정도 무시한 것으로 국제여론의 악화를 초래해 결과적으로 중국은 자해행위를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벌어진다. 한국의 야당들은 다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 `차기정권에 넘겨라. 국회 비준 동의를 받아라. 사드 강행은 헌법 위반이다.` 등등 구구각색의 이유를 댄다. 북핵 앞에서 무장해제하자는 `자해행위`에 다름 아니다. 참 이상한 `생각`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3-29

정치가 경제 망친다

지난해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세계적인 IT기업 총수들을 불러 `기술정상회담`을 했다. 이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초청장을 받았지만 참석할 수 없었다. 특검이 출국금지를 했기 때문. 귀신은 경문에 막히고, 사람은 안면에 막힌다고, 세계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 대통령과 얼굴을 마주 보는 자리에 초청을 받고 못 받는 것은 천지차이다. 초청 받고도 발목잡히는 일은 `한국적 현상`이다. 해마다 7월에는 미국에서 IT·미디어 분야 유력 인사 200여 명이 모이는 `선밸리 콘퍼런스`가 열리고, 이 부회장은 지난 8년간 참석해 새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것은 이병철 삼성 창업자의 `동경구상`과 비슷한 성격이었다. 그는 매년 연말에는 동경으로 날아가 세계적인 경제학자들로부터 `페이퍼`를 받았다. 새해 경제를 전망하는 의견서였고, 그것을 참고해서 한 해의 투자를 구상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올 7월의 콘퍼런스에 못 갈 수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뇌물죄로 묶어넣기 위해 그를 잡아놓고 닦달을 해야 하니까.23일부터 중국 하이난에서 `보아오 포럼`이 4일간 열렸다. 아시아의 정치·경제 지도자들이 모이는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이다.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도 왔다. 매년 한국 기업인 10여 명이 참석했는데, 올해는 얼굴 보기 어려웠다. `최순실 게이트`와 정경유착에 엮여서 구속됐거나 출국금지를 당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이 투자계획을 짤 수 없으니 청년취업은 갈수록 더 얼어붙는다. 참다 못해 경제계가 하소연을 시작했다.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이대로는 한 해도 더 갈 수 없다는 절박감”으로 “진보 보수 경제학자 40명의 자문을 받아” 만든 `건의문`을 들고 각 정당 대표들을 만났다. 해외 시장은 풀려가는데, 국내경제는 거꾸로 가고, 지금 변하지 않으면 0%대 성장, 마이너스 성장으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경제 원칙이 훼손되는 법안이 남발되고 국제 경쟁에서 손발이 묶이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말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3-28

정치인의 말

지난 겨울은 `악몽의 긴 터널`이었다. 모든 언론들이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를 쏟아냈고, 국민들은 그 보도를 믿었고 대통령 지지도는 5%대로 곤두박질쳤다. 비박계 여당 의원들은 탄핵에 동참했고 국회는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켜 헌법재판소에 넘겼다. 촛불집회는 광화문 광장을 뒤덮었다. 박정권은 바람앞의 촛불이었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대통령에게 “지금 물러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고 했다. 정권을 다 잡은 사람 같았다.그때 `태극기 집회`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무슨 음모가 있다”는 의심이 들었고, 몇몇 변호사들이 박 대통령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SNS에는 `제도권 언론이 취급하지 않는` 박근혜 옹호 기사가 돌아다녔다. 인터넷 언론과 제도권 언론이 맞붙고, 촛불시위와 태극기 시위가 극렬한 대립을 보일때 헌재는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란 결정을 내렸다. 3월 10일이었다. 그 무렵 `적폐 청산`, `부역(附逆)`이란 말이 나왔고, “보수 우파들을 불태워버리겠다”란 극언까지 나왔다.그러나 `고영태-최순실 스캔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은 언론보도에 의심을 품었다. 태극기집회는 점점 더 기세를 올렸다. 유력 언론들의 논조가 달라져갔다. 박근혜 공격 일변도에서 일부지만 옹호 쪽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상당수 국민들이 제도권 언론에 실망감을 보이면서 “이러다가 나라가 어떻게 되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다. 최근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가 발표한 `출마선언문`에는 `적폐청산`이 빠지고 `존중과 통합`이 들어갔다. 안희정 후보가 `대연정`을 제안할 때 “청산해야 할 적폐정당과 손 잡자는 말인가”라며 친박 우파와는 결단코 같이 갈 수 없다고 했던 문 후보가 “다름이 틀림으로 배척당하지 않아야 한다”로 말을 바꾸었다.`헌재 해체론` `좌파의 음모론` `촛불 홍위병론`이 나오면서 민심이 돌아설 기미를 보이자 유력 후보들의 말이 달라져간다. 그때 그때 상항 따라 `말`은 달라지지만, 그 `본심·체질`까지 바뀌겠는가. 표·정권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지 하는 정치인들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3-27

적폐(積弊)와 업적

세월호 참사 후 한 달쯤 지난 2014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부터 겹겹이 쌓여온 적폐를 바로잡지 못해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끼리끼리문화와 민관유착이라는 비정상의 관행이 큰 재앙을 불러왔다”고 했다. `적폐청산`과 `비정상의 정상화`가 나온 배경이다. `국가안전처`를 새로 만들면서 해경을 해체해 여기 복속시키고 `행정안전부`에서`안전`을 떼내어 반쪽으로 만드는 혁명적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 2년 후 박근혜정부는 `적폐청산`의 대상이 됐고, 여당은 `적폐의 당`이 돼버렸다.과거 YS정권을 이어 MB정권이 들어서자 “YS의 정책과 반대로만 가면 된다”했다. `업적`으로 내세워지던 정책도 새 정부에서는 `적폐`로 평가되었다. 지금 `ABP`란 말이 나돈다. Anything But Park. “박근혜만 아니면 다 좋다”란 뜻이다.역사교과서 국정화도 적폐이고, 노동·교육·금융·공공 등 4대 부분 개혁도 민주당 집권 후에는 폐기처분될 적폐이다. 자사고와 특목교 등도 야권 후보들은 “폐지해야 할 적폐”라 한다.외교·안보분야에는 적폐가 제일 많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폐기된 지 오래고, 사드를 반대하고, 반미친중(反美親中)이 노골화된다. 북핵문제는 대화로 풀고, 개성공단을 재개할 뿐 아니라 지금의 수십배로 키우고, 금강산 관광을 다시 시작할 생각이다. 이것은 트럼프의 대북 정책과도 정면으로 부딪힌다. 미국 의회와 정부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더 죄고, 김정은 일가의 해외 재산도 완전 동결하며, 오바마의 대북 정책인 `전략적 인내`를 `적폐`로 본다. 따라서 미 행정부 고위층은 “조만간 한국에 들어설 새 정부가 강력한 대북 제재를 지지하지 않을 수 있음을 우려한다” 했다.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헌법7조)과 교육의 정치적 중립(헌법31조)을 깨부수겠다는 `위헌적 공약`을 내놓고 있다. 이것은 `헌법재판소에 갈 사항`이고, 정권이 바뀔 때 탄핵소추 대상이 돼 `적폐`로 떨어질 수 있다. 적폐와 업적 사이에는 객관적 기준이 없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3-24

자충수(自充手)

바둑에서는 자주 `수싸움`이 벌어지는데, 자신의 수를 자기가 줄이는 악수를 자충수라 하고 “장님 제 닭 잡아먹기”라 부른다. 영입한 인재(人材)가 인재(人災)로 되는 경우가 있다. 문재인 대선 후보가 불러들인 전문가들 중에 `표를 깨는` 사람들이 있다. 한완상 전 부총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자기 아버지가 직속 부하의 총에 맞아 돌아가셨는데, 이를 반면교사 삼았더라면 불행한 일이 없었을 것”이라 했다가, “살해와 탄핵이 비교가 되나”란 비아냥을 들었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백혈병 피해자 노동단체인 `반올림`을 놓고 “전문시위꾼, 귀족 노조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해서 진보 진영의 공격을 받았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김정남 암살을 DJ 납치사건과 견주며 “우리가 비난할 처지가 아니다”했다가 “판단력에 문제 있다”는 비난을 샀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도 5·18 발포에 대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했다가 자진 사퇴했다. 표창원 의원은 국회의사당에서 `박근혜 나체그림`을 전시했다가 `평생 얻어먹을 욕`을 먹었다. ·손혜원 의원은 `노무현 자살`을 “계산된 것”이라 했다가 “기획자살이란 말이냐”란 비난을 받으며, 문 후보 경선캠프 홍보본부장 직을 내려놨다. 전윤철 전 감사원장은 “악성 노조까지 고려하면 민간기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여력이 적다” 해서 “여당에서 일하는 줄 아는가”란 비난을 받았다. 오거돈 전 해수부 장관은 문재인 후보의 부산 선대위 상임위원장인데 “이제 다시 한 번 부산 사람이 주체가 돼 부산대통령을 만들어낼 것”이라 했다가, “한국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를 자극하는 발언”이란 욕을 먹었다.야권 원로들의 모임인 `한반도평화포럼`은 현 정부에 대해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말라” “더 이상 부역행위를 저지르지 말라” 했다가 “정권을 잡기도 전에 점령군 행세를 하는가”란 역공을 맞았다. 부역(附逆)이란 “적에게 협조하는 행위”를 말하는데, 박근혜 정부를 `적`으로 본다는 뜻인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3-23

그리스의 경우

그리스는 학문의 발상지이고 민주주의의 고향이다. 경제 또한 탄탄해서 일본 다음 가는 부자였다. 케네디의 미망인 재클린이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와 재혼할 정도였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망조가 들기 시작했다.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했고, 재정 수입보다 지출이 많았다. 빚은 쌓여갔고, 실업률은 23%였으며, 특히 청년 실업률은 60%를 넘었다. 사회주의자들은 선거때마다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했고, 국민들은 그 유혹에 넘어갔다. “공공부문 고용을 늘리겠다” “수당을 더 주겠다” 이렇게 되니 국민의 40%가 공직자였고, 그들 중 25%는 하는 일 없이 월급을 받았는데, 그 월급도 선거때마다 불어났다. 퇴직자가 없으니 청년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국고가 고갈되니 IMF ECB WTO 등에 돈을 빌렸다. EU 회원국이라 낮은 이자로 차관을 했다. 빚은 쌓여갔고, 외국 은행들은 “빌린 돈부터 갚고 다시 빌려가라” 했지만 갚을 형편이 못 됐다. 대외 신인도가 추락해서 더 이상 돈 꿀데가 없어졌다.국제은행들은 `긴축재정`을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공직자들은 정부의 말을 듣지 않고 밤낮 데모를 벌였다. “선거때마다 내놓은 약속과 다르지 않느냐. 줬다가 뺏는 법이 어디 있냐” 하니 정부도 할 말이 없었다. 별 수 없이 선박회사와 신전(神殿) 등 돈 될만한 재산들을 팔았다. 지금 그리스는 나라이름 하나만 남았을뿐 속에 있는 국부는 대부분 남의 것이다. 브라질도 같은 처지다. 2000년대까지는 남미의 부호였지만 좌파정권이 들어서면서 외국기업은 다 빠져나갔고, 지도층의 부패와 포퓰리즘 때문에 점점 거지꼴이 돼갔다.한국은 대선을 앞두고 100만 공무원들의 표를 따기 위한 포퓰리즘이 난무한다. 성과평가·연봉제를 즉시 폐지하겠고, 공무원노조가 요구하는 11개 항을 모두 수용하겠다는 후보가 있다. 박근혜 정부가 애탄가탄 해놓은 개혁들을 모두 뒤엎겠다고 한다. 그리스나 브라질이 걸었던 길을 따라가자는 것인가. 국민이 정신 바싹 차려야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3-22

잃어버린 20년

2013년 봄 아베 총리가 `아베노믹스`를 발표하기까지의 20년. 정치는 혼란스럽고 경제는 얼어붙었다. 6년간 총리가 7명이나 바뀌었고, 아베 총리 자신도 2006년 1차 집권했다가 1년 1일만에 내려왔다. 그는 “어떻게 해야 이 정치 혼란과 불황을 해결할 것인가”를 놓고 5년간 연구한 끝에 “돈을 풀어 수출을 돕겠다” “기업을 도와 임금을 올리겠다” “보육원을 늘리고 야근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구체적 정책을 내걸었고, 일본 국민은 그를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했다. 아베 정권은 전 정권의 정책을 손질해서 계승했다. 일본 국민은 `정부에 대한 믿음과 협조`에 유난스럽다. 큰 실책만 없으면 잘 따른다. 지금 아베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50~60%로 나오는 것은 “일본 경제는 호황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분명 불황에서 탈출했다”며 잃어버린 20년을 졸업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수출이 늘고 주가가 오르고 취업난이 사라졌다. 일자리가 남아돌아 한국 취업준비생에게 눈을 돌린다. 기업과 정부와 국민이 `같은 방향으로` 달려간다.아베노믹스가 가장 성공한 분야가 관광이다. `쿨 재팬(Cool Japan)`이란 구호는 2000년대 자민당 정권이 처음 내건 구호였는데, 민주당 정권을 거쳐 아베 정권에까지 이어졌다. `정책의 일관성·지속성`이 매우 중요하고 효율적이란 것을 아베 총리는 알았던 것이다. `내 정책`을 부각시키기 위해 `남의 정책`을 깔아뭉개는 짓을 하지 않았다. 그는 또 협치와 소통을 잘 실천했다. 각 부처 국장 이상 고위급들을 날마다 불러 현안을 묻고 조율했다. 부처간의 협력, 최선의 정책 도출이 일본관광을 살려냈다.“한국은 지금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닮은꼴로 가고 있다”란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소비할 돈이 없고, 있다 해도 미래가 불안해 지갑을 닫는다. 정치가 불안정하니 기업은 투자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고용절벽은 심해진다. 국민은 두 쪽으로 갈라져 반목한다. 분단국가의 가련한 숙명이다. 대기업들은 외국으로 나갈 궁리만 한다. 정치혼란이 경제혹한을 재촉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3-21

롯데의 수난

“이렇게 얻어맞고도 쓰러지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근래 엎치고 덮친 `롯데의 수난`을 보면서 하는 말이다. 지난해부터 경영권을 놓고 벌인 `형제의 난`으로 한동안 휘청거리다가 간신히 마무리 되니 이번에는 검찰의 수사가 기다린다. MB정부때 제2롯데월드 인허가 특혜 의혹으로 표적수사를 받은 것이다.검찰 수사나 국세청 조사는 `경영 마비`를 동반한다. `맷집` 약한 기업은 `단매`에 내려앉지만 롯데는 요행히 잘 버텼다. 그러나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부한 것이 또 걸렸다. 박 전 대통령을 뇌물죄로 옭아넣기 위한 수사였다.수난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성주 골프장 부지를 사드포대에 내주고 다른 땅을 받은 것이 또 문제가 되어서 중국의 보복을 받고 있다. 갖은 트집을 다 잡아 중국 점포 절반 이상이 영업정지를 당했다. 국내·외적으로 몰매를 맞는다. 검찰은 신동빈 회장을 9개월이나 출국금지로 발목을 묶어두었다. 한국과 일본에 업체를 둔 롯데는 수시로 일본에도 가야하고, 보복을 당하는 중국에도 가야하는데 꼼짝 못하고 있다. 그래서 “대기업 해체 수순을 밟는가”란 말도 나온다. 삼성 총수의 구속수사도 같은 맥락이다. `재벌해체`와 `전직 대통령 뇌물죄`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것인가.재계 관계자는 “같은 정권 아래에서, 한번은 정권에 미운털 박혀서 조사받고, 나중엔 협조했다고 수사받고, 심지어 외국에서 보복을 당하는 이런 기막힌 사정을 다른 나라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 했다. 기업 확장, 신규투자, 고용증대는 꿈도 꿀 수 없게 되자 행정부는 보복 당하는 기업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4천억원을 투입하고, 수출다변화를 돕기로 한 것이다. 인도를 비롯해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지역으로 교역의 규모·범위를 늘려가자는 것이다.우리 국민도 롯데 돕기에 힘을 보태야 한다. 국가경제를 버티는 힘은 기업에서 나오고, 기업의 힘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우리 국민은 정(情)이 많아서 곤경을 만난 기업을 잘 돕는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3-20

작은 고추가 맵다

중국의 사드보복에 우리 국민은 뿔이 많이 났다. “우리가 제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으니까 자존심 상한 모양이지. 자기네 속국인 줄 아나. 우리도 한 칼 있어” “중국 여행 가지말자. 중국 물건 사지 말자. 중국인이 경영하는 중국집에 가지 말자. 대만 등 이웃 나라들과 손을 잡자” 한다. 국민적 자존심의 자연스러운 발로다. 영국 미국 등 주요 언론들은 “중국의 사드 보복은 명백한 국제규정 위반”이라 한다. 정치적 이유로 경제제재를 가하는 것은 WTO 규정 위반이며, 그런 보복은 실제 아무 효과가 없었다”고 했다. 대만에서 독립당 정권이 들어서자 중국은 바로 관광제재를 했지만 작은 나라들이 대만을 지원, 오히려 관광수입이 늘어났고,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일본 자동차 업계가 잠시 어려웠지만 중국은 11개월 만에 손 들었다. “중국의 보복은 단기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에 치명상”이란 교훈을 남겼다.중국이 한국에 보복을 가하자 미국이 가만 있지 않았다. 중국의 ZTE(중싱통신)에 약 12억 달러의 벌금을 때렸다.“미국의 기술이 포함된 휴대전화 네트워크장비를 이란과 북한에 판 것은 세컨더리 보이콧 규정 위반”이라는 것. 약 1조4천억원에 달하는 벌금은 사상 최대 규모이고, 중국이 이 벌금을 내지 않으면, 미국의 기술·소재를 살 수 없어 휴대폰을 못 만든다. 중국이 자체기술을 개발하려면 수년이 걸리고, 수입선을 다시 개척하려 해도 중국에 대한 국제 여론 악화가 걸린다.우리가 아직 `빼들지 않은 칼`이 하나 있다. 한국의 부품·기술·소재를 사다가 조립, 완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중국의 중개무역인데, 한국이 “반도체D램을 중국에 팔지 않겠다”하면 중국 제조업은 그대로 공장문 닫아야 한다. 이것은 워낙 극약처방이라 우리 정부가 만지작거리기만 하고 실행을 하지 않고 있는데, “보복 수위가 한 걸음만 더 나가봐라. 그때는….” 하고 있는 중이다.그러나 국론분열이 걸림돌이다. 정치가 이를 부추긴다. 내부의 적이 늘 족쇄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3-17

가짜뉴스

신라 27대 선덕여왕 때 비담이 반란을 일으켰다. “여왕이 무능해서 나라를 다스리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그는 진골 상대등이었고, 여왕은 중환 중이어서 `왕이 될 기회`라 여겼다. 그러나 왕의 곁에는 김춘추·김유신이 있었으니 반란군은 명활산성에 쫓겨갔다. 어느날 `큰 별이 월성에 떨어지는` 변괴가 일어났다. 그것은 왕의 사망을 뜻했다. 반란군은 기세를 올렸고 정부군의 사기는 떨어졌다. 김유신은 곧 꾀를 냈다. 월성 서남쪽에 붓같이 생긴 필봉이 있는데, 그 산에서 큰 연에 등불을 달아 띄워 올리면서 “떨어졌던 대성이 다시 올라갔다. 왕이 회생했다”란 말을 퍼뜨렸다. 정부군의 사기는 되살아났다. 두 장군은 그 여세를 몰아 명활산성으로 진군했고, 반란군은 쫓겨가다가 전원 체포됐다. 반란군 수괴들은 구족(九族)을 멸하는 멸족지화를 당했다. 김유신의 `가짜뉴스`가 승기를 잡은 것이다. 그후 필봉은 성부산(星浮山·별이 뜬 산)이라 불리게 됐다.가짜기사로 재미를 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금 궁지에 몰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백악관을 도청하라고 지시했다”란 의혹을 제기했는데, 하원 정보위가 “13일까지 증거를 제출해달라” 요구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정보기관에 대통령이 전화 한 번만 해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수 주째 묵묵부답이다. 오바마는 기자들에게 “내가 그 멍청이의 말을 왜 더 듣고 싶어서 도청까지 했겠습니까” 했다. 이 일을 두고 신문 `유머 풍자 코너`가 재미 있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도청을 막기 위해 백악관 전화기를 전부 은박지로 싸라고 지시했다”란 진짜처럼 쓴 가짜기사가 실렸다.더 웃기는 것은 중국 언론들이 이 가짜뉴스를 사실인 줄 알고 퍼날랐다는 것이다. 미국은 풍자·유머·반어법(反語法)이 잘 발달해 있는데, 경직된 사회주의 국가들은 그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자주 낚인다. 중국 정부는 각종 음모론과 엉터리 뉴스를 마음대로 만들어내니 언론도 만성이 되어서 가짜기사를 잘 믿어버린다. 이러니 중국은 `뚱뚱한 멍청이`란 소리를 듣는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3-16

치졸한 대국(大國)

국제크루즈선이 중국 관광객을 태우고 제주에 도착했지만 승객 3천400여 명은 내리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제주도측은 애가 탔다. 오후 1시에 도착한 배가 5시쯤 되자 뱃머리를 돌렸다. 부두에 배를 대고도 승객 전원이 내리지 않는 것은 전에 없던 일이고, 더욱이 4시간 동안 애를 달구다가 돌아간 일은 20년 수교 이래 처음이다. 애당초 부두에 들어오지나 말든지, 사전에 말이라도 해야 할 일이지만, 중국측은 늦게서야 “승객 하선을 취소한다”는 말만 전했다. 지속적으로 `사드보복`을 하는 중국이 참 치졸한 짓거리를 한다.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이라 가르친 공자의 교훈을 외우기만 했지 실천을 못하는 대국이다. 중국 정부 나팔수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박 전대통령의 파면을 거론하면서 “임기 전반에는 중국과 미국 간 균형이 잘 잡힌 정책을 펼쳤으나 나중엔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국은 미국에 안겼다”고 썼다. 영자 신문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에서 “한국이 박 대통령을 탄핵하면서도 그의 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 했다. 중국 언론들은 전부터 “한국 정권의 교체가 답”이라 했고 그것이 실현됐지만 그럼에도 사드 정책에는 변함이 없고 오히려 서둘러 더 빨리 배치하려는 것을 꼬집었다. 사드 배치의 원인이 북한 핵인데 `북한 정권 교체`에 대해서는 입도 뻥끗하지 않는다.대국의 치졸함은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생을 이용하는 짓에서 그 극치를 보인다. 강당에 학생들을 모아놓고 “군것질을 거부하고, 롯데를 배척한다”고 교사가 선창하면 학생들이 복창을 하는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중국인 대부분이 사드가 무엇인지 모르고 왜 롯데를 거부하는지도 모른다. 더욱이 학생들은 더 영문을 모를 것인데 롯데 과자를 먹지 말라고 선동한다.심지어 교과서에까지 `사드 반대`에 관한 내용을 수록한다. “한국은 나쁜 나라”란 인식이 머리에 박힌 이 아이들이 자라면 결국 반한(反韓) 세력이 될 것이고 한국과 중국은 영영 손잡을 수 없는 사이가 될 것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3-15

블랙오션

2000년대 초 중국은 대대적인 외자 유치작전을 벌였다. 세계 각국에 사람을 보내 투자를 권유하고, 기업을 낚아오는 팀에는 상당한 보상금을 주었다. 물론 `기업하기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 세금 감면, 토지 가격 저렴, 인건비 저렴, 행정지원 등등 실로 블루 오션이었다. 유치단이 우리나라에도 왔다. 새마을운동 자료를 얻어갔고, 상당수 공장이 모셔져갔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 됐다.20년 가량 지나면서 중국은 본색을 드러냈다. 외국 기업들은 `볼모`였다. 점점 많은 `조건`이 달리고, 규제가 붙었다. 요구가 불어났다. “업어다가 난장 맞히는” 것이 중국의 본색이었다. 손 털고 중국을 떠나는 기업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영국계 세계적인 유통업체 테스코, 미국 전자제품 전문 유통업체 베스트바이 등이 문 닫았다. 사회주의 일당 독재 국가에서는 법치란 아예 없다. 상법이 애매모호하니, 그야말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관리들의 기분 따라 법이 오락가락한다. 세법(稅法)도 관청이 마음대로 하는 고무줄이다.중국은 경제를 `무기`로 이용하는 나라다. `사드`는 사실 중국이 간섭할 사항이 아니다. “미국이 중국을 다 살필 수 있기 때문”이란 반대이유를 대지만 이미 첩보위성이 24시간 내려다보며 개미 한 마리 기어가는 것까지 다 본다. 사드 레이더는 1천㎞ 정도 감시할 뿐이고, 북한의 핵·미사일을 견제하는 방어무기일 뿐인데 `시진핑 황제`는 “사드 배치는 안 된다” 엄령을 내렸고, 그 `황명`이 먹히지 않자 본때를 보인다 면서, 한국의 목을 죄기 시작했다. `한국에 관광객 안 보내기, 한국 제품 불매운동, 중국 내 매장 규제 강화` 등등.그러나 중국의 보복은 호된 역풍(逆風)을 맞는다. “믿을 수 없는 중국, 무법천지 사회주의 국가, 자유무역 수호란 말장난일 뿐, 기업인의 무덤, 블루오션이 블랙오션으로 돌변” 이런 국제여론이 파다히 퍼져나간다. 중국과 거래했던 기업들은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떠나간다. `죽의 장막`이 다시 내려지기 시작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3-14

권력의 저주

한국사에서 탄핵1호는 신라 25대 진지왕이다. 영토를 많이 넓힌 진흥왕의 차남인데, 장남이 일찍 죽자 왕위를 물려받았다. 이 과정에서 거칠부의 역할이 컸다. 그는 군인이고 정치가이며 역사학자였고, 막강 고구려와 싸워 이기는 등 진흥왕이 가장 아낀 인물이고, 신라의 역사책 `국사(國史)`를 편찬했다. 진지왕은 거칠부를 상대등(국무총리)으로 영입해 국정을 맡기고, 왕 자신은 여색이나 탐하며 기쁨조와 어울려 놀았다. 왕이 이러니 백제 등의 외침이 잦았고, 백성들의 원성이 높았다.579년 진지왕 등극 4년이 되던 해에 거칠부가 죽었다. 막강 배후세력이 쓰러지니 불만세력들이 왁작 일어났다. 화백회의가 열렸고, 국정혼란과 황음을 들어 만장일치로 왕을 폐위시켰다. 탄핵되던 해에 왕 또한 세상을 떴다. 그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김용춘과 비형랑이다. 용춘은 김춘추를 낳았고, 김유신이 받들어 그는 태종 무열왕이 됐다. 탄핵당한 왕의 손자가 임금이 되는 것은 어렵지만 막강한 김유신세력이 밀어주어 가능했다. 영국 헨리8세가 앤 왕비를 간통죄로 죽였지만, 그녀의 딸이 영국 여왕에 등극한 일과 유사하다.미국은 44명의 대통령이 있었지만 탄핵당한 이는 전혀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고별연설을 할 때는 군중들이 “4년 더!”를 외쳤고, 폐회 20분이 자나도록 군중들은 헤어지지 않아 오바마는 `커튼콜`을 해야 했다.그러나 한국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불행·불운을 겪었다. 이념적으로 분단된 국가의 서글픈 운명이라 할 수도 있겠다. 남북이 갈라지고, 동서로 등지고, 세대간이 갈등하고, 부모 자식간에도 생각이 달라 남처럼 지내는, 갈갈이 찢기고 뜯긴 한국에서 권력의 자리란 송곳방석이다.박근혜 전 대통령의 가계도 불행의 연속이었다. 어머니는 공산주의자의 흉탄에 잃고, 아버지는 측근의 총탄에 갔고, 자신은 취임 4년만에 탄핵됐다. `자원의 저주`도 있지만 `권력의 저주`도 무섭다. 한국에서 권력의 자리에 앉는 것은 `재앙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인데, 왜 그리 권좌에 연연하는지./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3-13

벼랑끝에 선 북한

대머리에 뚱뚱한 남자가 13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독살당했다. 그는 북한 외교관 여권을 가지고 있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북한 대사관에 연락해 신원 확인을 요청했고, 강철 대사가 와서 시신의 특징과 문신 등을 살펴보고 나서 “김정남이 틀림 없다”하고 “부검은 필요 없고, 시신을 북에 인도해달라” 했다. 그러나 말레이 경찰은 “어떤 독에 의해 사망했는지를 밝힌 후 넘겨주겠다” 했다. 그런데 20일에 와서는 강 대사의 말이 달라졌다. “여권의 이름이 `김철`로 돼 있다. 김정남이 아니고 김철이라는 외교관이다” 했다. 이에 말레이는 “아들인 김한솔의 DNA와 대조해보자” 했다. 여기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북한이 VX 등 독가스·독성물질과 병원균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는 것, 김정은이 형을 죽여 정치적 위험요소를 제거한 정황, 백두혈통을 죽이는 짓을 김정은 아니면 할 수 없다는 것, 최고 존엄이 친형을 죽이는 패륜을 저질렀다는 것을 시인할 수 없는 사정, 외교적 갈등은 점점 악화돼 갔고, 급기야 `인질극`까지 벌이면서 단교(斷交)가 거론된다.북이 말레이 외교관 11명을 억류하자 말레이는 북한 주민 1천명을 잡아놓고 방문비자로 들어온 북한 노동자 140명을 `불법 노동행위`로 잡아들였다. 북한은 `칼끝`을, 말레이는 `칼자루`를 쥔 형국인데, 싸움은 북이 먼저 걸었다. 미국은 김정은을 `미친놈`이라 하고, 말레이 문화부 장관은 북한을 `깡패국가`라 했다. 일각에서는 “핵이라는 칼을 쥔 노상 강도”라 부른다.김일성·김정일까지만 해도 북한은 외교에 신경을 많이 썼다. 인심도 쓰고 기부도 잘하면서 `사회주의국가의 우수성`을 과시하더니 김정은대에 와서는 `북조선의 이미지`가 형편 없이 망가져간다. 고모부 살해, 측근 처형, 살인 취미에 패륜까지 저질렀다.북은 그동안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들과 잘 지내왔지만 말레이사태 후 등 돌리는 아세안 회원국이 많아졌다. 북이 공격을 당해도 달려와 도와줄 국가가 없어진다는 말이다. 벼랑끝에 선 북조선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3-10

참 이상한 나라

“위에 정책 있으면 밑에는 대책 있다”란 말은 “중국인들은 당국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멜라민 우유`가 대표적이었다. 중국 정부는 외국과 마찰 갈등을 빚을 때마다 `애국주의 운동`을 벌이는데 겉으로는 따르는척 하지만 속으로는 비웃는다. 특히 젊은층과 네티즌들은 노골적으로 엇박자를 놓는다. 정부가 아무리 한류 콘텐츠를 차단해도 암매매되는 영상물을 통해 볼 것은 다 본다. 적발되면 극형에 처하는 북한과 같이 이불 뒤집어쓰고, 옥상에 올라가서 `한류`를 보는 `스릴`까지 즐긴다.중국 젊은층들이 어떤 방식으로 정부의 지시를 어기는가에 대해서는 언론이 보도할 리 없다. 다만 `고루한 꼴통들`이 `이 사고뭉치`들을 훈계하고 야단치는 글들이 신문 방송을 타니 아하 그런 일이 있었구나, 간접적으로 알게 된다. 한 대학교수는 “사드에 맞선 애국적 행동을 제발 냉소하지 말라”란 제목의 글을 신문에 실었는데 “애국적 언행을 냉소하는 부류들이 있는데 조롱하지 않으면 마치 자신이 지혜롭지 않은 것처럼 여기는 듯하다”고 썼다. 환구시보는 “롯데에 대한 보복을 유치한 행동으로 여기는 자들이 있다”란 기사를 실었다. 가만히 있으면 모를 것인데 마치 돈을 땅에 묻어놓고 “여기 돈을 묻지 않았음”이란 팻말을 세워놓는 꼴이 됐다.중국 네티즌들은 사드보복에 냉소적인데 사드를 적극 반대하며 롯데를 강력히 성토하는 부류가 있다. 바로 한국의 촛불시위대들이다. 롯데백화점 광주점으로 몰려가서 “롯데는 사드 부지 제공을 철회하라. 롯데는 각성하라” 구호를 외치고. “사드 부지 교환은 권력과 재벌의 더러운 유착관계”라 했다. 국가안보를 위해 부지를 제공했다가 만신창이된 기업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국적`만 한국인인 사람들이 이 나라에 참 많이 살고 있다. `촛불단체`는 사드 중단을 6대과제 중 하나로 정해놓았고 “사드 배치를 강행한다면 1천500만 촛불의 분노가 박근혜를 넘어 한·미동맹으로 향할 것”이라며 `본색`을 드러낸다. 참 이상한 나라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3-09

전술핵 재배치

적화통일은 김일성이 평생 꿈꾸던 염원이고, 핵무기에 집착하는 이유였다. 그는 1950년대 말부터 물리학자들을 소련에 유학시켜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을 배워오게 하고 영변에 핵연구소를 설립한다. 1991년 이라크가 쿠웨이트 유전지대를 강점하자 미국과 34개 석유 수입국들이 걸프전을 벌인다. 그해 1월 17일에 터진 전쟁은 2월 28일에 끝난다. 후세인 대통령은 도망다니다가 잡혀서 처형된다. 이때 김일성이 말했다. “이라크가 핵무기를 가졌더라면 공격을 당했겠나” 핵개발이 북한의 `영원한 유훈`이 되었으며, 세습정권은 이를 `최고 국가 목표`로 삼았다. 걸프전이 끝난 그해 9월 미 부시 대통령은 핵무기 감축을 단행하고, 주한 미군이 가진 전술핵무기들을 본국으로 옮기거나 파기한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선언`을 한다. 그러나 북한은 `국가 최고 목표`를 폐기할 수 없어서 버티다가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엄청난 경제제재를 당하고, 결국 “핵사찰을 받겠다. 냉각탑을 폭파시키겠다. 핵개발을 동결하겠다”며 항복을 한 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됐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북한은 연달아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았다. 한·미 정례적 군사훈련을 핑계 삼은 것인데 “핵전쟁 연습을 하니 우리는 방어를 해야겠다”란 구실이었다.김정은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니면 겁 없는 철부지 30대 청년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바로 대놓고 `미친놈`이라 했다. 유엔이 아무리 회초리를 들고 야단을 쳐도 듣지 않는다. 트럼프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는 성격이 다르다. `미치광이 이론`을 적절히 활용하는 사업가 출신이다. 한국이 핵무기를 만들도록 허용할 수는 없지만, 1991년에 철수했던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중이라 한다. 오바마가 자제했던 대안이다.핵무기를 가진 나라와 안 가진 나라가 협상을 할 경우, 안 가진 나라는 항상 양보를 하거나, 저항하다가 멸망하는 두 가지 길밖에 없다. 우리가 그런 처지로 떨어질 수는 없지 않은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7-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