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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春)

우정구(객원논설위원)
등록일 2018-03-02 20:53 게재일 2018-03-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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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일은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인 경칩(驚蟄)이다. 동지 이후 74일째 되는 날이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날로 동면하던 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오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때쯤 되면 개구리 알을 찾아 잡아먹기도 하고, 고로쇠나무 수액을 마셔 몸을 보신했다. 겨울철 움츠렸던 몸을 추슬러 농번기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매실 주산지인 경남 하동에는 벌써부터 매화가 꽃망울을 터트렸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3월 중순에는 만개할 것이라 하니 또다시 봄은 우리 곁으로 오는 모양이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매화는 봄을 알리는 전령사다. 꽃이 일찍 핀다하여 조매(早梅), 추운 날씨에 핀다고 동매(冬梅), 눈 속에 핀다고 설중매(雪中梅)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 선비들이 유난히 좋아했던 꽃이다. 추운 날씨에도 굳게 피어나는 기개와 은은하게 배어나는 향기 때문이다.

이제 얼어붙은 땅이 녹기 시작하면서 봄을 알리는 꽃들의 향연도 머잖아 열리게 된다. 노란 개나리와 연분홍 미선나무와 살구나무, 왕벚나무, 분홍색의 진달래 등 한국을 대표하는 봄꽃들이 자태를 드러낼 것이다. 유난히 추웠던 올 겨울의 기억들은 어느 듯 사라지고 말 것이다.

봄은 꽃들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 생활 곳곳에서 봄의 기운을 느낀다. 사람들의 옷차림에서도, 식단의 반찬에서도, 거리의 표정에서도, 내 이웃의 얼굴에서도 우리는 봄을 만날 수 있다. 이해인 수녀는 `봄이 오는 길목에서`란 제목의 시에서 봄이 왔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있었구나…”라고 숨어 있던 내 마음속의 봄의 존재를 일깨워 주었던 것이다.

봄은 사계절의 첫 번째이면서 만물이 소생하는 새로운 생명의 계절이다. 그래서 봄은 늘 희망과 미래를 상징한다. 엄동설한의 겨울을 참고 견디어 냈던 생명력에 대한 경이로움의 표시런지도 모른다. 또다시 맞이하는 봄이지만 여전히 반갑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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