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모든 인간의 삶이 그렇듯 어머니에게도 고민은 없지 않았다.
갑작스레 소나기라도 쏟아지면 어머니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했다. 떨어지는 빗방울에 소금이 녹을까봐 노심초사하는 큰아들을 보면 한숨이 나왔고, 작은아들의 우산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걸 보면 미소가 그려졌다. 하지만, 두 아들의 각기 다른 입장을 생각하면 내놓고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 그런 곤혹스러움은 비가 오지 않는 날이 오래 이어질 때도 마찬가지였다.
`딜레마(Dilemma)`는 바로 이런 어머니의 심정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단어다. 철학용어인 딜레마는 `양도(兩刀)논법`과 동일한 의미. 보통의 경우엔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말을 대신해 사용된다. 대립관계에 있는 두 개의 가치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힘든 상태가 바로 딜레마다.
`11·15 지진`으로 재산 피해를 입고 적지 않은 이재민이 발생한 포항은 현재 딜레마에 빠져 있다. 특히 지진이 초래한 상황을 국민들에게 객관적으로 알려야 할 기자들의 입장이 그렇다.
정부 차원의 효율적인 지원과 재해대책 수립을 촉구하려면 지진으로 기울어진 건물과 고통 받는 피해자에 대해 보도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TV와 신문을 통해 전달되는 포항의 상황이 `혼란스러움`으로 오해돼 지역경제 활성화의 버팀목인 관광객의 발길을 끊어버리는 게 아닐까라는 고민도 동시에 해야 한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포항의 대표적 관광지인 죽도시장과 구룡포 대게·과메기상가는 지진 피해가 거의 없다는 것이 알려지고 `피해 지역을 찾는 것이 피해 입은 사람들을 돕는 것`이란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전달돼 사람들이 다시 포항을 찾고 있다고 한다. 어떤 재앙 속에서도 삶은 계속돼야 한다. 이것은 딜레마를 넘어서는 대전제다.
/홍성식(문화특집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