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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홍성식(문화특집부장)
등록일 2017-11-28 21:25 게재일 2017-11-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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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어머니에겐 아들이 둘 있었다. 어려운 형편에서 애지중지 키운 두 아들은 성실하고 효심이 깊었다. 큰아들은 노점에서 소금을 팔아 집안을 이끌었고, 작은아들은 비 내리는 거리를 뛰어다니는 우산장수가 됐다.

하지만, 모든 인간의 삶이 그렇듯 어머니에게도 고민은 없지 않았다.

갑작스레 소나기라도 쏟아지면 어머니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했다. 떨어지는 빗방울에 소금이 녹을까봐 노심초사하는 큰아들을 보면 한숨이 나왔고, 작은아들의 우산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걸 보면 미소가 그려졌다. 하지만, 두 아들의 각기 다른 입장을 생각하면 내놓고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 그런 곤혹스러움은 비가 오지 않는 날이 오래 이어질 때도 마찬가지였다.

`딜레마(Dilemma)`는 바로 이런 어머니의 심정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단어다. 철학용어인 딜레마는 `양도(兩刀)논법`과 동일한 의미. 보통의 경우엔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말을 대신해 사용된다. 대립관계에 있는 두 개의 가치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힘든 상태가 바로 딜레마다.

`11·15 지진`으로 재산 피해를 입고 적지 않은 이재민이 발생한 포항은 현재 딜레마에 빠져 있다. 특히 지진이 초래한 상황을 국민들에게 객관적으로 알려야 할 기자들의 입장이 그렇다.

정부 차원의 효율적인 지원과 재해대책 수립을 촉구하려면 지진으로 기울어진 건물과 고통 받는 피해자에 대해 보도를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TV와 신문을 통해 전달되는 포항의 상황이 `혼란스러움`으로 오해돼 지역경제 활성화의 버팀목인 관광객의 발길을 끊어버리는 게 아닐까라는 고민도 동시에 해야 한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포항의 대표적 관광지인 죽도시장과 구룡포 대게·과메기상가는 지진 피해가 거의 없다는 것이 알려지고 `피해 지역을 찾는 것이 피해 입은 사람들을 돕는 것`이란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전달돼 사람들이 다시 포항을 찾고 있다고 한다. 어떤 재앙 속에서도 삶은 계속돼야 한다. 이것은 딜레마를 넘어서는 대전제다.

/홍성식(문화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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