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렵 일반 가정에서는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伐草)를 하는 풍속이 있다. 그 근원은 잘 알 수 없으나 유교의 관혼상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본다. 벌초는 조상 묘의 풀을 베어 정리하는 풍속이다. 금초(禁草)라고도 하는데 `불을 조심하고 풀을 베어 무덤을 잘 보살핀다`는 뜻의 금화벌초(禁火伐草)에서 따온 말이다. 보통 벌초는 처서가 지나 하는데, 풀이 다 자란 상태라 겨울동안 조상 묘를 깨끗하게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 한다.
예로부터 벌초를 효의 기준으로 삼았다. “제사는 지내지 않아도 남이 모르지만 벌초를 안 하면 금방 남의 눈에 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벌초를 하지 않는 것을 큰 불효로 여겼다. 우리나라 사람처럼 죽은 조상을 잘 섬기는 민족도 드물다. 마치 살아계신 부모처럼 예를 갖춰 섬긴다. 유교적 영향이 크다. 조상을 잘 섬기는 것을 부모에 대한 효행과 동일시하는 관념이 우리에게 있다. 우리민족의 중요한 덕목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벌초 때마다 말벌에 쏘여 고생하는 사람들이 매번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고 벌초를 그만 두는 후손들은 없다. 과거와 달리 벌초 대행업소에 일을 맡기는 경우가 많아졌으나 조상숭배의 예는 여전하다.
벌초는 조상에 대한 효의 개념이지만 조상 은덕에 대한 감사의 정성으로 보는 것이 좋다. 오늘날 이처럼 무탈하게 살아온 것도 조상이 보살펴 준 은덕(恩德) 덕분으로 알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 속담에 “처삼촌 벌초”라는 표현이 있다. 대충 대충 일을 무성의하게 할 때 이르는 말이다.
벌초의 계절이다. 조상 묘소를 찾아 조상에 대한 고마움의 마음을 정성껏 표시해 보는 것도 뜻 있는 일이 될 수 있겠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