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금한령의 뒷모습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등록일 2017-09-12 21:05 게재일 2017-09-12 19면
스크랩버튼
중국정부가 사드 한국배치를 기화로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하는 금한령(禁韓令)을 지난 3월15일 내린 후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것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유통기업이었다. 이마트는 연내 중국시장에서 완전철수한다는 목표로 점포 매각작업중이며, 롯데마트는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마트는 중국매장 6곳 중 5곳을 태국 최대 재벌인 CP그룹에 매각하고 나머지 1개 점포 매각도 서두를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中 정부의 사드보복이 본격화한 지난 3월중순 이후 5천억원 넘게 피해를 봤다. 총 112개 점포 중 74곳이 영업정지상태다. 정지이유는 소방법위반 등인데 언제 풀릴지 기약이 없다. 사드보복 분위기에 편승한 중국인들의 불매운동까지 겹쳐 그나마 영업중인 점포매출도 급감했다. 연말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피해액은 1조원에 달할 전망이라고 한다. 화장품업계도 고전하고 있다. 이 업종의 中의존도가 70%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中 단체관광객(요우커) 의존도가 높은 명동지역 화장품 숍들도 매출이 반토막났다.

서울시내 면세점도 직격탄을 맞았다. 요우커 위주로 영업해온 서울시내 면세점 9개가 한순간에 매출이 90% 가까이 급감했다. 급기야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던 면세점 문을 닫겠다는 곳까지 나왔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달 31일 제주국제공항내 면세점 임대차계약을 종료하겠다고 한국공항공사측에 통보했다. 현재 연말까지 기한을 연장했지만 임대료 조정 등 부담을 크게 줄였다. 롯데면세점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운영을 접어야 할지 고심중이다.

중국내 진출기업에 대한 중국정부의 겉다르고 속다른 모습은 뒤늦게 얘기할 거리도 못된다. 문제는 기업차원을 넘어 국가적 이슈로 부상한 금한령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가 더 큰 문제다. 외교부는 “북핵 문제가 해소되면 될 일”이라고 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약속이 전부다. 우리 정부도 한중FTA협정에 명시된 보호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나서야할 때다. 외교문제는 외교문제대로, 통상문제는 통상문제대로 대처해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지혜가 아쉽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