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管仲)은 춘추시대 정치가며 중국 역사상 재상의 본보기로 삼는 인물이다. 그는 국가의 근본을 예의염치(禮義廉恥)로 보았다. 이 중 한 가지만 없으면 나라가 기울고, 두 가지가 없으면 나라가 위험에 빠지고, 세 가지가 없으면 나라 근간이 뒤집히고, 모두가 없으면 망할 수밖에 없다고 가르쳤다. 예와 의는 나라를 다스리는 틀이고 염과 치는 자신의 인간 됨됨이를 갖추는 일이라 했다. 서양의 도덕적 가치를 말할 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뺄 수 없다.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의 2천년 역사를 지탱한 힘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철학이라 했다. 영국 최고의 사학명문 이튼대학 내 교회 건물에는 전사한 졸업생 이름이 새겨져 있다. 1차 세계대전 1천157명, 2차 세계대전 748명이다. 미국이 6·25전쟁 때 미국참전 용사 중 142명이 미군 장성의 아들이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이처럼 서구 사회의 핵심적 도덕가치다. 우리도 임시정부 초대 국무령을 지낸 이상룡 선생의 생가 임청각을 소개하면서 `노블레스 노블리주`의 상징이라 말한다. 9명의 독립 운동가를 배출했고 임청각을 처분한 돈으로 독립운동 자금을 댄 그의 시대정신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양반은 양반답게 처신해야 한다”는 말로 번역한 게 있다.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규범을 갖춰야 양반 자격이 있다는 의미를 살린 번역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관중이 지적한 `예의염치`란 말로 풀어도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관중은 염치가 없는 사람이 공직에 있으면 시민과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고 했다. 시대를 떠나 공직자는 오로지 공공의 신뢰를 위해 솔선수범하는 생활 태도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정부가 공개한 고위 공직자 재산등록 현황을 보면서 염치없는 사람들이 고위 공직에 많이 앉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국민에게는 “사는 집 말고 다 팔라”하면서 해당부처 장관을 포함 현 정부 장관의 60%가 두 집 이상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로 밝혀졌으니 말이다. 염치가 없어 보인다.
/우정구(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