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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주객 전도된 경찰

“손님이 오히려 주인 행세를 한다”는 주객전도(主客顚倒)의 사례는 흔하게 볼 수 있다. 10원짜리 동전 주화 중 구리 함량이 많은 2006년 이전 발행 동전의 경우 액면가는 10원인데 발행 비용은 무려 40원이다. 주객이 전도됐다는 논란이 한동안 일었다.밥값 아끼고 비싼 커피 마시는 것이나 물건값보다 배송비가 더 많이 더는 경우 등등 우리 생활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객전도 현상이다. 비슷한 말로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뜻의 적반하장(賊反荷杖)이나 “배보다 배꼽이 크다” “방귀 뀐 놈이 성 낸다” “도둑이 도둑이야 한다”는 등의 속담이 있다.경찰 조직은 국민의 재산과 생명,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권력 기관이다. 나라마다 국민의 재산과 안녕질서를 위해 경찰 형태의 제도를 오래전부터 만들어 사용해 왔다. 국가의 기강 유지를 위해서 경찰제도는 예나 지금이나 필수적이다.조선시대에는 포도청을 만들어 도둑을 잡고 사회질서를 바로잡았다. 포도청의 포도대장 직급은 지금의 차관급인 종2품으로 했다. 민생의 안전을 담당하는 업무의 중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 부르는 것은 서민생활 보호와 직결된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경찰이 복면을 쓰고 금은방을 털었다는 뉴스는 충격이다.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국민들 뇌리에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생각이 먼저 스쳐 간다. 적반하장이고 주객전도다.경찰 한 사람의 범죄라기보다 경찰 전체의 이미지에 먹칠한 나쁜 소식이다. 입양아 정인이 사건으로 경찰의 불신이 커진 데 덮친 소식이다. 민중의 지팡이로서 거듭날 경찰의 뼈 깎는 각오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1-10

인생의 기본 값은 고통이다

사공정규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최근에 가수 나훈아의 ‘테스 형’이라는 노래로 2천500여년을 소환되어 온 소크라테스, ‘테스형’ 가사에 “아! 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라는 가사가 나온다.그렇다. 사는 게 만만하지 않다. 힘듦의 연속이다. 간신히 버텨 큰 힘듦 없이 살아간다 싶을 때, 나에게 절대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일이, 또 다른 힘듦으로 찾아온다.‘테스 형’이라는 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세상이 왜 이렇게 힘들까?” 왜냐하면, 인생의 디폴트 값(default value) 즉, 기본 값이 고통이기 때문이다. 고통에서 예외인 인생은 없다.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동안 고통은 숙명이다.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라고 말했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 같다.당신은 행복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행복은 고통 없는 삶일까? 아니다. 행복을 인생의 기본 값으로 생각하는 데에서 불행이 온다. 항상 행복하지 않다면 불행한 것일까? 아니다. 앞서 말한 바처럼, 인생의 기본 값은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금만 행복하지 못하면 죽을 것처럼 힘들어 한다. 행복이라는 것은 잠깐이라도 고통이 완화되면 행복한 것이다. 잠깐이라도 행복감을 느낀다면 행복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나 많이 행복해야 행복하다는 착각을 하고 사는 것은 아닐까.세상을 살고 있는 한, 고통은 항상 존재하며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고통과 관련해 “삶이 있는 곳에 고통은 있다”,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 곧 살아 있는 것이다”, “고통이 없다면 얻는 것도 없다”, “살면서 고통을 못 느끼는 것이 가장 슬픈 일이다” 등과 같은 경구들이 인용된다. ‘고통이 없는 세상’이야말로 인생을 불행하게 만든다.물고기는 물이 없는 상태에서 헤엄칠 수 없다. 물고기가 헤엄치기 위해서는 물이라는 저항이 필요하다. 새는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 날 수 없다. 새가 날기 위해서는 공기라는 저항이 필요하다. 인간도 고통 없이 인생을 살 수 없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고통이라는 저항이 필요하다.인생은 고해(苦海)이다. 인생은 거대한 고통의 바다이다. 고통의 바다에서 태어났으면 좋든 싫든 건널 수밖에 없다. 고통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삶과 자유자재로 유유히 헤엄치며 사는 삶은 분명히 다르다.인생은 거대한 고통의 바다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가 고통을 만나면 우리는 고통을 두려워하거나 고통을 회피하여 어떻게든 도망치려 발버둥친다. 우리의 태어남은 우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고통은 인생의 기본 값이기에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이해야 한다.우리가 불행한 것은 마땅히 겪어야 할 고통을 피하기 때문이다. 고통으로부터 도망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고통 또한 우리가 부드럽고 친절하게 다루어 주기를 원한다. 인생의 기본 값이 고통이라는 것을 회피가 아닌 수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고통을 수용하고 부드럽고 친절하게 마주하면서, 그 참된 의미를 아는 순간부터 새로운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그렇다면 고통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지 않고 자유자재로 유유히 헤엄치며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 예를 들면, 어떤 사람에게 누군가가 강제적으로 “영하 20도의 날씨에 밖에서 2시간을 서 있어야 한다”면, 이는 고통이고 힘든 상황일 것이다. 그러나 “영하 20도의 날씨에 밖에서 2시간을 서 있는 다면 이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오랫동안 헤어진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고 제안받고 그 일을 본인이 선택하였다”면, 이 영하 20도의 날씨는 그리 고통이 되지 않을 것이고 힘들지도 않을 것이다. 오히려 희망이고 행복일 수 있다.그렇다. 수동적으로 받은 고통은 고통 그 자체이지만,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선택한 고통은 고통이 아니다. 우리는 어떤 고통을 받을지 선택하는 것이며 무엇을 위해 그 고통과 마주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인생의 고통을 어떻게 인지하느냐, 어떻게 해석하느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가 중요하다.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고통이 행복이 될 수도 있고 불행이 될 수도 있다.고통을 두려워 하지마라. 고통을 회피 하지마라. 고통을 수용하고 인내하고 지혜롭게 마주하는 것이 인생이다. 고통 그 자체는 행복도 불행도 아니다. 고통을 어떻게 마주하는가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결정된다. 고통을 다루면 행복이고, 고통에 짓눌리면 불행이다. 고통은 자기실현의 주제이다. 고통은 더 큰 자기를 담을 수 있는 기회이다. 사람은 고통을 마주하면서 그 고통을 다루는 과정에서 자신이 성장하는 그 과정에서 행복이 온다.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것은 고통이 아니라 고통에 대한 우리의 태도이다. 당신은 지금 고통스러운가? 그렇다면 당신에게 행복이 다가올 기회가 주어졌음이니 이는 축복이다. 잊지 말자. 당신의 고통은 그 어떤 것보다 의미 있다는 것을, 그 어떤 것보다 당신을 강하게 만든다는 것을!

2021-01-10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성공조건

윤대식영남대 교수·도시공학과최근 코로나 사태로 항공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지만, 향후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아시아지역 특히 동북아시아지역에 매우 큰 항공시장이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첫 번째는 아시아국가의 높은 경제성장으로 인해 항공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시아국가의 경제성장률이 연간 5~8% 수준으로 분석되고 있다.두 번째는 아시아지역에서 저비용항공사(LCC)의 항공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는 아시아지역은 유럽이나 북미지역에 비해 저비용항공사(LCC)의 항공시장 점유율이 현저히 낮은 상태에 있으나, 많은 아시아국가에서 저비용항공사(LCC)가 속속 출현하거나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저비용항공사(LCC)의 성장과 항공시장 점유율 확대로 인한 항공요금 인하 효과는 항공수요의 폭발적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관광업계는 내다보고 있다.이러한 항공수요 증가추세에 발맞춰 많은 국내외 항공사들은 허브 앤 스포크(hub and spoke) 노선의 비중 축소와 직항(point to point) 노선의 비중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개별 국가들도 소수의 허브공항 육성 대신에 개별 지역마다 공항을 건설하고 육성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공항 인프라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따라서 아시아지역의 증가하는 항공수요를 수용할 수 있는 공항이 대구·경북지역에 있어야 한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항공수요가 충분히 확보될 것인가에 대해 일부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대구·경북 주요 도시로부터 편리하고 빠른 교통접근성만 확보된다면 항공수요 확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다만 인 바운드(in bound) 해외여객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통합신공항의 건설과 함께 대구·경북의 관광자원 및 산업 인프라와 연계해서 많은 외국 여행객들과 화물(물류)을 끌어들일 수 있는 지역발전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들어 국제공항은 단순히 출입국을 위한 관문(gateway)이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한 거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최근 공항을 중심으로 공항경제권이 많은 국가들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왜냐하면 항공수요(여객수요와 화물수요)의 증가로 인해 공항을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천공항 주변에 물류산업, 바이오산업, 문화관광산업, 첨단제조업은 물론이고, 국제업무단지, 공항도시가 꽃을 피우는 현상을 볼 수 있다.특히 새롭게 건설될 통합신공항은 향후 항공시장 점유율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저비용항공사(LCC)의 노선확대에 대응할 수 있는 저비용항공사(LCC) 친숙공항으로 육성하고, 전 세계적인 전자상거래의 확대를 겨냥해서 국제 택배화물의 처리를 위한 물류공항으로 육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새롭게 건설될 통합신공항의 초기 활성화를 결정하는 첫 번째 관건은 대구·경북 주요 도시로부터 30~40분 내에 접근이 가능한 공항철도의 건설과 접근도로망의 확충이다.인천공항이 공항철도를 이용하더라도 서울로부터 1시간 이상 걸리는 문제로 인해 2000년대 이전 서울의 관문공항이었던 김포공항의 국제공항 기능이 다시 살아나는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 도쿄의 관문공항인 나리타공항이 도쿄로부터 접근성이 떨어져 1980년대 이전 도쿄의 관문공항이었던 하네다공항의 국제공항 기능이 다시 살아나는 현상으로부터 우리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우리나라의 다른 지방공항들도 새롭게 건설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과 항공수요 확보를 두고 경쟁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공항철도, 도로 등 관련 인프라 확충을 두고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충청권의 관문공항인 청주공항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 핵심은 역시 접근교통망의 확충이다. 청주공항의 경우 대전과 세종시로부터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공항철도 및 BRT 연결을 추진하고 있다.여기서 문제는 예비타당성조사이니 만큼, 특히 공항철도는 통합신공항의 초기 활성화를 결정하는 관건이 된다는 점을 감안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대구·경북이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다음으로 중요한 과제는 ‘반듯한’ 민간공항을 건설하는 것이다. 비록 통합신공항이 군사공항과 민간공항을 함께 건설하는 것이긴 하지만, 군사공항 운영에 따른 제약 없이 민간공항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중대형 항공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활주로 1본이 민항전용 활주로로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렇게 돼야 연간 1천만∼1천500만 명 정도의 항공여객수요를 처리할 수 있다.아울러 새로운 공항의 건설과 관련 인프라의 확충은 단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과 중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을 단계별로 구분해서 접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이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과 연계하여 대구·경북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고려한 지역개발 청사진을 마련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을 모색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2021-01-10

진덕여왕릉에 오르다

새해 첫 나들이를 갔다. 코로나19가 더 번지는 바람에 사람 없는 곳을 찾다보니 인적드문 곳에 위치한 진덕여왕릉이 좋았다. 경주의 수 많은 유적지를 방문했던 우리도 이곳을 잘 몰랐고, 대중들조차 관심이 적은 곳이라 조용할 것이라 짐작했다. 역시 진입로부터 경주 시내가 아닌 한적한 동네로 접어들었다.반대 편에 차가 오면 길 한 쪽으로 피해서 기다려야 하는 시골길을 몇 번 구불거리니 길 끝에 주차장이 나타났다. 맞은 편 소나무 숲으로 오솔길이 나 있었다. 조용하고 가벼운 운동을 할 만한 곳으로 잘 고른 선택이었다.산책길에 우리뿐인가 했더니 사람들이 가끔씩 나타났다. 큰 개를 데리고, 또 마라톤 복장으로, 손을 꼭 잡은 커플은 옷까지 맞춰입고 길을 오른다. 산에서는 서로 인사를 나누며 지나치는게 일상이었다. 그들은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이내 사라졌다.우리가 진덕여왕릉에 오른 시간은 해거름 때였다. 능 주변에 소나무가 둘러서 있을거란 짐작에 나무사이로 드리운 햇살을 감상하기 위해서였다.역시나 한낮에 반짝였던 햇살이 오후에는 소나무 사이로 레이스커튼처럼 스며있었다. 어른어른거리는 햇살 사이로 봉긋한 능이 보였다. 발길을 멈추고 숨소리도 죽여가며 장관을 감상했다. 고요한 장면이 주는 행복이었다. 눈에 한껏 담은 다음에 그제서야 연신 카메라로 순간을 저장하기 위해 셔터를 눌렀다.오후 내내 능에 햇볕이 내려앉았다. 둘레를 천천히 거닐며 호석을 감상한다. 판에 새겨놓은 십이지신상이 세월에 깎여서 호랑이인지 토끼인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올해가 소띠 해이니 소를 찾아볼까 하고 들여다보다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28대 진덕여왕은 그 유명한 27대 선덕여왕의 대를 이은 두 번째 여왕이며 성골로는 마지막 왕이다. 자녀가 없어서 사촌동생이 물려받았던 것이다. 선덕여왕릉은 여러번 둘러보았었다. 능을 오르는 숲길에 소나무들이 늘어서있는 모습이나 산 중턱에 위치한 분위기가 거의 진덕여왕릉과 비슷했다. 선덕여왕릉의 둘레에는 모양이 다른 자연석을 이리저리 끼워 맞춰 만든 호석의 초기 형식이었다. 진덕여왕은 재위 8년만에 숨을 거두었다고 기록에 나와있는데 호석의 모습이 너무 발전된 형식이었다.선덕여왕, 진덕여왕, 그 다음 왕인 김춘추의 능인 무열왕릉에는 호석이 없다. 그 다음 왕이 누군가, 문무대왕릉은 경주 양북면 앞 바다에 있으니 호석이 있을리 없다. 호석을 보려고 더 찾은 31대왕은 신문왕이다. 신문왕의 호석은 자연석을 다듬어 반듯하게 만든 돌을 3단으로 쌓아 올렸을 뿐 아직 넓은 판에 십이지신을 새긴 것은 보이지 않았다. 33대 성덕왕의 능에 드디어 십이지신상이 나타났다. 그러니 28대 진덕여왕의 능을 만들 즈음에 유행할 형식이 아닌 호석이었다.김순희 수필가또 십이지신상의 조각 수법도 경주에 남아 있는 8기의 능묘 가운데서 가장 빈약하여, 진덕여왕의 능묘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둘레돌에 일정한 간격으로 박석을 깔고 그 밖에 난간을 세웠었으나, 지금은 없어진 부재가 상당히 많다. 무덤 앞에는 이외에 별다른 석조물이 없고, 후대에 만든 통로와 축대가 있다.과연 이 능이 진덕여왕이 맞을까? 아니면 후대에 누군가 능을 보수하며 바꿨나? 기록에는 “진덕여왕이 왕위에 있은 지 8년에 죽으니, 시호를 진덕이라 하고 사량부(沙梁部)에 장사지냈다”고 하였는데, 이 사량부는 경주시의 남쪽 흥륜사(興輪寺) 터가 있는 일대로 추정되어 현재의 현곡리와는 정반대의 위치가 된다. 이 곳에 누운 분은 과연 누구일까, 잠시 다니러 온 우리가 그 비밀을 알기엔 너무 큰 그림이었다.가벼운 산책을 나왔다가 역사의 깊은 곳까지 나들이를 가버렸다. 따스한 눈길을 보내던 햇살도 저물어 길을 잃기 전에 현실세계로 돌아오려고 서둘러 산을 내려왔다. 길 끝까지 안내를 해주느라 소나무가 그림자를 길게 늘였다. 봄에 또 오겠다며 눈인사를 나눴다.

2021-01-10

울릉공항 등 미래 발전 위해 최선

김병수 울릉군수새로운 꿈과 희망의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는 꿈과 소망 모두 다 이루시고, 건강과 행복 가득하시기를 기원 드린다.지난해는 울릉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무척이나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울릉경제의 근간이 되는 관광객이 급감했다.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은 울릉군민들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하지만, 이러한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울릉군민들이 하나 된 마음으로 합심단결하고,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는 군민의 불굴 저력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게 하는 한해였다.정말로 힘겨운 재난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묵묵히, 열심히 달려온 울릉군민 여러분 한 분, 한 분께 깊은 위로와 감사를 드린다.올해는 민선 7기 출범과 함께 군민들께 약속드린 공약사항 이행과 각종 정책을 빈틈없이 실천하고, 군민 모두가 풍요롭고 행복한, 꿈이 있는 친환경 섬 건설을 위해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울릉공항 개항, 대형카페리선 운항 등으로 관광수요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미래에 대비해서 중장기 마스터플랜 계획을 수립, 추진전략과 중점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지난해 태풍으로 큰 피해를 본 해안 산책로 등 관광시설을 항구적으로 복구하고 우산국박물관, 남서일몰전망대 관광모노레일 등 새로운 관광 시설도 선보이겠다. 죽도 관광지 재개발과 울릉도 명산 성인봉(해발 987m) 원시림 탐방로 정비 등으로 기존 관광지를 친환경적으로 새롭게 단장하고, 급변하는 관광패턴에 적합한 관광 마케팅을 선제적으로 해서 많은 관광객이 울릉도를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소비 심리 위축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지역 특산물 판매도 관광산업과 연계해서 판매를 확대하여 지역 경기도 활성화되도록 하겠다.살기 좋은 농·어촌으로 탈바꿈하고자, 울릉 화산섬 비즈니스 플랫폼구축과 어촌뉴딜 300사업 등 중점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각종 농·어촌 정주기반 조성과 농·어업인의 소득 증대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다.울릉군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9월 연이은 태풍으로 피해복구비 813억 원이라는 크나큰 피해를 보았었지만, 다행스럽게도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앞으로 울릉군은 태풍 피해복구를 신속히 추진해서 주민들의 불편을 없애고, 지난해 10월부터 공사를 시작한 울릉소방서 신축예정 부지에 하루빨리 소방서를 유치, 응급헬기가 상주할 수 있도록 해서 군민들이 응급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전심전력하겠다.군민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군민의 삶의 현장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소통과 섬김으로 군민과 함께하고 군민이 풍요롭고 행복한 군정을 이끌어 나가고자 최선을 다하겠다.울릉공항이 개항되면, 울릉도는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관광 섬으로 우뚝 설 것이다. 해상날씨와 관계없이 주민의 이동이 자유로워지고, 관광객 또한 100만 명대로 많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군은 울릉공항이 순조롭게 추진되고 하루빨리 완공될 수 있도록, 국토부, 부산지방항공청, 한국공항공사, 시행사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하면서 전 행정력을 집중해 나가겠다.공항공사를 하는 도중에도 가두봉 구간에 터널을 개설해 주민불편을 최소화하는데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공항 건설과 함께 침체한 지역 경기도 부양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울릉공항이 하루빨리 개항돼서 민족의 섬 독도와 함께 아름다운 울릉도를 전 세계에 알리고, 울릉군민도 바다만 바라보면서 더 이상 애태우는 일이 없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울릉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내고자 적극적인 행정을 하겠다. 우리 공직자 모두는 그 약속을 지키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2021년 울릉군의 미래발전을 향한 희망의 길에 군민 여러분께서 늘 함께해주시고 큰 관심과 성원 당부드린다.

2021-01-10

소한(小寒) 집에 대한(大寒) 들다

윤영대 수필가새해 벽두부터 북극발 차가운 기운이 남으로 밀고 내려와서 한반도 전역이 얼어붙었다. 서해안은 폭설까지 덮쳤다. 한파 특보가 전국 대부분 지방에 발효되고 포항도 영하 10도 이하로 곤두박질치고 전국이 영하권이다. 형산강이 얼고 울릉도엔 30cm 폭설이 내려 설국의 장관을 연출하고 제주는 57년 만에 한파경보가 내렸다. 대한(大寒)이 소한(小寒) 집에 놀러 온 탓인가?‘소한 추위는 꾸어와서라도 한다’는 속담처럼 어디서 강추위를 한 보따리 꾸어왔는지 어제오늘의 추위가 매섭다. 우리나라의 겨울 추위는 대륙성 고기압인 저 북쪽 시베리아 기단의 활동에 기인하는데, 벌판에 하얗게 쌓인 눈에 햇빛이 반사되어 대기의 하층 공기가 냉각되고 뭉쳐져 있는 그 힘을 대한 몰래 빌려온 것이리라. 찬 바람이 내려오면 농촌의 비닐하우스와 어촌의 양식장 냉해 관리도 힘들게 되어 걱정이고, 얼어붙은 도로의 블랙아이스로 인해 교통사고가 많아지고 눈 위를 걸을 때는 미끌어지지 않도록 특히 조심해야 하며, 수도관 동파나 옥외 전기시설의 안전사고 예방에 주의해야 한다. 겨울이 펼치는 한파로 어차피 소한 땜을 한번 겪어야 할 것 같으니 외출 시 두껍게 차려입고 마스크를 꼭하고 모두가 각별한 주의로 이 겨울을 잘 지내야 하리라.추워지면 따뜻하게 하려다 보니 전열기들의 부하가 급증하여 전력수요가 늘어나게 되어 전력란도 우려된다. 현재 우리나라 평균전력 소비는 약 9천만KW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예비전력은 약 880만KW로 예비율 10% 정도로 다행이지만 한전에서도 석탄발전 감축과 LNG 306만톤 확보 등 안정적 전력수급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한다. 이러한 추위에 사회적 배려계층의 에너지 바우처도 확대 지원한다고 한다. 이래저래 한겨울 추위가 몰려오면 일상이 움추려드는 마음에 주위의 온도를 높이려고 애쓰지만 ‘적정 실내온도(20℃) 지키기’를 하며 에너지 사용을 적절히 잘 하여야 한다.삼한사온은 온대기후인 우리나라 겨울의 특징이다. 사계절이 있다는 것도 축복이고 겨울엔 춥고 따스함이 사나흘씩 반복되는 날씨의 추임새도 좋다. 겨울은 한 번쯤 추워야 한다. 그래야 흙 속의 해충도 죽고 나무들도 껍질을 두텁게 한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장작 등 땔감을 마련하고 문풍지를 바르고 했던 옛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폭설에 교통이 막히고 나들이에는 불편하지만 겨울엔 눈도 와야 된다. 겨울 가뭄이 들면 봄을 준비하는 새싹들의 목이 마르다.어제 아파트 정원에서 부러진 나뭇가지를 보니 털복숭이 망울들이 올망졸망 달려있기에 몇 가지 꺾어서 가져왔다. 고깔 모양의 투명한 유리 화병에 꽂고 물을 주었더니 고맙다고 속삭이듯 생기가 도는 듯하다. 베란다에 잊혀진듯 놓여있는 화분에도 따뜻한 물 한 모금 주어 양지쪽에 두었다.‘대한이 소한 집에 와서 얼어 죽는다’는 말처럼 이 소한의 추위에 코로나 바이러스도 모두 얼어 죽어서 대한이 지날 때쯤부터는 좀 더 따뜻한 이웃들의 온기를 느꼈으면 좋겠다. 추위에 좋다는 생강차 한 잔 달이고 비타민C가 풍부하여 겨울철 감기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황금색 귤을 까먹으며 이 겨울의 한파를 희망찬 마음으로 녹여보자.

2021-01-10

외로움이 우울증이 되다

문가인참마음심리상담센터 원장1인 가구라는 단어는 언젠가부터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왔다.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우리의 현실이 된 것이다. 검색해보니 우리나라 10가구 중 3가구가 1인 가구(2019년 기준)라고 하며, 그래서 그런지 거주공간들도 소형아파트나 소형주택이란 이름으로 작아지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 전해 들은 고독사라는 단어가 우리나라 뉴스에도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고독을 사회적 질병으로 인식하고 ‘외로움 담당 장관’을 임명해, 고독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한다고 한다.이런 고독의 문제는 대가족체제가 무너지고 핵가족화되고, 경쟁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미 예견되어 있었고 잠재되어 있었다.코로나바이러스가 전파된 이후 어떤 사람들은 더욱더 고독해지고 그러다가 우울해지게 된다.최근에 필자는 60대의 1인 가구 여성을 심리상담하게 되었는데, 그녀의 표면적인 호소는 잠을 못 잔다고 것이고 병원에서의 진단은 우울증이었다. 그녀를 세심하게 상담해보니 그녀의 문제의 본질은 고독이었다. 일찍이 사별하여 홀로 산 세월이 30년, 우연히 만난 이성과 마음이 통하는 대화를 하고 그러다가 결별. 그리고 찾아온 집착 및 우울. 그녀의 고독이 우울증이란 질환으로 발전한 것이다.인간의 대표적인 부정적 감정인 우울, 불안, 분노는 심한 경우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등 부적응을 초래하며 심지어는 생명과도 관련되기 때문에 정신건강전문가들은 이러한 세 가지 감정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치료방법들이 많이 연구되고 있다. 그렇지만 과연 이 세 가지 감정만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지 상담현장에서 느낄 때가 많다. 즉, 외로움도 우리의 마음을 힘들게 하는 중요한 감정 중의 하나인 것이다.지금까지 외로움에 대한 감정에 대해서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도 별로 주목하지 않았다. 정보와 광고가 넘쳐나고 SNS상의 구독과 좋아요가 넘쳐나지만 혼자 있는 공간에 오면 우리는 외롭다. 외로우면 그 외로움을 해소하고자 무엇인가 행동을 취하게 된다.외로움 때문에 술을, 외로움 때문에 친구를, 외로움 때문에 게임을, 외로움 때문에 도박하고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외로움이란 감정도 인간의 적응을 위해서 진화론적으로 우리 내면에 존재할 수밖에 없다. 외로우므로 친구를 찾고 연인을 찾고 결혼을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 외로움이 역시 오래가고 심하면 마음의 병이 온 것으로 생각하고 자가치유 내지는 심리상담센터를 찾아볼 것을 권한다. 외로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바야흐로 필요한 시대가 온 것으로 여겨진다.나의 ‘힐링을 노래하라’라는 책에는 100여 편 이상의 잠언시가 포함되어 있는데, 그 시들은 외로운 그 어느 날 하나씩 쓴 것이다. 외로운 시간을 잘 보낸 긍정적 결과이다. 외로울 때 시를 쓰고 그 시는 책으로 출판되고, 출판되면 뿌듯할 것이고, 더욱더 외로움을 잘 즐기는 사람이 되는 선순환의 구조로 가는 것이다.외로운 시간을 잘 보내는 것, 그것이 당신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라.

2021-01-10

소를 생각한다

나는 소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나?어렸을 때 외할머니 댁은 나의 풍요로운 기억의 원천이다. ‘차부’에서 내려 고개를 하나 건너가면 나오는 첫 번째 집 외갓집엔 없는 짐승이 없었다. 소를 키우고 돼지를 키웠다. 뒤란에는 닭장도 있고 토끼장도 있었다. 그때 외할머니 댁에 사는 소는 누런 황소였다. 아침이면 부엌에서 소 여물을 쑤는데, 쇠가마에서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던 광경이 떠오른다.공주 살 때는 아직도 달구지가 다녔다. 행길에 말도 있고 소도 있었는데, 소달구지가 태연히 버스 옆으로 지나다녔고 길에는 소똥이 푸짐한 모양으로 떨어져 있기도 했다. 대전 살 때 소는 이제 흔한 짐승이 아니었지만 내가 사는 동네 건너편에 피혁공장도 있고 뭣보다 도살장이 있어 거기서 소를 잡는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소 잡는 게 무슨 구경거리일 것도 없는데 한번쯤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했지만 그 죄 없는 짐승 죽는 거 보러 차마 가지는 못했다.나중에 문단에서 사람들을 여럿 사귀었는데 그중에는 고흥이 고향인 작가 전성태도 있었다. 그가 ‘소를 줍다’라는 소설을 썼는데, 소를 못 가진 집에서 자란 아이가 홍수에 떠내려온 소를 기르다 아버지가 주인 찾아 주는 바람에 애닯아 하는 얘기였다. 지금 이 소설은 중학생들 보는 교과서에도 나온다.좀 지내다 보니, 시 평론도 하게 됐는데, 이시영 시인이 뭐라 하는 제목의 시를 쓰셨다. 정육점 주인이 육괴를 이리저리 다 처리하고 쉬는 이야기를 담았는데, 한 사람이 살기 위해 고기를 늘 다루어야 하는 생활의 정경이 자못 안쓰럽고도 역설적으로 평화롭게 다가왔던 기억이 있다. 몇 년 전에는 백무산 시인이 소를 잡는 광경을 본 이야기를 시로 담아 읽었는데, 그 처참한 광경을 담담히 서술해 놓은 것이, 시가 보일 수 있는 한 진경을 그려놓은 것 같아 여러번 되풀이 음미해 보기도 했다.‘옛날’ 성실하고도 고독해 보이는 작가 황순원의 장편소설 가운데 ‘일월’이라는 것이 있다. 백정 집안의 피를 받고 태어난 한 인텔리 청년이 자신의 가문의 ‘비밀’에 정신적인 압박을 느끼는 이야기였다. 6·25 전쟁은 한국 사회에서 백정 계급을 최종적으로 해체시킨 역사적 사변이었을 텐데, 바로 그 뒷 이야기를 그린 것이라 해도 좋았다. 그리고 그것은 일본 작가 시마자키 도손이 쓴 ‘파계’의 ‘비밀’과 소 잡는 풍경을 이어받은 것이었다.소는 말없이, 최후까지, 남김없이 주는 희생일 것이다. 소를 생각하다 보니, 올 한 해는 나보다 남을 위하는 삶을 살아봐야 하겠다고 생각하게 된다./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

2021-01-07

코로나시대, 도서관에서 책을 테이크아웃 하라

조정희 대구 수성도서관장톨스토이의 지혜를 얻는 세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중 가장 먼저 생각을 깊이 해보는 숙고(熟考)이며, 두 번째가 경험에서 오는 것이며, 세 번째가 모방이 하나의 방법이라 했다. 우리는 지혜를 얻는 하나의 방법으로 책을 읽고 토론하며, 때로는 다양한 학문을 토대로 한 문화강좌와 다양한 취미활동을 통하여 지혜를 얻을 수 있음을 알고 그 플랫폼으로 도서관을 활용했으며, 도서관 가까이에 사는 이들을 부러워하곤 한다.이처럼 지혜의 보고였던 도서관 이용마저 지난해 1월 우리나라에 코로나19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위축되고 말았다. 지난해 초만 해도 무더운 여름철이 되면 코로나가 소멸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모두들 숨죽여 있었으나 그 끝은 쉽사리 보이지 않았다. 여름이 지나면서 전국의 도서관들은 북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 도서 택배서비스, 전자책 서비스, 부분개관 등 그동안 해보지 않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민에게 지혜의 책을 선물하고자 노력했다.대구 수성구 만촌1동에 위치한 수성도서관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RFID 기반의 스마트도서관 구현으로,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도서관 입구에 365일 무인자가반납기 1대, 자가대출반납기 3대 등을 설치해 이용자들의 자료이용(대출반납)에 편의성 및 효율적인 자료 관리로 시민들의 만족도 재고에 힘썼다.더불어, 바로 옆에는 올해 말을 개관목표로 대구시에서 지하 1층 지상3층의 대구생활문화센터 조성공사를 하고 있어 지역주민에게는 최고의 교육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완벽하리만큼 잘 가꾸어진 도서관을 전면 개방하지 못하고 부분개방만 하고 있는 안타까움을 어떻게 해소할까 라는 생각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코로나19로 인해 이용자가 제한되는 도서관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온라인의 역할이 확대된다고 하지만 디지털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이들의 정보격차를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찾고 싶고 머물고 싶은 수성도서관 이용자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도서관의 안전 수칙에만 따라주면 이용자 여러분은 안전합니다.”

2021-01-07

대통령, 어디 있나요?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대통령, 어디 있나요?”라고 묻는 사람이 많아졌다. 청와대를 오래 출입한 탓에 필자에게도 ‘타박성’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달리 대답할 말이 없다. 그저 “청와대서 근무중”이라 답할 수 밖에….돌이켜 보건대 문재인 정부들어 여러 정책들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집값을 반드시 안정시키겠다던 공약과는 달리 수도권 아파트 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세입자 편들려고 만든 임대차3법도 역효과를 내는 바람에 서민들이 전세대란의 고초를 겪고있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공시지가 현실화가 추진돼 종부세와 재산세가 크게 올랐다. 세금폭탄이다. 여기에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영세소상공인들의 목줄을 죄고있다.‘멀쩡히 근무 잘 하고 있는’ 대통령을 찾는 목소리가 처음 크게 들린 것은 지난 해 9월 서해상 실종 공무원에 대한 북한군 총격 사망 사건때였다.국민의힘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섰다. 시위 첫 주자인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찾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지금 어디 계신 건가요’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문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요구했다. 청와대는 묵묵부답이었다. 또 조국에 이어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임명해 검찰개혁을 한다며 검찰총수를 찍어내려다 법원의 제동에 막혀 허둥지둥하는 행태 역시 꼴불견이다. 정권 초기, 적폐청산에 앞장세웠을 때 그토록 신임하고 예뻐했던 윤석열 총장이 아니었던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의혹 등 권력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사를 멈추지 않자 법무장관을 앞세워 찍어내려다 실패한 모양새다. 대통령이 세운 총장, 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물러나라고 하지 않았을까.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했다. 정치적 부담을 덜려다 더 흉한 꼴이 됐다.동부구치소 생지옥사태는 어쩌면 필연적이다. 주무장관인 추미애 법무장관은 처음 확진자가 발생하고도 별다른 신경도 쓰지 않다가 확진자가 1천명에 이르고, 사망자까지 나오자 그제서야 슬며시 사과문을 냈다. 청와대는 “그동안 대통령께서 구치소 특별 점검하라고 여러 차례 지시했다”고 한다. 백신확보가 늦어진 데 대한 국민들의 질타가 잇따랐을 때도 청와대는“대통령은 해외백신 구입하라고 수차례 지시했다”고 변명했다. K방역이 세계를 선도한다며 자랑하던 문 대통령이 아닌가. 대통령이 수 차례 지시했는데 아랫사람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다면 공직기강이 해이해졌다는 뜻이다. 달리 말해 레임덕이다. 또 만일 대통령이 지시를 하지 않았는데 했다고 둘러댄 것이라면, 더욱 문제다. 레임덕보다 더한 거짓말이다.최근에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애드벌룬으로 띄우자 강성‘친문’이 펄쩍 뛰었다. 대통령은 모른척 입을 다물었다. 대통령의 리더쉽이 아쉽다.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코로나19 사태로 대한민국은 절체절명의 위기다. 그래서 홀로 묻는다. “대통령, 어디 있나요?”

2021-01-07

출산 장려금

로마가 멸망한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학설이 있으나 그 가운데 인구감소도 한가지 요인으로 손꼽힌다. 로마제국 최초의 황제인 아우구스투스는 미혼여성에게 독신세를 물리고 공직 등용시에는 능력이 비슷하면 다자녀 가구에 우선권을 주는 등 적극적 출산장려책을 썼다고 한다.인구는 국력이라는 말이 있다. 한 국가가 외국의 의존없이 자국내 경제활동만으로 살아가려면 적어도 1억명 정도의 경제인구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인구 15억의 중국은 내수 경제로만 200년 이상 끄덕없이 버틸 수 있다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는 인구 5천만명에 불과해 국제경기 변화에 민감하다. 인구수가 뒷받침되지 않아서 불황이 닥치면 국내경제 사정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인구수를 늘리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도 다급한 문제다.한국은 전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다. 187개국 중 187위다. 2020년 합계출산율이 0.8명이다. 가임여성 1명이 1명의 자녀도 낳지 못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작년 연말 기준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앞질러 인구의 자연감소도 본격화됐다.인구감소 충격이 밀어닥친 지방도시들이 새해 들면서 출산장려금을 앞다퉈 올리고 있다. 경남 창원시가 전국에서 가장 큰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내걸었다. 결혼한 부부가 1자녀를 낳으면 1억원에 대한 이자를 면제해 주고 2자녀면 원금의 30% 탕감, 3자녀는 전액 감면해주는 정책이다. 이밖에도 전국의 많은 도시들이 새해 들어 출산장려금을 대폭 올리는 출산정책을 잇따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출산장려금 지급이 출산율 증가로 이어질지 알 수 없으나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도시의 위기감이 표출된 정책이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아쉽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1-07

2021년은 어둠의 끝으로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2021년은 어수선하게 시작되었다.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 의회를 난입하여 상·하원 합동 회의가 중단되었다고 한다. 또 한 어린 입양아가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했다는 뉴스로 분노에 찬 소리가 들린다.21년 전 새천년의 역사를 시작했고 이제 3번째 10년(Decade)을 맞이하는데 어둠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2020년은 사용하지 않아서 나이를 한 살 안 먹어도 된다는 조크도 들릴 정도로 2020년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힘들고 우울한 한해를 보냈다. 학생들이 친구를 만나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공부를 해야 하고 많은 회의들이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 되었다. 친구나 친척을 만나는 일도 취소되고 여행도 거의 하지 않아 해외로 나가는 공항의 주차장은 텅 비었다고 한다.민주주의의 최고봉이라는 미국에서조차 부정선거 시비가 끊이지 않고 의회난입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 사태가 마무리 된다고 해도 민주주의의 상징 미국의 명예는 많이 추락했다.시민들의 공분을 일으킨 ‘정인이 사건’(양천 아동학대 사건)에서 전문가들은 입양부모의 적격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민간 입양기관의 책임을 지적했다. 세 차례의 신고에도 신속 대응하지 못한 경찰의 무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입양 프로세스 매뉴얼을 고치고 사후관리를 강화한다고 북새통을 떨지만 여전히 문제가 개선될 지는 불투명하다.전 대통령 둘을 교도소에 보낸 한국의 보복정치는 끝을 모르고 있다. 전 대통령을 교도소로 보내는 전통은 한국이 정치 후진국임을 증명하는 단적인 예가 된다. 전 대통령이 현 정부의 자문역을 하는 아름다운 선진국의 전통을 왜 우리는 배우지 못하는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코로나로 가뜩이나 힘든 대학들 특히 사립대들은 더욱 어렵다. 필자가 있는 대학이나 자문을 하는 대학들 모두 사립대이다. 재정난은 한국의 사립대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이지만 코로나 사태로 더욱 힘들다.미국처럼 정원 자율화, 등록금 자율화까지는 못가더라도 대학에 자율성을 주어 운영토록 해야 하는데, 현재는 ‘자율형 사립고’도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니 대학의 자율화가 언제 오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자율형 사립대’ 제도를 도입해 일부에 대해서라도 규제를 풀면 어떨까라는 주장에 필자는 동의해 본다. 코로나로 힘들었던 2020년을 보내고 2021년은 어둠의 끝이 보여야 하고 그 어둠을 탈출하는 것이 2021년이 안고 있는 과제이다. 전세계의 확진자 숫자는 줄지 않고 사망자의 숫자는 늘어만 가지만 백신접종이 전 세계적으로 시작되었다.2021년은 코로나가 사라지고 새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어둠의 끝이 오길 기대해 본다. 필자가 좋아하는 말 “Tough times never last, but, tough people do ”(어려운 시간은 오래 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 어려움을 견딘 사람들은 오래 간다) 라는 유명한 로버트 쉴러 박사의 말로 희망을 가져 본다.

2021-01-07

파사현정(破邪顯正)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신년 벽두에 우리나라를 생각하며 떠올린 말이 ‘파사현정(破邪顯正)’이었다. 올해는 부디 온갖 사악한 것들을 타파하고 올바른 것을 구현하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파사현정이란 말은 본래 불교용어였다. ‘우리가 일상으로 살아가는 세상의 질서를 속제(俗諦)라 하고, 붓다가 발견한 진리에 근거한 삶의 이치에 관한 담론을 진제(眞諦)라 부른다. 이 두 세계를 걸림 없이 넘나드는 것이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 하는 실천적 도리인 중도(中道)인데, 그 중도를 밝히기 위한 노력인 다르마(眞理)에 어긋나는 것에 맞서 올바름을 드러내는 것이 파사현정’이라고 한다.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해인 2017년 교수신문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가 파사현정이었다. 그 말을 추천한 영남대 최재목 교수는 한 라디오의 인터뷰에서 ‘사회지도층, 엘리트 집단, 기득권층의 갑질, 그런 독점의 민낯이 드러났는가 하면 정치·경제·교육·법·역사·제도·문화·도덕, 그런 기획과 실천까지 장악해버렸고, 끼리끼리 몰아주고, 또 그런 배분의 방법과 룰과 도덕성, 심지어는 아름다운 이미지, 또 그런 세습까지 독점해버렸다. 그런 광신적 패거리들로 바깥에서는 세월 호처럼 엉망진창으로 사회가 침몰하고 있다.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적폐청산이라는 절대정신을 다르게 표현해본 것이 파사현정이다.’라고 했다. 그와 똑 같은 말을 일 년여 남은 이 정권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인가.21세기에 들어 요즘처럼 혼란과 비정상과 천박함이 판을 치는 정치가 없었다. 위의 최 교수가 규탄해 마지않은 지난 정권 말기에는 그래도 지금처럼 막가는 적반하장과 후안무치는 아니었다. 적어도 잘못이 드러나면 부끄러운 척이라도 하고 사과할 줄도 아는 최소한의 염치는 있었다. 법치도 상식도 양심도 깡그리 깔아뭉개고, 비리와 부정이 드러날수록 오히려 기세 등등 큰소리치고 역공을 가하는 뻔뻔스러움은 사이비 광신자들의 집단을 무색케 한다.어느 정권이든 그 당시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지난 정권도 그렇고 현 정권 역시 국민들의 지지와 선택으로 탄생했다. 그래서 정권을 바꾸려면 국민이 바뀌어야 하고,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보다 높아졌을 때 보다 나은 정부도 가능해진다. 사리분별을 할 줄 아는 깨어있는 국민들이 많을수록 안정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될 것이다.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극성 지지자들이 많을수록 더 심하게 부패한다. 권력을 잡은 자들은 끊임없이 우민화정책을 쓴다. 포퓰리즘과 선전선동으로 국민을 어리석고 피폐하게 만들어 지지층의 이탈을 막으려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다.나치에 휩쓸렸던 독일 국민들이 패망이란 대가를 치르고 정신을 차린 것을 거울삼아, 좌파운동권들의 사회주의적 망상에 휩쓸린 대한민국도 이제는 각성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뜻있는 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바른 소리를 내어야 한다. 하다못해 인터넷에 댓글이라도 달아서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 그것이 패역한 무리들을 물리치고 나라를 바로 세우는 길이요, 파사현정이다. 방관하는 것은 방조하는 것이다.

2021-01-07

코스믹 댄스(the cosmic dance)

강영식포항 하울교회 목사아이들이 어릴 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아빠, 하나님이 왜 모기와 같은 해충을 만드셨어요?” 정말 모기는 해만 끼치는 해충일까? 수많은 모기의 유충들은 곤충들의 양식으로 모기가 없으면 먹이사슬의 체계가 무너지고 결국 인간의 삶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해만 끼치는 것은 아니다. 더러운 물이 고여 있는 작은 웅덩이들이 있는데 걸음을 방해하고 옷을 더럽히는 무용한 웅덩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구상에 수많은 이 작은 웅덩이들은 물을 담수하고, 주변의 생물들에게 수분을 공급하고 기온과 습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나에게는 해로운 것일지는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생명을 살리는 각자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자연은 그 어느 것 하나도 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요 생명체들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만물을 연계하여 상생케 하는 우주 생명의 기운이다. 나비의 날갯짓으로 생겨난 작은 바람이 태풍에 영향을 끼친다는 ‘나비효과’도 모든 만물의 작은 움직임이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모든 것에 서로 영향을 끼치는 합연적 존재임을 의미한다. 내가 내 쉬고 흡입하는 숨 하나하나가 우주생명과 연합하는 생명의 기운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성경에는 우주의 모든 생명은 성령의 힘으로 살아간다고 했고 그 성령을 ‘숨(호흡)’이라고 했다. 내 가 내 쉬는 한 숨 한 숨이 생명의 기운으로 성령이라는 것이다. 온 우주는 그 생명의 숨으로 가득 찼고 그 상태를 신학적 용어로 ‘성령충만’이라 한다.J.E.러브룩은 우주의 모든 생명체들은 각기 독립된 개별체가 아니라 서로의 생명을 연계하는 ‘하나의 생명체’라고 했다. 우주의 모든 생명체들은 하나의 몸을 이루면서 그 움직임 하나하나는 생명의 춤을 추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것을 두고 토머스 머튼은 ‘우주적인 춤(the cosmic dance)’이라고 했는데 곧 성령의 춤이다. 바람에 일렁이는 나무와 풀들의 움직임, 파도의 출렁임, 별들의 반짝임, 나비의 나풀거림 등등 이 모든 것이 생명의 힘으로 가득 찬 환희는 ‘코스믹 댄스’이다.팬데믹은 공생하며 살던 바이러스가 인간의 생태파괴로 인하여 거주지 잃어버리고 인간을 숙주로 택한 것에서 생긴 것이다. 이런 생태파괴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와 공존하려는 우주적 춤을 거부하고 인간만이 홀로 추는 춤, 독무(a solo dance)에서 비롯되었다. 팬데믹의 근본적 해결책은 더 이상 독무하지 않고 우주적인 춤을 함께 추는데 있다. 예수께서 하신 말 “너희가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았다”는 말의 더 큰 뜻은 우주만물의 생명을 살리는 우주적 춤을 추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 모두가 코스믹 댄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2021-01-06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장규열 한동대 교수해를 넘기며 가슴 아픈 뉴스가 들려왔다. 입양한 어린아이를 때려죽인 양부모. 세상이 무너진대도 그럴 수는 없다. 그럴 만한 까닭은 도무지 안 보인다. 대학까지 나온 부부는 둘 다 목사님 자녀라고 했다. 교육과 종교는 어디까지 무너져야 하는가. 사람답게 사는 길을 가르치지 못하는 학교와 교회는 어찌 입을 다물었는가. 개인의 잘못이라 비난하며 성찰없이 혀만 차고 말 터인가. 안타깝고 불쌍한 건 정인이의 어린 생명뿐일 것인가. 언론이 다루는 수다한 이슈들처럼 짧은 동안만 후루룩거리고 말지는 않을까. 피어나 보지도 못하고 한 아이의 온 세상이 사라지고 말았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아동학대.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접수된 사례들이 2001년에 2천105건이었다가 2018년에는 2만4천604건에 이른다고 한다. 열 배도 넘게 증가한 셈이다. 신체학대, 정서학대, 성학대, 방임과 유기 등으로 구분되지만 정인이의 경우는 매우 복합적인 학대를 겪은 일이다. 부모가 아이들을 대하고 어른이 어린이를 바라보는 시선에 문제는 없을까. 아동학대 경우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데이터는 우리 안의 인식이 나아지기 보다 부정적인 방향을 흐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왜 그러는 것일까.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 일일까. 폭력의 모습에 경악함을 넘어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하여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닐까.스페인 교육자 프란시스코 페레르(Francisco Ferrer)는 ‘권위에 의한 어떠한 억압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모든 폭력에 반대하였다. 그 어떤 선한 명분을 가진다 해도 아이에 대한 폭력은 나쁜 것이라는 것이다. 모든 권위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인 교육을 주창하였으며, ‘폭력의 배제’가 교육의 방법이자 목표여야 한다고 했다. 우등생과 열등생이 존재하지 않으며, 수학을 잘 하거나 미술을 잘 할 뿐이라고 했다. 경쟁으로 휘몰아가는 교육에서 협력으로 함께 일어나는 교육을 선언하였다. 교육의 장에 서 보기도 전에 폭력으로 스러져간 생명 앞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언론이 ‘아동학대’ 이슈를 붙들고 있는 데서 한 자락 희망을 본다.해결책언론(Solutions Journalism). 뉴스는 선정적, 충격적, 부정적이어야 한다고 인식하여, 보여주고 드러내는 데만 집중하는 언론행위는 독자를 피곤하게 한다. 2008년 미국 AP(Associated Press)의 발표에 따르면, 젊은 독자들이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고 휘발성이 높은 언론보도를 회피한다고 하였다. 오늘 독자들은 여러 이슈들에 대하여 시민 독자들이 어떻게 반응할 수 있는지, 사회가 제시할 접근방법은 무엇인지, 구체적이며 실증적인 솔루션을 향한 지향점을 제안하는 언론행위를 기다린다.어린 생명의 희생을 헛되이 보내지 말아야 한다. 아동폭력만큼 비열한 행위도 드물다. 교육과 종교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법과 제도는 어떻게 정비해야 하는지, 사회와 개인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2021-01-06

앱테크

앱테크는 애플리케이션과 재테크의 합성어로,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돈을 버는 새로운 재테크 풍조를 일컫는 용어다.앱을 통해 광고 시청, 특정 상품 관련 퀴즈 맞추기, 사이트 회원 가입, 앱 다운로드, 잠금화면에 팝업 광고가 뜨는 만보기를 설치하기 등의 행동을 통해 모바일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하거나 실제 자신의 계좌에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포인트를 모으는 재테크 방식이다.예컨대 앱 ‘캐시워크’ 팝업 광고를 보며 매일 1만 보를 걸으면 최대 100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앱을 활용하면 2달 후엔 약 6천캐시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구매하는 식이다. 스마트폰만 휴대하면 어디에서든 간편한 방법으로 재테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여러 단체에 필요한 단순 반복적인 작업을 모바일로 해주고 노동의 댓가를 받는 미션형 앱도 존재한다.또 온라인 쇼핑몰이나 대형마트 그리고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입한 후 전자나 종이 영수증과 바코드를 등록해 포인트를 적립 받는 ‘캐시카우’앱도 인기다. 상품별로 각각 지급 포인트 금액과 한도가 달라 하루에 몇 건, 몇 포인트, 상품 몇 개를 포인트로 지급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구매일 포함 6일 이내의 영수증이면 앱에 등록할 수 있고, 5천포인트 이상 모으면 현금으로 바꿀수 있다. 앱테크가 인기를 끌면서 인터넷에는 각종 리워드앱의 특징과 포인트를 얻는 방법 등을 연구하는 카페동호회도 속속 생겼다.최근에는 주요 리워드앱의 특징 등을 소개하면서 이를 이용해 벌 수 있는 금액까지 알려준다. 앱테크는 기업입장에서 마케팅 수단이나 비지니스 모델로 유용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그저 일상생활 속에서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는 팁으로 사용하면 제격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1-06

교사가 답이다!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그렇게 하고 어떻게 삽니까!”지난주에 교사 초빙 공고를 냈다. 공고 끝부분에 급여와 근무조건이 다르니 지원하기 전에 꼭 학교로 먼저 문의하라는 내용을 적었다. 공고가 나가자마자 많은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비록 인가 중학교이지만, 교육청으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급여가 다른 학교 선생님에 비해 적고, 급여 체계도 다릅니다.”여기까지 말하면 백이면 백 전화기 너머에서는 한숨 소리가 크게 난다. 그리고 다음 이야기는 굳이 들을 필요가 없다는 듯 인사를 남기고 서둘러 전화를 끊는다. 혹여나 호기심을 가지고 끝까지 물어보면, 자본주의가 점령한 이 나라 교육 판에도 오로지 교육의 본질을 생각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하는 교사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필자는 더 힘을 내어 설명한다.“기숙사 학교여서 출퇴근 시간이 빠르고 늦습니다. 저녁에는 저녁 교육 프로그램 지도해야 하고, 아침에는 식사 지도까지 해야 합니다. 좀 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학생들이 학교에 있는 한 근무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교육에 투신하겠다는 마음이 없으면 어렵습니다.”굳이 끝부분의 말은 안 해도 되지만, 필자는 그들의 선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 꼭 한다. 인내를 가지고 필자의 설명을 끝까지 듣는 사람도 드물지만, 투신이라는 말이 끝나면 공통으로 들리는 소리가 있다. 그것은 헛웃음이다. 간혹 헛웃음 소리와 함께 비속어가 들릴 때도 있다. 7년 동안 경험한 일이라 놀랄 일도 아니지만, 올해는 달랐다.2020년 12월 31일, 늦은 오후에 역시 문의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가 아주 젊은 사람이었다. 학교에 관해 많은 관심이 있어 보였다. 듣는 태도가 적극적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좀 더 자세히 학교의 근무 여건에 대해 말해 주었다. 그 사람은 통화가 끝나고 필자에게 따지듯 물었다.“교사도 사람인데, 그렇게 해서 어떻게 삽니까! 대단하십니다.”청년 실업 문제가 국가 재난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많은 중소기업이 심각한 인력난으로 회사 경영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필자는 이 전화 한 통으로 확실히 이해했다. 그리고 교육의 본질을 찾기 위해 밤낮없이 교육에 투신하고 있는 산자연중학교 선생님들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교사도 사람이다. 교사도 월급쟁이가 된 이상 다른 직장인처럼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받기를 원하는 교사가 많다.또 이를 위해 단체로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요즘은 워라밸 대신 워라블(Work-life blending, 일과 삶의 조화)을 외치기도 한다.물론 둘 다 필요하다. 교사가 힘이 있어야 교육도 힘이 있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엔 교사의 힘은 예전에 비하면 넘친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너무 처참하게 무너졌다. 교육 재건의 몫은 바로 교사다. 교사 개인의 삶도 삶이지만, 그것보다 먼저 이번 방학에는 사표(師表)가 무엇인지, 또 진정한 희생과 배려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어떨까!교사가 바로 서야 교육도 바로 선다.

2021-01-06

새해의 소망, 한국인의 자긍심 회복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해가 바뀌어도 이 나라 정치는 시끄럽기 그지없다. 여야 갈등은 더욱 첨예하고 진영 간의 편 가르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국정치에서 정쟁을 멈추었다는 소식은 언제 들을지 의문이다. 이러다가 나라가 거들난다고 불안해 하면서 서로 그 책임은 상대방에 미루고 있다. 모두 교수신문이 말하는 아시타비(我是他非)요 ‘내로남불’이다. 서로 자기만 옳고 상대는 그르다는 생각이다. 그러다가 나를 뺀 한국인은 모두 안 된다는 의식으로 나아갈 수 있다. 외국인들은 우리를 인정하는 대 정작 우리는 자긍심을 잃은 사람이 주변에는 너무 많다.30여 년 전 외국 여행길에 코리아하면 고개를 갸우뚱 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제 어딜 가나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면 엄지를 치켜세우는 사람이 많다. 그동안 한국 경제가 괄목할 만큼 성장하고 한류가 코리아의 이미지를 살린 결과이다. 한국의 GDP는 세계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하에서도 지난달 우리의 수출 물량이 증가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반도체 수출은 일본을 제친지 오래다. 선박 수주량도 다시 세계 일등국이 됐다. 이러한데도 이를 인정치 않으려는 한국인이 많으니 안타까울 뿐이다.근년 한국은 스포츠, 예술분야에서도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는 사람이 많다. 차범근, 박지성 뒤를 잇는 축구 스타 손흥민은 우리시간 2일 대망의 100골을 달성했다. 박찬호에 이은 야구 투수 류현진의 활약이 우리나라를 빛내고 있다. 박인비 등 한국 출신 골프 여제들도 LPGA를 거의 싹쓸이하고 있다. 문화 예술계에서도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는 예상을 뒤엎고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방탄소년단(BTS)은 빌보드 차트 1위를 점령한 지 오래다. 한류의 불을 지핀 이들이 무척 자랑스럽다. 이쯤 되면 우리도 문화적인 자부심이라도 가져야 한다. 세계 선진국민의 추한 모습이 언론에 자주 노출되고 있다. 20여 년 전 일본의 어느 해수욕장 화장실 문화를 보고 와서 우리도 벤치마킹하자고 글을 쓴 적이 있다. 아무런 감시 없는 화장실 선반의 화장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덧 우리의 고속도로 화장실 문화는 세계적 수준이 됐다. 우리의 사통팔달의 고속도로는 일본, 미국, 독일을 능가하는 수준이 되었다. 코로나 방역에 역행하는 서구인들의 무질서, 사재기까지 하는 추악한 미국인들, 선거 패배를 승복치 못하는 트럼프 지지자들, 아직도 반한의식에 젖은 일본인들 모두가 후진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정황에도 우리 주변에는 우리 스스로를 비하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어쩌다 우리가 자긍심을 잃은 국민들이 되었을까. 국민들의 자만심과 우월의식도 문제지만 자기비하나 자긍심 상실은 더욱 문제의 소지가 있다. 우리는 일제 시부터 ‘조센징’은 안된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왔다. 일제의 식민지배 정당화라는 그들의 조작된 논리를 우리가 수용한 결과이다. 아직도 일본의 식민지배가 한국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에 동조하는 학자까지 있다. 강대국을 향한 사대의 논리는 아직도 불식되지 않고 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자긍심 가진 당당한 국민으로 태어났으면 한다.

2021-01-06

천천히, 멀리 가는 소걸음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한 세월 또 잊어야만 시간이 흘러 2021년으로 세월의 바톤이 넘겨졌다. 끝은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지고 새 출발은 늘 설레고 희망찬 것,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새해 첫날 밝아오는 해를 보며 소망을 빌고 각오나 포부를 다지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 1년 내내 전대미문의 코로나19 괴질이 일상을 위협하더니, 급기야 온 나라 아니 세계인들의 연례적인 해맞이 행사마저 가차없이 발목을 잡고 말았다.생각 같아서는 저무는 경자년과 함께 약삭빠른 쥐 같은 바이러스가 죄다 떨어져 나갔으면 바랐었는데, 보란듯이 변이, 변종까지 파생시키며 몹쓸 바이러스는 갈수록 집요하게 삶의 근간을 잠식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나라에서는 최근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우리나라도 해외 백신 조달과 자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하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른바 ‘도전과 응전의 원리’가 말해 주듯이 자연의 도전에 대한 인간의 응전이 바로, 인간 사회의 문명과 역사를 발전시키는 바탕이 되고 생존의 변곡점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어쨌든 새해는 밝았고 모든 것이 녹록잖은 한 해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만 한다. 경제와 무역, 산업과 문화 등 사회 전 분야의 위축과 침체가 더욱 가중될 수 있는 현실에서 저마다 자중하고 결연한 의지와 인내심으로 난국을 타개해야 한다. 서두름 보다는 차분함으로, 한숨 보다는 진중함으로 현실을 직시하고, 서로에게 배려와 위로의 손길을 내밀며 공생의 묘안을 찾아 우직하고 한결같이 밀어 부쳐야 한다.그것이 신축년 소의 해에 대두되는 암시가 아닐까 싶다. 느릿느릿 황소 걸음도 만리에 이른다(牛步萬里)는 말처럼, 꾸준함은 물방울이 바위를 뚫기도 하고(水滴穿石) 사람이 산을 옮기기도(愚公移山) 한다. 소걸음은 더디지만 부지런히 멀리 갈 수 있다. 말을 타고 달리면서 산을 보는 것처럼 빨리, 먼저 가는 것만이 굳이 능사가 아님을 주위에서 흔하게 보아왔다. 말 가는데 소도 가듯이, 한결같이 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운 일이 없음(一勤天下無難事)을 보여주는 말이 아닐까 싶다.세상이 편리하고 스마트해지는 사이 그 이면에는 암울의 그림자가 소리없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첨단과학문명의 발달로 개인화가 증가함에 따라 인간성이 메말라 간다든지,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신종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창궐하여 곤경에 빠지게 하는 등으로 어쩌면 인간사회에 모종의 경고를 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너 나 없이 모두 어렵고 힘든 작금의 상황에 미련스럽게 보일지라도 필자는 우보만리의 자세로 한 걸음, 한 걸음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와 단계별 거리두기를 빈틈없이 실천해야 한다고 본다. 하나씩 지키고 참여하여 과정을 밟아 나갈 때 걷잡을 수 없는 바이러스의 확산세를 꺾을 수 있을 것이다. 느리지만 신중하게 방역의 기본과 원칙을 따르고, 불편하지만 타인과 사회를 배려하면서 소의 걸음으로 방역지침을 착실하게 이행해야 함께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2021-01-05

비대면 시대를 살아가는 비법

곽지영포스텍 산학협력교수·산업경영공학과지난 여름, 어머니와 백화점 식품관에서 장을 보다 복숭아가 탐스러워 보여서 한 상자를 샀다. 지역 특산품을 좋은 가격에 파는 특판이라며 대대적으로 멋지게 홍보를 하고 있어서 더 믿음이 갔다. 달콤한 과즙이 터져 나오는 말랑한 복숭아를 한입 베어 물 상상을 하니 집에 오는 길이 멀게만 느껴질 지경이었다.그러나, 어머니와 나를 잔뜩 설레게 했던 그 복숭아는 우리 상상과는 전혀 달랐다. 푸석하고 단맛이라곤 없는 기상천외한 맛이었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것도 아니고, 평소 믿고 이용하던 백화점에서 직접 골라서 사 온 것이라 그런지 실망감이 더 컸다. 우리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그 복숭아 한 상자는 가족 모두에게 외면을 받아 이내 어머니의 골칫거리로 전락했고, 얼마 후 ‘복숭아 잼’이 되어서야 식탁에 다시 올라왔다. 복숭아 한 상자에서 시작된 실망감은 그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다른 상품들까지 불신하게 했고, 그 후 우리는 그 백화점 식품관을 다시 찾지 않게 되었다.코로나가 극성을 떠는 와중에도 먹거리 장을 보러 매일 직접 나가시는 어머니가 불안해서,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이용해 보시라 말씀드려 보지만, 어머니는 ‘먹거리는 직접 보고 골라야 한다’라며 듣지 않으신다. 그런 어머니가 유독 전화로 주문해 드시는 것이 하나 있다. 어머니 휴대전화 주소록에 ‘부산 조기’로 저장된 집이 그것이다. 대화 중에 그 부산 조기 집 얘기가 나올 때면 어머니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신다. 그날 잡은 신선한 조기를 큰 것, 작은 것 적당히 섞어 깔끔히 포장해서 보내 주니, 제수용과 식구들 먹는 용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 맛이 늘 한결같아서 믿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어머니 얘기를 듣고 나면 누구나 그 집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싶어지니, 우리 어머니가 부산 조기의 대변인 역할을 하시는 소위 ‘충성 유저(User)’인 셈이다.얼마 전부터 나는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뜻을 같이하는 기업들과 함께 소상공업 지원 연구를 하나 시작했다. 소상공인에게는 좋은 상품을 더 널리 더 잘 알려서 우리 어머니 같은 ‘충성 유저’를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돕고, 소비자에게는 가게에 직접 가지 않고도 좋은 상품을 제대로 고를 수 있게 돕는 방법을 찾는 것이 목표다. 처음에는 우리 지역 소상공업이 글로벌 IT 기업 수준의 비대면 경쟁력을 갖추게 돕겠다는 것이 우리 팀의 야심 찬 목표였다. 그런데, 어머니와 부산 조기 집의 경우를 통해 나는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하게 되었다. 가장 강력한 비대면 역량은 바로 다름 아닌 상품의 경쟁력이며, 비대면 IT 기술의 역할은 그 좋은 상품을 알리는 데 작은 도움을 줄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믿을 수 있는 품질 좋은 조기로 우리 집 식탁을 행복하게 해주는 부산 어느 어부의 바닷길이 오늘도 부디 순탄하기를, 그리고 그 좋은 조기에 대한 소식이 더 널리 전해져 다른 가정의 식탁 위에도 행복한 웃음꽃이 피기를 기원해본다.

2021-01-05

복권의 꿈

일반적으로 복권은 경기가 나쁠 때 잘 팔리는 불황형 상품이라 한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일확천금의 요행을 바라는 심리가 잘 일어나기 때문이다.코로나19가 창궐한 지난해 상반기 국내 복권 판매액은 2조6천여억원으로 2005년 이래 최고 판매액을 기록했다고 한다. 코로나19 때문인지 이유는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 복권당첨을 희망으로 삼았던 사람이 꽤 많았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새해 첫날 영국에서는 유로밀리언 복권추첨에서 한화로 약 591억원의 돈벼락을 맞은 사람이 나왔다고 한다. 신년 운수가 정말로 대통한 사람이다. 일확천금을 얻어 단숨에 부자 행렬에 들어섰다.복권이 불황형 상품이라 부르는 배경에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적 현상인 상대적 박탈감을 이유로 보는 것이 보통의 견해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양극화 등이 이런 경우다.작년처럼 집값이 폭등하면 집이 없는 서민에겐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몇 달 사이에 수억씩 오르는 집값을 바라보면 일할 의욕조차 생기지 않는다. 요즘처럼 활황을 보이는 주식시장도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주는 분야다. 하루 먹고살기에 바쁜 서민에겐 그림의 떡과 같은 존재인 주식을 해서 몇억씩 벌었다는 소문은 패배감과 무력감만 안겨줄 뿐이다. 그래서 그들에겐 복권이 유일한 희망일지 모른다. 당첨확률로 보면 거의 불가능하지만 그들에겐 희망의 등불이다.올 초 첫 로또복권 당첨자가 발표되고 13명의 1등 당첨자에게 19억원의 당첨금이 돌아간다고 한다. 해가 바뀌면서 복권당첨을 꿈꾸는 사람이 많아진 건 아닌지 모르겠다. 올해는 복권보다 경기가 확 풀려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대가가 돌아가는 세상이 되길 희망해 본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1-05

새해 소망

김규종 경북대 교수신축년 2021년 올해 전국의 해맞이 명소가 폐쇄되었다. 달갑잖은 코로나19의 선물이었다. 해마다 1월 초하루면 해맞이 차량으로 몸살을 앓던 국도 7호선도 조용했으리라. 해맞이 차량 행렬에 끼지 않으면 무슨 사달이나 나듯 호들갑 떨던 사람들은 어디서 뭘 했을까, 궁금하다.모든 것의 시작과 끝은 맞물려 있다. 고3은 대학 신입생이 되고, 대졸자는 사회 초년생이 되는 이치와 같다. 노자(老子)는 그것을 ‘전후상수(前後相隨)’로 풀었다. 앞과 뒤는 서로 따른다는 뜻이다. 등산 가다가 길을 잘못 들으면 되돌아서야 한다. 끝에 가던 사람이 선두가 되고, 가장 앞선 사람이 최후미에 자리한다. 앞서간다고 좋아할 일도 아니고, 뒤처져 있다고 위축될 일도 아니라는 얘기다.‘전후상수’는 한국인의 삶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을 연상하면 좋겠다. 가난한 집 자식들이 공부든 노동이든 열중하여 사회에서 대접받는 자리에 올랐을 때 하는 말이다. 지난 세기 6-70년대 우골탑 신화는 우연이 아니었다. 산업화의 첨병으로 활약했던 신진기예는 대개 개천에서 나온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었다. 그들이 이룩한 고도성장 신화가 오늘의 대한민국 발전의 초석이었다.그런데 21세기에 개천과 용의 관계는 전면 실종되었다. 요즘 개천에는 용은커녕 토룡조차 찾기 어렵다. 실지렁이 몇 마리 떠돌 뿐 적막하기 그지없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와 관련된 기사는 차고 넘친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런 현상의 근저에 자리하는 불의와 불평등이다. 아빠와 엄마 찬스, 부의 대물림과 불법 편법 무법 초법 탈법 같은 무소불위 권력자들의 ‘내로남불’에 잠재된 이데올로기가 두려운 것이다.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계층의 자유로운 이동이 무시로 일어나야 한다. ‘역동적인 대한민국’이라는 용어에서 긍정적인 면모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거대한 호수가 아니라, 실개천에서 천하를 호령하는 용들이 욱일승천하는 기세로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그런데 실상은 전혀 반대 아닌가. 사회 기득권층이 막강한 특권을 행사하고, 그것을 대물림하는 풍경이야말로 한국 사회를 병약하게 하는 근간이다.아침저녁으로 들려오는 소식은 어둡고 출구 없는 칠흑 같은 무간지옥을 연상시키는 흑색 스릴러 영화와 다르지 않다. 외부에서 언론 뉴스만 본다면 한국 사회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롭고 휘청거린다. 과연 그러한가,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물지만, 젊은 세대의 장탄식과 고통스러운 한숨은 분명 이유가 있다. 그들의 비상(飛翔)과 장쾌한 미래기획이 실현될 방도를 마련해주는 것이 나이 먹은 축들이 할 일이다.부동산 투기로 자식 세대의 돈을 갈취한 자들은 그만 자제했으면 한다. 전국 곳곳의 기획부동산에 철퇴를 내리지 않는 국토부의 소임은 무엇인가?! 젊은이들이 꿈과 미래를 걸 수 있도록 선명한 방침과 실행력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2021-01-05

신라 이전의 시간

경주와 신라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며 ‘수수께끼 가득한 보물창고’ 같은 공간이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와 본지는 올 한 해 공동 연중기획으로 신라와 경주의 비밀을 풀어가는 칼럼 연재를 진행한다.사학자와 신라 연구자로 구성된 필진들이 ‘선사시대의 경주’에서부터 ‘신라의 왕실문화와 불교문화’ ‘신라 역사 속 인물들’까지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독자 여러분들의 관심과 격려를 기대한다. /편집자 주사람들은 아직 집을 짓지 않았고, 평생의 정착지를 정하지 않았다.바람과 물을 따라, 더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이동하며 살았다.점차 생존과 더 나은 삶을 위해 주변 환경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는데,그런 의미에서 강과 바다는 마실 물과 음식을 얻기 위한 최적의 장소였다.비와 홍수의 피해가 적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집을 중심으로 생긴 울타리는 그 안과 밖의 경계가 되었다.울타리 안의 사람들은 무리지어 살기 시작했다.그렇게 역사가 시작되었다.신라가 태동하기 전, ‘신라 땅’에는 누가 살고 있었을까? 가장 이른 사람의 흔적은 안동시(와룡면 태리, 마애리)에서 확인되었고, 약 4만 년 전부터다. 동해안과 낙동강을 중심으로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이동하며 머물렀던 흔적이 확인된 것이다. 그들은 정형화된 형태의 도구를 돌로 만들어 냈다. 대표적으로 주먹도끼는 좌우, 앞뒤가 대칭을 이루고 끝 부분이 뾰족한 형태인데, 찍거나 자르는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이후, 구석기시대를 대표하는 도구들은 점차 크기가 작아지는데 이러한 변화의 흐름은 포항·대구·성주 등 넓은 범위에서 보인다. 경주지역에서는 감포읍의 대본리에서 확인된다. 그들은 여전히 집을 짓지 않고 이동하였으며, 토기(土器)를 만들지 않았다.석기시대 사람들의 시간은 천천히, 하지만 쉬지 않고 흘렀다. 그리고 신석기시대로 지칭되는 문화적 변화는 3만 년이란 시간이 더 흐른 뒤 우리에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신석기시대의 사람들은 집을 짓고, 불을 이용해 빗살무늬토기로 대표되는 흙 그릇을 굽고, 사후 세계를 위한 무덤도 만들기 시작했다. 그 흔적은 동해안을 따라 강원도에서부터 이어졌으며, 낙동강을 중심으로 한 대구·청도·김천 지역, 형산강을 중심으로 한 경주지역 곳곳에서 확인된다.경주지역에서도 동해안의 봉길리·대본리, 형산강 북천에 맞닿은 황성동, 남천에 맞닿은 교동 등 그 분포가 넓다. 우리는 신석기시대 사람들의 시간의 흐름을 그들이 남긴 토기를 통해 찾아내곤 한다. 경북과 경주에서는 흙을 덧대어 그릇을 장식한 비교적 이른 시기의 덧무늬 토기부터, 빗살무늬를 선으로 그어 만든 토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늬를 긋거나 장식하지 않은 신석기시대 마지막 토기의 형태가 연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시간은 신석기시대의 시작과 끝, 그리고 다시 청동기시대로 이어진다.최문정학예연구사그럼에도, 지금까지 드러난 석기시대 문화는 매우 단편적이다. 이러한 파편으로 남겨진 흔적으로 석기시대와 신라 문화와의 연속성을 도출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재미있는 점은 석기시대의 경북 그리고 경주로 대표되는 지역에서는 동해안·남해안·내륙에서 이어지는 문화의 흐름들이 공존하였고, 나아가 독특한 문화 형태를 띄기도 했다는 점이다. 동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등의 지리적 한계는 어쩌면, 그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동해와 남해를 통해, 그리고 산 너머 내륙에서 전해지는 문화를 온전히 받아드렸고, 또 환경에 적응시켜나갔다. 이러한 교류와 확산이라는 거대한 흐름의 한 조각을 우리가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경주지역의 신석기시대의 존재는 아이러니하게도 ‘월성(月城)’의 가장 아래에서 확인되었다. 일제강점기 1915년 동경제국대학 인류학 교수였던 도리이류조(鳥居龍藏)가 ‘경상북도 경주 반월성대하(半月城臺下)’에서 석기시대 유물층을 확인했다는 기록이 최초다. 이후 그 ‘월성’을 중심으로 신라가 이루었던 찬란한 문화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월성에서 처음 확인된 가장 아래층의 문화는 잊혀져갔다.역사가 기록되기 전의 시대. 선사(先史)시대의 경주는 여전히 그 실체가 선명하지 않다. 하지만 ‘가장 처음’의 흔적을 찾고 연구하는 일을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부터 이어질 ‘신라에 대한 모든 이야기’보다 4만년이 앞선 시간이, 또 1만년이 앞선 시간이 있었다. 그 사람들은 ‘신라인’들이 그러하였듯, 또한 오늘날의 ‘우리들’이 그러하였듯 대륙과 해양, 그리고 또 다른 문화의 흐름 한 가운데 서있었다. 그 시작점에 있었던 사람들을 기억해두고 싶다.

2021-01-04

도서관은 움직인다

도서관은 단지 책을 모아둔 커다랗고 컴컴한 건물을 가리키는 단어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착각중에 하나일 것이다.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도서관에 가보면, 그렇게 착각할 수밖에 없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도서관이 폐쇄되는 상황 때문에도 그렇지만, 그에 앞서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도서관이라는 공간 자체가 지식의 정리보다는 단지 문화와 관련된 행정기관으로 간주되고 말거나, 자기 공부를 할 공간을 찾는 이들의 공공 공간 정도로만 생각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분명 책문화의 급격한 몰락으로 인해, 도서관의 의미 역시 점차 퇴색해가고 있는 것이다.물론, 공간의 의미는 그 자체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채우고 활동하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간이 영위하는 지식은 책을 벗어나 디지털 미디어로, 네트워크로 점차 변화해 나가고 있는데, 도서관만은 여전히 책을 가득 안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이다. 아쉬움은 남아 있을지 모르겠지만, 인류의 문화는 변화해가는 중이다.도서관이 갖고 있는 일차적인 힘은 정리와 분류에서 나온다. 알베르토 망구엘은 ‘밤의 도서관’에서 도서관에서 ‘정리’의 역사를 이야기하며, 개인적이고 느슨한 분류로부터 학문적 분류가 포함된 주제명 표목 등으로 발전하여 결국 멜빌 듀이에 의해 완성된 현재 대다수의 도서관에서 채택하고 있는 분류법으로 정착되었다고 말한다. 그에게 있어 도서관은 인간이 쌓아올린 학문적 결정체인 책을 어떻게 분류하고 정리할 것인가 하는 인간의 지식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는 끊임없이 성장하는 실체였다. 인간이 새로운 학문을 추구해나가면, 당연히 그것에 대한 분류법 역시 다르게 바뀌어 나갈 것이다. 누구보다 책을 사랑하여 ‘밤의 도서관’을 만들었던 망구엘에게 있어서도 도서관이란 그저 어떤 건물 속에 머물러 있는 실체가 아니라 디지털이라는 무한한 세계로 펼쳐질 수 있는 인간의 지식의 저장과 정리, 그 분류방식 그 자체를 의미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도서관을 조금은 달리 사유해야할 이유를 부여한다.아르헨티나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쓴 단편 ‘바벨의 도서관’은 어쩌면 이러한 도서관과 학문의 사유의 정점에 놓여 있다. 그에게 있어 ‘우주’는 무한한 갯수의 육각형 진열실로, 또 그 진열실 속에는 스무개의 책장들이 들어서 있는 무한의 도서관이었다. 그 도서관 속에 있는 모든 사람은 젊은 시절부터 한 권의 책, 아니 책 목록에 대한 목록을 찾아 방황을 하며 여행을 한다. 신의 암호를 풀어냈다는 사람의 뒤를 따라 가보기도 하고, 책들의 놓여 있는 곳의 정보를 알기 위한 책들이 놓여 있는 곳을 찾아 끊임없이 방황하기도 한다. 보르헤스에게 있어서 이 도서관의 비유는 인간이 태어나서 어떤 의미를 추구하면서 방황하는 삶 그 자체를 가리키는 것이다. 물론, 그 의미는 인간이 평생 찾아야할 지식이나 학문과 관련되어 있다. 이 계시와도 같은 짧은 소설의 마지막에 보르헤스는 이 도서관이 한계가 없지만 주기적으로 움직인다고 쓴다. 한 세기도 살기 어려운 인간의 아득한 역사는 기억과 망각 사이, 질서와 무질서 사이를 주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다시 도서관을 생각한다. 우리에게 도서관은 무엇이었고 무엇이어야 할까. 책들을 가득 저장하고, 진열하고, 정리하여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 적절한 정의이다. 하지만 거기에 머물러서는 우리는 우리의 ‘도서관’을 되찾을 수 없다. 망구엘은 다시 독서가의 힘은 정보를 수집하고 목록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고 변형시키는 재능에 있다고 말한다. 책들을 가지런히 정리해 놓았다고 도서관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지식들을 변형하여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에서 도서관의 의미가 생기는 것이다. 도서관은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홍익대 교수 송민호

2021-01-04

기다림의 끝이 보일 무렵

2021년 새해가 밝았다.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이 즐거운 사람이야 얼마나 되겠냐마는 2020년을 마감하는 것에 대한 내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주로 아쉬움보다는 드디어 지긋지긋한 한 해가 끝났다는 후련함이었다. 2020년 한 해가 그만큼 지긋지긋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코로나19 때문이었을 것이다.불과 일 년 전만 해도 매일매일 착용해야 하는 마스크, 그래서 돋아나는 뾰루지, 사이버 강의, 음식점 및 주점 아홉시 이후 영업 금지, 헬스장을 비롯한 운동시설 집합금지, 하나하나 영업을 포기하는 작은 가게들과 같은 풍경들이 일상이 아니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마스크 하나 쓰지 않고 옹기종기 모여 영화를 보고, 공연을 보고,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던 풍경이 불과 일 년 전의 것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이러한 기억들이 까마득한 이유는 그만큼 우리에게 이 시절이 길게 느껴졌기 때문이었으리라.차라리 코로나 19와의 싸움이 끝나는 날이 정해져 있었다면, 그 날까지의 기다림이 일 년이건 이 년이건 그 기간을 미리 알 수 있었다면 우리의 마음이 이토록 힘들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원래 기약 없는 기다림은 그 기다림 자체보다 기약이 없다는 사실로 인해 더욱 고통스럽기 마련이므로.새해의 시작부터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 하나 들려온다. 정부가 미국 제약사인 모더나와 2천만 명분의 코로나19 백신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다. 질병관리청은 이번 계약으로 인해 정부가 구매한 백신의 수는 인구의 100%를 상회하는 5천600만 명분이 되었고, 5월부터 백신의 접종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강백수. 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멀든 가깝든, 그 끝이 정해져 있는 기다림은 그렇지 않은 기다림에 비해 훨씬 수월하다. 지긋지긋했던 우리의 기다림에도 드디어 예정된 끝이 희미하게나마 보이게 되었다. 적어도 여태까지 우리가 기다린 것보다 앞으로 기다려야 할 시간이 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생각하니 한결 희망적인 기분이 된다.그런데 어떤 이들에게는 모두의 기다림을 끝내는 일보다 당장 작은 것들을 누리는 것이 더욱 중요한 모양이다. 간절곶, 호미곶, 해운대, 정동진, 성산 일출봉 등 해돋이 명소를 보유한 지자체들은 제발 해돋이를 보기 위해 모이지 말아달라며 1월 1일 당일 해당 장소들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하고 해돋이 인파를 막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폐쇄된 해맞이 명소들의 변두리에서라도 해돋이를 보겠다며 해당 장소들에서 장사진을 이루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그곳에서마저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조차 지키지 않는 일부 시민들을 보며 기분이 씁쓸해진다. 그들 중 대다수는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자신들과 주변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을 빌었을 것이다. 코로나 방역지침을 어겨가며 빌었을 소원이 건강과 행복이라니, 이보다 더한 역설이 또 있을까.올해는 기필코 이 긴 기다림을 끝내야 한다. 우리는 다시 마스크를 벗고 서로의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 회사원이건 자영업자건 자신의 일터로 돌아가 걱정 없이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일이 끝난 후에는 다섯 명이건 여섯 명이건 상관없이 모여 자신들의 하루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어야 하며, 거리를 밝힌 음식점과 주점의 간판들은 아홉시건 열시건 꺼지지 않고 반가운 손님들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 그럴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그러나 그날은 거저 오지는 않을 것이다.여태까지 해온대로 지루하고 고단하게, 우리의 즐거움을 조금씩 희생하며 정부의 방역지침을 지키는 것이 긴 기다림의 끝을 하루라도 앞당기는 일이 될 것이다. 온라인으로 중계되는 2021년 새해의 해돋이를 바라보며 부디 얼마 남지 않은 이 기다림이 무사히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2021-01-04

시간의 밖에 있는 괄호

인간이 살아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긋게 되는 경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켄 윌버의 책 ‘무경계’. /정신세계사늘 그렇듯 한 해의 시작은 기대와 설렘을 몰고 온다. 힘겨웠던 2020년을 지나 보내고 나니 새해라는 단어가 더욱더 귀하게 여겨진다. 이러한 마음으로 2021년을 맞이한 모두가 각자의 소망을 움켜쥔 채로 힘차게 나아가는 중일 것이다.한 해를 떠나보내면서 내가 꼭 지키는 규칙이 하나 있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다이어리의 가장 마지막 장에 적어두는 것이다. 실현 가능한 포부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적되 그것에 집착하거나 일부러 곱씹지 않는다. 열두 해를 살아가며 내가 어떤 각오를 다졌는지 까맣게 잊어버리다가 12월의 마지막 날 비로소 다이어리의 마지막 장을 펼쳐본다. 목표한 바를 이루기도 그렇지 못하기도 하지만 성공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막막한 종이를 앞에 두고 골몰하던 작년의 나를 돌아보며 새롭게 나아갈 힘을 얻는다.이 작업은 해마다 달라지는 나의 상태를 조망할 수 있기에 흥미롭다. 건강과 주변의 안녕 또는 작년보다는 조금 더 두툼해진 지갑을 바랄 때도 있다. 공통된 점이라 하면 당시의 상황에서 결핍된 무언가를 원한다는 것이다.이따금 씁쓸해지기도 한다. 이루고자 하는 바가 나의 기준에 입각한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적 통념에 따라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때가 그렇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나이라는 숫자에 연연하면서 조바심을 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켄 윌버의 저서 ‘무경계’에서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긋게 되는 경계에 관해 이야기한다. 어떠한 관념이 나뉘어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자기 자신이 하나의 세계로부터 두 개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고 작음, 빈곤과 부, 흑과 백, 젊음과 늙음. 이것은 모두 다르긴 하지만 결국 단일한 사건을 나타내는 서로 다른 표현일 뿐이다.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반쪽에만 집착하며 다른 쪽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기는 것은 출구가 없는 입구만의 세계를 얻으려고 애쓰는 것과 같다.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시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어제에 살면서 내일을 꿈꾼다. 그렇게 해서 하나의 시간을 둘로 나눈다. 과거와 미래가 압박하고 있다는 기분과 함께 괴로워하며 자신을 속박하게 된다.우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지금 이 순간’을 얼마나 허망하게 흘려보내고 있는지에 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현재는 한정되고, 담으로 둘러싸이고, 제한된다. 열린 순간이 아니라 짓눌린 순간, 압착된 순간, 즉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인 덧없는 순간이 된다. 과거와 미래가 너무나 실재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샌드위치 속의 고기인 현재의 순간은 단지 얇은 종잇조각처럼 축소되고 우리의 실재는 이내 내용물 없는 두 조각의 빵이 되어버린다.’우리는 언제나 더 나은 내일을 원한다. 그러나 힘겹게 걸어온 끝에 당도한 순간이 바로 현재라는 것은 쉽게 망각하곤 한다.미셸 투르니에의 ‘외면일기’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크리스마스와 정월 초하루 사이의 기이한 일주일은 시간의 밖에 있는 괄호 속 같다.’ 주요한 명절을 앞뒤로 두고 마치 공백으로 남은 것처럼 느껴지는 시간을 탁월하게 묘사한 것이다.어쩌면 우리는 소중한 매일을 이러한 기분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아직 진짜가 아니라고, 더 중요한 것은 다른 어딘가에 있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고요히 내리는 눈을 그저 바라보는 대신에 꽝꽝 얼어붙은 도로의 출근길을 맞이해야 하는 내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를 멈추는 것만으로 우리는 한결 더 가벼워질 수 있다. ‘바로 지금’ 보고 느끼는 것만큼 중요한 체험은 없다. 변화와 지속이 공존하는 삶 속에서 미래는 현재의 연속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리라. 새해에는 그런 다짐을 해본다.

2021-01-04

프로토콜 경제

프로토콜 경제(Protocol Economy)는 현재 대세가 되고 있는 우버나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경제에 대한 문제의식 속에 탄생한 경제 개념으로, 탈중앙화를 통해 여러 경제 주체를 연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 모델이다.독점자본주의에 대한 반(反)작용으로 수정자본주의가 나온 것과 같다. 플랫폼 경제는 폐쇄적인 프로토콜(약속)로 열심히 일한 플랫폼 근로자에겐 적은 댓가가 가게끔 설계됐고, 소수의 운영자에게만 부(富)를 몰아줬다. 하지만 프로토콜 경제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시장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일정한 규칙(프로토콜)을 만들어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경제로, 보안과 프로토콜 공유 문제를 해결했다.플랫폼 사업자가 정해놓은 규칙을 따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탈중앙화·탈독점화가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창업자는 막대한 부를 축적했지만 여기에 참여한 소상공인이나 배달원들의 소득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프로토콜 경제 시대에는 성장에 기여한 소상공인·배달원에게도 주식배분 등 합당한 경제적 보상이 이뤄질 수 있게됐다.프로토콜 경제는 블록체인 기반의 기술을 이용해 플랫폼에 모인 개체들이 합의를 한 뒤 일정한 규칙(프로토콜)을 만드는 등 참여자 모두에게 공정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참여형 경제체계를 구축하기 때문이다.우리나라에서 프로토콜 경제는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꼽히고 있는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이 지난 해 11월 블록체인 기업과의 간담회에서 처음 이슈로 꺼낸 이후 정부의 2021년 경제정책방향에도 과제로 담겼다.부의 분배를 위한 새로운 개념의 프로토콜 경제가 얼마나 뻗어나갈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1-04

내가 케이크를 자른다면

유영희인문글쓰기 강사·작가며칠 전 여고 동창에게서 전화가 왔다. “영희야, 항상 네 글 잘 보고 있어. 글 읽을 때마다 이런 걸 공짜로 읽어도 되나 항상 생각해. 나는 선반에 있는 약을 꺼내서 손님에게 전해주기만 해도 돈을 받는데 글 쓰는 사람들은 그냥 나눠주니까 불공평한 것 같아. 내가 책값 보내고 싶은데 꼭 받아줘.” 하면서 책값이라고 할 수 없는 큰돈을 보내왔다.그 후 불공평이라는 말이 자꾸 맴돌다가 ‘창힐이 문자를 만들자 하늘에서 곡식이 비처럼 내렸다’는 말이 떠올랐다. 중국 고전 ‘회남자’에 나오는 말이다. 문자가 생기면 빈부격차가 심해져서 가난한 사람을 위해 하늘이 곡식을 내려주었다는 말이다. 문자가 생기기 전에도 계급 차이는 있었겠지만, 문자 시대 이후보다는 덜했을 것이다. 그래서 노자는 ‘문자를 쓰지 않고 새끼줄을 꼬아 의사소통하는 시대’를 이상사회로 보았다.문명이 발달하면서 단순히 문자를 아는 것만으로 지배층이 될 수는 없고 시대가 요구하는 전문성과 기술을 습득할수록 기득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 등장해서 분야에 따라서는 전문지식이나 기술이 있어도 어려운 상태가 되어 가고 있다.이런 시대 변화 속에서 분배 문제는 언제나 초미의 관심사다. 사서삼경만 외워도 행세할 수 있는 전근대 사회에서도 지식인들은 과하게 특혜를 누렸고, 현대 사회에서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정당한지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공정의 기준은 어떻게 정할까? 공정하게 분배하려면 이익의 원천을 평가해야 할 텐데 과연 이익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헨리 조지는 “진보와 빈곤”이라는 책에서 생산력을 산출하는 요소를 토지, 자본, 노동 세 가지라고 한다. 여기서 토지와 자본은 시대가 변해도 크게 변하지 않고 오히려 가치가 꾸준히 상승하는데 노동은 평가가 요동을 친다. 어떤 노동은 엄청난 보상을 받고 어떤 노동은 한 푼도 받지 못한다. 같은 노동이라도 시대에 따라 보상이 달라진다.때로는 동일한 사람이 그 능력으로 강의를 하면 보상이 높고 글을 쓰면 보상이 낮다. 중앙 일간지에 칼럼을 쓰는 꽤 유명한 작가 역시 글만 써서는 생활할 수 없다며 코로나19로 강의가 끊겨 살기가 곤란하다고 고충을 고백한다. 따지고 보면 강의는 같은 말을 무수히 반복해도 상관없지만, 글은 절대로 같은 내용을 허용하지 않는데도 그렇다.‘내가 케이크를 자른다면’은 공정한 분배를 탐색하는 그림책 제목이다. 만약 내게 케이크를 자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면 나는 조용히 그 칼을 내려놓을 것이다. 공정하게 자를 자신도 없고, 어느 한 사람에게 케이크를 자르게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작가 조승연은 인문적 교양이란 감성비를 높여주는 것이라 말한다. 사람답게 사는 데 가성비만 따질 수는 없다. 그러나 감성비를 높여주는 활동에 대한 보상은 지나치게 탄력적이다. 그렇다고 이 문제의 책임을 사회에만 미룰 수는 없다. 감성비 높이는 활동에 보상받는 방법을 당사자도 연구해야 할 것이다.

2021-01-04

집콕 시대에 팔자 고치기 (上)

김현욱 시인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밝았다. 아이들은 2020년의 마지막 날, 글기지개에 공통으로 ‘지옥 같았던 2020년’이라고 썼다. 소풍은커녕 운동장에서조차 마음껏 뛰어놀지 못했던 아이들이다. 특히, 1학년 아이들은 순한 사슴처럼 온종일 마스크를 쓰고 투명 가림막 안에서 생활했다. 얼마나 갑갑하고 힘들었을까? 2021년에는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뛰어놀고 싶은’ 우리 아이들의 소망이 과연 이뤄질까? 안타깝지만, 2021년도 기약하기 어렵다.전문가들은 팬데믹(pandemic)이 기후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대재앙의 전조도 전 세계에서 연일 보고되고 있다.12월 31일, 겨울방학식은 줌(Zoom)으로 진행됐다. 화면 속에 아이들은 자기 방이나 거실에 앉아서 멀뚱멀뚱 캠 카메라를 쳐다봤다. “겨울방학 동안 방역수칙 잘 준수하고 독서, 글쓰기, 운동 꾸준히 하기. 알았지? 약속!” 나는 새끼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힘주어 말했지만, 어딘가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은 숨길 수 없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원격으로 ‘지옥 같았던 2020년’을 마무리 짓는구나, 하는 서글픈 기색이 서로 역력했다.2021년 새해라고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잠잠하던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사람과 사람이 모이는 일이 커다란 민폐가 되고 있다. 올해도 역시나 ‘집콕 시대’는 계속될 것이다. 집콕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 문득 동양학자 조용헌 교수의 ‘팔자 고치는 법’이 떠오른다.조용헌 교수는 적선(積善), 스승 만나기, 독서, 명상(기도), 명당, 자신의 사주팔자를 아는 여섯 가지 방법으로 팔자를 고칠 수 있다고 한다. 집콕 시대에 안성맞춤이다. 적선(積善)이라고 꼭 만나서 몸으로 때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SNS나 통화로도 얼마든지 선을 쌓을 수 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안부를 전하는 일 따위가 모두 적선(積善)이다.조용헌 교수는 “적선(積善)이라는 것은 주변 사람들이 자기에게 우호적인 감정을 갖도록 투자하는 이치와 같다. 주변이 우호적인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으면 그 사람은 덕이 있는 사람이다.”면서 적선(積善)을 팔자 고치는 첫 번째 방법으로 제시했다. 나는 요즘 카톡 창에 생일이라고 뜨는 지인이 있으면 정성껏 챙긴다. 몇 글자 진심을 담아 축하해주는 것만으로 그들은 기뻐하고 감사해한다. 연락처를 살피며 오래 연락이 뜸했던 친구에게 전화하기도 한다. 얼마나 좋은가. 집콕 시대에 비대면으로 적선(積善)하기.두 번째 방법은 스승을 만나는 것인데, 이것 또한 집콕 시대에 절묘한 해법이다. 물론, 위대한 감화를 주는 스승을 랜선으로 만나기는 어렵다. 하지만 랜선을 통해 세상에 숨은 고수들을 만나 다양한 잡기를 배울 수 있다. 배우고자 하면 랜선으로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어느 정도까지는 갈고 닦을 수 있다. 올해는 피아노 기초를 배우고자 한다. 피아노 반주를 넣어 노래를 불러보고 싶다. 구독과 ‘좋아요’로 스승을 정했다. 뭐든 자기 하기 나름이다. 올 연말에 피아노 반주로 노래를 부를 수 있으면 좋겠다.집콕 시대에 팔자 고치기 2는 다음 회에.

2021-01-04

빚 갚는 한 해가 되길

강희룡 서예가사람은 소규모 집단인 가족과 친족만으로 형성된 자연적 공동체에서 다수 언어와 다수 인종으로 구성된 대규모 집단의 사회나 국가를 이루고 다양하게 살아간다. 이러한 삶의 유형 속에서 개인이 속한 사회나 국가에 빚이 없는 사람은 없다. 빚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반드시 갚아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남에게 빌린 물질적인 빚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 속에서 개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서로 신세지고 도움 받으며 사는 마음의 빚이다. 성현은 도의 가르침을 세상에 세우는 것이 빚이고 학자는 옛 성인을 위하여 끊어진 학문을 잇는 것이 빚이며,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 빚이다. 공직자들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 빚이고, 출가자들은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 빚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빚이 없다는 것은 주어진 책임이나 의무를 이행할 생각이 없다는 것과 같다.한(韓)나라에서 대를 이어 정승 벼슬한 사람으로 장량(장자방)이란 사람이 있었다. 장량은 본래 한나라가 진(秦)나라에 멸망당하자 조국의 원수를 갚기 위해 집안의 재산을 모두 털어 진나라 시황제의 암살을 도모하였다. 후에 한나라 고조를 도와 항우를 물리치고 천하를 평정하였으며, 공을 다 이룬 뒤에는 물욕을 버리고 물러나 신선의 도를 즐겼으므로 세상에 빚이 없는 사람으로 전해진다.시골선비 박수(1864~1918)가 살았던 시대는 지도층의 분열과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구한말이다. 지도층의 분열은 외세의 압박을 불러들여 백성들의 삶의 궁핍과 정신적 혼란이 극에 달했던 시기였다. 박수는 그의 저서 ‘중당유고(中堂遺稿)’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 빚이 없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 쓸모없는 존재입니다. 빚이 없기를 바라지 말고 그저 빚을 갚기만을 바라며, 빚이 있는 것을 근심하지 말고 그저 빚이 없는 사람이 될까 염려할 뿐입니다. 저는 마음속에 빚 문서가 수북이 쌓여 있는데 아직 한 푼도 청산하지 못하여 늘 개탄하고 있습니다.’여기에서 박수가 말하는 마음의 빚은 자신과 사회구성원인 백성으로서의 책무이다. 사람은 자기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할 근원적인 빚을 지고 산다는 의미이다. 박수는 얽히고설킨 사회 속에서 빚이 없는 사람은 아무런 쓸모가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살기가 힘들수록 맹자는 ‘무항산(無恒産)이면 무항심(無恒心)’이라고 했다. 즉 일정한 소득이 없으면 일정한 마음도 없다는 뜻이다.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유지하기 힘들며 독립적 인격체로 살기가 어렵기에 마음의 빚은 더욱 움츠릴 수밖에 없다. 구한말은 500여 년을 유지해 오던 한 왕조가 스러져가던 때였다. 당시의 백성들은 지배층의 부패와 정치놀음에 그야말로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려운 삶을 겨우 유지했을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중산층은 무너지고 실업자는 이중 삼중으로 쌓였다. 정치는 진영논리에 빠지고 부패는 개혁으로 포장되었다. 다수의 횡포는 규정과 법치를 농락하고 있다. 새해에는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박수가 원하는 빚이 없기를 바라지 말고 그 빚을 갚기만을 바라며, 빚을 근심하지 말고 빚이 없는 사람이 될까 염려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랄뿐이다.

2021-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