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원. 돌려 말하지 않는다. 크다. 커도 너무 크다. 액수가 크고 충격이 크다. 20대와 30대가 대선을 향한 표심에 크나큰 영향력을 발휘할 터에, 정치권도 사뭇 긴장하는 중이다. 한 시간 열심히 일해야 만 원도 안 되는 최저임금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그 충격은 치명적이다. 받은 돈이 퇴직금 또는 성공보수라고도 하고 산업재해 보상금이라고도 하지만, 청년들에게는 그 액수 자체가 너무나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마음을 어지럽힌다. 소박하나마 고정적인 수입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불철주야 달리는 오늘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에게 뉴스는 못할 짓을 저지르고 있다. 취업 길은 꽉 막힌 듯 보이고 창업 전선도 쉬운 게 아니다.
가르치는 사람에게도 충격의 강도는 세다. 소양을 기르고 실력을 닦아 자신과 사회를 위해 득이 되고 덕이 되라 선생들은 가르치고 있었다. 고작 여섯 해 남짓 일하고 저 큰 돈을 거머쥐었다니, 우리는 잘못 가르치고 있었던 것일까. 본인은 아직도 정당한 업무의 대가였다고 우긴다는데, 우리는 그 돈의 정체를 알아야겠다. ‘아빠찬스’였는지 우회뇌물이었는지 그 소위를 밝혀야 한다. 영문도 모르고 일격을 당한 채 물러설 국민은 없다. 자신이든 그 아비이든 솔직했으면 하지만 그럴 확률은 터럭만큼도 없다. 어안이 벙벙해진 대한민국 청년들을 위하여 분명한 해명과 납득이 없이는 한 치도 나아갈 수가 없다. 겨냥하는 정치적 목표에 가 닿으려면, 50억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야 한다.
청년들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서 저울질당하고 있었다. 비정규직 가운데에서도 시간제, 한시직, 비정형직으로 구분되며 선택을 강요받고 있었다. 퇴직금은 상상 조차 못하며 생존의 가능성을 염려하였다. 그 틈에 저런 청년이 존재하였다니, 거의 비현실적이지 않은가. 당신들이 진심으로 20/30을 당겨 안고 싶었다면, 오늘 당장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분명하다. 나락으로 추락한 젊은이들의 사기를 일으켜 세우려면, 우리의 관심은 저 돈의 소위를 밝히는 데 있어야 한다. 극도의 불공정과 비상식이 이처럼 붉어진 터에, 공정과 상식을 논하는 자는 오히려 의심을 사지 않을까. 혜택을 누리도록 시스템을 설계한 자를 탓하는 맹랑한 소리가 있다. 칼로 살인을 저질렀는데, 칼 만든 사람을 탓하며 용서해야 하나.
옳지 않은 건 누구나 안다. 바르고 정의로운 나라로 가는 길이 이렇게 험하다. 오늘 당장은 나라의 청년을 위로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 선생과 학교도 할 말을 잃었다. 충격과 혼돈이 가득하지만, 관련 당국은 가장 빠르게 이 일의 소위를 밝힐 방도를 찾아야 한다. 물타기와 시간끌기로 막으려 하겠지만, 온 국민이 주시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오른쪽 왼쪽 겨루기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이고 상식과 비상식이 드러나는 일이며 부패한 기득권과 성실한 시민들의 뚜렷한 차이가 아닌가.
할 말을 잃은 청년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돌려주어야 한다. 청년이 힘을 내야 미래가 있다. 그 미래가 닫힌 느낌이 아닌가. 50억을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