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0년대 유럽이 남태평양 도서(島嶼)를 식민지로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원주민들에 하물숭배(荷物崇拜)라는 종교가 생겼다. 생전 처음 보는 화물선에서 필요한 모든 물건을 내려 쓰는 것을 보고 화물선을 모든 것을 내려 주는 신으로 생각하여 하물숭배의 제의를 드렸다. 1999년 이를 취재하러 간 토론토스타의 기자가 “어찌하여 어리석게도 하물숭배를 하느냐?”고 묻자 그들 중에 한 사람이 “우리는 불과 60년을 숭배하고 있지만 그러는 당신들은 어찌하여 2천년 동안이나 하물숭배를 하느냐?”고 되물었다.
베드로는 밤새 그물질을 했지만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했다. 날이 새고 해가 중천에 떠 그물질을 그만둘 시간에 예수님이 오셔서 뜬금없이 다시 가서 그물을 던지라고 한다. 고기가 활동하지 않은 시간이라 허탕칠 것이 뻔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서 그물을 던졌더니 두 배 가득 고기를 잡았다. 역사학자 플루타르크가 쓴 책에 의하면 생선 한 수레 가격이 양 백마리와 맞먹는다고 했으니 놀랍게도 그때 잡은 고기의 값은 지금의 돈으로 3억 정도가 된다. 이를 본 사람들은 예수를 따르면 큰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예수를 하물신으로 추앙했다. 이들은 나중에 예수에게 책망을 듣는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적을 본 까닭이 아니요 떡을 먹고 배부른 까닭이로다.” 표적이란 무엇을 깨우치게 하기 위하여 보여주는 사인(sign)이다. 그들은 그 사건을 깨우침을 위한 표적으로 보지 않고 예수를 하물신으로 여겨 따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베드로는 이런 경험을 한 후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하면서 예수를 떠나겠다고 한다. 예수를 섬기면 엄청난 하물이 따르는데 떠나겠다는 것은 더이상 예수를 하물신으로는 섬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베드로에게 예수가 말한다. “이제 너는 고기 잡는 어부가 아니라 사람을 구하는 어부가 되리라.” 더 이상 떡을 먹고 배를 채우기 위한 하물신 숭배자가 아니라 사람을 구원하는 제자가 되라는 것이다.
도강불고선(渡江不顧船·강을 건너면 배를 버리고), 득어경망전(得魚更忘筌·고기를 잡은 후엔 그물을 버리라)이라 했다. 베드로는 하물숭배의 배와 그물을 버리고 사람을 구원하는 어부로서의 새로운 길을 갔다. 기독교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오늘의 기독교가 하물숭배의 번영과 축복의 신앙에 빠져있다고 한다. 어디 기독교뿐이랴. 우리 모두가 떡을 먹고 배를 채우기 위한 하물숭배에 빠져있는 것이 아닐까?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