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구름밭 쟁기질로 하늘은 점차 높푸르러 가고 있다. 간혹 때아닌 먹장구름이 몇 차례 소나기를 흩뿌리기도 하지만, 이내 뭉실뭉실 피어나는 구름이 한가로이 가없는 하늘을 유영하며 추분(秋分) 지난 가을날을 열어가고 있다. 모처럼 맞이한 긴 추석연휴가 끝나고 가을의 본령에 접어드는 9월이 마무리돼 가는데, 코로나19의 급증세가 여전히 불안과 음울의 사슬을 시퍼렇게 하고 있으니 초조함을 떨쳐버릴 수 없다.
초조와 불안에 직면에서는 차분함과 평온함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급급한 현실에 동동거리며 날뛰는 경박함 보다는 침착하고 신중하게 상황을 직시하며 새로운 묘안과 지향점을 모색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싶다.
걷잡을 수 없이 장기화되는 ‘코로나 블루’ 속에서도 얼마든지 자신과 주변을 살피며 안정과 위무를 삼을 계기가 많다고 본다. 그에 이르는 길 중의 하나가 ‘나다움’을 찾는 길이다.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나다움은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라 할 수 있지만, 결코 하루 아침에 찾아지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좋아하거나 재미있어 하는 것과는 달리 힘들어도 견딜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는 일, 작지만 일상의 만족과 기쁨이 보람으로 연결되는 일, 남들이 외면해도 자신의 주관과 안목으로 가슴이 뿌듯해지고 스스로가 좋아지는 일 속에는 나를 나답게 만드는 나침반이 숨어 있다고 본다.
그러한 마음 속의 나침반이 우리를 더욱 생각하고 탐험하게 이끌어 꾸준한 각도로 자신을 변화시키면서 나다움의 궤도에 진입시키지 않을까 싶다. 그것은 곧 부단한 도움닫기로 꿈의 현실화에 근접시키는 일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나다움은 입맛에 잘 맞는 음식이나 몸에 어울리는 옷처럼 자연스럽고 편한 것이다. 주변의 환경이나 숱한 경험 속에, 자신의 취향이나 스타일에 걸맞는 생각과 행동으로 자신만의 색깔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진정한 나다움의 표상일 것이다. 그러한 바탕에는 학습이든 업무든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을 ‘내가 좋아하고 재미있어 하는 일’로 바꿔 나가는 인식의 전환과 간단없는 노력이 중요하다. 어차피 사람은 남들이 뭐라하든 자신이 좋아하고 의미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從吾所好) 바를 추구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장자는 자신만의 편안한 쾌적함을 넉넉하게 누린다(自適其適)고 했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 스마트폰과 한몸이 되어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무엇인지 모를 조급함과 고단함 속에 허우적거리며 안정과 균형을 바라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더욱이 2년째 세상을 옥죄이는 괴질의 난맥상에 지칠 듯 무기력해지는 일상에서 그나마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망중한의 여유를 느끼며 마음의 안정을 찾아보면 어떨까?
인생은 참다움을 찾는 여행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하는 방향으로 모험하고 인내하고 도전하는 여정이 행복에 이르는 나다움의 길이라고 본다. 참다운 나다움이 자신의 삶을 풍요롭고 향기롭게 가꿔 주리라.